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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독재
| 규격外
ISBN-10 : 8932918112
ISBN-13 : 9788932918112
전문가의 독재 [양장] 중고
저자 윌리엄 이스털리 | 역자 김홍식 | 출판사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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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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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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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발전에 '독재'는 필요 없다. 『전문가의 독재』는 미국의 발전 경제학자 윌리엄 이스털리가 한 나라를 발전시키는 진정한 요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요인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어째서 사라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이스털리의 주장에 따르면 발전은 개인의 권리가 자유롭게 행사될 때 일어나며 독재자 집권기에 고도성장을 달성했던 한국의 역사와는 정 반대로, 발전에 독재 권력은 필요 없음을. 그것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함으로써 오히려 발전을 가로막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스털리는 아시아의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 유럽의 이탈리아, 아프리카의 가나와 에티오피아, 아메리카 대륙의 콜롬비아와 미국 등 전 세계 곳곳의 역사를 근거로 삼아, 독재자와 전문가 집단의 정치적 이해가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수많은 개인들의 권리를 핍박해 왔다는 사실을 입증해 낸다. 동시에 발전은 독재자 덕분이 아니라 독재자의 굴레를 극복한 결과이며, 서로의 권리를 중시하는 개인주의적 가치가 확산된 곳만이 장기적으로 번영을 구가해 왔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저자소개

저자 : 윌리엄 이스털리
저자 윌리엄 이스털리는 뉴욕 대학의 경제학 교수이자 16년간 세계은행에서 일한 발전 경제학자. 1957년 웨스트버지니아에서 태어나 1985년 MIT에서 발전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취득 후 2001년까지 세계은행의 거시 경제와 성장국 수석 고문을 지냈고, 같은 해에 첫 저서 『성장, 그 새빨간 거짓말The Elusive Quest for Growth』을 출간해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대외 원조가 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성취하지 못하는지 분석했다.
2003년부터 뉴욕 대학교에서 강의하기 시작한 이스털리는 2006년 『세계의 절반 구하기The White Man’s Burden』를 출간해 서구의 대외 원조를 악명 높은 식민주의적 자만심의 현대적 환생이라고 비판한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와 그의 베스트셀러 『빈곤의 종말』의 주장에 맞선 이 책은 2008년 맨해튼 인스티튜트에서 수여하는 하이에크 상을 받는다.
2008년, 2009년 『포린 폴리시』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지성], 2014년 톰슨 로이터사가 뽑는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연구자]에 이름을 올린 이스털리는 세 번째 저서 『전문가의 독재』(2014)에서도 제3세계를 향한 서구의 대외 원조를 계속 비판한다. 그는 게이츠 재단과 같은 자선 단체,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 원조 기관과 경제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사고방식을 따져 보고, 이들의 원조와 자문을 받는 빈국 독재자들의 행태를 고발한다. 그리고 이들 모두에게 경제 발전과 빈곤 종식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논쟁해 보자고 제안한다.

역자 : 김홍식
옮긴이 김홍식은 1980년대 연세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석사 학위를 마치고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10대학의 경제학 박사 교과 과정에서 공부하다가 남들처럼 구직 대열에 나서 어쩌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전자에서 일했지만 흥미도 의미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 후로 번역을 통해 사회 변화에 기여하자는 뜻으로 『케인스 하이에크』, 『새뮤얼슨의 경제학』,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 『장인』, 『성장 숭배』, 『경제학자들의 목소리』,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등을 옮겼다. 주로 경제·금융·투자 위주의 사회 과학 계통을 번역하고 공부하며 그에 관한 사회 현상을 관찰하면서 [시장과 인간을 다시 생각하자]를 삶의 화두로 삼고 있다.

목차

제1부 일어나지 못한 논쟁
제1장 서문
제2장 두 사람의 노벨상 수상자, 그들은 한 번도 논쟁하지 않았다

제2부 논쟁은 왜 일어나지 않았는가: 발전 사상의 실제 역사
제3장 옛날 옛적 중국에서는
제4장 인종과 전쟁 그리고 아프리카의 운명
제5장 보고타의 어느 날

제3부 빈 서판에 쓸 것인가 역사에서 배울 것인가
제6장 가치: 개인의 권리를 위한 기나긴 투쟁
제7장 제도: 할 수만 있다면 억압하고야 만다
제8장 다수의 꿈

제4부 국가인가 개인인가
제9장 집인가 감옥인가? 국가와 이민
제10장 국가는 얼마나 중요한가?

