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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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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쪽 | 규격外
ISBN-10 : 8954640753
ISBN-13 : 9788954640756
너무 한낮의 연애 중고
저자 김금희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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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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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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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겨 있는 과거의 기억들을 건져 올리다. 2016년 제7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 작가 김금희의 두 번째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 제7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너무 한낮의 연애》와 2015년 젊은작가상 수상작 《조중균의 세계》 등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발표된 9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살다보니 닳고 닳아 미워진 인간 군상을 묘사하면서도, 그 인물들이 갖추고 있는 일말의 사랑스러움을 놓치지 않는 저자의 따뜻하고 세밀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비극적인 일상에 소녀다운 상상력을 겹쳐 바라보는 고등학생의 여름휴가를 그린 《반월》을 통해 그 자체로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개를 기다리는 일》에서는 과거의 트라우마가 해소되지 않은 채 떠돌다가 우리를 문득 찌르는 경험에 서스펜스를 가미해 몰입하게 만드는 등 저자는 이번 작품들에서 사소하다고 생각해서, 내심 잊고 싶어서,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미세해진 그 파장들을 현재로 끌어와 애써 감추고 모른 체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저자소개

저자 : 김금희
저자 김금희는 1979년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했다. 인하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조중균의 세계」로 2015년 젊은작가상, 「너무 한낮의 연애」로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첫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로 제33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너무 한낮의 연애 _007
조중균의 세계 _043
세실리아 _073
반월 _103
고기 _129
개를 기다리는 일 _153
우리가 어느 별에서 _179
보통의 시절 _205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_231

해설 | 강지희(문학평론가)
잔존의 파토스 _261

작가의 말 _285

책 속으로

십육 년 전, 연애는 아니더라도 연애 비슷한 무언가가 있었던 사람과 재회해서 서로가 서로를 인식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앞으로 어쩌냐는 말이지, 아내에게는 큰 불만이 없는데 아들은 소중한데. 그러니까 안 되었다. 필용이 양희를 볼 수는 있어도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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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육 년 전, 연애는 아니더라도 연애 비슷한 무언가가 있었던 사람과 재회해서 서로가 서로를 인식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앞으로 어쩌냐는 말이지, 아내에게는 큰 불만이 없는데 아들은 소중한데. 그러니까 안 되었다. 필용이 양희를 볼 수는 있어도 양희가 필용을 봐서는 안 되었다. 시선은 일방이어야 하지 교환되면 안 되었다. 교환되면 무언가가 남으니까 남은 자리에는 뭔가가 생기니까, 자라니까, 있는 것은 있는 것대로 무게감을 지니고 실제가 되니까.
_「너무 한낮의 연애」, 28쪽

“미안하다. 심한 말 해서.”
필용이 사과했다.
“선배, 사과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이런 나무 같은 거나 봐요.”
양희가 돌아서서 동네 어귀의 나무를 가리켰다. 거대한 느티나무였다. 수피가 벗겨지고 벗겨져 저렇게 한없이 벗겨져도 더 벗겨질 수피가 있다는 게 새삼스러운 느티나무였다.
“언제 봐도 나무 앞에서는 부끄럽질 않으니까, 비웃질 않으니까 나무나 보라고요.”
_「너무 한낮의 연애」, 37쪽

가여운 세실리아, 그 마음 내가 전문이지. 밤은 오고 잠은 가고 곁에는 침묵뿐이고 머릿속은 시끄럽고 그러면서도 뭐 또렷하게 어떤 생각은 또 할 수 없어서 그냥 나 자신이 깡통처럼 텅 빈 채 살랑바람에도 요란하게 굴러다니는 듯한 느낌. _「세실리아」, 89~90쪽

