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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sam7.8
숨겨진독립자금을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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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보인문학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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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512쪽 | | 143*211*34mm
ISBN-10 : 8932319863
ISBN-13 : 9788932319865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중고
저자 스티븐 프라이 | 역자 이영아 | 출판사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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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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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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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고의 재담가가 유머와 지식을 버무려 쓴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신화! 세계엔 수많은 신화가 있지만 그리스 신화만큼 사랑받는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신화와 문화는 로마를 비롯한 유럽 세계로 뻗어나가 이후 유럽 정신의 근간이 되었다. 이 매혹적인 고대의 이야기를 모르면 서양의 문학과 예술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그리스 신화는 유럽 문화에 유전인자처럼 깊숙이 박혀 있다.

그런 그리스 신화를 영국의 유명 배우이자 작가 스티븐 프라이가 야심차게 다시 써냈다. 가히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라 할 만한 박식함과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영국의 국보’라 불리는 프라이는 이 수천 년간 이어져온 전설을 생동감 넘치면서도 깊이 있게,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이미 네 권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출간한 소설가이자 각본가인 프라이의 재능은 신화를 이야기로 풀어낼 때 특히 빛을 발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빚은 이야기,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 이야기, 신마저 속인 시시포스의 이야기 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긴장감 있는 전개와 재치 넘치는 대화, 생생히 살아 있는 캐릭터에 빠져든다.

저자소개

저자 : 스티븐 프라이
코미디언이자 배우, 극작가, 소설가, 영화 감독, 퀴즈쇼 진행까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작가, 127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슈퍼 파워 트위터리언. ‘영국의 국보’라 불리는 프라이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던 시절 학내 극단에서 활동하며 희극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후 휴 로리와 콤비를 이뤄 활약한 코미디쇼로 유명해졌고, 그만의 유머와 위트, 뛰어난 말솜씨로 영국 방송과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된다. 고전과 최신 기술을 넘나드는 박식함으로 인기 퀴즈 프로그램 〈QI〉를 10년 이상 진행했으며, 국내에는 〈해리 포터〉 시리즈 오디오북의 목소리로 친숙하다.
작가로서의 재능도 뛰어나 장편소설 『별들의 테니스공The Stars’ Tennis Balls』, 『역사 만들기Making History』, 『히포포타머스The Hippopotamus』, 『거짓말쟁이The Liar』를 비롯해 세 권의 자서전과 다수의 논픽션 저서를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역자 : 이영아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사회교육원 전문 번역가 양성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몹쓸 기억력』, 『쌤통의 심리학』, 『민주주의는 여성에게 실패했는가』, 『라이프 프로젝트』, 『걸 온 더 트레인』, 『행복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도둑맞은 인생』 등 다수가 있다.

목차

머리말 11

세계의 시작 I
카오스로부터 17
1세대 20
2세대 22

세계의 시작 II
티탄족과의 격돌 65
3세대 83

제우스의 장난감 I
프로메테우스 153
형벌 173
페르세포네와 전차 194
에로스와 프시케 204

제우스의 장난감 II
인간들 243
파에톤 251
카드모스 268
두 번 태어난 신 292
아름다운 자들과 저주받은 자들 ? 여신들의 분노 308
의사와 까마귀 315
죄와 벌 323
시시포스 332
오만 354
아라크네 365
변신 375
에오스와 티토노스 394
꽃이 된 미소년들 403
에코와 나르키소스 410
연인들 428
갈라테이아 432
아리온과 돌고래 449
필레몬과 바우키스 461
프리기아와 고르디아스의 매듭 470
미다스 473
부록 486
후기 495
감사의 말 504
옮긴이의 말 505
도판 정보 510

