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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냐 추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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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쪽 | A5
ISBN-10 : 8960900281
ISBN-13 : 9788960900288
미녀냐 추녀냐 중고
저자 요네하라 마리 | 역자 김윤수 | 출판사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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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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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잘 받았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saqi3***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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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가 들려주는 통역과 번역 이야기

일본 최고의 러일 동시통역사이자 에세이스트인 요네하라 마리의 저서 <미녀냐 추녀냐>. 요네하라 마리의 처녀작이자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한 출세작이며 '마리 에세이'의 시작이 되는 책이다. 원제인『부정한 미녀인가 정숙한 추녀인가』라는 문장은 '번역은 여자와 비슷하다. 충실할 때에는 살림 내를 풍기고 아름다울 때에는 부정하다'라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격언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책은 요네하라 마리의 생업인 통역과 번역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나아가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 사이의 소통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동시통역의 내막과 실패담, 고생담 등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만들어낸 체험을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문체로 풀어낸다. 저자 특유의 저속한 화제나 성인용 일화도 곳곳에 수록하여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저자는 통역과 번역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언어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며, 언어와 문화의 깊고 오묘한 세계로 이끌어준다. 서로 다른 나라의 가치관과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좋은 통역과 번역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관련 도서 및 발언도 풍부하게 인용되어 있으며, 박학다식한 저자의 유려한 필치도 만날 수 있다.

저자소개

지은이 요네하라 마리米原万里

1950년 일본 도쿄 출생. 러시아어 동시통역사, 번역가, 작가.
1959~64년에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수학했다. 도쿄외국어대학 러시아어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대학원 러시아어·러시아문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80년에 설립된 러시아통역협회에서 초대 사무국장을 맡았고, 1995~1997년에는 회장을 역임했다. 1992년 <일본여성방송인간담회 SJ상>을 수상한 이래, 1995년 『미녀냐 추녀냐』로 제46회 <요미우리 문학상>, 1997년 『마녀의 한 다스』로 제13회 <고단샤 에세이상>, 2002년 『프라하의 소녀시대』로 제33회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 2003년 『올가 모리소브나의 반어법』으로 제13회 <분카무라 두마고상>을 수상했다. 2006년 5월 25일 향년 56세에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에서는 『프라하의 소녀시대』 『마녀의 한 다스』 『대단한 책』 등이 번역 출간되었다.

옮긴이 김윤수
동덕여자대학교 일문과와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옮긴 책에는 『수달』 『그녀, 영어 동시통역사 되다』 『에도의 여행자들』 『미일동맹』(공역)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통역=매춘부 이론의 전말 11

1 통역, 번역은 다른 듯 같은 것인가 : 통역과 번역의 공통된 세 가지 특징 19

통역=매춘부 이론, 또 하나의 근거
다른 언어 간의 만남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
통역도 아니고 번역도 아니고
동시에 두 주인을 섬기는 일
통역, 번역 = 블랙박스 이론
약간의 내막 공개

2 너구리와 오소리의 차이 이상 : 통역과 번역 사이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웅덩이 83

귀로 듣고 입으로 전달하는 일
시간아 멈춰라!
시간의 여신은 통역사를 봐주지 않는다
현재 가진 말駒밖에는 사용할 수 없다
먼저 가면 안 돼!
기억력의 수수께끼
차감 계산 0의 법칙
통역론의 일대 상식을 뒤집은 작은 사건

3 부정한 미녀인가 정숙한 추녀인가 141

아름다움에 현혹되지 말라
지나친 정숙도 죄
인사말을 깔보지 말라
문자 그대로의 구설수
말장난은 전환이 가능할까
지옥 같은 공포의 긴 이름
관용구의 역습
욕설에 관한 고찰

4 태초에 문맥이 있었다 197

문맥의 배반
네덜란드 인체해부도 번역은 문맥에 의존
문맥 차이의 희비극
카다피의 통역을 본받아라
앞문의 호랑이, 뒷문의 이리
아내와 다다미, 그리고 정보
셰도잉의 공적과 죄과
서무과 계장님의 통역

5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이름의 신을 섬기며 247

스승의 눈에도 눈물이
방언까지 통역하느냐, 독특한 말투와 발음까지 통역하느냐
일본어가 결정타
공기처럼 근원이 되는 언어
영어로 연설하고 싶어하는 총리대신
궁지 탈출법
때로는 살의까지

