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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다정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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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5
ISBN-10 : 8993928525
ISBN-13 : 9788993928525
안녕 다정한 사람 중고
저자 은희경 | 출판사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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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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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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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명의 이야기꾼이 열 개의 여행을 말한다! 『안녕 다정한 사람』은 소설가 은희경, 영화감독 이명세, 시인 이병률,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김훈,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셰프이자 에세이스트 박찬일 등 각계각층 명사 열 명이 세계 각국으로 ‘테마가 있는 여행’을 다녀온 기록을 담은 책이다. 이 모든 여행의 사진은 모두 이병률 시인이 동행하였다. 한 명이 떠나고 돌아오면 바통을 이어받아 다음 사람이 떠나는 식으로 여행에 올라, 한 달에 한 번씩 차례대로 그들만의 여행을 시작한다.

‘어디로 여행하고 싶습니까’에 대한 질문에 대한 열 명의 대답은 일본, 캐나다, 뉴칼레도니아, 홍콩, 태국, 핀란드 등으로 다양했다. 그들은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 추억을 찾기 위해, 이미지를 찾기 위해, 휴양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이 책에는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열 명의 명사의 이야기와 꿈, 기호, 바람 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며, 그들의 삶을, 그리고 여행을 함께하면서 우리의 여행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저자소개

저자 : 은희경
저자 은희경은 소설가. 1959년 전북 고창 출생.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대표작으로 소설 『새의 선물』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타인에게 말걸기』 『소년을 위로해줘』 『태연한 인생』,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서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자 : 이명세
저자 이명세는 영화감독. 1957년 충남 아산 출생. 1988년 영화 <개그맨>으로 데뷔. 대표작으로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첫사랑> <남자는 괴로워> <지독한 사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 등이 있다. 아태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비롯해 도빌아시아영화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백상예술대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저자 : 이병률
저자 이병률은 시인.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등을 냈으며, 여행산문집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출간했다. 현대시학작품상을 수상했다.

저자 : 백영옥
저자 백영옥은 1974년 서울 출생. 패션잡지 기자 출신의 소설가. TV 드라마 <스타일>의 원작자다. 소설 『스타일』은 1억 원 고료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30만 부 이상 팔렸다. 2006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장편소설 『다이어트의 여왕』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소설집 『아주 보통의 연애』 등을 냈다.

저자 : 김훈
저자 김훈은 소설가이자 자전거 레이서.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3년부터 1989년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이후 시사저널ㆍ한겨레신문 등에서 일하다 2004년 이후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 『흑산』 『내 젊은 날의 숲』 『공무도하』 등이 있다.

사진 : 이병률
사진삽도인 이병률은 시인.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등을 냈으며, 여행산문집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출간했다. 현대시학작품상을 수상했다.

기타 저자

박칼린 … 1967년 출생. 뮤지컬 음악감독. 대한민국 음악감독 1호로서 <명성황후> <오페라의 유령> <아이다> <렌트> <시카고> 등 굵직한 뮤지컬을 맡았다. 최근엔 다수의 뮤지컬에서 연출과 연기를 겸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그냥』을 펴내기도 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원 교수, 킥 뮤지컬 예술감독으로 재직중이다.

박찬일 … 셰프. 1965년 서울 출생. 남을 먹이는 일이 직업이기도 하지만, 먹는 일에 대한 집요한 탐구정신으로 산다. 살아오면서 가장 좋아하는 말은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와 ‘밥 먹고 합시다’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먹는 일에 대한 환멸을 가지고 있다. 『보통날의 파스타』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어쨌든 잇태리』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등의 책을 썼다.

장기하 … 1982년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그룹 ‘장기하와 얼굴들’을 이끌고 있다. 데뷔 첫해인 2008년 싱글 <싸구려 커피>로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노래’ ‘최우수 록 노래’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남자 아티스트’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2012년 열린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올해의 음반상’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록 음반’ ‘최우수 록 노래’ 상을 받았다. 현재 SBS 파워FM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 DJ로 활동중이다.

신경숙 … 1963년 전북 정읍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중편 「겨울우화」로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대표작으로 『풍금이 있던 자리』 『깊은 슬픔』 『외딴방』 『엄마를 부탁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등이 있으며, 현대문학상, 만해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다. 투밀리언셀러 『엄마를 부탁해』는 판권이 전 세계 33개 국에 수출됐으며, 맨 아시아 문학상도 수상했다.

이 적 … 1974년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1995년 패닉 1집으로 데뷔. 긱스, 카니발, 솔로 등을 거치며, <달팽이> <왼손잡이> <거위의 꿈> <하늘을 달리다> <다행이다> <압구정 날라리> <말하는 대로> 등의 노래를 만들고 부름. 2005년 환상소설집 『지문사냥꾼』 발표. <별밤>을 비롯한 다수의 라디오 방송 DJ와 TV <이적의 음악공간> MC를 맡았다.

목차

PROLOGUE
먼 후일, 기억하게 되겠지요

004

소설가 은희경
애인 만나러 호주에 갔지요,
그의 이름은 와인이고요
흠뻑 취했답니다, 저 풍경 때문에

011

영화감독 이명세
‘콰이 강’의 다리에 올라
흐르는 강물에 마음 헹구다

055

시인 이병률
오, 12월을 사랑하는 사람들

091

소설가 백영옥
홍콩에서
열아홉 살의 꿈을 맛보다

125

소설가 김훈
인간은 얼마나 무력한가,
미크로네시아서 깨닫다

157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에
풍덩 빠져들다

189

요리사ㆍ에세이스트 박찬일
모바일의 도시락
버추얼의 에키벤

225

뮤지션 장기하
나 돌아가면 얼마나
이곳을 그리워할까

255

소설가 신경숙
세계인의 정류장,
‘이방인을 부탁해’

