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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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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쪽 | A5
ISBN-10 : 8991643167
ISBN-13 : 9788991643161
뿌리깊은 나무. 2 중고
저자 이정명 | 출판사 밀리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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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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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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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현전 학사들의 연쇄살인과 목숨을 건 비밀 프로젝트! 세종 시대를 배경으로, 놀라운 속도감과 재미 그리고 뜨거운 시대의식과 해박한 지적 탐구가 돋보이는 본격 한국형 팩션. 출간 당시 각종 언론과 독자들의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후, 2011년 한석규ㆍ장혁ㆍ신세경 주연의 명품 드라마로 방영되어 다시 한번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뿌리 깊은 나무』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융성했던 세종 시대, 훈민정음 반포 전 7일간 경복궁에서 벌어지는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사건을 다루며,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는 세종의 치세를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그려낸다. 연쇄살인의 이면에는 뛰어난 천재 집단이 목숨을 걸고 추진하는 비밀 프로젝트가 있고 그것을 방해하려는 세력의 거대한 음모가 숨어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이정명
저자 이정명은 『바람의 화원』, 『악의 추억』을 쓴, 한국형 팩션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고구려와 비류백제의 역사를 비롯하여 역동적 개혁 군주 세종을 소재로 한 소설, 천재 화가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속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 등 다양한 역사적 소개를 우리 감성에 맞게 써 내려가는 탁월한 능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잡지사와 신문사 기자로 여러 해 동안 일했다. 1999년 말 고구려와 비류백제의 역사를 소재로 한 러브로망인 첫 소설 『천년 후에』, 2001년 『해바라기』, 2002년 『마지막 소풍』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2006년 작품인 『뿌리 깊은 나무』는 5년간 공백기를 가진 저자의 작품으로 한국형 팩션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빠른 속도감과 소설적 재미, 그리고 뜨거운 시대 의식과 해박한 지적 탐구가 돋보이는 『뿌리 깊은 나무』는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한, 우리 감성에 맞는, 우리의 이야기’다. 저자는 대학 시절 한글의 신비로움과 역동적 개혁 군주 세종을 소재로 한 소설을 구상한 후 10년 넘게 1백여 점의 관련 서적과 논문 등 자료를 수집하고 30번 넘게 고쳐 쓴 끝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융성했던 세종 시대, 훈민정음 반포 전 7일간 경복궁에서 벌어지는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2006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 아침독서운동본부 추천도서로 선정되며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에서 뉴웨이브 문학의 기수가 되었다.
2008 SBS 드라마의 원작소설로 화제가 된 『바람의 화원』은 『뿌리 깊은 나무』 이후 1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한층 견고해진 스토리와 치밀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조선 후기 화단을 이끈 두 명의 천재 화가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속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삶과 예술, 그리고 사랑을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게 그려낸다.
기묘한 연쇄살인을 쫓는 스릴러이면서 인간의 내면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심리소설 『악의 추억』은 기존의 팩션 스타일에서 벗어나 안개에 싸인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선과 악, 사랑과 증오, 욕망과 의심 등 인간 심리의 내면을 통찰한다. 강한 흡입력과 빠른 전개, 섬세한 문장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흥미진진한 퍼즐과 치밀한 구성, 충격적인 결말과 반전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작가의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며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목차

비서고 - 비밀의 표식
아미산 - 다섯 번째 희생자
향원정 - 비밀의 글자
강녕전 - 최후의 대결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세종, 이 시대 정치의 길을 말하다! 주인공 채윤이 마주한 세종의 시대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급격한 변화의 시기였다. 기존의 모든 가치들을 대신할 새로운 시대정신이 도래하고 오랜 허물을 벗으려 하는 문명 대전환기였다. 이러한 격동의 세종 시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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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 시대 정치의 길을 말하다!

주인공 채윤이 마주한 세종의 시대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급격한 변화의 시기였다. 기존의 모든 가치들을 대신할 새로운 시대정신이 도래하고 오랜 허물을 벗으려 하는 문명 대전환기였다. 이러한 격동의 세종 시대는 600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오로지 백성을 생각하는 정치를 꿈꾸었던 세종은, 600년이 지난 지금 제대로 된 정치란 무엇인지, 올바른 지도자의 길이란 어떤 것인지 묻고 있다. 소설 속에서 백성들이 쓰기 편한 글자를 만들려는 세종과 그것을 막으려는 기득권 사대부들의 대립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부르짖으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에만 급급한 지금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준엄한 비판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시대의 요구를 피하지 않는 집현전 학사들, 새로운 시대를 앞서서 이끌고 가는 군왕, 끝까지 신념을 관철하는 최만리 등등의 인물을 통해 역사의 갈피 속에 묻힌 거대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수학, 천문학, 건축, 미술, 역사, 언어학...
모든 지식을 총동원한 치밀한 스토리와 복선


