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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아이들에겐 철조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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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쪽 | | 153*226*20mm
ISBN-10 : 1163140120
ISBN-13 : 9791163140122
남과 북 아이들에겐 철조망이 없다 중고
저자 이기범 | 출판사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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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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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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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난다, 남북이 웃는다” 20여 년 동안 135번 방북으로 일군
진심과 끈기의 대북 민간교류 현장 기록
《남과 북 아이들에겐 철조망이 없다》는 1998년부터 20여 년 동안 49번 방북한 이기범 교수의 경험과, 그이가 이사장을 맡아 꾸리고 있는 북녘 어린이 지원 단체 ‘어린이어깨동무’가 135번 방북한 이야기를 담았다. 북녘 어린이들을 찾아가 직접 그림편지를 받아 오고 북에 콩우유공장, 연필공장, 어린이병원을 만들며 겪은 풍부한 대북사업의 경험과 그 실천 과정에서 느끼고 고민한 사유가 결합된 책이다. 스무 해 넘게 어린이를 포함하여 천 명 넘는 사람들과 북녘을 방문하면서 땅의 경계와 마음의 경계를 뛰어넘은 현장 기록을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그려 냈다. 아울러 활동 시기별로 북녘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배경 설명을 상세하게 풀어내서 우리가 잘 몰랐던 북에 대한 이해 폭을 넓혀 준다.
‘4?27 판문점 회담’에서 북의 김정은 위원장은 ‘잃어버린 11년’을 언급하며 앞으로 남북 합의에 있어 중단 없는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어린이어깨동무와 더불어 글쓴이가 겪은 다양한 방북 활동 기록은 민간교류의 방법과 중요성을 새롭게 강조하고 활성화시키는 기폭제 몫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판문점 회담과 9월 18일~20일에 진행될 3차 남북정상회담 뒤로 이어질 남북협력 과정에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특히 20년 넘는 시간 동안 130회 넘는 방북으로 벼려 낸 평화 이야기는 단순 방북이나 취재, 연구 결과로 써낸 다른 책에서 엿보기 어려운, ‘현장성을 담보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이기범
남북 어린이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며, 북녘을 오가면서 분단의 경계를 낮추는 일을 스무 해 넘게 해 오고 있다. 북녘 어린이들을 위해 콩우유공장, 연필공장, 어린이병원을 만드는 일에 중심 몫을 맡았다. 사람들과 어울려서 일하기를 좋아해 해송어린이걱정모임(1978)을 시작으로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1996), 어린이어깨동무(1996)를 꾸리는 일에 앞장섰다. 교육정의, 시민교육, 평화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교육을 만들어 가고 있다. 숙명여대 교육학부에서 교육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어린이어깨동무 이사장을 맡았다. 또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이사,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회장, 한국다문화학회 회장으로서 평화공동체로 나아가는 공감대 넓히기에 힘쓰고 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통일교육협의회 공동의장을 지냈으며 2008년 제10회 한겨레통일문화상을 받았다. 루소의 에밀 읽기》를 펴냈고 공저로 《함께 크는 삶의 시작, 공동육아》 들이 있다. 앞으로 북녘 젊은이들과 세계를 다니면서 삶의 길을 찾는 일에 함께하고 싶다.

목차

추천하는 글
북을 알고 싶은 사람들과 분단의 벽을 넘고자 하는 이들에게ㆍ이종석

프롤로그
마흔아홉 번 방북 길에 오르며 가슴에 품었던 상상과 희망

<1장> 방북하면 이렇게 일합니다
개성까지 내 차를 운전하고 가다
방북하면 이렇게 일합니다
빡빡한 일정 투쟁과 교양 사업
‘자유주의자들’의 분방한 방북 생활
평양냉면과 아버지의 추억

<2장> 북녘 어린이와 평양 블루스
그림편지 답장을 받아 오겠다는 약속
‘신변안전과 무사귀환을 보장한다’
북녘 어린이들의 인사 “또 오십시오”
이름만으로도 기발한 ‘남북어린이어깨동무’

