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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하이퍼텍스트, 하이퍼미디어(위대한 순간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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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5464449X
ISBN-13 : 9788954644495
텍스트, 하이퍼텍스트, 하이퍼미디어(위대한 순간 7) 중고
저자 유현주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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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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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내형 상세 미선택 낙서 미선택 얼룩 미선택 접힘 미선택 낙장(뜯어짐) 미선택 찢김 미선택 변색 [출간 20170217, 판형 148x205, 쪽수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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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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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픽션, 디지털 포엠, 하이퍼필름…… 디지털 세상에서 하이브리드화되어 분화하는 새로운 형식들! 디지털 문학은 문학의 진화인가, 새로운 예술인가? 1987년 최초의 하이퍼픽션인 마이클 조이스의 『오후, 이야기』에서부터 최근 텍스트 기반의 디지털 포엠으로 주목받는 한국의 세계적인 넷아티스트 '장영혜중공업', 문자빗방울들로 가상과 현실이 뒤섞이는 혼합현실을 구현하는 우터백/아키튜브의 「텍스트 레인」까지, 기술 발달과 더불어 다양한 실험과 미학적 전략을 선보여온 디지털 문학에 대한 회고와 전망을 보여준다.

저자소개

저자 : 유현주
저자 유현주는 연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훔볼트 대학에서 디지털 문학의 미학적 가능성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매체이론과 문화이론, 독일 현대문학이며, 특히 상호매체이론과 독일 및 한국 문학의 비교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 독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하이퍼텍스트, 디지털 문학의 키워드』가 있고, 옮긴 책으로 『보이지 않는 것의 경제학』『예술, 매개, 미학』(공역) 등이 있다.

목차

000 프롤로그: 디지털 문학의 짧은 역사
001 매체 전환기의 문학: 디지털 문학과 하이퍼텍스트

1부 회고: 텍스트에서 하이퍼텍스트로
010 상호텍스트성: 문학은 언제나 상상력이다
011 상호작용성: 독자는 얼마나 능동적인가?
* 부설: 디지털 매체 시대의 신문 문예란

2부 전망: 하이퍼텍스트에서 하이퍼미디어로
100 상호매체성: 디지털 포엠과 문학의 다매체화
101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가상은 잠재적인 현실이다

111 에필로그: 계속되는 사이공간의 미학

책 속으로

디지털 문학의 짧은 역사에도 보석처럼 반짝이는 무수한 순간이 있었지만, 어쩌면 디지털 문학의 가장 위대한 순간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10쪽) 디지털 문학의 여러 형식은 하이브리드화되어 분화중이지만, 아마도 가장 유력한 문학 장르로 ...

[책 속으로 더 보기]

디지털 문학의 짧은 역사에도 보석처럼 반짝이는 무수한 순간이 있었지만, 어쩌면 디지털 문학의 가장 위대한 순간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10쪽)

디지털 문학의 여러 형식은 하이브리드화되어 분화중이지만, 아마도 가장 유력한 문학 장르로 디지털 포엠을 지목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포엠은 전람회나 인터넷 문학상, 문학 페스티벌에 여전히 자주 등장하면서, 사라져가는 다른 디지털 문학 장르와 대비되는, 꾸준한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17쪽)

우리는 정말 모든 경우에 능동적이고 싶어하는가? 지난 1990년대에 빠르게 진행된 하이퍼픽션의 짧은 역사를 상기해보면, 어쩌면 기대에 반하는 대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 노르베르트 볼츠의 지적대로, 쌍방향 TV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이건, 혹은 정보검색중인 유저, 아니면 하이퍼픽션의 첫 페이지를 클릭해보는 독자이건, 늘 무언가를 선택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상황이 즐거운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57쪽)

매체미학에서 빈 공간인 사이공간은 이중적 의미에서 수용자를 위한 공간이 되는데, 한편으로는 의미론적 빈자리로 (상호텍스트성의 영역에서) 수용자 스스로가 의미를 생성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매끄럽게 움직이는 매체의 균열을 드러내어 (상호매체성의 영역에서) 매체 간 차이를 인지하고 이를 수용자가 다시 능동적으로 결합하는 역할을 한다.(110쪽)

장영혜중공업의 작업은 이미지의 직접적 삽입을 배제하고 문자로만 작업하는 구체시의 문법을 따른다. 모든 작품은 철저히 ‘문자’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렇지만 그냥 문자가 아니라 ‘문자의 흐름’이다. 시의 재료는 문자이지만, 시의 재현방식은 영화의 방식인 것이다. 말하자면 음악과 함께 영화처럼 전개되는 키네마틱 포엠으로 이전의 구체시와는 분명히 구분된다.(118쪽)

