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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
352쪽 | 규격外
ISBN-10 : 8993463816
ISBN-13 : 9788993463811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 중고
저자 박경서 | 출판사 철수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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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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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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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권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위해 인권 자체의 의미에 대한 해석은 물론 문화와 법률을 매개로, 언론이나 역사, 종교를 통해서, 유엔과 지역이란 프리즘으로 인권과 인간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 1999년 창립되어 인권 운동을 활발히 벌여나가고 있는 ‘인권연대’(인권실천시민연대)가 2014년 진행한 《인권강사 양성과정》의 강의와 질의응답을 엮었다. 강연을 책으로 만들었기에 쉬운 구어체 문장으로 되어 있어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인권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 박경서
저자 박경서는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 국가 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유엔(UN)의 세계인권도시 추진위 위원장, HBM 경영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 : 김창남
저자 김창남은 현재 성공회대학교 교수이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대중음악학회 회장, 월간〈말〉 편집위원, 주간〈씨네 21〉편집자문위원, 한국방송공사 정책연구실 객원연구위원을 역임했다.

저자 : 오인영
저자 오인영은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런던대학교 방문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고려대학교 역사연구소 연구교수이다.

저자 : 조효제
저자 조효제는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이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준비기획단 위원 및 법무부 정책위원을 지냈다. 현재 서울시 인권위원이다.

저자 : 안수찬
저자 안수찬은 1997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문화부, 여론 매체부 등을 거쳐 《한겨레21》 편집장으로 있다. 한국언론재단 저널리즘스쿨,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등에서 강의를 해왔다.

목차

머리말
인권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강. 인권 실천 앞에 보수, 진보 따로 없다
인권의 가치와 유엔의 설립 | “인권 없이 발전을 누릴 수 없다” | 한국 인권의 현주소 | 인권 실천 앞에 보수, 진보 따로 없다 | 인권은 생활이다 | 생활 속 인권 감수성 키우기 |인권으로 풀어보는 사회문제 | 내가 만난 인권운동가들

2강. 드라마 주인공은 왜 사투리를 쓰지 않을까?
장미가 사랑의 상징이 되기까지 | 상품으로서의 대중문화 | 연예인의 인권과 스타시스템 | 대중문화는 유행을 만든다 | 문화적 욕망과 검열의 상관관계 | 엘비스 프레슬리와 로큰롤 - 문화를 둘러싼 계층 갈등 | 대중문화 속 차별 문제 | 디지털 시대의 대중문화

3강. 역사를 생각하는 것은 무지와의 싸움
‘인식된 과거’로서의 역사 | 역사의 프리즘으로 본 분단: 삶과 죽음 | 역사의 프리즘으로 본 근대: 주술과 합리 | 역사의 프리즘으로 본 자본주의: 계산 합리성과 경제적 유용성 | 역사를 생각한다는 것의 의미: 불가능을 꿈꾸며 무지와 싸우는 꿈

4강. 대통령의 명예냐 표현의 자유냐
인권이라는 말 | 인권을 둘러싼 다섯 가지 오해 | 꼭 알아야 할 인권의 특성 | 인권의 역설 | 대통령의 명예냐 표현의 자유냐 | 로빈슨 크루소의 역설 - 권리의 사회성 | 주권과 인권 | 나와 인권 | 인권은 법보다 크고 넓다

5강. 왜 빈곤층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까?
같은 사건, 다른 기사 | 마감은 생명이다 - 기자의 24시간 |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살아남기 | 정당(政堂) 위의 한국 언론 | 세계 언론 보도의 흐름 | 나의 기사 작성기 - 기획기사의 작성 과정 | 한국 언론과 빈곤의 문제 | 미래의 언론은 ‘나’에서 시작한다

6강. 삶의 현장은 곧 인권의 현장
지역 인권의 낯선 풍경 | 우리 안의 서울 중심주의 | 지역 이기주의라는 블랙홀 | 지역의 인권 현안 | 지방정부와 인권 | 개발이냐 인권이냐 | 삶의 현장은 곧 인권의 현장

7강. 법에서 보장하는 나의 권리를 어떻게 지킬까?
“부정의한 실정법은 법이 아니다” | 형사소송 절차와 인권 |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권리 |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 공판절차와 재판의 원칙 | “유전무죄 무전유죄” | 형사소송의 이념과 원칙 | 공권력과 나의 권리 | 수사 잘 받는 법 - 자기 방어 매뉴얼 | 법은 정의를 향해 간다

