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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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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쪽 | 규격外
ISBN-10 : 8997969706
ISBN-13 : 9788997969708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중고
저자 고미숙 | 출판사 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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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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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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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길을 갈 것인가, 내가 길을 열어갈 것인가!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는 삶 자체가 ‘길 없는 대지’ 위를 걸어가는 여행이라고 말하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고전문학 작품들 중 길 위에서 ‘길’을 찾는, ‘길’ 자체가 주인공이자 주제인 고전들을 특유의 현재적 시선으로 새롭게 읽어내는 책이다. 이름하여, 여행기 고전. 《서유기》,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걸리버 여행기》, 《열하일기》들이 바로 고미숙이 뽑은 ‘로드클래식’ 작품들이다.

고미숙은 ‘로드클래식’ 작품 속 주인공들을 통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기술들을 펼쳐 보인다. 가령 《서유기》의 삼장법사와 아이들을 통해서는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그리스인 조르바》 속 조르바를 통해서는 욕망이나 두려움에 휘둘리지 않는 충만한 자유란 무엇이며 어째서 인간은 곧 자유인지에 대해, 고전 텍스트와 현실을 넘나들며 이야기한다. 그야말로 고전을 읽는 것이 어떻게 곧 삶에 대한 탐구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소개

저자 : 고미숙
저자 고미숙은 고전평론가. 강원도 정선군에 속한 작은 광산촌에서 자랐다. 춘천여자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까지 마쳤다. 가난했지만 ‘공부복’은 많았던 셈이다. 다 공부를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기신 부모님 덕분이다. 지난 십여 년간 <수유+너머>에서 활동했고, 2011년 이후 <남산강학원>(kungfus.net)과 <감이당>(gamidang.com)에서 ‘공부와 밥과 우정’을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감이당>의 모토는 몸·삶·글의 일치다. ‘아는 만큼 쓰고, 쓰는 만큼 사는’ 길을 열어가고자 한다. 지금까지 낸 책으로는, 열하일기 삼종세트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전2권)과 달인 삼종세트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동의보감 삼종세트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근대성 삼종세트 『계몽의 시대: 근대적 시공간과 민족의 탄생』, 『연애의 시대: 근대적 여성성과 사랑의 탄생』, 『위생의 시대: 병리학과 근대적 신체의 탄생』 그리고 『윤선도평전』,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다산과 연암 라이벌평전 1탄』,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 등이 있다.

목차

책머리에

프롤로그 : 디지털과 노마드 ㅡ 길 위에서 ‘길’ 찾기
2008년 가을, 그리고 그 이후 │스마트폰, 천국과 지옥 ‘사이’ │몸 ㅡ 생명과 우주의 교차지대 │통즉불통 ㅡ 소유에서 자유로, 증식에서 순환으로! │유동하는 신체, 노마드 │길 위에서 ‘길’ 찾기 ㅡ ‘로드클래식’의 세계 속으로

The World of Road Classic

1부. 열하일기

열하일기 1. 유목, ‘길 없는 대지’!
정주(머묾)와 질주(떠남)의 이중주 │‘통곡’과 함께 길이 열리고 │은밀하게 유쾌하게 │인생도처유‘반전’! │판타지아 혹은 카오스 ㅡ 길 없는 대지

열하일기 여정도

열하일기 2. ‘말과 사물’의 향연
그림자와 메아리 │‘미시사’의 현장 │‘인정물태’의 파노라마 │사물들과 함께 춤을! │줍고 훔치고 가로채고 ㅡ 글쓰기와 병법 │글쓰기, 그 ‘우주적 통쾌함’에 대하여

2부. 서유기

서유기 1. ‘돌원숭이’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돌원숭이’, 그 출생의 비밀 │‘마음’에 대한 인류학적 탐색 │제국의 팽창 ㅡ 전쟁기계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한 까닭은? │삼장법사의 팔자 ㅡ 기구하고 고귀한! │소승에서 대승으로! │버리고, 떠나라!

현장법사 여정도
서유기 여정도

서유기 2. 삼장법사와 아이들 :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밴드’
그 스승에 그 제자 ㅡ 못 말리는 밴드 │손오공 ㅡ 분노와 정념의 화신 │저팔계 ㅡ 탐욕은 나의 운명! │사오정 ㅡ ‘본투비’ 매니저! │삼장법사 ㅡ 이 ‘충만한 신체’를 보라! │구도와 유목이 마주치면? ㅡ 윤리의 탄생

서유기 3. 요괴의 길, 깨달음의 길!
두 개의 여성성 ㅡ 관음보살과 ‘팜므 파탈’ 요괴들│도가 높아질수록 요괴 또한 강해진다네 │내 안에 ‘요괴’ 있다! ㅡ 정착과 불멸 │저기 두 마음이 싸우고 있구나! ㅡ 가짜 손오공 소동 │요괴 퇴치전략 ㅡ 주인을 찾아라! │‘서천’에선 대체 무슨 일이? │무자경전 ㅡ 여행이 끝나자 길이 시작되었다!

