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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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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쪽 | 규격外
ISBN-10 : 8965642248
ISBN-13 : 9788965642244
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 중고
저자 테사 모리스 스즈키 | 역자 서미석 | 출판사 현실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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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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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거의 새책급이네요. 5점 만점에 5점 dmswo0*** 2019.11.14
25 좋습니다 책상태도 좋아요 5점 만점에 5점 77ka*** 2019.11.12
24 감솨합니다^^ 고맙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cmw1*** 20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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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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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화가 에밀리 켐프가 만난 ‘조선’
2010년, 역사학자 테사 모리스 스즈키 만난 ‘북한’
그들은 왜 그곳에 가고 싶어 했고,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는 100년의 시차를 두고 근대 초의 조선과 현대의 북한을 왕래한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10년 영국의 화가 에밀리 켐프는 하얼빈에서 단둥을 거쳐 평양, 서울, 부산, 원산,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하며 ‘조선’의 풍광과 사람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모습을 보여준다. 그로부터 100년 뒤 세계적인 역사학자 테사 모리스 스즈키는 켐프의 여정을 최대한 따르며 현재의 ‘북한’을 보여준다.
에밀리 켐프와 테사 모리스 스즈키의 여행을 통해 가보고 싶지만 여전히 갈 수 없는 그곳의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테사 모리스 스즈키
1951년 영국에서 태어나 브리스톨 대학에서 러시아 역사를 배운 후 바스 대학에서 일본 경제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 태평양아시아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아시아 관련 네트워크를 이끌면서 일본과 아시아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경제사뿐 아니라 탈근대와 탈식민지화의 관점에서 민중의 기억과 경험을 담아내는 연구로 명성을 얻었다. 현지를 여행하면서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고 그 지역 고유의 자료와 사료를 발굴함으로써 국가와 지역의 틀을 초월한 역사를 새롭게 조명했다. 『우리 안의 과거』 『북한행 엑서더스』 『봉인된 디아스포라』 『변경에서 바라본 근대』 『일본의 아이덴티티를 묻는다』 『일본의 경제사상』 『바다를 건너간 위안부』(공저) 『확장하는 모더니티』(공저)가 우리말로 번역 출간되었다.

역자 : 서미석
서울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반호』 『로빈 후드의 모험』 『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루터의 밧모섬』 『벤허』 『북유럽 신화』 『인간과 환경의 문명사』 『호모 쿠아에렌스』 『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공역) 등 인문학과 신화, 역사 분야의 책들을 번역했다.

목차

한국어판 발간에 부쳐

프롤로그_압록강 노동절의 풍경
CHAPTER 1_ 여정을 시작하며: 하얼빈과 후난을 향해
CHAPTER 2_ 만주의 유령: 창춘과 선양
CHAPTER 3_ 성스러운 산: 랴오양과 첸산
CHAPTER 4_ 국경지대: 선양에서 단둥까지
CHAPTER 5_ 다리를 건너: 신의주와 그 너머로
CHAPTER 6_ 시간의 흐름 뒤바꾸기
CHAPTER 7_ 새로운 예루살렘: 평양
CHAPTER 8_ 분단의 슬픈 현실: 개성, 도라산, 그리고 휴전선
CHAPTER 9_ 시해당한 왕비의 궁전에서: 서울
CHAPTER 10_ 역사의 상처가 새겨진 섬들: 부산까지
CHAPTER 11_ 금강산 가는 길: 원산 남쪽
CHAPTER 12_ 희망으로 나아가기

감사의 말
역자 후기

책 속으로

나의 여정을 개척해나가는 동안 지난 수많은 여정들의 자취를 더듬으며 시공간을 넘나들다 보면, 금강산으로 가는 여정은 새로운 시각에서 북한과 주변 지역을 바라보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념 너머에는 조개를 줍거나 개와 산책하는 일과 같이 면면히 이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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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정을 개척해나가는 동안 지난 수많은 여정들의 자취를 더듬으며 시공간을 넘나들다 보면, 금강산으로 가는 여정은 새로운 시각에서 북한과 주변 지역을 바라보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념 너머에는 조개를 줍거나 개와 산책하는 일과 같이 면면히 이어지는 사람들의 삶이 자리 잡고 있다. 정치적 현실 너머에는 수백 년에 걸친 과거와 현재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의 심연을 향해 눈을 뜸으로써 우리는 현재의 고통과 분단을 넘어 이 지역을 위한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그 윤곽이나마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나는 금강산으로 가는 여정을, 역사를 순례하는 여정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 프롤로그_압록강 노동절의 풍경, 27~28쪽.