<3장> 애기젖 대신 콩우유 급식
평양에서 맺은 첫 인연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
‘벤또’ 먹고 출출할 땐 콩우유 ‘한 고뿌’
원산에 가기까지 절절한 사연
“장군님은 전선으로 아이들은 야영소로”
무상교육의 꿈 키우는 수지연필공장

<4장> 모든 어린이는 생명이다
설사 치료 전문 병원 ‘어린이영양증진센터’
‘굶주린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
남북이 함께 만든 ‘어깨동무어린이병원’
분단을 넘어 평화를 만드는 아이들

<5장> 진심과 끈기로 남북을 잇다
‘얼음보숭이’ 말고 ‘아이수쿠림’
농촌 마을에서 펼치는 장교리 모자복지사업
여맹 일꾼의 “강냉이 막걸리 개져오라”
어린이식료품공장 현대화 “일 없습네다”

<6장> 소아병동 짓고 10년 젊어지고
평양의학대학병원과 고난의 행군
인민의 소중한 공원을 훌륭한 병원으로
난치병 치료하는 ‘평양의대 소아병동’ 건축 이야기
북녘으로 간 ‘최고로 용한 의사들’
길목 항구 남포시의 소아병원과 만나다
건축 노동자들의 ‘브리콜라주’ 정신

<7장> 어둠을 지나 싹트는 평화의 씨앗
남북 협력의 시계가 멈췄다
평화교육으로 싹트는 새로운 공동체
점과 선이 이어져 마음의 분단을 허물다

에필로그
한반도의 평화를 길어 올리는 힘 ‘사회적 상상력’

부록
북녘 어린이의 영양과 성장
북의 보건의료와 평양의학대학병원
평화의 징검다리 어린이어깨동무


참고문헌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사람은 체제 이상의 존재, 한 사람은 또 하나의 세계 이기범 교수는 ‘북의 공산주의’와 ‘남의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넘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을 열고 함께 협력 사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이는, “모든 협력 사업에서 남북의 사람...

[출판사서평 더 보기]

사람은 체제 이상의 존재, 한 사람은 또 하나의 세계
이기범 교수는 ‘북의 공산주의’와 ‘남의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넘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을 열고 함께 협력 사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이는, “모든 협력 사업에서 남북의 사람들이 함께 계획을 짜고 일정을 짚으며 현장을 챙긴다. 일이 늦어지면 같이 걱정하고 의견이 달라 다투다가도 일이 잘 끝나면 같이 기뻐한다. 농촌에 처음으로 인민병원을 세우면서는 서로 얼마나 책임을 다하려고 애썼는가를 알기에 존중하고 믿게 된다. 남포시소아병원 현대화가 중단됐을 때 서로 얼마나 마음 아파하는가를 알기에 말을 아끼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북녘 사람들에게 ‘믿어 달라’는 말보다 ‘믿게끔’ 행동하고 실천하는 과정들을 이어 오면서 ‘신뢰’는 협력의 결과이지 협력의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시간들이 책 속에 빼곡하게 담겨 있다. 그러면서 북에 지녔던 마음의 경계를 낮추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 경험들을 진솔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남북이 체제는 달라도 함께 일하느라 애쓴 사람으로, 믿을 만한 동반자로 여기며 마음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존중하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은 체제 이상의 존재이고, 한 사람은 또 하나의 세계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나와 함께 일했던 북측 관계자는 한 아이의 아버지이다. 그 사람과 같이 오늘 저녁은 뭘 먹나 고민하고 밤늦은 시간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사람 사는 일로 대화를 나눈다. 나는 왔다가 가는 방문객이고 그이 또한 나에게는 일로 지나가는 방문객이지만 그런 일상을 통해 마음의 경계를 넘어 서로 다가갈 수 있었다.”_(11~12쪽)

