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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뎅의 마귀들림(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6)(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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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쪽 | 규격外
ISBN-10 : 8954622712
ISBN-13 : 9788954622714
루뎅의 마귀들림(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6)(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미셸 드 세르토 | 역자 이충민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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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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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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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뎅의 마귀들림』은 역사학의 본질을 ‘타자’에 대한 탐구에서 찾았던 특유의 역사관과 근대 초기 신비주의 현상에 대한 풍부한 문헌학적 연구가 접목된 세르토의 초기 대표작이다. 17세기 프랑스 남부 루뎅의 한 수녀원에서 일어난 마귀들림 사건을 다룬다. 세르토는 중세와 근대, 종교권력과 정치권력, 구교와 신교, 남성과 여성, 과학과 영성, 역사와 전설의 충돌 속에서 당대 시대변화의 중요한 증후인 ‘타자성’의 출현을 읽어낸다.

저자소개

저자 : 미셸 드 세르토
저자 미셸 드 세르토 Michel de Certeau는 역사가이자 예수회 사제로서 신학과 인류학, 정신분석과 문화연구를 넘나든 20세기 프랑스 지성사의 독특한 인물. 1925년 5월 프랑스 남부 샹베리에서 태어난 세르토는 그르노블 대학 등에서 철학을 공부한 뒤, 1950년 예수회에 들어가 1956년 사제 서품을 받는다. 1960년 소르본 대학에서 예수회 공동 창립자인 피에르 파브르의 신비주의 사상에 대한 논문을 제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근대 초기 종교사 전문가가 된 세르토는 17세기의 저명한 신비주의자이자 구마사, 예수회 사제인 장조제프 쉬랭의 저술을 편찬하면서 동시에 정신분석학에 이끌려 라캉학파에 참여한다. 기호학과 아날학파의 방법론에도 관심을 기울이던 그는 68혁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이후 현대사회와 일상성 문제에 천착해 문화이론가로도 입지를 다진다. 특히 일상의 층위에서 지배권력에 맞선 미시 저항의 실천을 성찰한 전략/전술 개념은 20세기 후반 지성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세르토는 파리8대학 등에서 강의하다 1978년 미국으로 건너가 샌디에이고의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를 지내고, 1984년 파리로 돌아와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신앙의 역사인류학’ 분과를 맡지만, 1986년 1월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자신의 사후 유고를 정리하고 책으로 펴내는 일은 제자인 뤼스 지아르에게 일임한다. 주요 저서로는 『이방인 혹은 차이 속의 결합』(1969), 『루뎅의 마귀들림』(1970), 『복수형의 문화』(1974). 『역사의 글쓰기』(1975), 『일상의 발명 1-실행의 기술』『일상의 발명 2-주거하기, 요리하기』(1980), 『신비주의의 우화 1』(1982), 『과학과 픽션 사이의 역사와 정신분석학』(1987), 『타자의 자리-종교사와 신비주의』(2005) 등이 있다.

역자 : 이충민
역자 이충민은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프루스트와 기호들』(공역), 『담화의 놀이들』을 비롯해, 다니엘 페낙의 『기병총 요정』, 『산문팔이 소녀』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현재 서강대학교에 출강중이다.

감수 : 이성재
감수자 이성재는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서양사학과 및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무대에서의 양성의 형상」으로 연극학 박사학위를,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16~17세기 프랑스 성직자들의 정신세계에 나타난 빈민의 형상과 구원의 추구」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북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목차

역사는 결코 확실한 법이 없다
1 마귀들림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2 마법의 원圓
3 마귀들림의 담론
4 피고 위르벵 그랑디에
5 루뎅의 정치: 로바르드몽
6 예심의 초반부(1633년 12월~1634년 4월)
7 마귀들린 여인들의 연극(1634년 봄)
8 의사들의 시선(1634년 봄)
9 진리의 기형학畸形學
I 철학의 상상력
II 신학이라는 거짓말쟁이
10 마법사에 대한 판결(1634년 7월 8일~8월 18일)
11 처형: 전설과 역사(1634년 8월 18일)
12 죽음 이후 문학이
13 영성의 시간: 쉬랭 신부
14 잔 데장주의 승리
타자의 형상들