8강. 부(富)는 신의 축복인가?
시장 만능주의의 탄생 | 하이에크의 꿈 | 세계화 시대와 전도된 가치 |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다 | 부(富)는 신의 축복인가? | 폭력은 있는데 원인은 없다 | 희생이 성스러울 수 있을까? | 머뭇거리며 성찰하기

9강. 인권을 기준으로 바꾸는 세상
사람을 위한 권리 |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인권 | 인권을 바라보는 최대주의적 관점 | 인권의 중요한 원칙 | 개인 그리고 당사자 | 인권, 기본권, 이권의 차이 | 인권은 무제한 누릴 수 있나 |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

책 속으로

우리가 이룬 ‘한강의 기적’은 서구의 발전 모델에 비교하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만들어낸 한국형 압축성장입니다. 많은 나라가 부러워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심각한 후유증이 생긴 것도 사실이에요. OECD 34개국 중 출산율은 최하위이고 자살률은 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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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룬 ‘한강의 기적’은 서구의 발전 모델에 비교하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만들어낸 한국형 압축성장입니다. 많은 나라가 부러워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심각한 후유증이 생긴 것도 사실이에요. OECD 34개국 중 출산율은 최하위이고 자살률은 최상위입니다. 나라는 부강해졌지만 국민들은 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 본문에서

만약 한국이 1970년대 상황처럼 오늘날까지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약하여 쟁의권, 단체협약권을 탄압했다면 우리의 경제는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한국은 민주화 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인권이 혁신적으로 진전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본문에서

우리나라 드라마 주인공들은 사투리를 쓰지 않습니다. 그깟 드라마, 영화 한 편이 대수냐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대중문화가 성과 인종, 지역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닌 거예요. 특정 지역, 인종이 피해를 보잖아요. 마냥 웃고 즐길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인권 문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 본문에서

역사는 우리를 억압하지 않음으로써 역으로 무엇이 우리를 억압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역사를 생각함으로써 과거와 현실에서 ‘억압하는 것’과 ‘억압당하는 것’의 정체를 파악하고, 인간을 억누르는 억압의 불의한 힘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또한 타인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과 인권의 가치를 알게 합니다. - 본문에서

국가가 부강해진다고 해서 알아서 국민들의 가난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게 역사적 교훈입니다. 우리가 요구해야 해요. 복지야말로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해야 합니다. 적어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이 나라를 이렇게 부강하게 만들었으니 내가 이만큼은 받을 자격이 있지 않으냐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죠. - 본문에서

우리가 해마다 봄철이 되면 만나게 되는 기사가 있습니다. 바로 ‘벚꽃 개화 예상시기’인데요. 여기에도 사소하지만 서울 중심주의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무슨 말씀인가 하면, 언론에서 발표하는 개화 날짜를 보시면 서울에서부터 쭉 내려옵니다. 서울 몇 월 며칠, 청주 몇 월 며칠, 대전 몇 월 며칠, 포항, 대구, 전주, 광주…, 이런 식으로요. 제주도가 제일 마지막입니다. 그런데 봄꽃은 남도에서 먼저 피기 시작하잖아요. 제가 벚꽃 개화시기 도표를 만든다면 당연히 제주도를 제일 위에 둘 겁니다. 제일 먼저 피니까요. 언론에서는 ‘편의상’ 서울 사람들 보기 좋으라고 맨 위에 놓는 겁니다. - 본문에서

우리가 피의자, 혹은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하면 반발이 많지 않습니까?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한테 무슨 인권이 있느냐는 거예요.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인권은 최소한의 것입니다. 그 사람을 과잉보호하자는 게 아니에요. 죄는 저질렀을망정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조건은 지켜줘야 한다는 거지요. - 본문에서

고통은 사람에게 심각한 아픔을 주지만, 사람들이 지혜와 힘을 모은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고통이기도 합니다. 인권은 바로 이런 고통을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발명품입니다. 인류의 성찰과 지혜와 용기,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까지를 담은 근사한 발명품이죠. -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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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인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우리 시대 ‘인권의 교양’ 인권은 좋은 것, 필요한 것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는 인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고 정말 그 사회의 인권이 향상될까? 인권이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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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우리 시대 ‘인권의 교양’