탄탄한 스토리와 치밀한 복선은 지적인 독서의 정수를 보여준다. 연쇄살인에 숨겨진 철학적 배경, 각기 다른 세계관을 두고 벌이는 학사들의 대립, 수수께끼를 간직한 궁궐의 수많은 전각들...
수학, 천문학, 언어학, 역사, 철학, 음악, 건축, 미술 등 방대한 지식들은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한다.
마방진, 지수귀문도, 강희안의 고사관수도에 숨겨진 단서는 짜릿한 지적 긴장감을 선사한다. 향원지, 열상진원, 집현전, 경회루, 아미산, 강녕전 등 경복궁의 여러 건축물에 숨겨진 철학적 수수께끼도 흥미롭다.
가령 첫 번째 희생자 장성수가 남긴 알 수 없는 그림의 비밀은 600년이 지난 지금도 섬뜻한 깨달음을 준다. 채윤에게 비밀의 열쇠를 전해주는 집현전 학사들의 다양한 지식도 흥미진진하다.
가령 강희안이 그린 고사관수도에 숨은 뜻은 마방진과 연관되어 거대한 비밀을 드러낸다. 이순지는 한양의 북극고도가 연경과 다르다는 과학적 지식으로 범인을 지목한다.
정인지는 오행의 원리로 연쇄사건의 고리를 풀고 주상은 마방진을 푸는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한다. 마침내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작은 진실의 조각들이 모여 거대한 진실을 드러낸다.
흠잡을 데 없이 치밀한 복선, 끊임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놀랍도록 다양한 지식들, 허탈할 정도로 예상을 배반하는 반전, 생생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역사책에서 막 걸어 나온 듯 생생한 시대상, 현실감과 박진감이 넘치는 스토리전개 등으로 한국형 팩션의 새 지평을 개척하는 작품이다.

역사책에서 걸어나온 생생한 인물들

세종은 반대파의 공격을 두려워하면서도 시대의 요구를 저버리지 않는 인간적인 군왕으로 그려진다. 은밀한 비밀결사인 작약시계의 계원인 집현전 학사 성삼문, 이순지, 박팽년, 강희안 등도 개성이 두드러지는 독특한 인물형으로 거듭난다. 집현전 대제학 최만리와 부제학 정인지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 앞에서 정면으로 맞서는 라이벌로 팽팽한 긴장감을 더한다.
역사 속에 박제화 된 인물들도 막 역사책 속에서 걸어 나온 듯 현실감 있다. 천한 신분으로 겸사복(궁궐 수비대원)이 된 강채윤은 비극적인 개인사와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 고뇌한다. 도살을 생업으로 하는 반인이지만 의술을 펴고 싶은 반인 가리온은 신분의 굴레에서 갈등한다.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수수께끼의 무수리 소이는 말 못하는 자신의 처지로 인해 더욱 신비로운 존재로 부각된다. 생생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 간의 대립과 갈등, 얽히고설킨 의혹과 사랑이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추천평]

노무현 대통령도 감명 깊게 읽은 화제의 책!
노대통령은 신무문(경복궁 북문) 개방 행사에서 경복궁 후원을 가리키며 “저기가 소설 『뿌리 깊은 나무』의 첫 번 무대죠.”라고 소개했다. 『뿌리 깊은 나무』는 한글 창제 과정의 비밀과 미스터리를 다룬 팩션(팩트+픽션)으로 노 대통령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흥미롭게 읽었다고 알려진 소설이다.
-프레시안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소설적 재미와 변화 경영의 교훈을 함께 주는 뛰어난 작품. <뿌리깊은 나무>는 세종의 치세를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그려낸다. 치밀한 복선, 끊임없이 빠져드는 방대한 지식, 놀랄만한 반전, 생생한 캐릭터,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등은 한국형 팩션의 새 장을 연다. 비밀을 하나하나 벗겨내는 지적 여행을 통해 독자들은 진정한 변화의 리더십을 만나게 될 것이다. 혁신과 변화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소설적 재미와 현대적 변화 경영의 교훈을 동시에 주는 작품이다.
-공병호(경제학박사,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 『10년 후, 한국』,『공병호의 자기경영 노트』 저자)

[작가 한마디]

“저는 역사소설은 일종의 오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위대하고 재미있는 오답이지요. 정답은 하나지만 오답은 수백 가지입니다. 그 수백 가지의 오답이 과연 쓸모가 없는 걸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풀 때 단숨에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오답을 분석하면서 문제의 본질에 더 가깝게 가지 않습니까? 신윤복이 여자라는 건 역사적으로는 오답에 가까울 것입니다. 역사소설은 화석이 되어버린 역사를 살아 움직이는 환상으로 만드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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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고경민 님 2013.07.13

    마음과

  • 김연수 님 2011.10.11

    143 - 가진 것을 놓아야 새로운 것을 쥘 수 있다. 애써 얻은 것을 버리고 처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것을 취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지. 인간의 심성 중에는 안주고 싶은 습성이 있으니까...