책 속으로

책을 읽기 전에 뭔가를 미리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이야기는 텅 빈 우주에서 시작한다. 넥타르와 님프, 사티로스와 켄타우로스, 운명의 신들과 복수의 신들. 이들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몰라도 되고 ‘고전 문학’에 관한 지식도 아무 필요 없다. 그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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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뭔가를 미리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이야기는 텅 빈 우주에서 시작한다. 넥타르와 님프, 사티로스와 켄타우로스, 운명의 신들과 복수의 신들. 이들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몰라도 되고 ‘고전 문학’에 관한 지식도 아무 필요 없다. 그리스 신화에 학구적이거나 지적인 면은 전혀 없다. 그저 중독적이고, 흥미진진하고, 이해하기 쉽고, 놀라울 정도로 인간적일 뿐이다. _11쪽 <머리말> 중

전리품은 승자에게 돌아가는 법.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 끝낸 최고 경영자처럼 제우스는 예전 경영진을 쫓아내고 자기 사람들을 들여오고 싶었다. 그는 형제자매들에게 각각의 세력권과 신성한 의무를 할당했다. 영원불멸한 존재들의 대통령이 자신의 내각을 구성한 것이다. _83쪽 <3세대> 중

“난 이들의 친구예요.” 프로메테우스는 무릎을 꿇어 그들보다 더 몸을 낮추었다. “내가 가르쳐줄 겁니다. 어떻게 농사를 짓고, 어떻게 밀과 호밀을 빻아서 빵을 만들고, 어떻게 요리하고, 어떻게 연장을 만들고, 어떻게…….”
“안 돼!” 제우스가 고함을 버럭 지르자 피조물들이 화들짝 놀라 또 허둥지둥 정신없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제우스의 노호에 답하듯 하늘에서 우르릉 쾅쾅 천둥이 크게 울렸다. “자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저들과 친구 사이로 지내게, 프로메테우스. 그리고 아테나와 다른 신들도 분명 그렇게 하겠지. 하지만 단 한 가지만은 그들이 가질 수 없네, 영원히. 그건 바로 불일세.” _166쪽 <프로메테우스> 중

친구에게 텅 빈 항아리를 주면서 항아리가 비었다고 일부러 말해주지는 않을 거야. 친구가 언젠가 항아리 안을 볼 거고 그럼 저절로 알게 될 테니까. 그런데 왜 제우스 님은 이 항아리에 흥미로운 건 하나도 안 들었다고 굳이 반복해서 말했을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대단히 흥미로운 뭔가가 들어 있는 것이다. (......)
하지만, 안 돼. 항아리를 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고 나자 판도라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항아리의 마력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 의무라고 믿었으나 지금은 항아리가 그녀에게 치명적인 유혹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_178쪽 <판도라> 중

타나토스가 갇힌 직후 며칠은 별사건 없이 지나갔다. 제우스도, 헤르메스도, 심지어는 하데스도 시시포스가 지옥에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주 내내 새로 들어오는 망자의 영혼이 하나도 없자 지하세계의 정령들과 악마들이숙덕거리기 시작했다. 또 한 주가 지나는 동안에도 단 하나의 망령도 도착하지 않았다. (......) 망령들의 발길이 갑자기 뚝 끊기자 하데스의 주민들은 당혹감에 빠졌고, 그때 누군가가 며칠 동안 타나토스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색대가 파견되었지만 죽음의 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전에 없던 일이 터진 것이다. 타나토스가 없으니 지하세계의 시스템 전체가 마비되어버렸다. _344쪽 <시시포스> 중

“그대의 재능은 결코 죽어서는 안 된다. 그대는 평생토록 실을 뽑아 엮고, 실을 뽑아 엮고, 실을 뽑아 엮고…….”
아테나가 이렇게 말하는 동안 아라크네는 작게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목을 맸던 끈은 쭉 늘어나더니 가느다랗게 반짝이는 비단실이 되었고, 거기 붙은 아라크네는 이제 소녀가 아니라 항상 바쁘게 실을 뽑아 엮어야 하는 짐승이었다.
이렇게 해서 최초의 거미(arachnid)가 탄생했다. 그것은 형벌이 아니라 위대한 대결의 승자에게 내리는 상, 위대한 예술가를 위한 보상이었다. 영원히 걸작을 엮어 만들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이므로. _374쪽 <아라크네> 중

