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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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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쪽 | A5
ISBN-10 : 8971848235
ISBN-13 : 9788971848234
좋은 이별 중고
저자 김형경 | 출판사 푸른숲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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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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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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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후 슬픔에 절망하는 우리를 위한 치유의 메시지! 소설가 김형경의 심리 치유 에세이 『좋은 이별』. 어쩌다 한 번 느닷없이 닥쳐오는 일일 것 같은 이별을 사실 우리는 매일 맞닥뜨린다. 그러나 누구도 선뜻 ‘이별’을 화제로 꺼내지 않으며, 가급적 피해야 할 사건처럼 여겨진다. 인간의 마음과 관계의 문제를 탐구해왔던 저자는 이별로 절망하는 우리에게 이별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 사이에 일어나는 감정과 행동의 모든 층위를 세밀하게 그려내 보여줌으로써,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제1장은 이별을 말하지 않는 문화를 지적하며, 이별 후 우리가 겪는 감정과 애도 그리고 치유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2장은 이별했지만 상대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해, 충격과 마비, 부정 분노 등 돌아오지 못하는 마음에 대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우리의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는 심리 단계를 전한다.

제3장은 열정을 거두어오긴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보이는 심리 및 행동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4장은 열정을 자신의 회복과 변화를 이용해 사용하는 단계로, 상실의 고통을 충분히 겪고 난 후 새롭게 태어나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가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난 뒤에 보이는 다양한 애도 반응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자신이 정신분석 경험에서 얻어낸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가 이별로 겪게 되는 문제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이별의 감정을 표현하고 함께 나누는 일이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문제임을 시사하고, 이별과 애도의 과정을 공유하고 표현하기를 권한다.

저자소개

저자 : 김형경
1960년 강릉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1983년 《문예중앙》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1985년에는 《문학사상》에 중편소설 〈죽음 잔치〉가 당선되어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1980년대를 거쳐온 네 젊은이의 고뇌와 각성, 치열한 진실을 그린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로 제1회 국민일보 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세월》《피리새는 피리가 없다》《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성에》《외출》《꽃피는 고래》, 소설집 《단종은 키가 작다》《푸른 나무의 기억》, 산문집 《사람 풍경》《천 개의 공감》, 시집 《모든 절망은 다르다》 등을 펴냈다. 제10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1장 사랑의 다른 이름, 좋은 이별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았습니다-이별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이별 후 모든 감정은 정당하다
구석구석 안 아픈 데가 없겠지-애도는 나선 계단 같은 것
그때야 일어날 마음의 지진-애도 작업은 치유와 성장의 핵심

2장 돌아오지 못한 마음, 사랑은 그 자리에
차라리 겨울은 따뜻하였네-충격, 마비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부정, 부인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분노, 공격성
바람 부는 저녁마다 나는 혼자였다-공포, 불안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그리움, 추구
언덕 너머 무지개가 사는 곳-환상, 마술적 사고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미화, 이상화하기

3장 거두어온 마음을 어디에 둘까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자기애, 자기 성애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대체 대상 사랑하기
내가 돌아다닌 곳은 바다였다-떠돌기, 멀리 떠나기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자폐 공간에 숨기
누가 맵찬 손으로 귀싸대기를 후려쳐주었으면-죄의식, 자기 파괴
저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조증으로 폭발하기
내겐 웬 혹만 생기는 것일까-몸의 증상

4장 이제 나는 행복을 노래하련다
몸이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우울증, 붕괴
내 몸속을 물로 된 사람이-슬픔, 통곡하기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승화, 자기표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독서, 슬픈 노래 부르기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용서, 참회하기
잘 가라, 내 청춘-분리, 떠나보내기
너의 아름다움과 너의 가난이-통합, 내면화

책 속으로

모든 심리적 문제의 원인은 사랑을 잃는 경험 이제는 누구나 한 인간을 정신적으로 탄생시키고 꾸준히 성장하게 하는 힘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병들게 하거나 심리적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기제는 사랑을 잃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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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심리적 문제의 원인은 사랑을 잃는 경험
이제는 누구나 한 인간을 정신적으로 탄생시키고 꾸준히 성장하게 하는 힘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병들게 하거나 심리적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기제는 사랑을 잃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이다.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심리적 문제들은 사랑을 잃은 이후 맞이하는 상실의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다. - 25~26쪽

오직 잃어버린 강아지에 대해서만 말하는 남성들
잃어버린 강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냉소적인 말투를 하든, 우스개처럼 말하든, 힘없이 쓸쓸한 표정을 짓든 그것이 그들에게는 정당한 반응이라는 것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뒤늦게 알아차린 사실은 남성들이 잃어버린 강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은 비단 강아지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강아지는 그들이 살면서 잃어온 모든 것들에 대한 표상이거나 환유였다. 강아지는 잃어버린 부모거나, 미친 듯이 사랑했던 여성이거나, 회복할 수 없게 짓밟힌 자존심이었다. 슬픔이나 실연감을 겉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관습에 더 많이 지배당하고 있는 남성들은 실연이나 실직, 실패의 경험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고 오직 잃은 강아지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을 뿐이었다. - 32~33쪽

애도, 모든 심리적 문제의 본질적 해결책
상실이나 결핍이 모든 심리적 문제의 원인이라면 애도는 그 문제에 대한 본질적 해결책이다. 정신분석적 심리 치료는 지금 이곳에서 불편을 겪는 문제의 원인을 내면 깊은 곳에서 끄집어내어 해석해주고, 상처 입은 곳으로 돌아가 그때 충분히 슬퍼하며 울지 못한 울음을 다시 우는 작업이다. 상처 입은 과거의 자기뿐 아니라 옛 영광에 집착하는 자기, 분노에 붙잡힌 자기도 충분히 슬퍼한 후에 떠나보낸다. 심리 치료는 그러므로 미뤄둔 애도를 뒤늦게 실행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36쪽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 이별의 범주
뒤늦게라도 잘 슬퍼하고 떠나보내야 할 이별의 대상은 부모, 형제, 연인만이 아니다. 프로이트가 이미 말했듯이 ‘사랑하는 사람의 자리에 대신 들어선 어떤 추상적인 것’에 대해서도 애도해야 한다. 오늘날에는 그 추상적인 것의 범주가 한층 넓어지고 있다.
정체성의 일부인 직장, 직위, 명예 등을 잃었을 때, 젊고 아름다웠던 과거의 자기를 떠나보내야 할 때, 부자라는 사실을 정체성의 일부로 여기는 이들이라면 주식 투자를 했다가 돈을 잃었을 때도 상실감을 경험한다. 생의 한 시기에 온 힘을 다해 몰두했던 꿈, 목표, 이데올로기 등을 잃었을 때, 연극배우들이 혼신을 다한 공연을 끝냈을 때, 고시 공부에 몰두한 이들이 시험에 합격했거나 불합격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애착의 감정을 품었던 모든 대상, 애완견이나 필기구 같은 것을 잃었을 때도 상실감을 느낀다. - 37~38쪽

