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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하)
332쪽 | A5
ISBN-10 : 8936433377
ISBN-13 : 9788936433376
오래된 정원(하) 중고
저자 황석영 | 출판사 창작과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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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월 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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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감사합니다. 사무실 직원 배포용으로 잘 읽겠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kkkjj*** 2020.11.23
139 깨끗한 책을 잘 포장해서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hskg*** 2020.11.19
138 필요한 책자 구입에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시는 사업 일신우일신 하세요~ *^^*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enoc13*** 2020.11.12
137 책이 깨끗하게 잘 포장되어 배송되었네요.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actua*** 2020.11.06
136 무난한 구매였습니다. 5점 만점에 4점 oopsbab*** 2020.11.03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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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이후 격동했던 한국사회와 사회주의권의 붕괴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사적 변화를 배경으로 젊은 두 남녀의 파란 많은 삶과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린 작가 황석영의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하 권. 작가의 방북사건 이후의 독일 체류와 귀국 후 옥중생활 속에서 구상된 이 작품은 일간지에 연재되기도 하였다.

70년대 말, 군부독재에 반대하는 지하조직 활동을 한 오현우는 광주항쟁 이후 수배가 되자 기약없는 도피생활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은거를 도와준 시골학교 미술교사 한윤희와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한적한 시골 갈뫼의 외딴 마을에 있는 '오래된 정원'에서 3개월 동안 둘만의 따뜻하고 오붓한 시간을 갖지만, 오현우는 다시 동지들과 모여 투쟁의 길로 나서는 과정에서 검거되고 만다. 18년의 옥중 생활을 마치고 나온 그는 한윤희를 찾아가지만 그녀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소설은 8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변혁을 꿈꾸고 투쟁해왔던 이들의 삶과 사랑을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자가 특유의 세련되고 힘있는 문장이 돋보인다. 일반적인 서사구조를 바탕으로, 회상과 편지글, 비망록과 기록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두 주인공 오현우와 한윤희의 삶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며, 교차적 서술방식을 사용해 주인공의 심리와 애틋한 사랑을 보다 섬세하고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 이 책은 지진희ㆍ염정아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영화는 2007년 1월 개봉예정이다.

저자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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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행복한 책방] 오래된 정원   ...
    [행복한 책방] 오래된 정원
     
    사실 책으로 읽기 오래 전에 영화로 만들어진 것을 먼저 봤기에 사실 책은 조금 당황했습니다. 아무리 시대의 상황이 묻어나고 그 안에서 아픈 이들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제가 그 당시에 봤던 영화는 두 사람의 순애보 같았거든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 제가 만나게 된 [오래된 정원]은 단순히 두 사람의 순애보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 아니라 조금은 더 정치적인. 그리고 운동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조금 불편하고 낯설다고 해야 할까요? 그것이 분명히 나쁜 것도 아니고 그 시대에는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으앗!이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어요. 게다가 제가 생각을 한 것보다 훨씬 더 무거운 이야기더라고요. 저는 그저 운동권 남자를 숨겨준 여자의 순애보라고만 기억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무거운 소설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 안에도 그래도 남녀의 마음은 오롯이 남아 있더군요. 그리고 그 당시 사람들이 단순히 낭만만을 찾기는 어려운 환경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자신이 생각을 하는 것. 그리고 믿는 것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면 죄가 되는 세상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안에서 그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숨어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부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기는 하지만 쉽게 찾지 못하는 것도 당연할 테고 말이죠. 누군가가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찍고 지켜보고 있는데 내가 단순히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일 테니 말이죠.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숨어야 하는 거고, 더 조심스럽게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마도 옳겠죠.
     