제5부 의도적인 설계인가 자생적인 해법인가
제11장 시장: 문제 해결자들의 연합
제12장 기술: 방법을 모른 채 성공하는 방법
제13장 지도자들: 우리는 어떻게 인자한 독재자들에게 현혹되는가
제14장 결론

감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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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우리는 다음을 자명한 진리로 여긴다. 즉,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모든 인간은 창조주에 의해 양도할 수 없는 일정한 권리를 부여받은 바, 생명과 자유와 행복 추구 등이 그러한 권리다. 사람들은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를 만드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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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음을 자명한 진리로 여긴다. 즉,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모든 인간은 창조주에 의해 양도할 수 없는 일정한 권리를 부여받은 바, 생명과 자유와 행복 추구 등이 그러한 권리다. 사람들은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를 만드는 것이니, 정부의 권력은 피통치자들의 동의에서 비롯된다._13면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른 국가적 발전은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목표 중 어떤 것에 우선권을 줄 것인지를 결정할 위치에 있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선택한 우선순위를 사회에 강제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처럼 중요한 판단을 전문가들에게 맡겨 버리는 일이 생기기 어렵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은 민주주의로는 일이 되지 않는다든가 민주주의가 그들이 생각하는 발전을 촉진하지 못한다며 곤혹스러움을 항변하기도 한다. 그러니 전문가들은 독재자를 환영할 만하다. 독재자 역시 전문가가 고무하는 발전을 독재적 통치를 뒷받침하는 부분적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_54~55면

지금의 경제학 교과 과정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을 딱 하나만 고르라면, 그게 무얼까? 내가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 일부러 숨긴 은밀한 손이나 노골적으로 드러낸 손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이다. 지휘, 통제, 계획 없이도 짜임새 있게 조직되는 노력 속에 모든 일들이 진행될 것이다._57면

어쨌거나 테크노크라트적 접근이 물질적 혜택을 가져온다면, 이것이 굶주리는 사람들의 정치적 권리에 대한 우려를 압도할 것이라고 헤일리는 생각했다. 1941년 5월 헤일리 경은 [원주민들이 빵을 달라고 했지 언제 투표권을 달라고 했느냐며 불평할 구실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943년에는 바로 이런 생각을 파격적으로 일반화하는 영웅적인 논리를 펼쳤다. [사회와 경제의 진보를 통한 더 나은 토대 위에 서지 못하는 한, 정치적 자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_143면

방금 전에 보았듯이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제3세계를 정의할 근거는 없다.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정치적인 것이다. 제1세계는 미국을 비롯한 부유한 민주주의 동맹국들이었다. 제2세계는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위성국들이었다. 그리고 제3세계는 단지 이 둘을 뺀 나머지로 정의됐다. 즉, 제3세계는 소련의 동맹국이 더 나오지 않도록 미국이 맹렬하게 간여했던 곳들이다._188면

알베르디는 앞으로 출현할 의도적 지휘와 자생적 해법 사이의 논쟁을 예견했던 듯하다. 그리고 자신이 어느 편을 선호하는지 분명히 밝혔다. [한 나라를 빈곤에 빠트리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나라를 부유하게 만드는 일을 정부에 맡기는 것이다.] _189면

독재 사회에서 내부자와 외부자를 구분하는 궁극적 기준은 폭군에게 충성하는 사람이냐 아니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냐 하는 것이다. 독재자는 전자에게 좋은 것들을 챙겨 주겠지만, 후자에게는 투옥, 고문, 처형밖에 없다. 폭군은 신뢰의 부재와 타인에 대한 존중의 부재를 이용한다. (……) 이와 반대로, 집단 간의 신뢰와 존중이 형성되면 서로가 서로의 권리를 인정해 주는 길이 열린다. 이러한 권리의 상호 존중이 자유의 출현을 촉진한다. 이를 통해 어떤 집단에 속하든 간에 개인을 학대하는 정부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_215면

독재의 역사를 가진 지역들에서는 서로 신뢰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가치관이 매우 낮게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집단주의적 가치의 한 측면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집단의 이해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면 집단 구성원들이 자기 집단에 대해서는 건전하게 행동하는 반면, 외부자들에 대해서는 대놓고 사기를 치고 악용하는 내부자와 외부자 간의 차별이 나타난다. (……) 서로를 불신하고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가치관은 다시 독재적 통치를 촉진한다._221면

