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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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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쪽 | A5
ISBN-10 : 8954601278
ISBN-13 : 9788954601276
깊은 슬픔 [양장] 중고
저자 신경숙 | 출판사 문학동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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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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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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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첫 번째 장편소설 『깊은 슬픔』개정판(양장본). 한 여자와, 그녀가 짧은 생애 동안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의 예민하면서도 따뜻한 시선과 미세한 삶의 기미를 포착해내는 울림으로 담아내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은서'와 '완', 그리고 '세'. 그들 세 사람을 맺어주고 환희에 빠뜨리며 절망케 하는 매개는 사랑이다. 사랑의 올이 얽히고 풀림에 따라, 고향 '이슬어지'에서 함께 자라난 세 사람의 운명은 서로 겹치고 어긋난다. 작가는 사랑과 운명이 자꾸만 어긋나면서 서로의 기대와 희망을 배반하는 과정을, 덧없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실린 시선으로 정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신경숙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85년 중편 「겨울 우화」로 『문예중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강물이 될 때까지』, 『풍금이 있던 자리』, 『오래 전 집을 떠날 때』, 『딸기밭』, 장편소설 『깊은 슬픔』 『외딴방』,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 짧은소설집 『J이야기』를 펴냈다. 1993년 한국일보문학상과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1995년 현대문학상, 1996년 만해문학상, 1997년 동인문학상, 2000년 21세기문학상, 2001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


석류를 밟다/ 종일...손가락을/ 이수야, 자니?

여름
사랑하는 슬픔/ 지나갈 날짜들/ 사랑하느냐고/ 산비둘기, 두 마리가

가을
다음해 구월/ 연어가 돌아올 때/ 나, 그를 다시 만나/ 외로워지는 관계

겨울
꽃병을 깨다/ 누나, 자?/ 폭설 때문이었어/ 나, 태어나지 말았기를

다시, 봄
용서하세요/ 불을 끄면 네 얼굴이

에필로그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 채분순 님 2013.07.25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무슨 벽보에 사랑이란 서로에게 시간을 내주는 게 아깝지 않은 것, 이라고 써 있었지. 금방 너를 생각했어. 언제부턴가 내게 시간

  • 채분순 님 2013.05.28

    누구나 잠든 얼굴은 연민스러운 법이지. 잠든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을 미워할 수가 없지. 깨어나면 같은 얼굴일 텐데 자는 동안엔 지치고 창백하고 순해 보여. 사람에게 그런 모습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 김석경 님 2013.04.27

    그러구도

회원리뷰

  •        이 책을 이 시간에 읽는 게 아니었다. 아주 천천히, 더욱 천천히 읽을...

     

     

     

     

    이 책을 이 시간에 읽는 게 아니었다.

    아주 천천히, 더욱 천천히 읽을걸 그랬다.

    그게 아니라면, 잠시 멈추었어야했다.

    그게 실수였다.

    이 책을 이른 오전에, 혹은 늦은 오전에, 이른 오후에 다 읽었더라면 동네라도 한 바퀴 돌며 은서를 생각했을텐데.

    참 모진 새벽이다.

     

     

     

     

    내가 이전의 서평보다 더 잘 쓸 것 같지는 않지만, 용기를 내어 한 번 써본다. 다시.

    이건 서평이라는 말보다는 독서의 기록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

    뭐라도 쓰지 않으면 응어리가 진 것 같은데,

    그것을 글로 풀어낼 수 없다는 건 아주 가혹하고 참혹하며 난폭하다.

     

     

    오은서, 이세, 서완 -

    그들의 이야기.

     

     

     

    그 여자 이야기를 쓰려 한다.

    이름을 은서(恩瑞)라 짓는다. 사랑이 불가능하다면 살아서 무엇 하나, 가끔 우는 여자. 언젠가부턴가 내 속에 내가 먹이를 주어 기른 여자.

     

     

    기억해야지.

    은서.

    恩瑞 (은혜 은, 상서로울 서)

     

     

     

    그 여자, 사랑의 등만 봤던 여자, 어쩌면 삶 바깥의 여자, 저런, 사로잡힌 여자.

    가끔, 그 여자, 내 안에서 바느질을 한다. 그 여자가 바느질하는 옆에서 나, 그 여자의 순해서 슬픈 목덜미를…… 그래, 목덜미 이야기를 하자, 나는 가끔 사람의 목덜미에서 그 사람의 앞날을 느낀다.