3부. 돈키호테

돈키호테 1. ‘미쳐서’ 살고 ‘정신 들어’ 죽다!
광기에 대한 고고학적 탐색│돈키호테보다 더 ‘팔자 센’ 저자, 세르반테스 │세상은 ‘책’이다! ㅡ 방랑의 시작 │‘음허화동’, 광기의 신체성 │이상과 계몽 ㅡ ‘허공에의 질주’ │‘미친’ 에로스의 화신들 │마르셀라, 유일한 자유인 │객줏집 ㅡ 사건과 서사의 집결지 │대체 저자가 누구야?

돈키호테 여정도
세르반테스 여정도

돈키호테 2.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꿈이 아닌가?
시골양반에서 기사로! │‘짝퉁’의 출현 │내가 책이다! │비상 혹은 추락 ㅡ 허공에서 동굴로! │연극이 ‘판치는’ 세상 │대체 누가 진짜 광대야?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꿈이 아닌가? │용맹한 도깨비, 돈키호테의 죽음

돈키호테 3. 길, 로고스의 향연!
길은 미미하나 말은 창대할지니 │웅변의 고매함 vs 속담의 질펀함 │말 vs 말, 그 어울림과 맞섬 │총명한 ‘미치광이’, 숭고한 ‘멍청이’ │식욕과 잠과 말 ㅡ 존재의 삼중주 │보르헤스의 오마주 ㅡ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4부. 허클베리 핀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1. 야생과 탈주의 연대기
내 안에 ‘잭슨 섬’ 있다?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화폐 따윈 필요 없어! │마크 트웨인, ‘불멸의 이름’ │문명, 규율과 폭력의 이중주 │헉과 짐의 ‘운명적’ 조우 │뗏목, 강물 위의 텐트 │정착민의 숙명 ㅡ 원한과 복수 │미시시피 강의 오디세이아

허클베리 핀 여정도
마크 트웨인 여정도

허클베리 핀의 모험 2. 포획과 탈주의 이중주
‘낭독의 달인’, 마크 트웨인 │텍스트는 유동한다! │뗏목 위의 ‘제국’ ㅡ ‘왕과 공작’의 출현 │문명의 그림자 ㅡ 성령과 에로티시즘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그래, 지옥에 가자!” │내 친구 ‘짐’에게 자유를! │톰 소여, 돈키호테의 ‘악동’ 버전 │그리고 탈주는 계속된다!

5부.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 1. 심해를 탐사하는 고래의 ‘충혈된’ 눈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아주 특별한 여행 ㅡ 앉아서 유목하기 │대지의 사나이, 조르바 │에로스의 향연 ㅡ 먹고 마시고 섹스하고 │쾌락에 대처하는 조르바의 ‘노하우’ │여자란 무엇인가? ㅡ 암컷 혹은 아프로디테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아니 인간! │곡괭이와 산투르, 그리고 춤 │‘조국과 하느님’으로부터의 도주 │고래의 ‘충혈된’ 눈
조르바 여정도
두목(나) 여정도
니코스 카잔차키스 여정도

그리스인 조르바 2. 생명과 자유, 그 충만한 매트릭스
‘조르바’라는 학교 │‘조르바’라는 텍스트 │‘우상’에서 ‘연민’으로 │‘공동체’ 혹은 ‘혁명’이라는 허깨비 │우물에 빠진 ‘붓다’? 혹은 ‘붓다’라는 우물! │‘과수댁’, 생의 원초적 충동 │글쓰기, 또 하나의 전쟁터 │조르바, 책이 되다!

6부. 걸리버 여행기

걸리버 여행기 1. ‘야후’(인간과 문명)를 향해 날리는 유쾌한 ‘똥침’
조너선 스위프트, 아이러니의 달인 │와이드 비전 vs 클로즈 업 │지배와 보호를 넘어 │타자의 시선으로 │천공의 섬, 라퓨타 │여성성, 야생의 원천 │ 언어가 사라진 세상, 디스토피아

걸리버 여정도
조너선 스위프트 여정도

걸리버 여행기 2. 유토피아는 없다!
‘아이러니’를 넘어 ‘똥침’으로 │역사, 윤회의 수레바퀴 │영생, 구원이 아니라 저주 │인간, 그대 이름은 “야후” │문명, 부조리한 너무나 부조리한! │야후의 본성 ㅡ 탐욕과 광기 │흐이늠, 덕성의 화신 │‘야후’와 ‘흐이늠’의 사이에서

에필로그 : 길은 ‘길’을 부른다!
인신사해(寅申巳亥) ㅡ 역마살의 도래 │첫번째 여행 : ‘히토쓰바시’, 역사의 아이러니 │두번째 여행 : 윈난성, 야생과 쾌락의 기이한 공존 │세번째 여행 : 뉴욕, ‘허클베리 핀’을 찾아서 │네번째 여행 : 난징, ‘중중무진’의 매트릭스 │그리고 길은 계속된다…

책 속으로

손오공은 인간이 겪는 번뇌의 원천인 ‘탐진치’(貪瞋癡) 가운데 ‘진심’(嗔心)을 대표한다. 진심은 ‘분노’다. 분노는 정의감과 의리 등을 주관하는 마음이다. 그것은 주체성과 리더십, 책임감 등의 원천이지만 지나치게 되면 지배욕과 공격본능으로 나아가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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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은 인간이 겪는 번뇌의 원천인 ‘탐진치’(貪瞋癡) 가운데 ‘진심’(嗔心)을 대표한다. 진심은 ‘분노’다. 분노는 정의감과 의리 등을 주관하는 마음이다. 그것은 주체성과 리더십, 책임감 등의 원천이지만 지나치게 되면 지배욕과 공격본능으로 나아가게 된다. 손오공이 바로 그런 경우다. 처음 원숭이왕이 된 이후, 그의 자존심은 하늘을 찌른다. 제국이 확장될수록 교만도 더더욱 높아져 마침내 옥황상제 앞에서도 ‘고개만 까딱’할 정도로 기고만장이다. 하늘을 뒤집어 놓은 것도 이 욕망을 멈추지 못해서다. (본문 2부 「서유기」 중에서)

