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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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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쪽 | A5
ISBN-10 : 8960900605
ISBN-13 : 9788960900608
그저 좋은 사람 중고
저자 줌파 라히리 | 역자 박상미 | 출판사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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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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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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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주는 크고 작은 상실을 삶 속에 대입하다! 2000년 퓰리처상 수상작가 줌파 라히리의 소설집『그저 좋은 사람』. 데뷔작 <축복받은 집>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단의 신예로 떠오른 여성작가 줌파 라히리가 쓴 여덟 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케임브리지에서 시애틀로, 인도에서 타이로 오가면서 형제자매, 어머니와 아버지, 딸과 아들, 친구와 애인의 삶을 그려낸다.

인도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하는 이민자 1세대 부모. 하지만 거기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 적응해야 하는 이민자 2세대 아이들은 인도 아이로 남는 것과 미국 아이로 커가는 것 사이에서 위태로움을 겪는다. 표제작 <그저 좋은 사람>에서는 이런 갈등에 눈감은 채 어떻게든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허위의식을 정교한 문장으로 그리고 있다.

2부 <헤마와 코쉭>은 세 편의 독립적인 작품이 하나의 큰 이야기로 이어진다. 어느 겨울 매사추세츠에서 함께 살게 된 소년과 소녀는 아픔으로 가득했던 순수의 시절을 벗어나,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로마에서 운명적으로 만나지만 결국 삶을 함께하지 못한다. 어긋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트라우마는 '죽음'이라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줌파 라히리
1967년 영국 런던 출생. 인도 벵갈 출신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곧 미국으로 이민하여 로드 아일랜드에서 성장했다. 보스턴대학 문예창작과 대학원에 재학하면서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같은 대학에서 르네상스 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첫 소설집 『축복받은 집』으로 <펜/헤밍웨이상>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지금까지 29개 언어로 번역되어 미국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2002년 ‘구겐하임 재단 장학금’을 수상했다.
장편 소설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은 2003년 뉴요커들이 가장 많이 읽은 소설이자, 출간 이후 전미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역자 : 박상미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부터 뉴욕에서 살면서 미술을 공부했고 글도 쓰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뉴요커』와 『취향』이 있고, 옮긴 책으로 『이름 뒤에 숨은 사랑』 『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 『우연한 걸작』 『빈방의 빛』『미술 탐험』 『여성과 미술』 등이 있다. 현재 뉴욕 브루클린에서 남편과 고양이 노마와 함께 살며 그림을 그리고 글쓰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목차

1.
길들지 않은 땅
지옥-천국
머물지 않은 방
그저 좋은 사람
아무도 모르는 일

2. 헤마와 코쉭
일생에 한 번
한 해의 끝
뭍에 오르다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그래서 행복할 수 있겠냐?” 루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라면 이 결정을 이해해주고, 잘했다면서 자랑스러워했을 텐데. 루마는 그동안 일주일에 50시간을 일하면서 여섯 자리 이상 연봉을 벌어왔다. 로미가 겨우 연명하고 있을 때 말이다. 부모님은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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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행복할 수 있겠냐?”
루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라면 이 결정을 이해해주고, 잘했다면서 자랑스러워했을 텐데. 루마는 그동안 일주일에 50시간을 일하면서 여섯 자리 이상 연봉을 벌어왔다. 로미가 겨우 연명하고 있을 때 말이다. 부모님은 언제나 자기에게 부당한 역할을 요구해왔다. 아버지는 장남으로, 어머니는 두 번째 남편으로.
-48쪽, 「길들지 않은 땅」에서

“그이를 잘 아셨잖아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데보라가 엄마에게 물었다. 그러고는 “이 일을 알고 계셨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엄마는 몰랐다고 했고 그건 사실이었다. 그들은 한 남자에게 실연을 당한 셈이었다. 단지 엄마는 오래전에 다친 상처가 아물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엄마와 아빠는 나이가 들면서 애정이 생기는 것 같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아마 살다 보니 습관처럼 그렇게 된 것 같았다.
-102쪽, 「지옥―천국」에서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혼자 있는 그 순간을 그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오죽하면 혼자 지하철을 타고 있을 때가 하루 중 최고의 시간이라 생각했었는지 말이다. 인생의 짝을 찾는다고 그렇게 헤매고서, 그 사람과 아이까지 낳고서, 아밋이 메건을 그리워한 것처럼 매일 밤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렇게 절실하게 혼자 있길 원한다는 건 끔찍하지 않은가. 아무리 짧은 시간이고, 그조차 점점 줄어든다 해도 사람을 제정신으로 지켜주는 건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이라는 사실이.
-140쪽, 「머물지 않은 방」에서