  • 장재희 님 2008.01.29

    시대는 분명 변화하고 있었다. 이제 조선은 더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욕망하는 것은 이룰 수 있었으며 구하는 것은 얻을 수 있었다. 시대는 스스로 숨쉬며 꿈꾸는 자들의 영감을 자극하고 있었다.

회원리뷰

  • 뿌리깊은 나무 (2권) | pe**kw | 2014.01.2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뿌리깊은 나무 2권 [발췌]   *10여년을 상소와 묵살로 팽팽하게 맞서왔다. 그러나 윤길주를 비롯한 시전상인들...
    뿌리깊은 나무 2권

    [발췌]
     
    *10여년을 상소와 묵살로 팽팽하게 맞서왔다. 그러나 윤길주를 비롯한 시전상인들의 공세는 집요했다. 결사적으로 난전을 탄압할 법(금난전권:난전을 금하고 시전상인이 상행위를 독점할 수 있는 권리. 몇몇 대행수에 의해 운영되는 도중의 완벽한 독점을 허용하는 법. 조선시대)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주상의 뜻을 알아차린 조정관원들이 머뭇거리자 그들은 젊은 학사들과 사간원의 언관들을 동원했다. 그리고 성균관의 유생들까지 나서서 난전의 폐해를 아뢰는 상소를 올렸다. 모두가 윤길주를 비롯한 시전상인들의 부적절한 상납 고리에 연루된 자들이었다.
     
    *이 자는 갈 데 없는 꿈을 지닌 이상주의자이면서도 현실을 도외시하지 않는 현실주의자지요. 자기 앞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안목을 지녔다. 그러면서도 그 현실을 깨부수려는 욕망으로 들끓는다. 수많은 타인의 공격으로 상처 입었지만 그 자신 냉혹한 공격자의 호전성을 동시에 지녔다. 슬픔과 외로움을 가슴속에 감추고 있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고군통서 내용 : 예로부터 이 나라는 고유의 말과 풍속을 지녔으니 중국의 속국이 아니고 제후국은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고려 또한 왕이 아니라 황제라 칭하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새로 군왕이 등극한다 하여 중국에 사은사를 보냄은 어인 까닭인가? 스스로 나라를 칭하는 이 땋에서 군왕을 세우는데 어찌 명나라 황제의 허락이 필요한가? 군왕이란 그 나라의 하늘과 땅과 백성이 내는 것인데 어찌 대국이라 하여 그 천명을 좌지우지 할 것인가? 나라가 군왕과 신하와 백성의 힘으로 바로 서야 하거늘 어찌 대국의 힘에 기대어 서려 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선 군왕이 어찌 백성을 안위케 할 것이며 나라의 융성을 도모할 것인가? 중국이란 나라가 대국이라 하나 이 나라를 세우는 데 털끝 하나 관여한 바 없다. 해마다 수확철이면 공물과 공녀를 요구할 뿐이다. 그런데도 사은사를 보내야 함은 다만 대국이라는 위세 하나로 이웃나라를 윽박지르는 무도한 처사가 아닌가? 이를 어찌 대국이라 할 것이며 좋은 이웃이라 할 것인가? 그런데도 오래전의 부끄러운 관습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대대로 뿌리 깊은 사대와 모화의 헛된 관습 때문이다. 대국의 위세에 기대어 영달을 구하는 자, 대국의 경학으로 입신하려는 자, 어떻게든 중국 조정 관리의 막종으로라도 연줄을 대어 부귀를 얻으려는 자, 중국의 물건을 팔아 부를 축적하려는 자들이 한둘인가? 가련한 백성들은 애써 지은 수확을 바치고 금쪽같은 딸자식을 공녀로 바치며 피가 끓었다. 이렇게 제 백성의 피를 빨고 뼈를 깍아 부귀영달을 꾀하는 자를 어찌 사대부라 할 수 있으랴? 이는 모두가 이 나라의 힘없음 때문이요 이 백성의 깨달음 없음 때문이다. 우리의 군력이 대국을 능히 대적하고 우리의 궁리가 대국을 앞지르며 우리의 격물이 대국을 넘어서면 더이상 대국은 대국이 아니요 조선은 변방의 조공국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왕이여 명심하소서. 어설픈 흉내로 작은 중국이 되려 하지 말고 이 나라의 격물로 치지하시와 이 나라가 온전한 나라로 곧추서게 하소서....
     
    *삼문은 채윤의 앞에서 늘 움츠려드는 자신을 느꼈다. 오랜 관직에서 보아온 탐욕과 이기의 군상들, 가진 자는 더 가지려고 남의 것을 빼앗고 가지지 못한 자들은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그러나 이 겸사복은 물처럼 차고 맑았다.
     