에필로그 정상이 없는 등산 297

후기 혹은 성실한 미녀 편집자와 부정한 추녀 저자의 만남 305
해설 309
옮긴이의 말 318

책 속으로

사실은 존경해 마지않는 우리 통역계의 도쿠나가 하루미 스승님은 누차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남겼다. “아무리 통역이 엉망이더라도 통역사가 전혀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클라이언트가 무슨 통역이 이러느냐, 다른 통역사 없느냐는 듯한 얼굴을 하면,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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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존경해 마지않는 우리 통역계의 도쿠나가 하루미 스승님은 누차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남겼다. “아무리 통역이 엉망이더라도 통역사가 전혀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클라이언트가 무슨 통역이 이러느냐, 다른 통역사 없느냐는 듯한 얼굴을 하면, 화장실에 가버리세요. 그리고 좀 오랫동안 화장실에 있다가 나와보세요. 당신을 보는 클라이언트의 눈빛이 분명히 달라져 있을 겁니다. 당신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 있을 거예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제자 한 명이 정말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돌아오자, 정말로 클라이언트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고 한다. 통역사가 없는 동안, 어떻게든지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는 열의가 강해서였는지, 서툰 영어, 프랑스어, 손짓발짓을 동원하는 동안에 러일 양측은 독일어를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일부터 나올 필요 없어요.” 결국, 통역사에게 내려진 말이었다.(14쪽)

통역사는 가끔 번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통역 일에 할당하는 시간을 8로 하면 최소한 2는 번역 일을 하려고 한다. 시간의 제약이라는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는 이유를 핑계로 끊임없이 타협하는 통역이라는 행위에는 통역이 유난히 조잡하고 허술해질 위험이 따라다닌다. 제한된 시간의 범위 내일지라도 최고, 최상의 번역을 목표로 하는 번역가적인 성향을 더불어 지니기 위해서는 가끔 시간적인 여유가 조금 더 있는 환경에 들어가서 느긋하게 사전이나 전문 서적을 보고 더 적확한 어휘, 더 함축적인 표현을 탐색하는 기회가 반드시 필요해진다. 벼락치기와 임시방편이 번갈아 계속되는 인생에 잠시 쉼표를 찍고 조금 더 차분하고 심오한 표현에 빠져보는 것도 유익하다고나 할까.(136쪽)

언어는 민족성과 문화를 짊어지고 있다. 한 민족이 그 민족이라는 개성적 기반 = 정체성의 의지처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국민이 평등하게 자신의 모국어로 자유롭게 발언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것을 유지하고 가능하게 하는 것이 통역이라는 일, 통역사라는 직업의 존재 가치다.(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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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일본의 카리스마 동시통역사/에세이스트 ‘마리 여사’의 처녀작이자 출세작 출판사 마음산책에서 마리 여사의 책이 벌써 네 권째 번역 출간되었다. 요네하라 마리는 일본 최고의 러일 동시통역사이자 제2의 시오노 나나미라 불릴 정도의 탁월한 에세이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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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카리스마 동시통역사/에세이스트 ‘마리 여사’의 처녀작이자 출세작

출판사 마음산책에서 마리 여사의 책이 벌써 네 권째 번역 출간되었다. 요네하라 마리는 일본 최고의 러일 동시통역사이자 제2의 시오노 나나미라 불릴 정도의 탁월한 에세이스트다. 『미녀냐 추녀냐』는 마리 여사의 처녀작이자 단숨에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한 출세작이며 ‘마리 에세이’의 원점이 된다. 일본에서 그녀의 에세이의 묘미는 이미 정평이 나 있어서 그녀의 작품이면 반드시 산다는 독자들이 많을 뿐 아니라 2006년 처음 『프라하의 소녀시대』가 소개된 이래 한국의 독서계에도 파장이 적지 않았다.
마리 여사는 누구인가. 십대 소녀 시절, 공산주의자 아버지를 따라 체코 프라하에 체류하며 전 세계의 아이들과 어울려 소비에트 학교에 다녔다. 일본으로 돌아와 대학과 대학원에서 러시아어와 문학을 전공한 후 동시통역사가 되었고 그걸로 평생 밥벌이를 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강렬한 경험들과 독특한 감수성을 담아 다문화적 포용력이 돋보이는 에세이와 소설을 펴내다가 불운하게도 2006년 5월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름답지만 부정확한 통역이냐 거칠지만 정확한 통역이냐