하이퍼텍스트에서 하이퍼미디어로의 전환과 함께 주목되는 점은, 역사 속에서 언제나 문자의 미학적 경쟁자였던 ‘이미지’의 대약진이다.(120쪽)

수용자가 몰입된 채로 빈틈없이 진행되는 가상현실이 아닌, 현실과의 충돌을 통해 그 경계를 보여주고 수용자가 그 틈 안에서 두 세계를 직접 구성할 수 있는 혼합현실이라는 하이브리드는 하이퍼미디어 문학이 취할 수 있는 대안 전략이다.(136쪽)

아날로그 기술매체가 출현한 최초의 격동기를 살았던 독일 작가 브레히트는 “경계를 드러내고, 틈을 보이며, 계속해서 무너지는 작품”만이 오래 유지되는 작품일 것이라고 노래했다. 이러한 작품만이 수용자를 능동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매체에서도 이제 점점 불분명해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드러내고, 그 ‘사이’의 틈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독자의 성찰을 촉발할 것이다.(136쪽)

1990년대 초반의 하이퍼텍스트 연구가들이 희망하던 “작가의 죽음”이라던가 독자와 저자가 결합된 개념인 “독저자Wreder”(조지 랜도)의 탄생은 끝내 실현되지 않았고, 작가의 권력은 오히려 디지털 문학에서 어느 때보다 더 강화되고 있다. 작가는 이제 프로그래머로서, 혹은 프로젝트 지휘자로서, 적대적으로 설치된 에이전트 프로그램을 통하여, 독자의 ‘자유로운’ 연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144쪽)

‘문자’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문학을 우리는 계속해서 ‘문학’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애초에 디지털 문학이란 디지털 매체에서만 재현되고 수용될 수 있는, 즉 다시 종이 위로 인쇄될 수 없는 성격의 문학을 뜻했다. 그것이 이제는 ‘문학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디지털 예술’로 바뀌는 경향을 보인다. 내러티브의 성격이 강한, 즉 텍스트성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예술은 문학이 될 수 있을까?(14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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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텍스트에서 하이퍼텍스트로, 그리고 텍스트가 사라져가는 하이퍼미디어로! 가상과 현실, 문학과 예술의 경계를 뛰어넘어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우리 시대의 아방가르드 ‘디지털 문학’. 가상현실의 표면 위에 완벽한 환상을 구현할 것인가, ...

[출판사서평 더 보기]

텍스트에서 하이퍼텍스트로,
그리고 텍스트가 사라져가는 하이퍼미디어로!


가상과 현실, 문학과 예술의 경계를 뛰어넘어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우리 시대의 아방가르드 ‘디지털 문학’.
가상현실의 표면 위에 완벽한 환상을 구현할 것인가,
가상과 현실 사이의 틈을 벌려 성찰의 빈 공간을 마련할 것인가?

오스트리아의 넷아트 그룹 ‘차이트게노센’의 시청각적 디지털 포엠Digital Poem 「야투」(2001). 처음에는 위와 같이 완벽한 별모양이었다가, 독서가 진행됨에 따라 아래의 만화경처럼 부서진다.

디지털 아티스트 우터벡/아키튜브의 디지털 포엠 「텍스트 레인」(1999). 방문자의 실루엣을 따라 문자빗방울이 모이며, 이 문자들을 통해 단어나 문장을 인식한다.

【내용】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예학


# 장면 하나: 2017년 새해 벽두, 세계적인 미디어 아트 그룹 ‘장영혜중공업’(장영혜, 마크 보주)의 전시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 외벽에는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정치인들­­무엇을 감추나’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이들 문구는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오직 텍스트(문자)와 음악으로만 작품을 만드는 장영혜중공업은 이미 홈페이지에 공개한 플래시 포엠 작품 <삼성>에서 압도적인 문자의 흐름으로 삼성이라는 대기업과 자본에 예속된 우리의 자화상을 풍자한 바 있다.(www.yhchang.com)

# 장면 둘: 우터벡/아키튜브가 1999년에 발표한 「텍스트 레인Text Rain」(1999)은 증강현실을 선구적으로 활용한 디지털 포엠이다. 방문자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모니터 위의 흑백화면에 영사되고, 그 화면 위로 색색의 문자가 방문자 실루엣의 머리와 어깨 위로 떨어진다. 이 문자빗방울들은 수용자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수용자는 화면 위 자신의 실루엣을 따라 잠시 움직임이 둔해지는 알파벳들을 통해 단어나 문장을 인식한다.(camilleutterback.com)