291

뮤지션 이적
과거가 살아 있는 도시 퀘벡에서
축제의 날들을 보내다

323

책 속으로

8월의 와이너리 여행이라는 말을 듣고 나는 가장 먼저 태양의 열기를 식혀줄 싱그러운 포도밭 그늘을 떠올렸다. 그러나 목적지는 지구 남쪽의 호주였다. 남반구에는 봄이 찾아오는 계절이다. 서서히 깨어나는 대지의 품에서 포도나무도 이제 겨우 기지개를 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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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와이너리 여행이라는 말을 듣고 나는 가장 먼저 태양의 열기를 식혀줄 싱그러운 포도밭 그늘을 떠올렸다. 그러나 목적지는 지구 남쪽의 호주였다. 남반구에는 봄이 찾아오는 계절이다. 서서히 깨어나는 대지의 품에서 포도나무도 이제 겨우 기지개를 켜고 있을 것이다. 겨울 끝자락의 와이너리는 어떤 풍경일까. 포도밭 가득 초록잎이 넘실대는 계절도 넝쿨이 휘도록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매달리는 계절도 아닌 초봄, 열매는 떨어진 지 오래이고 새잎은 아직 돋아나기 전. 어쩌면 포도나무는 결정적 시간이 담길 향기에 대한 기나긴 꿈을 막 완성했을지도 모른다. _17쪽

낯선 것은 매혹적이다. 그러나 낯섦을 느끼는 건 익숙함에 의해서이다. 그래서 낯선 것 가운데에 들어가면 간혹 내가 더 또렷이 보인다. 내 삶의 틀 속에서는 자연스러웠던 것들의 더러움과 하찮음도 보게 되고, 무심했던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도 깨친다. 아득히 잊고 있었던 오래전 일이 기억나기도 한다. _42쪽

태국으로 출발 전 일단 제목을 결정해야 한다고 하기에 잠깐의 생각 끝에 ‘이미지 만들기’로 붙였다. 제목을 정하고 나니 ‘이미지’와 ‘여행’은 너무 닮아 있었다. 분명한 실체는 있지만 그 실체를 찾아야 하는 것. 첫사랑처럼 떠나버리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나 알게 되는 것. 퍼즐 맞추기처럼 맞춰질 때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 _58쪽

이미지는 책상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는 책상 너머에 있다. 이미지 역시 돈이 만드는 것이다. 이미지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첫째로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경제성이다. 그것이 산업과 예술의 쌍두마차라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 영화예술의 숙명이다. _79쪽

탈린이라는 도시에 제목을 하나 붙이면 <비밀의 여백>이다. 매혹에 흠뻑 젖게 해주면서도 골목길을 걷는 이들 마음 한 켠에 여백을 번지게 한다. 돌길의 냉엄한 틈과 다정한 온도. 나무문짝들의 수런거림. 밤이 되면 촛불인지 가로등인지 분간이 어려운 불빛들의 속닥거림. 치마폭이 긴 바람. 이 모든 것들과 함께, 이 도시에 비밀을 들으러 온 사람들은 자신만의 비밀을 저지르고 간다. _107쪽

편지는 원하는 것을 담는다. 아마도 거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가질 수 없는 것까지도 담을 수 있다는 면에서 한정 없다. 산타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인 줄 알았다. 아이들에게만 어울리는 일들이 있으니 그런 줄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우리 딸아이에게 무엇이라도 좋으니 선물을 좀 보내줄 수 있느냐고, 그래서 아버지의 사랑이 닿을 수 없는 아이에게 이 세상에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달라는 감옥에서 보내온 편지도 있다. 편지를 쓴 아버지는 어떤 죄로 인해 세상 깊숙한 곳에 갇힌 처지다. _112쪽

홍콩은 한때 내게 어둠의 도시였다. 크리스토퍼 도일의 흔들리는 카메라처럼 불안하게 가라앉는 도시였고, 그런 정서는 내가 가진 균열들과 정확히 맞아떨어져 언제나 나를 흔들었다. 아마도 나는 막연히 늘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했던 것 같다. 이민자들이 우글대는 ‘청킹맨션’의 어두운 복도를 걷고, 한밤의 더위에 웃통을 벗어제낀 시끄러운 목소리의 아저씨들이 후다닥 말아주는 국수를 먹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것이 겉멋이든 치기든 한때 내 감성의 일부를 꾸리고 있던 실체이므로 나는 이 도시와 어느 정도 감정적인 형제애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_128쪽

여행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행의 기억은 그것을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기억이고, 그곳에 함께 있던 사람들과의 기억이다. 만약 홍콩에 다시 간다면 제일 먼저 뜨거운 란콰이퐁 거리의 작은 가게에서 입천장이 까질 것 같은 뜨거운 밀크티부터 마시겠다. 밤에는 이곳의 밤거리를 실컷 쏘다닌 후 잘게 잘라 튀긴 마늘을 잔뜩 올려놓고 만든 화끈하게 매운 홍콩식 게 요리 ‘피퐁당’을 먹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원샷하겠다. 이 모든 것은 남편과 함께 꼭 해야지. _154쪽

열대밀림 속에서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 말은 허망해서 그야말로 무위하다. 열대밀림은 동양 수묵화 속의 산수가 아니다. 열대밀림은 인문화할 수 없고 애완할 수 없는 객체로서의 자연이다. 그 숲은 인간 쪽으로 끌어당겨지지 않는다. 자연은 그윽하거나 유현하지 않다. 자연은 작용으로 가득차서 늘 바쁘고 인간에게 적대적이다. ‘무위’는 자연의 본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손댈 수 없는 인간의 무력함을 말하는 것이라고 열대의 밀림은 가르쳐주었다. 높은 나무들의 꼭대기까지 잎 넓은 넝쿨이 감고 올라갔고 나무와 넝쿨이 뒤엉켜 비바람에 흔들렸고 덩치 큰 새들이 짖어댔다. _163쪽