이때 혼찌검이 난 탓에 [저팔계의] 성욕은 좀 잦아들었으나 식욕만은 도무지 제어가 안 되어 가는 곳마다 물의를 일으킨다. 게다가 그걸 채우기 위해 쉬지 않고 ‘잔머리’를 굴린다. 그 과정에서 손오공과 삼장법사를 이간질하는 게 다반사다. 식탐에다 여색을 밝히는 건 기본이고, 게으르고 비열하고 덜떨어지고……, 저팔계의 악덕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래서 몹시 의아했다. 어떻게 이런 인물이 구법의 길을 갈 수 있는가 하고. 하지만 문득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저것이 바로 중생의 실상이 아닌가. 이런 중생도 구할 수 있어야 비로소 대승이라 할 수 있을 터, 저팔계도 갈 수 있다면 대체 누군들 가지 못하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울컥!’ 하고 감동이 밀려왔다. 온갖 추태를 저지르고 갖은 망신을 다 겪으면서도 꿋꿋이 나아가는 모습을 보라. 탐욕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구도 또한 ‘원초적 본능’이다! (본문 2부 「서유기」 중에서)

돈키호테는 기사도의 이상에 눈멀고, 산초는 총독이 되겠다는 욕망에 맛이 갔다고 치자. 그럼 다른 이들은 어쩌다 이 어릿광대 짓에 빠져들었는가? 예술적 상상력? 지적 호기심? 다 아니다. 그냥 달리 할 일이 없어서다! 먹고살기 위해 아등바등할 것도 없고, 열렬히 추구해야 할 시대적 소명도 없다. 그러면 태평성대 아닌가? 그렇다. 황금세기가 있다면 바로 이런 시절이리라. 그때 비로소 사람들은 진리를 탐구하고 지혜를 연마할 수 있으리라, 고 생각하지만, 단언컨대, 착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사람들은 권태에 빠진다. 권태는 망상을 낳고, 망상은 허깨비를 낳는다. 그래서 사랑에 미치고 오락에 미친다. 아니, 뭔가에 ‘미치고 싶다’는 꿈을 꾼다. 그 결과, 세상은 온통 연극판이 되었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광대가 되어 버렸다. (본문 3부 「돈키호테」 중에서)

인간이라는 종족은 구제불능이라고 여기면서도 인간에 대한 말걸기를 멈출 수 없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이보다 더 깊은 애정이 어디 있으랴. 걸리버가 쉬지 않고 여행을 떠난 것도 이 때문이다. 삶을 한없이 사랑하지만 도저히 이 부조리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래서 떠난다. 어딘가 또 다른, 더 나은 세계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하지만 그런 세계는 없다! 거인국이건 라퓨타건 흐이늠이건 모순과 부조리가 없는 세계는 없다. 어쩌면 세계는 부조리함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걸 터득하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전혀 다르게 사유할 수 있으므로.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살아갈 수 있으므로. 그래서 떠나야 한다. (본문 6부 「걸리버 여행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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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지은이의 말 “길을 떠나려면 지도를 그려야 한다. 지도를 그리기 위해선 하늘의 별을 보라고 했다. 우리 시대의 별은 바로 ‘고전’이다. 『열하일기』, 『서유기』,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걸리버 여행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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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말
“길을 떠나려면 지도를 그려야 한다. 지도를 그리기 위해선 하늘의 별을 보라고 했다. 우리 시대의 별은 바로 ‘고전’이다. 『열하일기』, 『서유기』,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걸리버 여행기』 등등. 인생과 우주의 지혜를 담은 책들을 고전이라고 한다면, 고전 자체가 ‘길’에 대한 탐구인 셈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진짜 여행을 다룬 책들이 있다. 길 위에서 ‘길’을 찾는, ‘길’ 자체가 주인공이자 주제인 그런 책들. 이름하여 ‘로드클래식’(여행기 고전)! 위의 작품들이 바로 거기에 속한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겠지만 이 작품들은 각 문명권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그야말로 ‘별 중의 별’이다.”

“만약 이 ‘로드클래식’의 주인공들과 여행을 한다면? 아마 오대양 육대주를 다 넘나들어야 할 것이다. 연암 박지원, 돈키호테, 삼장법사와 그 제자들, 허클베리 핀과 조르바, 그리고 걸리버, 이들은 대체 길 위에서 어떤 삶, 어떤 운명과 마주친 것일까? 그 지도를 탐사하는 것이 이 책의 기본 콘셉트이다.
사족 하나. 길 위에서 ‘길 찾기’를 하려면? 먼저 묵은 것들을 흘려보내야 한다. 버블경제와 성공신화, 스위트 홈의 망상 등은 말끔히 잊으시라. 비우는 만큼 길이 열릴 것이니. 이 ‘로드클래식’과 더불어 그 길을 탐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소유에서 자유로, 증식에서 순환으로 이어지는 ‘천 개의 길’, ‘천 개의 삶’을!”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저자 인터뷰

1. '로드클래식'이라는 단어가 생소한데요, 어떤 뜻인지 말씀해 주세요.