20세기 후반 디지털 문학은 화려하게 등장했다. 몇 개의 링크를 통해 독자가 이야기의 향방을 선택하게 한 첫 작품 『오후, 이야기』(1987) 이후 하이퍼픽션Hyperfiction은 “미래의 문학”이라 칭송받았고, 문학을 넘어 예술과 사회 전반의 새로운 변화를 상징하는 장르로 떠올랐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높았던 것일까? 잔뜩 부풀려진 이론적 기대를 충족하는 결과물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디지털 문학은 빠르게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럼에도 급격한 기술 진보와 매체 환경 변화 속에서 실험은 계속되었고 상호텍스트성, 상호작용성, 상호매체성 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미학적 전략이 활용되면서 디지털 문학은 점차 문학과 예술의 경계를 뛰어넘어 미디어 아트로 나아간다. 현재 문학과 예술의 확고한 정체성과 권위에 가장 격렬하게 도전하고 있는 장르는 바로 디지털 문학과 미디어 아트다.
독일에서 매체 이론과 디지털 문학의 미학을 전공한 저자 유현주(연세대 독문과 교수)는 이 책에서 불과 30년의 기간 동안 극적인 변화를 겪은 디지털 문학의 역사를 회고하고, 첨단 테크놀로지에 기반을 둔 소셜 네트워크 사회에서 디지털 문학의 미래를 전망한다. 그런데 이러한 전망은 곧바로 디지털 시대의 생산자(창작자)/소비자(수용자) 관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하이퍼텍스트/하이퍼미디어에 기반을 둔 문학에서 드러나는 미학적 특징들은 전자 네트워크 시대의 예술적, 사회적 현상들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의 사용자는 과연 1인 미디어를 실현하는 창조적 생산자인가, 아니면 상업적으로 완성된 프로그램의 단순한 소비자일 뿐인가?
‘저자의 죽음’이니 ‘수용자의 생산자적 전환’이니 하는 속설과 달리, 디지털 문학에서 작가는 더욱 강력한 권력을 행사한다. 작가는 이제 프로그래머 혹은 프로젝트 지휘자로서 독자의 연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하이퍼미디어를 통해 완성하여 제공되는 가상세계는 언제나 정교한 조작의 위험을 내포하며, 가상현실에 빠져들어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자아의 흡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미학적 전략이 숨겨진 매체성을 들추어내는 ‘사이공간’의 발견이다. 하이퍼미디어 공간의 깊은 바다 속에 잠길지라도 그 사이로 성찰 가능한 틈새를 발견하는 일은 미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문예학의 관건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드러내고, 그 ‘사이’의 틈을 보여주는 것, 상호매체적 환경에서 ‘대상을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이퍼텍스트 문학의 대표 작가인 베르켄헤거의 하이퍼픽션
『도와줘! 네 개의 목구멍으로부터의 하이퍼텍스트』(1999) 중 한 장면의 스크린샷. 네 개의 팝업창은 등장인물 네 명의 속마음을 각각 대변하고 있다.

하이퍼픽션을 이미지와 소리로 가득찬 ‘온라인 뮤지컬’로 기획한 프랑크 클뢰트겐의 『끝없는 사랑』 중 한 장면. 하이퍼픽션에서도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니콜라이 포겔의 <세계문학의 독서 가능성>(2002?4)은 기존 디지털 문학의 어떤 장르로도 분류하기 어렵다. 텍스트들은 “세계문학의 경전”에서 인용한 것으로, 독자는 독서가 진행될수록 독서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처한다.

디지털 문학의 역사와 미학

디지털 문학이란?
디지털 문학은 단순히 ‘디지털화된 문학’이 아니며, 생산과 재현, 수용 조건이 ‘디지털 매체를 떠나서는 가능하지 않은 문학’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종이에 다시 인쇄될 수 없는 문학이다. 이러한 문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하이퍼텍스트 혹은 하이퍼미디어라는 기술적 프레임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국은 디지털 문학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작품 자체도 적을 뿐 아니라 이론적 연구도 빈약하다. 한때 후기구조주의 담론에 기대 추상적으로 논의된 바 있으나, 디지털 문학이 종이책 문학과 어떻게 다르고 여기서 파생되는 근본적인 미학적 변화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최근 소셜 네트워크의 부상으로 고조된 새로운 매체에 대한 전 사회적 관심도 기술과 활용 측면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진지한 이론적 성찰은 1990년대 이래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 책은 2000년대 들어서도 꾸준히 이어진 새로운 매체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바탕으로, 디지털 문학의 변천사와 그 미학적 관점들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하여 디지털 문학에 대한 가장 현재적인 논의를 보여준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문학을 설명하는 주요한 미학적 개념들이 1990년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본격적인 등장 이전에 이미 형성되었다는 사실이다. 가령 상호텍스트(쥘리아 크리스테바), 상호작용(조지프 릭라이더), 상호매체(더크 히긴스) 등의 개념, 그리고 심지어 하이퍼텍스트(테드 넬슨)와 가상현실(이반 서덜랜드)에 대한 개념 정의도 모두 1960년대에 나왔다. 디지털 문학의 위대한 순간을 담고 있던 씨앗은 1960년대 서구 사회에 충만하던 사회 혁신과 자유의 물결 속에 잉태되었던 것이다.

