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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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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쪽 | 규격外
ISBN-10 : 8925552779
ISBN-13 : 9788925552774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양장] 중고
저자 도종환 |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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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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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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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다시 읽는, 도종환의 시화선집! 우리 시대 대표 서정시인 도종환의 시화선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책은 도종환 시인이 30년 동안 펴낸 아홉 권의 시집 중에서 아끼고 좋아하는 시 61편을 골라 ‘물의 화가’라 불리는 송필용 화백의 그림 50점과 함께 엮은 시화선집이다. 시와 그림을 통해 ‘고요와 명상’을 형상화한 두 작가가 전하는 ‘마음의 풍경화’는 잔잔한 위로가 되어준다. 이번 개정판은 도종환 시인의 초판 부록 시와 송필용 화백의 초판 수록 작품 외 추가된 신작을 재편해 여백이 깊어진 디자인으로 시심을 더욱 풍부하게 했다. 마음의 여백이 필요한 모든 이들, 간절한 사랑이 필요한 이들에게 소리 없이 잦아드는 시의 숲을 거닐어본다.

저자소개

저자 : 도종환
저자 도종환은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그동안『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당신은 누구십니까』,『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 『흔들리며 피는 꽃』,『해인으로 가는 길』,『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등의 시집과『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등의 산문집을 냈다. 신동엽창작상, 정지용문학상, 윤동주상문학부문대상, 백석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림 : 송필용
그린이 송필용은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서울 학고재갤러리, 이화익갤러리, 금호미술관 등에서 17회에 걸쳐 개인전을 열었으며, 〈한국국제아트페어〉, 〈진경-그 새로운 제안(국립현대미술관)〉, 〈몽유금강(일민미술관)〉등 국내외 기획 초대전에 참가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금호미술관, 청와대, 미술은행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목차

개정판 시인의 말
초판 시인의 말

1부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단풍 드는 날 | 가을 저녁 | 바람이 오면 | 꽃잎 | 담쟁이 | 늦가을 | 여백 | 처음 가는 길 | 희망의 바깥은 없다 | 홍매화 | 저무는 꽃잎 | 깊은 가을 | 시래기
2부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초겨울 | 산벚나무 | 산경 | 폐허 이후 |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빈 방 | 그리운 강 | 오늘 밤 비 내리고 | 자작나무 | 낙화 | 개울 |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3부 꽃이 피고 저 홀로 지는 일
쓸쓸한 세상 | 섬 | 꽃다지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초저녁 | 혼자 사랑 | 눈 내리는 벌판에서 | 산 너머에서 | 오월 편지 | 나리소 | 꽃씨를 거두며 | 쑥국새
4부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이 세상에는 | 그대 잘 가라 | 꽃잎 인연 | 어떤 마을 | 목련나무 | 봄의 줄탁 | 연필 깎기 | 어린이 놀이터 | 빈 교실 | 세우 | 눈물 | 돌아가는 꽃
5부 함께 먼 길 가자던 그리운 사람
흔들리며 피는 꽃 | 먼 길 | 저녁 무렵 | 깊은 물 | 나무 | 산맥과 파도 | 상선암에서 | 벗 하나 있었으면 | 풀잎이 그대에게 | 쇠비름 | 우기 | 강

책 속으로

나는 운명이라는 말 앞에 경건해지곤 합니다. 인생이라는 말에 숙연해지곤 합니다. 시를 쓰는 일이 운명을 사랑하는 일이기를 바랍니다. 시를 통해 내 인생을 진지하게 통과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시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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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명이라는 말 앞에 경건해지곤 합니다. 인생이라는 말에 숙연해지곤 합니다. 시를 쓰는 일이 운명을 사랑하는 일이기를 바랍니다. 시를 통해 내 인생을 진지하게 통과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시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시는 이미 내 운명입니다. 그러나 내 시가 너무 무겁지 않기를 바랍니다. 너무 고통스러운 언어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암호이기는 더더욱 반대합니다. 편안하기를 바랍니다. 할 수 있다면 고요하기를 바랍니다. 매화처럼 희고 고요하고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 ‘개정판 시인의 말’ 중에서 , <본문 5쪽>