즉, 사람들에게 권리가 결핍되어 있고 억압하는 것이 통치자들에게 이득이 된다면, 통치자들은 항상 피통치자들을 억압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언제나 학대하는 권력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정부는 그들을 억압하지 못한다. 테크노크라트적 관점과 상반되는 이 대안적 시각에서 보면, 나쁜 정부는 전문가의 부족이 아니라 권리의 부족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_242면

빠르게 성장하던 나라의 앞날을 전망할 때, 최선의 답은 그 나라의 성장률이 낮아질 거라는 것이다. (……) 심지어 세계 성장률 순위에서 가장 오랫동안 선두를 달렸던 동아시아 4인방도 나중에는 세계 평균 수준으로 떨어졌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2000~2010년에도 여전히 전혀 흠잡을 수 없는 고성장을 달성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시에라리온과 르완다가 이들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_3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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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독재자는 성장을 견인하지 않는다. 독재자에게 자문을 해주는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독재는 국가 발전에 필요한가 경제 발전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뒤집어 놓는 책. 저소득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해 제프리 삭스와 논쟁을 벌였던 미국의...

[출판사서평 더 보기]

독재자는 성장을 견인하지 않는다.
독재자에게 자문을 해주는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독재는 국가 발전에 필요한가


경제 발전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뒤집어 놓는 책. 저소득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해 제프리 삭스와 논쟁을 벌였던 미국의 발전 경제학자 윌리엄 이스털리는 이 책에서 한 나라를 발전시키는 진정한 요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요인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어째서 사라지게 됐는지를 설명한다.
이스털리에 따르면 발전은 개인의 권리가 자유롭게 행사될 때 일어난다. 독재자 집권기에 고도성장을 달성했던 한국의 역사와는 정반대로, 발전에 독재 권력은 필요 없다고, 그것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함으로써 오히려 발전을 가로막을 뿐이라고 말한다.
현실에서는 수많은 국가의 개인들이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 나라를 발전시키겠다는 명분으로 해당 국가를 통치하는 독재자들과 더불어 독재 정부에 자문을 하고 부족한 물자를 지원함으로써 독재 권력의 횡포에 동참하는 게이츠 재단과 세계은행 등의 전문가 집단이 개인들을 억압하고 있다.
이스털리는 아시아의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 유럽의 이탈리아, 아프리카의 가나와 에티오피아, 아메리카 대륙의 콜롬비아와 미국 등 전 세계 곳곳의 역사를 근거로 삼아, 독재자와 전문가 집단의 정치적 이해가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수많은 개인들의 권리를 핍박해 왔다는 사실을 입증해 낸다. 동시에 발전은 독재자 덕분이 아니라 독재자의 굴레를 극복한 결과이며, 서로의 권리를 중시하는 개인주의적 가치가 확산된 곳만이 장기적으로 번영을 구가해 왔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권위주의적 발전 Vs 자유로운 발전

독재 권력은 어떤 방법으로 국가를 발전시키고자 하는가? 이스털리는 하이에크와 뮈르달의 주장을 대비시킴으로써 독재자와 전문가가 선호하는 발전 방식인 [권위주의적 발전]을 설명한다. 정부가 중앙에 필요한 전문가들을 지명하고, 이 전문가들이 대표자가 되어 무엇이 문제이고 시행해야 할 해결책은 무엇인지 정부에 알려 줌으로써 발전을 성취해 나가는 형식이 이것의 메커니즘이다. 전문가들의 판단이 사회에 강제되기 쉬운, 즉 전문가의 독재가 손쉽게 일어날 수 있는 구조를 띤다. 이것의 반대는 [자유로운 발전]이다. 정부와 전문가 대신 개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함으로써 발전을 성취해 나가는 방식이다.
역사적으로 미국, 영국 등 서양의 부국에서는 자유로운 발전이 득세했다. 민주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던 탓에 권위주의적 접근에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그 밖의 세계에서는 권위주의적 노선이 발전의 원리로 자리매김했다. 정치적 이해 때문이었다. 20세기 중반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에서 식민지적 특권을 누리고 있던 영국과 미국의 정부와 전문가들은 피지배 국가에 대한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하고자 발전을 내세웠다. 자신들이 보유한 앞선 기술력으로 사회를 번영시켜 주겠다며 피지배 지역에 대한 정치적 강압을 물질적 발전으로 포장한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피지배 국가에서 권력을 모으던 독재자에게도 아주 솔깃한 것이었다.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는 더 많은 권력을 얻는 데 아주 유용한 명분이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특권을 유지, 강화하려 했던 이들의 발전 방식은 현재의 세계은행, 게이츠 재단 등의 서구 전문가 집단에게까지 전승됐다. 권위주의적 발전 논리가 역사적으로 끊이지 않고 다양한 집단에 의해 애용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실상 이 논리가 국가의 발전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자신의 정치적 잇속을 위해 개인들의 권리만 침해할 뿐이었다.