    *하나의 사물에 하나의 글자와 하나의 소리가 조응하는 것이 중화의 글자다. 세상 모든 물상과 형상을 일일이 상형하거나 차자하여 평생을 익혀도 모자라니 그것을 어찌 백성의 글이라 하겠느냐? 게다가 이 나랏말은 중국과 다르다. 이 나라 백성이 이 나라 말을 펴는 데는 이 나라의 글이 필요하니 그것은 이 나라의 시간이 중국과 달라 칠정산을 펴고 이 나라의 음률로 향악을 정리함과 같다. 온 백성이 한나절에 익히고 제 뜻을 펴기에는 적은 소리로 많은 뜻을 싣는 소리문자가 가장 뛰어나니 한 글자 한 글자를 따로 익혀야 하는 중국의 뜻글자와는 근본부터 다르다.
     
    *지금까지 학문하는 자들은 글자를 익히고 그 글자의 뜻을 해독하는 데 평생을 바쳤지만 지금부터 학자들은 그 글자가 실은 정보를 익히는 데 골몰하게 될 것이다. 순지와 같은 천문학자는 하늘 천자와 글월 문자를 몰라도 천문의 이치를 통달할 수 있을 것이다.그것이 곧 격물의 시대다.
     
    *대국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일이 어찌 역법뿐이겠느냐? 이 강토와 산하를 발바닥이 해지도록 돌며 지도를 만들던 허담은 쇠몽둥이에 맞아 죽었고, 이 땅과 기후에 맞는 농사법을 고안한 정초 대감은 경회루 대들보에 매달려 죽었다. 그뿐이냐? 이 나라 음률을 정리하고 악기를 만든 박연 또한 궁지에 몰렸고 이 나라 역사를 바로 쓴 장성수는 우물에 쳐박혔다. 이들 모두가 새로운 나라를 꿈꾸던 자들이었으니 죽음을 겁내지 않았고 죽은 후에 더 오래 남을 나라의 혼을 세우려 했던 것이다.
     
    *이 나라는 지금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있다. 그것은 새것과 옛것의 대결이며, 우리의 것과 중화의 것의 대결이고, 격물을 중시하는 실용과 사장을 목숨처럼 떠받드는 경학의 대립이다. 겉으로는 새로운 왕조가 세워졌지만 조정과 유림에는 이미 완강한 기득 세력이 자리 잡았다. 태조께서 새 나라를 세우기 위해 풍찬노숙하실 때 그 뒤를 따르던 젊고 뜻있는 자들은 개국 후 공을 나누기에 급급했고 일신의 영달을 꾀하기에 바빴다. 그들은 이제 새 조정의 권신으로, 새 국시인 유학의 거두로 앞자리를 차지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젊은 학사들의 열정이 뜨거울수록 그들의 저항도 강해지고 끈질겨졌다. 불행히도 현실은 그들의 편이었다. 그들은 강하게 현실에 발을 딛고 서 있었고 개혁자들은 미래의 꿈을 좇는 몽상가일 뿐이었다. 그들은 현실에서 연대 가능한 모든 세력과 연대했다. 먼 미래에 대한 꿈만으로 현실과 맞서던 개혁파 학사들이 죽음으로 내몰린 것도 그 때문이다.
     
    *새 글자는 스물여덟 자라 하셨는데 지수귀문도의 꼭짓점은 모두 서른이니 두 개의 빈칸은 무엇을 뜻합니까? 그것은 바로 숨어 있는 두 개의 음소를 뜻하는 것이다. 혹 이 스물여덟 개의 음소는 집현전의 스물여덟 명의 학사(정인지,장성수,윤필,허담,정초,장영실,박연,최항,박팽년,신숙주,성삼문,강희안,이개,이선로,최만리,김종서,...)와 관련 있는 것입니까?
     
    *숨어있는 두 명의 학사는 : 주상전하와 소이 항아
    지수귀문도의 두 음소는 : 스물여덟자의 글자로 세상의 말을 모두 쓸 수 있으나 쓰지 못할 말이 있으니 바로 말없음이다. 말없음에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니 말하고자 하나 말하지 못함과 말할 수 있으나 말하지 않음이다. 말하지 않고 뜻을 전한다면 수많은 말보다 나을 것이니 그것이 으뜸 되는 음소이므로.
     
    *소이는 저들의 간악함을 알고 있다. 주상의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온몸에 종창이 끊이지 않는 것, 한창 나이인 세자 또한 병약하여 오래 연구하지 못하는 것...그 모든 일들이 저들의 간계와 전혀 관련 없다 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가장 큰 희생자는 바로 주상이었다. 모든 것을 누리기만 하는 데도 평생이 모자랄 군왕이다. 주어진 모든 것을 즐기고, 향유하고, 베풀기만 하여도 만인의 우러름을 받는 자리다. 그런 주상이 매일 새벽 찬바람을 부릅쓰고 간의대에 오르고 늦은 밤 학사들을 돌보고, 침전 앞에 옥루와 흠경각을 설치해 천문을 살핀 것이 20년, 그러고도 모자람이 있어 하찮은 벙어리 궁인을 앉히고 밤을 밝히며 음운과 성운을 연구하지 않았던가.
     