이번에 출간된 『미녀냐 추녀냐』는 특히 마리 여사의 생업을 십분 살려, 통역과 번역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원제인 ‘부정한 미녀인가 정숙한 추녀인가’라는 문구는, ‘번역은 여자와 비슷하다. 충실할 때에는 살림 내를 풍기고 아름다울 때에는 부정하다’라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격언에서 유래했으며, 17세기 프랑스, 아름답기로 이름이 높았던 저명한 번역가의 문장을 가리켜 대학자 메나주가 “내가 투르에서 깊이 사랑했던 여인을 연상시킨다. 아름답지만 부정한 여인이었다”고 평한 데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때 이후, 부정한 미녀Belles Infieles라는 프랑스어는 ‘아름답지만 원문에 충실하지 못한 번역’을 가리키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리 여사의 에세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 사이의 소통’ 문제에 깊이 파고든다.
“통역사는 화자의 입이 되고 청자의 귀가 되어 두 명의 주인을 섬기는 하인 같은 존재다. 반대로, 종속한다는 것은 지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양자의 커뮤니케이션은 내가 있기에 성립한다.’ 이렇게 실감할 때 도량이 좁은 자아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우주를 연결하는 더 광대한 세계로 확산되는 것 같은, 또는 흡수되는 것 같은 쾌감이 있다. 고대 그리스어로 통역사는 신들과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맺어주는 헤르메스 신에서 연유하여 Hermeneuties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영매의 황홀감과 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통역사는) 인간의 모든 활동 분야의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단순히 엿보기보다는 언어라는 매개를 통해서 거의 당사자가 되어 실로 다양한 직업,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을 추체험할 수 있다. … 통역 일을 시작하고 난 뒤, 인류라는 종족의 호기심과 무시무시한 자기 확대의 본성에 얼마나 많이 놀랐던가. 불가능이라고 생각되는 분야,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분야, 얼핏 보고 시시하다는 생각이 드는 분야 등을 가리지 않고 사람은 끝없는 탐구심으로 계속 도전하고, 범위를 탐욕적으로 무한정 넓혀 가고 있다. 이 사실을 피부로 실감하며 확인해 왔다.”

농담, 기담, 실패담에 배꼽을 잡는 가운데 드러나는, 언어 문화의 숨겨진 내막

이 책은 에피소드의 열거를 통해서 깊은 인상을 남기고 본질에 다가가는 에세이의 새로운 형태를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문화의 접점인 동시통역 현장은 긴장의 연속,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한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희극의 보고이다. 마리 여사는 실패담과 농담, 기담을 섞어가며 문화 격차에 따른 통역사들의 애환을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문체로 공개한다. 마리 여사 특유의 저속한 화제나 성인용 일화도 아낌없이 집어넣어 군데군데 폭소가 터진다.
이렇게 웃으며 읽는 사이, 통역과 번역의 현장에서 움튼 언어의 본질에 대한 성찰은 독자를 언어와 문화라는 것의 오묘함, 그 깊은 세계로 이끈다. 관련 도서 및 발언도 풍부하게 인용되어 있을 뿐 아니라, 마리 여사 특유의 박학다식하고 유려한 필치는 읽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 정도이다. 통번역 등 문화의 가교 역할을 하는 전문인들, 타문화 및 세계 정세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 세계를 인식하는 데 있어 균형을 잡고자 하는 이들 누구에게나 일독을 권할 만하다.
“통역 현장인 이문화 마찰의 최전선은 감동적인 이야기와 상식을 뒤엎는 발견,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의 사건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모두 절묘하게 희극이 가미되어 있다. 아마 동일 문화권 내의 외눈 사고 회로 내에서 유지되던 엄격한 권위가 서로 다른 상식과 발상법의 빛을 받으면 재미있게 비치는 탓일 것이다.”
“언어는 민족성과 문화를 짊어지고 있다. 한 민족이 그 민족이라는 개성적 기반 = 정체성의 의지처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국민이 평등하게 자신의 모국어로 자유롭게 발언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것을 유지하고 가능하게 하는 것이 통역이라는 일, 통역사라는 직업의 존재가치다.”
“지리적으로 떨어지고 서로 다른 역사를 걸어온 나라의 사람들이 다른 문화와 발상법을 배경으로 한 각각의 언어로 표현하면서도 서로 통하는 일 … 다른 민족에게 자국 언어를 강요하거나 반대로 강대국에 영합하여 자국어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은 영원히 느낄 수 없는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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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제대 후 복학한 뒤, 열심히 학점 따기에 매진하고 있을 무렵, 고르바초프가 학교에서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강연장으로 달려간 기억이 있다. 이미 강연장은 사람들로 바글바글. 당시 고르비는 세계 순회 강연을 다니며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고, 아마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그런 그를 ‘역시 개혁과 개방의 선구자답군!’하고 감탄하진 않았던 것 같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허세부리기 좋아하는 나라들이나 고르비처럼 ‘같이 사진 찍기 좋은 사람’ 모시기에 바빴을 따름이지.   ...
    제대 후 복학한 뒤, 열심히 학점 따기에 매진하고 있을 무렵, 고르바초프가 학교에서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강연장으로 달려간 기억이 있다. 이미 강연장은 사람들로 바글바글. 당시 고르비는 세계 순회 강연을 다니며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고, 아마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그런 그를 ‘역시 개혁과 개방의 선구자답군!’하고 감탄하진 않았던 것 같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허세부리기 좋아하는 나라들이나 고르비처럼 ‘같이 사진 찍기 좋은 사람’ 모시기에 바빴을 따름이지.
     