여맹 일꾼의 “강냉이 막걸리 개져오라”
마흔아홉 번에 걸친 방북 과정에서 이기범 교수는 북의 고위급 인사부터 식당 접대원, 건축 노동자, 승무원, 혁명사적지 강사선생, 농촌 진료소와 평양의학대학병원 의사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사람들과 만나 협력 사업을 꾸려 왔다. 북을 오가며 접한 사람들 이야기에서 그동안 쉽게 알기 어려웠던 북녘 사람들의 속내와 살아가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피곤에 젖어 북녘 비행기에 오른 글쓴이에게 나지막한 노래로 위로를 건넨 승무원, 남녘의 한 사람이 평양을 떠나는 마음이 아쉬워 쓸쓸한 노래 한 곡을 뽑자 그럴 때일수록 씩씩한 노래로 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타이르던 작은 술집 복무원, 인터넷이 안 된다고 항의하던 남녘 기자가 술에 취하자 자기 허벅지에 눕혀서는 토닥토닥하던 민족화해협의회 참사, 공장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필기구 생산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학생들을 위한 사명을 다하지 못한다는 걱정을 털어놓던 수지연필공장의 당 비서와 지배인, 백숙을 어찌 맨입으로 먹느냐며 강냉이 막걸리 한 사발을 건네던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일꾼, 남녘 아이들과 그림편지를 주고받고 돌발 사진도 함께 찍으며 반가움을 나누었던 북녘의 어린이들까지…….
글쓴이가 마음을 열고 만난 북녘 사람들 이야기는 애잔한 감동과 함께, 그네들을 ‘체제’로 바라보지 않고 나와 같은 ‘사람’으로 여기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겨 준다. 이처럼 북녘 사람들에 대해 지녔던 편견과 경계심을 스스럼없이 허물 수 있도록 이끄는 애틋한 사연들이 곳곳에 가득하다.

한여름 어느 날 동네 여맹 일꾼이 점심으로 닭백숙을 내왔다. 게다가 백숙을 어찌 맨입으로 먹느냐며 따라온 젊은 처자에게 냉큼 가서 “강냉이 막걸리 개져오라” 하니 황감하기까지 했다. “인차(금방) 옵네다” 하더니 정말 금세 받아온 막걸리 한 사발을 내밀어 무척 달게 마셨다. 구수한 옥수수 내음에 실린 푸근한 정이 마음 깊은 곳까지 촉촉하게 적셔 왔다._(168쪽)

사람이 만난다, 남북이 웃는다
이기범 교수는 남북 교류와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삶의 질을 높이는 일에 도움이 될 전문가와 실무자의 일상적인 만남이 늘어나야 한다고 제안한다. 남북 전문가들이 만나 힘을 모아 공동 과제를 해결하는 가운데, 다투기도 하고 의기투합하면서 뜻있는 성과를 만들며 보람을 나눌 때 진정한 교류가 형성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기범 교수가 북녘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의미 있게 일구어 낸 협력 성과들을 책 전반에서 고르게 만날 수 있다. 분단과 대결을 벗어나 협력과 평화로 나아가는 길은, 이처럼 남북의 사람들이 만나는 속에 가능할 수 있다. 글쓴이는 지난 이십여 년의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의 만남 속에서만이 남북이 평화의 길로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을 전한다. 더 나아가 남북의 경계, 세대의 경계, 남녀의 경계, 빈부의 경계를 비롯한 모든 경계가 사라졌을 때, 희망이 살아 꿈틀거리는 새로운 평화공동체가 열릴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남과 북 아이들에겐 철조망이 없다》는 남북의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길에 많은 이들이 함께 나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쓴이가 남과 북 모든 이에게 건네는 초대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 평양, 도쿄를 잇는 ‘삼각교류’
이기범 교수는 한반도의 평화를 일구는 길에 일본과 재일 조선인들이 공감하고 힘을 합칠 수 있도록 꾸준히 힘써 왔다. 일본의 진보 정치인 도이 다카코 사회 민주당 대표, 미키 무스코 여사(고 미키 수상의 부인)를 비롯한 여러 일본인들과 교류하면서 일본에서 북으로, 북에서 다시 서울로 이어지는 평화 여정을 꾸려 온 이야기와, 아울러 조선학교 선생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에서도 빛나는 열성과 책임감으로 재일 조선 어린이들과 서울, 평양, 도쿄를 잇는 삼각교류 실천 과정까지 두루 만날 수 있다. 분단의 아픔이 한반도보다 더 날카롭게 서 있는 듯한 일본에서도 민족 정체성을 기둥 삼아 꿋꿋하게 남북 평화 교류에 동참해 온 조선학교 선생과 어린이들의 이야기는 마음의 분단을 허무는 진한 감동을 전해 준다.