미크로네시아 정부는 바다 밑에 수장된 일본전함들의 이름, 제원, 침몰 위치를 밝혀냈고,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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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0명의 다른 ‘호기심’이 하나의 ‘여행’으로 모이는 순간 길 위에서 만난 그대들에게 조용히 안부를 묻는다 열 명의 각계각층 명사들이 각자 세계 각국으로 ‘테마가 있는 여행’을 떠날 채비를 했다. 그리고 한 명이 떠나고 돌아오면 바통을 이어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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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다른 ‘호기심’이 하나의 ‘여행’으로 모이는 순간
길 위에서 만난 그대들에게
조용히 안부를 묻는다


열 명의 각계각층 명사들이 각자 세계 각국으로 ‘테마가 있는 여행’을 떠날 채비를 했다. 그리고 한 명이 떠나고 돌아오면 바통을 이어받아 다음 사람이 떠나는 식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그렇게 한 달에 한 번씩, 그들은 차례대로 비행기를 타고 저마다의 여행을 떠났다가, 마침내 모두 돌아왔다. 첫번째 주자가 여행을 떠나고부터 마지막 주자가 여행에서 돌아오기까지, 총 일 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 말로만 들어도 근사한 프로젝트에 동참했던 사람들은 소설가, 시인 등 문인에서부터 뮤지션, 셰프, 영화감독, 뮤지컬 음악감독까지…… 『안녕 다정한 사람』은 그들의 여행, 그리고 돌아온 걸음에 대한 기록이다. 소설가 은희경, 영화감독 이명세, 시인 이병률,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김훈,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셰프이자 에세이스트 박찬일, 뮤지션 장기하, 소설가 신경숙, 뮤지션 이적…… 이렇게 열 명의 명사들은 그렇게 각자 저마다의 호기심을 마음에 품고 ‘여행’이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여기 모일 수 있었다. 그 열 번의 여행에는 모두 이병률 시인이 동행하여 사진을 남겼다.
이 책은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좀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이들의 여행이야기를 기록했다는 데에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과연 살면서 이 열 명의 명사들은 실제로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맞댈 일이 과연 있을까도 싶을 만큼 다양한 영역의 직업군과 그 계통의 대가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이다.
계절이 바뀔 때나, 해가 바뀔 때 또는 내 안의 나를 찾고 싶을 때. 여러 이유로 사람들은 여행을 한다. 여행을 하기 위해 이유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마음속에 떠나고 싶은 나라 하나를 품고 있을 것이므로.
책 속에 겹겹의 선으로 이어진 그들의 나라를 들여다보며 우리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나라 하나를 떠올려보자. 머릿속으로 그린 지도를 더듬으며 손끝으로 나라를 상상해보자. 계절이 바뀌거나 해가 바뀔 때, 언젠가 손끝에 당신의 나라가 눈앞에 펼쳐지기를.

열 손가락을 물었더니 코끝에서 향이 퍼졌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열 명에게 물었다. “어디로 여행 가고 싶습니까?” 그들은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세계지도를 떠올린다. 그중 어느 나라에 눈길을, 손길을 멈추었을까? 직업군만큼이나 다양한 대답들이 돌아왔다. 일본, 캐나다, 뉴칼레도니아, 홍콩, 태국, 핀란드 등…….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이스트를 삼킨 듯 마음이 부푼다. 그 이유도 가지각색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 추억을 찾기 위해, 이미지를 찾기 위해, 휴양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각자의 삶의 향기가 다른 탓이리라.

이 전혀 다른 열 번의 여행에서 우리가 그동안 익히 알아온 그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이야기와 꿈, 기호, 바람 등을 가만히 엿볼 수 있다. 목적을 가지고 떠난 이들은 곧은 눈으로 나라를 들여다본다. 길을 걷는다. 서슴없는 사람들을 만난다. 풍경이 감성을 흔든다. 그들은 그곳에서 타인의 얼굴을 보고 낯선 곳에서 그리운 이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여행을 떠난 이들은 여행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익숙함으로 돌아와 현재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 또 그리워할 것이다.

# 1 은희경에게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탄력의 게임
2011년 10월 ● 은희경 작가는 와이너리 답사를 위해 호주를 택했다. ‘와인’을 기꺼이 ‘애인’이라고 부르는 그녀답다. 호주의 전통 있는 와이너리를 돌아보며 자연과 벗하는 야생의 맛을 음미한다. 술도 온기가 있는 생명체인지라 시간의 흐름이나 기분의 높낮이에 따라 그날 그날 맛이 다르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고, 코알라나 캥거루 등이 서식하고 있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농장을 체험하기도 하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나 12사도 바위를 돌아보며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압도적인 스케일에 흠뻑 취하기도 한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호주 와인을 찾았다. 그리고 돌아왔다. 지금은 그곳이 사무치게 그립다.

# 2 이명세에게 여행은 책상을 걷어차고 이미지 만들기
2011년 11월 ● 이명세 감독은 영화 촬영지 물색차 태국으로 떠났다. 당시 태국에는 홍수 피해로 여행객들의 70%가 태국행을 미루거나 취소하던 때였지만, 그의 선택은 과감하고도 흔들림이 없었다. 한국판 007를 표방한 <미스터 케이>를 통해 대중에게 신선하고도 거부감 없이 다가가기 위해 ‘절반의 익숙함과 절반의 새로움’을 영화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육안으로 보기보다는 카메라의 앵글로 물에 잠긴 도시를 어슬렁거린다. 자연스럽게 태국음식을 맛보고 아주 이국적인 풍경인 수상시장을 돌아보며 영화의 시퀀스를 짰다. 영화는 아쉽게도 계속되지 못했지만, 이명세 감독의 열정과 꿈이 있는 한 그의 머릿속에서 이미지 만들기는 계속될 것이다.

