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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과 유럽통합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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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1188990551
ISBN-13 : 9791188990559
세계대전과 유럽통합 구상 중고
저자 서강대 유로-메나문명연구소 (기획) | 출판사 책과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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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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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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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유럽이 파괴된 1차 세계대전
새로운 유럽의 필요조건들을 만들어낸 2차 세계대전
그리고 양 세계대전 사이에 치열했던 통합과 분열의 전간기
이 시기 유럽은 왜, 어떻게, 어떤 유럽통합을 구상했는가 20세기 시작 무렵 극단적 민족주의와 전체주의의 야만성을 분출하며 스스로 길을 잃었던 유럽은 세계를 파국의 극단으로 몰아갔던 두 세계대전의 진원지가 되었다. 1차 세계대전으로 표출되었던 지구적 차원의 갈등과 문제들을 1919년 베르사유조약이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 당시 20년 혹은 30년 안에 다시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 예상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그러한 이유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동시대의 많은 사람들은 1945년의 평화를 1939년이 아닌 1914년에 시작된 전쟁을 종식시키는 평화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이 기간 동안 전후 질서에 대한 구상들이 그려졌고,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의 유럽은 그 구상들이 현실화되어 28개 회원국을 가진 유럽연합을 통해 통합된 현재의 모습으로 거듭나 있다. 통합된 유럽의 현재는 분열과 파괴로 얼룩진 과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이 책은 1차 세계대전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의 시기에 유럽에서 제안되거나 구상되었던 유럽 질서에 관한 연구 논문들을 엮은 것이다. 파국 후에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언제나 역사적 교훈으로서 회자되고 있고, 이 책은 새로운 질서를 구상하는 역사적 교훈에 대한 이야기 모음으로서 기획될 수 있었다. 이 책의 목적은 통합과 분열이라는 모순적 가치들의 병행과 양립을 목격할 수 있는 30년 동안의 양차 세계대전 시기를 유럽통합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서강대 유로-메나문명연구소 (기획)
유럽지역과 메나지역(Middle East & North Africa)을 통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2019년 4월 창립한 기관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럽역사, 유럽정치, 중동지역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기독교와 이슬람 두 문명권의 교류와 갈등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저자 : 통합유럽연구회
유럽통합의 역사적 과정이 오늘날 유럽사회에 미치는 정치사회학적 함의를 역사학의 시각과 사회과학의 시각을 융·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연구하려는 목적으로 2007년에 결성되었다. 역사학자와 정치학자, 그 밖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기 학술세미나를 통해 논문 발표 및 열린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등재학술지 《통합유럽연구》를 발간하고 있으며, 단행본으로는 《인물로 보는 유럽통합사》(2010), 《도시로 보는 유럽통합사》(2013), 《유럽을 만든 대학들》(2015), 《조약으로 보는 유럽통합사》(2016), 《박물관 미술관에서 보는 유럽사》(2018)를 출간했다.

목차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1부 전간기 유럽통합 구상
1장 베르사유조약과 유럽 평화의 이상
2장 쿠덴호베-칼레르기와 전간기 범유럽운동
3장 아리스티드 브리앙의 ‘유럽연방연합’ 구상
4장 페미니스트 유럽주의자, 루이즈 바이스
5장 야시 오스카르의 ‘도나우연방’을 통해 본 중부 유럽통합 구상

2부 전체주의 체제의 유럽 구상
6장 아돌프 히틀러의 유럽통합 방안과 전쟁 포스터의 이미지 전략
7장 이탈리아 파시스트 조합주의와 유라프리카 연합
8장 레온 트로츠키의 유럽합중국론

3부 2차 세계대전 시기 유럽통합 구상
9장 양차 세계대전 시기 장 모네의 활동과 유럽 평화 구상
10장 윈스턴 처칠과 유럽통합
11장 연방주의자 알티에로 스피넬리의 정치사상과 공헌
12장 드니 드 루즈몽의 문화적 유럽통합 운동
13장 빌리 브란트의 망명 시기 유럽연방주의 사상과 구성주의 시각