에오스는 제우스에게 한 손을 쭉 내밀고 있었다. 바르르 떨리는 장밋빛 집게손가락과 바르르 떨리는 장밋빛 엄지손가락 사이로 뭔가를 들고 있었다. 은빛의 가는 실이었다. (......)
“제우스 님! 약속하셨잖아요. 티토노스에게 영원불멸의 삶을 주겠다고 맹세하셨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해줬잖아.”
“그럼 이건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그대가 청한 은혜는 영원불멸이었고, 내가 베푼 은혜는 영원불멸이었다. 그대는 노화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영원한 젊음은 부탁하지 않았지.” _400쪽 <에오스와 티토노스> 중

미다스도 지금쯤이면 교훈을 얻지 않았을까. 인간들의 사연에 되풀이되는 교훈. 신들과 상종하지 말 것. 신들을 믿지 말 것. 신들의 노여움을 사지 말 것. 신들과 거래하지 말 것. 신들과 경쟁하지 말 것. 신들을 건드리지 말 것. 모든 축복을 저주로, 모든 약속을 함정으로 여길 것. 특히 신을 모욕하지 말 것, 절대. 미다스는 한 가지 면에서는 확실히 변했다. 이제 그는 황금뿐만 아니라 모든 부와 재산을 경멸하게 되었다. 디오니소스의 저주가 풀리자마자 미다스는 자연과 목신들, 초원, 세상의 모든 야생을 주관하는 염소 발의 신, 판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었다. _480쪽 <미다스> 중

신화는 성경과 달리 고정되어 있지 않다. 시대가 바뀌면 사회가 변하고,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
며 신화도 변한다. 그래서 여러 버전이 존재하며, 학자들 사이에서도 어느 것이 옳은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프라이는 그중 한 버전을 선택해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들려준다. 신화를 해설하거나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들려주고’ 싶다는 그의 목표는 유려한 문체와 입담으로 훌륭하게 달성되었다._507쪽 <옮긴이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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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지금껏 이런 그리스 신화는 없었다! 우리에게 필요했던 현대적 감각의 그리스 신화!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신들의 이야기를 읽는 사이 프라이의 빛나는 통찰과 지식까지 덤으로 얻는다 21세기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책! -《더 타임스》...

[출판사서평 더 보기]

지금껏 이런 그리스 신화는 없었다!

우리에게 필요했던 현대적 감각의 그리스 신화!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신들의 이야기를 읽는 사이
프라이의 빛나는 통찰과 지식까지 덤으로 얻는다

21세기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책! -《더 타임스》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의 생각도 언어도 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고전은 시대에 따라 다시 번역되고 쓰이는 작업이 계속 이루어진다. 특히 하나의 고정된 정전이 있지 않은 그리스 신화는 오랫동안 많은 작가들 펜 끝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토머스 벌핀치의 버전으로, 이디스 해밀턴의 버전으로, 우리나라에선 이윤기 버전으로, 그리고 젊은 세대라면 만화 버전으로 그리스 신화를 이미 접한 독자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만화를 제외하고 보면, 한국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도 이미 출간된 지 20여 년이 지났다. 새로운 세대는 새 시대의 언어와 사고에 맞는 이야기 원한다. 프라이는 이러한 독자들의 요구에 딱 맞는 언어 감각과 현대적 시각으로, 《텔레그래프》지가 “이보다 더 뛰어난 책을 바랄 순 없을 것”이라 평했을 만큼 그리스 신화 다시 쓰기라는 어려운 과제를 멋지게 해냈다. 21세기 버전의 그리스 신화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신화, 고대인들이 세계를 이해한 방법