    뒷모습의 중심을 이루는 목덜미의 선.

    혼자 있어도 고개를 자주 숙이는 목선은 그 사람의 운명도 고개 숙이게 하는 건 아닌지. 여럿 속에서 고개를 한껏 쳐드는 목선은 그 주인의 운명을 고개 들게 하는 건 아닌지. 숙임과 듦 사이엔 무엇이 있는지, 나아감과 물러섬 중 무엇이 더 적극적인지. 가질 수 있는데도 놓기란, 나아갈 수 있는데도 물러서기란 힘겨워, 나, 그 여자 목선을 손가락으로 따라가본다.

    사랑의 등만 보았던 그녀,

    그녀가 가여웠다.

    깊은 우물에 빠져있는 그녀.

     

    아니, 아니다.

    그보다 세가 가여웠다.

    그는 어땠나.

    그를 보며 은서를 미워했다.

    하지만,

    미워하지 말걸 그랬다.

    정말 그럴 것을 그랬다.

    그럴 것을.

     

     

    존재를 견딘다는 건 시간을 견딘다는 게 아닌지, 존재는 어느 만큼 운명적이 아닌지.

     

     

    울지 마, 은서야. 울지 마.

     

    하지만,

     

    116. 이 사람이었던가. 나를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고, 나에게 물잠자리를 잡아주던 세를 곤두박질치게 하곤 대신 저가 병으로 가득 물잠자리를 잡아주던 사람이, 이슬어지를 떠나던 날 밤 숨차하며 뛰어와 내게 입술을 댔던 그 사람이 이 사람 맞는가. 이슬어지는 다 잊어버리고 너만 기억하고 싶다던 그 사람, 세 사람이 모두 우정을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던 내 얼굴을 끌어안아버렸던 그 사람이 이 사람 맞나, 너만이 나를 사나움 속에서 건져내 줄 거라고 하던 그 사람이 저이던가.

     

     

    말린다고 막아지는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이던가.

    울지 말란다고 눈물이 흐르지 않던가.

     

    당신은 그게 사랑 앞에서 가능한 것이었나.

     

     

     

    130. “나는 사랑해. 네 예측할 수 없음, 네 조심성, 네 단호함. 내 눈에 이제 너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없어.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지. 그러면 너는 저만큼 더 물러서겠지. 너의 마음을 내게 붙들어놓으려면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게 아니라 세를 사랑한다고 말해야 될 거야. 그게 너의 마음을 얻어내는 길일 거야.”

     

     

    어쩌겠어요, 사랑인걸.

     

     

     

    137. 네 속눈썹을 세어봤는데 마흔두 개야, 했던 말이 생각나면 그 생각 하나로 세상을 다 얻은 듯이 살아가지. 그걸 세어볼 정도면 너는 틀림없이 나를 사랑한다 여겨지기에.

     

     

    너무도 분명하게 사랑이었으니까,

    사랑이니까.

     

     

    양귀자의 <모순>에서 썼던,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어가 사랑이야.라는 말을,

    여기에 다시 한번 붙여 넣는다.

     

     

     

    410. “오래도록 완을 기다리고 서 있는 널 보며 느꼈지. 너를 사랑하는 일이 나를 무너지게 할 거라는걸.”

    너는 모르지. 너는 달라졌어. 옛날 같아졌어. 다시 옛날 같아져 버린 네가 나의 무엇을 이해하겠어, 무엇을.

     

     

    세가 가여워 눈물이 났다.

    그런데 나 왜,

    전에 세가 은서를 모질게 대했다고만 기억하고 있나.

    내가 당시에

    세를 이해하지 못했던 까닭인가.

    혹은 은서에 너무 집중해있었나.

     

    미안해요.

    그러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580. 너는 너 이외의 다른 것에 닿으려고 하지 말아라. 오로제 너에게로 가는 일에 길을 내렴. 큰 길로 못 가면 작은 길로, 그것도 안 되면 그 밑으로라도 가서 너를 믿고 살 거라.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도 그가 떠나기를 원하면 손을 놓아주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것을 받아들여. 돌아오지 않으면 그건 처음부터 너의 것이 아니었다고 잊어버리며 살 거라.

     

     

    이수의 한번,이라는 말의 습기는 꽉 찼다.

    누나, 한번 와.

     

    이수야, 이수야 -

    제일 걱정되는 이수야.

     

    우리 이수, 잘 지내지?