# 3 이병률에게 여행은 바람,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피우기
2011년 12월 ● 이병률 시인은 유일하게 혼자 떠났다. 그리고 유일하게 나머지 아홉 명의 여행에 동행했다. 같은 이유로 이 책에서 유일하게 인물 사진을 볼 수 없기도 하다. 12월에 떠난 그가 선택한 곳은 탁월하게도 산타 마을이 있는 핀란드. 이 여행에 있어서만큼은 탁월하다는 수식어 말고 다른 단어는 생각나지 않는다. 산타 마을에 도착하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편지더미를 살짝 들여다볼 수 있음은 물론, 탈린과 로바니에미 구석구석에서 만난 소박하고 따뜻한 정감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한마디만 더 붙이자면, 정말이지 시리도록 아름답다.

# 4 백영옥에게 여행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도돌이표
2012년 1월 ● 많은 사람에게 그렇듯이, 백영옥 작가가 다녀온 홍콩은 왕가위의 도시로 통한다. 조금 더 넓게 보면, 주윤발이나 장만옥 혹은 장국영의 도시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그 도시 속으로 빨려들어가보면, 어마어마한 것들이 들어 있다. 마치 소원을 들어준다는, 일 년 내내 타는 향처럼. 그렇게 홍콩의 소소한 골목에서 신발 뒤축을 두들겨 패 부적을 만드는 할머니에까지, 작가의 발길과 눈길은 꼼꼼하게 미친다. 여행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드는 일이라는 그녀, 함께 떠나지는 않았으나 우리도 왠지 그녀의 추억의 한 부분을 공유하게 된 것만 같다.

# 5 김훈에게 여행은 세계의 내용과 표정을 관찰하는 노동
2012년 2월 ● 소설가 김훈이 자전거만큼이나 아끼는 것이 있다면, 그중의 하나는 카메라가 아닐까 싶다. 그는 여행할 때마다 성능 좋은 카메라 두어 개를 챙겨 롱샷으로 크고 먼 풍경을 내다보기도 하고 가깝게 당겨서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예측하건대, 그 카메라의 역할을 때론 작가의 두 눈이 하기도 하는 것 같다. 미크로네시아의 축 섬으로 들어간 그는 클로즈업을 통해 울트라마린블루의 해안과 열대 생물들을 보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롱샷으로는 그 바다 심해에 잠긴 전쟁의 상흔을 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이곳에서 ‘사람’의 다른 말은 바로 울트라마린블루만큼이나 청명한 ‘희망’이었다.

# 6 박칼린에게 여행은 물이고, 시원한 생수고, 수도꼭지
2012년 3월 ● 박칼린 감독의 뉴칼레도니아 여행기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그녀의 상상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읽는 이를 또 상상 속에 빠뜨린다. 그녀를 마법으로 이끌고 간다는 바다, 그리고 노캉위와 브러시 섬, 그리고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아이처럼 해맑았을 박칼린 감독의 모습까지. 이런 게 여행이 주는 달콤함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행간 사이사이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듬뿍 담고 있다. 그리고 삶의 저변에서 올라오는 평온함과 안온함에 대하여, 오래 깊이 생각하도록 한다.

# 7 박찬일에게 여행은 좋은 친구와 여행을 떠나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
2012년 4월 ● 식도락 여행기는 언제나 우리에게 대리만족의 기쁨을 준다. 아마 인간의 오각 중에서 가장 민감하면서도 또 가장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건 바로 ‘미각’이 아닐까. 요리하고 글 쓰는 남자 박찬일 셰프가 잡은 여행의 테마는 ‘도시락’, 그리고 선택한 여행지는 ‘일본 규슈’였다. 우리가 보통 흔히들 ‘벤또’라고 부르는 그것, 그리고 좀더 구체화시키자면 기차에서 먹는 ‘에키벤’. 그 도시락의 화려한 세계를 특유의 입담으로 안내한다. 특히, 도시락 올림픽에서 순위가 매겨지는 그것들은 구경만 해도 침이 꼴딱 넘어간다.

# 8 장기하에게 여행은 길을 잘못 들어 우연히 타게 된 전철 창밖으로 바라본 풍경이 문득 참을 수 없이 아름다운 것
2012년 5월 ● 노래하는 장기하와 런던은 왠지 썩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장기하의 노래가 런던을 닮은 것도 같다. 런던의 에일 맥주와 비틀즈, 그리고 수많은 음악 공연이 고스란히 그런 심증들을 뒷받침해준다. 런던에 머무는 동안 리즈 그린, 겟 더 블레싱, 폴 매카트니 등 거의 매일 밤 음악 공연을 보러 다니며 음악에 취해 지냈다. 뿐만 아니라 존 레논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스트로베리 필드’도 찾아가고, 폴 매카트니의 곡 제목인 ‘페니 레인’을 거닐어보기도 하면서, 혼자 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있는 힘껏 누렸다. 모르긴 몰라도, 그는 런던과 사랑에 빠졌다 돌아온 것이 분명하다.

# 9 신경숙에게 여행은 친숙한 나와 낯선 세계가 합해져서 넓어지는 일
2012년 6월 ● 신경숙 작가에게 맨해튼이란 낯선 여행지라기보다는 그리운 제2의 고향쯤이 아닐까. 일 년 정도 지내다온 곳에 다시 가본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도착하자마자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살던 집에 가보는 것. 로비의 경비가 아직도 살고 있다고 착각해 반갑게 인사를 걸어올 정도로 친숙한 그곳이었다.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골목마다 세계 거장의 미술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수준급의 악사들이 거리에서 무료 공연을 펼치고 있는 곳. 바로 맨해튼에서는 누구나 그냥 앉아 있기만 해도 관객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매혹적인 그곳에 그녀는 책상을 하나 놓고 싶다고 말한다. 그 책상에서 이번엔 금발의 이방인들의 심금을 울릴 어떤 새로운 작품이 탄생할지도 궁금해진다.