제1기: 상호텍스트성 ― 하나의 매듭에서 복수의 결론으로 뻗어나가는 하이퍼픽션
새로이 등장한 매체 환경에서 문학 실험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이 시기(1980년대 후반~1990년대 중반)에는 “책의 죽음”이 회자되고, 우리 모두가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끝”을 함께 목도하는 관찰자라는 선언도 이루어졌다. 이 시기의 대표적 디지털 문학형식은 하이퍼픽션이다. 한때 ‘미래의 문학’이라 불린 하이퍼픽션은 완결된 단편소설 형식으로, 하이퍼텍스트의 링크 기능을 사용하여 서사에 여러 갈래를 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기존 소설이 단 하나의 줄거리로 이어져나가는 선형적 구조라면, 하이퍼픽션은 하나의 매듭에서 복수의 결론으로 뻗어나가는 ‘다선형성’을 보인다. 독자에게 이야기의 향방에 대한 선택권을 주었던 것이다.
이 시기 디지털 문학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미학 개념은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이다. 하이퍼텍스트의 링크 기능은 마치 지금까지 문예학에서 이야기되던, 눈에 보이지 않던 ‘가상’의 상호텍스트성이 기술의 도움을 받아 ‘현실’로 나타난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하이퍼픽션의 링크는 독자와 관계없이 작가에 의해 주어진 것이기에, 독자는 결코 작가가 설정해놓은 경우의 수 이상을 경험하거나 만들어낼 수 없었다. 게다가 텍스트 중심의 산문 장르에 머물렀던 하이퍼픽션은 당시 빠르게 진행된 전자 네트워크의 멀티미디어화 흐름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 확보에 실패했다.

제2기: 상호작용성 ― 독자가 능동적으로 쓰기에 참여하는 공동창작 프로젝트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새롭게 각광받은 하이퍼텍스트의 기능은 링크를 통한 상호 소통이다. 이 시기 하이퍼픽션을 대신하여 디지털 문학의 총아로 떠오른 것은 ‘공동창작’이라는 네트워크 프로젝트이며, 이때 부상한 미학적 개념이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이다. 여기서 핵심은 수용자의 직접적 참여, 즉 단순히 이야기의 전개 방향을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글쓰기’에 참여하는 것이다.
공동창작 프로젝트는 하이퍼텍스트 시스템을 통해 수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문학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작품의 질적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자연히 독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또한 ‘상호작용성’ 자체에 대해서도 ‘우리는 정말 그렇게 능동적이고 싶은가?’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하이퍼픽션이나 공동창작 프로젝트에서 끊임없이 마주치게 되는 선택이나 기입의 요구는 많은 경우 참여자를 지치게 하여 진행 의욕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초기 디지털 문화 담론에서 즐겨 이야기하던 ‘저자의 죽음’도, ‘독자의 작가 전환’도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다. 무조건적 상호작용성이 참여자의 즐거움을 보장하며 작품의 미학적 가치도 제고할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져갔다.