로드, 길. 클래식은 고전. 길-고전이라고 할 수 있죠. 길에 대한 탐구. 사실 고전은 거의 다 길에 대한 이야기이죠. 인생의 길, 살아가는 길, 길에 대한 이야기인데 특히 여행을 하면서 삶을 탐구하는 고전들, 그런 게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고전들을 모아 보니까 너무 멋진 작품들이 쭉 배열이 되었는데…… 이것을 합쳐서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생각하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로드클래식’이라는 이름이 떠오르게 된 거예요.
여행기 고전, 길-고전 그러면 약간 길고양이 같은 느낌이 드니까(^^) 여행기 고전, ‘길 위에서 길 찾기’ 이런 거를 떠올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2. 이 책에 나오는 작품들 중 『그리스인 조르바』는 사실 어떤 '여행'과는 거리가 좀 있는 작품이 아닌가요? 『그리스인 조르바』를 '로드클래식'으로 꼽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일단 로드클래식을 떠올렸을 때 『그리스인 조르바』도 당연히 들어가는 거였어요, 그런데 나중에 읽어 보니까 이게 여행을 하고 있는 작품은 아닌 거예요. 다른 작품들의 경우에는 엄청 정신없이 돌아다니는데 조르바는 크레타 섬엘 들어가서 거기서 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거든요. 그런데 내가 왜 이걸 ‘로드클래식’이라고 생각을 했을까 이렇게 되돌려 생각해 보니까 이 사람들이 계속 길 위에 있다는 게 굉장히 강렬하게 남았던 것 같아요. 근데 실제로 크레타 섬에 정착을 하러 갔다거나, 여기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겠다, 이렇게 간 게 아니고 여행 중에 크레타 섬에 들어간 거였죠. 조르바와 ‘나’(라는 작중 화자)가. 여기서 한탕해서 전 세계를 떠돌기 위해서 자금을 확보하러 간 거예요, 사실은. 그렇게 하고 실제로 둘이 다 말아먹고 헤어진 다음에 어마어마하게 싸돌아다니잖아요. 그런 이미지가 남아서 당연히 여행기 고전의 최고 중에 하나다 이렇게 생각을 했던 거죠. 분명히 이게 왜 ‘로드클래식’인가 이렇게 질문을 하실 것 같아서 막 생각을 했죠. 그게 뭐냐, 조르바의 인생의 길. 그리고 조르바를 통해서 작중 화자인 젊은이의 인생의 심연에 대한 탐구. 그래서 심연으로의 여행도 여행이 아닌가, 이렇게 우기기로 했는데(^^) 그게 아니어도 읽어 보면 삶이라는 게 어떤 과정 중에 있다라는 것을 아주 잘 보여 주는 ‘로드클래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3. 『서유기』는 보통 모험물이나 판타지물로 읽히고, 또 그래서 '사대기서', 그러니까 기이한 이야기에 꼽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선생님께서는 이 책을 '구법(求法: 부처의 진리를 구함)의 서사'로, 요컨대 대중을 구원하고 스스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로 읽으신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탐욕의 화신이 저팔계 이야기를 하시면서 저팔계도 갈 수 있는 길이 구법의 길이라면 누군들 가지 못하겠는가, 라고 하시며 "탐욕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구도 또한 '원초적 본능'이다"라고 하신 부분에서 저도 함께 울컥했는데요. 선생님께서 『서유기』를 이렇게 읽으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그러니까 『서유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작품을 읽은 게 아니고 읽으면서 생각이 계속 떠올랐어요. 뭔가 구도의 매트릭스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일단 우리가 그런 생각을 좀 못하는 게 오만 가지 요괴랑 싸우는 모험이 너무 많이 나오고, <날아라 슈퍼보드>의 영향도 있고 이래서, 이게 유쾌한 판타지다 그냥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고 말거든요. 저도 그랬던 것 같은데, 계속 질문이 생성이 되는 거예요. 이렇게 요괴가 많은데 왜 계속 갈까. 그리고 요괴가 괴롭히는 요괴만 있는 게 아니고, 나중에 보면 엄청 잘해주고 막 붙들고, 다 주겠다고, 자기 나라를 다 주겠다고 하는 요괴도 많아요. 이렇게 마음을 비운, 무소유한 요괴도 많거든요(^^). 그런데도, 가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 한다’, 이게 일단 너무 강렬했어요. 이렇게 갈 수 있는 게 바로 구도지요. 구도의 길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는 게 감동적이었죠.