안중근은 러시아인에게 체포되어 일본인의 손에 넘겨졌다가 1910년 3월 26일 포트 아서(뤼순)에서 처형당했다. 그날은 켐프와 맥두걸이 중국에서 압록강을 건너 조선으로 들어가기 바로 며칠 전이었다. 여행하는 동안 이 극적인 사건의 전말을 지켜본 켐프는 안중근이 “굉장히 차분하게 사형선고를 받아들였다”고 전하고 있다. “그는 당시 시를 쓰는 데 몰두해 있었으므로 당국은 그가 시를 탈고할 시간을 갖도록 사형을 열흘이나 연기해주었다!
- CHAPTER 1_여정을 시작하며: 하얼빈과 후난을 향해, 64~65쪽.

1910년 켐프가 선양을 방문했을 무렵 청나라는 타성과 부정부패가 만연했고, 외세에 굴복해 최후의 붕괴 상태에 있었다. 켐프가 선양에서 첫날 방문했던 묘역의 성벽들은, 바로 5년 전 주변 풍경을 전장으로 바꾸어놓았던 러시아와 일본 군대들이 남겨놓은 총탄으로 벌집이 되어 있었다. 누르하치와 홍타이지의 황궁은 보물로 가득 찼지만, 귀한 도자기들은 “유리관에 넣어져 끝없이 쌓여 있었고, 아마도 수십 년 동안은 개봉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 CHAPTER 2_만주의 유령: 창춘과 선양, 101쪽.

이 도시의 먼 과거는 빛바랜 금속에 박힌 보석처럼 도시의 칙칙한 산업단지 한가운데에 들어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13층 백색 석탑이다. 12세기 여진족의 금나라 시대에 지은 이 석탑은 오늘날에는 더 이상 흰색이 아니라 칙칙한 회색이 되어버린 채 여전히 랴오양 중앙 공원 위로 우뚝 서 있다. 허물어져가는 육각 석탑의 오목하게 파인 각 면에는 부처가 고요히 앉아 수백 년 동안 시선을 고정시킨 채 밖을 내다보고 있다. 탑의 기단 주위로는 신자들이 작은 부처상과 향을 꽂을 수 있는 꿀색 도자기 향로를 놓아두었다.
- CHAPTER 3_성스러운 산: 랴오양과 첸산, 123쪽.

압록강을 건너는 다리는 켐프가 방문한 다음 해인 1911년에 사실상 개통되었다. 이로써 한반도 남단인 부산에서 프랑스의 항구도시 칼레까지 쭉 운행되는 철도망의 마지막 연결고리가 완성되었다. 오늘날, 이 다리는 압록강 ‘단교斷橋’로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 동안 미군의 폭격으로 산산이 부서져, 중국 쪽에서 강 중앙으로 들어가는 절반만 살아남아 뚝 끊겨버렸던 것이다. 이 다리는 단둥을 찾은 관광객들이 북한을 내다볼 수 있는 뛰어난 전망대가 되었다.
- CHAPTER 4_국경지대: 선양에서 단둥까지, 165쪽.

오스트레일리아를 떠나기 전, 그곳 친구와 일본의 친구들에게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했더니 부러움(“늘 거기에 가보고 싶었어”)에서 이해할 수 없음(“북한에? 뭣 하러?”), 노골적인 비난(“그건 단지 선전 여행이 될 거야.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잖아. 그들은 그곳 삶이 어떤지에 대해 완전히 허상을 보여줄 거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 가운데서도 여러 차례 들어왔던 이 마지막 말 때문에 나는 여행의 윤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즐기는 여행이나 깨달음을 찾아 나서는 순례에 윤리적 경계가 있을까? 물론 여행가들은 옷을 입거나 가방을 매는 것처럼 자신들만의 윤리를 지니고 있다. 해서는 안 될 일들이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찾아가서는 안 될 곳이나 언급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단 말인가?
- CHAPTER 5_다리를 건너: 신의주와 그 너머로, 203~204쪽.