“나와 파룩의 관계 말예요. 그녀도 알아야 해요. 보니까 당신은 좋은 친구인 것 같으니까요.”
디어드라는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동안 폴과 생은 정적에 귀를 기울이듯 앉아 있었다. 폴은 생의 오해를 푼 셈이었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편해지지도, 자기의 무죄를 입증한 것 같지도 않았다. 결국 생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나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러고는 마치 주변과 차단된 것처럼, 아주 조금씩 움직였다. 소리를 내거나 몸을 크게 움직이면 자신의 존재가 들킬까 두려워하는 듯했다.
-257~258쪽, 「아무도 모르는 일」에서

사실 난 그 첫날 밤 굉장히 무서웠어. 방이 너무 조용해서 무서워 죽을 것 같았지. 하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았어. 서너 살 때 터득해야 했던 걸 지금 터득하지 못하는 것보다 무서운 건 없었으니까. 결국 그렇게 어렵지는 않더라. 두려움에 지쳐 잠이 들었고 아침에 깨어보니 난 혼자였어. 안방에는 들어오지 않는 동쪽 햇살에 눈을 찌푸리면서 잠에서 깨어났지.
-279쪽, 「일생에 한 번」에서

아이들의 얼굴 위로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지만 내 입에선 계속 말이 튀어나왔지. 해서도 들어서도 안 될 말들이. “그래 너네도 이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겠구나. 우리 엄마가 얼마나 예뻤는지, 너네 엄마보다 얼마나 세련되고 예뻤는지, 너네 엄마와는 비교도 안 되지. 너네 엄마는 여기 우리 아버지 빨래나 하고 밥이나 해주러 온 가정부에 지나지 않아. 그게 너네 엄마가 여기 온 이유야. 너네들이 여기 온 이유이고.”
-346쪽, 「한 해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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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퓰리처상 수상 작가, 줌파 라히리의 새 소설 <뉴욕 타임스> 선정 10대 책, <타임> 선정 최고의 책 데뷔작 『축복받은 집』(Interpreter of Maladies)으로 2000년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단의 신예로 떠오른 줌파 ...

[출판사서평 더 보기]

퓰리처상 수상 작가, 줌파 라히리의 새 소설
<뉴욕 타임스> 선정 10대 책, <타임> 선정 최고의 책


데뷔작 『축복받은 집』(Interpreter of Maladies)으로 2000년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단의 신예로 떠오른 줌파 라히리의 새 소설집이 출간됐다. 당시 <퓰리처상> 수상은 여러 모로 이례적인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수상자가 30대의 여성 작가였다는 점, 기존의 수상작이 미국인의 정체성을 파고든 작품이었던 것과 달리 이민자의 정체성을 다룬 작품이었다는 점, 또 장편에 주는 상이라는 인식을 깨고 단편집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는 점이 이 작가가 갱신한 신기록이었다. 이어 줌파 라히리는 <펜/헤밍웨이상> 수상과 함께 29개 언어로 작품이 번역되면서 일약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두 번째 소설이자 첫 번째 장편 소설 『이름 뒤에 숨은 사랑』 또한 미국 내에서만 80만 부의 판매를 기록하면서 소포모어 징크스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세 번째 작품인 『그저 좋은 사람』은 ‘<뉴욕 타임스> 선정 10대 책’ ‘<타임> 선정 최고의 책’ 등 유수 매체에서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으며 그녀가 ‘단편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줌파 라히리의 작품은 주로 미국 내에서 살아가는 인도인의 정체성 문제를 바탕으로 연인, 친구, 가족 등 밀착된 관계에서 일어나는 불화와 소통을 다룬다. 이는 작가 자신의 정체성과 성장통을 반영한다. 『그저 좋은 사람』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은 케임브리지에서 시애틀로, 인도에서 타이로 오가면서 형제자매, 어머니와 아버지, 딸과 아들, 친구와 애인 들의 삶이라는 또 다른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그 세계 속의 관계는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끊임없이 열망하면서도 끊임없이 소원해지는’(「옮긴이의 말」에서) 관계이다. 이런 고민은 줌파 특유의 쉬운 문체로 녹아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써 내려간 듯한 글 속에는 저마다 가시가 들어 있다.

“또다시 떠나는 줌파 라히리 식 가족 오디세이
세상의 모든 가족들이 다다르게 되는 공존을 찾기까지의 과정”


인도의 전통을 고수하고자 하는 이민자 1세대 부모와 여기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 적응해야 하는 이민자 2세대 아이들은, 인도 아이로 남는 것과 미국 아이로 커가는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위태로움을 겪는다. 부모는 아이가 벵골 어를 쓰고 쿠르타(기장이 길고 칼라가 없는 인도의 셔츠)를 입기를 바라고 금요일 밤 파티 같은 미국 문화에는 근처에도 가지 않길 바라지만, 그랬다간 그 사회에서 고립되거나 바보가 될 뿐이다. 이런 갈등에 눈감은 채 어떻게든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허위의식은 특히 표제작 「그저 좋은 사람」에서 정교한 문장으로 그려진다. 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수드하는 낙오자가 되어가는 남동생의 삶에 개입하려 하지만 상황은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작품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구제하려는 시도가 과연 가능한지 묻는다.