    *죽음은 삶의 반대편이 아니라 삶과 나란히 있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은 견딜 만했다. 불안과 두려움은 고단한 삶을 밀고 나가는 힘이기도 했다. 채윤은 끊임없이 죽음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끊임없이 죽음으로부터 도망하고자 하였다. 날선 검 하나를 들고 전쟁터를 누빌 수 있었던 것은 죽어도 좋다는, 빨리 죽고 싶다는 어이없는 욕망 때문이었다. 동지들이 적의 칼날 아래서 죽음이 두려워 떨고 있을 때 채윤은 적의 칼날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쓰러진 것은 채윤이 아니라 적들이었다. 죽음이 궁극적으로 삶을 구축하는 모순이었다.
     
    *부패한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섰으나 조선의 개창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려에 대한 충절로 일관한 유학자들 72명이 관복을 벗어던지고 경기도 개풍의 광덕산 서쪽 기슭 두문동으로 숨어들어살며 세상과 연을 끊었다. 태조는 두문돌을 둘러싸고 불을 질렀고 뛰어나오는 자에겐 벼슬을 주고 나무지는 불속에서 최후를 맞았다.
     
    *새 나라는 관념이 아니라 격물이 지배하는 나라여야 했다. 그 뜻을 주상은 신묘한 글자에 담아냈다. 흐트러짐이 없고 어긋남이 없는 논리가 지배하는 장치, 하나에다 하나를 더하면 곧 둘이 되는 산학의 원리, 교묘한 말장난으로 피해갈 수도 없고, 글자 몇 자의 배치를 바꾸어 뜻을 꾸밀 수도 없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어디서나 한결같은 소리의 이치가 새로운 문자였다.
     
    *싸움에는 중단할 수 있는 것이 잇고 끝까지 싸워야 하는 것이 있다. 주상전하의 전쟁은 반대하는 자들과의 싸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대와의 싸움이었다. 발목을 잡는 과거를 떨치려는 싸움이었고, 한 몸 안위에 만족하며 주저앉으려는 현재와의 싸움이었으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태어나 연모의 정을 느꼈던 첫 여자, 아무 것도 없는 자신에게 옷음을 보여주었던 여자,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모자람을 알게 해준 여자였다. 그저 그녀와 같은 울타리 안에서 숨쉰다는 것이 삶을 지탱해주는 바지랑대 같은 것이었다. 아무 이유없이 자꾸만 내각사 전각들의 처마를 쳐다보게 되는 건, 내각사가 있는 영추문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반가운 건, 경회루 호수 건너 나뭇가지 끝이 조금만 흔들거려도 혹 그녀가 그 나뭇가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하여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해도 좋았다. 그저 먼 곳에서라도 바라볼 수 있다면...그것으로 족했다. 단 한 번만 속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그렇게만 된다면 평생 그녀를 다시 못 본다 해도 상관없다.
     
    *강녕전의 침방은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의 큰 방으로 보였다. 한 나라의 군왕이 잠드는 침소니 당연히 크고 웅장해야 할 것이었다. 주상이 등극한 후 침전에는 비밀스런 시설이 덧붙여졌다. 이런 날을 예견한 대호군 장영실의 선견지명 때문이었다. 장영실은 크고 웅장한 침전에 가로 둘, 세로 둘의 문틀을 짜 맞추어 넣었다. 우물 정자형의 격자형 문틀을 짜 넣어 넓은 대침의 방을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나눈 것이었다. 주상은 보통 날에는 가운뎃방에서 잠들었다. 나머지 방은 비어 있었다. 누군가 역심을 품고 침전으로 들이닥쳤다 해도 방 안의 구조를 알 수 없을뿐더러 주상이 어느 방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대신 주상은 적들의 동태를 손바닥처럼 살필 수 있었다. 각 문에 창호지를 바르되 한쪽 방향으로 거친 면을 두 겹으로 발랐기 때문이다. 종이의 거친 면이 소리를 흡수하고 매끄러운 면은 소리를 튕겨내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었다. 거친 면으로 바른 방을 선범하면 적들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대신 적에게 들리는 소리는 작아졌다. 주상은 종이의 면이 어느쪽을 향하는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시대는 살아 숨쉬었다. 시대는 생각하고 성장하며 완숙해졌다. 사람이 시대를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대가 사람의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시대가 성장하는 데는 그 시대의 명을 좇는 자들의 희생이 필요했다. 거대한 시대의 전쟁에 맨몸으로 나선 자들이 그들이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시대가 성장하고 발전하여 융성의 시대가 올지라도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부름을 피하지 않고 맞선 그들은 자신들의 피와 살이 융성의 시대를 만드는 한줌 거름이 됨을 기꺼워 할 것이다.
  • 뿌리 깊은 나무 2 | ma**do | 2012.03.2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한글 속에 숨겨진 과학 혹은 비밀코드를 찾아 떠나는 과거로의 여행을 선사하는 책...
     