몸 끝을 스치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마음을 흔들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저녁 하늘과 만나고 간 기러기 수만큼이었을까
앞강에 흔들리던 보름달 수만큼이었을까
가지 끝에 모여와주는 오늘 저 수천 개 꽃잎도
때가 되면 비 오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흩어지리
살아 있는 동안은 바람 불어 언제나 쓸쓸하고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도
빗발과 꽃나무들 만나고 헤어지는 일과 같으리
- 「꽃잎 인연」전문, <본문 94쪽>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 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굽이 많은 이 세상의 시냇가 여울을
- 「깊은 물」전문, <본문 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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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詩로 그린 마음의 풍경화 우리 시대 대표 서정시인 도종환의 시화선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가 새로운 만듦새로 출간되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출간 이후 8년간 시집으로서는 드물게 7만 부가 팔려나간 독보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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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그린 마음의 풍경화
우리 시대 대표 서정시인 도종환의 시화선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가 새로운 만듦새로 출간되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출간 이후 8년간 시집으로서는 드물게 7만 부가 팔려나간 독보적인 스테디셀러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 책은 도종환 시인이 30년 동안 펴낸 아홉 권의 시집 중에서 아끼고 좋아하는 시 61편을 골라 ‘물의 화가’라 불리는 송필용 화백의 그림 50점과 함께 엮은 시화선집이다. 그간 시와 그림을 통해 ‘고요와 명상’을 형상화한 두 작가의 ‘마음의 풍경화’가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해주었다. 특히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라는 구절은 드라마를 비롯해 유명인들의 애송시로 자주 인용되어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이번 개정판은 도종환 시인의 초판 부록 시와 송필용 화백의 초판 수록 작품 외 추가된 신작을 재편해 여백이 깊어진 디자인으로 시심(詩心)을 더욱 풍부하게 하였다.

절망으로 가장 뜨거운 순간을 지나, 희망의 詩
이 책은 1부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2부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3부 ‘꽃이 피고 저 홀로 지는 일’, 4부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85부 ‘함께 먼 길 가자던 그리운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61편의 시에는 언뜻 적막함이 강물처럼 흐른다. 비 내리고 꽃은 지고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온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그 세월 속에서 시인은 ‘마음 기댈 곳 없고’(「오늘 밤 비 내리고」),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살아있는 동안 바람 불어 언제나 쓸쓸해(「꽃잎 인연」) 소리 없이 아팠지만 그 시간이 지나 결국 곧고 맑은 나무로 자라고(「자작나무」), 흔들리며, 비에 젖으며 아름다운 꽃들로 피어났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

도종환 시인이 소재로 삼은 ‘꽃’, ‘담쟁이’, ‘시래기’, ‘자작나무’, ‘강’은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다. 젖으면서도 따뜻한 빛깔을 피워내는 꽃, 함께 손잡고 벽을 오르는 담쟁이, 험한 바위를 만날수록 아름다운 파도……. 그들의 모습을 통해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늘 깨어 흐른다면 우리의 절망도 그리 무겁지 않으리라는 시인의 담담한 이야기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가슴을 조용히 울린다.
이처럼 도종환 시인은 자연 속에서 삶, 사랑, 희망, 행복을 읽어내 쉬우면서도 간결한 시어로 풀어낸다. 맑고 잔잔한 마음이 전해져오는 그의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다가온다. 무겁거나 어려운 암호가 아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삶의 풍경과 자연에서 포착한 생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시가 앵두꽃, 자두꽃, 산벚꽃, 제비꽃 같기를 바랍니다. 크고 화려한 꽃이 아니라 작고 소박하고 은은한 꽃이기를 바랍니다. 목마른 이에게 건네는 맑은 물 한 잔이기를 바랍니다. 상처받은 이들에게 격려의 악수가 되기를 바랍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이에게 다가가는 한 장의 엽서이기를 바랍니다. 머리로 이해하기보다는 가슴으로 다가가는 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친 이 옆에 놓여있는 빈 의자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 개정판 시인의 말 中

‘생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생의 비의’를 담은 그의 시는 어떤 이에게는 ‘위로’의 언어를, 어떤 이에게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건넨다. 시인의 말 그대로 시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성장통의 시간, 폐허를 견디는 시간이 있었기에 아름다운 것이 바로 사람이고, 인생이다.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버린 골짜기에
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폐허 이후」 전문