    아무튼 그는 30분 정도의 강연을 했다. 후에 요네하라 씨의 글을 보면 고르비가 현역에 있을 때는 어마어마한 장시간 강연으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이미 그때는 끈 떨어진 권력자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혹은 다른 스케줄이 또 있는지 달랑 30분을 이야기하고 말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일화가 있다. 동시통역 하시는 분의 매우 불성실해 보이는 통역! 고르비는 나름 긴 호흡으로 말을 했는데, 정작 우리에게 전달되는 문장은 몇 개 되지 않았다. 그것도 상당히 진부하고도 빤한 표현들.
     
    음, 고르비가 달변가라고 했던 것도 다 옛날 이야기였군.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 청중 틈에 끼어 있던 내 옆에, 우연히 러시아어에 식견이 있는 분이 있었던 것. 그리고 그의 혼잣말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
     
    “아, 정말 통역 뭐같이 하네~”
     
    아하, 통역이 문제였군. 고르비는 자신의 말이 100% 우리들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믿고 있었을까. 혹은 어차피 와서 돈을 받고 몇 십 분 떠들다 가는 것이니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때 처음 깨달을 수 있었다. 통역이란 직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러시아 통신》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된 요네하라 마리 씨와의 두 번째 데이트는 그녀의 첫 작품인 바로 이 책이다. 일본 러시아어 통역계의 한 획을 그은 사람으로 지금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요네하라 씨 역시 처음 ‘햇병아리’시절이 있었음을, 또한 무수히 많은 실수와 좌절을 거듭하며 통역사의 길을 걸어왔음을 보여주는 즐겁고도 유쾌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책은 통역과 번역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과 동료들이 겪었던 수많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통번역의 중요성, 즉 서로 다른 나라의 가치관과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하지만 또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말하고 있다. 아울러 철저한 프로정신, 장인정신으로 정말 좋은 번역, 통역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사실 모든 갈등과 비극은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저마다 제멋대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한다. 그 결과가 어떤 파국으로 치달을 것인지 모르면서, 혹은 이미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한다. 상대방 역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란 착각이 전제된 무모함이다.
     
    요네하라 씨는 바로 그러한 소통의 현장에서 양측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때론 미녀가 되어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하고 바른 통역을 해야 했고, 때론 추녀가 되어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 양측의 소통을 돕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살짝 보태기도 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순간순간마다 미녀와 추녀를 오갈 수밖에 없는 통역사들의 애환을 일반인들은 쉽사리 짐작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녀는 평등주의자였다. 모든 언어는 평등하고, 따라서 그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민족, 국가는 평등하다고 생각했다. 약소국의 언어가 후진적이고, 강대국의 언어만이 우수할 수 없다. 저마다의 문화, 역사를 담고 있는 언어는 모두 소중한 것이다. 때문에 세계에 현존하는 6000여개의 언어 중 90% 이상이 장차 모두 사라질 위험에 있음에 그녀는 가슴 아파 했다.
     
    아울러 지나친 영어 몰입교육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일본의 영어 편중 풍토에 그녀는 “일본도 미국 문화권 속에 있다. 그것을 절대시하지 않기 위해서 영어 이외에 다른 언어를 하나 더 배워야 한다”“미국의 역사적 시점을 무시한 언어의 규제는 성공하지 못한다. 영어 편중은 다양한 시각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어 편중 현상이야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다. 정신분열증적인 광기에 가까운 영어 조기교육 열풍을 보고 있자면, 여기가 과연 어디인가 궁금할 정도다. 또 일본 아이돌, 가수들이 했던 것 그대로 우리 가수들도 노래에 영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이름들도 죄다 정체불명의 영어들이다.
     