     
     
    한글 속에 숨겨진 과학 혹은 비밀코드를 찾아 떠나는 과거로의 여행을 선사하는 책 <뿌리 깊은 나무>는 출간된지 약 6년이 지난 지금에야 1권에 이어 2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드라마가 아니였다면 이 책 또한 지금까지 내가 읽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작가는 여러개의 퍼즐을 준비하여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마방진과 오행 그리고 인물들의 역할에서 그 퍼즐을 찾아 맞추어 나가야 합니다. 내가 곧 채윤이 되어 그 마방진과 오행 그리고 인물들의 수수께끼를 퍼즐을 마추어 나가듯 하나, 둘 그 풀이에 가까이 다가서는듯 합니다. 1권에서 보여지는 퍼즐은 2권을 위한 몸풀이 운동이였던 것 같습니다.
     
    진실 속에 숨겨진 비밀코드는 서서히 그 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리가 글이 되고 글이 소리가 되는 그 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간결하나 모든 것을 담고, 모든 것을 담았으나 간결한 그것을 백성 누구나가 가질 수 있게 만들고자 하는 자들과 대의라는 명분으로 혹은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며 자리보전을 위해 반대하는 자들을 새것과 옛것의 대결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충돌은 어느 시기에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겠지만, 소리와 글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기에는 대립의 크기는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과거 최만리에게 모든 것이였던 세자. 스승과 제자 이상의 관계에서 군왕과 신하의 법도로 갈등을 반복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실에 다가서는 자와 막아서려는 자. <고군통서>를 둘러싼 퍼즐에 채윤은 다가서고, 채윤을 이용하여 그 서책을 찾는 무리가 있으니...
     
    1권과 2권으로 이어지는 복선과 끝에서 만나는 채윤의 반전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스물여덟 자와 말없음 두 가지를 배우며 지나가는 페이지에서는 '한글 창제' 마음의 깊이를 조금을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권에서와 같이 특별한 부록이 실려있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를 천천히 읽어보며 봅니다.    
     
     
     
    
  • 뿌리 깊은 나무 2 | to**to4335 | 2012.02.11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세종대왕을 중심으로 뭉쳐 활동하던 집현전 학사들의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말단 겸사복 강채윤은 이 살인사건이 커다란 음모...
    세종대왕을 중심으로 뭉쳐 활동하던 집현전 학사들의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말단 겸사복 강채윤은 이 살인사건이 커다란 음모 뒤에 숨겨진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첫번째 살인사건때 나타난 마방진이 가지고 있는 결정적 힌트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도 느끼는 그에게 마방진을 유달리 잘하던 무수리 소이의 존재는 채윤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오행의 의미를 따라 다음에 살해될 집현전 학사를 구하고 싶은 채윤의 활약은 계속된다. 5번째 살인은 아미산을 기점으로 이루어질 것을 예상한 채윤은 사건의 진실 속으로 더욱 깊이 파고들며 성삼문을 찾아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런 와중에 집현전 학자들을 살해 한 범인으로 지목된 검시관 가리온은 모진 고문에 못이겨 결국 거짓 진실을 자백하고 만다. 가리온의 결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채윤은 그를 구하고자 더욱 사건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범인을 알지 못하기에 두렵기만 한 채윤... 그는 아미산에 있는 집현전 학사를 구하고자 갔다가 그만 독화살에 가슴을 맞고 마는데...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놓여 있는 대제학 최만리에 대한 의심은 갈수록 깊어져 가는데...
     
    이야기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집현전 학사들을 죽이라고 명령한 인물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지만 이 모든 일은 상권을 자신의 손아귀에 쥐고 흔들고 싶은 우두머리와 집현전의 세력을 쥐고 있는 사람간의 결탁으로 이루어진다. 세종대왕을 권좌의 자리에서 끌어 내리려는 무리들은 세자때 세종임금이 직접 지필한 '고금통서'를 찾기 위해 이 모든 사건이 발생한 것을 채윤은 알게 된다.
     
    조선왕조에서 가장 큰 업적으로 꼽을 수 있는 세종대왕님의 '훈민정음'을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당시 상황이 얼마나 살얼음판을 걸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고 위험했는지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만백성을 위해 만들어진 훈민정음이 기득권 층에게는 결국 환영받지 못할 글이였음을 여실히 보여주며 이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세종대왕님과 그가 아끼는 집현전 학자들.. 여기에 세종대왕을 위해 기꺼이 명나라의 사신에게 자신을 내어 놓는 세종대왕님의 호위무사 무휼까지...
     