에필로그

책 속으로

1부 2장 “쿠덴호베-칼레르기와 전간기 범유럽운동”, 59쪽 쿠덴호베에 따르면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유럽은 세계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밀려났고, 유럽의 세계적 패권(Welthegemonie)은 영원히 상실되고 말았다. 세계 정치의 주체에서 목적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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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장 “쿠덴호베-칼레르기와 전간기 범유럽운동”, 59쪽
쿠덴호베에 따르면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유럽은 세계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밀려났고, 유럽의 세계적 패권(Welthegemonie)은 영원히 상실되고 말았다. 세계 정치의 주체에서 목적물로 전락한 유럽이 계속 분열한다면 독립성과 경제적 번영마저 상실하고 세계대국들에게 집어삼켜져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예견했다. 따라서 유럽 외부의 세계대국들에 맞서 유럽의 평화와 자립을 유지하는 것은 유럽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그는 분열된 유럽이 특히 러시아와 미국으로부터 오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았다.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유럽을 정복하기를 원하고, 미국은 돈으로 유럽을 구매하기 원하기 때문이었다.

1부 3장 “아리스티드 브리앙의 ‘유럽연방연합’ 구상”, 88쪽
1차 세계대전은 나폴레옹전쟁 후 100년 만에 일어난 ‘진정한 국제전’이자 그동안 유럽인, 나아가 전 세계인이 겪어보지 못한 참상을 불러일으킨 전쟁이었다. 사람들은 인간의 이성을 신뢰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평화안을 만들어야 했으나, 베르사유조약은 이미 전쟁을 잉태하고 있었다. 독일과의 화해를 전제하지 않고는 유럽 평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브리앙의 생각은 오늘의 관점에서 볼 때, 분명 시대를 앞섰다고 할 수 있겠다.

1부 4장 “페미니스트 유럽주의자, 루이즈 바이스”, 119쪽
1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 사회는 여성 지식인에게 비우호적이었다. 바이스가 첫 번째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그 뒤에는 글을 루이라는 가상의 남성 이름으로 발표했던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전간기 동안 바이스가 자신의 의견을 글로 발표하는 한편, 다른 지식인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잡지를 창간하고, 학교를 창설하고, 살롱을 운영하는 등 지식인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몰두했던 것은 당시 프랑스 상황에 영향받은 바 크다. 여성 지식인이 독자적으로 유럽 국가들의 화해나 평화 구축에 나서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에 다른 지식인들과 협력하고자 했던 것이다.

2부 6장 “아돌프 히틀러의 유럽통합 방안과 전쟁 포스터의 이미지 전략”, 171쪽
히틀러의 유럽통합 방안의 궤적을 쫓는 연구자들은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기 훨씬 전부터 유럽 정복 이후 유럽 질서의 재편을 구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직면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 이후에 여러 유럽 국가에서 유럽의 ‘신질서’에 대한 논의가 무성했음을 감안하면, 당수에 오른 히틀러가 자신의 유럽 구상을 《나의 투쟁》(1925)을 통해 공포했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는 특히 유럽 동부지역에 게르만 민족을 위한 ‘생활공간(Lebensraum)’을 마련하는 것은 “역사적 운명”이라고 역설했다. 이때 히틀러가 염두에 둔 동부 지역은 당연히 러시아와 주변 지역이었다.

2부 6장 “아돌프 히틀러의 유럽통합 방안과 전쟁 포스터의 이미지 전략”, 182~183쪽
유럽 승리의 모티프와 반볼셰비즘의 이미지를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는 전쟁 포스터들은 히틀러의 유럽통합 이데올로기를 찬양하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스탈린이 통치하는 소비에트 러시아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조작하여 활용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특히 1943년 스탈린그라드 패배를 전후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제작되었는데, 아래의 포스터들에서 동일한 대조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몇몇 전쟁 포스터들에서 히틀러의 적들의 이미지가 악한이나 악마의 이미지가 아니라 동물의 이미지, 특히 나쁜 용의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는 소비에트 러시아를 ‘아시아의 붉은 공포’로 선전하는 유럽의 공포 담론의 시각화라고 본다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2부 8장 “레온 트로츠키의 유럽합중국론”, 233쪽
트로츠키는 모든 현상을 경제결정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마르크스주의자답게 유럽의 정치적 통합 역시 자본과 시장의 국제화로 인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가 보기에, 적어도 19세기 이후부터 유럽은 지리적 개념이라기보다 경제적으로 매우 긴밀하게 연결된 경제 단위가 되어버린 상태였다.15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산업혁명 이후 생산력의 비약적인 발전 때문이었다. 하나의 국가만을 단위로 한 내수시장은 급속하게 발전한 생산력을 고려할 때 너무 협소하다는 것이 트로츠키의 생각이었다. 그는 1차 세계대전의 원인 역시 여기에서 찾았다.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일국사회주의론 노선을 추구한 코민테른을 비판하기도 했다.