    다만 1권과 2권의 분위기가 꽤나 많이 다른 편이라서 당혹스러웠습니다. 1편의 경우에는 제가 기억을 하고 있는 그 소설이 맞더라고요. 아무래도 다소 무겁고 운동권의 이야기가 진행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서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숨기기 위한 그런 이야기 말이죠. 아무래도 영화에서 염정아가 보여준 그런 애틋한 연기가 머리에 많이 남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워낙 애틋하고 애절한 그런 느낌이 묻어났거든요. 하지만 그런 것을 넘어서 그 당시에 살아가던 한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시대가 그에게 가한 폭행으로 인해서 그가 결국 느껴야 하는 짐의 무게 같은 것이 고스란히 다 남아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무겁고 아프지만 그래도 더 읽어야만 하는 그런 책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내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면 겁을 내지 않고 말을 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아무리 미친 짓이라고 하더라도 가능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틀린 것도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 세상이라고 믿어요. 물론 그것이 다수의 사람들이 보는 눈에는 이상해 보이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그들의 죄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내가 거꾸로 소수의 입장이 될 수도 있으니 소수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죠. 그 무거운 시대가 소설에 고스란히 다 담겨 있습니다. 아무래도 소설이 아프고 버거운 이유는 그 시대 자체가 무겁고 버거워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시대를 오롯이 관통한 한 사내의 이야기가 거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고 말이죠. 조금이라도 그 시대를 피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그 모든 아픔을 다 겪을 이유도 없었을 테니 말이죠.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 오래된 정원 下 | pe**kw | 2012.01.09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발췌]   *내가 잘 아는 문장 하나가 있어요. 뭐라고 했느냐 하면, 에에 그러니까....인간은 자신의 힘에 관...
    [발췌]
     
    *내가 잘 아는 문장 하나가 있어요. 뭐라고 했느냐 하면, 에에 그러니까....인간은 자신의 힘에 관한 지식을 획득해서 이들 힘을 사회적 힘으로 조직하고, 그러한 사회적 힘을 더이상 정치적 힘의 형태로 자신과 분리시키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해방을 실현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맑스라는 털보 아저씨의 책입니다.
     
    *내가 불쑥 그네에게 먼저 물었다. 법대에선 뭘 배우는데? 제도를 어떻게 지켜가야 하는가를 배웁니다. 내 뜻은 아니고 아부지가 우겨서 그렇게 된 거라예. 우리 아부진 말단에서 과장까지 올라간 공무원이라예. 말도 없고예. 안돼, 하면 그걸로 끝입니더. 카프카처럼 음산합니더. 지가 맏딸인데예...큰 탈이 났심더.
     
    *어째서 속이 비면 지나간 일들은 더욱 또렸해지는 걸까. 세끼를 먹는 일은 확실히 현재 그 자체이며 세상에 속한 일이 틀림없다. 끼니를 끊자 현재에서도 떠나는 모양인지, 뇌세포 속에 담뱃진이나 때처럼 끼어 있던 오래된 기억들이 맑은 물에 풀리듯 서서히 녹아 전신에 퍼져간다. 그런데 그 많던 기억 중에서 내가 하찮게 잘못을 저지른 일들만이 더욱 명료하게 떠오른다.
     
    *요즈음 뱃속을 관찰하는 투시기가 나온 것처럼 머리에다 대고 비추어보면 붉고 푸른 색깔이 판명되는 기계라도 발명해야 할 판이었다. 내가 빨갱이인지 퍼랭이인지는 나도 잘 몰랐다. 나는 이 땅에서 무력으로 양민을 학살하고 정권을 잡은 일부 군부와 그에 붙어서 온갖 이권과 특혜를 누려온 독점자본을 반대했다. 유신시대와 오월의 학살을 겪으면서 나와 타자를 알게 되고 여러번의 좌절감에 시달린 젊은이들은 북쪽이 타자가 아니라는 너무도 뻔한 사실에 눈을 떴다. 육십년대에는 가지고만 있어도 사형이라던 문건들이 바다 밖에서 들어왔는데 숨을 죽이고 그런 자료들에 접하기 시작한 게 팔십년대 초반의 일이다. 동우가 그런 자료들을 모으고 내부 문건에 반영했던 것은 좌편향이었을까. 내가 줄곧 감옥에 있으면서 세상이 바뀌어갔던 길을 돌이켜보면 그런 따위는 차츰 보편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갔다. 세월은 저절로 균형을 잡아간다. 그것 봐라. 별일도 아니었잖아.
     