“어깨동무 사람들은 어린이에게 미친 사람들”

“교수 선생이라던데 강의를 해야지 여기 이렇게 자꾸 오면 되갔습네까?” 나는 애써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미쳐서 이렇습니다.” 나중에는 오히려 어깨동무를 잘 모르는 자기 쪽 사람들에게 “어깨동무 사람들은 어린이에게 미친 사람들”이라고 소개하는 것을 들었다._(93쪽)

이기범 교수는 북녘이 고향인 아버지(평안남도 용강)와 어머니(황해도 연백) 밑에서 자랐다. 학교와 보육원을 세워 어린이 사랑을 몸소 보여 주고 마음에 심어 준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숙명적으로 교육자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을 시작으로 이사장을 맡은 지금까지 글쓴이는 남북 어린이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며, 북녘을 오가면서 분단의 경계를 낮추는 일을 스무 해 넘게 해 오고 있다.
북쪽 사람들에게 “어린이에게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열 번 넘게 북에 다녀온 어느 해에는 ‘그쪽에 새살림 차린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만큼 끊임없이 남북을 오가며 북녘 어린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북측과 여러 번 만나며 끈질기게 어린이들에 대한 마음을 전달한 끝에 1998년 첫 방북을 이끌어 냈고, 2004년에는 분단 뒤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남녘 어린이들이 평양을 방문하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오로지 어린이들을 위한 마음 하나로 20년 넘게 고군분투한 삶, 그리고 이 책의 인세 전부를 북녘 어린이들을 위해 쓰겠다는 이기범 교수의 진심 어린 마음은 깊은 울림을 안겨 준다.

희망의 10년과 절망의 10년을 넘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지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남북이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좋은 일을 펼치려고 애썼던 10년 가까운 기간은 점점 없는 시간이 되어 갔다. 어른들은 기억하지 않으려 하고, 어린이들은 알지 못하는 그 어둠의 시간들을 지나며 이기범 교수는 남북관계의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절감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지난 희망의 10년과 더불어 절망의 10년까지 함께 꿰어 미래를 내다보고자 했다. 앞으로 남과 북이 어떻게 살아갈지 선택하기 위해 희망과 절망의 기억 모두 잊지 않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울러 글쓴이는 남과 북 그리고 남녘 사회에 그어진 수많은 경계를 없애고 더불어 살길을 찾는 방법으로 ‘사회적 상상력’을 제안한다. 사회적 상상력은 개인과 일상의 고통이 분단과 경계에서 비롯됨을 인식하게 하면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상대를 공정하게 바라보도록 이끄는 몫을 한다. 그 과정에서 경계에 구속된 남루하고 고립된 ‘나’가 아니라 더 커진 나, 바로 ‘공동체’로 안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분단에 따른 고통을 공동체 정신으로 뛰어넘을 수 있게 이끄는 대안이자, 한반도 평화를 길어 올리는 힘으로서 ‘사회적 상상력’을 강조한다. 또한 우리가 살아갈 새로운 평화 시대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사회적 상상력으로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하고 있다.