몽상은 노래처럼 리듬이 있는 것 같았다. 멈추고 연속되고 하면서 주기를 만든다. 큰오빠는 우리 원수이지만 우리 가장이고 우리 가장은 인간 말종이지만 지금은 죽음과 신 앞에 선 가엾은 단독자이며 원수를 갚으려는 전직 샐러리맨이다. 그렇게 몽상하다 멈추고 몽상하고 몽상하다보면 그런 일들이 다 맨숭맨숭해지면서 그냥 그런 보통의 일이 된다. 샐러리맨도 보통이고 마귀도 보통이다. 인간 말종도 원수도 가엾은 단독자도 다 보통의 것, 그냥 심상한 것, 아무렇지 않은 것, 잊으면 그만인 것, 거기서 거기인 것들이다. _「보통의 시절」, 221~222쪽

어떻게 보면 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죽을 수 있는 주체에서 간섭받는 객체로 물러선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고양이는 이 괴괴한 단독주택에서 움직이고 먹고 눕고 싸고 울고 할퀴는 유일한 생명체였으므로 고양이에 집중하는 것은 삶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 사실이 그를 죽음에서 건져냈다. _「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254쪽

나는 일상을 가만히 견디다가도 어느 순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주변의 누군가에게?낯선 당신에게라도?가서 막무가내로 묻고 싶을 때가 잦은데, 그건 그러니까 왜 이렇게 됐습니까, 하는 질문이다. 괜찮습니까, 하는 질문. 왜 이렇게 됐습니까, 괜찮습니까.
그렇게 물을 때 나는 사람들 곁에,
차가운 창의 흐릿한 입김처럼 서 있겠다, 누군가의 구만육천원처럼 서 있겠다, 문산의 느티나무처럼 서 있고, 잃어버린 다정한 개처럼 서 있겠다. _‘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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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김금희의 시대가 올까. 적어도 지금 내가 가장 읽고 싶은 것은 그의 다음 소설이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2015년 젊은작가상 수상작 「조중균의 세계」,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너무 한낮의 연애」 수록 ‘아주 없음...

[출판사서평 더 보기]

“김금희의 시대가 올까.
적어도 지금 내가 가장 읽고 싶은 것은 그의 다음 소설이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2015년 젊은작가상 수상작 「조중균의 세계」,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너무 한낮의 연애」 수록

‘아주 없음’이 아니라 ‘있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 있는 기억들
그로부터 흘러나온 미세한 파장이 건드리는 ‘보통의 시절’