진정한 ‘나’로 서기 위해 내면의 부모 이미지 떠나보내기
애도를 정신분석적 심리 치료의 핵심 개념이라고 할 때, 뒤늦게라도 잘 떠나보내야 하는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대상은 내면에 간직된 부모 이미지이다. 우리 모두 내면에는 유아기 때 만들어 가진, 긴밀하게 의존하고 있는 부모 이미지가 있다. 그들을 내면에 모셔둔 채 부모를 위해 성공하려 하고, 성공의 영광을 부모에게 바치고 싶어 한다. 반대로 내면에서 질책하는 부모 목소리를 듣거나 모든 잘못된 문제를 부모 탓으로 돌리려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정신분석적 심리 치료가 목표로 하는 지점은 내면에 의존하고 있는 부모 이미지를 떠나보내고 주체적이고 자립적인 개인으로 서는 것이다. 경제적 ? 사회적 독립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와 관계된 애증의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이다. - 43쪽

자신의 용기를 믿기
인간에게는 무한한 가능성과 복원력이 있으며, 우리는 슬픔이나 고통보다 강하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또한 이 시기에는 자신을 관대하게 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 연민이나 슬픔은 애도 기간 중 느끼는 핵심적인 감정이다. 우리 사회는 슬픔을 드러내거나 자기 연민을 보이면 경멸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 우리가 점점 공격적이 되어가고 있음을 이해한다. 자기 연민을 느껴본 사람만이 타인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을 가질 수 있다. -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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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누군가를 잘 떠나보낸 후 삶은 더 풍부해지고 단단해진다 -《사람 풍경》《천 개의 공감》에 이은 김형경 심리 에세이 3부작의 완결편 ‘이별’이라고 하면 어쩌다 한 번 일상의 리듬을 깨며 느닷없이 닥쳐오는 일일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거의 매...

[출판사서평 더 보기]

누군가를 잘 떠나보낸 후 삶은 더 풍부해지고 단단해진다
-《사람 풍경》《천 개의 공감》에 이은 김형경 심리 에세이 3부작의 완결편

‘이별’이라고 하면 어쩌다 한 번 일상의 리듬을 깨며 느닷없이 닥쳐오는 일일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거의 매일이다 싶을 정도로 자주 이별의 상황과 맞닥뜨린다. 사랑했던 이와 헤어지기도 하고, 오랫동안 몸담았던 학교나 직장을 떠나기도 하며, 질병이나 사고로 소중한 가족을 영영 잃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선뜻 ‘이별’을 화제로 꺼내지 않는다. 이별은 가급적 피해야 할 사건,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조용히 치러내야 할 ‘좋지 않은’ 일이라 여겨진다. 그런 탓에 실제로 이별의 상황에 놓였을 때에야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며 자신이 이별이라는 상황에 얼마나 취약한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자신의 심리 치료 경험과 정신분석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심리 에세이 《사람 풍경》《천 개의 공감》을 펴낸 소설가 김형경은 인간의 마음과 관계의 문제를 탐구해오던 지난 몇 년간의 여정을 종합하는 주제로 ‘이별’을 택했다. 이별 이후의 슬픔을 극복해내는 과정인 ‘애도’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의 모든 영역을 두루 체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별에 대해 말하지 않는 문화가 우리의 이별 과정을 더 고통스럽게 하고, 그 후유증이 자신은 물론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생각으로 이별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행동의 모든 층위를 세밀하게 그려 보여준다. 어떤 대상에 대해 잘 알게 되면 두려움이 크게 줄어들듯이 이별에 대해 충분히 알고 나면 충격을 최소화하며 건강하게 위기를 넘길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다.
이 책은 총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이별을 말하지 않는 문화가 낳은 병적인 현상들을 실제 인물이나 문학작품 속 인물을 통해 지적하며, 상실이나 결핍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충분히 슬퍼한 뒤 그 속에서 빠져 나오는 ‘애도’가 슬픔을 치유하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안한다. 이어지는 2, 3, 4장에서는 이별 후 나타나는 다양한 감정과 행동을 단계별로 설명해 독자가 이별 후 자신이 보인 반응을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2장에서는 이별은 했지만 사랑과 열정(리비도)이 아직 상대를 향하고 있는 심리 단계를, 3장에서는 리비도를 거두어오긴 했으나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 보이는 심리 및 행동 양태를 다루고 있다. 4장에서는 비로소 리비도를 자신의 회복과 변화를 위해 사용하는 단계, 즉 상실의 고통을 충분히 겪고 난 후 새롭게 태어나려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상실의 시대, 그러나 이별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
최근 1, 2년 사이에 우리는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나라의 큰 어른이었던 종교 지도자, 가족처럼 마음을 기대던 국민 여배우, 인기 작가 등 유명인의 죽음을 연달아 접하면서 전 사회적으로 이별, 상실, 죽음에 얽힌 감정을 쉴 새 없이 겪었다. 떠나간 이의 빈자리를 아쉬워하고, 그 빈자리를 곁에 두고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허무함마저 느꼈다. 그러나 충격과 슬픔 속에 온 나라가 들썩이던 며칠이 지나고는 누구도 그들의 이야기를 섣불리 꺼내지 않는다. 우울하고 꺼림칙한 이야기 혹은 조용히 혼자 정리해야 할 사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이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거나 오래 키우던 강아지를 잃어버렸거나 한때 전부와도 같았던 꿈이나 목표, 이념을 내려놓아야 할 때도 우리는 혼자 조용히 마음속으로 상실감을 달랜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 다 꺼내놓던 사람들이 이별 앞에서는 “응, 헤어졌어. 다 끝났어.” 하며 입을 닫아버리고, 행여 남의 눈에 약한 모습으로 비칠까 눈물도 한숨도 꾹 참는다. 저자는 이렇게 이별의 감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태도가 우리를 병들게 하고 있다며, 불시에 찾아오는 심리적 문제의 대부분은 잘 이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평생에 걸쳐 발달 장애와 분리 불안을 겪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그 대표적인 예다.

“로빈은 1953년 10월 뉴욕에서 죽었다. 로빈의 부모는 다음 날 라이에서 골프를 쳤고, 그다음 날엔 간소한 추도식에 참석한 뒤 텍사스로 돌아왔다. 부시는 여동생이 아팠다는 사실을 동생이 죽고 나서 부모가 집으로 돌아온 뒤에야 알았다. 부시의 가족은 로빈이 코네티컷 주의 가족 묘지에 묻힐 때 집에 있었으며 장례식도 치르지 않았다.”
〔…〕애도할 줄 모르는 그들의 태도는 어린 부시에게 슬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했고, 그 일로 인해 부시는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조지는 ‘부시 테일’로 불렸는데 항상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라는 뜻이었다. 〔…〕그에게는 또한 난독증과 언어 장애도 있었는데 그것 역시 불안 때문에 생긴 증상이었다. 〔…〕지금도 그는 신문을 읽지 않으며, 한국을 거쳐 중국에 잠깐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외국에 나간 일이 없고, 아내와 24시간 이상 떨어져 지내지 못한다. - 34~36쪽