‘부록’과 ‘주’로 더 깊이 만나는 북녘 이야기
부록에 실린 ‘북녘 어린이의 영양과 성장’ ‘북의 보건의료와 평양의학대학병원’ 이야기와 함께 책 뒤쪽 ‘주’에 담긴 내용에서는, 본문에서 심화된 북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내용을 상세하게 풀이하고 있어 북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

[저자 이기범 서면 인터뷰]
2018. 09. 05

질문1) 왜 어린이입니까? 대북지원과 협력 사업에서 여러 갈래와 방법론이 있었을 것 같은데 왜, 무엇을 위하여 어린이어깨동무와 이기범 교수님은 어린이를 위한 활동을 선택했습니까?

대북 활동을 처음 하던 시기인 1990년 중반에 북녘의 형편이 어려워서 어린이들이 가장 크게 희생을 당했습니다. 예를 들면, 누구나 어린 시절에 설사를 겪고 수액을 맞아서 금방 낫지만 북녘 어린이들은 약이 없어서 설사로 많이 죽어 갔어요. 약품과 식품을 보내서 생명을 살리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으니 그런 일은 가장 먼저 해야 할이라고 보았습니다. 또 아이들은 조금만 도움의 손길이 닿아도 잘 회복합니다. 어린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인데다 도움의 효과도 가장 크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인 것이지요.
소아과 의사 선생에게 들은 말인데 다른 진료과에서는 병이 잘 낫지 않고 오래 가거나 죽어야 병이 끝나기도 하지만 소아과에서는 대부분의 어린 환자들이 쉽게 병이 낫거나 오래 입원해도 나아서 퇴원을 하기에 의사 하는 보람이 더 크다고 합니다. 또 갓난아기 때부터 돌본 아이들이 성인으로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합니다. ‘명의’로 칭송 받는 의사가 되려면 큰 수술을 하거나 암 같은 난치병을 다루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소아과 의사들은 그런 평가보다는 어린이를 돌보는 그 자체, 즉 의료 행위의 본질에 더 마음을 두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소아과 의사들 중 많은 분들의 마음이 어린이 마음 같기도 하고 나이도 덜 먹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어린 환자들은 회복력이 있고 건강해질 수 있는 잠재력이 큽니다. 그런 힘을 알고 있는 소아과 의사들은 어린 환자들에게 희망을 갖습니다.
어린 환자들에게 회복력이 있는 것처럼 일반 어린이들에게는 어른들보다 훨씬 큰 회복탄력성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조금의 심리적 보살핌과 물리적 여건을 제공하면 그 잠재력이 스스로 성장하는 힘으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에서 사회로 시야를 넓히면 그렇게 개인이 성장하는 힘이 사회를 변혁하는 힘이 된다고 믿습니다. 사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믿음은 어른보다는 어린이에게 더 들어맞는 말인 것 같아요. 어른에게 100의 도움을 주면 10의 변화가 나타나는 반면 어린이에게는 10의 도움을 주어도 100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 믿음은 1970년대에 저소득층 지역의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 자리 잡아 갔고 사회가 공동으로 육아를 해야 한다는 공동육아 운동을 통해 더 굳어졌습니다. 이런 일을 같이 하던 사람들은 운동을 희망 만들기로 생각했고 북녘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이 곧 한반도 희망 만들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질문2) 어린이어깨동무는 20년 넘는 시간 동안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까지 모두 다섯 개 정권을 거쳐 현재 문재인 정권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다섯 개 정권을 지나오면서 겪은 우여곡절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특히 대북제재가 극심했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견디고 버텨 낼 수 있던 힘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진보 정부는 남북 관계에서 평화구도를 만들려고 하고 보수 정부는 대립 구도로 몰고 갔으니 진보 정부일 때가 일하기는 더 쉬웠습니다. 그러나 남북 관계를 정부가 주도하려는 경향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어느 정부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아요. 그 이유는 단순하게 말하면 진보 정부는 스스로가 너무 정의로워서 그런 반면 보수 정부는 스스로가 너무 옳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공정한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상대보다 자신의 허물을 인식하고 비판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진보 정권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가졌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다소의 허물이 있는 진보 정부와 그 자체가 허물인 우익 정부의 차이가 천양지차임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그에 앞선 10년 동안의 경험과 성과가 없었다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어깨동무도 무너졌을 것입니다. 사람에게 ‘절정 체험’이 꼭 필요한 이유는 그 체험의 기억과 자신감이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북녘 사람들과 힘을 모아 곳곳에 콩우유공장과 아동병원을 세운 보람,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만나는 장면에서 느낀 감동, 이런 것들이 분단을 뛰어넘는 절정 체험으로 제 마음에 남아 있기에 어깨동무를 블랙리스트에 넣어서 억압하는 시절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결국 마음을 같이하는 사람 때문에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위기 공동체’라고 남북 관계가 위기를 맞이하니까 더 참여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었을지 몰라도 그 간절함이 훨씬 커서 기댈 수 있는 둔덕은 더 든든한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탄핵 국면으로 들어서기 전 1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어둠이 깊어야 새벽이 온다는 덕담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어요. 그때는 ‘남북 관계 단절의 끝을 보리라’ 하는 결기가 생기기까지 했죠. 청년 시절에 유신독재를 거친 저력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결기가 기필코 좋은 세상,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굳게 만들었습니다.