「너무 한낮의 연애」로 2016년 제7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 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소설가 김금희의 두번째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가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창비, 2014)로 제33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김금희는, 이제 명실상부 ‘지금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가 되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소설집에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발표된 9편의 작품이 수록된바, 이 점에서 문학에 대한 작가의 열정과 소설쓰기의 왕성함에 더불어, 한국문단이 김금희에게 걸고 있는 기대감도 한껏 느낄 수 있다. 『너무 한낮의 연애』는 그 기대를 향한, 김금희의 수줍지만 당당한 응답이다.
문학평론가 정홍수는 「너무 한낮의 연애」에 대한 젊은작가상 심사평에서, 당시 이슈가 되었던 ‘중력파’의 검출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한다. 그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중력파가 십삼억 광년 전에 생성되어 지금의 우리 눈에 띄었다는 사실이라고. 나아가 정홍수는 “우리 나날의 일상 역시 관계의 충돌이나 비껴감(그리고 기타 등등) 속에서 미세하게 시공간을 진동하고 왜곡하는 모종의 파波를 생성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파장의 “미세한 누적이 임계치를 넘길 때 우리의 몸을 기울이고, 삶의 좌표를 슬그머니 옮겨놓는다”고. 십육 년 전 종로의 맥도날드에서 ‘양희’와 마주앉아 있었던 ‘필용’의 추억이 의식 밑에 잠겨 있다가, 무언가를 계기로 도달되어 그를 눈물 흘리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김금희는 이번 소설집에서 ‘잠겨 있는 과거의 기억들’을 건져올리는 데 몰두한다. 사소하다고 생각해서, 내심 잊고 싶어서,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미세해진 그 파장들을, 김금희는 기어이 현재로 끌어와 우리를 공명시킨다. 소설집의 내밀한 곳에 자리한 2014년 발표작들은 과거를 향해 있는 김금희의 시선을 정제된 언어로 영사映射하고 있는 듯하다. 비극적인 일상에 소녀다운 상상력을 겹쳐 바라보는 고등학생의 여름휴가를 그린 「반월」은 그 자체로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우리가 어느 별에서」는 어린 시절 타인에게 ‘사랑받았다’고 믿어왔던 기억들이 나이를 먹으며 다르게 이해되기도 하는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고기」와 「개를 기다리는 일」 역시 과거의 트라우마가 해소되지 않은 채 ‘있지 않음’의 상태로 떠돌다가 우리를 문득 찌르는 경험에 서스펜스를 가미하여 읽는 이를 몰입시킨다.
소설집의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이후의 발표작 「너무 한낮의 연애」 「조중균의 세계」 「세실리아」 「보통의 시절」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등에 이르면, 김금희의 서술이 한층 생기로워졌으며 반짝이는 위트가 적재적소에서 발동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소설의 중심인물들 또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 능청스러워졌다. 이를 소설가 정영수는 김금희를 인터뷰한 지면에서 “해방의 글쓰기”라고 명명했던가. 특히 김금희의 특장으로 자리잡은 의성어들, “헤어억” “어구구구어구구구” “사포삿포삿포포삿포” 등은 소설 속의 소리를 귀에 직접 꽂듯 전달하며 읽는 맛을 살린다. 그러나 김금희 소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드러내는 송곳니의 날카로움은 여전하다. 우리는 그의 소설을 읽으며 애써 감추고 모른 체했던 ‘진실’에 물려 기어코 한 번은 얼얼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그들이 거쳐온 긴 시간의 탐사” 끝에 우리에게는 “웃기에는 서늘하고 울기에는 좀 따뜻한, 이런 감정”(문학평론가 강지희, 해설 「잔존의 파토스」)이 남는다. 김금희는 한 인터뷰에서 “못남을 잔혹하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못났지만 한 걸음이라도 나가게 할 수 있”도록 구원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살다보니 닳고 닳아 미워진 인간 군상을 묘사하면서도, 김금희는 결국 그 인물들이 갖추고 있는 일말의 사랑스러움을 놓치지 않는다. 그 따뜻하고 세밀한 응시를 통해 세상을 보고 소설을 쓰기에, 우리는 김금희의 작품을 읽으며 조금은 단단한 마음이 된다. 저 먼 과거로부터 도달한 파장들에 찔려 잠시 제자리에 멈춰 서야 할지라도, 그녀의 소설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더딘 발걸음으로 계속 쓰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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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한낮에 드리운 그늘처럼 | ch**yong | 2019.10.0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김금희 작가 소설이라 책을 들었다.『경애의 마음』(창비, 2018년)으로 신뢰하게 된 이름이다. 제목도 한몫을 했다. 한낮...

    김금희 작가 소설이라 책을 들었다.『경애의 마음』(창비, 2018년)으로 신뢰하게 된 이름이다. 제목도 한몫을 했다. 한낮의 연애라니! 강렬한 햇살처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러나 부사 ‘너무’가 한낮의 연애를 수식하면서 한낮의 연애를 할 수 없는, 햇살 쨍쨍한 한낮의 연애에 그늘을 드리운다. 그리하여 한낮의 연애는 가능하지 않은 세계가 되고,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한낮의 연애와 거리가 먼 인물이 된다. 표제작의 필용과 양희처럼, 조중균처럼, 세실리아처럼, 선희처럼, 모과장처럼.

    - 「너무 한낮의 연애: 성격이 전혀 달랐던 두 사람.

    필용과 양희는 성격이 전혀 달랐다. 필용이 앞으로 펼쳐질 인생, 그 과정에서 반드시 이겨내야 할 어려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고 나서야 얻게 될 성취와 인정에 대해 상상하며 지냈다면 양희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양희에게는 현재라는 것만 있었다. 하지만 그 현재는 지금 생생하게, 운동감 있게 펼쳐지는 상태가 아니라 안개처럼 부옇게, 분명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게 풀풀 흩어지는 것에 가까웠다. 뭔가 생활 자체가 그랬다. (15쪽)

    - 「조중균의 세계」: 대학 때 이름만 쓰면 점수를 주는 시험에서 끝내 이름을 쓰지 않고 시를 쓴 조중균이 살아가는 세계.