저자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충분히 슬퍼하지 않고 지나온 뒤 ‘견딜 수 없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충동적으로 퇴사를 결심했던 자신의 예를 비롯해 연인과 헤어진 후 잠적했던 친구, 가족을 잃은 뒤 성(性)에 몰두하게 된 카사노바와 뒤라스, 여동생의 죽음 이후 방황의 길로 들어선 《호밀밭의 파수꾼》속 주인공 소년 등 실제 인물과 문학작품 속 인물을 넘나들며 이별 후의 상실감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할 경우 초래되는 심리적 문제를 보여준다. 이런 개인적 차원의 이별뿐 아니라 젊음을 바친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을 잃은 뒤 성 추문, 권력형 비리 등을 일으킨 운동권 지식인 세대, 평생 분노와 공포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참전 군인들, 식민지 시대와 전쟁, 독재와 가난이 남긴 상처를 돌보지 않아 자주 폭발하듯 감정을 분출하는 우리 국민을 예로 들며, 이별의 감정을 표현하고 함께 나누는 일이 사회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애도’는 성찰과 성장을 위한 생의 필수 과정
저자는 이별 이후 슬픔과 상실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표현하여 떠나간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나’로 변화하는 과정, 즉 ‘애도’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1장에서 잘 이별하지 못하면 병이 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제안한 프로이트부터 시작해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서 정립되어온 애도 이론을 찬찬히 소개한 뒤 이어지는 2, 3, 4장에서는 자신의 애도 경험과 그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던 문학작품 속 혹은 실제 인물들의 사례를 빌려 이별 이후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 이별 후의 모든 감정과 행동을 애도 반응으로서, 즉 이별의 긴 터널을 통과하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서 긍정해주기 위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애도’를 자연스럽게 말하며 상실의 아픔을 현명하게 극복하기 바라는 저자는 ‘애도’라는 말 자체가 우리 안에서 자아내는 어둡고 무거운 뉘앙스를 걷어내기 위해 그 의미와 기능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즉 애도는 단지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행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내면의 ‘상처받은 나’를 떠나보내고 한층 성숙한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애도 작업을 잘 이행하면 자기 자신을 잘 알아보게 되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게 된다. 자기를 알아볼 수 있으면 타인도 잘 알아보게 되어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이 커진다. 애도 과정이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의 모든 영역을 두루 체험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지나오면 정서적으로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삶의 다양한 국면에 대한 이해력이 커진다.
그보다 좋은 것은 애도 작업을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대상 없이도 살아갈 수 있고, 혼자 힘으로도 잘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자신감과 자율성이 강화된다. 그리하여 애도 작업이 끝나면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한결 강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화하게 된다. 생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며 새로운 자기, 새로운 비전, 새로운 생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 44~45쪽

이 책에는 우리가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난 뒤에 보이는 다양한 애도 반응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아직 사랑의 마음이 상대에게 향해 있는 단계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는 마비 증상, 상대가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며 이별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 이유 없이 분노를 표출하는 공격성, 끔찍이도 미워했던 상대를 좋은 사람이었다고 추억하는 미화 등이 나타난다. 한편 상대로부터 마음을 거두어오긴 했지만 잘못 사용하는 단계에서는 그 모든 관심과 열정, 특히 성적 에너지를 자기 자신에게 쏟는 자기 성애(性愛), 떠나간 이를 대신할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몰두, 두문불출하며 자기 안으로 숨어드는 자폐 증상, 자살 충동과 같은 자기 파괴적 욕구 등이 나타난다.
이런 비정상적인 일탈의 시간 속에서 내면의 열정을 잘 추슬러 회복과 변화를 위해 사용해야 새롭고 건강한 ‘나’로 거듭날 수 있다. 저자는 목 놓아 울거나 슬픈 노래를 부르거나 글, 그림, 춤 등으로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고, 용서할 수 있는 것들은 용서하기를 권한다. 그렇게 서서히 떠나간 사람으로부터 나를 분리해낸 뒤 그와의 추억은 물론이고 애도 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슬픔까지도 내 일부로 간직해 새로운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까지가 진정한 애도라고 말한다. 독자들은 저자가 그려 보이는 애도의 전 과정을 따라가며 이별 이후 자신이 보인 감정과 행동의 정체를 확인한 뒤 이별을 한층 강하고 아름다운 나로 성장하는 계기로서 긍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실천적인 지침이 돋보이는 문학적인 심리 에세이
《좋은 이별》은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이론을 바탕에 두고 있으나 저자의 실제 애도 경험과 그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던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예를 활용해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낸 다분히 문학적인 심리 에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별 후 나타나는 다양한 감정과 행동을 생생하게 예시하여 독자들이 자신의 애도 반응을 긍정하며 치유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또한 각 글의 제목으로 쓰인 시구절과 문장은 애도 감정을 놀랍도록 충실하게 압축해낸 것들로, 단 한 문장에서 위안을 얻고 시각이 바뀌는 인상적인 경험을 안길 것이다.
한편, 이 책에는 또 하나의 얼굴이 있다. 문학의 향기를 짙게 풍기면서도 매우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Tip을 담고 있어 이별 지침서나 처방전으로 활용한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저자는 도입의 역할을 하는 1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글의 뒷부분에 ‘Recipe’라는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어 Tip을 실었다. 이 부분에는 ‘이별은 존재 전체의 상실이 아니라 부분 상실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등등 생각을 전환할 수 있게 하는 포괄적인 조언에서부터 ‘물을 많이 마시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라’, ‘추억의 장소를 찾아가라’, ‘1년 후의 모습을 적어보라’ 등처럼 일상에서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는 사항까지 이별의 여러 고비에서 꺼내볼 수 있는 지침들이 폭넓게 제시되어 있다. 이 책이 단지 지식을 제공하거나 감성을 자극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별의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이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진심 어린 바람을 엿볼 수 있다.

‘괜찮아’라고 말하지 않기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느냐고 인사할 때 ‘괜찮다’는 의례적인 답을 건네지 말고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여전히 좀 슬프다, 무거운 마음이 걷히지 않는다 등등.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내면의 문제가 조금씩 해결된다.〔…〕형식적으로 질문한 후 솔직한 답변 앞에서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질문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후 화제를 바꾸면 된다. - 88쪽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이별이나 상실 앞에서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묻지 않는다. 사건의 내막이나 헤어진 이유를 낱낱이 파헤치려 하지 않는다.〔…〕왜냐고 묻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아픈 마음을 다스리며 현실 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일이다. 사실 떠난 사람조차도 자신이 왜 떠났는지 명확한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 107쪽

몸을 안아주기, 몸을 쓰다듬기
“고통을 견디려면 하루 세 번 포옹하고, 아픔을 치유하려면 하루 다섯 번, 마음이 성숙해지려면 하루 여덟 번 포옹하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과 손을 잡거나 안아주면서 신체적 접촉의 치유 효과를 느껴본다. 친밀한 사람과 가까이 앉아 그들의 사랑 에너지를 느껴본다. - 190쪽

<책속으로>
황폐한 내면을 안고 살아가는 전쟁 세대
베트남에서 복무했던 사람 중 10만 명 이상의 미국인 남녀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노숙자 인구 중 약 40~60퍼센트는 베트남 참전 군인들이라고 한다. 베트남 참전 군인들은 국민 평균보다 이혼율이 훨씬 높다. 친밀한 관계를 맺을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
“전쟁의 현실은 사라지지 않은 채 오늘도 나와 함께 살고 있다. 전쟁은 결코 내 삶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저런 문장을 읽으면 불과 얼마 전에 우리가 경험한 한국전쟁, 그리고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우리 윗세대가 떠오른다. 그들의 내면은 어떨까 짐작해보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그들이 전쟁에서의 용맹과 위업만을 말할 뿐, 슬프거나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말하지 않는 점도 뒤늦게 마음이 쓰인다. - 75~76쪽