사료와 참고문헌|주|미셸 드 세르토 연보
해설|옮긴이의 말|찾아보기

책 속으로

이상한 것들은 보통 우리 발밑에서 은밀히 돌아다니게 마련이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기만 하면 이들은 홍수라도 난 것처럼 곳곳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하수구 뚜껑을 들어올리고 지하실에 스며들며 급기야는 시가지를 침범한다. 야음夜陰의 존재가 난폭하게 백주대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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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것들은 보통 우리 발밑에서 은밀히 돌아다니게 마련이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기만 하면 이들은 홍수라도 난 것처럼 곳곳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하수구 뚜껑을 들어올리고 지하실에 스며들며 급기야는 시가지를 침범한다. 야음夜陰의 존재가 난폭하게 백주대낮으로 밀려오는 것은 낮의 주민들에게 언제나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하의 삶이, 뿌리 뽑을 수 없는 내부 저항이 드러난다. 사회를 위협하는 어떤 힘이 덮칠 기회를 노리며 웅크리고 있다가 사회의 긴장 상황을 틈타 잠입하는 것이다. 별안간 이 힘이 긴장을 가중시킨다. 그 힘은 사회의 장치와 통로를 이용하는데, 이때 이 장치와 통로는 어떤 ‘불안’을 위해 사용된다. 그리고 그것은 멀리서 오는 예기치 못한 불안이다. 그 힘은 울타리를 부수고 사회의 배수로를 범람하고 길을 뚫는다. 나중에 물이 빠지면 그 길 끝에는 다른 풍경, 다른 질서가 나타날 것이다.(9쪽)

악마의 발현이라는 위기 상황에는 이중의 의미가 있다. 이 위기는 한 문화의 균형이 깨졌음을 폭로하는 한편 그 변화 과정을 가속화하기도 한다. 이것은 단지 역사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다. 여기서 무엇보다 확연히 드러나는 것은 한 사회가 기존의 확실성을 잃어가고 새로운 확실성을 만들려 하는 와중에 이 확실성들과 대면하는 과정이다. 모든 안정성은 불안정한 균형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 균형을 더 안정적으로 만들려는 모든 노력은 이 균형을 교란한다. 특정한 사회 체제에서 마녀 사건과 마귀들림 사건은 어떤 균열이 갑자기 난폭하고 극적인 형태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11쪽)

마귀들림 사건은 과학과 종교가 대립하고, 확실과 불확실에 대한, 이성에 대한,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권위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는 거대한 공개 재판장이 되었으며, 식자들의 저작과 대중 언론은 이러한 논쟁을 진두지휘했다. 이 사
건은 프랑스의 호사가들은 물론이요 거의 전 유럽의 관심이 쏠리는 ‘연극의 무대’가 되었으며, 당시의 재판기록에 숱하게 나오는 표현처럼 신사들의 즐거움을 위한 서커스였다.(12쪽)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와 ‘그것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두 질문은 사실은 하나이며 어떤 공통의 장소의 존재를 가리킨다. 이 이야기의 수수께끼는 마귀들림에 대한 단일한 담화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처음에 마귀들림은 구마사들이 마련한 성스러운 담장 안에서 확실한 것으로 간주되면서 스스로 어떤 초자연적 언어를 제공했다. 하지만 일단 유통되기 시작하면 이 피안의 말들은 인간의 말로 전락한다. 피안의 말들은 이제 어떤 지옥의 장소를 설정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 말들을 갖겠다고 서로 다투고 상이한 지적 체계들이 차례로 이 말들을 접수하면서 이 피안의 말들은 어떤 장소?토론의 대상일 뿐 아니라 차후 이 말들을 해결할 원칙인 장소?를 가리킨다. 그 장소는 바로 광장이다.”(89쪽)