전문가의 한계

이스털리에 따르면 게이츠 재단이나 세계은행 같은 전문가들에게는 특정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만한 충분한 지식이 없다. 사례를 보자. 세계은행은 예전에 아프리카 남부의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세계은행 전문가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곳 토양이 굉장히 척박하다는 점이었다. 현지 사람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농사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좀 더 좋은 기회가 있는 광산 노동자로 일하기를 원했다. 이처럼 특정 지역의 발전을 위한 지식은 내부자들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세부적이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들이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도록 외부 전문가들을 고무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스털리는 이것을 동기 유발의 문제라고 정의한다. 에티오피아를 원조하는 게이츠 재단을 보자. 게이츠 재단은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티오피아 정부에 원조금을 줬는데, 그 기간에 어린이 사망률이 대폭 감소되었다는 통계를 보고 기뻐했다. 하지만 그들이 본 어린이 사망률은 부정확하기로 악명 높은 통계였다. 더불어 에티오피아 정부 통계청은 나라의 출생과 사망을 전수 조사로 폭넓게 기록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사실상 사망률이 그들이 만족할 만큼 떨어졌는지 알 수 없고, 그들의 원조가 효과적이었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실제로 효과는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에티오피아의 독재자 멜레스 제나위가 외부 원조를 이용해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압하고 부정 선거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이츠 재단과 같은 서구의 전문가 집단은 위처럼 잘못된 원조를 하더라도 해당 정부로부터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효과가 있는 방안을 내더라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않는다. 전문가들의 실패를 예방할 동기도 그들의 성공을 고무할 유인도 없으니, 그들에게 국가를 발전시켜 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에 가깝다.

고도성장은 독재자의 능력 덕분인가

독재자가 국가를 발전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은 최근에 일어난 저성장의 대부분이 독재자 집권기에 일어났다는 점만 알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의 김일성과 세습 후계자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등 그 밖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독재자들이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독재자가 국가를 발전시킨다고 믿는다. 중국의 덩샤오핑, 싱가포르의 리콴유, 한국의 박정희 등 고도성장을 일으킨 독재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독재자를 신뢰하는 경향이 강한 이유는, 너무 최근의 자료만을 근거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좀 더 장기간을 두고 보면 민주주의 국가의 성장 실적이 더 뛰어나다. 최근에 급속도로 성장한 중국과 지금은 완만한 성장률을 보이지만 훨씬 이전부터 발전해 온 미국을 비교해 보면 쉽게 파악된다.
이스털리는 대니얼 카너먼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을 활용해 왜 우리가 발전을 독재자들의 공으로 돌리는지 분석한다. 카너먼에 따르면, 우리는 서로 다른 확률을 자주 혼동한다. 《성장의 기적은 대부분 독재자 하에서 일어난다》라는 진술과 《독재자들 대부분은 성장의 기적을 이룩한다》라는 진술을 혼동하는 것이다. 성장의 기적은 보통 가난한 나라에서 일어나고 가난한 나라는 대부분 독재자가 통치하므로 전자는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후자는 다르다. 앞서 말했듯이 저성장을 기록한 독재자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독재자의 집권기와 호황기가 조금이라도 겹치면 집권기 경제 성장률이 상승하기 때문에 고성장의 원인을 특정 독재자로 여기기 쉬워진다. 하지만 고도성장을 달성했다고 평가받는 독재자의 집권 기간과 연간 성장률 자료를 종합해 보면, 호황기는 보통 독재자들의 임기 전에 시작됐다가 임기 종료 후에 끝난다. 즉, 호황은 독재자의 능력과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도 똑같다. 한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독재자가 필요하다는 관념이 있었지만, 이것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없다. [한국이 권위주의적 지도자에 이어 과도기적 지도자, 민주적 지도자를 거치면서 달성한 고성장의 원동력은 특정한 지도자의 계획이 아니라 광범위한 국가적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오히려 독재자는 발전은커녕 자신의 권력을 위해 무수한 개인들의 권리를 억압함으로써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1948년의 콜롬비아를 보자. 당시는 페레스라는 독재자가 콜롬비아를 통치할 때였는데, 그의 집권기는 이후 10년 동안 40만 명에 달하는 콜롬비아인들이 살해될 폭력의 시대, [라 비올렌시아]의 시작점이었다. 여당에 의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여겨지는 야당의 지도자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날 정도로 정치적 혼란이 극심했을 뿐만 아니라 군중들 사이에서는 약탈, 강간, 살인이 난무했다. 1950년 새로운 독재자가 대통령이 됐을 때도, 1953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을 때도, 폭력의 시대는 계속되었다.