     

     

    581. 나, 그들을 만나 불행했다.

    그리고 그 불행으로 시절을 견뎠다.

     

     

    자꾸만 은서가 아스라해진다.

     

    결국은 울어버렸다.

    나는 은서가 아니었는데, 나는 은서가 되었다며 출근하려는 그이 앞에서 그렇게 울어버렸다.

    그이가 있었다면 나는 아마 그의 품에서 훌쩍이며 잠에 들었을 텐데,

    분명 그랬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이 새벽에 나는 책과 책 속에서 방황을 한다.

     

     

    이렇게 깊을 줄 알면서도 빠져버린 나는,

    며칠이고 우울에 갉혀도 좋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제 없다.

     

     

    얼른, 빠져나와야겠다.

    너무 깊어져서

    두통을 겪을 때의 은서처럼 세면대에 얼굴을 담그기 전에.

    그전에.

     

     

     

     

    /

    도도록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도도록 : 가운데가 조금 솟아서 볼록하게

     

     

    완, 내게 이슬어지란 곧 너거든.

    세, 너는 내 고향이야.

     

    아무래도 그들은 서로에게 도도록이었다.

    보이지 않으려 해도,

    깊숙이 숨겨도,

    도도록 티가 날 수밖에 없는,

    서로가 서로에게,

    고향 같은 존재들.

     

     

     

     

    오로지 ‘너’에 그토록 집중할 수 있었다니, 아, 그때는 ‘너’만 있으면 되어서, ‘너’만 아름다워서, 어떤 식으로든 ‘너’의 곁에 존재하고 싶었기에.

    -작가의 말.

     

     

    신경숙 작가의 글은 매번 이렇게나 아프다.

    특히나 <깊은 슬픔>은 더욱 그렇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한다고 말을 하는 것은 상관이 없었지만,

    선물을 하기 전에는 꼭 물어야 했다.

    내가 이 책을, 선물해도 괜찮겠느냐고.

     

    이렇게 좋은 책을,

    타인에게 좋은 책이라고 선뜻 건네는 것이 무척 어려워지게 만든,

    신경숙 작가가 아주 많이, 너무너무, 미워졌다.

     

     

     

    다정한 불빛이 그리워지는 오늘 밤,

    나는 노오란 불을 켜두고 잠을 자야겠다.

    은서가 나의 집을 보고,

    슬몃 미소 지을 수 있게.

     

     

    그리고 은서가 오면 따듯한 밥 한 끼, 먹여주고 싶다.

     

     

     

     

     

    /

    밑줄을 그었던 부분

    (하지만 미처 다 쓰지 못한 다른 밑줄들이 얼마나 많은지.)

     

     

    18. 슬픔에는 더 큰 슬픔을 부어넣어야 한다. 그래야 넘쳐흘러 덜어진다. 가득 찬 물잔에 물을 더 부으면 넘쳐흐르듯이, 그러듯이. 이 괴로움은 더 큰 저 괴로움이 치유하고, 열풍은 더 큰 열풍만이 잠재울 수 있고.

     

    19.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뭔가를 기다리지. 받아들이기 위해서 죽음까지도 기다리지. 떠날 땐 돌아오기를, 오늘은 내일을, 넘어져서는 일어서기를, 나는 너를.

     

    36. “누나.”

    “응.”

    우울할 때 이수는 하염없이 누나, 하고 불렀다. 하고 싶은 모든 말을 다 뭉뚱그려서 거기에 실어놓은 듯. 은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 소리에 응, 이라는 대답밖에 달리 뭐랄 수 없는 이 대책없음이라니.

     

    39. 은행잎은 예쁘지 않은 적이 없다. 돋아서 질 때까지 내내 눈길을 끌었다. 손톱만하게 순이 돋을 때는 연둣빛의 고움이, 자라 넓어지면 짙푸름의 시림이, 물이 들면 노랑빛의 투명이, 떨어질 때조차 수북이 쌓이는 모양새가.

     

    127. 이 남자도 내게 맹세하듯 말했었지. 너 때문에 살고 싶다고. 나 때문에 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니 완의 그 말은 너무나 커서 내 가슴이 옹이져버렸지.

     

    186.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는데도 완에게 하고 싶은 가장 간절한 말을 하다 보면 그건 세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었다.

     

    191. 불빛은 가라앉아 있는 그리움을 일으켜세우고, 먼지의 더께가 내려앉아 있는 자신의 속을 투명히 들여다보게 하지.