3부 9장 “‘양차 세계대전 시기 장 모네의 활동과 유럽 평화 구상’”, 270쪽
모네의 ‘평화 구상’이나 문제 해결 방식이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정착 문제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모네는 전후 독일제국의 세력을 약화하기보다 견고한 연합체를 통해 오히려 독일 경제를 프랑스와 유럽이 활용할 수도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오히려 그 방법이 강력한 적대국에 더 잘 저항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어제의 적국을 미래의 협력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이러한 인식의 전환과 용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문제 해결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 모네가 유럽의 위기와 문제들을 공동의 이익을 마련하고 체계화함으로써 해결하려고 했듯이, 평화는 어떤 규제나 압박보다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구축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정착 및 비핵화 과정에 도움이 되는 모네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3부 10장 “‘양차 세계대전 시기 장 모네의 활동과 유럽 평화 구상’”, 285~286쪽
처칠이 유럽통합주의자임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은 1946년 취리히 대학에서 한 연설이다. 그중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유럽합중국을 건설해야 한다. (…) 만일 합중국 건설에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할 수 없는 유럽 국가가 있더라도, 단결할 수 있는 국가와 단결할 의지가 있는 국가는 모두 힘을 합쳐 단결해야 한다.

전쟁 직후, 게다가 바로 영국을 공격한 나라와 맞대고 있는 장소에서 처칠은 유럽의 미래를 제시해야 했다. 여기서 그는 1930년부터 이미 염두에 두고 있던 ‘유럽합중국 건설’이라는 파격적인 대안을 대중들에게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에 덧붙여 그는 “유럽합중국을 건설하는 것만이 수백만의 유럽 시민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재미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역설하고 “유럽합중국 건설은 바로 시작되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영국과 영연방국가들, 미국과 심지어 소련까지도 이 새로운 유럽 건설에 지지자로서 그리고 친구로서 함께할 것임도 강조했다.

3부 13장 “빌리 브란트의 망명 시기 유럽연방주의 사상과 구성주의 시각”, 369쪽
그런데 브란트는 유럽통합 사상사에서 유럽연방주의 운동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자 운동이 담당했던 역할에 크게 주목했다. 그는 노동자 운동이 전쟁의 원인으로서 국가주의 시스템과 자본주의, 즉 국가를 단위로 하는 자본주의에 있다고 인식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를 단위로 하는 자본주의는 제국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노동자 운동이 전개한 연방주의 유럽통합 운동은 반제국주의 평화운동이었다. 그는 연방주의 유럽통합 사상사에서 제국주의에 반대하여 유럽통합 운동을 전개한 노동자 운동의 기여를 대단히 높이 평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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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0세기 들어 극단적 민족주의와 전체주의의 야만성을 분출하며 스스로 길을 잃었던 유럽은 세계를 파국의 극단으로 몰아갔던 두 세계대전의 진원지가 되었다. 하지만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유럽은 28개 회원국을 가진 유럽연합이라는 통합된 모습으로 거듭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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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들어 극단적 민족주의와 전체주의의 야만성을 분출하며 스스로 길을 잃었던 유럽은 세계를 파국의 극단으로 몰아갔던 두 세계대전의 진원지가 되었다. 하지만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유럽은 28개 회원국을 가진 유럽연합이라는 통합된 모습으로 거듭나 있다. 이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바로 분열과 파괴로 얼룩진 과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낡은 유럽이 파괴된 1차 세계대전
새로운 유럽의 필요조건들을 만들어낸 2차 세계대전
그리고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치열했던 통합과 분열의 전간기
이 시기 유럽은 왜, 어떻게, 어떤 유럽통합을 구상했는가