    언어의 달인, 요네하라 씨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을 경계한 것이었다. 갓난아이가 모국어가 아닌 영어부터 배우는 희한한 상황. 그것이 그 아이의 인지구조와 삶의 미래를 어떻게 규정지을지 과연 부모들은 상상이나 하고 있을까. 자신들은 자녀들을 위해 최대한의 사랑을 베풀고 있다고 믿지는 않을까.
     
    언어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것,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쉽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 마찰의 최전선’인 통역 현장에서 평생을 보낸 그녀에겐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였을 것이다.
     
    진정한 언어의 달인, 소통의 마법사 그리고 아름다운 글을 많이 남긴 요네하라 마리. 그녀와 같은 생각을 품고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어서 오길 바란다. 일본이나 바로 이 땅이나 전 세계 모두 말이다.
     
    마리 씨와의 다음 데이트는 또 어떤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리적으로 떨어지고 서로 다른 역사를 걸어온 나라의 사람들이 다른 문화와 발상법을 배경으로 한 각각의 언어로 표현하면서도 서로 통하는 일… 다른 민족에게 자국 언어를 강요하거나 반대로 강대국에 영합하여 자국어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은 영원히 느낄 수 없는 감동이다.
  • 미녀냐 추녀냐 | sa**hya | 2010.08.1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요네하라 마리 여사의 책은 나의 취향 상 제목만으로는 절대 선택하지 않을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특히 <마녀의 한 다스&...

    요네하라 마리 여사의 책은 나의 취향 상 제목만으로는 절대 선택하지 않을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특히 <마녀의 한 다스>라든지 <미녀냐 추녀냐> 등의 제목은 내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책도 ‘요네하라 마리’의 저서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선택을 했고, 기대 이상의 책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제목 때문에 읽지 않았으면 참으로 아쉬움이 가득 했을 것이다.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을 읽다보면, 그 책의 역자가 요네하라 마리의 <헤픈 미녀냐, 정숙한 추녀냐>를 보며 통역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담은 그 책을 인상적으로 보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책이 <미녀냐 추녀냐>라고 번역된 이 책이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제목보다도 일단 요미우리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는데다가, ‘문화 마찰의 최전선인 통역 현장 이야기’라는 부수적인 설명이 붙어있는 이 책을 보니, 이번 기회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내가 궁금증을 가지고 읽게 되었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녀냐 추녀냐’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도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제목을 지었는지는 궁금해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이야기에 대해 나온다.
    ‘부정한 미녀인가 정숙한 추녀인가’
    “상당히 이상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번 장에서는 좋은 통역과 번역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라며 운을 뗀다.
    원문에 충실한지 아닌지, 원 발언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지 아닌지 하는 좌표축으로 정숙함을 측정하고, 원문을 잘못 전달하고 있거나 원문에 어긋난 경우에는 부정하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역문의 좋은 정도, 역문이 얼마나 정돈되어 있는지, 편안하게 들리는지를 여자의 용모에 비유하여, 정돈된 경우에는 미녀, 아무리 봐도 번역한 티가 나면서 어색한 역문일 경우에는 추녀라고 분류하면 네 가지 조합이 생기는데 다음과 같다. 

    정숙한 미녀, 부정한 미녀, 정숙한 추녀, 부정한 추녀. (143p)

    역문이 여자의 용모나 남자에 대한 충성도에 비유되는 것이 유럽의 전통이지만 다소 거슬린다면서, 남자로 바꾸어서 표현해보는 부분에서는 귀여운 반항처럼 느껴져 웃음이 난다.

    동시통역사라는 직업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이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처럼 다른 언어를 접하기 힘든 환경에 있으면 말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실수담이나 통번역을 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에 더 눈길이 갔다.
    연사에게 문장별로 발언을 끊어달라고 부탁해도 한 시간을 그냥 강연해버려 노트테이킹을 수십장 하며 당황한 어느 통역사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자신이 적은 노트테이킹을 알아보지 못해 식은땀을 흘린 경험이 열 손가락 발가락으로도 다 셋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요네하라 마리의 솔직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순간의 기억력’을 최대한 발휘해야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보면, 정말 순간 스트레스 최대일 듯한 직업이 맞나보다. 
    어학을 하는 사람들, 통번역사를 꿈꾸고 있는 학생들, 통번역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읽어봐야할 책이라 생각한다.

  • 통역에 관한 지적수필 | or**ns | 2009.04.03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사실 수필에 대한 묘미는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근래 들어, 이청준 선생님이라든가 고종석의 작품을 읽으면...
     

    사실 수필에 대한 묘미는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근래 들어, 이청준 선생님이라든가 고종석의 작품을 읽으면서, 수필에 맛을 탐닉했었는데...