인권은 좋은 것, 필요한 것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는 인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고 정말 그 사회의 인권이 향상될까? 인권이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은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이런 인권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에 답하고 인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되었다.
유엔(박경서), 문화(김창남), 역사(오인영), 인권학(조효제), 언론(안수찬), 지역 인권(이상재), 법(김희수), 종교(이찬수), 인권 운동(오창익) 등 아홉 가지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 ‘인권의 교양’을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인권을 알게 되면 개인이 달라지고 나아가 사회 전체가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개인이 자기 권리를 인식하고 인권감수성이 높아지면, 인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생기기 시작해 결국 한 사회의 인권 전체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인권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인간의 고통을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인류의 성찰과 지혜와 용기,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까지를 담은 근사한 발명품이기에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권이 법률의 한 분야로만 이해되는 경향이 있어 왔다고 지적하며 인권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람에 대한 탐구, 곧 인문학적 작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간에 대한 믿음, 사랑, 그리고 희망이 인권의 바탕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1999년 창립되어 인권 운동을 활발히 벌여나가고 있는 ‘인권연대’(인권실천시민연대)가 2014년 진행한 《인권강사 양성과정》의 강의와 질의응답을 엮었다. 강연을 책으로 만들었기에 쉬운 구어체 문장으로 되어 있어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인권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아홉 가지 영역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본 인권 이야기

이 책은 인권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위해 인권 자체의 의미에 대한 해석은 물론 문화와 법률을 매개로, 언론이나 역사, 종교를 통해서, 유엔과 지역이란 프리즘으로 인권과 인간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
유엔 인권대사를 지낸 박경서 대사는 유엔의 설립 과정과 인권의 관계, 인권 개념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며, 경제발전과 인권은 동전의 양면이라 어느 한 쪽을 위해 다른 쪽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인권의 실천 앞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창남 교수는 대중문화가 성과 인종, 지역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권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고려대 역사연구소 오인영 연구교수는 역사를 통해 과거와 현실에서 인권을 ‘억압하는 것’의 정체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권학자 조효제 교수는 우리가 인권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오해를 짚어주며 꼭 알아야 할 인권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겨레 안수찬 기자는 언론과 인권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우리 스스로가 인권에 대해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전에서 인권 운동을 하고 있는 이상재 국장은 서울 중심의 인권 편중을 이야기하며 지역 인권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김희수 변호사는 공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인권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종교학자 이찬수 교수는 소외된 이들에 대한 공감을 통한 연대가 자본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인권연대에서 일하고 있는 오창익 국장은 인권운동은 ‘고통과의 연대’라며 최소한 무의미하고도 불필요한 고통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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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23 전쟁무기와 핵발전소로는 인권을 못 지킨다 ―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  박경...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23



    전쟁무기와 핵발전소로는 인권을 못 지킨다

    ―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

     박경서, 김창남, 오인영, 조효제, 안수찬, 이상재, 김희수, 이찬수, 오창익

     철수와영희 펴냄, 2015.8.15. 15000원



      아침에 미역국을 끓입니다. 미역국은 우리 식구가 즐겁게 먹습니다. 저마다 제 국그릇에 미역국을 덜어서 맛나게 먹습니다. 더 먹고 싶으면 얼마든지 더 떠서 먹고, 배가 부르면 그만 먹습니다.


      미역국을 받는 아이들은 서로 종알종알 조잘조잘 노래를 부르듯이 놀면서 밥술을 비웁니다. 밥 한 술을 뜨면서 두 마디를 하고, 밥 한 술을 입에 넣으면서 세 가지 놀이를 하며, 밥 한 술을 씹어서 삼키는 사이에 이리 뛰고 저리 달립니다.


      아이들로서는 언제 어디에서나 놀이가 되니까, 밥상맡에서도 밥놀이입니다. 놀면서 크고, 놀면서 생각을 키우며, 놀면서 하루가 즐겁습니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치지 않고 뛰어놉니다. 이 아이들을 바라보면, 사람으로 태어나서 삶을 짓는 뜻이란 바로 웃음이랑 노래랑 이야기로구나 하고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인권의 도시 제네바는 다른 한편으로 환경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도시환경에 대한 관리가 치밀해요 … 우리나라의 보수세력들이 생각하듯이 인권이라는 게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저는 인권에서만큼은 보수니 진보니 할 것 없이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1, 27쪽)


    자본의 속성은 기본적으로 이윤추구예요. 그러다 보면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만 생산합니다. 획일화되지요. 우리가 TV를 켜면 10대들을 위한 노래만 흘러나온다고 불만을 털어놓지요. 10대들은 또 재미도 없는 막장드라마만 보느냐고 기성세대들을 비웃습니다. (84쪽)



      박경서 님을 비롯해 모두 아홉 사람이 함께 이야기꽃을 펼쳐서 묶은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철수와영희,2015)를 읽습니다. 책이름처럼 ‘인권’을 다루는 책이고, 인권을 ‘인문학’으로 바라보려고 하는 책입니다.