“누난 여기 살지도 않잖아.” 그가 계속 말했다. “그냥 여기 걸어 들어와서 모든 걸 완벽하게 해놓고 다시 런던으로 사라지시겠다고? 그게 누나가 하려는 거야?”
그녀는 그를 쳐다봤다. (…) “라훌, 넌 똑똑한 아이야. 나보다 훨씬 똑똑하다고. 난 정말 이해가 안 간다.”
그는 몸을 숙여 바닥에 있는 잔을 들었다. 한 모금 마시고 나더니 침대 밑으로 밀어 넣었다. 이제 잔이 보이지 않았다. “이해하지 않아도 돼, 누나. 언제나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172~173쪽에서

「길들지 않은 땅」에서는 낯선 도시로 막 이사한 젊은 엄마, 루마네 집에 친정아버지가 방문한다. 아버지는 딸네 집 정원을 가꾸어주고, 손자에게 애틋함을 느끼면서도 딸과의 관계를 버거워한다. 이 소설은 너대니얼 호손의 문구―“감자처럼 인간도 길들지 않은 땅에 뿌리를 내려야 더 번성한다”―에서 제목을 따왔는데, 줌파는 이에 대해 소설로 기나긴 반문을 제시한다. 과연 다른 땅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인지 말이다. 「지옥―천국」에서는 가족처럼 지내며 삼촌이라 부르던 한 남자를 남몰래 사랑한 엄마의 갈등을 다룬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그 감정을 딸에게 털어놓는 계기가 사뭇 저릿하다. 「숙박시설의 선택」에서 주인공 남자는 옛 친구의 결혼식을 기회로 아내와 낭만적인 주말여행을 꿈꾸지만, 파티가 시작되고 밤이 깊어가면서 계획은 결혼 생활의 어두운 이면으로 점철된다. 「아무도 모르는 일」에서는 파룩과 생, 폴이라는 세 남녀의 기묘한 관계를 통해 연애에 잇따르는 감정―신뢰와 거짓, 자존감과 집착 등―을 묘사한다.
2부 「헤마와 코쉭」은 세 편의 독립적인 작품이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연작 소설에서는, 어느 겨울 매사추세츠에서 우연히 함께 살게 된 소년과 소녀의 삶을 만난다. 그들은 아픔으로 가득했던 순수의 시절을 벗어나,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로마에서 운명적으로 조우하지만 결국 삶을 함께하지는 못한다. 그 어긋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두 인물의 트라우마가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
줌파 라히리의 작품들은 ‘삶이 주는 크고 작은 상실을 뿌리를 옮겨 사는 사람들의 삶 속에 대입해보는 작업’(「옮긴이의 말」에서)이다. 어찌 보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엇갈림을 묘사하는 평범한 이야기일 뿐인데도 ‘이민자들의 삶’이라는 돋보기를 겹쳐 대었기에 하나같이 낯선 풍경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풍경은 놀라우리만치 우리네 삶과 비슷해서, 독자들은 또한 지나간 관계를 복기하며 고통을 헤아리게 된다.

탁월한 관찰자의 시선
불가능한 소통이 극에 달한 순간, 진정한 소통의 가능성을 말하다


택시는 떠났고 그녀는 택시가 떠난 잿빛 아침 햇살 속을 멍하니 바라봤다. 어느새 자신이 더 이상 울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고 갑자기 정신이 맑아졌다. (…) 그녀는 더 이상 자기를 신뢰하지 않을 남편과 이제 막 울기 시작한 아이와 그날 아침 쪼개져 열려버린 새로운 가족을 생각했다. 다른 가족들과 다르지 않게, 똑같이 두려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211~212쪽에서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말하길, 자기는 어렸을 때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관찰하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그래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삶의 어떤 상처가 작가를 관찰자로 밀어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녀의 상처 덕분에 독자들은 지독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 현실은 오해, 미움, 분노의 끝에 결국 단절로 향하는 관계일 것이다. 그녀는 이 여덟 편의 이야기에서 결코 손쉬운 화해를 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관찰을 멈추지 않는 것은 소설가 김연수의 표현처럼 “그 이방인 같은 모습이야말로 가족을 이해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저 좋은 사람』에서 작가는 그 불가능한 소통이 극에 달한 순간, 진정한 소통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려는 듯하다.

* 편집자 노트

이 책의 번역은 줌파 라히리의 첫 장편 소설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을 번역한 박상미 씨가 맡았습니다. 번역자는 『그저 좋은 사람』을 번역하는 동안 종종 이 책에 관한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http://tasteofny.egloos.com)에 올리곤 했습니다. 그 내용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에 아래 글 일부를 공개하고 주소를 링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저 좋은 사람> / 2009. 7. 2.(http://tasteofny.egloos.com/2385824)
지금 번역하는 줌파 라히리의 단편 모음집 속엔 「Only Goodness」란 제목의 작품이 있다. 그동안 이걸 어찌 번역할까 고민하다가 이 문구가 쓰인 문맥을 살려 ‘그저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세상에 그저 좋기만 사람이 있을까, 홀딱 빠진 애인이나 개가 주인을 일컫는 말처럼 들리는데, 거기 묘미가 있을 수도 있다.
(…) 동생의 마지막 행동은 의문점으로 남는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누나도, 우리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는 이해가 불가능한 저 건너편으로 가버린 사람이 된 걸까. 아니면 누나와 벌어진 갭을 더 확고히 하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그런 건 아닐까. 그 갭을 회복할 기운도, 의사도 없는, 벌써 다른 세상에 속해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반환이 불가능한 구매처럼 모든 것에 ‘마지막’이란 도장을 찍듯 말이다.