불안과 공포는 분노의 다른 얼굴
불안이나 공포심은 아직 분노의 감정을 표출할 줄 모르는 아기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분노를 표현하면 사랑하는 대상을 잃을까 두려운 아이, 분노를 표현했을 때 받아들여지고 달래어진 경험이 없는 아이도 분노를 모두 외부로 돌려 누군가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심으로 경험하게 된다. 성인 중에서도 분노를 표출하기에는 자아가 약한 사람들이 분노 대신 박해 불안을 경험한다. 타인이, 그리고 세상이 자신을 미워하고 적대적으로 대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 81쪽

커다란 상실 이후 찾아드는 중년의 사랑
중년이 된 후 이따금 친구들에게서 ‘힘들다’는 말을 듣는 때가 있다. 〔…〕 돈 때문에 힘들면 은행에 가서 해결하고, 회사 일로 힘들면 상사나 동료와 의논하여 해결책을 찾으면 될 것이다. 해결책이 없는 힘듦, 그리하여 오직 ‘힘들다’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은 사랑의 감정과 관련된 것뿐이었다.
이제야 알게 된 또 한 가지 사실은 중년의 친구들이 사랑에 빠질 때 그것은 노년의 어머니나 아버지를 잃은 후라는 점이다. 부모를 잃는 순간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무의식이 그렇듯 치밀하면서도 절박하게 오이디푸스적 갈등이 내포된 관계 속으로 돌진한다. 이 나이에 이런 사랑을 만나다니, 내면에서 올라오는 열정을 스스로 축복하기도 한다.
중년기에 부적절한 삼각관계에 빠지는 것 역시 애도 작업의 일환이다. 생애 초기의 삼각관계를 현재에 구현하여 그때 잃어버린 대상을 되찾고자 한다. 클린턴과 르윈스키처럼, 그 관계의 무의식적 진짜 목적은 잃은 대상을 되찾은 다음 다시 한 번 잘 떠나보내고자 하는 것이다. 오이디푸스적인 내적 대상을 떠나보내는 일은 우리가 상징계로 들어서며 진정한 성인이 되는 지표이기도 하다. - 96~97쪽

우울증, 회피해온 슬픔이 끝내 이르는 병
중증 우울증을 경험한 이들은 하나같이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우울증이 찾아왔다”라고 말한다. 〔…〕 그들이 스스로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상실 이후의 감정을 부인, 회피, 억압하는 방법으로 애써온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하는 지점이다. 슬픔을 잘 참고, 혼자 고요히 가라앉히고,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않은 채 혼자 잘 처리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마음을 병들게 하는 지름길이라는 걸 모르는 채 오래도록 잘못된 길을 걷는다. 그 길의 끝에서 우울증을 만날 때까지.
우울증은 억압하거나 회피해온 슬픔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수용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외면해두었던 고통을 받아들여 정서의 일부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무거워지고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 외면해둔 고통 속에는 내면의 분노, 불안, 시기, 질투 등 인정할 수 없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기꺼이 수용하는 어려움도 포함된다. - 199쪽

사랑과 분노, 감사와 시기심, 관용과 질투를 한마음으로
정신분석학자들은 애도 작업에서 성취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로 양가감정의 통합을 꼽는다. 떠난 사람에 대해 느끼는 사랑과 분노를, 감사하는 마음과 시기심을, 관용과 질투를 모두 자기 내면에서 합쳐야 한다. 멀리 떨어뜨려둔 부정적인 감정들을 건강한 마음과 합쳐서 자신의 일부로 만들면 그만큼 마음이 크고 튼튼해진다. 내면을 억압하는 데 사용하던 에너지도 보다 창의적인 곳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 199~200쪽

진정한 자유는 용서한 사람이 받는 선물
정말로 용서하고 싶지 않다면 억지로 용서할 필요는 없다. 용서하지 않고도 과거를 정리하고 화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용서하면,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용서할 수 있다면 가해자보다 강해졌다는 뜻이다. 진정한 자유는 용서한 사람이 받는 선물이다. 〔…〕
아까운 삶을 분노하고 복수하는 데 허비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 창의성을 발휘할 역량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본다. 분노도, 고통도 내가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용서를 청하면 잘 받아준다. 건성으로, 약삭빠르게 사과하는 태도만 취한다고 느껴질 때라도 용서를 받아준다. 더러운 오물도 흙으로 덮어주면 좋은 거름으로 바뀔 수 있다. - 241쪽

과거의 인물, 과거의 ‘나’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기
애도 작업의 마지막 단계는 잃은 대상을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일이다. 죽음 쪽으로, 텅 빈 상실 쪽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적절한 시점에서 과거의 인물을 떠나보내야 한다. 동시에 과거의 인물과 관계 맺으며 형성한 과거의 자기도 떠나보내야 한다. 연인에서 싱글로, 아내에서 미망인으로, 누군가의 자식에서 부모 없는 사람으로 달라진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새 정체성에 맞춰 새로운 자기로 태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떠난 사람에 대해서 ‘그가 나를 버리고 떠났다’라는 사실에 집착할 게 아니라 ‘나는 그가 떠난 상황에 주도적으로 대처할 것이다’라는 태도를 취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일이 필요하다. 나의 실존은 떠난 연인이나 부모에게 달려 있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의 결정과 행동에 달려 있다. 삶의 의미조차 스스로 발견해내야 하는 것이다. - 246~247쪽

삶을 구조 조정하기
이번 기회에 자신의 역량이나 생의 자산 가치를 평가해보고, 그것을 어디에 투자해서 어떤 이윤을 창출할 것인지 새롭게 기획한다. 생의 목표를 이전보다 한 단계 높은 가치를 향해 맞추고 비전과 정체성을 새롭게 포맷한다. 애도 기간에 받은 타인의 친절과 호의는 사회에 보답한다. 베푼 사람에게 곧바로 보답하면 상대방의 의도를 무화시키는 결과가 된다. 공동체에, 제3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미 우리 생이 더 높은 가치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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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박용범 님 2012.10.25

    우리가 그토록 아픈건 잘 이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김이숙 님 2010.06.28

    우리 마음의 모든 문제는 잘 이별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고, 치유와 성장은 잘 이별하는 데서 비롯된다.

  • 윤미영 님 2010.06.14

    우리는 이별을 삶의 경험 중 하나가 아니라 특별한 패배의 경험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별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잃었다고 말하면서.

회원리뷰

  •   남자와 여자의 만남에서, 연인 사이의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한 사람과 다른...
     
    남자와 여자의 만남에서, 연인 사이의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서로 호감을 느껴 만나고는 좋은 모습, 나쁜 모습을 다 알게 되었을 때, 그럴 때 마지막의 모습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 그것이 이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상대방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도 그사람을 위해 좋은 모습으로 헤어짐을 맞이하는 것. 그것이 한 사람의 성숙함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랑하는 대상을 잃었을 때뿐 아니라 사랑의 감정이 결핍되었을 때, 사랑을 기대한 사람으로부터 폭력이나 학대를 당햇을 때도 애도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박탈이나 폭력의 심각함은 어린 시절에 경험할 수 록 치명적이다. 앞서 언급한 부시와 히틀러는 사랑의 결핍으로 인해 불안과 공포를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비슷한 측면이 있다. 히틀러는 성장기에 가족을 잃었을 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사는 동안에는 사랑의 감정 자체를 거세당했다. 히틀러의 아버지는 "야멸치고, 무자비하고, 우쭐거리고, 가차없고, 비뚤어지고,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이고 , 무지한 사람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남편의 야만적인 대우를 말없이 참는 무기력한 희생자였다."
     