지금도 그렇지만, 고대의 인간들은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았다. 아니, 아는 것이 거의 없었기에 빈틈을 메울 이야기가 필요했다. 신화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신들과 크든 작든 그들이 저마다 관장하는 영역은 세상을 보고 품은 궁금증에 대한 그리스 사람들 나름의 대답이었다.
세상에는 왜 서로 다른 피부색을 지닌 여러 인종의 사람이 있을까? 그것은 프로메테우스가 진흙으로 빚은 형상에 여러 가지 색소를 섞어 각양각색의 인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보라색이나 초록색 사람이 없는 것은 제우스가 실수로 인형을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은 왜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는 메마른 땅이 되었을까? 그것은 우쭐대고 싶었던 파에톤이 아버지 아폴론을 졸라 태양 전차를 미숙하게 몰다가 아프리카 지역을 지날 때 땅에 너무 가깝게 다가가 그곳을 바싹 태워버렸기 때문이다.
세상은 왜 고통과 질병, 전쟁, 번민 등으로 가득할까? 그것은 최초의 인간 여성인 판도라가 그것들이 갇혀 있던 항아리를 열었기 때문이다. 절대로 열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들었음에도, 결국 그것을 열고 만 것은 인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호기심’ 탓이었다.
이러한 거대한 세계의 원리 외에도 꿀벌이 침을 쏘고 나면 왜 죽게 되는지, 거미는 왜 끝없이 실을 뽑아 집을 짓는지, 산에 가면 울리는 메아리는 왜 생기는 건지 등 우리 주변의 자연 사물과 현상에 관한 신화 속 이야기들은 고대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 대답들이 과학적 접근은 아닐지언정 저마다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신들의 만찬에 꿀을 대접한 꿀벌이 적을 공격할 수 있는 독침을 달라고 우기자, 제우스는 마지못해 소원을 들어준다. 그 대신 그는 정작 독침을 사용하고 나면 침에 쏘인 자가 아닌 그 침을 쏜 꿀벌이 죽게끔 침을 만들어준다. 이기적이고 오만한 자들에 대한 예시 혹은 윤리관을 암시하는 이런 이야기들은 그리스 신화에 수없이 많다.
신들의 모습과 성격 역시 그리스인들의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다. 다른 어떤 신보다 ‘인간적’이라고 평가되는 그리스 신들은 그리스인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신이라고 해서 완벽하고 존귀하고 우리와 먼 존재가 아니다. 그들도 온갖 욕망에 들끓고 때로는 실수도 하고 후회도 하며 눈물도 흘린다. 사랑할 때는 더없이 낭만적이고 열정적이지만, 한번 분노하면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 마치 우리의 반영과 같아서 우리는 그리스 신들에게 그토록 매혹되어왔는지 모른다.

그리스 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
―문학과 예술, 그리고 인생 곳곳에 숨어 있는 신화