    *리이는 누구야? 내 느낌으론 서로 호감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걸 마리가 어떻게 알아요?
    그네는 주름잡힌 자기 콧잔등을 검지로 콕콕 찍어 보였죠.
    여기로 알지. 나는 깊은 밤 어둠속에서도 병 속에 보드카가 들었는지 쉬납스인지 꼬냑인지 다 알아요. 술처럼 사랑에는 남다른 향기가 있는거야. 잠잘 때를 생각해 봐. 온 밤내 같은 줄거리의 꿈을 꾸게 되지는 않아. 깨고 나면 몇 장면만 또렷하게 남곤 하지. 아무도 그 흐름을 미리 예상할 수는 없어요. 생이 어떤 결말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것들이 서로 끼여들지 않고는 어떤 대목이 중요했는가를 모르고 죽게 될 거야. 늘 같은 꿈을 꿀 수도 없고 그것마저 전부가 아니야.
     
    *당신도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었겠지요. 우리가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버티어왔던 가치들은 산산이 부서졌지만 아직도 속세의 먼지 가운데서 빛나고 있어요.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또 한번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그 외롭고 캄캄한 벽 속에서 무엇을 찾았나요. 혹시 바위틈 사이로 뚫린 길을 걸어들어가 갑자기 환하고 찬란한 햇빛 가운데 색색가지의 꽃이 만발한 세상을 본 건 아닌가요. 당신은 우리의 오래된 정원을 찾았나요?
     
    *당신은 그 안에서 나는 이쪽 바깥에서 한 세상을 보냈어요. 힘든 적도 많았지만 우리 이 모든 나날들과 화해해요. 잘 가요. 여보.
     