    책 속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만남 또한 그렇듯 이별도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더 좋은 이별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리뷰는 추억의 백일장 : 가을 응모작 입니다. 백일장 바로가기
  •   좋은 이별이라니.... 그래 우리가 어떤 의미에서건 이별을 해야 한다면 우리 각자에겐 '좋은 이별'이 필요할...
     

    좋은 이별이라니....

    그래 우리가 어떤 의미에서건 이별을 해야 한다면 우리 각자에겐 '좋은 이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처음 책제목을 접했을 때 든 생각이다.


    그럼 과연 좋은 이별(사별 포함)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어떤 종류의 이별을 하게 되더라도 이별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애도 작업’을 통해 그것을 생의 풍요를 위한 밑거름으로, 즉 내 안에서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일종의 기회로 삼게 될 때 그것을 좋은 이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 각자는 이별을 하더라도 ‘좋은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좋은 이별이라는 것은 정신분석학에서 좋은 치료의 핵심 개념으로 제안한 ‘애도’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오래된 상실에서 비롯된 마음의 문제는 뒤늦게라도 애도 작업을 잘 진행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잃은 대상을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일은 개인적으로 변화, 성장하는 소중한 방법이기도 하다.


    애도는 상실 문제에 대한 본질적 해결책이다. 정신분석적 심리 치료는 지금 이곳에서 불편을 겪는 문제의 원인을 내면 깊은 곳에서 끄집어내어 해석해주고, 상처 입은 곳으로 돌아가 그때 충분히 슬퍼하며 울지 못한 울음을 다시 우는 작업이다. 상처 입은 과거의 자기뿐 아니라 옛 영광에 집착하는 자기, 분노에 붙잡힌 자기도 충분히 슬퍼한 후에 떠나보낸다. -p.36


    따라서 이 책에서 말하는 좋은 이별을 위한 '애도 작업'이라는 것은 결국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에서 말한 융 심리학의 그림자 작업과 근본적으로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다만, 그림자 작업이 애도 작업을 포함하는 더 큰 개념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의 내용을 보자.


    정신분석학자들은 애도 작업 중 양가감정과 공격성을 처리하는 문제가 제일 중요한 대목이라고 의견을 모은다. 분노의 감정이 보살펴지지 않은 채 오래 누적되어 차갑고 딱딱하게 변하면 증오가 된다. 증오는 강한 혐오감이나 원한의 마음, 연민이나 죄의식이 없는 마음이다. 내면에 억압되어 있는 분노의 감정이 엉뚱한 곳에서 비합리적으로 과격하게 표출되는 것은 격노이다. 격노는 작은 일에 크게 분노하고, 엉뚱한 곳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나고, 한번 솟구친 화가 잘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다. 애도 불이행에서 비롯되는 분노는 스스로 증폭하여 끝내 공격성으로까지 표출될 수 있다. -p.76


    분노를 행동화하지 않기

    분노를 처리할 때 특히 조심할 것은 그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는 일이다. 이 대목은 수천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대상을 직접 공격하지 않더라고 물건을 발로 차거나, 베개를 던지거나, 샌드백을 두드리거나 하는 폭력적인 대체 방법도 지양해야 한다. 그런 폭력적인 행동이 몸에 배면 통제력을 잃은 상황에서 습관적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분노를 자신에게 돌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여성들은 분노를 자기에게 돌려 착한 사람이 되는 생존법을 택한다. 그것은 더 천천히 자기를 죽이는 행위임을 이해한다. -p.78


    '분노를 행동화하지 않기'는 불교에서도 강조하는 바이다. 이 세상 만물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면 분노를 어떤 식으로든 행동화하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다시 돌아와 상처로 마음과 몸에 배어 자신도 모르게 어느 때 불쑥 또 다른 폭력과 분노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폭력과 분노로 해결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틱낫한 스님께서도 말씀하셨다.

    분노를 품고 사는 것은 독을 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그러므로 의식적으로 우리는 분노나 폭력과 관련된 것을 보지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않을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이런! 그런데 생활 속에서 업무와 관련하여 상당히 비합리적으로 처리되거나 진행될 때면 웃으면서 농담으로 "으....OO처 폭파시켜 버려야해!"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농담으로라도 이런 생각조차도 말도 해서는 안되겠다는 걸 크게 느끼게 된다. 그 역시 나의 업장에 새겨져 독이 되어 다시금 어느 때 불쑥 분노로 폭발할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ㅎㅎ


    한편, 이 책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카사노바의 자서전 <<불멸의 유혹>>에 관한 저자의 해석이다. 그 내용이 포함된 부분의 제목은 '저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_ 조증으로 폭발하기'이다. 나야 카사노바라는 인물에게는 관심이 없어 그의 자서전을 읽지는 않았지만, 그의 행동들이나 사고방식이 대충 짐작이야 되니 눈에 불 보듯 뻔해 보이는데, 저자 김형경의 해석이 참 그럴듯하다 싶다.


    카사노바의 자서전 <<불멸의 유혹>>을 보면 그는 삶의 어떤 시기부터 조증 상태에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는 파도바 대학에 다니던 시기에 삶의 노선을 바꾼다. 그 전까지는 부모나 교사, 하숙집 주인에게까지 잘 보이려 애쓰는 학생이었지만 대학생이 된 후 "자유를 만끽한다"라고 표현하며 내면의 위험한 열정을 무분별하게 표출하기 시작한다. 당시 파도바 대학은 전 유럽에서 학생들이 모이는 유명 대학이었고 대학생들은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특별 계층이었다. 카사노바는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 친구들은 악명 높은 난봉꾼, 도박꾼, 호색가, 주정뱅이, 파렴치한 바람둥이, 폭력배 등이었고 고귀한 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부류였다.(-중략-) 카사노바의 자기 성애적 폭발 상태도 위험해 보인다. 그는 과잉 성욕 상태에서 끊임없이, 강박적으로 새로운 성적 대상을 찾아다닌다. 여성을 육체와 함께 고유한 인격을 지닌 총체적인 인간으로 볼 줄 모른 채 다만 성욕의 대상으로만 보았다. 성 자체만을 과도하게 강박적으로 추구했기에 그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고, 어떤 이유도 필요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자기 성애적 만족이 이루어지면 그 여성을 떠났다. 그는 분노뿐 아니라 자기 성애, 불안에서 비롯되는 떠돌기, 자기 파괴 등의 요소가 모두 뒤섞인 상태로 평생 조증의 삶을 살았던 게 아닐까 싶다. (-중략-) 그는 어머니와 총체적인 인격으로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여성과도 내면이나 정신으로 교류하지 못한다. 여성과 여성 사이를 떠도는 게 아니라 애착으로부터, 사랑의 감정으로부터 달아나는 셈이다. 사랑 뿐 아니라 고향으로부터, 소중한 것으로부터 거듭 달아나면서 그는 가는 곳마다 자신의 존재를 조금씩 떼어내 버린다는 느낌을 준다. 어쩌면 그는 폭발할지도 모르는 자기 내면을 피해서 달아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의 생 전체가 길고 험난한 애도 과정이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카사노바는 자신이 거쳐 온 그 모든 여성을 사랑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미식가가 음식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미식가는 음식을 탐닉할 뿐 음식과 정신적으로 소통하거나 정서적으로 교류하지 않으며, 식사가 끝나면 식탁을 떠난다. 미식가가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미각이다. 카사노바가 사랑한 것, 아니 광적으로 몰두한 것은 자신의 감각일 뿐이었다. 자폐 껍질 속으로 숨는 행위가 차가움이라면 조증으로 폭발하는 반응은 뜨거움이다. 자폐 상태가 생의 에너지를 말라붙게 만든다면 조증은 생의 에너지가 한꺼번에 폭발한 상태이다. 조증 상태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그 에너지 폭발이 자기 자신과 주변을 한꺼번에 소진시켜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pp. 175~178



    김형경의 이런 해석에 의하면 카사노바는 사랑하는 사람 그 대상 자체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하는, 즉 사랑이라는 감정 그 자체에 몰두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난 가요가 있는데 바비 킴이 불렀다는 <사랑, 그 놈>이라는 노래이다.