     

    192. 세상은 밤이 오는 순간과 새벽이 오는 순간 빛깔이 똑같구나.

     

    195. 그래, 투명해.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물 속처럼 다 보이지. 그리운 얼굴이 불의 일렁거림 속에 비치고, 외롭게 한 것들, 자꾸만 밀어내기만 하는 것들이 다 비치지. 불 앞에 오래 있으면 마음이 솔직해져. 밑바닥이 다 보여.

     

    233. 이해하고 싶지만 삶은 이해하는 게 아닌지 모른다. 그냥 살아가야 하는 건지도. 그렇기 때문에 아픔이 이렇게 멈추지 않는 건지도.

     

    306. 빨랫줄을 보다가 세는 운전하는 은서의 옆모습을 쳐다봤다. 희망이 지나가버린 얼굴. 은서의 얼굴에서 그런 적요를 봐야할 때마다 세는 아득해졌다. 은서에게서 저 표정을 지우고 예전의 표정을 회복시켜줄 수 있다면 그 자신 그림을 다시 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313. 단 한 번도 세가 자신에게서 멀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은서는 해본 적이 없다. 언제나 세는 거기 있었고, 거기 있을 것이라고 왜 그렇게 확신을 갖고 있었을까.

     

    430. 나는 이제야 알게 됐어요. 내가 얼마나 그이를 믿어왔는지, 얼마나 사랑하는지.

     

    492. “나는 그냥 한꺼번에 이해가 돼버리던데. 다시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죽어도 이해 못 하겠는 것도 이해가 돼버리던데.”

     

    538. 나, 태어나지 말았기를.

     

    573. 불을 끄지 마. 불을 끄면 네 얼굴이 안 보여.

     

     

     

     

  • 깊은 슬픔 | ch**hiree | 2012.12.15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1. 먼저 객관적이고자 애써 보는 감상부터.    - 바이올렛을 장편으로 확장시켜 놓은 듯한 느낌. &...
    1. 먼저 객관적이고자 애써 보는 감상부터.
       - 바이올렛을 장편으로 확장시켜 놓은 듯한 느낌.
       - 드라마에서 흔히 볼 법한 관계를 왜, 굳이 책에서까지 보아야만 하는가 하는 의문.
       - 그럼에도 싸하게 번져가는 아픔은 어쩔 수 없노라. 하는 생각.
     
    2. 서로 때를 맞추지 못 하여 어긋나버리는 사랑은 그리 짧지 않은 인생 전반에 걸친
       TV 시청기간 동안 참 무던히도 봐왔다고 느꼈었더랬다.
       이 책을 일독 하였을 때의 느낌이 그랬고 재독하였을 때의 느낌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어쩌면 그렇기에 일독과 재독 사이 그리도 기나긴 텀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3. 왜? 굳이?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했을까.
       이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사랑이란 것을 생각해보게 되다가 또 그러다가 문득 가족을 생각해보다
       결국 상처로 생각이 가 고이게 되었다.
     
    4. 아직도 나도 모르게 뻔히 내 말에 상처받을 줄 알면서, 부러 더욱 날선 말들을 던져
       일그러지는 표정이나 미안해 하는 기색을 구경하게 되는. 은서에게는 꼭 과거의 세 같던 사람이 나에게도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과 달리 연인이라는 단어 하에 놓인 관계가 아닐 뿐.
       나도 모르게 상처되는 말을 내뱉어 놓고 순간 스쳐가는 그 불편한 기색을 바라보다 문득 반문해 본다.
       아직도 이렇게 사사로이 복수할 만큼 상처가 컸던가.
       이제 거의 기억도 나지 않는 일인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가. 그래서 다정히 대할 수 없는가.
     
    5. 좀체 사랑이라는 단어에 쌓아놓은 불신을 허물어 뜨리지 않으려는 마음.
       그 마음의 원인은 어쩌면 아직도 용서가 성립되지 않아서인지.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난 무엇에 그리도 상처를 많이 받았던 건지.
       무얼 그렇게까지 잊지 못 하는 건지.
       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단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들었다.
       사실 근래 들어서 쭉 해오고 있는 생각이긴 했지만.
     