질문3) 문재인 정부 들어 통일축구, 북한국제유소년축구대회, 아시안게임 단일팀 같은 스포츠 중심 교류 행사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도 이루어졌습니다. 어린이어깨동무(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이야기도 포함해서) 평화 모드가 형성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다 기쁜 일입니다. 작은 발걸음 하나도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이니 다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인도적 지원도 잘되고 있으려니 하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바쁘지요?”라는 인사를 사람들에게 자주 듣습니다. 막상 민간단체들은 아직 방북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인이 남녘 정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중국과 남녘 정부를 우선 상대해야 하는 북측의 사정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남녘 정부가 민간의 교류와 협력을 더 격려해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합니다. 워낙 시민단체의 일이란 것이 작은 틈새를 노리고 돌파하는 것이고 정부를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니 결국 그렇게 할 것입니다.
1998년 11월에 첫 방북을 하였으니 올해는 제가 첫 방북을 한지 20년 되는 해입니다. 숫자에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마는 짧지 않은 세월이니 오는 11월에는 4차례에 걸쳐 방북했던 어린이들과 같이 평양과 북녘을 다니면서 북의 변화를 보고 북의 젊은이들과 대화를 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미래를 설계하고 싶습니다. 그 어린이들이 이제는 20대 후반에서 30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이들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꿈꾸는 미래의 이야기를 남북의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질문4) 책 속에서 북쪽 사람이 “교수 선생이라던데 강의를 해야지 여기 이렇게 자꾸 오면 되갔습네까?” 하는 질문에 “우리는 어린이에게 미쳐서 이렇습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왜 그런 대답을 하셨습니까?

그런 대화를 할 즈음이 제가 어린이 현장에서 일한지 25년 쯤 되는 시점인데 그동안 어린이들과 일을 한다고 하면 그 일을 하는 어른도 ‘어린이’로, 즉 유치하고 ‘순진’하게 보는 시선을 자주 느꼈습니다. 북녘 사람들에게 어깨동무가 하는 일을 설명할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어깨동무는 그냥저냥 어린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미쳐서 일한다고 과장해서 말했습니다. 미쳤다는 표현은 우리는 꼭 할 것이고, 계속 할 것이고, 끝까지 할 것이라는 의지를 담은 표현이었노라고 북측 사람에게 설명했어요. ‘불광 불급’이라는 문자를 쓰지 않았지만 ‘미치려면 미쳐라’라는 굳은 의지를 담은 표현이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자기 쪽 사람들에게 “어깨동무 사람들은 어린이에게 미친 사람들”이라고 소개할 즈음에는 그냥 그만둘 사람들이 아닌 듯하고 ‘못 말리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생길 즈음이라 이런 설명이 북녘 어린이들 향한 우리의 진심과 의지를 전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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