처음에는 손오공이 아주 눈에 띄죠. 손오공이 워낙 화려하고 스펙터클하고 하니까. 그리고 대부분의 사건 사고도 다 손오공이 수습을 해요. 진짜 얘는 너무 부지런하고 다이내믹하고 능력을 무한하게 발휘를 해요. 그래서 여기에만 주로 시선이 가는데 어느 날 문득 저팔계가 가슴에 딱 와 닿는 거예요. 손오공하고는 동일시가 진짜 안 되지. 손오공하고 동일시되면 그 사람은 정말 슈퍼맨이죠. 그러면 이제 우리가, 일반 독자가 동일시할 수 있는 건 저팔계와 사오정인데 사오정은 많이 활동을 하지 않아요. 많이 드러내질 않아. 매니저 역할을 하니까. 저팔계는 시도 때도 없이 들이대는데 하는 짓이 너무너무 지질해. 그리고 식욕과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니까 폼을 잡을 수가 없어. 얘는 기본적으로 포즈나, 이미지로 남한테 사기를 칠 수가 없어요. 심지어 변신을 해서 예쁜 여자로 바뀌어도 거의 뚱뚱하게 돼지의 외모를 가진 소녀로 바뀌기 때문에 유혹을 할 수도 없는 거야. 그러니까 재능이 있다고 할 수가 없는 거죠. 그런데 쉬지 않고 간다, 이게 뭘까? 이게 너무너무 신기했어요.
그런데 우리는 손오공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지만 저팔계보다는 내가 낫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나만 그런가요?(^^) 물론 저팔계보다 내가 나은 것 같은데 그럼 저팔계도 갈 수 있는데 나는 당연히 이 길을 가야 되지 않나이런 생각이 딱 든 거예요. 어떻게 보면 대회전이 일어난 거죠. 그렇게 해서 저팔계의 행동을 보니까 진짜 저팔계가 크게 변신하는 대목이 있어요. 삼장법사 일행이 만난 고난 중에 ‘천년 똥길’이라는 게 있어요. 똥으로 덮여 있는 길이 무한히 이어지는. 이건 손오공이 치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저팔계만 이걸 할 수가 있는 거예요. 그래 갖고 밤새 이걸 치워요. 그리고 잘한다 그러니까 더 열심히 치워요. 우리가 럭셔리한 요괴들하고만 싸우는 게 아니거든요. 할리우드 영웅이 알래스카를 뒤덮고 있는 똥을 치워야 된다. 이런 게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나요? 그런데 인생사에는 나오잖아요. 이건 분명히 있는 거죠. 근데 그걸 할 수 있는 존재가 저팔계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게 진짜 굉장히 뭉클했어요. 그리고 정말 외모가… 외모가 누구도 호감을 가질 수 없는 외모이다 보니 아무도 유혹을 안 하는. 자기는 늘 유혹을 받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데 정말 단 한 명의 여성도 유혹을 하지 않아요. 오로지 다 시선은 삼장법사한테 쏠려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래서 그냥 성욕은 저절로 잦아들었고, 그 다음에 식욕은 계속 움직여야 되니까. 더 먹고 싶은데 손오공하고 삼장법사가 빨리 가자고 하니까, 이 스승과 사형을 따라가야 되니까 덜 먹고 가고, 덜 먹고 가고. 이러면서 자기 욕망을 제어하는 과정이 특별하지도 않고 신비롭지도 않고 너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인 거죠. 우리가 우리 자신의 탐욕이나 우리 자신의 충동을 보면 너무 한심하고, 이건 도저히 가능성이 없어 다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나는 구도, 구법 이런 거하고는 거리가 멀어, 그냥 틀렸어, 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저팔계를 본다면 아, 누구든 갈 수 있다! 그리고 자기 욕망과 충동을 부정하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이, 계속 움직이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어서 정말 저의 롤모델로 삼게 되었습니다.