이는 남성과의 대결이지만 사제와의 대결이기도 하다. 과거의 마녀들과 달리 마귀들린 수녀들은 구마사들 앞에서 공손하고 온순하게 굴지 않는다. 수녀들은 구마사들을 욕하고 조롱하고 때리는데, 주교조차 예외는 아니다.(182쪽)

진실과 거짓말이, ‘참된 진실’의 증인들과 ‘거짓말쟁이’가 육탄전을 벌이느라 서로 몸이 밀착되어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보니 마귀들린 여인들 앞에 선 구마사는 자기가 마주하고 있는 것이 ‘타자’인지 ‘동일자’인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하기 위해 적을 철저히 이해하려다 보니 자기 꾀에 넘어가 자기 확신의 수단을 잃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구마사는 ‘거짓말쟁이’에게 진리를 증언케 하려고 너무나 많은 계략을 쓰고, 속임수 자체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 이제 자기가 자신의 계교에 속은 것인지 ‘적’의 계략에 당한 것인지, 자기가 미망에 빠져 자신의 진리가 변질된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자기가 사기꾼을 속여 거짓말을 강요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야말로 진리를 수호하겠다고 나섰으면서 진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자백하는 꼴이 아닌가?(248쪽)

마법사와의 싸움과 대중 선교 사이에서 그는 루?의 이야기에 영성의 시간을 도입하는데, 이 시간 역시 단편적이고 일시적이다 보니 여러모로 모호하다. 하지만 이 신비주의적 사건은 나름의 방식으로 루?의 정상화正常化를, 행동에서 말의 정규적 기능으로의 점진적 변화를, 마귀들림에서 선교로의 이행을 준비하며, 이를 통해 마귀들린 여인 잔 데장주를 교묘히 신의 기적의 증인으로, 계시를 받아 신탁을 전하는 무녀巫女로, 영성 지도자로 변신시킨다.(331~332쪽)

역사가는 사회로부터 구마사의 임무를 받았다. 역사가는 타자라는 위험을 제거할 것을 요청받는다. ……우리의 사회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을 일시적으로든 최종적으로든 특별히 준비된 시설에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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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타자에 대한 탐구는 역사학의 본질! 『일상의 발명』으로 세계 지성계를 뒤흔든 독창적 사상가 세르토, 근대 초 악마 사건에서 ‘타자성’의 출현을 읽어낸다 신비주의에 천착한 종교사가이자 예수회 사제 라캉학파의 일원으로 ‘타자의 목소리’에 귀기울...

[출판사서평 더 보기]

타자에 대한 탐구는 역사학의 본질!
『일상의 발명』으로 세계 지성계를 뒤흔든 독창적 사상가 세르토,
근대 초 악마 사건에서 ‘타자성’의 출현을 읽어낸다

신비주의에 천착한 종교사가이자 예수회 사제
라캉학파의 일원으로 ‘타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인 정신분석학자
일상의 층위에서 미시 저항의 담론을 끄집어낸 문화이론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든 세르토의 국내 첫 번역서


억압된 목소리들이 가면을 쓰고 아우성치는 역사의 무대를 온전히 재현한, 다성적 역사 서술의 전범이 된 저서.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이 출간되고 이성이 급부상하던 시기에 일어난 루뎅의 기이한 사건은 실제인가 아니면 기막힌 연극인가?

“마귀들림 사건은 과학과 종교가 대립하고, 확실과 불확실에 대한, 이성에 대한,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권위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는 거대한 공개 재판장이자……
프랑스의 호사가들은 물론 거의 전 유럽의 관심이 쏠리는
‘연극의 무대’, 신사들의 즐거움을 위한 서커스였다.”