<코쉭을 따라서>/ 2009. 7. 28.(http://tasteofny.egloos.com/2404685 )
「길들지 않은 땅」의 2부의 제목은 「헤마와 코쉭」. 여기 들어 있는 이야기, 그러니까 마지막 세 이야기는 서로 독립적이면서 연결된다. 이민 온 가족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면서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 흐흑… 그래서 마음속으로 내내 울다가 한번은 진짜 책상에 코를 박고 울었고, 책을 끝내고 나서도 며칠간은 ‘연약한vulnerable’ 상태로 지냈다.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픽 쓰러지거나 뻥 뚫리거나 그런 상태로.
번역을 하면서 주인공들이 가는 곳마다 나는 쫓아다녔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처럼 시시콜콜한 것에 궁금해 하면서.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인터넷으로 찾아 상상해보고, 가봤던 곳은 가본 기억까지 더해서 상상을 했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또다시 떠나는 줌파 라히리 식 가족 오디세이.
미움과 지겨움과 오해와 단절의 막막한 바다를 지나 세상의 모든 가족들이 다다르게 되는 공존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야기들이 줌파 라히리 특유의 섬세한 시선 속에 담겼다. 우리는 끝내 불완전한 이방인으로 남는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가족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라는 걸 알려주는 세련된 소설들이다.
김연수, 소설가

훌륭하고 쉽게 읽히는 산문체로 쓴 이 책에는 스토리텔러인 줌파 라히리의 대단한 재능이 잘 드러나 있다. 인물들은 뉘우침, 고독, 상실감, 그리고 크고 작은 비극들 사이에 있으며, 무엇보다 크게 강조하지 않은 듯한 휴머니티를 느낄 수 있다.
할레드 호세이니, 『연을 쫓는 아이』 저자

라히리의 소설은 명료하고 감정이 풍부하면서도 풍자적이다. 독서의 재미를 처음 깨닫게 해준 책들처럼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뉴욕 타임스 리뷰오브북스

심오하고 강력하고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라히리는 작가로서 역량이 절정에 달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북리뷰

굉장한 작품. 예리한 관찰력, 차분하고도 정교한 문체로 라히리는 세대 간의 충돌에 초점을 맞춘다. 인물의 감정과 그 주변 세계에 대한 정확한 묘사가 돋보인다. 잊기 힘든 사람들의 잊을 수 없는 이야기.
오프라 매거진

별 네 개를 주어도 모자란 작품. 라히리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최면에 걸린 기분이다. 실제보다 색이 더 선명하고 냄새는 더 진하고 시간은 더 느리게 흐르는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피플

라히리는 이 잊을 수 없는 인물들의 영혼 속으로 파고든다. 이들은 이주와 죄의식, 두려움에 괴로워하면서도 숨통을 조이는 전통과, 미래에 대한 공포와 흥분 속에서 균형을 찾으려 하고 있다. 「그저 좋은 사람」에서 라히리는 이 시대 중요한 미국 작가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한다.
북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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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줌파 라히리의 작품은 어떤 작품을 읽고 있어도, 이것이 지어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실제 나 자신의 이야기인 것 ...

    줌파 라히리의 작품은 어떤 작품을 읽고 있어도, 이것이 지어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실제 나 자신의 이야기인 것 같은 생각이 들고,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이라면 더욱 그렇게 느낄 것 같아요. 단순히 현실적인 묘사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작품 속에 스며들어 있는 정서가 그러합니다.

    몇몇 작품들을 읽을 때마다 작가가 속한 인도계 가정이 얼마나 가족이라는 사슬에 강하게 매여 있는지 목도하게 됩니다. 심지어 인도를 떠나 미국에서 자리잡은 이민자 가족인데도 그러니, 실제 인도에서는 어떨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외국인이 보는 우리나라 소설도 아마 비슷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야 이미 일상이니까 잘 캐치하지 못한다고 해도, 아마 어마어마하게 구속받으며 살고 있는 것처럼 비치겠죠. 사실 우리에게 있어 가정은 가장 작은 단위의 시스템이고, 체계이고, 위계이며, 어떤 면에서는 족쇄에 가깝죠. 정신부터 압박해 들어오니까요.

    그저 좋은 사람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담겼지만, 저는 첫 번째 소설인 길들지 않은 땅이 좋았습니다. 원제로는 Unaccustomed Earth인데요. 뉘앙스가 아주 미묘하죠. 난폭하게 말하면 땅에 뿌리박고 사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라, 한마디로 온갖 세속의 족쇄들을 다 끊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뜻도 됩니다.