4.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나 『그리스인 조르바』에 특히 주요하게 나오긴 하지만, 어쩌면 전 편에 걸쳐서 선생님께서 '로드클래식'을 통해 가장 많이 말씀하신 키워드 중 하나가 '자유'가 아닌가 합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자유'란 어떤 것인가요?

사람은 어떤 조건 안에서 태어나잖아요. 이 우주, 자연, 대한민국, 그 다음에 서울, 그 다음에 몸이라는 조건. 그래서 몸은 사실 굉장히 구속된 상태로 태어나요. 그래야 형체를 가지니까. 그런데 마음이나 무의식이나 이런 영역은 구속되질 않잖아요. 이 두 가지가 사람인 것 같아요. 무한과 연결되어 있는 그런 지평이 하나 있고, 그리고 모든 게 제한이 되어 있는 조건. 그래서 태어나는 모든 사람은 태과불급을 갖죠. 어느 쪽으로 치우쳐 있거나 뭐가 넘치거나. 그래서 생명이라는 것은 기꺼이 내가 이런 구속과 어떤 제한, 불균형을 감내하면서 이 세상을 선택하는 거고, 무한의 영역과 만나고자 하는 방향과 비전을 갖고 살아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이 그냥 생긴 대로 산다, 이건 맞는 거죠. 그런데 생긴 대로 산다고 할 때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건 아니에요. 계속 그러면 태과불급으로 예속이 되잖아요. 점점 충동이 세지고 겁도 많아지고 망상이 많아지고 이렇게 되니까. 그래서 생긴 대로 살기 위해서도 계속 나를 갈고 닦고…, 이게 자유의 영역을 확보하는 거예요. 이게 공부고 수행이고 구도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요. 철학이라고도 할 수도 있고, 인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고, 다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런 구속된 형질을 벗어나서 이 무한의 우주적인 흐름과 접속하는 것을 원하도록 우리는 구성되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동물은 존재의 욕망대로 자연으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어떻게 하면 이 구속에서 본연의 자유의 지평을 향해 나아갈까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구석기 이래 모든 역사, 문명은 인간이 어떻게 하면 더 자유의 영역을 확보할까 이거를 향해 달려왔다고 나는 생각하거든요. 물질이나 기술 이런 것도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는 줘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술을 이용하면 길이 딱 뚫리고 그러니까.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물질과 기술은 그것이 갖는 한계를 벗어날 순 없어요. 그래서 아무리 기계가 발달을 해도 무한과 접속될 수는 없는 거예요. 그러면 그것을 할 수 있는 건 생명의 근원(무의식이나 우리의 본래면목이라고 하는 건 정신의 영역이라고 해도 좋고), 이 영역을 우리가 계속 만나고 일깨우고 체득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다 길 위에 나서는 게 아닐까. ‘길 위에 나선다’ 이러는데 길 위에 나서서 ‘나는 점점 신체적으로 무능하고 수동적이 되면서 어디에 예속되고 싶어’ 이런 사람이 있겠어요? 자유롭기 위해서 길에 나서는 거고 길 자체가 자유의 경계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모든 고전이 자유를 향한 여정인데, 이 길-고전, ‘로드클래식’은 그것을 눈에 보이는 파노라마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 모든 여행기는 자유를 향한 대장정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5. 선생님께서 이 책의 초고를 놀랍게도 일본, 중국, 미국, 캐나다 등 세계 각지를 다니시며 길 위에서 쓰셨더군요. 원래 여행을 많이 다니셔서 그러신 건지, 아니면 선생님께서는 특별히 '길 위'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12년 전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하 ‘열하일기, 유쾌한 시공간’)을 썼을 때 사실 나는 국내여행이고 해외여행이고 여행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열하일기, 유쾌한 시공간』을 쓰고 중국을 굉장히 자주 드나들게 되었어요. 정말 모든 텍스트에는 어떤 기운이 있다는 걸 간증할 수 있어요. 진짜 나는 해외여행을 싫어했는데, 그 다음 해에는 미국을 가는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거예요. 그리고 돌아와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열하일기, 유쾌한 시공간』이 뽑혀서 유럽을 한 바퀴 돌고, 이런 역마살을 겪었는데, 갑자기 3년 전에 또 <열하일기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중국에 보름 동안 가게 된 거죠. 근데 그 다음에 계사년에 역마살이 들어오기 시작해서 일본이랑 미국에서 방문을 해달라는 연락이 온 거예요, 뜬금없이 정말. 그래서 작년에 계절에 한 번씩 해외를 쏘다니게 된 거죠. 난 정말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데, 특히 국경을 넘는 건 귀찮고 피곤해서 싫은데 계속 다니게 된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다니게 되면서 새로운 걸 굉장히 많이 발견을 해서, 국경을 넘는 여행이 참 좋은 거구나, 이렇게 마음을 싹 바꿔 가지고 MVQ(Moving Vision Quest의 약자로 고전과 여행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목하는 프로젝트)도 만들고, 연구실 식구들한테도 선전선동을 해대서 연구실 후배들도 본의 아니게 막 다니게 됐어요. 그러니까 같이 막 움직이는 거죠. 나도 움직이고 연구실도 움직이고 이러면서 만나고, 글을 쓰고 그러는데, 작년에 딱 ‘로드클래식’ 연재를 시작한 거예요. 이것도 전혀 준비된 게 아니고 예전에 『열하일기, 유쾌한 시공간』 할 때 대충 읽어놓고 아 이런 거를 나중에 한번 다 같이 엮으면 참 재밌겠다고 북드라망 대표한테 언젠가 어느 구석진 데서 내가 아이디어를 준 기억이 나거든요. 근데 잊어버렸죠, 당연히. 근데 작년에 연재를 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갑자기 그게 떠오른 거야, 종로3가역에서. ‘아, 이거(로드클래식)를 해도 될까요?’ 했더니 거기서 좋다고 해서 쓰게 됐는데, 그동안 (미리) 읽어 놓은 게 아니라 거의 생방송 찍듯이 원고를 쓰게 된 거죠. 근데 계속 여행을 해야 되고, 연재도 해야 돼. 그래서 계속 책을 들도 다니면서 읽고 호텔방에서 막 읽고, 영문도 모르는, 동행한 후배들한테 막 이야기를 해줘요. 『서유기』 얘기해 주면 또 막 재밌다고 그러고, 조르바 얘기해 주고, 허클베리 핀 얘기……. 그런데 그렇게 안 했으면 원고를 못 썼을 거예요. 항상 마감이 다가오는데 여행을 하고 짐을 싸야 되니까, 가기 전에 써놓고 가거나 같다 와서 또 써야 되고 그러니까. 아, 그래서 원고도 생방송, 생중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죠^^. 길 위에서 길에 관한 고전을 읽는 거죠.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면서 썼기 때문에 무사히 쓴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시간이 많아서 느긋하게 봤으면 주인공들하고 깊이 공감하고 그런 게 좀 떨어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내가 관찰자가 돼 버리니까. 근데 내가 움직이니까 이게 좀더 실감이 나고……. 그래서 어제 뭘 하다가 문득 떠올랐는데 앞으로는 ‘다이내믹 클래식’이라는 이런 시리즈를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 일명 ‘다클’?(다크서클의 준말 같네. 좀 그러네 ㅋㅋ) 다이내믹 클래식, 고전은 움직인다! 고전은 낭송을 염원한다, 소리를 염원하고 움직이길 원한다, 길 위에서 자기가 파동처럼 널리 퍼지기를 원한다, 등등의 생각을 하게 해준 그런 기회였어요.