【개요】

이 책은 역사와 종교, 철학, 정신분석학을 넘나든 프랑스의 역사가이자 예수회 사제, 사상가인 미셸 드 세르토의 국내 첫 번역서다. 종교사(특히 16~17세기 신비주의)를 시작으로 일상의 문화에 대한 연구에 심취했고, 정신분석에 경도되어 라캉학파에도 참여했던 세르토는 자신의 종교적 헌신에 충실하면서도 68혁명을 적극 지지하고 현대성과 기독교의 위기라는 문제에 천착한 독특한 지식인이었다.
『루뎅의 마귀들림』은 역사학의 본질을 ‘타자’에 대한 탐구에서 찾았던 특유의 역사관과 근대 초기 신비주의 현상에 대한 풍부한 문헌학적 연구가 접목된 세르토의 초기 대표작이다. 이 책은 종교전쟁과 흑사병이 휩쓸고 간 17세기 프랑스 남부 루뎅의 한 수녀원에서 일어난 마귀들림 사건을 다룬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루뎅의 악마들』(1952)로도 잘 알려진 이 사건을 통해 세르토는 중세와 근대, 종교권력과 정치권력, 구교와 신교, 남성과 여성, 과학과 영성, 역사와 전설의 충돌 속에서 당대 시대변화의 중요한 증후인 ‘타자성’의 출현을 읽어낸다.

【책 소개】

20세기 프랑스 지성사의 독특한 인물 ‘미셸 드 세르토’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미셸 드 세르토(1925~1986)는 1956년 예수회 사제 서품을 받고, 1960년 소르본 대학에서 예수회 공동 창립자 피에르 파브르의 신비주의 사상에 대한 논문으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이후 세르토는 17세기의 저명한 신비주의자이자 예수회 사제인 장조제프 쉬랭의 저술을 편찬한다. 이렇듯 근대 초기 종교사 연구는 세르토의 중요한 학문적 기반을 이룬다. 그중 쉬랭에 대한 관심은 이 책 『루뎅의 마귀들림』 저술로 이어진다. 종교전쟁 시기 신교(위그노)의 전진기지였던 루뎅에서의 악마 사건 당시 쉬랭은 구마사驅魔師로 파견되어 마귀들린 수녀들을 치료한 뒤 정작 자신은 마귀에 들고 말았다고 고백해 큰 파문을 일으킨 인물이었다.
신비주의 연구에 천착하던 1960년대에 세르토는 정신분석학에 이끌려 라캉학파에 참여하고 기호학과 아날학파의 역사학 방법론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이런 다양한 관심사는 타자(여기서는 ‘마귀들린 여인들’)의 목소리(언어)에 귀기울이며 사건 배후에 숨겨진 권력관계를 추적하고, 방대한 관련 사료와 그에 대한 자신의 논평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교차하는 『루뎅의 마귀들림』의 독특한 미시사적 역사 서술 방법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68혁명은 세르토에게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그 당시 「새로운 문화를 위하여: 발언권 획득」, 「새로운 문화를 위하여: 말의 권력」 같은 글을 발표하며 68혁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세르토는 이후 현대성과 일상성 문제에 천착한다. 특히 일상의 층위에서 지배권력에 맞선 미시 저항의 실천을 성찰한 전술tactique/전략strat?gie 개념은 20세기 후반 지성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며, 세르토는 푸코와 부르디외를 보완하는 중요한 사상가로 확고히 자리매김한다. 이 시기의 문제의식이 집약된 저서가 1980년에 나온 『일상의 발명 1 실행의 기술』이다.
요컨대 1960년대의 종교사 연구와 정신분석적 관심이 다성적 역사 서술 속에 녹아든 저서가 『루뎅의 마귀들림』이라면, 역사학의 범주를 넘어서서 타자성의 담론을 현대성과 일상성 연구에 접목시킨 1970년대의 관심사를 대변하는 저서가 『일상의 발명』인 것이다.

루뎅의 기이한 악마 사건과 ‘타자성’의 발현

17세기 프랑스 남부 루뎅의 우르술라회 수녀원에서 어느 날 수녀들이 몸을 뒤틀고 비명을 지르는 등 악마에 사로잡히는 증상을 보인다. 사건을 해결하고자 찾아온 당대 권력자 리슐리외의 특사 로바르드몽, 마법사로 지목된 가톨릭 사제 위르벵 그랑디에, 마귀들린 여인에서 성녀로 거듭나는 원장수녀 잔 데장주, 구마사로 왔다가 정작 자신이 악마에 사로잡히고 만 쉬랭 신부. 이들이 이 역사적 무대의 주인공들이다.
루뎅에서 일어난 희대의 악마 사건을 세르토는 이렇게 요약한다.