    실제 작품 속에는 루마의 아버지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인도남자로 태어나 온갖 구속에 시달리던 아버지는, 아내의 죽음과 동시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자유로워진 사람입니다. 직장도 그만두고, 집도 팔아버리고, 고향으로도 돌아가지 않으며, 새로운 여인과 자유롭게 여행과 연애를 즐기며 살아가는.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겠죠. 반대로 미국남자와 결혼했으면서도 아직까지 온갖 제약에 둘러싸여 있는 루마가 안쓰럽습니다. 짧은 단편으로도 여러 가지를 생각게 하니, 역시 좋은 작가에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시면 읽어보셨으면 좋겠네요.

  • 그저 좋은 사람 | ji**980321 | 2013.04.07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여성작가의 책들을 찾아 읽는다고 하자 지인이 줌파 라히리.. 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었다. 인도걔이면서 영국에서 태어났고, 미...
    여성작가의 책들을 찾아 읽는다고 하자 지인이 줌파 라히리.. 라는 작가를 소개해 주었다.
    인도걔이면서 영국에서 태어났고, 미국국적을 가지고 작가의 특이한 이력도 흥미로웠다.
     
    이 이야기는 인도계 이민가족들의 이야기다.
    여러 단편들이 있지만, 모두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저 좋은 사람이란 바로 가끔을 날 힘들게도 하고, 어긋나게 나각도 싶지만 결국은 서로를 안아야 하는 가족이다.
    게다가 이민가족이라면 그 애틋함이 말해 무엇하랴.
     
    생소한 작가의 작품이고, 어쩌면 낯선 문체인지라 미처 작품을 온전히 감당해내지는 못했다.
    단편집이 아니라 차라리 긴 장편을 선택해 볼 걸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강한, 아름답지만 미묘한 인상을 가진 작가.
    다음 번엔 그녀의 묘한 매력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
  • 그저 좋은 사람 | mo**ong | 2010.01.30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인간은 수많은 관계를 이루며 일생을 살아간다. 그러한 관계 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또한 ...
     

    인간은 수많은 관계를 이루며 일생을 살아간다. 그러한 관계 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또한 어떠한 감정들은 표면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억누르고 무뎌지게 만들면서 생활을 해나간다. 그 중에서 가족이라는 관계는 선점되어진 관계성에 의해서 많은 부분들이 억눌러지고 닫혀진 상태로 강요되어진 이상을 향해 달려가는 가족의 든든한 밑바탕이 되어 왔다.

     

     

    사랑하던 아내를 잃어버린 남자. 그리고 성인이 되어 자신의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버린 자식들. 그사이 어느덧 가족의 구심점이 되었던 남자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이방인 되어 주변을 떠돌게 된다. 하지만 한 남자는 그러한 이방인으로서의 자유가 새로운 삶의 활력을 일으키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다른 한 남자는 이전의 가족이라는 구속이 그리워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그 속에 안주한다. 그리고 자식들이 만들어 놓은 가족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간다.

    이민을 와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던 두 가족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만나서 한 집안의 울타리에 살면서 그동안 겉에서 보아오면서 만들어 졌던 감정들이 점차 변해가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감춰진 내면을 알게 된 자식들은 부모들의 연을 이어받아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게 되고 그 속에서 감춰진 감정을 서로에게 확인할 수 있는 관계로 이어진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주로 인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세대와 그 다음세대를 축으로 이루어져서 가족의 관계성에 있어서 동양적인 사고가 많아 우리에게 친밀하게 다가오게 된다.


    책에는 이처럼 다양한 관계들이  조심스럽고 섬세한 시각으로 그려지고 있다. 좀처럼 닫혀져있던 감정들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가져와 살며시 우리들의 눈앞에 펼쳐놓는다. 그러한 자연스러운 이끌림은 관계의 선입관을 갖은 우리에게 특별한 거부감 없이 가려지고 억눌렸던 감정들을 다시금 되짚어보게 한다. 그런 감정의 되새김은 서로의 관계에 있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상대방의 감정을 보듬어 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러한 여유는 가족이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정의 내려진 선입관에 좀더 진실 되게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우리는 이타적인 마음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이타심을 강요하지 그들에게 베푸는 것에는 인색해온 것이 아닐까. 당연한 아버지, 자식, 형제, 아내로서의 위치와 감정을 무언의 족쇄처럼 서로에게 강요하고 스스로 억제하면서 외로움을 쌓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우리들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좀 더 촘촘한 그물망을 형성하고 그들의 작은 울림에도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야겠다.









  • 그저 좋은 소설 | 19**rain | 2009.11.30 | 5점 만점에 1점 | 추천:1
     그저 좋은 사람이라고 읽은 순간, 묘한 떨림이 있었다. 어떤 이유도 필요없이, 그냥 좋은 사람. 괜시리 설레고 기분...