      인권은 “사람 권리”나 “사람 된 권리”나 “사람다운 권리”를 가리킵니다. 사람으로서 누리거나 즐기는 권리란 “사람으로서 살 기쁨”이나 “사람답게 누릴 아름다움”이나 “사람이 되어 가꾸는 사랑”이라고 할 만해요.


      인문학은 “사람이 지은 삶”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사람이 지은 삶”은 말과 문학과 역사와 생각이라 할 테고, ‘인문학으로 인권을 바라본다’고 한다면, 사람으로서 이 땅에 지은 삶을 바탕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누릴 아름다움과 사랑을 바라보려고 한다는 뜻이리라 느낍니다.



    한국에서는 4년제 대학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 언론사 시험 치고 기자가 됩니다. 그들은 언론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고, 한국 대학 교육의 특성상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대한 교양도 매우 부족합니다. 오직 논술과 작문의 글쓰기만 집중적으로 연습하여 기자가 됩니다. (171쪽)



      법에 적히기에 지켜 주어야 할 인권이 아닙니다. 법에 적히지 않아도 아끼고 보살필 수 있어야 할 인권입니다. 법에 적힌 만큼 지켜 주면 되는 인권이 아닙니다. 법에서 밝히지 않아도, 사람들 스스로 어깨동무하면서 아름다운 삶과 사랑스러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할 인권입니다.


      인권조례가 있어야 인권을 지킬까요? 아닙니다. 내가 나를 참다이 바라보면서 제대로 아낄 수 있어야 인권을 지킵니다. 네가 나를 꾸밈없이 바라보고, 내가 너를 스스럼없이 마주하면서, 기쁘게 어깨동무하는 자리에서 인권을 지킵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를 보면, 법에 적힌 인권을 제대로 지키는 일이 드물기도 하고, 법에 안 적힌 인권은 아예 안 쳐다보기까지 합니다. 함께 사는 이 땅을 헤아리기보다는 다툼과 경쟁으로 내모는 사회 얼거리입니다. 서로 돕는 이 터를 살피기보다는 저마다 밥그릇을 먼저 챙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다그치는 사회 틀입니다.



    우리나라 빈곤층은 아르바이트, 계약직, 비정규직과 실업의 악순환을 벗어날 길이 없는 겁니다 … 국가가 부강해진다고 해서 알아서 국민들의 가난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게 역사적 교훈입니다. 우리가 요구해야 해요. 복지야말로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194, 196쪽)



      ‘서울’은 여러 ‘지방’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서울은 언제나 ‘서울’이기만 하면서, 이 나라에서 한복판이나 기둥으로 여기곤 합니다. 서울에 있어야 높이 여기기 일쑤이고, 서울에 있지 않으면 낮게 깎아내리기 마련입니다. 서울에서 살며 ‘서울 바깥’을 깎아내리기도 하지만, ‘서울 바깥’에서 사는 사람들 스스로 ‘서울 바깥’을 깎아내리곤 합니다.


      사람들은 자꾸 서울로 모이고, 시골이나 작은 도시는 차츰 줄어듭니다. 아무리 커다란 도시가 되어도 ‘서울이 아니’면 ‘안 된다’고 여겨 버릇하고, ‘서울 아닌 커다란 도시’ 둘레에서는 ‘서울로라도 못 가면 다른 큰 도시로라도’ 가야 한다고 여깁니다.