# 10 이적에게 여행은 현실을 벗어나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것,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 것
2012년 7월 ● 캐나다는 우리에게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정열적인 나라였다. 뮤지션 이적이 찾은 퀘백의 퀘백페스티벌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히 책을 쓰고도 남을 분량이 된다. 가는 곳마다 본 조비, 에어로스미스, 사라 맥라클란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무대들이 이어졌고 그는 음악에 몸을 맡겼다. 그의 표현대로, 음악 페스티벌의 묘미는 ‘이 세계에 나 말고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데에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에게도 묘한 안도감, 더 나아가 차오르는 공감의 희열을 준다는 것에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공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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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구희일 님 2012.11.28

    "신은 항상 보고 있어요. 그러면서 노력하고 바라는 이에게 영감도 주죠. 영감이란 건 무의식적으로 오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주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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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다정한 사람 | hm**stk | 2019.11.2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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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o Sans", sans-serif; background-color: #ffffff;">내게 갑자기 여행을 떠나라고 한다면 어느 나라로 떠나게 될까? 10명의 사람들은 어디를 왜 떠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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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o Sans", sans-serif; background-color: #ffffff;">은희경작가는 와인이라는 애인을 만나러 호주로 떠났다. 한쪽은 포도밭 다른 쪽 언덕은 목장처럼 호주 와인에는 야생이 스며들어 있다. 동물을 가까이하며 자연과 벗 삼아 살아가며 와인을 즐겨 마시는 호주의 풍경을 보고 있으니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나도 와인을 만나러 호주로 떠날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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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o Sans", sans-serif; background-color: #ffffff;">참 느린 나라 태국. 더운 나라의 사람들은 참으로 느리다는데 왜 한국은 매우 더운 여름이 있는데도 다들 빨리빨리 움직일까. 여유가 없어진 한국에서 살다 여유가 넘치는 나라의 여행기를 읽다보면 각자 살아가는 삶의 속도가 있다지만 좀 더 여유롭게 살아가는 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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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o Sans", sans-serif; background-color: #ffffff;">이병률에게 여행은 바람,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피우기. 라고 소개했다. 지금, 현재를 잠시 두고 떠났다 돌아오는 것. 슬쩍 바람폈다, 안그런 척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핀란드로 떠난 이병률의 여행기를 읽어본다. 핀란드가 여행가기는 좋고 살기에는 너무 추워 별로라고 하는데 추운 기온에 아량곳하지 않다는 듯이 따뜻한 사람들. 아니 너무 춥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따뜻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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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o Sans", sans-serif; background-color: #ffffff;">여행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여행 다녀온 장소에 먼 훗날 다시 가게 되면 그 예전 과거의 여행이 떠오른다. 그 시절에 함께 갔던 장소, 함께 먹었던 음식, 함께 걸었던 그 거리의 공기와 온도, 그것들은 모두 추억이 된다. 아이를 낳고 가족들과 여행을 많이 가고 싶은 이유도 끈끈한 우리만의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는 아닐까. 즐겁기도 하고, 힘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많은 추억들을 담아 우리만의 보물상자에 담아놓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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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o Sans", sans-serif; background-color: #ffffff;">향수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는 것도 마치 좋은 향기를 맡으면 내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고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아서는 아닐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북펴퓸이 만들어지고, 숲에 가기 힘든 사람을 위해 피톤치드 향을 파는걸 보면 냄새의 마법이란. 향기란 추억 속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옛날 어느 추억 속으로 갑자기 빠져드는 마법은 바람을 타고 온 향기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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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o Sans", sans-serif; background-color: #ffffff;"> 세렌디피티. 그것은 혼자 하는 여행이 주는 가장 짜릿한 선물이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여행 중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 마련인데, 그것이 좋은 일일 경우에는 그 순간이 여행의 절정으로 기억되곤 하는 것이다.p286

    Noto Sans", sans-serif; background-color: #ffffff;">혼자 하는 여행이 좋다. 언제 어떤 이벤트가 생길지 누굴 만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짜릿하고 긴장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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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o Sans", sans-serif; background-color: #ffffff;">작가, 뮤지션, 영화감독, 셰프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다양한 나라로의 여행, 그만큼 다양한 여행기를 읽었다. 여행이란 뭘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고 그리워할 수 있는 장소를 하나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다. 아이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

  • 여행기를 읽으면 | su**ell | 2013.02.05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일상이 허깨비처럼 느껴질 때, 지나온 길에서 내 흔적이라곤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을 때, 삶이 두렵고 막막하기만할 때,...
    일상이 허깨비처럼 느껴질 때, 지나온 길에서 내 흔적이라곤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을 때, 삶이 두렵고 막막하기만할 때, 또는 뜬금없이 외롭다고 느껴질 때 나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란 마치 일상의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힘겹게 걷는 나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내 기억의 인화지에 피사체로 남기는 일일 것이다.  다음 생에서가 아니라 이 생에서, 다른 생을 살아보는 일이 여행이라고 했더 어느 여행작가의 말처럼.
     
    옴니버스 형식의 독립영화와 같은 이런 종류의 책에서 깊이와 몰입을 경험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법이다.  열 명의 사람이 시간을 달리 하여 저마다의 장소로 여행을 떠나다니...  각각의 인물이 갖는 명성의 친밀감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이런 책을 읽지 않는다.  편집이 어설픈 영화를 감상할 때 느끼는 것처럼 화면이 툭툭 잘리는 듯한 단절감을 책을 읽으면서까지 느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나는 각각의 여행자에게서 느꼈던 오래된 기억을 미끼로 삼아 이 책에 기꺼이 낚이기로 한다.
     