          <사랑, 그 놈>


                    - 노래 : 바비 킴


    늘 혼자 사랑하고 혼자 이별하고

    늘 혼자 추억하고 혼자 무너지고

    사랑이란 놈 그놈 앞에서

    언제나 난 늘 빈털털일뿐


    늘 혼자 외면하고 혼자 후회하고

    늘 휘청거리면서 아닌 척을 하고

    사랑이란 놈 그놈 앞에서

    언제나 난 늘 웃음꺼릴뿐

    사랑해 널 사랑해

    불러도 대답없는 멜로디

    가슴이 멍들고 맘에 눈은 멀어도

    다시 또 발길은 그 자리로

    사랑해 또 사랑해

    제 멋대로 왔다가 자기 맘대로 떠나간다

    왔을때처럼 아무말도 없이 떠나간다


    늘 기억땜에 살고 추억에 울어도

    늘 너를 잊었다고 거짓말을 해도

    숨을 삼키듯 맘을 삼키고

    그저 웃으며 손을 흔든다

    사랑해 널 사랑해

    목이 메여 불러도

    너는 듣지 못할 그 한 마디

    고개 떨구며 사랑 앞에 난 또 서 있다

    사랑해 널 사랑해

    제 멋대로 왔다가 자기 마음대로 떠나가고

    왔을때 처럼 아무말도 없이 떠나가도

    모른척해도 날 잊는대도

    사랑은 다시 또 온다


    그래 아직 내가슴은 믿는다.

    사랑..

    사랑은 다시 또 온다



    이 노래 처음 들었을 때 좋다고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좋은 줄을 몰랐고, 지금도 좋은 줄을 모르겠다. 멜로디는 둘째 치고 가사가 도무지 와 닿지 않는 것이, 혼자 사랑하고 혼자 이별하고 혼자 추억하고 혼자 무너지고....글쎄 이런 것을 진정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왔다가 가는 사랑....그걸 정말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 굳이 사랑이라고 한다면 이런 걸 남녀 간의 정상적인 사랑과 이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그 다음 가사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늘 혼자 외면하고 혼자 후회하고 늘 휘청거리면서 아닌 척을 하고 사랑이란 그 놈 앞에서 언제나 난 웃음꺼릴 뿐'이라니. 혼자 외면하면서 혼자 후회하고, 휘청거리면서도 아닌 척 하고.... 그게 거짓으로 자신을 속이는 것이 아니면 뭔가 싶기도 하고. 카사노바에 못지않게 상대방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소위 '연애 바닥'의 선수들은 이 노래의 가사와는 별반 상관없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잠깐 스친다. 그런면에서 이 노래 가사는 그다지 좋은 이별을 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하긴....이별에 관한 많은 노래들이 좋은 이별보다는 오히려 미련과 집착을 노래하는 경우가 많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저자의 또 다른 책인 <<천 개의 공감>> 중 '사랑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릅니다'라는 부분을 보면 '쿨한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라고 상담한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조언을 한다.


    사랑의 문제는 결국 생의 문제입니다.(-중략-) 사랑을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그 관계를 잘 끌고 나가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사랑은 상대방을 미화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완벽한 사랑을 찾은 듯 발이 땅에 닿지 않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머릿속이 한 사람으로 가득 차는 고양감으로 들뜹니다. 황홀기가 지나면 상대에 대한 미화된 이미지가 깨지면서 사랑의 환상이 걷히는 시기가 옵니다. 이 단계에서는 서로의 구체적 성격을 점검하고 현실적인 태도들을 측정합니다. 실망이나 좌절이 있어도 사랑이 분노보다 크다는 믿음을 가지고 관계를 이끌어갑니다. 협상과 양보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면서 자아가 강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갈등기를 무사히 넘기면 그 다음에는 안정기로 접어듭니다.(-중략-) 그런데 어떤 이들은 성급하게 사랑에 빠지고 황홀한 도취의 순간을 즐기지만, 함께 해결해야 하는 현실적인 갈등의 시기가 오면 관계로부터 도망칩니다. 갈등과 고통, 분노와 질투 역시 사랑의 한 요소임을 인정하면서 감정적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작은 실망, 사소한 좌절에도 그 사랑이 내키지 않고, 그런 불편한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사랑이 식어간다고 느끼면서 또 다른 도취의 대상을 찾아 두리번거립니다.(-중략-) 솔로예찬 님, 사랑의 이름으로 지지고 볶는 다른 감정들도 충분히 경험하면서, 고통을 감당하고 책임을 떠안는 관계를 맺어보세요, 충만감과 허탈, 열망과 좌절, 신뢰와 의혹, 합일과 질투, 그런 상반된 감정의 영역이 존재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것을 두루 체험하고 넘어서는 과정을 통해 자아가 강해지고 의식이 확장됩니다. 그 다음에야 솔로예찬 님이 마음 깊은 곳에서 원하는 안정되고 충만한 관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중략-) 내면을 보살피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힘든 작업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지나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입니다. 가족이라는 단어를 싫어하지도, 결혼이라는 말에서 불행을 연상하지도 않게 됩니다. 혼자 있어도 편안하고 충만한 그 시간이 온다면 연애의 우주전을 치른들 어떻습니까. 부디, 쿨하다는 명목으로 삶을 냉동 창고에 처박아 두지 마세요.- 김형경 저, <<천 개의 공감>> , p.167~171.



    사랑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저자의 주장에 크게 공감을 하게 된다. 소위 '쿨하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영혼을 내팽개치는 줄도 모르고 연애바닥을 떠도는 소위 ‘선수’들은 그 ‘쿨함’에 집착하면서 애써 상처 받지 않은 척 혹은 아프지 않은 척을 하는 것이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에서 저자 고미숙이 말하듯이, 스스로가 자신에게 진실하지 않으니 진실한 사랑을 못할 수밖에 없는, 하지만 그것이 사랑이라고 나아가 소위 ‘능력’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불쌍한 영혼들이 바로 연애바닥에서 노는 소위 ‘선수’들이 아닌가 싶다.



    어떻건 저자 김형경에 의하면 정신분석학적으로 기형도의 <빈 집>이라는 시가 보여주는 이미지가 자폐 껍질 속으로 숨는 차가움에 의한 행위라면, 유치환의 <깃발>은 자신도 걷잡을 수 없는 열정에 사로잡혀 조증으로 폭발하는 뜨거움에 의한 경우에 해당된다 해석을 하는데 상당히 공감이 갔다. 이런 조증의 상태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처방을 내린다.