     그저 좋은 사람이라고 읽은 순간, 묘한 떨림이 있었다. 어떤 이유도 필요없이, 그냥 좋은 사람. 괜시리 설레고 기분이 좋은 말이다. 책을 마주하고, 잠시 나의 그저 좋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언제나 나를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는 가족, 항상 보고 싶은 지인, 매일 매일 끝도 없이 할 말이 많아 전화기가 뜨거워지는 친구들. 소설을 책장을 넘기도 전부터 나를 행복하게 했다.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바람을 가졌다. 치장도 없이, 꾸밈도 없는 글에서 느껴지는 진성성 이랄까, 그런 느낌이 좋았다. 있는 그대로의 일상과 보일 듯 말듯 감정의 묘사가, 소설 속에서 녹아나는 삶이 좋았다. 소설에 대해 전체적으로 말하자면,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정착하는 이민자, 그리고 그 다음 세대의 심리와 갈등을 담고 있다. 인도적 생활방식을 기본으로 하며 현실에 적응하려는 그들이다. 

     

     8편의 단편엔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관계들, 그 속에서 그저 좋은 사람은 연인이기도 했고, 가족이기도 했고, 친구이기도 했다. 소설의 원제인  <길들지 않은 땅>은 아내가 죽은 후 딸 루마와 아버지의 관계를 담았다.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으로 루마는 혼자 남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염려한다. 남편의 직장으로 낯선 곳에 이사온 루마는 불안했지만,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 역시, 가족에서 다정하지 않았던 자신을 알기에  딸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한다. 루마는 다니러 온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곧 깨달는다. 아버지는 엄마처럼 그저 좋은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꾸며 놓은 정원에 꽃과 나무, 할아버지를 따르는 아이, 자신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했다는 사실. 그러나 아버지의 입자에서 아내 대신 그저 좋은 사람은 루마가 아니었다. 새로이 연애도 하고,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고 싶었다. 어느 순간, 가족은 타인 아닌 타인이 된다.

     

     부모 다음으로 연인을 만나기 전까지 든든한 내 편은 형제다. 라훌에게 누나 수드하그랬다.  처음 술을 가르쳐준 누나가 부모보다는 더 친밀했다. 하여, 부모는 동생에게 문제가 생기면 의례 누나에게 의논한다. 언제부턴가 누나는 부모와 동생의 인생에 관여하는 게 싫었다. 자신의 공부를 위해, 행복을 위해 미국을 떠나 영국에서  살고 싶었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라훌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 두려웠다.  치료를 받았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고, 남편이 알까 두려웠다. 불안했지만 아이를 맡기고 외출 후 돌아오니 집 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제목처럼 <그저 좋은 사람>으로 시작된 가족은 언제나 그저 좋은 사람일 수 없다. 때로 상처를 주고, 외면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아이는 아직 어렸고, 수드하는 아이에게 그저 좋은 사람일 뿐 다른 의미는 없었다. 그녀는 부엌으로 가 찬장을 열어 워타빅스 한 봉지를 꺼내고 우유를 냄비에 데웠다. (...)그녀는 더 이상 자기를 신뢰하지 않을 남편과 이제 막 울기 시작한 아이와 그날 아침 쪼개져 열려버린 자기 가족을 생각했다. 다른 가족들과 다르지 않은, 똑같이 두려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p 209~ 210 

     

     삼촌이라 부르며 가족같은 사이로 지내는 남자를 좋아하는 엄마의 감정을 다룬 <지옥 - 천국>, 생이라는 여자와 두 남자 파룩과 폴 사이의 분명하지 않은 관계를 그린 <아무도 모르는 일>도 흔한 소재였지만, 줌파 라히리는 특별하게 그려냈다.

     

     2부 <헤마와 코쉭>은 각각의 시선으로 쓰여진 단편들이 나중에 한 개의 시선으로 연결되는 연작소설이다.  인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두 가족의 일상, 갈등을 그렸다. 소녀 헤마의 시선으로 본 코쉭, 죽은 어머니 자리에 젊은 인도 여자를 새어머니로 들인 아버지를 보는 코쉭, 인도도 미국도 아닌 로마에서 우연하게 만난 헤마와 코쉭.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고,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 있었지만, 둘은 다른 결정을 내린다. <헤마와 코쉭>에는 특히 미국인이지만 인도적 느낌이 강했다. 이민자의 삶, 타국에서 정착하기 위해 겪었을 어려움을 섬세하게, 담백하게 그렸다. 

     

     글이라는 것이, 참 묘하다는 생각을 했다. 줌 라히리처음 만나는 작가였고, 작가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 해서, 그녀가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사실도 몰랐다. 그저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좋았는데,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으로, 읽는 내내 나를 달뜨게 했다.   

  • 여남은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맛난 음식을 연신 입가에 가져가는 저녁 식탁의 모습은 여느 가정 어...

