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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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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쪽 | 규격外
ISBN-10 : 1157283802
ISBN-13 : 9791157283804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중고
저자 박금선 | 출판사 지혜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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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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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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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선 시집 『아무 일 없는 것처럼』은 크게 5부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으며 박금선의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소개

저자 : 박금선
박금선 시인은 경북 영일에서 태어났고,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 했으며, 2004년 『문학세계』로 등단했고, 시집으로는 『숲으로 오라』가 있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은 박금선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고, 우리 인간들의 야만적인 잔혹극을 고발하며, 전체 인류와 뭇생명들의 공존을 위하여 대속하고 있는 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도마 12
돌담을 쌓다 14
내가 무엇이었을 때 16
책을 뉘다 18
하모니카를 깨우다 20
내 사랑을 호흡해 22
신발이 없는 것들 24
사랑이 올 때 26
구월 28
너무 좋은 숲의 사이 30
거미의 집 32
천 개의 눈 34
꽃바구니 36

2부

늑대의 이름으로 38
버들강아지 40
알 수 없는 나와 만날 때 42
뿔 44
낫도 먹는 날 46
혼자서도 잘 해요 48
개 51
꽃을 바치는 이유 53
가시 꽃 55
기도해요 57
목 백합이 핀다 59

3부

아버지 62
여름날의 일기 64
슬픈 여름 66
엄마들이 사는 동네 68
콩에게 69
화장실 71
고래 이야기 72
콩 타작 74
감나무 76
아름다운 이름 78

4부

날개옷 82
눈이 내린다 84
숫 양파 86
빈대에 대하여 88
고사를 지내다 89
부화를 기다리며 91
물고기 93
낙지에 대하여 95
아무 일 없는 것처럼 97
그물 99

5부

세탁기 104
벤치 수리 106
의자 다리 108
오리 배 111
공구함 112
현수막 114
마른 고추 115
밀가루 반죽 117
휴지통에 꽃이 핀다 119
연꽃 차 120
배를 타다 122
어부 두 사람 124
고명에 대해 126
별 128
생선뼈 찌개 130
섬 132

해설집과 길 사이, 날개옷박수빈 136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박금선의 {아무 일 없는 것처럼}은 안주를 지향하다가도 길을 떠나는 여정과 같다. 주로 보편적인 삶을 다루며 일상의 갈등이 투영되어 있는데 가식 없는 진솔한 묘사가 박금선 시의 특징이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마음의 길을 내는 암시가 숨겨진 비의에...

[출판사서평 더 보기]

박금선의 {아무 일 없는 것처럼}은 안주를 지향하다가도 길을 떠나는 여정과 같다. 주로 보편적인 삶을 다루며 일상의 갈등이 투영되어 있는데 가식 없는 진솔한 묘사가 박금선 시의 특징이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마음의 길을 내는 암시가 숨겨진 비의에 대한 시인의 동경을 읽게 한다.
박금선 시인의 시는 이렇게 “집”과 “길”의 대비 속에 일상과 탈일상 혹은 실존과 시적 미학을 대칭적으로 배치한다. 나아가 이원화된 양상을 보여주는데 이때 언급하는 생명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
털을 뽑히고 달려가는 화면 속 거위를 보았다
따뜻함이란 이유 하나 때문에
남의 눈알을 빼오듯 깃털을 뽑는 일
순간의 아픔도 잊고
부르르 목덜미를 떨고 있는 맨살의 거위들
나무 아래 모여 오들오들 떨고 있다
(중략)
팔을 흔드는 저 허공에
거위의 털이 빠져 나온다
누가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볼 수 있을까
하얗게 내려오는 저 깃털들의 춤을
-「눈이 내린다」부분

나)
그날 돌아보니 대하들의 화형식이었다
몇 마리인지 세어보지도 못하고
저울에 올려 무게로 값을 치르고
살아서 펄펄 뛰고 있는
대하의 상품성을 확인하기 급급했다
지느러미도 삐죽삐죽 신선한 것을
벌겋게 달아오른 불길 속으로
한꺼번에 밀어 넣었다
뚜껑을 닫은 팬 속에서 이리저리 뒤엉켜
튀어 오르는 장면도
발버둥치는 구원의 소리도 외면하고
여럿이 둘러앉아
수다를 떨며 구이가 되길 기다렸다
그것들이 지글지글 익을 때까지
분위기가 막 달아오를 때 까지
그렇게 많은 대하들의 주검을
바라보았다
눈물 한 방울 없이
지옥의 문지기처럼 앉아있었다
죽어 빨갛게 꽃이 된 대하
껍질을 벗기고
악마처럼 그 뜨거운 몸을 우리는
허겁지겁 먹었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그날 밤 꿈속에서
대하들이 슬프게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전문