과학과 종교가 대립하고, 확실과 불확실에 대한, 이성에 대한,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권위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는 거대한 공개 재판장이자…… 프랑스의 호사가들은 물론 거의 전 유럽의 관심이 쏠리는 ‘연극의 무대’, 신사들의 즐거움을 위한 서커스였다.(12쪽)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은 수세기가 지난 현대에 와서도 식지 않았는데,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루뎅의 악마들(1952)과 이를 각색한 켄 러셀의 영화 <악마들>(1971), 예르지 카발레로비치의 영화 <잔 데장주 수녀>(1961),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오페라 <루뎅의 악마들>(1968~69)이 모두 루뎅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세르토는 당대의 희귀한 고문서들, 편지들, 소책자들을 면밀히 조사해 마치 르포르타주처럼 사건을 재구성해 들려준다. 하지만 세르토가 보는 역사가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재판관도 해설자도 아니다. 이는 책의 서론 격인 「역사는 결코 확실한 법이 없다」에서 잘 드러난다.

악마의 발현이라는 위기 상황에는 이중의 의미가 있다. 이 위기는 한 문화의 균형이 깨졌음을 폭로하는 한편 그 변화 과정을 가속화하기도 한다. 이것은 단지 역사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다. 여기서 무엇보다 확연히 드러나는 것은 한 사회가 기존의 확실성을 잃어가고 새로운 확실성을 만들려 하는 와중에 이 확실성들과 대면하는 과정이다. 모든 안정성은 불안정한 균형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 균형을 더 안정적으로 만들려는 모든 노력은 이 균형을 교란한다. 특정한 사회 체제에서 마녀 사건과 마귀들림 사건은 어떤 균열이 갑자기 난폭하고 극적인 형태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11쪽)

또한 마지막 장 「타자의 형상들」에서 세르토는 이렇게 단언한다. “누가, 누구에게 마귀들렸는지를 아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마귀들림에는 ‘진실한’ 역사적 설명이 없다.”(383쪽)

세르토의 궁극적인 관심사는 마귀들림이 실제로 있어났는지, 아니면 한 편의 기막힌 연극이었는지가 아니다. 세르토는 그것이 사실이었든 아니든, 마귀들림 현상 자체를 위기의 징후로 본다. 그것은 사회와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내부에서 일어난 심각한 균열의 발현이며, 그 균열은 ‘타자’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바로 악마(마귀)라는 이름의 타자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다음 진술은 의미심장하다.

이상한 것들은 보통 우리 발밑에서 은밀히 돌아다니게 마련이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기만 하면 이들은 홍수라도 난 것처럼 곳곳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하수구 뚜껑을 들어올리고 지하실에 스며들며 급기야는 시가지를 침범한다. 야음夜陰의 존재가 난폭하게 백주대낮으로 밀려오는 것은 낮의 주민들에게 언제나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하의 삶이, 뿌리 뽑을 수 없는 내부 저항이 드러난다. 사회를 위협하는 어떤 힘이 덮칠 기회를 노리며 웅크리고 있다가 사회의 긴장 상황을 틈타 잠입하는 것이다. 별안간 이 힘이 긴장을 가중시킨다. 그 힘은 사회의 장치와 통로를 이용하는데, 이때 이 장치와 통로는 어떤 ‘불안’을 위해 사용된다. 그리고 그것은 멀리서 오는 예기치 못한 불안이다. 그 힘은 울타리를 부수고 사회의 배수로를 범람하고 길을 뚫는다. 나중에 물이 빠지면 그 길 끝에는 다른 풍경, 다른 질서가 나타날 것이다.(9쪽)