주체사상이라는 커다란 암초 주위로 동북아시아 역사의 시간이 흘러간다. 중국 중심의 세계에서 일본 중심의 세계로 서서히 바뀌었다가, 이제 다시 중국 중심으로 되돌아가는 변화가 그러하다. 현재의 관점에서 지난 세기를 살펴보면, 현재의 전망들이 때로는 놀라워 보인다. 한국에 그토록 긴 역사적 그늘을 드리운 일본의 식민 지배는 공식적으로는 사람의 반생에 해당하는 35년이나 지속되었다. 그러나 사실상 한국에 대한 일본의 지배는 거의 두 배나 더 지속되었다. 한반도의 분단은 거의 사람의 일생에 해당하는 60년 동안이나 지속되고 있고,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지난 2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예측했지만 북한 체제는 여전히 완강히 버티고 있다. 심지어 지금조차도, 변화가 임박했다는 징후가 보이고 있지만 북한의 종말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CHAPTER 6_시간의 흐름 뒤바꾸기, 220~221쪽.

일본인들이 건설한 급수장이 있었던 대동강의 능라도에는, 북한의 놀라운 아리랑 매스게임이 펼쳐지는 능라도 5·1경기장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모란봉은 켐프가 방문했던 당시처럼 여전히 인기 있는 나들이 장소이다. 반면에 북한의 지배 권력인 노동당 설립을 기념하기 위해 건설한 기념관은 미심쩍게도 식민지시대의 건물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도쿄의 다이어트 빌딩과 그 분신인 만주국의 사라진 수도 신징의 주의회 건물과 흡사해 보였다. 그리고 적어도 최근까지 북한 인민군 전몰기념비는 일본 식민지 정부가 1894년 평양 전투에서 전사한 자국 병사들을 기념한 바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영광스러운 전사자들’의 국적과 정략은 바뀌었지만, 그들을 추모하는 의식은 여전히 비슷한 데가 많다.
- CHAPTER 7_새로운 예루살렘: 평양, 241~242쪽.

그 장벽이 어떻게 붕괴될 것인가는 여전히 예측할 수 없지만 북한의 붕괴는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무력 충돌로 장벽이 붕괴된다면 전 세계에 벗어날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다. 남한이 대규모로 북한을 흡수할 경우에는 중국을 대단히 놀라게 만들어 동북아의 두 이웃나라 사이에, 또 중국과 미국 사이에 커다란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반대로, 요즘 들어 자신감 넘치는 중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북한에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다면 중국에 대한 전 세계의 우려가 커질 것이다. 1910년 켐프가 이 38선을 원만히 넘어갔을 때에 그랬던 것처럼 동북아시아는 그 미래가 갈등이나 화합 어느 방향으로도 기울 수 있는 분수령에 서 있다. 한쪽 세력이 지배하게 될지, 여러 세력이 협력하게 될지 기로에 서 있다.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는 이 휴전선에서 결정될 것이다.
- CHAPTER 8_분단의 슬픈 현실: 개성, 도라산, 그리고 휴전선, 282~283쪽.

켐프는 왕비의 무덤을 스케치했는데, 당시 무덤은 성문 너머 언덕의 한적한 지점(도시 개발로 이전되기 전의 자리)에 자리 잡고는 건너편의 울창한 산골짜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켐프는 슬픔에 가득 차 왕비의 잔혹한 죽음에 대해 썼고, 심지어 1910년 8월 한일병합이 정식으로 발표되기 전에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자신들은 조선을 병합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일본의 말을 듣는 것은 어리석은 짓 같다. 실질적으로 말해서, 그들은 가장 악랄한 방법으로 모든 것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 조선말을 배우려는 일본인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늘 있었으므로 예속 상태는 한층 가혹해졌다.”
- CHAPTER 9_시해당한 왕비의 궁전에서: 서울, 312쪽.