    열 명의 여행자는 이랬다.  은희경, 이명세, 이병률, 백영옥, 김훈, 박칼린, 박찬일, 장기하, 신경숙, 이적.  각각의 여행에는 우리에게 <끌림>이라는 작품으로 친숙한 사진작가 이병률이 동행한다.  처음부터 끝으로, 페이지의 순서를 따라 읽을 필요는 없다.  나는 신경숙 작가의 여행기를 먼저 읽었다.  다음은 김훈.  이것은 순전히 내 취향과 기호에 따른 순서일 뿐이다.
     
    1. 여행은 친숙한 나와 낯선 세계가 합해져서 넓어지는 일---신경숙 
    뉴욕은 내 여동생이 사는 곳이다.  벌써 십 년도 더 지났으니 이제 동생은 두 아이와 종일 씨름하는 아줌마가 다 되었을 것이다.  나는 신경숙 작가의 여행 스케치를 읽으며 여동생을 생각했다.  감정이 실리지 않은 그녀의 글은 생경했다.  그녀가 지금껏 쓴 책은 언제나 책을 꾹하고 누르면 소금기 짙은 눈물이 꿀럭꿀럭 배어나올 것만 같았었다.  그러나 그녀의 짧은 여행기는 스치듯 지나는 풍경을 자를 대고 잘라 놓은 듯 모래알의 서걱거림만 들릴 뿐이었다.  뉴욕은 원래 그런 곳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2. 여행은 세계의 내용과 표정을 관찰하는 노동---김훈 
    남태평양의 넓은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미크로네시아.  그곳에 김훈 작가가 있다.  그의 글에서는 언제나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있으나 찾을 수 없다.  언제나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다.  교묘한 말솜씨 때문일까?  대상에 대한 지독한 몰입은 작가의 존재를 언제나 잊게 한다.  작가는 붓을 놓는 순간까지 광기에 쌓인 탐구자이며, 관찰자이고, 몽상가이다.
     
    "열대 바다의 저녁은 저무는 해의 잔광이 오랫동안 하늘에 머물러서, 색들은 늦도록 수면 위에서 흔들리고 별들은 더디게 돋는다.  어둠으로 차단된 수억 년의 시공 저편을 별들은 건너온다.  별은 보이지 않고 빛만이 보이는 것인데, 사람의 말로는 별이 보인다고 한다.  크고 뚜렷한 별 몇 개가 당도하면 무수한 잔별들이 쏟아져나와 하늘을 가득 메운다.  별이 없는 어둠 속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눈이 어둠에 젖고 그 어둠 속에서 별들은 무수히 돋아난다.별이 가득찬 하늘에서는 내 어린 날의 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린다."    (P.170)
     
    3. 여행은 바람,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피우기---이병률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낯선 지명이다.  수억 광년의 거리를 가로질러 비로소 찾아낸 어느 작은 별이름처럼.  이병률은 그곳에 있다.
    "나는 탈린에서 얻은 여백을 내 위에다 '덮어쓰기'한다.  나는 이 여백을 조금도 손상하지 않으려 하면서 조금 더 추운 북쪽으로 마음의 방향을 잡는다."    (P.107)
    그렇게 찾아간 속은 핀란드의 로바니에미.  여전히 낯선 지명이다.  크리스마스가 한참이나 지난 지금.  내일이라도 당장 산타 모자를 쓴 여행객이 짠하고 내 앞에 나설 것만 같다.
     
    4.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탄력의 게임---은희경
    호주를 생각하면 내 대학생활의 전부가 담겨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단지 그곳에서 일 년을 보냈을 뿐인데.  땅이 넓어서인지 추억도 많아진 듯한 느낌은 나만의 착각이다.  은희경 작가는 그곳에 있다.  8월의 와이너리 여행,  겨울의 끝자락에서 싱그런 포도 알갱이들이 달콤한 와인으로 익어갈 것이다.  나는 와인 한 모금을 목구멍 속으로 천천히 흘려 넣으며 짙은 추억에 취한다.
     
    "여행이란 멀어지기 위해 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돌아올 거리를 만드는 일이다.  멀어진 거리만큼 되돌아오는 일에서 나는 탄성( 彈性)을 얻는다.  그 탄성은 날이 갈수록 딱딱해지는 나라는 존재를 조금 유연하게 만들어준다.  함부로 혹은 지속적으로 잡아당겨지더라도 조금쯤은 다시 나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P.17 - 18) 
     
    5. 여행은 좋은 친구와 여행을 떠나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박찬일
    여행지에서 자신의 오래 전 모습을 떠올릴 때면 조금은 아릿하고 먹먹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그것은 일상에서 만나는 그것과는 사뭇 다른, 어쩌면 단단히 감싸였던 외로움이 먼 이국의 땅에서 주책없이 터져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슬며시 외로운, 그러나 때로는 정다운.  박찬일 셰프는 일본에서 도시락 문화를 만났다.  그는 에키벤에서 일본의 작은 우주를 본다.  추억과 함께.
     
    6. 여행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도돌이표---백영옥
    소설가 백영옥에게 홍콩은 한때 왕가위의 도시였고, 한때는 어둠의 도시였단다.  내가 사는 이곳이 아닌, 잠깐 머물렀던 여행지를 '이것이다'하고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은 그곳에서 발품을 많이 팔았다는 증거다.  생각은 자신이 걸었던 거리만큼 굳어지고 물화되면서 어느 순간 마음에 투명한 고드름으로 맺힌다.
     