시화선집 곳곳에 자리한 송필용 화백의 적요한 강, 바다, 하늘 위를 거니는 것은 ‘사랑’의 시어들이다. 지난한 시간을 통과한 절망과 슬픔은 사랑이라는 꽃잎을 피워낸다. 고난의 길 끝에 찾아온 그 사랑을 일러 도종환 시인은 ‘인간에게 늘 찾아오는 가장 절실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라 한다. 아픔은 머물다 가게 마련이고 그 아픈 소망이 아니라면 사랑도, 삶도, 시도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의 여백이 필요한 모든 이들, 간절한 사랑이 필요한 이들에게 소리 없이 잦아드는 세우(細雨) 같은 시의 숲을 거닐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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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도서관에서 맨 처음 나온 판을 읽고(현재 절판), 지금껏 읽었던 시집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시집이라 구매했다. 마음같아선...
    도서관에서 맨 처음 나온 판을 읽고(현재 절판), 지금껏 읽었던 시집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시집이라 구매했다.

    마음같아선 단행본으로 사고싶었다. 양장본의 표지는 모던하고 깔끔한 느낌이 나서 좋긴 하지만 시집으로서는 단행본의 표지를 꽉 채우는 색감과 그림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절판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3천원정도 더 내서 양장본을 샀다. 마음에 걸린게 하나 더 있었는데, 양장본은 드라마를 이용해서 마케팅한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소비자부담이 늘어나기 때문.

    그림이 더 보기 좋아졌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집이 너무 크고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느끼는게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론 너무 돈벌이에만 집중해서 이 책을 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쉽다.

    책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시 한 편 올려본다.

    우기

    새 한 마리 젖으며 먼 길을 간다
    하늘에서 땅 끝까지 적시며 비는 내리고
    소리 내어 울진 않았으나
    우리도 많은 날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으며
    남모르는 험한 길을 많이도 지나왔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되어 적실 듯 무거웠고
    세상은 우리를 버려둔 채 낮밤 없이 흘러갔다
    살다보면 매지구름 걷히고 하늘 개는 날 있으리라
    그런 날 늘 크게 믿으며 여기까지 왔다
    새 한 마리 비를 뚫고 말없이 하늘 간다.

    이런 분위기의 시가 많다. 제목이 주는 느낌처럼, 흔들리는 꽃처럼, 파도에 부딪히는 바위처럼...
    어려움에 부딪혀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 도종환 시인의 시화선집...그림과 함께 하는 시가 감동적이다. 그림과 글이 너무 잘 어울려 보는 내내 즐거웠다. "내 ...

    도종환 시인의 시화선집...그림과 함께 하는 시가 감동적이다.

    그림과 글이 너무 잘 어울려 보는 내내 즐거웠다.

    "내 시가 여러분에게 '위로'의 언어이기를, 내게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기를 소원합니다" 라는 시인의 말..

    위로가 되는 따뜻한 말이 가득한 시들도 있고, 깨달음을 주는 표지판을 달고 있는 시들도 있다.

    괜찮아 괜찮아.. 흔들려도 괜찮아..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서점, 수많은 책들 앞에서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아빠, 어떤 시인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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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 수많은 책들 앞에서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아빠, 어떤 시인 좋아해?"라고 묻던 작년과는 다르게 두 달 가까이 소원해진 아빠의 생일에 어떤 책을 살지 묻지도 못하고 혼자서 책들 사이를 기웃거렸을 딸아이의 마음이 담긴 그런 시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를 선물로 받았다. <접시꽃 당신>으로 기억되는 절절하고 아름다운 그의 시어는 내 청춘을 마르지 않게 해줬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의 시를 읽었다. 아니 일용할 양식인 양 두 번, 세 번 꼭꼭 씹었다. 

    시는 말로 만들어진 그림인데 나는 그 그림을 설명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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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시는 절절하지 않으면, 가슴을 후벼파는 것이 아니면, 울컥 치솟는 것이 아니면 시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가장 뜨거운 순간이 담겨 있지 않으면, 간절한 사랑과 아픈 소망이 아니면 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한다. 나 역시 시는 아픔이 담겨야 더 아프고, 절절한 사랑 노래여야 애절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세월에 감정이 버석거려 그런 건지 절절하거나 가슴을 후벼파진 않는다.

    다만 아내를 잃은 헛헛한 마음이, 자연 속에 발견하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담담히 담겨 있다. 이런 시인이 고르고 고른 61편과 그와 어울려지는 송필용 화백의 그림을 함께 담았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던 절절한 사랑이 아니라 뜨거운 감정을 쏟아내는 그런 시가 아니라 아쉬운 건지 모르겠다. 매일이 고통스러울 순 없겠지만 많은 날들이 그러하기에 오늘처럼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만나는 밤에는 왠지 감정이 말랑해져 시인의 말에 푹 젖는다.