“남쪽으로 갈수록 대지는 점차 푸르러지고 과일나무는 연한 꽃을 드러내고 있다. 버드나무에는 연둣빛 물이 오르고 산비탈에 핀 분홍 진달래는 달빛에 은은히 빛나고 있다.” 한반도 남쪽으로 내려가며 켐프가 보았던 풍경의 점진적인 변화는 이제 정확하게 두 개로 나뉘었다. 산들의 외형, 들판의 색조, 심지어 자연 그 자체마저도 38선을 기준으로 첨예하게 양분되는 것 같다. 이제 막 지나왔던 북한의 풍경과 대척점에 있는 이 남쪽의 풍경은 아주 많이 흡사하면서도 전혀 다르다는 것을 가는 곳마다 실감하게 된다.
- CHAPTER 10_역사의 상처가 새겨진 섬들: 부산까지, 336쪽.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샌디의 그림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한마디씩 했지만 적의를 드러낸 적은 없었다. 북한에서는 카메라가 영혼을 훔치지는 못하더라도 비밀을 몰래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사진 찍는 사람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지만, 스케치는 아무런 해가 없는 독특한 취미 정도로 본다. 우리 가이드들의 통역으로 어부는 점차 대화에 끼어들었는데, 처음에는 약간 수줍게 시작되었지만 자신감이 생기자 따뜻한 미소가 해풍에 거무스름해진 그의 젊은 얼굴에서 눈부시게 빛났다.
- CHAPTER 11_금강산 가는 길: 원산 남쪽, 376쪽.

우리는 연못 얕은 곳에서 울고 있는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잠시 동안 앉아 있었다. 남쪽으로 이 산들이 끝나는 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이 되어 있는 국경선을 따라 여전히 철조망이 뻗어 있다. 북한과 동북아시아는 중대한 변화의 고비에 불안하게 서 있다. 저 아래에서는 검은색 도요타 사륜구동차가 우리를 평양으로 데려가려고 대기 중이다. 하지만 그 차는 지금 당장은 기다릴 수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오늘도 소리 없이 금강산의 모습을 빚어내고 있는 동안, 우리는 그 자리에 앉은 채 연못의 수면 위로 잔물결이 번져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 CHAPTER 12_희망으로 나아가기, 4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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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910년, 화가 에밀리 켐프가 만난 ‘조선’ 2010년, 역사학자 테사 모리스 스즈키 만난 ‘북한’ 그들은 무엇 때문에 그곳에 그토록 가고 싶어 했을까 『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는 100년의 시차를 두고 근대 초의 ‘조선’과 현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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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화가 에밀리 켐프가 만난 ‘조선’
2010년, 역사학자 테사 모리스 스즈키 만난 ‘북한’
그들은 무엇 때문에 그곳에 그토록 가고 싶어 했을까

『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는 100년의 시차를 두고 근대 초의 ‘조선’과 현대의 ‘북한’을 왕래한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밀리 켐프와 테사 모리스 스즈키는 한반도 곳곳을 누비며 각지의 풍광과 사람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한다.