6. '로드클래식'의 인물들 중 선생님께서 함께 여행하고 싶은 인물은 누구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열하일기』 하면 연암. 연암은 길벗으로는 정말 좋은 캐릭터죠. 아는 게 많은데 너무 유머러스하고 상대를 너무 편안하게 해주는. 그리고 조르바도. 조르바랑 같이 다니면 먹을 것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고. 항상 과부를 사랑할 테니까 그 옆에 따라다니기만 해도 과부 집에 가서 엄청 얻어먹을 것 같아. 그리고…, 허클베리 핀 같은 애랑 다니면 얼마나 재밌는 일이 많겠어요. 그리고 애가 어른들의 로망이잖아요. 그 야생성, 그리고 무식하고(^^). 근데 구속받는 걸 싫어하는. 그게 진짜 애의 모습이잖아요. 얘도 그렇고. 저팔계랑 다니면 나에 대한 무한한 긍정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사실 제일 불편할 사람은 삼장법사일 것 같아요. 삼장법사 같은 캐릭터랑 여행을 하면 진짜 맨날 구해 줘야 돼. 왜냐하면 인물이 훤해가지고 모든 여자 요괴들이 납치를 하니까 맨날 구해줘야 되고, 근데 너무 지질하고, 잘 삐치고. 근데 뭐… 생활력은 없어 보이고. 아, 돈키호테와 산초가 있구나! 산초! 산초 같은 파트너도 참 괜찮은 것 같아. 심심하지도 않고, 왜냐하면 속담이 막 쏟아지니까. 그중에 사실 제일 좋은 파트너는 연암 선생이에요. 연암 선생, 정말 더할 나위 없는(장그래 같은 ㅋㅋ).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런 면에서는 정말로 감동적입니다. 근데 그게 특별해서가 아니라, 너무 안 특별해. 너무 안 특별한데 그 리듬을 잃지 않아요. 특히 무박 나흘로 열하 일정을 떼고 고북구장성을 야삼경에 넘은 다음에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는 이런 대장정에도 전혀 체력저하가 안 일어난다는 거야. 이게 정말 놀랍습니다. 이런 사람하고 같이 여행을 해야 돼요. 그래서 역시 『열하일기』는 역시 ‘세계 최고의 여행기’라는 걸 거듭 확인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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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드 북 | js**jy | 2016.03.29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여행이 소재가 되어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 영화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레인맨>, <델마와 루이스>...
    여행이 소재가 되어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 영화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레인맨>, <델마와 루이스>, <파리 텍사스> 등등...
    그런데 이 책은 여행이 소재가 되어 쓴 소설들을 가지고 그 내면을 파헤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책들이 일단 범상치 않다.
    『열하일기』와 『서유기』 등 동양의 고전을 위시하여 『돈 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고 『걸리버 여행기』등 서양의 중요작품도 다 포함하였다.
    위에 나온 책들은 내용을 익히 알고 있어서 익숙하다.
    그러나 완역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본 적은 없다.
    『열하일기』는 완역본을 구해놓았지만 아직 읽지는 않았다.
    내년이 될 지 너내년이 될 지 열하일기 여행을 대비해서 사 놓은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 책도 그런 이유로 『열하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산 것이다.
    이런 책들은 모두 영화로 찍는다면 분명 로드무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평론가적 입장에서 로드 클래식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이들 책에 접근하였다.
    이런 책은 그런 점에서 수록 작품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잇는 단초를 제공해준다고나 할까?
    어쨌든 흥미로운 주제를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신세대들이 읽기에 좋도록 필체도 편하게 썼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등에 쓴 글처럼.
    시종 쉬운 필체로 쓴 것은 좋은데 한번씩 어려운 용어를 쓴 것은 조금 거슬리는 듯한 느낌이다.
    내 생각에는 진정한 작가는 구태여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고도 훌륭한 글을 써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자신만이 알고 있는 용어 등을 써서 독자들에게 과시하고픈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오랜 글쓰기를 통하여 자연스레 습관이 되었거나...
    톡톡 튀는 표현과 이모티콘 등을 써서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부담없이 술술 써내려가게 한 점은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나도 이 책에서 소개한 책들을 한번 봐야겠다는 것.
    가장 먼저 읽고 싶은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이다.
  • 상대적으로 반듯한 아파트 단지 옆 도로를 걷다가 주택가로 접어들었다. 가뜩이나 길눈이 어두운데 굽이굽이 요동치는 길은 어느 순...

    상대적으로 반듯한 아파트 단지 옆 도로를 걷다가 주택가로 접어들었다. 가뜩이나 길눈이 어두운데 굽이굽이 요동치는 길은 어느 순간 나를 잡아먹을 듯 높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미 목적지가 어딘지는 잊은 지 오래다. 휘청거리는 몸을 최대한 낮춰가며 중심을 잡으려 안간힘을 쓸 뿐. 인생이 본디 이토록 험난한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삶의 어느 시점에서도 ‘쉽다’는 말을 내뱉을 순 없었다. 만만치 않은 삶은 마치 처음 걷게 된 길처럼 매순간 낯설었다.