    아무것도 쓰지 않고 이름만 적는 건 부끄러운 일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얻어지는 형태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조중균씨는 부끄러웠다. 여기에 이름을 적고 가만히 기다리라는 교수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조중균씨는 이름을 쓰지 않고 빈 종이에다 무언가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65쪽)

    - 「세실리아」: 요트 동아리에서 엉겅퀸으로 불렸던 세실리아가 조각가로 유명해져서 찾아가 보니 학교 다닐 때 성폭행을 당했다며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한다.

    - 「반월」: 빚에 쫓겨 식구들이 섬에 사는 이모네 집으로 가지만 이모는 이혼하고 자식과 헤어져 홀로 살며 약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 「고기」: 남편은 부도난 회사에서 받을 돈을 수금한다며 수상하게 돌아다니고, 기간 지난 고기를 판 마트를 신고하여 그곳 남자가 계속 사과하러 찾아오는데, 남편을 찾는 남자가 집으로 찾아오자 남편이 갖다 놓은 짐을 갖다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 「개를 기다리는 일」: 오직 개만이 그녀를 바르게 응시하고 있었던 가족이라는 폭력 속에서 살았던 여자, 지영은 외국의 도시에서 어떤 길이든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 「우리가 어느 별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그녀, 선희에게 그가 자란 고아원에서 도와달라는 편지가 계속 오고, 그녀는 도어맨으로 일하는 그가 펼치는 다른 세계를 조금씩 보기 시작한다.

    - 「보통의 시절」: 목욕탕에 불을 내 부모를 죽인 살인자가 출소하여 사는 일산의 작은 아파트에 형제 자매들이 우르르 몰려가 집에 들어간다.

    -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자살을 하려다 고양이 때문에 죽지 못한 부엌가구 회사의 모과장은 집 나간 고양이를 찾아주는 일을 하는데 해고자들이 설치하려다 포기하고 둔 현수막을 읽으려고 공장 굴뚝을 오른다.

  • 하하하호호호 | w0**0o123 | 2018.03.22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소설을 읽는 것이 참 재밌다. 전에는 허구적 상상력으로 구성된 소설이 무슨 의미인가 해서 수필이나 에세이, 자서전, 시집 등을...
    소설을 읽는 것이 참 재밌다. 전에는 허구적 상상력으로 구성된 소설이 무슨 의미인가 해서 수필이나 에세이, 자서전, 시집 등을 주로 읽어왔다. 정말 좋은 작품을 많이 있었다. 
      
    에세이와 관련해서는 치열한 삶의 흔적 보다는 어디서 들은 좋은 이야기로 구성되는 것을 보면서 지나치게 따라하기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서점에 선을 보일 때에는 선풍적인 인기와 더불어 감동도 되었지만 그러한 책들이 많아지다보니 이제는 그럼 저자가 삶을 통해 보인 치열한 흔적이 무엇인가에 더 관심이 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에세이나 자기발전적 저서에는 손이 가지 않게 되었다. 
      
    시집도 멋지기는 한데, 시인이 이해하는 언어로 표현한 것을 이해하려다보니 다소 짜증스럽기도 하고 어느 때에는 불쾌하기까지 한 경우도 있다. 독자가 공부를 안해서 그렇다고 하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시집을 통해, 사물을 보는 색다른 시각을 가진 시인의 표현과 시선으로 삶을, 사물을, 세계를 바라보고 싶은 것이 독자 아닌가. 그런데 그것을 독자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시인의 독선이 아닌가 싶다. 하기사 책을 안사보면 그만인 독자의 입장에서야 아쉬울 것도 없을 수 있다. 
  • <너무 한낮의 연애>, 책의 제목만 보면 꽤나 더위가 느껴지는 소설인 듯하다. 말하자면 느낌이 그렇다는 얘기다. 그...