가)는 거위 털이 날리는 모습에서 눈 내리는 장면을 연상한 수작이고 나)는 대하를 굽 는 장면이다. 죽음을 담보로 사람들이 대하를 맛있게 먹는 일에서 고귀한 생명의식을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이 따듯하게 입는 거위 털옷에는 숱한 목숨의 희생이 있다. 대하의 잘 익은 죽음과 생의 대칭적 배열은 죽음과 생 사이의 거리감과 친연을 보여주기도 해서 아이러니하다. 죽음과 따듯하거나 맛있는 생이 같다는 모순에 주목하면서 시인은 운명에 대한 사유에 골똘하다. 죽음의 미학을 기반으로 성찰하고 있는 시인의 시선은 단순히 먹이사슬의 약육강식 논리나 적자생존의 논리로 쉽게 여길 수 없고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심사숙고하게 한다.
시편들을 통독하건대, 일반적인 지상의 집이 시인의 정처가 아니다. 불편과 방황이 있어 숨겨진 희망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된다. 흡사 하이데거가 ‘숨은 신’을 찾는 것을 시적 창조행위로 규정한 시론을 떠올리게 하며 불편한 상황을 담고 있다. 한계와 불편과 결핍감이 시인으로 하여금 집에 안주하지 못하고 길을 떠나게 하며 또 죽음과 소멸의 미학에 관심을 갖는 원인이 된다.

가)와 나)에는 죽음과 소멸 그 존재의 근원을 향해 질문하고 사유하는 시인의 내면이 나타난다. 다른 편에서는 고통으로부터 생의 기운을 얻으며, 상처가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죽음과 소멸의 이미지 속에서 시인은 반성하고 겸허해진다.
「휴지통에 꽃이 핀다」역시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나타난다. “학교 여자화장실 휴지통은/ 천날만날 꽃밭이다” 급기야 “벌겋게 쏟아놓은 생리대”에서 “비늘이 퍼런 숭어 몇 마리가/ 퍼덕거리다 쓰러진 흔적”이라는 표현에 눈길이 머문다.
다음에 인용하는「가시 꽃」의 고립과 절연의 이면에는 따듯함과 화해에 대해 결핍이 존재한다. 이는 타자와의 관계에도 적용이 되는데 공동체적인 화해나 화합을 지향하기보다는 독자적이고 실존적인 고뇌에 잠겨있다. 그래서 섣부른 화해보다는 자기반성과 고립을 택한다. 하지만 이런 자세는 실제로는 집, 가족, 따듯한 귀가 등에 대한 그리움을 추동하는 근거가 된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려고
꼭꼭 문을 잠궜어
스스로를 비밀 속으로 밀어 넣고
감추고, 지켜내려고 했던
약속
말도 삼키고 살았지
숨마저 죽이고 살았어
온몸에 가시를 두르고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략)
알맹이를 뛰어내리라고
등을 밀어주는 것
알밤은 세상을 향해 튀어나갔다
가시만 남은 빈 껍질이
꽃이 되는 순간이다
-「가시 꽃」부분

“온몸에 가시를 두르고/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화자는 아프고 외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시의 후반부는 반전의 아름다움이 있다. 초반부에서 화자의 내면은 운명적인 시간과 그 시간이 남기고 간 아픔에 대한 명상이 있다. 주변에 대한 경계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한 점에서 자폐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워하면서 경계하는 양가적인 심리를 지닌 내면은 알밤이 벌어지는 상징적인 의미로 모아진다. 자신의 속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가시”가 바로 고독 또는 거짓 강함의 자세로 전면화가 된다. 이는 삶을 애써 견디는 자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다. 여물어 갈수록 비장감으로 둥글게 밤송이가 되는 상태가 가시로 돋는 시인의 심리상태라 하겠다. 이렇게 시인은 아픔을 통한 견인주의를 삶의 자세로 취한다. 이 대목에서 시인의 시적 여정이 어디를 향하는지 왜 집이 아닌 길을 떠나야 했는지 드러난다. 따듯하고 섬세하고 부드러운 것을 그리워하면서도 이들이 세상 앞에 무력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천 개의 눈」은 “한 몸에 더불어 사는 천 개의 눈” 즉 다양한 눈빛들을 열거하고 있으며「밀가루 반죽」에서는 밀가루가 “빵”, “칼국수”, “수제비”로 바뀌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한 단계를 넘어서서 다른/ 무엇이 된다는 것/ 밀가루는 손끝에서 수많은 얼굴/ 수많은 맛으로 태어난다// 하나의 나무에 다른 꽃이 핀다”는 발견은 독자들에게 인식의 새로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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