    6. 이제껏 읽어왔던 신경숙 작가님의 책들(그래봐야 외딴 방. 전화벨이 울리고. 바이올렛. 깊은 슬픔 네 개 뿐이지만)
       에 비해 가장 통속적(이 말이 어울릴까 싶긴 하지만)인 인물과 관계의 설정이라 느껴지지만
       그래서 가장 진부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여러 번 책장을 넘기려다가 넘기질 못 하고 덮어버린 것은.
       다른 작품들이 그러했듯 상처를 내어놓지도 못 하고 꾹꾹 다지고만 있는 사이 곪아버린.
       그래서 그렇게 끝나버린 은서가 너무 아파서였던 것 같다.
     
    7. 어쩌면 그래서 '바이올렛' 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소설이라 느꼈던 것 같다.
       끝내 그리 되어버린 은서 때문에.
  •    '슬픔'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어딘지 모르게 우울하고 아픈 느낌을 주는데 그 슬픔이 '깊다'라고...

     

     '슬픔'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어딘지 모르게 우울하고 아픈 느낌을 주는데 그 슬픔이 '깊다'라고 하면 얼마만큼 사무치는 기분인걸까? 슬프면 그냥 다 슬픈거지 그 슬픔에도 깊고 얕음이 있단말인가? 그렇다면 내 가장 깊은 슬픔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펴기도 전에 이런 생각부터 하게 만든 책이다.

     

     신경숙님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개정판이 나올 때까지도 몰랐다. 왜 몰랐을까? 영화까지 만들어졌다고 해서 뒤늦게 호기심이 일었다. 사랑이야기. 은서와 완과 세. 그리고 화영 이들의 사랑이야기.

     

     나는 소설 속의, 영화속의, 드라마 속의 사랑이야기를 좋아한다.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판타지요소가 들어간 가슴 두근거리는 로맨스를 좋아한다. 적어도 '사랑'을 타이틀로 내걸었으면 설레이고 행복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유쾌한 에피소드가 좋다고 외치는 내가 그런 기준과는 사뭇 거리가 먼 사랑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왜 사랑이 슬퍼야 하는 걸까?

     

     그런 불편한 의문을 가지고 「깊은 슬픔」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은서와 완, 세의 사랑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다. 고향친구로 어릴때부터 함께 나고 자라고 사랑한 세 사람이지만 사랑은 남자와 여자 둘이 하는 것이다. 삼각관계와 짝사랑, 외사랑만큼 슬픈 사랑이 또 어디 있을까? 이들은 서로 사랑을 한다. 비슷하면서도 제각각 다른 형태의 사랑을 한다. 은서는 완을, 그런 은서를 또 세가 사랑한다. 완은 자신을 향해 전부를 내거는 은서를, 또 은서는 자기와 똑 닮은 모습으로 헌신하는 세를 보며 복잡한 기분을 내비친다.

     

      '나는 이 사람에게 뭘까?'

     

     때론 전부이고, 때론 고향이고, 또 때론 안식처가 되는 그들의 사랑. 하이틴 로맨스처럼 여심을 자극하는 드라마틱한 요소도 없고, 서로의 순정과 정열을 바치는 극적인 고백도 없다. 어딘지 모르게 나른하고 정체된 것 같은 사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이 간 거울이 금방이라도 깨져 산산 조각 나기 직전같은 긴장감이 감돈다. 시간이 흐르는 사이 가장자리부터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 서로 어긋나고 채이면서 마치 그들의 사랑처럼 깨지고 으스러진다. 정말이지 그 깨진 '유리조각' 같은 사랑이다. 거울이었다는 흔적은 있는데 다가가기엔 너무 모나고 날카로워서 금새 상처입고, 생채기를 낸다. 기어이 다가온 사람을 다치게 한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것도 아니면 나를 버린사람 깨끗히 잊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 어떤것도 할 수 없어서 제대로 사랑할 수 없었던 세 사람이 너무 슬펐다. 나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이다.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둔 사람 곁에 있지 못할 것이다.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프다. 그렇게 외사랑을 하는 사이 그 사랑이 결국은 질투로, 미움으로, 원망으로 변할 것 같아서 무섭다.

     

     은서는 완에게 모든걸 걸었지만 배신당해고, 세 역시 은서에게 헌신하고 그녀를 믿었지만 그 믿음은 쓰디 쓴 독배로 되돌아 왔다. 서로의 마음이 변하고, 닫힌 후에야 서로 자신의 마음을 깨닫지만 변하는 건 없다. 아릿하고 절절했던 그 마음이 식으니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미련조차 남지 않은 세 사람의 사랑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것처럼 무척 공허했다. 그 차갑게 식은 자리가 허무하고 추웠다.