      이러한 흐름은 시골에서도 똑같습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제 고장이나 마을을 사랑하라는 마음을 배우기 어렵습니다. 신문도 방송도 인터넷도 책도 으레 ‘서울 이야기’입니다. 어쩌다가 서울 바깥 이야기가 나오면 ‘여행이나 관광’으로 ‘서울 바깥 이야기’를 다룰 뿐입니다. 한마을에서 즐겁게 뿌리내려 살아가는 사람들 수수한 이야기를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이나 책에서 거의 안 다루거나 제대로 못 다룰 뿐 아니라, 교과서에서도 이 대목을 못 짚습니다. 시골학교도 도시학교나 서울학교하고 똑같은 교과서를 쓰니, 시골학교를 다니더라도 ‘서울 교육’을 하고 맙니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서울을 으뜸으로 치고, 큰 도시를 버금으로 치며, 아무튼 시골을 떠나면 딸림으로 칩니다. 시골에 남으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나마 읍내로 나가야 한다고 여기고, 읍내가 아니면 면소재지라도 가야 한다고 여깁니다. 이리하여, 시골에서 ‘여느 마을’에 남는 어린이나 젊은이는 거의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은 좋든 싫든 시시콜콜 알게 되지만, 정작 내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 일은 제대로 알 수 없는 불합리한 현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 중심주의는 오래전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이는 지역을 무시하는 서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서울만 바라보는’ 지역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 운이 좋아 서울로 간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지역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자리잡는 게 상식이에요. (206쪽)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는 아홉 사람이 아홉 갈래 눈길로 인권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법에 적힌 인권이 아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서 누리는 사람다운 삶을 바라보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법에서 다루든 안 다루든, 법을 알든 모르든, 사람으로 이 땅에 태어나서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차근차근 짚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두레나 품앗이나 울력은 아주 멋지고 아름다운 인권이라고 할 만합니다. 예부터 마을살이는 서로 아끼고 보살필 줄 아는 ‘인권사랑’이었다고 할 만합니다. 총이나 칼이 아니라 낫이랑 호미를 벼려서 흙을 일구는 사람은 흙을 아낄 뿐 아니라 ‘흙에 기대어 흙을 돌보는 사람’을 함께 아낍니다. 흙에서 나는 열매를 먹는 사람은 ‘흙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를 모두 아낄 뿐 아니라, ‘풀과 나무에 기대어 사는 모든 목숨’을 골고루 아낍니다.


      인권이란 언제나 평등이면서 평화입니다. 평등하지 않은 인권은 없습니다. 평화롭지 않은 인권은 없습니다. 사랑스럽지 않은 인권은 없고, 아름답지 않은 인권은 없습니다. 나한테만 도움이 될 인권이 아니라, 나와 너 모두한테 도움이 되면서, 풀과 새와 바람과 햇볕한테도 함께 도움이 될 인권입니다.



    국가보안법은 역사적 기원을 봐도 그 성격을 알 수 있어요. 일제강점기 때 치안유지법을 그대로 가져다 베낀 겁니다. 치안유지법이라는 게 천왕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 자를 반역자로 처벌한다는 내용이에요. 그러니까 당시에 독립운동을 하거나 일제강점에 반대하는 사람은 죄다 범법자가 되는 거였어요. (243쪽)



      통일과 평화를 바란다면 ‘통일법’이나 ‘평화법’이 있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이나 ‘치안유지법’ 따위가 아닙니다. 미사일이나 탱크로는 평화를 지키지 않습니다. 오직 평화로운 손길과 마음일 때에 평화를 지킵니다. 괭이로 흙을 갈고, 호미로 흙을 다지며, 낫으로 풀을 베는 손길일 때에 평화를 나눕니다.


      밥 한 그릇을 함께 먹는 사람이 평화를 지키거나 나눕니다. 총부리를 겨누는 사람은 평화를 지키지도 않고 나누지도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이 대목을 배워야 합니다. 얘야,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주먹을 흔들거나 발길질을 한다면 평화로울까, 아니면 서로 빙그레 웃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놀 때에 평화로울까? 아이들은 곧 알 테지요. 인권이나 인문학이라는 말은 몰라도, 아이들은 평화로운 사랑과 아름다운 삶을 알 테지요.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나지 않았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누가 뭐래도 후쿠시마 지역 주민이고요. 그런데 이 지역에 원전이 들어선 이유가 무엇입니까? 바로 일본 주요 대도시에 전기를 제공하기 위해서잖아요. 결과적으로 다수를 위해 지역의 소수자가 희생하게 된 겁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강정, 신고리원전의 전기를 실어 나를 송전탑이 지어지는 밀양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305쪽)



      일본 후쿠시마에서 터진 핵발전소 때문에 후쿠시마에서 살던 사람은 거의 다 죽었고, 후쿠시마는 이제 아주 오랫동안 ‘버려진 땅’이 되어야 합니다.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가 터졌으니 ‘도쿄사람(서울사람)’은 걱정이 덜 하다고 할 텐데, 참말 도쿄사람은 걱정이 덜 할까요? 도쿄사람은 도쿄에서 핵발전소가 안 터져서 가슴을 쓸어내릴 만할까요? 도쿄가 아닌 ‘일본 다른 이웃’이 핵발전소 때문에 죽고 사라졌어도 걱정이 없을까요?


      인권과 평화라고 한다면, 해군기지는 강정에도 인천에도 속초에도 부산에도 들어설 수 없습니다. 인권과 평화라고 한다면, 송전탑은 밀양에도 청도에도 대전에도 서울에도 들어설 수 없습니다. 참말 어디에 해군기지나 송전탑을 때려지어야 할까요? 참말 어디에 군부대를 들이거나 전투기와 잠수함과 핵무기 따위를 거느려야 할까요?