책에는 34점의 도판이 실려 있다. 모두 그리스 신들을 주제로 한 예술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에 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장간에서 번개 모양 창을 벼리는 대장장이가 헤파이스토스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지팡이를 쥔 이는 헤르메스라는 것도. 그리스 신화를 모르면 어느 귀족의 무덤에 실타래를 든 세 여자 부조가 왜 있는지 모르고 지나치겠지만, 신화를 알고 나면 이들이 인간의 생이라는 실을 잣고 재고 끊는 세 자매 신 모이라이이기 때문에 그곳에 조각해 놓았음을 알 수 있다.
문학에도 그리스 신화는 속속들이 숨어 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속 비극적 연인들은 원수지간인 집안에서 태어나 서로 사랑했던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이야기에 그 전통을 두고 있다. 질투의 화신이며 남편 제우스가 바람을 피운 상대에게 가차 없이 복수하는 헤라는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성미 고약한 귀부인의 원형이 된다. 또 ‘뮤즈’라는 영어식 이름으로 친숙한 예술의 수호신인 무사(Mousa)들은 영감의 원천을 나타내는 고유명사처럼 쓰이며 많은 예술 작품의 주제가 되어왔다.
문학작품이 아닌 우리의 주변 곳곳에도 그리스 신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대표적 예로 별들의 이름을 들 수 있는데, 천문학자들은 태양계의 천체에 이름을 붙일 때 고전학자들의 자문을 구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많은 별과 행성, 위성 등에 그리스 신들의 로마식 이름이 붙었다. 예를 들면 금성(venus, 베누스=아프로디테), 화성(Mars, 마르스=아레스), 목성(Jupiter, 유피테르=제우스) 같은 것이다.
지금은 왜소 행성으로 강등된 명왕성(Pluto, 플루토=하데스)의 다섯 위성인 스틱스, 카론, 케르베로스, 히드라, 닉스는 모두 저승과 관련된 이름들이다. 하데스는 명계의 왕이며, 그곳에 흐르는 강이 스틱스, 그 강을 건네주는 뱃사공이 카론, 저승 입구를 지키는 괴물이 케르베로스와 히드라이고, 닉스는 밤의 신이다. 이런 이치를 알면 이 다섯 이름을 굳이 외우지 않아도 잊어버리기 힘들다.

폭넓고도 방대한 지식과 탁월한 통찰력

작가 스티븐 프라이는 영문학을 전공하기도 했지만 어휘와 표현력, 유머 감각이 뛰어나 오스카 와일드에 자주 비유된다. 이러한 재능을 바탕으로 프라이는 영국의 인기 퀴즈쇼 를 10년 이상 진행했는데, 이 쇼는 정답을 맞히는 사람이 아닌 가장 신선하고 흥미로운 대답을 하는 사람에게 점수를 주는 독특한 방식이었다. 능란하게 문제들을 다루며 출연자들과의 대화를 재치 있게 이끌어가는 그의 진행 덕택에 자연스럽게 견문이 넓어지고 창의성이 높아진다는 평을 받은 프로그램이었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지식들을 습득하게 된다. 예를 들면 유명한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의 에로스상은 사실 에로스가 아닌 안테로스의 동상이라는 것(섀프츠베리 백작의 박애주의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헌신적 사랑의 수호신인 안테로스 조각을 세웠다). 영어로 지도는 ‘아틀라스’라고 불리는데, 이는 고대 지도에 세계를 받치고 있는 아틀라스를 그려 넣은 전통에서 비롯되었다는 것(그러나 사실 아틀라스는 하늘을 떠받치는 벌을 받았기 때문에 엄밀히 이 그림은 오류라 할 수 있다). 원래 올림포스 12신에는 화로의 신인 헤스티아가 들어가 있었으나 뒤에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로 대체되었다는 것(3세대 주요 신인 하데스는 지하세계에만 머물렀기 때문에 올림포스 신이 아니다). ‘키타라’라는 악기 이름에서 ‘기타’라는 단어가 유래했다는 것(그러니 간혹 ‘키타’라고 발음하는 이들에게도 조금의 구실이 되지 않겠는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지식만이 아니다. 신화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통찰과 견해가 빛나는 순간도 많다. 이를테면 2세대 신들인 티탄족과의 10년 전쟁을 끝내고 마침내 승자가 된 제우스가 같이 싸운 다른 신들에게 각자의 영역을 나눠주는 장면이다. 작가는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현대의 기업과 정치에 빗대 묘사한다.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 끝낸 최고경영자처럼 제우스는 예전 경영진을 쫓아내고 자기 사람들을 들여오고 싶었다. 그는 형제자매들에게 각각의 세력권과 신성한 의무를 할당했다. 영원불멸한 존재들의 대통령이 자신의 내각을 구성한 것이다._83쪽 <3세대> 중

그러면서 제비뽑기로 각자 바다와 지하세계를 나눠 갖게 된 포세이돈과 하데스의 심리는 다음과 같이 그린다. 신이지만 인간 못지않게 유치한 형제간의 심리를 그려내는 작가의 시각이 유쾌하다.