세르토가 루뎅 사건의 최후 승자로 꼽는 사람은 잔 데장주 원장수녀다. 잔 데장주는 마귀들린 여인들의 대변자, 타자의 목소리의 대표자이다. 잔 데장주는 구마의식 과정에서 그랑디에 신부를 마법사로 지목하고, 쉬랭 신부에 의해 ‘기적적으로’ 치유되고 나서는 성녀와 같은 존재로 추앙받으며 프랑스 전역을 순회한다. 하지만 정작 그녀를 치유한 쉬랭 신부는 마귀에 들리고 만다. 세르토는 원장수녀가 사건 과정에서 보이는 진술, 행동, 연극(놀이)을 타자가 주체를 전복하는 효과적인 ‘전술’로 파악한다. 세르토는 ?일상의 발명 1―실행의 기술?(1980)에서 전략과 전술을 구별하면서, 전략은 기존 질서 아래서 권력자가 행사하는 계산된 권력관계의 발현이며, 전술은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해 기존 질서의 부재를 드러내는 계산된 행동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에 쉬랭이 마귀에 들렸다는 사실은 곧 쉬랭이 자아를 상실하고 타자를 자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쉬랭은 신비적 경험을 통해 지금까지 억눌려왔던 것들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런 점에서 쉬랭과 잔 데장주의 만남은 새로운 세계의 확장이다. 이처럼 억압되었던 것들을 드러내고, 결핍과 부재의 상태에 처해 있는 것들을 바깥으로 끄집어내려는 노력이 곧 세르토가 새롭게 규정하는 역사학이다. 정신분석학을 흡수하며 세르토가 역사 서술의 이론적 근거로 삼았던 것은 ‘프로이트로의 귀환’, ‘피억압자로의 귀환’이었다.

세르토의 독창적 역사 서술

『루뎅의 마귀들림』은 전체적으로 사건에 대한 연대기적 서술 형태를 띠지만, 동시에 중심인물들에 대한 심층적 분석, 당대 권력관계에 대한 묘사, 언어와 담론에 대한 분석 등이 씨줄과 날줄처럼 다층적으로 엮여 있고, 사건에 관한 사료의 인용(과거의 목소리)과 자신의 논평(현재의 목소리)을 같은 층위에서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입체적이고 다성적인 역사 서술 방법을 제시한다. 주체와 타자의 목소리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불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이 이상하고 기괴한 사건을 온전히 재현하는 방법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이 책의 4장, 5장, 13장, 14장은 사건의 중심에 선 위르벵 그랑디에와 로바르드몽, 쉬랭과 잔 데장주에 대한 치밀한 인물분석이다. 특히 잔 데장주의 경우에는 성장과정에 주목하면서 어려서부터 졸도와 환각으로 유명했던 호기심 많은 아이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설명을 시도한다. 특사로 파견되어 사건을 종결짓는 로바르드몽을 통해서는 당대 권력관계에 주목한다. 로바르드몽은 루이 13세 집권기에 신교도의 반란을 진압하고 절대권력을 행사하던 리슐리외의 하수인이다. 중앙 정치권력의 대리인이 지방 소도시의 종교적 사건을 마무리한다는 자체가 루뎅 사건이 단순히 마귀들림의 문제가 아니라 미묘한 정치적 사건이었음을 암시한다. 이처럼 세르토는 주요 인물의 일대기와 마귀들림 사건과의 관련성을 세밀하게 추적함으로써, 미시사적 분석이 어떻게 전체사의 모습을 띨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6장에서 11장까지는 그랑디에에 대한 심문부터 처형에 이르는 과정의 연대기적 서술이 주를 이룬다. 그중 7장 「마귀들린 여인들의 연극」에서는 마귀들림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마귀들린 여인’이 되는 것은 남는 장사이다. 이 인물이 되면 고백한 죄상은 무효화된다. 마귀들린 여인들은 피해자이다. ……따라서 수녀들은 교회에서 쇼 도중에 죄를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순간 죄에서 해방된다.”(174쪽)
세르토는 당시의 복잡한 권력관계를 되짚으면서 마귀들림 사건의 배후에는 리슐리외를 중심으로 한 권력자들의 지방 통제 시도와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의 재정립을 추구했던 교회 세력의 의도가 깔려 있었다고 본다.
언어와 문헌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도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이다. 세르토는 3장에서 ‘말과 사물’, ‘코드’, ‘악마의 언어’, ‘신체의 어휘’ 등으로 구분하여 수녀들에게서 나타나는 마귀들림의 담론을 분석한다. 구마사들은 마귀들림의 어휘를 증거로 확보하려 하지만 수녀들은 오히려 구마사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진실과 거짓말이, ‘참된 진실’의 증인들과 ‘거짓말쟁이’가 육탄전을 벌이느라 서로 몸이 밀착되어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보니 마귀들린 여인들 앞에 선 구마사는 자기가 마주하고 있는 것이 ‘타자’인지 ‘동일자’인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하기 위해 적을 철저히 이해하려다 보니 자기 꾀에 넘어가 자기 확신의 수단을 잃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구마사는 ‘거짓말쟁이’에게 진리를 증언케 하려고 너무나 많은 계략을 쓰고, 속임수 자체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 이제 자기가 자신의 계교에 속은 것인지 ‘적’의 계략에 당한 것인지, 자기가 미망에 빠져 자신의 진리가 변질된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자기가 사기꾼을 속여 거짓말을 강요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야말로 진리를 수호하겠다고 나섰으면서 진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자백하는 꼴이 아닌가?(248쪽)