    7. 여행은 물이고, 시원한 생수고, 수도꼭지---박칼린
    바람에 실려오는 내음과 피부에 닿는 질감 때문에 바다와 산과 사막을 좋아한다는 박칼린.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그녀가 찾은 곳은 섬나라 뉴칼레도니아였다.  이국적인 외모처럼 감정의 표현도 거침없고 이국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언젠가 그녀의 작품『그냥 Just Stories』을 읽었을 때 작품 속에서 한국적인 것을 찾으려 눈을 더 크게 뜨고 꼼꼼히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것은 제노포비아의 감정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그녀에게선 여전히 여행가에게 어울리는 솔직함이 살아있다.  마치 뉴칼레도니아의 햇빛이 그녀의 몸을 유리창처럼 통과하여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8. 그 외의 사람들---이명세, 장기하, 이적 
    부끄럽지만 나는 한번이라도 책으로 만나지 않았던 사람들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책을 읽는 이유는 어쩌면 익숙한 것에서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익숙한 것에 대해 느끼는 호기심.  이들에게는 그것이 없다.  가수이거나 영화감독이라는 그들의 직업은 알고 있지만 마음 속의 거리감은 그들이 방문했던 여행지만큼이나 멀게 느껴진다.  여행은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것, 조금도 닮지 않은 누군가의 생각을 가슴으로 이해하는 것은 여행기가 제격이 아닐까 싶다.  여행은 그 사람의 가면을 반쯤 벗겨내는 묘한 힘을 지녔다.  일상에서 만나는 모습이 아니다.  내가 여행기를 읽는 까닭은 내가 가보지 못한 어느 곳에 대한 간접경험을 얻고자 함도 아니요, 그곳에 다녀온 여행가를 부러워하기 때문도 더더욱 아니다.  다만 여행지에서 그들의 생각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 안녕 다정한 사람 | zi**37 | 2013.02.01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은희경 신경숙 김훈작가 이명세감독 이적 장기하..박칼린.. 내노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가서 쓴 에세이...
    은희경 신경숙 김훈작가 이명세감독 이적 장기하..박칼린..
    내노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가서 쓴 에세이 모음집이라고 할까나
    이병률이 함께 동행해서 찍은 사진도 있다
    그곳으로 여행가는걸 선택한 이유와 그곳에 체류해서의 느낌
    그리고 사람들... 에대한 이야기
    전혀 다른 여행지를 보며 아 이런곳도 있구나 싶기도 하고
    익숙한 곳도 있고 잘 모르는곳도 있고
    게다가 여행지에서 관심가지는 분야는 제각각 다른법
    와인을 즐기는 사람도 맥주를 즐기는 사람도 있고
    음악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같은곳을 가더라도 다른느낌을 받는건 그때문이 아닐까싶다
    이책을 보고나니 나도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곳을 마구마구 걷고
    다리가 아프면 잠시 앉아서 쉬고
    멍하니 앉아서 커피를 마시기도 하면서.. 그렇게..
     
  • 그들에게 여행이란, | sy**seo | 2013.01.1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사람들에게 여행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은희경에게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탄...
     
    사람들에게 여행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은희경에게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탄력의 게임이고.
    이병률에게 여행은,
    바람,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피우기.
    백영옥에게 여행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도돌이표.
    박칼린에게 여행은 물이고, 시원한 생수고, 수도꼭지라고 한다.
    이처럼 여행은 사람들마다 같은 듯 하지만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나에게 여행이란 한여름에 부는 시원한 바람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낯선 곳에서 느끼는 설레임이라고 해야 할까.
    <안녕, 다정한 사람>은 각계 각층의 10명의 유명인들이 각각 서로 다른 10곳의 여행지로 떠나서 보고 느낀 것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로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감성적으로 이야기해 주었던 시인 이병률이 9 명의 여행자와 동행을 하여 사진을 찍었으며, 그도 역시 핀란드의 '탈린'을 거쳐 북극선을 지나 '로바니에미'까지 여행을 하며 추운 겨울이면 생각나는 산타클로스 마을도 소개해 준다.
    처음 이 책을 읽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런 프로젝트를 가지고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 유명인들의 삶 속에서 다녀온 여행지에 관한 이야기를 열 개의 꼭지로 묶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건 자연스러운 여행 이야기일테니까.
    그러나, 그것이 아닌 꿰어 맞추듯한 여행자와 책을 만들기 위한 의도적인 여행이라는 것이 못내 신경에 거슬렸다.
    여행 에세이 중에는 계획적인 의도를 가지고 책을 쓰는 경우들이 많이 있기에 그런 책들은 읽으면서 왠지 여행의 참 모습을 볼 수 없는 듯해서 때론 불쾌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기때문이다.
    그런데, <안녕, 다정한 사람>에 담겨 있는 여행자들은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런 불편한 마음이 책을 읽으면서 살며시 사라지게 된다.
    은희경, 김훈, 백영옥은 그들의 작품 속에서 여행을 즐긴다는 것을 살며시 느끼게 해 주었던 사람들이다. 물론, 김훈의 경우에는 자전거 여행을 주로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김훈이 떠난 미크로네시아, 박칼린이 떠난 뉴칼레도니아는 여행자들에게도 낯설게 느껴지는 곳이기에 그 부분에는 좀 더 관심이 간다.
    뉴칼레도니아는 프랑스령이 가지는 문화적 특색에 진한 원주민의 색깔이 담겨 있는 곳이다.
    " 여행이란, 만약 배움과 탈피와 자유와 쉼이 있는거라면 난 나의 현재와 절대로 똑같은 상황을 보고 느끼고 싶진 않다. 그래서 멀리 가고 다른 지형을 찾고 다른 경험을 찾는 것이다." (p. 221)라고 박칼린은 말한다.
    셰프 박찬일에게 여행은 좋은 친구와 여행을 떠나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역시 셰프다운 여행을 하는가 보다. 그가 떠난 일본의 기차여행, 그리고 그곳에서 맛보게 되는 에키벤. 바로 기차에서 판매하는 벤또. 도시락이야기이다. 아마도 나는 그가 지중해의 푸르른 바다 빛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비슷한 음식이 담겨 있는 도시락 이야기를 들으니, 그것이 더 신선하게 생각된다.
    학창시절 엄마가 싸주시던 정성어린 도시락에 대한 추억은 요즘 아이들에게 없으니, 그 역시 언젠가는 문화적 차이로 다가올 것이다.
    " 혼자 한 여행은 짧게 한 연애처럼 느껴진다" (p. 287)고 런던을 여행한 장기하는 말하기도 한다.
    1년간 뉴욕에 살다가 돌아온 작가 신경숙이 그곳을 떠난지 8개월만에 다시 찾은 뉴욕.
    잠시동안 생활인으로 살았던 그곳을 여행자로 다시 찾을 때의 그 느낌은 어떤 것일까. 그녀는 그 이야기를 소곤소곤 이야기해 준다.
    " 여행은 낯선 세계로의 진입만이 아니다. 그리운 것들과의 재회의 시간이기고 하다. 이제는 이렇게 흘러가겠지,를 뒤집는 일은 인생에서 수시로 발생한다.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느끼는 그 순간에도 새로운 것이 발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이다. 예기치 않게 뉴욕을 그리워하는 시간이 내 인생에서 발생하기도 하는 것처럼." (p. 293)
    그렇다. 우린 여행이라고 하면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레임으로 잠 못 이루지만, 때론 떠나 왔던 곳으로의 돌아감도 여행인 것이다.
    시간이 되면 꼭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는 곳 중에 부산이 있다. 여러 번 가기는 했지만, 들리지 못했던 그곳은 어릴 적에 방학때 몇 번 갔었던 옛집이다.
    아버지가 부산에서 잠깐 근무하시게 되어서 그곳에 터를 잡고 몇 년 사셨는데, 학교에 다니던 나는 방학마다 그곳에 갔었다. 집 근처의 기차길도 생각나고, 무화과 나무도 생각나고, 작은 구멍가게도 생각이 난다. 어느해 크리스마스에 재롱잔치를 하던 동생이 다니던 교회도 눈앞에 보이는 듯 선명하다.
    찾아가면 갈 수 있을 것 같은 그곳을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그 마음도 여행으로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이란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나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어린날의 추억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 듯하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따사로운 햇볕이 비치는 바깥 풍경이 겨울답지 않게 포근해 보인다.
    아~~ 여행, 떠나고 싶다~~