    이미 드라마를 통해서 이 책의 내용을 접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난 드라마를 보지 못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도 볼 걸 후회하는 마음도 조금 들었으며 그만큼 책이 주는 매력은 높았다.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세상에 나온 '훈민정음' 비록 이 책이 픽션으로 이루어진 책이라지만 실제 세종임금 시대에 충분히 있었음직한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다.
     
    역사는 흐른다. 승자에 의해서 쓰여진 역사가 얼마나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는 익히 알고 있다. 세종대왕님의 며느리 세자빈에 대한 이야기도 에전에 다른 책을 접했을 때랑 상당히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보여주는 역사와 실제 만들어진 역사가 얼마나 다를까 잠시 생각해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라는 것이 과연 진실일지 의문을 갖게 된다.
     
    조선왕조 임금 중에 가장 성군으로 뽑히는 세종대왕을 중심으로 쓰여진 역사추리소설.... 기존의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재미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며 역사소설이 주는 재미까지 가미되어 더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안겨 준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놓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나역시도 너무 늦게 이 책을 접해서 조금 아쉬웠다. 그만큼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 드라마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책도 같이 보게 되었다. 뭔지 거꾸로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말이다. 소설과 드라마...
    드라마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책도 같이 보게 되었다.
    뭔지 거꾸로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말이다.
    소설과 드라마가 많은 점에서 달랐다.
    등장인물은 같지만...전개되는 구도가 달랐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요즘 텔레비젼에는 정치인들의 오만과 추악한 모습이 너무도 많이 드러난다.
    조선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참 많다.
    하지만...많은 면에서 역시 닮아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집현전의 학사들처럼...세종대왕처럼...
    나라를 위해 정말 걱정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민주통합당도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참 짜증나는 존재들이다.
    국회의원은 대법관 수 정도만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우리나라보다 많은 곳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더 가슴이 답답하다.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그런 정치인들이 많은 나라에 살고 싶다.
    세종대왕의 생각과 정신을 물려 받는 정치인들이 있는 그런 나라 말이다.
     
    (세종대왕이 강채윤에게...)
    후세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염려하지 않는다.
    지금의 백성들이 나의 뜻을 알라주지 않음 또한 서러워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할 일은 지금 나에게 맡겨진 백성들을 염려하는 것일 뿐...
  • 사람, 사람을 배우다. | hi**o8921 | 2011.12.2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한석규, 장혁의 라인업에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연기력은 기본으로 깔아 두었으니 그들이 선택...
     한석규, 장혁의 라인업에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연기력은 기본으로 깔아 두었으니 그들이 선택한 작품은 어떤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영화배우 한석규가 티비 드라마에 나온다는게 흥미롭기도 했다. 내가 기억하는 한석규는 약속, 8월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쉬리에서의 모습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드라마 뿌나는 한번도 챙겨보지 못했고 책 뿌나를 만나게 되었다.
     
      하급신분 겸사복 채윤이 얼떨결에 집현전학사 살인사건을 맡게 된다. 이게 그리 큰 사건이 될줄 몰랐다. 조금 성가신 문제였기 때문에 '높으신 분'께서 곤란해지기 싫으니 하찮고 나이어린 겸사복에게 사건을 맡겼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다. 시끄러워지거나 성가신 문제, 욕먹게 될 문제는 절~대 아래사람들의 몫이다. 윗사람들은 '이자리까지 올라와 왜 그런 짓을 하겠냐'라는 생각에서 일을 주는 거겟지만...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더럽다. 잘되면 지탓 못되면 내탓이 될터이니 말이다. 채윤도 나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북변에서 김종서 장군의 수하로 일하다 들어온 궁이었다. 그는 주변인이라 궁이 불편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일에 대한 열의보다는 떠밀려 맡은 일인데 살인사건이니 두려움과 긴장감에 사로잡힌 모습이다.
     
      그러던 채윤은 점차 사건에 빠져들면서 북변을 뛰어다니던 그 용기와 캐내고자 하는 집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채윤의 태도 변화는 소이의 등장과 함께 맞물려 세종의 한글창제의 의미를 부각시킨다. 채윤이 궁을 두려워하고 어려워했던 것은 不知때문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타인에 대한 경계,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알지 못하는 대상들이기 때문에 어려워하는 것이다. 그러던 채윤이 증거들을 수집하면서 찾고자 하는 알고자하는 풀고자하는 그의 기질을 드러낸다. 이는 낮은 신분의 사람들이 숨기고 있던 앎에 대한 의욕과 적극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접근하는 방법과 수단만 안다면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빠져들며 파고드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세종은 한글을 창제했다. 알지 못해서 웅크린 그들에게 손길을 뻗은 것이다. 훌륭한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물고기를 잡을 낚시대를 던져주듯 세종도 한글이라는 낚시대를 던져 준다. 그 경이로움이란.
     