     완을 볼때는 안타까웠고, 세를 볼때는 슬펐다.
     그리고 은서를 볼 땐 가슴 한구석이 찌릿 할만큼 아팠다. 두 남자를 사랑했고 또 그 두 남자에게 사랑받았지만 언제나 그 마음이 통하지 않았기에 너무 가슴 아팠다. 사랑받을 때 온전히 그 사랑을 되돌려 주지 못했고, 그 방법을 몰라 방황하고 시들어 가는 그 모습이 안타까웠다.

     

     

     작가가 에필로그에서 말한것처럼 「깊은 슬픔」은 은서의 이야기다. 은서를 중심으로 완과 세의 사랑이야기가 나오고, 이들 사이에서 아프던 날들에 위안이 되어주던 화영의 사랑도 나온다. 제목처럼 모두 깊은, 그리고 슬픈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지금 어딘가에서도 이처럼 깊고 슬픈 사랑을 하는 이들이 있겠지?

     책을 다 읽고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 이들과 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결말은 과연 어떠할까? 내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그들을 응원해 줄 수 있을까? 좀처럼 풀리지 않는, 엉킨 실타래를 풀듯 힘들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응원의 한마디 해줄 수 없을지 모른다. 「깊은 슬픔」을 읽고나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랑을 하는 사람에게 '힘내라'고? 힘내라는 그 말이, 그 울림이 다른 때와는 달리 목에서 탁- 하니 걸리는 느낌이다. 수 많은 사랑이 있는데 왜 하필 아프고 힘든 사랑에 그리 목메느냐고.. 자연스레 웃을 수 있고 행복한 사랑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완에게도, 세에게도 은서에게도 말하고 싶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고, 독이되지 않는 그런 사람을 만나라고...

     

     

     비오는날 눈물 펑펑 흘리는 멜로 영화 한편 본 기분이다. 제목처럼 '깊은슬픔'으로 치닫는 사랑 때문에 더 없이 통통튀는 로맨스가 보고싶은 심정이지만 그런 마음과는 또 모순되게도 한동안은 그저 이 사랑이야기의 여운을 곱씹고 싶은 기분이기도 하다.

     

  • 깊은 슬픔 | yo**sky197 | 2009.09.2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누군가를 사랑해서 그 사람만 봐라보는 일 아무의미 없는  '전화할께' 한마디에 하루 종일 전화기만 봐라보는...

    누군가를 사랑해서 그 사람만 봐라보는 일

    아무의미 없는  '전화할께' 한마디에 하루 종일 전화기만 봐라보는 심정도 안다.

    자신의 사랑 외엔 관심도 없는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지 조차 모르는 그런 마음. 그 마음도 안다.

    그래, 나도 여자니깐 은서 마음 안다. 내가  20대 었다면  은서를 100% 공감했을 것이다.

    20대의 나.

    내가 만약 은서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물론 은서의 결말은 아니지만)  완을 원망하고 그리워 하고 그러면서도 사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의 사랑을 알면서도 모은 척 그러나 늘 내 곁에 두는 은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30대다. 10년하고도 몇년의 차이가 이 책을 읽는 나로 하여금 전혀 다른 감정을 가지게 한다.

    <깊은 슬픔>은  이번이 두번째다.

    첫번째로 읽었던 때는 모든 것이 사랑이 전부라고 한때 생각했던 시절에 읽었다. 그래서 은서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고 할까

    그러나 지금의 나는 내 사랑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의 사랑을 통해 은서의 사랑 , 완의 사랑, 세의 사랑도 다 보고 겪었기에 이제는 은서뿐만이 아닌 완의 사랑도 세의 사랑도 보였다는 거다.

     

    솔직히 말하면 완의 사랑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다.

    나쁜 남자가 대세인 지금. 완은 어쩜 그 조건에 맞는 남자인지는 모른다. 그래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타입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은서처럼 완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완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완의 사랑은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완이 은서를 대하는 사랑은  쉽게 말해서 남 주기는 아깝고 자기하기는 싫은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욕망으로 은서를 버린 후 은서가 세의 여자가 되자 다시 알수 없는 슬픔에 빠진 완

    이 책에서 유일하게 내가 끝까지 이해 못하는 케릭터 일지도 모르겠다.

     

    완과 더불어 은서를 좋아하는 세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은서 때문이 아니라 세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한없이 은서를 그저 뒤에서 봐라만 바야 했던 세.