구마의식에서 수녀들이 보인 경련 등의 신체어휘는 기존의 권위적 지식을 파괴한다. 미셸 푸코의 말처럼 경련은 가톨릭 쇄신운동에 맞선 개인이 육체적 차원에서 시도한 저항이다.
또한 세르토의 방대한 문헌 분석도 기존 권위와 지식의 해체를 도모한다. 재판 관련 조서나 중심인물들이 남긴 기록, 리슐리외의 회고록, 그랑디에의 어머니 잔 에스티에브르의 규탄장, 마귀들림에 대한 뒤 퐁 신부의 묘사, 왕진의사들의 확인서와 증언 등을 통해 세르토는 드러난 것보다는 숨겨진 것, 기존 지식이 정상이라고 규정한 것을 전복하고자 한다.
이처럼 다성적 역사 서술을 통해 세르토가 의도하는 바는 타자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일이다. 타자의 담론을 대변하는, ‘마귀들린 여인’ 잔 데장주의 승리가 이를 명백히 한다. 그러나 이후 마귀가 잔 데장주로부터 쉬랭 신부에게로 옮겨갔듯, 타자성의 자리도 이제는 “내 안에 두 개의 영혼이 있다”고 고백하는 쉬랭의 몫이 된다.

【추천사】

한계를 모르는 지성.
_로제 샤르티에(아날학파 역사가,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

우리 시대에 가장 대담하고, 가장 비밀스러우며, 가장 예민한 정신의 소유자.
_쥘리아 크리스테바(문학비평가, 정신분석가)

명민하고 혁신적이다. 세르토의 저서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가장 놀라운 책.
_스티븐 그린블랫(하버드대 교수, ‘신역사주의’ 창시자)

세르토는 푸코, 부르디외, 데리다만큼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진 못했지만, 사상가로서는 그들과 같은 반열에 있다. 신학과 사회학, 인류학을 아우르는 사유의 넓이는 오히려 그들을 능가한다.
_저널 『프랑스 역사French History』

주체가 타자를 배제하는 과정, 즉 정상과 비정상, 이성과 광기의 분리에 초점을 맞춘 푸코의 시각에서 벗어나 세르토는 이 책을 통해 타자가 주체에 도전하면서 만들어내는 ‘놀이’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민중을 지배 권력에 저항하는 혁명적 투사로 보지 않는다. 다만 일상 속에서 기존 질서와 지배 문화를 비웃고, 흠집을 내고, 조롱하는 배우들로 민중을 상정한다. 20세기 후반기에 세르토가 다시금 주목을 받은 것도 바로 이러한 새로운 시선 때문이다. 잔 데장주, 그리고 이후 쉬랭에게서 나타나는 미시 전복의 놀이는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기존에 맛보지 못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_이성재(충북대 역사교육과 교수,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역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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