    통역책 관련쪽 서가에 이 책이 정돈되 있던 관계로, 감사히 이 요네헤라란 여잘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팬이 됐다고나 할까. 안타깝게도 06년도에 세상을 떴다한다.

     

    이 책은 사실 통역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과 다른 이들의 경험담을 발췌해서, 통역세계가 어떨거라는 느낌을 나름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자신의 경험뿐만 아니라, 스승의 일화라든가, 보고 들은 것들과 발췌된 내용들이 이러저러한 저간의 사정을 듬뿍 전달해준다.

    더구나, 그녀는 처녀작인 이 작품으로 수필부분, 요미우리상을 받았고, 이후에도 소설작품도 출간하여 나름의 독자적인 위치를 만든 사람이다. 시간이 나는 대로, 이 작가의 작품들을 둘러보아야 겠다.

     

    이 책은 다른 일반 수필과는 좀 더 차원이 높은 전문적 내용들이 들어가 있어, 글쓴이가 사는 현실감에 좀 더 다큐적 접근이 유리하다. 그가 언어를 얘기할 때는, 언어학적 그의 고민들이 남달러 보이지 않고, 일본어를 바라볼 땐 국제어로서 가지는 위치에 대한 객관적인 감각이 상당히 남다르다.

     

    읽어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 것은, 통역가들은 기본적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였다. 매일 신문을 읽는 다는 것. 문장의 맥락이상의 상대언어에 대한 문화적 이해가 진정한 통역의 층위를 만들어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점. 생략과 보충의 문제. 다양한 우리말 실력의 순발력에 대한 것들. 상식적으로 아는 내용이랄 수도 있겠지만, 실례로서 접하는 것은 아무래도 더 실질적이다.

     

    작자는 막판에 아무래도 현장을 통해서 배워야 만이 진정한 장인정신을 키울 수 있다는 말로 적당한 선에 이르면, 책상을 박차고 나와 현장에서 배워야 한다는 말로 내용을 갈무리한다.

     

    뒤에 해설에 보면, 너무 영어지향적인 일본의 교육풍토에 항상 경종을 쳐왔다는 이 러일통역사의 뒷얘기는 한국에도 시사가 많은 내용이다. 다른 외국어에도 균형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텐데.. 그럴려면, 더욱 왕래가 많아져야 한다. 어서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Ps. 통역을 할려는 사람에게는 특히 필독서라 할만하다.

  • 가끔 책을 읽을 때 내용과 제목 사이의 괴리를 느낄 때가 있다. 제목만 보면 분명 제목과 연관된 내용을 상상하게 되는데 막상 내용을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이번에 읽게 된 요네하라 마리의 『미녀냐 추녀냐』도 그러한 경우에 속한다. 나는 그저 여자의 주관적 미적 관점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예상했으나(물론 그러한 내용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 책은 전적으로 통역과 번역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도 저자의 직업인 통역에 그 초점에 맞춰져 있다.   ...

    가끔 책을 읽을 때 내용과 제목 사이의 괴리를 느낄 때가 있다. 제목만 보면 분명 제목과 연관된 내용을 상상하게 되는데 막상 내용을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이번에 읽게 된 요네하라 마리의 『미녀냐 추녀냐』도 그러한 경우에 속한다. 나는 그저 여자의 주관적 미적 관점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예상했으나(물론 그러한 내용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 책은 전적으로 통역과 번역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도 저자의 직업인 통역에 그 초점에 맞춰져 있다.

     

    물론 이 책은 통역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단순히 통역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문화, 교육 그리고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희비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자칫 따분한 내용이 될 만한 어려운 주제를 대단히 편안하게 독자들에게 안겨준다. 문장 곳곳에 저자의 선함이 묻어난다. 저자 스스로는 자신의 독설이 문제될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책 어디를 봐도 그러한 모습은 없다. 부끄럽지만 저자는 너무 사랑스럽다.

     

    언어란 참 기묘한 것이다. 인간의 삶은 다분히 언어적인 측면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언어는 다시 문법과 문맥 그리고 문화에 의해 지배당하게 된다. 이래저래 어딘가에 분명 “文”의 나라가 있는 듯하다. 우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조심을 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곧 모든 언어가 곧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면 천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나 역시 해외에서 7년 반이라는 세월을 살았기 때문에 저자의 경험이 각별히 다가온다. 비슷한 유년의 경험을 나누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기 그지없다. 말 한마디 못 하는 학교에서 지내는 것은 꿀 먹은 벙어리보만도 못 하다. 차라리 꿀이라도 먹은 벙어리가 부러웠다. 나는 그저 나약하고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신기하게도 불과 몇 개월 만에 언어를 익힐 수 있었다. 가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외국어를 그리 잘 하느냐 물어보면 나 역시 딱히 할 말이 없어진다. 언어란 책상 앞에 앉아 배우면 정말 어려운데 반해 생활에 녹아들면 금세 배우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영어 교육에 미쳐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어진다.