1910년, 영국의 여성 화가 에밀리 켐프는 조선에 첫발을 디딘다.
당시 동아시아는 오랫동안 서구가 관심을 기울였던 중국이 쇠퇴하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치며 일본의 세력이 급속도로 팽창함에 따라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었다. 켐프의 여행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일본이 조선 병합의 정당성을 알리고 제국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외국인의 조선 여행을 적극 활용한 것도 주효했다. 특히 금강산은 당시부터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서 서양 여행객들이 조선을 방문하면 한 번쯤 방문하는 명소였다. 하얼빈을 거쳐 조선에 들어온 켐프 역시 평양과 서울, 부산과 원산을 거쳐 금강산을 유람했고 그 뒤 산둥반도로 건너가 서쪽을 향해 여행을 계속했다.
켐프는 여행지를 지날 때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역사적 장면을 하나하나 묘사한다. 이토 히로부미 암살 사건으로 세계가 떠들썩했을 당시 안중근이 “굉장히 차분하게 사형선고를 받아들였다”(64쪽)고 설명하거나, 식민지 근대화의 어두운 면을 점점 더 인식하게 되면서 “그들이 조선인의 가장 소중한 바람들을 짓밟고 피정복민처럼 취급하는 한 병합 계획을 부인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231쪽)고 적었다.
하지만 동북아시아에 끼친 서구의 영향에 대한 켐프의 이중적 태도는 아시아 대륙에서 일본의 영향력에 대한 이중적 태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일본이 평양에 건설한 급수장을 본 켐프는 “고풍스러운 저 물건, 물지게는 머잖아 추억으로 남겠지만 훌륭한 상수도 시설의 편리함은 주민들을 변화시킬 것이 분명하다”(227쪽)고 기록했고, 한양에 콜레라가 돌 때 “일본인의 훌륭한 노력”(312쪽)이 질병을 제압했음을 강조했으며, “일본 정부가 문제를 일으켜온 사람들을 철수시키고 더 훌륭한 관료 계층을 권력에 앉히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열렬히 바라 마지않는다”(312쪽)고 쓰기도 했다. 이처럼 켐프의 여행은 근대 조선의 역사적 상황과 이를 바라보는 서구인의 다면적인 시선을 함께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켐프가 다녀간 지 100여 년이 지난 2010년, 역사학자 테사 모리스 스즈키는 휴전선으로 가로막힌 부산에서 원산까지의 여행길을 제외하곤 최대한 켐프의 여정을 따라 여행한다. 당시 동아시아는 켐프의 시대처럼 다시 한번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중국은 경제대국으로 부상했고 일본은 미국과의 공조 속에서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고자 하며 남북한은 군사적 긴장과 대화 국면을 반복하고 있었다.
1974년에 남한을 처음 찾은 모리스 스즈키는 이후 한국과 오랜 인연을 맺었다. 인천에서 서툴게 손빨래를 하던 모리스 스즈키는 “측은한 노력을 미덥지 못하게 지켜보다가 급기야 빨래를 낚아채서는 제대로 하는 법을 알려주었던 시골 아낙네들의 눈길”을 생생히 기억하고(195쪽), 켐프의 발자취를 따라 부산 용두산에 오르기 전에는 “인류가 만든 가장 창의적인 요리 가운데 하나”인 삼계탕을 주문한다(339쪽).
중국을 거쳐 어렵게 비자를 받은 뒤 찾아간 북한은 ‘그 옛날과 별로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다’(192쪽). 하지만 모리스 스즈키는 “말쑥한 치마와 블라우스 차림으로 커다란 유리판을 뒤에 싣고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으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인”(205쪽)과 처음에는 수줍어했지만 “자신감이 생기자 따뜻한 미소가 해풍에 거무스름해진 그의 젊은 얼굴에서 눈부시게 빛난” 어부의 모습(376쪽)에서 아무리 통제하고 주의 깊게 안내한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것들―기차나 차장 밖 또는 좁은 뒷골목을 내려가다 스쳐 지나가며 마주하는 풍경들이나 우연한 만남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정의 마지막, 금강산

켐프와 모리스 스즈키의 한반도 여정은 금강산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호랑이가 출몰하는 숲, 근사한 사찰, 빨아들일 것 같은 협곡에 대한 묘사”로 금강산의 명성을 영어권에 퍼트린 이후, 조선을 찾은 외국 여행자들은 금강산을 찾곤 했다. 켐프 역시 다른 여행자들과 마찬가지로 원산을 거쳐 금강산으로 갔다. 켐프 일행은 “온갖 종류의 거대한 짐승 모습처럼 검고 기기묘묘해 보이는 바위”(386쪽)를 지나 “몰려드는 구름으로 뒤덮인 험준한 협곡을 올라가는 동안 매혹적인 꽃들에 넋을 잃고”(388쪽) 바라보았다. “진귀한 새들이 숲속 깊은 곳에서 지저귀고 있었고 숲의 보물들은 끝이 없는 것 같은”(389쪽) 금강산에 매혹되었던 켐프는 금강산의 명승고적을 다 둘러보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한양으로 돌아가야 했다.
켐프의 길을 따라 원산에 들른 모리스 스즈키는 금강산으로 걸음을 옮기며 북한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원산은 여전히 아름다운 항구도시지만, 소형주택들은 창이 뒤틀려 있고 길거리는 사람들이 ‘150일 전투’를 위해 밭에 나간 탓에 텅 비어 있었다. 모리스 스즈키는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빠져들면서도 분단 상황에서 어렵게 삶을 이어나가는 북한 사람들과, 그들을 냉소적으로만 바라보는 주변국을 생각하며 “남쪽으로 이 산들이 끝나는 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이 되어 있는 국경선을 따라 여전히 철조망이 뻗어 있다”(403쪽)고 말한다.

에밀리 켐프가 1910년에 간 길을 100년 뒤 거듭한 테사 모리스 스즈키는 긴 여행을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를 간절히 기원한다. 그의 여행은 우리 역시 가고 싶지만 가지 못했던 곳을 보게 해주는 것은 물론, 평화란 편견과 냉소를 걷어내고 사람들이 직접 만날 때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반도 평화가 분기점에 놓인 지금, 독자들은 『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에 담긴 두 여성의 따뜻한 시선을 통해 분단의 역사를 세심하게 이해하고 북한에 대한 시각을 새로이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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