      아무 곳도 없습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야 할 자리는 아무 데도 없습니다. 송전탑이나 핵발전소가 들어서야 할 자리는 아무 데도 없습니다.


      이제는 전쟁무기가 아닌 평화로운 손길로 사람다운 삶(인권)을 지키는 길을 생각하고 찾아야 합니다. 이제는 대량소비와 대량생산을 되풀이하는 자본주의 대량발전이 아닌, 지역발전과 깨끗한 발전과 아름다운 삶(평화)을 가꾸는 전기를 살피고 헤아려야 합니다.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는 인권이 묻는 말에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문학을 다룹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대통령이나 정치꾼이나 지식인도 이야기를 해야 할 테지만, 다른 사람더러 이야기를 하라고 맡기거나 떠넘기지 말고, 여느 아이들하고 살아가는 여느 어버이요 어른인 우리 스스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인권은 무엇이고, 인권을 가꾸는 길은 무엇이며, 인권을 사랑하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하루가 무엇인지, 바로 우리 스스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4348.8.11.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청소년 인문책)

  •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23 전쟁무기와 핵발전소로는 인권을 못 지킨다 ―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  박경...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23



    전쟁무기와 핵발전소로는 인권을 못 지킨다

    ―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

     박경서, 김창남, 오인영, 조효제, 안수찬, 이상재, 김희수, 이찬수, 오창익

     철수와영희 펴냄, 2015.8.15. 15000원



      아침에 미역국을 끓입니다. 미역국은 우리 식구가 즐겁게 먹습니다. 저마다 제 국그릇에 미역국을 덜어서 맛나게 먹습니다. 더 먹고 싶으면 얼마든지 더 떠서 먹고, 배가 부르면 그만 먹습니다.


      미역국을 받는 아이들은 서로 종알종알 조잘조잘 노래를 부르듯이 놀면서 밥술을 비웁니다. 밥 한 술을 뜨면서 두 마디를 하고, 밥 한 술을 입에 넣으면서 세 가지 놀이를 하며, 밥 한 술을 씹어서 삼키는 사이에 이리 뛰고 저리 달립니다.


      아이들로서는 언제 어디에서나 놀이가 되니까, 밥상맡에서도 밥놀이입니다. 놀면서 크고, 놀면서 생각을 키우며, 놀면서 하루가 즐겁습니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치지 않고 뛰어놉니다. 이 아이들을 바라보면, 사람으로 태어나서 삶을 짓는 뜻이란 바로 웃음이랑 노래랑 이야기로구나 하고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인권의 도시 제네바는 다른 한편으로 환경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도시환경에 대한 관리가 치밀해요 … 우리나라의 보수세력들이 생각하듯이 인권이라는 게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저는 인권에서만큼은 보수니 진보니 할 것 없이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1, 27쪽)


    자본의 속성은 기본적으로 이윤추구예요. 그러다 보면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만 생산합니다. 획일화되지요. 우리가 TV를 켜면 10대들을 위한 노래만 흘러나온다고 불만을 털어놓지요. 10대들은 또 재미도 없는 막장드라마만 보느냐고 기성세대들을 비웃습니다. (84쪽)



      박경서 님을 비롯해 모두 아홉 사람이 함께 이야기꽃을 펼쳐서 묶은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철수와영희,2015)를 읽습니다. 책이름처럼 ‘인권’을 다루는 책이고, 인권을 ‘인문학’으로 바라보려고 하는 책입니다.


      인권은 “사람 권리”나 “사람 된 권리”나 “사람다운 권리”를 가리킵니다. 사람으로서 누리거나 즐기는 권리란 “사람으로서 살 기쁨”이나 “사람답게 누릴 아름다움”이나 “사람이 되어 가꾸는 사랑”이라고 할 만해요.


      인문학은 “사람이 지은 삶”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사람이 지은 삶”은 말과 문학과 역사와 생각이라 할 테고, ‘인문학으로 인권을 바라본다’고 한다면, 사람으로서 이 땅에 지은 삶을 바탕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누릴 아름다움과 사랑을 바라보려고 한다는 뜻이리라 느낍니다.



    한국에서는 4년제 대학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 언론사 시험 치고 기자가 됩니다. 그들은 언론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고, 한국 대학 교육의 특성상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대한 교양도 매우 부족합니다. 오직 논술과 작문의 글쓰기만 집중적으로 연습하여 기자가 됩니다. (171쪽)



      법에 적히기에 지켜 주어야 할 인권이 아닙니다. 법에 적히지 않아도 아끼고 보살필 수 있어야 할 인권입니다. 법에 적힌 만큼 지켜 주면 되는 인권이 아닙니다. 법에서 밝히지 않아도, 사람들 스스로 어깨동무하면서 아름다운 삶과 사랑스러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할 인권입니다.