누가 국가를 발전시키는가

전문가도 독재자도 아니라면, 누가 국가를 발전시키는가? 이스털리에 따르면, 발전을 성취하는 주체는 자유롭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개인이다. 미국의 뉴욕은 다수의 권리가 확충된 곳이었다. 노예제를 폐지하고 서구권에서 처음으로 정치적 억압을 피해 이민 온 유대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등 뉴욕은 모든 개인들의 권리를 보호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발전을 구가했다. 특히 그린 스트리트라는 뉴욕의 한 지역은 부동산 가치가 56배나 상승했다.
발전하는 뉴욕에도 문제는 있었다. 사망자 중 5분의 1이 5세 미만의 아이일 정도로 보건 환경이 열악했던 것이다. 하지만 뉴욕의 개인들은 세계은행 등의 서구 전문가 집단이 에티오피아의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자를 지원한 것과 달리,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보건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이들은 식수나 위생 시설을 해결해 달라고 민주적으로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는 이에 공중위생법 제정, 식수 염소 소독, 손 씻기 교육 등으로 대답했다. 서로가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뉴욕의 개인들은 게이츠 재단이 해결하지 못하는 보건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하는 개인들이 모이면 경쟁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생적으로 형성된다. 바로 시장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힘으로 작동하는 이 질서에서는 전문가들이 겪었던 지식과 동기 유발의 문제가 가격과 사적 보상 시스템으로 해결된다. 시장은 분업과 전문화를 통해 개인을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로 인도하고, 자신의 산출물을 다른 사람의 산출물과 교환하도록 해준다. 분업과 전문화로 특정 분야에 대한 체험 학습이 누적되면 개인은 일을 더 잘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교환의 양적 규모가 확대되어 발전을 성취한다.
현대 자동차를 세운 정주영은 일찌감치 보이지 않은 손의 힘을 잘 활용했던, 특히 전문화를 통해 특출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다. 1946년 서울에 자동차 수리점을 연 것을 시작으로 자동차를 전문화해 나가기 시작한 그는 세계 4위의 자동차 회사를 만들어 냈다. 더불어 자동차 중에서도 승용차, 그중에서도 소나타라는 중형 승용차 모델을 전문화했다. 그 결과 배기가스 기준 하나 충족시키지 못해 미국 시장에 내놓을 수도 없었던 차의 품질을 미국에서 최우수 자동차 상을 받을 정도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판매 규모 역시 늘어났다. 오늘날 미국에서 판매되는 소나타 7세대의 판매량은 연간 2만 5천 대 수준으로 팔렸던 3세대 판매량의 9배, 약 22만 5천 대에 달한다.

경제 발전은 정치적 문제다

억압받던 개인의 권리가 확장되면 발전이 일어난다. 중국이 집단 농장에서 가족 농장으로 변화한 시기를 보자. 1966년에서 1967년 문화 혁명이 한창일 때 마오쩌둥은 집단 농장 시스템을 강제했다. 그러나 작물 생산은 아주 빈약했다. 농기계, 비료 등을 더 많이 지급해도 마찬가지였다.
1976년 독재자 마오쩌둥이 사망하자 농민들은 마침내 조금씩 자신의 권리를 찾아 갔다. 집단 농장에서 일할 시간에 가족 소유의 경작지에서 자유롭게 일하게 해달라고 관리에게 뇌물을 먹이기 시작한 것이다. 가뭄과 기근이 심한 곳에서 이러한 협상은 더 많이 일어났고, 1982년 중국 정부는 가족 농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에 사는 개인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의 양이 커진 바로 그즈음부터 중국의 경제 성장 잠재력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스털리는 개인의 자유가 점점 확대될수록 세계 빈자들의 안녕과 복지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거라고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게 되면 세계도 그 변화만큼 발전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자유로운 개인의 권리가 발전을 달성한다는 증거와 상관없이, 독재자와 그들을 돕는 전문가의 발전 횡포는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발전을 달성하겠다면서 더 많은 권력을 차지하고 개인들을 억압한다. 따라서 발전을 위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빈국에 대한 물적 원조가 아니라, 가난한 개인들의 인권과 권리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평등하게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독재자나 전문가뿐만 아니라 모든 이가 자신의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스털리는 더 이상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올바른 국가적 행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방향 자체가 잘못된 질문이었다. 앞으로 던져야 할 물음은 [올바른 《국가적》 행동은 무엇인가가 아니다].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떠한 정치적, 경제적 권리의 체계를 갖추어 놓아야 다수의 개인들이 그들 자신의 발전을 위한 올바른 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인가]이다.