    시대는 달라져도 삶은 닮은꼴이다. 이는 현실을 판박이처럼 묘사한 수많은 문학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다 싶으면 이내 잘못 접어들었음을 깨닫고 도통 모르겠다 싶을 땐 의외로 목적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저자가 고전들이 늘어놓은 길들을 따라 걸으며 막막해 보이는 인생의 한 수를 배워보기로 결심했던 모양이다. 의욕은 무궁무진했고, 그 결과 시대는 물론이거니와 국경 또한 초월하고야 말았다. 모든 면에서 가장 가까이 느껴졌던 건 ‘열하일기’였다. 저자에게 인문학적 생명을 부여한 작품이다. 사실 멀고 가깝고를 따지는 건 무의미할 수도 있다. 열하일기, 서유기,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걸리버 여행기. 제목만 한 번 늘어놓아보았는데 느껴지는 바가 있을 것이다. 진지하게 정독을 하진 않았더라도, 아니 아예 읽은 적이 없고 내용이 뭔지 도통 기억이 안 나더라도 제목만큼은 명석하게도 다들 알 것이다. 고전이란 그런 것이다. 제목만으로도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어쩌면 더 나아가 나도 모르게 대오각성의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을 짚어보기란 힘들 것 같다. 그래도 몇몇 기억이 나는 내용들을 떠올려보고자 한다. 열하일기는 그 존재 자체가 반전과도 같다. 조선시대 양반의 융통성 없는 모습을 떠올려본다면 박지원의 존재 자체가 기적이다. 그는 노론이 득세하던 시절에 태어났다. 가만히 있었으면 남들이 그러했듯 한 자리 차지하고는 떵떵거리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넘치는 그의 끼가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급기야 그의 문체는 수긍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 외면받기까지 했다. 배척은 역설이었다. 뛰어났기에 주목 받았고, 자신들과 다르다는 걸 깨달은 이들은 박지원을 철저히 경계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던 박지원은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실학의 대가가 되고야 말았다. 열하일기는 삶이 꼬이기만 하는 듯했던 박지원이 나이 마흔넷에 드디어 서책과 풍문으로만 듣던 그 땅(!)을 밟게 되면서 탄생했다. 동경하던 곳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진다니 어찌 아니 기쁘겠는가. 하지만 이 여행은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광고 문구의 증거라도 되는 듯했다. 처음부터 노숙이다. 게다가 물은 왜 그리도 많이 건너야 하는지. 하나를 건너면 그보다 더 깊고 넓은 물이 나와 일행을 떨게 만든다. 그런 식으로 겨우 연경에 도착했는데 불과 사흘여 만에 다시 열하로 움직여야만 한다. 질곡이다. 그 와중에도 박지원은 티베트불교와 조우한다. 방황 끝에 티베트 불교를 만나 인생이란 본래 의탁이랄 것 없이 떠도는 것이라는 식의 가르침을 얻었다는 사실은 그저 묘할 뿐이다. 어차피 떠돌아야만 한다면 길 위에 서는 게 나을 것이다. 그 길이 이미 누군가가 걸은 탄탄대로이건, 내가 직접 삽을 들고 파가며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건...

    서유기나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에서는 길 위에서 진화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었다.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사람일랑 없다. 그래도 이들 작품의 인물들은 마치 조무래기라도 되는 것만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의 초반 모습을 기억하는가. 아니, 굳이 첫 모습이 아니어도 된다. 하나같이 모났고, 저래서 어찌하나 싶은 기분이 들 지경이다. 돈키호테와 산초는 말 안 해도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몹쓸 신념에 취해 세계를 유랑하는 돈키호테, 그가 지닌 신념은 쓸모없는 것이다. 이미 기사도 정신을 바라는 세상은 사라졌음에도 돈키호테는 제 신념을 버리지 않는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등장하는 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백인이고, 그에게 짐은 흑인노예에 불과하다. 그의 시대에 노예제는 누가 시도해도 결코 깨부술 수 없는 견고한 성벽과도 같다. 길 위에서 그들은 성장한다. 이따금 동일인물이 맞나 싶을 만큼 고차원적인 대화도 나눈다. 그간의 설정이 대화를 만날 때마다 동일인물이 맞나 묻고픈 유혹을 느낄 지경이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그들에게 결속력을 허락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 또한 길 위에 그들이 서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누군가는 보살이 되어가고, 다른 누군가는 흑백의 성벽마저 뛰어넘고 상대를 진정한 친구로 맞이한다. 우리네 인생도 그들이 걸은 길과 같아야 할 것이다.

    솔직히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늘 헷갈리다. 아예 길 위에 서 있긴 한 건지조차도 의심스럽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기 바쁜 와중에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더 나아가야만 하는데도 주춤한다. 근데 저자는, 아니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는 고전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괜찮아. 원래 길은 다 그런 거야.” 심지어 내가 누군지 마저도 확신이 서지 않는 이에게도 이와 같은 위로의 말 한 마디는 차별 없이 주어진다. 길이 계속된다는 건 축복이다. 수없이 헤맬지라도 걷다보면 또 다른 길과 만나게 된다. 길은 가능성이다. 내가 포기하지만 않으면 다른 길로 뻗어나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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