      인권조례가 있어야 인권을 지킬까요? 아닙니다. 내가 나를 참다이 바라보면서 제대로 아낄 수 있어야 인권을 지킵니다. 네가 나를 꾸밈없이 바라보고, 내가 너를 스스럼없이 마주하면서, 기쁘게 어깨동무하는 자리에서 인권을 지킵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를 보면, 법에 적힌 인권을 제대로 지키는 일이 드물기도 하고, 법에 안 적힌 인권은 아예 안 쳐다보기까지 합니다. 함께 사는 이 땅을 헤아리기보다는 다툼과 경쟁으로 내모는 사회 얼거리입니다. 서로 돕는 이 터를 살피기보다는 저마다 밥그릇을 먼저 챙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다그치는 사회 틀입니다.



    우리나라 빈곤층은 아르바이트, 계약직, 비정규직과 실업의 악순환을 벗어날 길이 없는 겁니다 … 국가가 부강해진다고 해서 알아서 국민들의 가난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게 역사적 교훈입니다. 우리가 요구해야 해요. 복지야말로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194, 196쪽)



      ‘서울’은 여러 ‘지방’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서울은 언제나 ‘서울’이기만 하면서, 이 나라에서 한복판이나 기둥으로 여기곤 합니다. 서울에 있어야 높이 여기기 일쑤이고, 서울에 있지 않으면 낮게 깎아내리기 마련입니다. 서울에서 살며 ‘서울 바깥’을 깎아내리기도 하지만, ‘서울 바깥’에서 사는 사람들 스스로 ‘서울 바깥’을 깎아내리곤 합니다.


      사람들은 자꾸 서울로 모이고, 시골이나 작은 도시는 차츰 줄어듭니다. 아무리 커다란 도시가 되어도 ‘서울이 아니’면 ‘안 된다’고 여겨 버릇하고, ‘서울 아닌 커다란 도시’ 둘레에서는 ‘서울로라도 못 가면 다른 큰 도시로라도’ 가야 한다고 여깁니다.


      이러한 흐름은 시골에서도 똑같습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제 고장이나 마을을 사랑하라는 마음을 배우기 어렵습니다. 신문도 방송도 인터넷도 책도 으레 ‘서울 이야기’입니다. 어쩌다가 서울 바깥 이야기가 나오면 ‘여행이나 관광’으로 ‘서울 바깥 이야기’를 다룰 뿐입니다. 한마을에서 즐겁게 뿌리내려 살아가는 사람들 수수한 이야기를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이나 책에서 거의 안 다루거나 제대로 못 다룰 뿐 아니라, 교과서에서도 이 대목을 못 짚습니다. 시골학교도 도시학교나 서울학교하고 똑같은 교과서를 쓰니, 시골학교를 다니더라도 ‘서울 교육’을 하고 맙니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서울을 으뜸으로 치고, 큰 도시를 버금으로 치며, 아무튼 시골을 떠나면 딸림으로 칩니다. 시골에 남으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나마 읍내로 나가야 한다고 여기고, 읍내가 아니면 면소재지라도 가야 한다고 여깁니다. 이리하여, 시골에서 ‘여느 마을’에 남는 어린이나 젊은이는 거의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은 좋든 싫든 시시콜콜 알게 되지만, 정작 내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 일은 제대로 알 수 없는 불합리한 현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 중심주의는 오래전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이는 지역을 무시하는 서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서울만 바라보는’ 지역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 운이 좋아 서울로 간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지역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자리잡는 게 상식이에요. (206쪽)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는 아홉 사람이 아홉 갈래 눈길로 인권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법에 적힌 인권이 아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서 누리는 사람다운 삶을 바라보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법에서 다루든 안 다루든, 법을 알든 모르든, 사람으로 이 땅에 태어나서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차근차근 짚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두레나 품앗이나 울력은 아주 멋지고 아름다운 인권이라고 할 만합니다. 예부터 마을살이는 서로 아끼고 보살필 줄 아는 ‘인권사랑’이었다고 할 만합니다. 총이나 칼이 아니라 낫이랑 호미를 벼려서 흙을 일구는 사람은 흙을 아낄 뿐 아니라 ‘흙에 기대어 흙을 돌보는 사람’을 함께 아낍니다. 흙에서 나는 열매를 먹는 사람은 ‘흙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를 모두 아낄 뿐 아니라, ‘풀과 나무에 기대어 사는 모든 목숨’을 골고루 아낍니다.