     

    상선암에서 -도종환-


    차가운 하늘을 한없이 날아와
    결국은 바위 위에 떨어진 씨앗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흙 한톨 없고 물 한방울 없는 곳에 
    생명의 실핏줄을 벋어내릴 때의 그 아득함처럼 
    우리도 끝없이 아득하기만 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바위 틈새로 줄기를 올리고 가지를 뻗어세운 
    나무들의 모습을 보라

    벼랑끝에서도 희망은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희망은 있는 것이다 
    불빛은 아득하고 
    하늘과 땅이 뒤엉킨 채 어둠에 덮여 
    우리 서 있는 곳에서 불빛까지의 거리 막막하기만 하여도 
    어둠보다 더 고통스러이 눈을 뜨고 
    어둠보다 더 깊은 걸음으로 가는 동안 
    길은 어디에라도 있는 것이다
    가장 험한 곳에 목숨을 던져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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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화선집 알에이치코리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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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화선집

    알에이치코리아 2007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속사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 앞에 서는 것과 같다.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치고 악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게 된다. 물론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의 대 주제는 구도자적 글쓰기라는 명분이 붙는다.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떻게 설 것인가? 라는 대 주제아래 늘 떨어야 한다. 이는 한 개인이 가진 글을 쓰는 철학이라 할까, 그렇게 글을 쓴다. 그것이 어떤 주제건 보이지 않는 핵심이 된다. 이는 마치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음식 속에 들어간 소금은 보이질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 하여 그 존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원래 소금의 역할은 자신의 외형적 존재는 감추나 본질을 변화시키는 역할인 것이다. 글을 쓰는 철학이 그런 의미인 셈이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그 책의 내용보다는 우선적으로 그 책을 집필한 사람의 인생을 보고 싶어진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 너머에 있는, 행간사이에 깃든 그 사람을 읽으려 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님의 시화선집은 내 본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의 고백이 내가 살아온 인생길을 되돌아보게 한다. 시인은 30년간 시 작업에 전염하신 분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만나지 못한 한 편의 시가 있다는 고백을 한다. 어쩌면 그것이 글을 쓰기 위해 자기 영혼이 떨었던 성숙한 사람만이 고백할 수 있는 표현일 것이다. 과연 자신이 걸어온 인생에 만족할 만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자신의 삶에 대해 불만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만족 속에 불만족의 씨앗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 씨앗은 계속해서 성숙해 지고 영글어 가는 과정을 향해 채찍을 휘두른다. 내 인생에 시를 지도해 주신 고강 김준환 선생은 입버릇처럼 말하곤 하셨다. 죽기 전에 시 한편 제대로 쓰시고 싶다는 말이다. 언뜻 들으면 이해할 수 없는 말이지만 깊이 되새겨 보면 시인다운 표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저자 역시 그런 연유에서 글을 쓰고 있음을 고백한다. 주옥같은 시들을 이미 세상에 남겼지만 아직 만나지 못한 그 한편의 시가 그를 시인답게 만들어 간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13, 2부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12, 3부 꽃이 피고 저 홀로 지는 일 12, 4부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12, 5부 함께 먼 길 가자던 그리운 사람 12편이다. 마음이 알싸해 진다. 그리고 겸손해 진다. 조심스레 서랍을 여는 느낌이랄까, 그 속에 무엇을 숨겨 놓았는지 짐작을 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빛바랜 연애편지를 꺼내 옛 사랑의 감흥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그의 시를 한편, 한편 정독을 한다. 하늘을 날면 같이 하늘을 날아 보고, 꽃 한 송이 앞에서 감동받을 때 함께 그 꽃 앞에 머물러 선다.