    <너무 한낮의 연애>, 책의 제목만 보면 꽤나 더위가 느껴지는 소설인 듯하다. 말하자면 느낌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나 책을 펼쳐 들고 불과 서너 쪽을 넘기기도 전에 손끝에서부터 전해지는 서늘한 느낌으로 인해 당신은 어쩌면 화들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공포소설이나 스릴러 소설도 아닌데 이런 느낌은 도대체 뭔가, 하고 말이다. 더구나 책의 제목에서 이미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김금희 작가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발표했던 9편의 단편소설을 엮은 연애 소설집인 듯한데.

     

    나는 대체로 순간적인 직감을 신뢰하는 편이다. 남들에 비해 예민하다거나 시쳇말로 '촉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이 떠오르는 단순한 느낌을 그저 신뢰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어쩌면 '무작정'이라는 부사를 앞에 첨가해야 할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내 생각에 <너무 한낮의 연애>를 읽으면서 느꼈던 '서늘한 느낌'은 '결핍'이나 '허무'의 감정에서 비롯된 '자포자기의 느낌'과도 무척이나 닮아 있는 듯했다.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현대인의 가장 큰 특징은 집착이나 소유의식의 결여에서 오는 '열정의 제로 상태'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에 '서늘한 느낌'을 받았던 것처럼 열정이 없는 사람들은 한여름 태양 아래에서도 가벼운 추위를 느끼는 법이니까.

     

    표제작인 '너무 한낮의 연애'에 나오는 주인공 '필용'은 대기업 영업팀장으로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좌천되어 건물 지하에 있는 시설관리팀으로 내려간다. 그 후로 그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자신 스스로가 느끼는 자괴감으로 인해 그는 회사 식당에서의 점심을 포기한 채 무작정 종로 거리로 나선다. 그렇게 무심코 걷던 그 거리에서 '필용'은 대학 시절 자신이 다녔던 어학원과 자주 들렀던 패스트푸드점을 발견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그곳으로 발길이 옮겨졌다. 자신이 주문한 햄버거를 먹으며 무심코 바라본 창밖에서 그는 "나무는 'ㅋㅋㅋ'하고 웃지 않는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우연히 보게 된다.

     

    대학 시절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 후배 '양희'가 썼던 연극 대본의 제목이었다. 그 시절 '필용'은 깡마르고 부스스하고 여성적인 매력이라곤 전혀 없었던 '양희'를 그저 햄버거나 같이 먹으며 자신의 허풍을 들어주는 후배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 "나 선배 사랑하는데" 라고 뜬금없는 고백을 한다. '필용'에게는 감정의 파동을 느끼게 하는 말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묻는 '필용'에게 "모르죠, 그건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고.", "지금 사랑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는데,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르니까요."라고 말했던 '양희'. 젊은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미래를 위해 하나쯤 보험처럼 간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욕망이나, 이해타산이나, 자존심이나, 수치심과 같은 속성이 그녀에겐 전혀 없었다. 몇 달 뒤 '필용'은 문산에 있는 '양희'의 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그곳에서 '필용'은 그녀가 사는 누추한 집과 가난한 가족들을 보았고 자신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다. '양희'에게 사과하는 '필용'. 그러나 '양희'는 '사과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이런 나무 같은 거나 보라'고 말한다.

     

    어떤 절망적인 현실을 잊기 위해 우연히 들렀던 종로 거리와 그 속에서 대면하게 된 자신의 과거. '필용'은 종로 소극장에서 10여년 만에 재회한'양희'의 연극을 보면서 "시간이 지나도 어떤 것은 아주 없음이 되는 게 아니라 잊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때 철없음으로 인해 저질렀던 부끄러운 일들이 어떤 것을 계기로 기억 속에서 되살아날 때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용서의 대상도, 그래야만 했던 시간도 이미 잊혀져가는 저 과거 속에서 되살릴 방법은 전혀 남아 있지 않은데 말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너무 한낮의 연애'와 함께 '조중균의 세계', '세실리아', '반월', '고기', '개를 기다리는 일', '우리가 어느 별에서', '보통의 시절',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등 9편의 단편이 실렸다.