    여남은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맛난 음식을 연신 입가에 가져가는 저녁 식탁의 모습은 여느 가정 어디서나 마주치는 정겨운 일상입니다. 하루 일과가 아무리 힘들고, 그래서 지친 어깨를 끌어올릴 힘조차 없다 해도 그날 맞는 저녁은 그새 훌쩍 큰 자녀들과 언제나 다정한 아내로 인해 충분히 보상이 되고 남습니다.


    문 여는 소리를 들은 막내가 “아빠, 아빠” 하며 목을 끌어안는 순간 “잠깐, 이것 놓고 얘기하자!”고 아이 손목을 떼놓으려고 하지만 싫어서가 아니지요. 매달린 아이가 힘들까봐 하는 말입니다. 이제 다 큰 첫째가 “아빠 다녀오셨어요?” 하고 무뚝뚝하게 말을 던져도 좋습니다. 속마음은 그게 아니란 걸 알기 때문입니다. 둘짼 둘째대로 그 중간에서 말을 받아칩니다. 제각각 다른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아이, 아빠 힘들겠다.”며 연신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아내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지요.


    일상에서 맞는 소소한 기쁨이 인생을 사는 데 얼마나 큰 자양이 되겠습니까? 그런 맛에 산다고들 하는 걸 보면 가정이라는 울타리의 힘을 무시할 수 없겠지요. 그런 힘이 다음날 거친 세파를 이기는 힘이 돼 줄 것은 자명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다 해도 가정이 버팀목으로 작용하는 한 “그까짓 것” 하며 호기어린 소리를 내지르면 그만입니다. 살아온 배경과 살아갈 세상이 유사한 가족, 그리고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과 사물 또한 부모 세대나 자손세대가 유사한 구조 속에서 사는 일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1980년대 자본자유화 조치 이후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입국해 외국인들을 보는 게 지금이야 별스럽지 않지만 불현듯 마주치는 외국인들을 슬슬 피해 달아나기 일쑤였던 때에서 갓 10년을 넘었을 뿐입니다. 문화충격이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게 인식된 것도 그 시기와 궤를 같이 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단일민족이라는 터울에 오랜 세월 갇혀있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요.


    최근, 아마도 수년 전부터였을 겁니다. 이민 2세대, 또는 3세대 가정에 드러난 가족 간 문화적 차이가 때론 작은 충돌로, 크게는 씻을 수 없는 비극으로 변해 안타까움을 던져주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는 한국 태생, 아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이른 나이에 미국 거주, 손자는 미국 태생으로 이뤄진 3세대 가정의 경우 생각보다 세대간 문화 차이가 심각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가치관과 세계관, 가족관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런 차이가 많은 경우 작은 충돌과 신속한 화해로 해결되기도 하지만 때론 급격히 폭발하는 양상을 보임으로써 원치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때가 종종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세대간 문화 차이와 그런 차이가 불러온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인정하고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할 만큼 이민사회가 겪는 고통은 우리가 짐작하는 그 이상이라고 봄이 타당할 겁니다.


    이 소설, 〈그저 좋은 사람〉의 저자 또한 차이와 갈등이 켜켜이 쌓인 이민세대입니다. 우린 이 작품 곳곳에서 그녀가 그런 차이와 갈등을 폭력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단초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녀에게 문학은 차이와 갈등을 드러내는 장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세대간 차이와 갈등은 이민세대에게 적잖은 현상입니다. 다만 당사자가 그런 차이와 갈등을 숨긴다든지 포장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회피기제를 작동시킬 때 문제가 커지는 법입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잠재적 폭발력을 예단할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예는 어떻게 보면 극히 표피적인 양태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인도인 부모를 두고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습니다. 인도인 부모로부터 정서적인 면을 타고 났으며, 영국이라는 귀족적 습속의 세례와 그곳 태생이라는 자부심을 자양으로 미국의 자유분방한 사고를 향수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합니다.  단편, '그저 좋은 사람'에서 이 부분의 일단을 찾을 수 있습니다.


    "수드하는 런던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자기가 태어난 곳이었다. 떠나기 전 그녀는 영국 여권을 신청했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미처 만들지 않은 서류였다. 히스로 공항에서 여권을 보여주었을 때 이민국 직원은 고향으로 돌아온 걸 환영한다고 했다.  ...... 태어난 곳이어서 그런지 런던이 바로 친근하게 느껴졌고, 길은 몰라도 고향같았다." - '그저 좋은 사람', p174-175

     