    자신이 걷잡을 수 없는 열정에 휩싸여 휘몰아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스스로를 제어해야 한다. 그런 때는 잠시 행동과 생각을 멈추고 가만히 서서 내면이 고요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해일은 그저 자신의 힘을 조절하지 않고 밀려가는 대로 내달았을 뿐인데 자연과 인간이 해를 입는 것처럼, 의도하지 않았어도 내면에서 폭발하는 힘이 타인을 다치게 할 수 있다. -p.179

        


    의도하지 않게 생각지도 못한 타인을 다치게 할 수 있다니....조증 역시 우울증 못지않게 참으로 위험한 상태가 아닌가 싶다. 어쩌면 조증과 우울증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 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는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겠다 싶다.


    이런 관점에서 욕망과 욕정에 근거한 사랑이 아닌 그것을 넘어서는 그야말로 감각과 영혼이 하나가 되는 남녀 간의 진실한 사랑이라는 것도 폭풍우치 듯 휘몰아치는 그런 들뜬 감정에 의해 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좋다 나쁘다 할 것 없는 그야말로 평온한 평상심을 유지한 상태에서 일상처럼 아주 조용하게 찾아드는 자연스러운 긍정적인 느낌....잘은 모르겠지만 이성간의 운명이라는 것도 어쩌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좋고 저래서 싫고, 이래서 매력 있고 저래서 매력 없고가 아니라, 싫다 좋다는 그 분별심을 떠나서  그냥 이유 없이 좋으면서도 폭발할 것만 같은 두근거림 그런 것과는 거리가 있는, 그런 치우침이 없이 긍정적인 느낌이 드는 사람이 어쩌면 내 운명의 짝일지도 모르겠다 싶다. 헷갈리는 것은 운명이 아니다. 헷갈림은 운명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성질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영화 <<클로저>>를 보면 작가인 주인공 남자는 이 여자 저 여자를 만나며 자신의 감정에 끌려 다니며 연인을 만든다.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길에서 처음 만난 여인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껴 이 여자와 사귀게 되고, 자신의 책 표지 때문에 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프로 사진작가와 작업을 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껴 또 일을 저지른다. 그렇게 사랑이라는 감정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던 그에게서 끝내 모든 여자들이 떠나고 혼자 남게 된다. 결국 그는 자신의 사랑이라는 감정놀음에 이끌려 다녔다고는 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그러니 사랑다운 사랑, 진정한 사랑을 못할 수밖에. <사랑, 그 놈>이라는 가요의 가사 내용과 이 영화 주인공 남자의 사랑과 다를 게 무엇일까 싶다. 이 영화에 대해 나름 신선했다는 평도 있던데 정작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지옥이 따로 없구나 싶었다. 그런 욕망에 이끌려 다니는 주인공들의 삶이 지옥이 아니고 무엇일까 싶다. 만약 천국이 있다면 그런 곳에서 영화 <<클로저>> 속의 삶과 같은 삶이 진행될 것 같진 않았다. 다 보고나서 깊은 여운이 남는 다기 보다는 이런 삶을 왜 사나 싶기도 하고 머리가 아파서 괜히 봤다는 생각에 참 씁쓸했던 기억이다.


    어떻건 이 책을 읽으면서 떠 오른 생각은 주위에서 보아도 그렇고, 책을 통해 만났던 아름다운 커플들도 그렇고 그들의 공통점은 배우자가 이 세상을 떠날 때와 떠난 후 그들은 상대방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의연함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서로가 후회 없이 함께 이 세상을 잘 살았음을 간접적으로 잘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결국 그들은 가슴 벅찬 희망과 폭풍우 치는 듯한 절망이라는 것을 모두 함께 겪으면서 서로에 대해 밑도끝도없이 바닥으로 치닫는 우울한 감정과 날아갈 듯한 기분이 고양된 상태까지를 아우르는 양가감정을 각자가 내면 속에서  잘 통합을 시켜 평상심으로 승화되었기에 그럴 수 있지 않나 싶다.


    아는 언니 중에 두 번 결혼을 한 언니가 있다. 대학 시절에 오랫동안 연애를 해서 결혼을 했는데 결혼 후 신랑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단다. 아니 바뀐 게 아니라 연애시절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폭력적인 면이 많았단다. 여차저차해서 결국 이혼을 하고 혼자 살다가 재혼을 했다. 이 글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다 말할 순 없지만 재혼하기 전에 언니의 사연을 들으며 나도 울고 언니도 울었다. 그런데 재혼한 후 아이도 낳고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언니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받아들인 그림자 처리 작업을 나름대로 잘 해왔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 언니를 봐도 그렇고 이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잘 사랑한 이들은 이별(사별)도 잘 하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그들에게는 어쩌면 이별이라는 것도 질투와 분노와 증오가 섞인 집착으로 그들 삶을 초토화시키는 이별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 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좋은 이별을 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좋은 이별은 좋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두려움없이 사랑한다면 이별 또한 두려운 것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2010. 4. 1.

    나마스떼 M.J.

     

     

  • 이별이 주는 것... | oh**0627 | 2011.02.1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이 책은 김형경 작가의 애도 에세이로 이별 후 애도 과정을 잘 거쳐야 마음의 평온과 생활이 안정될 수 있음을 문학의 한 구절을 빌려 이야기 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정신분석학적이기도 한데, 다양한 장르의 책이나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때로는 흥미롭게 때로는 진지하게 읽어나갈 수가 있다.   ...
    이 책은 김형경 작가의 애도 에세이로 이별 후 애도 과정을 잘 거쳐야 마음의 평온과 생활이 안정될 수 있음을 문학의 한 구절을 빌려 이야기 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정신분석학적이기도 한데, 다양한 장르의 책이나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때로는 흥미롭게 때로는 진지하게 읽어나갈 수가 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뭐든지 내 곁에서 떠나보낼 때면 이별에 대한 기억이 내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게 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흔적을 남기게 되므로 애도과정을 잘 거쳐야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시간이 해결해 준다든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잊혀진다든지 하는 말을 자주 하게 되는데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별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이 모르는 방식으로 애도과정을 거치기도 하고 각자 사람마다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도 하면서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른 것이 내가 맞은 이별과 내가 남에게 준 이별이었다. 내가 경험했던 이별이 정말 슬프고 힘들었다고만 생각 했지, 좋은 기억이 있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다른 이에게 그런 아픈 기억을 안겨줬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누군가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난 늘 외면했었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면 혼자서 마음을 접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내버려두고 외면하는 길을 택했다. 그게 그 사람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새삼 깨달았다고 할까...
     