책속으로 추가
첫째, 귀족 중심의 엄격한 계급 체제에 뒤따라 들이닥친 외세의 정신병적인 식민 통치로 말미암아 한국인들은 자신의 미래에 투자할 동기가 거의 없었다. 둘째, 암울한 수렁에서 시작한 정주영과 한국인들의 이야기는 경제적, 정치적 자유 면에서 긍정적인 [변화]이기도 했다. 그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개인이 누리는 자유의 [수준]이 매우 부족했어도 말이다._409면

고도의 전문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애덤 스미스가 전문화에 따르는 이득에 대해 이미 제시한 바 있는 다른 설명은 체험 학습이다. 즉, 작업자의 전문 영역이 좁아질수록 작업자의 일처리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전문화를 크게 심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은 노동자들이 좁은 분야에 적합한 체험 학습을 어느 정도 이미 습득한 상태라는 점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일단 그 분야를 선택하면 더 많은 체험 학습을 축적하게 된다._413면

이것의 실질적 의미는 우리가 어떤 독재자하에서 연달아 일어난 높은 성장률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잘못 기대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높은 성장률을 인자한 독재자의 능력 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연이은 높은 성장률이라는 똑같은 사태를 놓고 독재자에게 두 번?지금과 잘못 예측하는 미래?의 공적을 인정해 준다. 요컨대 [몇몇] 독재자들의 집권기에 높은 성장률을 단지 [몇 번] 관찰했다고 해서 인자한 독재자를 칭송하는 주장이 입증되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_482면

달리 말해, 어떤 나라의 모든 지도자들이 높은 성장률을 성취한다면 그 사실이야말로 지도자들보다 그 나라 자체가 성장률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다. 가령 한국의 경우를 보면, 앞에서 추린 양호한 성적의 지도자 목록에 세 명이 들어간다. 박정희와 전두환, 그리고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시기의 노태우가 그 독재자들이다. 한국의 성장률 자료는 장기간 집권한 박정희를 포함해 이 세 사람의 집권기 자료들이 거의 전부다. 따라서 이 세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의 정책보다는 한국의 조건과 사건이 더 중요했을 공산이 크다._49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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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 독재자와 전문가 | gh**ms2222 | 2017.02.19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한국 근현대사는 항상 말썽이다. 끔찍한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면 반민특위 해체와 이승만의 집권, 한국전쟁 발발, 박정희 독재정권...
    한국 근현대사는 항상 말썽이다. 끔찍한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면 반민특위 해체와 이승만의 집권, 한국전쟁 발발, 박정희 독재정권까지 그야말로 민족의 아픔을 대면해야 하는 역사. 최근 자행해온 그들의 역사에 대한 만행. 그중에서도 독재정권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경제성장을 가장 큰 당위로 내세운다. 그렇다. 산업화의 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하지만 그것은 독재정권의 정당성과 별개의 문제이다. 
    각설하고 우리는 항상 교육을 받아왔다. 윗선에서 시키는 대로 전문가와 관료제로 결정하는 시스템을 최우선으로 한다. 교육 자제가 이미 그런 시스템이라 자연스레 습득한다. 하지만 저자는 정부관료의 딱딱함과 독재는 결국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한다. 스스로 유연성을 갖고 자생적인 습득을 통한 모델이 결국 성장을 이끄는 데 유효하다고 말이다.
    국내의 상황에서도 정주영 회장의 현대는 정주영 개인의 자생적이고 유연성을 바탕으로 성공을 이뤄낸 것이라고 본다. 박정희 정부 아래서 오히려 기업 동력을 결핍할 가능성이 더 많았다고 한다.
    독재자의 집권과 호황기는 우연이지 그들 관료가 이끈 것이 아니다. 자유로운 개인과 권리가 보장될 때 더많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발판이 되어 국가의 성장을 도모할 것이다. (최근 국정농단의 사례에서 보듯 창의력과 상상력은 국가주도의 역할로서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긴 그들은 사실 관심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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