    달리 보면 그녀를 형성하는 인도와 영국, 미국적 배경이 심리적으로 충돌을 일으킬 경우 그 확산을 자신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 소설은 대부분의 소설, 그러니까 보편타당하게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이 고도화된 양식’이라는 원론적인 답을 비켜가게 만듭니다. 비록 소설이 그와 같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부 상상력에 기초하고 있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이 소설에서 만큼은 대부분의 단편 소설 주인공이 저자와 동일시되는 환각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환각에 저자의 태생적 배경이 한몫했음이 분명하지만 그것 이상의 조력이 있음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각각의 소설 속 주인공은 서구적 인물이 표창하지 않는 웅숭깊은 속내를 보이고 있습니다. 커리향이 짙게 밴 옷을 입고 안으로 침잠하는 사고를 패턴적으로 드러내며 이야기의 속도를 적절한 수준에서 조율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앞서지도 또한 그와 같은 정도로 쳐지지도 않는 그 지점에 소설은 언제나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여타 소설의 빠른 속도감과 기상천외한 전개에 젖은 독자라면 다소 지루하다는 인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덮고 다른 책을 찾아 나설 수도 있습니다.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독자는 생각보다 큰 것을 놓치게 될지 모릅니다. 이 소설의 맛은 진중함에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창가를 스치는 풍경은 눈에 전부 담을 수 없습니다. 찬찬히 그 길 위를 걸으며 주변 풍광을 본 사람만이 느끼는 품격을 이 소설이 속 깊이 내장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밑을 들추지 않으면 잘 익은 김치를 얻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김장 김치의 참맛은 깊숙이 자리 잡은 웅숭깊음에 있습니다. 오랜 세월 입맛을 사로잡은 김장 김치의 비결을 은근한 맛에서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 은근함은 느림의 미학과 통합니다. 빠르고 재미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때론 천천히 걸어야 할 때가 있듯이 우리의 소설 또한 인생을 성찰적으로 들여다 볼 정도의 저속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럴 때 비로소 사는 일의 엄밀함과 살아가는 삶의 진중함을 두루 경험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소설의 가치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겁니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이국적입니다. 계단 위에 계단이 이어지듯이 중층적으로 연결된 이국적인 태양을 가득 지니고 있습니다. 인도가 지닌 수도사적인 풍경과 영국의 엄숙주의, 미국의 분방한 자유  외에도 그 나라들이 우리에게 각인한 이미지가 이국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특히 같은 아시아권에 속하면서도 무언가 다른 구석이 많아 보이는 인도라는 나라가 그런 이국적 심상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와 같은, 분명 다르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공감을 불러내는 장치를 우린 부모 세대가 자녀에게 가르치려는 습속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루마의 어머니는 벵골어에 엄격했고 루마는 어머니에게 영어로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길들지 않은 땅', p20) 캘커타에 사는 프라납 삼촌의 부모는 그가 미국인 여성과 결혼하려 들자 격렬하게 반대하기도 했습니다.('지옥-천국') 미국 내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자녀 세대들에게 그런 습속은 사춘기 소년소녀가 한사코 뿌리치고 싶어한 부모 세대의 유물이자 낡아빠진 골동품에 지나지 읺았습니다. 그럼에도 그 습속엔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여느 때와 다른 날이면 그 습속에선 마치 고향과도 같은 푸근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은 그런 부모 세대의 습속에 저항하기도 하고 순응하기도 하는 양면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생활양식이 서구적이라고 해서 유전자마저 탈구속과 탈가정에 경도될 것으로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입니다. 동양적 유전자는 여전히 가족간 유대와 안정감을 선호합니다. 표면적으로 유전자에 박힌 부모세대의 세계관과 현세대가 지닌 자유분방함의 세계관이 충돌을 계속하는 듯 보여도 각각의 세대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끌어안기에 부심하는 사이 그런 충돌은 서서히 소멸합니다. 다만 그 속도가 빠르지 않아 충돌의 외피가 크게 보일 뿐입니다. '길들지 않은 땅'과 '지옥-천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물 간 화해의 과정이 옅게 밴 작품 구도는 2세대 또는 3세대 이민가족이 부딪히는 간단치 않은 우리세대, 보편적으로는 부모세대와 갈등하는 현세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파괴적입니다. 인물들은 자주 그 속에서 파열하지만 그 파열이 파멸로 화하지 않습니다. 이상하리만치 저자의 세계는 재생의 에너지로 가득합니다. 그 이유의 일단을 인물들의 건강한 양식과 가족애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런 점이 이 소설에 서서히 빠져들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감기약의 안정제 성분이 몸속을 타고 흐르는 동안 몽롱한 기운이 몸속 곳곳을 누비는 걸 막을 재간이 없듯이 그렇게 빠져드는 중독기를 이 소설은 갖고 있습니다. 치명적인 독소라고 표현해도 좋을 중독기, 이만한 중독기라면 누구라도 그런 중독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모처럼만에 이국적인 풍모를 가득 지닌 소설을 음미하며 잘 읽었습니다. 이름난 서구작가의 작품을 주로 대하던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인도인 부모를 두고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남다른 이력의 작가의 작품 세계에 홀연히 빠져드는 묘한 느낌의 체험을 갖게도 됐습니다. 저자의 태생과 성장처가 영국과 미국이라고 해서 그의 작품 경향마저 전적으로 서구적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성장과정에서 부모로부터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가정교육과 유전자에 각인된 인도적 습성, 엄연히 서구인의 모습과 구별되는 외모 등이 작품에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입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두루 갖춘 이 소설이 두루 읽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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