      채윤이 살인사건의 전모를 파헤쳐 가면서 강조되는 것은 음양오행과 산술, 기술 등 잡학에 대한 이야기다. 이전의 사대주의를 뛰어넘어 조선의 이치와 조선의 격물을 만드는 것의 의미가 강조된다. 국사책에서 배운 세종의 업적들이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었다. 당시의 평민신분이 되어, 아니 채윤의 신분이 되어 당시의 조선을 느끼고 세종의 고민과 집현전 학자들의 고민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겠다면서 여태 그 사실을 감복하지 못한게 부끄럽기도 했다. 여전히 나는 21세기의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4년을 배워도 몸에 익지 않는 일이다. 이걸 작가가 해냈다니...
     
      사대부들이 한글창제를 겁낸 가장 큰 이유는 자주적 조선으로 발돋움하면 그들의 이권이 무너지게 된다는 것 때문이다. 이런 점은 권력자들이면 누구나가 걱정하는 부분이니까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다만 다른 이유, 너도 나도 학문을 한다면 학문을 혼탁 혹은 혼란스럽게 한다는 의견이었다. 평소에 고민을 했던 부분이다. 학문이 학문적 의미를 갖기 위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학문도 얼만큼 단계를 밟았느냐에 따라 수준차이가 발생한다. ·고등까지의 교육은 상식을 가르친다. 생활에 필요한 간단한 산술과 사회인지력 등을 배운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비유하면 평민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대졸까지 배우는 학문은 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리더가 될 충분조건을 가진 사람으로 준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대학에 들어와서 고고학을 4년간 공부했다. 고고학을 전공했지만 배운 것은 고고학 이론뿐 아니라 인문학적 이론들과 철학들도 배우게 되었다. 또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인간으로써 사회구성원으로써 각성하고 반성하는 훈련도 했다. 이는 사대부집안의 자제쯤으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즉 학문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학문이 아니다. 덕분에 한글로 모두가 쉽게 학문을 한다면 학문이 혼탁해진다했지만 지금 우리의 학문은 석박사 과정의 학문전문가가 존재하고 지식수준이 높은 국민들을 이루어 냈다. 또한 학문이 혼탁해지지 않는 것은 인간의 욕심, 타인과 다른 점을 부각하려는 특권을 향하는 욕망 때문이다. 결국 모든 것의 정점은 가장 마이크로한 부분이 되면서 일반인들은 친해질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거다.
      학문은, 모든 사람들이들이 쉽게 접한다해서 망가지는게 아니다. 오히려 다름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건드려 더 깊이 있고 수준을 가르는 학문으로 성장해간다. 그런 점에서 박물관 등의 전시에서 한자어를 한글풀이해서 사용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한글이 더 어색하고 의미를 헛갈리게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또한 일반인들이 푯말 뜻을 못 알아들으면 그들이 탐구정신으로 한자를 찾으면 되지 않느냐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뿌나를 읽으면서 나의 태도는 최만리와 심종수와 같은 입장이라는 걸 느꼈다. 마치 고고학의 성역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변화를 배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쉽게 알아들을 수 있다면 일반인들의 지식수준도 높아지고 학문을 넓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마도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어져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 같다.
     
      한글창제를 막으려던 최만리와 심종수를 잡아 사건이 해결되고 세종은 채윤과 소이에게 훈민정음과 고군통서를 가지고 떠나라 말한다. 주상을 걱정하는 그들을 앞에 두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후세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염려하지 않는다. 지금의 백성들이 나의 뜻을 알아주지 않음 또한 서러워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할 일은 지금 나에게 맡겨진 백성들을 염려하는 것일뿐...“
    이런 지도자를 어디서 만나 볼 수 있을까. 잠시 몸을 담궜던 곳에서도 이런 지도자는 없었다. 다들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쁘거나 본인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도 못하는 지도자뿐이었다. 아마도 그곳은 지도자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석박사라는 특수집단이었는데도 그랬다. 지도자는 학문이라는 충분조건과 인성, 인품이라는 필요조건이 있어야 한다는게 정말 맞는 말이다.
     
      훈민정음창제 과정에서 정말 이런 일이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정명이라는 이야기꾼을 통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완벽하게 설득 당했다. 책을 보는 내내, 우울한 날이면 혹은 어딘가로 도망가 숨고 싶을 때 찾곤 했던 경복궁이 생각났다. 쓰라리고 외로운 천민의 마음을 보듬은 세종의 숨결을 나도 모르게 느꼈었나보다. 다시 찾는 날이 오면, 그때는 세종이 곳곳에 숨겨놓은 음양오행과 천원지방의 의미를 직접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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