     

    "집집을 돌아다니다보면 머리가 지끈지끈해지면서 속이 울렁거리는데 집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완고하게 자기 스타일대로 평생을 살고 그러다보면 냄새가 만들어졌다. 그건 특정 영역의 냄새였으며 타인을 밀치는 냄새였다. 자기 고양이를 찾아주러 온 그를 사람들은 깍듯하고 친절하게 대했지만 아무튼 그 냄새는 진저리나게 게별적이고 고유한 것이라서 언제나 부루퉁하고 신경질적이었다."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중에서 p.237)

     

    내일이면 사라질지 모르는 감정이지만 오늘은 선배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양희'의 고백처럼 지금 이 순간의 현실은 언젠가 또 부끄러워해야 할 과거로 바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지 지난 과거를 붙잡고 사과로 일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 소설집에 실린 9편의 단편에는 저마다의 과거를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어떻게 읽으면 무미건조한 문체일 수도 있고, 또 어떻게 읽으면 쿨한 느낌일 수도 있는 김금희 작가의 소설을 나는 '고급지다'고 느꼈다. 감정이라곤 조금도 실리지 않은 듯한, 무심한 듯 스쳐가는 창밖의 풍경처럼 작가는 그렇게 소설을 쓴다. 우리의 과거도 그렇게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당신의 과거는 안녕하냐'고 묻는 것처럼.

  • 너무 한낮의 연애 | su**93 | 2016.07.1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소설을 읽는 것이 참 재밌다. 전에는 허구적 상상력으로 구성된 소설이 무슨 의미인가 해서 수필이나 에세이, 자서전, 시집 등을...

    소설을 읽는 것이 참 재밌다. 전에는 허구적 상상력으로 구성된 소설이 무슨 의미인가 해서 수필이나 에세이, 자서전, 시집 등을 주로 읽어왔다. 정말 좋은 작품을 많이 있었다.

     

    에세이와 관련해서는 치열한 삶의 흔적 보다는 어디서 들은 좋은 이야기로 구성되는 것을 보면서 지나치게 따라하기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서점에 선을 보일 때에는 선풍적인 인기와 더불어 감동도 되었지만 그러한 책들이 많아지다보니 이제는 그럼 저자가 삶을 통해 보인 치열한 흔적이 무엇인가에 더 관심이 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에세이나 자기발전적 저서에는 손이 가지 않게 되었다.

     

    시집도 멋지기는 한데, 시인이 이해하는 언어로 표현한 것을 이해하려다보니 다소 짜증스럽기도 하고 어느 때에는 불쾌하기까지 한 경우도 있다. 독자가 공부를 안해서 그렇다고 하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시집을 통해, 사물을 보는 색다른 시각을 가진 시인의 표현과 시선으로 삶을, 사물을, 세계를 바라보고 싶은 것이 독자 아닌가. 그런데 그것을 독자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시인의 독선이 아닌가 싶다. 하기사 책을 안사보면 그만인 독자의 입장에서야 아쉬울 것도 없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소설에 눈이 갔다. 요즘 읽는 소설들, 참 재밌다.

    <북쪽 녀자>도 재밌었고 <마지막 무관생도들>도 재밌었다.

    산문집에서는 <순희야 순희야>가 재밌었는데 초보 작가라는 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와 감동, 교훈이 들어있었다.

     

    이제 30대 중후반으로 접어드는 김금희 소설가의 <너무 한낮의 연애>를 읽어보았다. 9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인데 이전에 발간한 책보다 더 이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 전개할 내용, 마무리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면서 읽었다.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쓰는 허구적 요소가 강하더라도 작가의 경험, 사고,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전작 단편모음집 <센티멘탈도 하루이틀>에 비해서 재미와 구성이 성장했다고 보여진다.

    나이가 드는 것은 늙는 것이 아니라 성숙하는 것이고 깊어지는 것이다. 그래야 사는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그러한 의미에서 김금희 작가의 소설은 계속해서 관심을 갖게 한다. 다음에는 무슨 작품이 나올까. 소설만큼이나 성숙해가는, 성장해가는, 깊어가는 소설가의 진면목을 보는 것도 소설책을 대하는 기쁨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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