제3기: 상호매체성 ― 한 작품 안에서 서로 다른 매체가 융합하고 분열하며 경쟁하는 디지털 포엠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전자 네트워크의 플랫폼이 전면적으로 변화했다. 인터넷 접속의 가장 큰 통로였던 퍼스널 컴퓨터와 웹이 후퇴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휴대하기 편한 소형 모바일 기기들이 약진했다. 인간과 기계가 만나는 인터페이스인 화면도 이전보다 더 작아졌다. 이제 네트워크화된 가상세계는 이미지와 동영상의 물결로 뒤덮였고, 새로이 등장한 디지털 작품들은 문학의 상위 개념인 ‘디지털 예술’에 더 가까이 수렴되고 있다.
이 시기의 특징을 요약하는 미학적 개념은 ‘상호매체성Intermediality’이다. 링크로 연결된 하이퍼텍스트보다는 다매체적인 ‘하이퍼미디어’가 디지털 예술을 규정하는 기술적 조건으로 새로이 자리매김한다. 한 작품 안에서 서로 다른 매체가 융합하고 분열하며 경쟁하는 ‘상호매체성’의 대표적인 문학 형식은 ‘디지털 포엠’이다. 스스로를 ‘아방가르드적 모던의 계승자’로 칭하며 전통미학과의 연계성을 강조하는 디지털 포엠은 공동창작 프로젝트에서 보았던 ‘적극적 참여를 통한 독자의 능동성’에 매달리지 않는다. 오히려 하이퍼미디어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현재적인 미학을 실험적 기법으로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상호작용성은 생산이나 창작의 측면보다는 유희적 성격으로 전환한다. 작품의 수용방식도 달라져, 더이상 컴퓨터를 마주하고 앉아 ‘선택하고’ ‘읽고’ ‘쓰는’ 데 머물지 않는다. 디지털 포엠의 무대는 전시장이나 극장 무대, 도심의 건물 외벽 등으로 확장되었으며, 독자가 직접 몸으로 작품과 상호작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매체 성찰이 가능한 순간: ‘사이공간’의 미학

아날로그 기술매체가 처음 출현한 최초의 격동기를 살았던 독일 작가 브레히트는 “경계를 드러내고, 틈을 보이며, 계속해서 무너지는 작품”만이 오래 유지되는 작품일 것이라고 노래했다. 이러한 작품만이 수용자를 능동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매체에서도 이제 점점 불분명해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드러내고, 그 ‘사이’의 틈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독자의 성찰을 촉발할 것이다.(136쪽)

디지털 문학은 점점 문학과 예술, 가상과 현실이 더이상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디지털 예술로 진화하고 있다. 첨단 테크놀로지와 전자 네트워크가 구축하는 가상세계, 가상현실의 위험성은 현실의 축소, 현실의 해체에 있다. 보드리야르의 예견처럼 우리의 현실은 하이퍼리얼리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인가? 새로운 매체가 만드는 가상현실은 매체 수용자에게 상상의 세계를 실제로 재현하여 보여주지만, 이 상상의 세계는 수용자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외부로부터 만들어져 주입되는 것이다.
이러한 매체 환경에서 매체의 표면에 균열을 내어 미학적 ‘빈 공간’을 만들어내려는 것이 ‘사이공간’의 미학이다. 가상과 현실 같은 이질적인 두 공간 사이에 위치한 사이공간은 양쪽 공간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관찰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장소이다.
이를 실제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 ‘혼합현실’이다. 혼합현실에서 수용자는 실제 환경 속에 편입된 가상현실을 보면서 두 현실과 동시에 관계한다. 실제세계와 가상세계 사이에는 수많은 단계의 혼합현실이 존재 가능하며, 어디까지가 현실이며 어디까지가 가상인지는 예술가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카밀 우터벡의 혼합현실 작품이 좋은 사례다. 우터벡은 <천상과 세속의 춤Dances of the Sacred & Profane>(2014)에서 시의 공간을 극장 무대로 전환시키고, <풍요Abundance>(2007)에서는 ‘미디어 파사드’ 형식을 빌려 작품 공간을 대도시 건물의 외벽으로 확장시킨다. 여기에서는 텍스트가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선택과 결합이라는 하이퍼텍스트의 원칙이 추상화되어, 인간의 몸과 상호작용하는 가상의 객체들로 표현된다. 관람객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인식하고 그 사이를 유영한다.
이처럼 매체의 매끈한 표면 속을 꿰뚫어보는 시선을 연마하는 일이야말로 고도로 복잡해지는 매체를 다룰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매체 능력이다. 미학적 대상을 관찰하는 데 필요한 대상과의 ‘거리’를 확보할 때에만 우리는 더욱 가상화되어가는 매체 환경 속에서 그 경계를 인지할 수 있다.

☆위대한 순간☆ 오늘을 일군 문학ㆍ역사ㆍ철학의 의미 있는 정점들

‘위대한 순간’은 문학동네와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이 함께 펴내는 인문교양 총서이다. 우리는 한 사회의 개인이나 사건의 특수성이 역사와 맞물려 보편성을 획득하는 의미 있는 정점을 ‘위대한 순간’이라 명하고, 문학ㆍ역사ㆍ철학 분야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그런 순간을 현재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이를 통해 과거의 빛나던 순간들의 의미를 독자들과 함께 음미하고, 다가올 시간을 위대한 순간으로 빚을 수 있는 인문정신의 토양을 일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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