사이가 안 좋은 형제라면 으레 상대가 원하는 걸 욕심내기 마련이다.
‘하데스는 바다와 지하세계 중 어느 쪽을 원할까? 녀석이 지하세계를 원한다면 나도 그걸 갖고 싶군. 저놈이 열 받는 걸 보고 싶으니까.’ 포세이돈은 고민했다.
하데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뭘 고르든 만세를 불러야지. 저 머저리 같은 포세이돈 약 오르게.’_86쪽 <3세대> 중

남성과 여성이 한몸에 공존하는 신 헤르마프로디토스의 이야기를 할 때는 세계의 주요 박물관들이 이 자웅동체의 신을 묘사한 작품들을 감추어왔음을 언급한다. 이 간성(間性)의 신을 존중하며 심지어 숭배했던 열린 마음의 그리스인들과 달리 엄격하고 군국주의적이었던 로마 시대 이래 이런 존재들은 숨겨야 할 위협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 자신이 동성애자이기도 한 프라이는 이러한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최근의 움직임에 주목하며 여러 기관들에서 헤르마프로디토스를 표현한 작품들을 재발견하려는 시도를 젠더 유동성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는 흐름과 연결 짓는다.
이렇게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는 재담가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홀려 있다 보면 다방면의 지식은 물론이고, 그 이야기가 현대에 갖는 의의까지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책이다. 물론 저자 자신은 이 책의 목표를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한정했지만, 실제로 이 책이 담아낸 폭과 깊이는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다. 독자들에게는 즐겁고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에서 못 다 한 헤라클레스, 아킬레우스, 이아손, 페르세우스 등 영웅들의 이야기는 2020년 국내에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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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그리스 신화: 새로운 개념 | js**jy | 2019.06.2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어릴 때부터 그리스 신화에 매료되었다. 국민학교 때 처음으로 접한 책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볼핀치의 책이었고 큰 형이 준 것...

    어릴 때부터 그리스 신화에 매료되었다.

    국민학교 때 처음으로 접한 책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볼핀치의 책이었고 큰 형이 준 것이었다.

    새로 조판이었고 내용이 딱딱했다.

    그래도 재미가 있었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출발점이었다.

    그 뒤로 새로운 책을 보기만 하면 거의 다 사서 읽어보았다.

    일리아드와 오뒷세이아 같은 경우는 최근 천병희의 것을 별권으로 출간한 것까지 다 읽어보았다.

    천병희의 책에는 '원전으로 읽는'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었는데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는 물론 아폴로도로스의 그리스 신화까지 두루 읽어보았다.

    이윤기의 책도 당연히 읽어보았다.

    그리고 이 책까지.

    당연히 이 책이 가장 읽기가 좋았다.

    모든 책은 시대에 따라 독자들을 달리하므로 거기에 맞는 '새' 번역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은 아예 새 번역을 넘어서 새로운 개념으로 새로운 독자들을 맞이하는 것 같다.

    옛날의 책들은 당연히 '새' 번역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철자법이나 용어 등만 고려해서 고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읽어버린 부분은 저자의 상상력으로 채우고 있었음직한 신들의 대화를 그럴듯하게 꾸며넣었다.

    당연히 원작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고 흡입력은 더 강하게 만들어놓았다.

    생생한 대화를 구현해놓은 작가의 상상력에 절로 수긍하게 된다고나 할까.

    이 책은 아예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뭔가를 미리 일아야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재미있게 읽다보면 자연히 책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아쉬운 점은 전체적인 계보를 따라 서술한 것이라는 점.

    히어로들은 등장하지 않는데 내년에 출간할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나이가 먹어가면서도 내년을 기다리게 되는 이유가 한 가지 생겼다.

    쉽고 재미있는 책이란 이런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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