     

    모국어는 아무리 강조해도 그 중요성이 크다. 교양이라는 것은 곧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어휘의 풍부함과 직결되는 면이 적지 않다. 전문적인 용어를 많이 쓴다고 어휘가 풍부한 것은 아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말해주는 사람, 딱딱한 내용을 부드럽게 말해주는 사람이 정말 빛나 보이는 사람이다. 물론 경우와 상황을 언제나 염두에 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때 우리는 우리의 언어에 있어 근본이 필요하고 그 근본은 곧 모국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가령 우리가 생각할 때 우리가 모든 언어를 사용하여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오직 한 언어를 사용하여 생각한다. ‘투데이는 내가 기분이 블루 하니깐 이따 스윗한 음식을 베리 많이 잇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 우울하니깐 이따 단거나 먹어야지’라고 생각하거나 'since I feel blue, I should better eat some sweet stuff'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부모님들은 자신의 자녀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 맹신하는 반면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교육을 시키려고 혈안이 된다. 그러한 면에서는 어떻게 보면 자식을 과소평가하는 모순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나 자녀의 재능은 자녀 자신도 잘 모르는 상황이다. 이때 모든 교육이 강요와 강제로 이루어질 때 자녀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세상에는 외국어가 참 많은데 ‘왜 하필 영어인가?’라는 질문에 돌아오는 답이 얼마나 속물적인가를 생각하면 그것이 진심으로 우리가 바라는 것인지 양심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는 나의 후배들이(아직 자녀가 없으므로) 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면서 보다 자유롭게 자라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경쟁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이 아닌 서로의 지식과 지혜를 풍부하게 해주는 동기 유발적인 것일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대가 더 없이 커다란 외로움이나 고독을 느낀다면 그것은 인간이 공동체 의식을 외면한 채 개인으로만 성장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 개인에게 부담되는 많은 문제들이 서로 힘을 합칠 때 얼마나 쉽게 해결되는지는 경험해 보지 못 하면 알 수 없다. 저자도 혼자 잘나서 명통역사가 된 것이 아니다. 이끌어 주는 스승, 모범이 되는 선배, 서로 경쟁하고 돕는 동료 그리고 과거의 나를 볼 수 있는 후배의 도움으로 명통역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사회의 문제는 공동체 형성에 있어서 모두가 서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가 절대적인 권위를 휘두르는 것에 종속되거나 떨어져나간다. 학교에서도 그룹이 생겨나고 그룹 밖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배타적인 모습을 보인다. 교육은 공동체 형성 보다는 더 많은 영어 단어와 더 많은 수학 공식 그리고 더 많은 사실들을 암기 시키는데 주력한다. 결국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공동체 형성 방법을 배우지 못 한다.

     

    공동체 형성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다시 언어로 돌아간다. 말을 잘하는 것, 이야기를 잘 하는 것은 곧 어휘의 풍부함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정치라는 것이 곧 말을 중심으로 돌아갈 때 말을 잘하는 것,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는 것, 이 모든 것은 곧 언어에 그 중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모국어는 더 없이 중요하다. 한국말을 못 하는 아이는 영어도 못 한다. 생각의 기반이 되는 어휘가 빈약한데 결과물이 풍부할 수는 없다.

     

    또 비판하고 싶은 것은 ‘왜 영어만 중요한가?’라는 물음이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언어가 있는데 왜 굳이 영어가 중요한가? 영어는 정말 보잘 것 없는 언어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그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학문을 위해서 배우는 영어라 할지언정 전문 용어를 제외하면 그 필요가 없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영어는 2~300개의 단어만으로도 충분하다. 만약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있으면 다시 필요에 의해 필요한 부분만 공부하면 된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경우라면 전문 통역사를 고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우리는 그 언어가 갖고 있는 문화적 배경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쓰다 보니 말이 길어져버렸다. 아직도 사족을 다는 버릇을 고치지 못 했다. 나는 독서는 아직 책의 세밀한 부분까지는 기억하는 단계까지 가지 못 했다. 고작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만을 파악할 뿐이다. 이러한 나의 좋게 말해 통큰 사고관은 영화에서도 적용된다. 친구 중 한명은 배우의 대사까지 정확히 기억해 내지만 나는 그러지 못 한 경우가 많다. 무엇이 중요할까? 세부적인 것? 아니면 메시지? 이 문제 역시 통역에서도 적용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면,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끝은 없다’라는 것이다. 계속 노력하고 계속 배우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 있을 때 더 없이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 나도 어서 내 천명을 다하고 하늘나라에 가서 요네하라 마리 씨를 뵙고 싶다. 정말 즐거울 것만 같다. 그런데 지옥으로 떨어지면 어쩌지?