  •   신제품의 출시로 많은 이들을 줄서게 만든 애플이나 먹거리로 유명한 춘천의 닭갈비, 전주의 비빔밥 등은 소위 이...
     
    신제품의 출시로 많은 이들을 줄서게 만든 애플이나 먹거리로 유명한 춘천의 닭갈비, 전주의 비빔밥 등은 소위 이름값을 한다고들 합니다. ‘이름값’, 꼴값과 같은 값이 붙어서인지 저에게는 그렇게 긍정적인 단어는 아니지만 명성이 높은 만큼 그에 걸맞게 하는 행동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글쓰기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은희경, 백영옥, 김훈, 신경숙의 소설가와 이병률 시인, 자신의 분야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이명세 영화감독, 박칼린 뮤지컬 감독, 박찬일 셰프, 가수 이적, 장기하 씨, 이렇게 10명이 글을 쓰고 바람(?)의 시인 이병률시인이 사진을 찍은 이름값을 하는 여행에세이입니다.
     
     각자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1주일 동안 여행을 하고 쓴 에세이로, 시드니, 홍콩, 큐슈, 런던 등 다양한 곳의 사진과 여행담이 담겨 있습니다. 이적 씨와 장기하 씨는 가수이니 아무래도 음악에 관한 이야기가, 박찬일 셰프는 요리사이니 요리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소설가들과 시인이 풀어낸 이야기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분명한 실체는 있지만 그 실체를 찾아야 하는 것. … 퍼즐 맞추기처럼 맞춰질 때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 (p. 58)' 으로 여행은 이미지와 닮아 있었다고 정의하는 이명세 감독, 처음 보는 이에게서 얻어 마신 두 잔의 술이 오래 미안한 것이 인연같다는 이병률 시인,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여행 중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 마련인데, 그것이 좋은 일일 경우에는 그 순간이 여행의 절정으로 기억되곤 한다는 가수 장기하씨 등 각자가 생각하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이병률 시인이 찍은 사진도 큰 재미 중 하나임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을 다녀온 은희경 작가 편과 일본 큐슈를 다녀온 박찬일 셰프 편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비행기로는 열 시간이지만 시차는 한 시간밖에 나지 않는 호주로 가면서 시차가 거리차가 될 수는 없다며 이런 통념이 깨지는 신선함이 여행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하는 은희경 작가는 호주의 와이너리와 호주의 야생동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술이라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이제는 와인까지도 한번씩 기웃거리는 저도 언젠가 호주에 가게 되면 와이너리 카페에서 벽난로를 쬐면서 와인을 마시는 것을 위시리스트에 올릴 만큼 와인을 당기는(^^;;) 글이었습니다. 또한 기차를 타고서 도시락을 먹는 것이 아니라 도시락을 먹기 위해 기차를 타는 일도 왕왕 벌어진다는 일본, 그중에서도 큐슈지방의 에키벤(에키벤은 역의 에키와 벤또를 합성한 말이라고 합니다)을 집중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박찬일 셰프의 이야기도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우한 도돌이표’ 라는 백영옥 작가의 여행이든, ‘세계의 내용과 표정을 관찰하는 노동’ 이라는 김훈 작가의 여행이든 책장을 덮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아이러니 하게도 “읽지 말걸 그랬다” 입니다. 글을 잘 쓴다는 이들이 쓰고, 이병률 시인이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10개국 중 한 군데도 여행을 떠날 수 없다면?? 독서가 아무리 간접체험이라고 해도 이건 좀 심한 것 같았습니다. ^^ 문득 익숙함을 잠시 접어두고 낯섬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무궁무진하게 피어오르게 하는 그런 여행에세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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