    내가 받은 상처, 내가 아팠다는 것만 생각하는 이기적이 나였다는 사실이 참 부끄럽다. 언젠가 <여우의 전화박스>라는 동화를 읽으며 이별이란 것은 익숙해지지 않는 경험이라는 것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익숙해지진 않지만, 몇 번인가의 이별을 거치고, 점점 어른이 되어가면서 이별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변한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내가 무덤덤해진다고 해서 내가 받는 상처나 이별이 없었던 일이 되거나 별것 아닌 일이 되지 않음을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나 자신을 애도하고,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애도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 좋은 이별 | cy**se | 2010.11.14 | 5점 만점에 4점 | 추천:1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그보다 좋은 것은 애도 작업을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주체적이...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그보다 좋은 것은 애도 작업을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대상없이도 살아갈 수 있고, 혼자 힘으로도 잘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자신감과 자율성이 강화된다. 그리하여 애도 작업이 끝나면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한결 강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화하게 된다. 생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며 새로운 자기, 새로운 비전, 새로운 생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 45쪽, "그때야 일어날 마음의 지진 - 애도 작업은 치유와 성장의 핵심 중에서" )
     
     
     애도 작업의 핵심은 슬퍼하기이다. 우리는 슬퍼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이 딱딱해지고, 몸이 아프고, 삶이 방향 없이 표류하게 된다. 지금까지 열거된 다양한 증상들, 그리고 우울증조차 제대로 슬퍼하지 못해 생긴 결과이며, 슬픔의 왜곡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울 수만 있다면 마음의 병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뒤늦게라도 울음이 터져 나오는 바로 그 순간부터 마음이 회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 208쪽, "내 몸속을 물로 된 사람이 - 슬픔, 통곡하기" 중에서)
     
     
    "슬픔, 통곡하기"의 장에서 예로 든 한 이야기를 보면 사십대 중반에 한 남성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진행을 총괄하고, 담담한 태도로 문상객을 맞았으며, 슬픔도 잘 통제했고, 장례식이 끝난 후에는 곧바로 일상으로 복귀하여 예전의 삶으로 흔들림없이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이 성숙한 사람임을 스스로에게 잘 증명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후 슬픔의 감정을 외면하고 억압했기 때문에 그 감정들이 몸의 증상으로 전환되어 알 수 없이 온 몸에 힘이 없고 어깨와 등이 묵직해지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2년 쯤 지난 어느날 운전 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친정 어머니 행복하세요>라는 노래를 듣고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갓길에 차를 세우고 통곡했다고 합니다.
    2년동안 억압해온 눈물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것이지요.
     
    저도 똑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왠지 현실처럼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냥 꿈 속 같고, 나의 일이 아닌 것 같고, 슬픔조차 나의 것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몇 달 정도 지나 저녁에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청국장을 끓이면서 정말 엉엉 큰소리로 울고 말았습니다. 
    그 전에는 성숙한 사람인양, 신앙심이 깊어 인간적인 슬픔보다는 더 큰 것을 바라보는 양하는 마음이 어쩜 마음속 깊숙이 숨어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아버지 죽음에 슬퍼하지도 않는 못된 딸은 아닐까 하는 두려운 마음도 숨어있었던 것도 같구요.
    그러나 정말 그 날 혼자서 마음껏 울고나서 거짓말처럼 그런 기분이 사라졌습니다.
    전 정말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저역시 아버지를 사랑하고 깊이 존경하고 감사하고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고 안도의 마음조차 들었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끝임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같습니다.
    사랑은 아름답고 기쁘고 행복하며 이별은 슬프고 아프고 괴로운 것이겠지만 그 이별을 "좋은" 이별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랑을 가꾸고 공을 들이듯이 이별도 감추고 숨겨놓기 보다는 돌보고 가꾸어 주어야겠습니다.
     
  • 잘 가라, 내 청춘 | wi**gen77 | 2010.11.0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이별을 잘 하는 법. 떠나간 이를 온전히 그리워하고, 또 온전히 보내주는 법. 생각해보면 우린 그런 일들에 너무 서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만나고 헤어지는 그 수많은 이들을 과연 정성을 다해 해내고 있는 것일까요?   ...
    이별을 잘 하는 법. 떠나간 이를 온전히 그리워하고, 또 온전히 보내주는 법. 생각해보면 우린 그런 일들에 너무 서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만나고 헤어지는 그 수많은 이들을 과연 정성을 다해 해내고 있는 것일까요?
     
    최근까지 심리학에 대한 많은 책들이 나왔습니다. 어떤 유행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심리에 대해, 또한 타인의 심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요. 왜 사람들이 갑자기 심리학이란 다소 어려운 주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까요.
     
    저는 그것이 혹시 너무 외로워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내 자신이 타인처럼 느끼고, 타인은 그야말로 벽처럼 느끼며 살아가는 세상. 어쩌면 그렇게 살아가기를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온전히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책은 이별에 대한 작은 배려처럼 보입니다. 커다란 상실을 간직한 채 마냥 헤어 나올 줄 모르는 이들을 위한, 그리곤 그 이별에 영영 빠져버린 이들을 위한 작은 안내서. 저자 역시 많은 이별을 겪고, 그 이별 속에서 아파하고 좌절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러한 친절을 베풀 수 있었겠죠.
     
    살다보면 누구나 이별을 합니다. 연인이건 가족이건 친구건, 아니면 애완동물이던. 우리는 끊임없이 누구를 만나고, 또 보내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사회라는 거대한 공장에서 어쩜 그런 무수한 만남과 헤어짐을 제대로 돌아볼 새 없이 해치우는 것은 아닐까요.
     
    때문에 우리는 서툽니다. 이별을 겪고도 그것이 이별인 줄 모르고, 소중한 사랑이 떠난 후에야 소중함을 알죠. 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한계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은 그 순간순간 깨우치며 살아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면 힘든 일 같습니다.
     
    애도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새롭습니다. 짜여진, 정해진 절차가 아닌 마음에서 진정 우러나오는 마음. 진심을 다해 그리워하고 보내는 마음. 그것이 애도라는 생각을 합니다. 진정한 애도. 과연 그것을 제가 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전 울보입니다. 대책 없는 녀석이죠. 영화를 보다가, 드라마나 책을 보다가, 아니면 음악을 듣다가도 눈물을 흘리곤 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이 사회를 살아가는 별수 없는 구성원입니다. 될 수 있다면 몰래, 혼자 그렇게 울곤 했습니다. 창피하다고 느꼈으니까요.
     
    하지만 책을 통해 제가 울보라는 사실이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만약 눈물 한 방울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면, 아니 살아가야 한다면…. 전 솔직히 자신이 없거든요. 그렇게 억세게, 강한 척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어쩜 끝없이 애도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 과정을 온전히 소중히 진행할 수 있다면, 보다 더 큰 시련이나 아픔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게 모든 것이 쉬우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히틀러의 독수리 요새 이야기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히틀러라는 인물은 주로 전쟁과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해왔거든요. 히틀러 개인을 찬찬히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안전한 공간. 산속으로 수평으로 굴을 뚫고 들어가, 산 한가운데서 수직으로 백 미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도달할 수 있는, 단단한 돌산 꼭대기에 자리 잡은 독수리 요새. 그는 그토록 견고한 요새를 짓고 그 안에서 평온함과 안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으로부터의 안정을 원했던 것일까요.
     
    소중했던 그 무엇과 이별한다는 것. 결코 쉽지도, 단 칼에 이뤄질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막거나 피할 수 없습니다. 그 예정되어 있는 아픔을 이젠 보다 담담히, 아름답게 맞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 자신이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와 다양한 문학작품을 통해 폭넓은 공감의 이해를 넓히려 한 저자의 생각은 어느 정도 성실한 결과를 주는 것 같습니다. 보다 많은 이별을 향한 무섭지만, 피할 수 없는 길에, 위안이 됩니다.
     
    그동안 저를 떠나간 모든 것들에 대해 그리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다시 만날 모든 것들에 미리 인사를 전합니다. 더불어 그 사이 떠나간 내 청춘에게도 안부를….
     
    함께 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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