  • 내가 가져보지 못한 직업에 대한 동경같은 것, 다들 얼마큼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아무리 지금의 직업에 만족한다해도 말이...

    내가 가져보지 못한 직업에 대한 동경같은 것, 다들 얼마큼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아무리 지금의 직업에 만족한다해도 말이다.

    내가 가지 않은 길, 나에게 잠재되어 있을지로 모르는 재능에 대한 호기심같은 것 때문에라도.

     

    국제회의장이나 방송에서 보는 '동시통역사'도 나에게는 일정의 '동경의 대상인 직업' 중 하나다.

    서로 다른 언어를 중개할 정도로 능숙한 외국어 실력도 부럽고

    통역을 하면서 유명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고

    또 보수도 높은 전문직종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있지 않은가.

     

    요네하라 마리의 [미녀냐 추녀냐]는 그 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던 동시통역사라는 직업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으면서 단순히 신기한 세계에 대한 안내를 넘어서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가 만날 때 가져야할 유의사항과 바람직한 태도까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것도 유머러스하면서도 기분좋은 어투로 말이다.

     

    책 속에서 까발려지는 동시통역사란 직업, 이게 정말 만만치 않더만.

     

    단순히 외국어를 잘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가령 들어서 원자력 관련 국제심포지엄의 통역을 맡았다고 가정해보자. 원자력과 관련된 온갖 전문용어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튀어나올텐데, 이 분야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다면 전문용어를 전달하지도 못할 뿐더러 완전히 오역을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통역을 맡게 되면 일단 관련 분야의 기본 입문서를 읽고, 용어집을 정리하고, 또 관련 자료나 논문들을 찾아서 읽어본다고. 또 다음 번에는 어떤 분야의 통역을 할 지 알 수 없으니 평소에도 다방면의 지식을 꾸준히 쌓아놓아야 한다. 자신이 전혀 관심이 없는 분야까지 말이다.

     

    그리고 실제 통역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상상도 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들에 현명하게 대처하면서 정확하게, 하지만 간결하게 두 언어 사이를 이어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책 속에서는 통역사들이 현장에서 맞닥뜨린 진땀나는 일화들이 유쾌하게 이어진다. 그럼 실수담, 또는 응기응변의 재치가 이 책의 재미 중 하나다)

     

    결론적으로, 동시통역사란 직업은 언어의 스페셜리스트라기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의 스페셜리스트다.

    통역의 존재의의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중개하여 커뮤니케이션을 성립시키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리적으로 떨어지고 서로 다른 역사를 걸어온 나라의 사람들이 다른 문화와 발상법을 배경으로 한 각각의 언어로 표현하면서도 서로 통하는 일 자체가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서로 다르기 때문에 공통점을 끌어냈을 때의 기쁨은 크다. 다른 민족에게 자국 언어를 강요하거나 반대로 강대국에 영합하여 자국어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은 영원히 느낄 수 없는 감동이다. 통하는 순간 느끼는 엄청난 환희를 한 번 맛보면 벗어날 수 없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통하는 순간 느끼는 엄청난 환희.

    그것은 전 세계 사람들이 하나의 언어(아마...영어?)를 사용한다면 맛볼 수 없는 기쁨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과 통하고 싶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통'한다는 것은 단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다는 것을 넘어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고 이해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생각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각자'의 생각이 있어야 하는 법. 그리고 '생각'이란 역시 모국어로 가장 풍부하고 윤택하게 형성되는 것이 아닐까.

     

    외국어 공부도 열심히하고 외국 문화에 대한 상식도 쌓아야 하고

    다양한 분야의 대한 교양 및 전문 지식과 시사 상식도 꾸준히 공부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뛰어난 동시통역사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모국어를 격조있게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사족으로...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고는 동시통역사란 직업은 그냥 동경만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매일 매일 현장에서 부딪칠 그 아찔한 상황들을 나같은 새가슴은 도저히 대처를 못할 것 같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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