      인권이란 언제나 평등이면서 평화입니다. 평등하지 않은 인권은 없습니다. 평화롭지 않은 인권은 없습니다. 사랑스럽지 않은 인권은 없고, 아름답지 않은 인권은 없습니다. 나한테만 도움이 될 인권이 아니라, 나와 너 모두한테 도움이 되면서, 풀과 새와 바람과 햇볕한테도 함께 도움이 될 인권입니다.



    국가보안법은 역사적 기원을 봐도 그 성격을 알 수 있어요. 일제강점기 때 치안유지법을 그대로 가져다 베낀 겁니다. 치안유지법이라는 게 천왕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 자를 반역자로 처벌한다는 내용이에요. 그러니까 당시에 독립운동을 하거나 일제강점에 반대하는 사람은 죄다 범법자가 되는 거였어요. (243쪽)



      통일과 평화를 바란다면 ‘통일법’이나 ‘평화법’이 있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이나 ‘치안유지법’ 따위가 아닙니다. 미사일이나 탱크로는 평화를 지키지 않습니다. 오직 평화로운 손길과 마음일 때에 평화를 지킵니다. 괭이로 흙을 갈고, 호미로 흙을 다지며, 낫으로 풀을 베는 손길일 때에 평화를 나눕니다.


      밥 한 그릇을 함께 먹는 사람이 평화를 지키거나 나눕니다. 총부리를 겨누는 사람은 평화를 지키지도 않고 나누지도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이 대목을 배워야 합니다. 얘야,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주먹을 흔들거나 발길질을 한다면 평화로울까, 아니면 서로 빙그레 웃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놀 때에 평화로울까? 아이들은 곧 알 테지요. 인권이나 인문학이라는 말은 몰라도, 아이들은 평화로운 사랑과 아름다운 삶을 알 테지요.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나지 않았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누가 뭐래도 후쿠시마 지역 주민이고요. 그런데 이 지역에 원전이 들어선 이유가 무엇입니까? 바로 일본 주요 대도시에 전기를 제공하기 위해서잖아요. 결과적으로 다수를 위해 지역의 소수자가 희생하게 된 겁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강정, 신고리원전의 전기를 실어 나를 송전탑이 지어지는 밀양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305쪽)



      일본 후쿠시마에서 터진 핵발전소 때문에 후쿠시마에서 살던 사람은 거의 다 죽었고, 후쿠시마는 이제 아주 오랫동안 ‘버려진 땅’이 되어야 합니다.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가 터졌으니 ‘도쿄사람(서울사람)’은 걱정이 덜 하다고 할 텐데, 참말 도쿄사람은 걱정이 덜 할까요? 도쿄사람은 도쿄에서 핵발전소가 안 터져서 가슴을 쓸어내릴 만할까요? 도쿄가 아닌 ‘일본 다른 이웃’이 핵발전소 때문에 죽고 사라졌어도 걱정이 없을까요?


      인권과 평화라고 한다면, 해군기지는 강정에도 인천에도 속초에도 부산에도 들어설 수 없습니다. 인권과 평화라고 한다면, 송전탑은 밀양에도 청도에도 대전에도 서울에도 들어설 수 없습니다. 참말 어디에 해군기지나 송전탑을 때려지어야 할까요? 참말 어디에 군부대를 들이거나 전투기와 잠수함과 핵무기 따위를 거느려야 할까요?


      아무 곳도 없습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야 할 자리는 아무 데도 없습니다. 송전탑이나 핵발전소가 들어서야 할 자리는 아무 데도 없습니다.


      이제는 전쟁무기가 아닌 평화로운 손길로 사람다운 삶(인권)을 지키는 길을 생각하고 찾아야 합니다. 이제는 대량소비와 대량생산을 되풀이하는 자본주의 대량발전이 아닌, 지역발전과 깨끗한 발전과 아름다운 삶(평화)을 가꾸는 전기를 살피고 헤아려야 합니다.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는 인권이 묻는 말에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문학을 다룹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대통령이나 정치꾼이나 지식인도 이야기를 해야 할 테지만, 다른 사람더러 이야기를 하라고 맡기거나 떠넘기지 말고, 여느 아이들하고 살아가는 여느 어버이요 어른인 우리 스스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인권은 무엇이고, 인권을 가꾸는 길은 무엇이며, 인권을 사랑하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하루가 무엇인지, 바로 우리 스스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4348.8.11.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청소년 인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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