    은서가 완을 한없이 기다린 것처럼 세도 혹시나 은서가 뒤돌아 올까 하는 마음에 한없이 기다리는 그 마음이 아팠다.

    결혼해서 조차도 온전한 은서의 사랑을 받지 못한 세가 불쌍했다.

    그의 사랑을 힘들게만 하는 일도, 그래서 자신의 사랑을 끝내 스스로 포기해버린 세의 마음도 이제는 이해 할 수 있다.

    세의 깊은 슬픔을 이재서야 알게 된 것이다

     

    은서의 사랑은 글쎄....

    이번에 나는 은서가 한없이 미웠다.

    나의 순수한 사랑의 마음이 탁해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완을 사랑하는 방식도, 세를 그렇게 대하는 태도가 미웠다.

    세의 마음이 떠난 후에야 자신이 세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알게된 은서가 미웠다.

    그녀의 어리석은 행동도 그녀의 바보 같은 사랑도 진정한 사랑을 미처 알지 못한 은서도 다 미웠다.

    그녀가 택한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깊은 슬픔>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

    어쩜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또다른 감정으로 다가올 것이다.

    예전에 느낀 깊은 슬픔의 감정과 지금 현재 내가 느끼는 깊은 슬픔의 감정이 다르듯이 나의 40대의 깊은 슬픔은 또 다른 감정일 것이다.

    어떤 감정으로 다가 올지 궁금해진다.

     

     

  •  은서, 완, 세.    그 이름만으로도 내 가슴에 큰 떨림과 울림을 남겼던 아픈 이름들. &...

     은서, 완, 세.

     

     그 이름만으로도 내 가슴에 큰 떨림과 울림을 남겼던 아픈 이름들.

     세월이 지나면 조금은 덜한 느낌을 받을 줄 알았다. 그 아픔이 덜 쓰게 다가올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오히려 반대다.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더 큰 슬픔을 가슴에 남긴다. 여느 때면 조금 힘들게 흘려 보냈을 아픔들을, 세월은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은 이야기가 흐르는 내내 내 가슴을 타고 흐른다.

     

     

     서로의 등을 보다.

     

    세는 사랑하는 은서를 파괴하고, 완은 자신을 사랑하는 은서를 파괴한다. 모든 것이 은서의 잘못인 것 같지만, 은서를 그렇게 만든 것은 완과 세이다. 누구를 더 비난할 것인가? 사랑을 몰랐던 것은 완과 세가 똑같은 것......

     

     

     나, 태어나지 말았기를.

     

     삶에서 슬픔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슬픔의 근원이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만 같은 깊은 슬픔. 허나 그 슬픔은 나를 둘러싼 관계에서 비롯됨이 옳을 것이다. 관계는 혼자서는 이룰 수 없다. 상대적인 것이다.

     관계는 인생 속에서 지속된다. 때로는 확장되기도, 때로는 축소되기도 한다. 관계로 인해 생(生)에 대한 후회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견뎌 보라. 그 관계로 인해 기쁜 생(生)이 될 수도 있다. '나, 태어나지 말았기를'이 아닌 '나, 태어나서 행복했다'를 느낄지도 모른다.

     

     

     나, 그들을 만나 불행했다.

     그리고 그 불행으로 그 시절을 견뎠다.

     

     불행과 사랑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 아닐까? 사랑으로 시작하지만, 불행으로 결말이 날 수도 있다. 마치 앞면을 위로 하여 동전을 던졌는데, 뒷면의 결과가 나온 것처럼 말이다.

     사랑은 삶을 이어나가게 하지만, 사랑은 삶을 끝마치게도 한다. 이어지든 끊어지든, 옳든 그르든, 사랑은 지속된다.

     그들을 만나 불행했지만, 그 불행때문에 그 시절을 견딜 수 있었지 않은가? 그렇다면, 비록 불행했지만, 만나지 않은 것보다는 만난 것이 더 좋은 일은 아니었을까?

     동전은 다시 던질 수 있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던지면 되는 것이다. 사랑이 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나의 사랑은 하나라는 생각들이 사랑을 불행으로 끌고 간다.

     

     

     세상에는 변해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랑'일 것이다. 글을 이렇게 쓰면서도 <깊은 슬픔>의 이야기가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유는, 나에게도 '사랑'에 대한 변하지 않는 어떤 생각이 자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은 생각보다 다스리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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