     

    <가을저녁>

     

    기러기 두 마리 날아가는 하늘 아래

     들국화는 서리서리 감고 안고 피었는데

     사랑은 아직도 우리에게 아픔이구나

     바람만 머리채에 붐비는 가을 저녁” (p17)

     

    시인이 시를 쓴다는 것은 어떤 행위가 아니라 삶 그 자체여야 한다. 시로써 생각하고, 시로써 길을 걷고, 시로써 음식을 먹으며, 시로써 삶을 살아야 한다. 시구가 떠올라 끄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시어들은 언제나 돌출 구를 찾기 위해 내면세계에서 비등점을 향해 끓어오르고 있어야 한다. 어느 정점에 다다라서는, 혹은 어느 사물을 통하여 그 시어는 비등점에서 폭발하여 아름다운 시가 되어 세상에 빛을 보게 된다.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 두 마리를 보고 사랑으로 연결한다는 것은 어설픈 몸짓이 아니라 세포 자체가 시어로 채워져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람이 오면>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p18)

     

    시인은 바람 앞에 떨어야 하며, 그리움과 아픔을 벗 삼아야 한다. 세월조차도 그냥 곁에서 나란히 걷게 해야 한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친구 삼는다. 어느 모임에서 한 분은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부부싸움을 해야 시를 쓰신다는 이야기 였다. 시로써 마음을 전하고 화해를 시도할 때 마음이 녹아 진다는 말이었다. 시집 한권을 내시려면 몇 번을 싸우셔야 하나요?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해 보았다. 고통이 올 때, 넘어야 할 산이 있고, 건너야 하는 강이 있을 때 알지 못하는 힘이 솟아난다. 그러할 때 쓰이는 시어는 마음을 움직일 만큼 감동적이다. 생각해 보면 너무 위태로운 발상이다. 일상의 삶이 그렇게 고통의 골목길로 몰아가야 글이 되고 시가 된다면 그 누구도 시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표현이 그러한 것이지 실상 시를 쓴다는 것은 기쁜 일이며, 시 뿐 아니라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의 시간이기 보다는 가치 있는 행복의 시간이다. 인생 자체가 앞서 간 사람의 길을 따라 간다지만 모든 길이 낯설고 처음 가는 길과 같다. 들어서 익숙하지만 내가 걷는 것은 낯선 길이며 초행길이다. 글을 쓴다는 것이 궁지에 몰려야 만이 쓸 수 있다는 것 역시 누군가의 초행길의 고백일 뿐이다.

     

    <처음 가는 길>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p26)

     

    인생이 그런 것이다. 봄의 화려함에 취하지 말아야 한다. 그 봄을 맞이하기 위해선 봄부터 소쩍새는 울어야 했고 천둥은 구름 속에서 몸살을 앓아야 했던 인고의 철학을 배워야 한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존재할 수 없다. 과거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문명의 발달로 꽃이 피는 과정을 빠른 속도의 영상으로 본다면 꽃 방울 터뜨리기 위해 흔들리는 모습을 실감나게 볼 수 있게 된다. 시인의 마음을 느낀다. 그것이 인생인 것을 그의 시를 통하여 배운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p112)

     

    존재하는 실존의 하늘 보다는 누군가 바라본 하늘의 설명을 들을 때, 혹은 노래하는 그 하늘이 더 감동적인 법이다. 시인의 고백이 어떻게 보면 작은 동산을 오르기 위해 헐떡이는 내 심경에 돌덩이 하나 빠뜨린다.

     

    그렇게 30년 가까이 시를 썼습니다. 그래서 제 시에는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습니다. 골짜기 물처럼 말들이 넘쳐흐르곤 합니다. 더 많은 진정성을 담고, 더 경건해 지고자 말들이 두 손을 모으는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30년 가까이 쓴 시들 중에 나중에 오래오래 사람들의 가슴에 남을 시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니 두려워집니다. (......) 어쩌면 뒷세상에 오래오래 남을 시 한 편은 아직 쓰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한 편을 쓰는 일이 시를 많이 쓰는 일보다 더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pp6-7)

     

    그의 시 한편 가슴 깊이 새겨 넣는다. 그 강에 흐르게 한다. 마치 에덴동산에서 발원했던 비손, 기혼, 힛데겔, 유브라데 강물처럼…….

     

    <>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간다

     가장 더러운 것들을 싸안고 우리는 간다

     너희는 우리를 천하다 하겠느냐

     너희는 우리를 더럽다 하겠느냐

     우리가 지나간 어느 기슭에 몰래 손을 씻는 사람들아

     언제나 당신들보다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흐른다” (p133)

     

     

  •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을까요? 내가 흔들리는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자연이 담겨있고 인생이 담겨있고 ...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을까요?

    내가 흔들리는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자연이 담겨있고 인생이 담겨있고 사랑이 담겨있는

    거창하지 않고 어우러져 사는 삶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소리없이 흔들림을 지켜보며 응원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도종환님의 시와 어울리는 삽화들은 시를 향한 감성을 더울 극대화 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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