“1차 세계대전은 낡은 유럽을 파괴했고, 2차 세계대전은 새로운 유럽의 필요조건들을 만들어냈다.” 역사가 토니 주트의 말이다. 이 말처럼 양차 세계대전의 시기는 유럽 현대사가 출발하는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한 상징성으로 충만했던 때다.
1차 세계대전으로 표출되었던 지구적 차원의 갈등과 문제들을 1919년 베르사유조약이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 당시 20~30년 안에 다시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 예상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베르사유조약 이후부터 1945년까지는 통합과 분열이라는 두 개의 모순적인 힘들이 상호 교차하며 역사의 바퀴를 작동시켰던 시기다.
이 시기는 한편으로 통합된 유럽을 그리면서 새로운 평화질서를 모색하는 시기였으며 1945년 이후 유럽통합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준비함으로써 유럽통합의 촉매제 역할을 한 시기였다. 통합 옹호자들이 정부와 민간의 차원에서 분열로 향하는 유럽에 통합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궁색하지만 끈질기게 투쟁했던 시기였다.
다른 한편으로 이 30년은 정치와 경제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신성한 이기주의”의 원칙이 등장하면서 유럽이 극단적 분열로 치달은 시기이기도 했다. 국제연맹이 국제기구로서의 기능을 전혀 담당하지 못했던, 사실상 무정부 상태의 유럽 국가체제는 화해화 협력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귀를 닫으면서 전체주의 체제의 등장을 목격해야만 했고, 유럽 국가들은 위기의 시대에 자국의 이익만을 우선시함으로써 결국에는 유럽을 2차 세계대전이라는 파국의 끝자리로 몰아갔다.
파국 후에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언제나 역사적 교훈으로서 회자된다. 이 책 《세계대전과 유럽통합 구상》은 새로운 질서를 구상하는 역사적 교훈에 대한 이야기 모음으로서 기획되었다. 통합과 분열이라는 모순적 가치들의 병행과 양립을 목격할 수 있는 30년 동안의 양차 세계대전 시기를 유럽통합의 관점에서 재조명하여,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다양한 유럽통합 구상 혹은 유럽 질서들을 규명한다.

지금의 통합된 유럽은 이미 양차 세계대전 시기에 구상되었다

책에 따르면, 유럽통합 구상은 이미 중세 말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책은 세계대전 시기의 유럽 구상들이 이러한 역사적 연속성 속에서 20세기의 새로운 정치·경제·문화적 조건에 상응하면서 시대에 걸맞은 옷을 입은 것이라는 전제를 수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쿠덴호베-칼레르기(2장)를 들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유럽 사상이 실리, 칸트, 니체 같은 유럽통합 옹호자들의 사상적 전통 위에 있음을 의식하고 있었으며, 또 그의 사상은 20세기 후반 유럽통합 옹호자들에게 영감과 구체적인 영향을 주었다.
세계대전 시기 표방되었던 유럽 질서에 대한 사유들은 구체적인 밑그림이라는 의미에서건 반성의 거울이라는 의미에서건 전후 유럽통합의 발전에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사상적 기반을 제공했다. 종전 이후 유럽통합의 전주곡으로 알려진 1946년 처칠의 취리히 연설에서 그가 자신이 그리는 유럽합중국이 쿠덴호베-칼레르기의 사상에 빚지고 있다고 인정한 사실은 그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유럽연합의 시초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스피넬리와 모네 등이 전후 유럽 질서로 구상했던 연방주의적 유럽 건설의 구상들에 사상적 기반을 두고 탄생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이미 검증된 바 있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 구상의 기안자가 모네라는 사실은 유럽통합 구상과 유럽통합 현실정치의 연관성을 가장 확실하게 입증한다. 결국 현재의 통합된 유럽은 이 30년간의 유럽통합 구상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분열과 불확실성의 시대, 100년 전 유럽에서 답을 찾다

이 책은 이처럼 유럽이 위기와 방향성 상실에 직면한 상황에서 평화의 기획으로서 유럽통합을 위한 중요한 계기와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었던 한 시기를 담담하게 조명한다. 브렉시트, 테러, 난민 문제, 통화위기 등 최근 유럽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은 유럽이 과거 세계대전 같은 극단적인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기를 보내면서도, 공동체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불협화음으로 항시적인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에 담긴 평화질서 구축을 위한 지속적인 시도와 실패의 사례들, 그리고 패권적 권력욕을 실현하기 위해 조작되는 평화 구상의 위험성에 대한 교훈은 현 유럽이 되새겨야 할 중요한 이야기다. 나아가 이는 항시적인 불확실성을 가진 동아시아 정세의 한가운데 놓인 한반도에도 유효하다. 아무쪼록 이 책이 요동치는 오늘날의 세계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유의미한 거울이 되고 새로운 평화질서 모색을 향한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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