    *당신은 그곳을 찾았나요? 윤희가 내게 묻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오, 라고 나는 대답할 것이다. 인가를 찾아서 산을 넘고 언덕을 내려오는 중이라고. 멀리 마을의 불빛이며 연기나는 굴뚝이 보인다고. 당신이 살고 겪어온 길을 따라서 나는 휘적휘적 걷기 시작했다고. 나는 젊은 내 얼굴 뒤편에 떠오른 그네의 눈길 이쪽에 서서 중얼거렸다. 다녀올게.
  • 작가 황석영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소설. 80년대와 90년대에 걸친, 그 시대의 삶, 삶의 아픔, 그리고 시대의 진실을 그린 소...
    작가 황석영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소설. 80년대와 90년대에 걸친, 그 시대의 삶, 삶의 아픔, 그리고 시대의 진실을 그린 소설이다. 등장 인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마르크스의 다음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인간의 자신의 힘에 관한 지식을 획득해서 이들 힘을 사회적 힘으로 조직하고, 그러한 사회적 힘을 더이상 정치적 힘의 형태로 자신과 분리시키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해방을 실현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작가 자신의 방북, 해외망명생활, 그리고 5년간의 투옥의 경험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소설이라기 보다는 시대의 기록이라고 할 수도 있다. 모든 이야기들이 그 시대를 살았던 누군가의 실제 체험이다. 그 이후로 또 세월은 흐렀지만, 허락없이 고향을 방문하는 건 여전히 죄가 되는 시대,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금강산 관광이라든지 개성공단이라든지 하는 사유로 방북을 한다. 허가를 받고서.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도 6년이나 됐다. 내가 1999년에 갔다왔으니까. 아니, 방북이나 북한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데올로기 시대에 간첩단 조직책으로 체포된 사람의 이야기니까 북한이 간접적으로 관련될뿐이다. 다른 황석영 소설이 또 그렇듯이 이 소설은 결코 딱딱한 이념 소설이 아니다. 재미있다. 애틋한 러브스토리의 분위기가 전편에 흐른다. 6개월의 열렬한 사랑과 15년의 기다림, 그리고 영원한 헤어짐, 어찌보면 영원한 사랑. 더군다나 작가의 음식에 대한 서비스도 있다. 돌솥비빔밥, 콩나물밥, 수제비(오현우가 감옥에서 상상하는) 만드는 법, 열무김치 소면(베를린에서 한윤희가 먹은) 만드는 법. 작가가 요리 기행에 관한 책을 냈다는 말을 들었는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작가의 다재다능함을 찬탄할 뿐이다. 그는 그렇게 놀기 좋아하고 여자도 좋아하고 그런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그렇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 앞, 뒤에 브레히트 시가 한편씩(한편은 일부) 들어있다. 그렇다. 그 시절에 많이 읽던 시다. 나도 한편을 찾아서 적어본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1944년) 브레히트는 제2차세계대전에서 희생된 친구들을 생각하며 이 시를 썼을 것이다. 공감이 가지만 살아남았다고 자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전히 부조리한 삶은 이어지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또 이 시절을 헤치고 살아가야 한다. 이미 죽은 자의 삶도 아름다웠고 여전히 이어지는 삶도 아름다울 뿐이다.
  • 새 천년의 희망을 담은 만남, 그 하나됨의 미학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을 읽고 ...
    새 천년의 희망을 담은 만남, 그 하나됨의 미학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을 읽고 황 석영. 그의 이름에는 이미 개인주의의 행복과 화해한 새 천년의 시간 속에서도 일상성을 뛰어넘는 치열한 이념의 형식이 담보되어 있다. 이십 일세기의 휘황찬란한 사이버 시대에 그의 이름을 새롭게 들춰내는 것은 녹슬어 가는 처연한 잔재만으로 남아서 펄펄 끓어오르는 용광로같던 우리들 청년 시절의 추억을 그리워 하고자 함이었을까. 우연히도 황 석영의 <오래된 정원> 상하권을 사 가지고 오던 날 그가 이상 문학상 수상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 몇 달 동안 기존 제도권 내 문학상의 수여 가치에 대해 작가 이 문열과 왈가 불가하더니 웬일인지 그가 이번만큼은 수상 결정을 듣고도 가슴속에서부터 부정할 수 없는 따뜻한 것이 솟아올라 오더란다. '시대의 영광과 아픈 사랑을 그린 황 석영의 걸작' 이란 선전 문구의 빨간 띠를 두른 책 <오래된 정원>은 책방에 서서 읽은 이쪽 이만큼 저쪽 저만큼 앞 뒤 연관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띄엄띄엄 훑어 본 내용만으로 짐작해 본다면 80년대 남녀의 만남과, 엇갈리게 주어진 삶의 조건을 살아가게 되는 그들의 모습을 그린 단순한 줄거리의 소설이다. 이런 칙칙하고 빤한 이야기는 싫어, 하면서도 책장을 덮는 내 손길을 따라 싸한 것이 눈가에 몰려가 무언가 주르르 흘러내리는 것이 있었다. 참, 눈물이 슬픔이란 감정의 지각 없이 흐르기도 하네,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거부할 수 없는 심정이 되어 그 책을 사기로 했다. 가장 민감한 80년대의 우리들의 삶으로부터, 상처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임을 외면하려 했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서점의 모든 책들이 증발해 버리고 오로지 <오래된 정원>의 연두빛 표지만이 선명하게 각인 되어 왔으니까. 그렇게 서점의 수많은 책 호화로운 제목들 가운데서 며칠동안 쥐었다 놨다의 괴로움을 종결하고 끝내 <오래된 정원>은 이런 필연으로 읽게 된 작품이다. 작품을 이어가는 두 주인공은 80 년대 광주항쟁과 관련하여 조작된 간첩사건으로 무기징역 수감 생활을 하는 오현우와 도피 생활 중 그와 반년 동안 동거했던 약혼녀 한윤희이다. 작품내의 시간과 공간은 18년 동안 두 주인공의 서로 다른 삶을 살았던 시기와 장소로 교차되면서 다변적 시점으로 전개된다. 첫 장면은 무기수였던 오현우가 18년 동안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감하는 날 새벽, 점호로 하루를 여는 감옥의 삭막함으로부터 시작한다. 줄거리의 끝 부분으로 가야하는 현재의 시점이 바로 작품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마치 불교의 윤회론적 인과관계처럼 18년 후의 현실은 18년 전의 얽힌 행동의 결과이며 그 결과의 원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역행적 구조이다. 거기에 윤희와 현우의 상이한 입장에서 하나 하나의 사건들이 모자이크처럼 제 모습을 찾아가고 합쳐지는 복합적 시각이 그들의 내밀한 심리세계를 현재로 융합해 낸다. 출감 후 마중 나온 조카가 군대까지 다녀온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한 그 동안의 간격을 오현우는 시간이 정지된 감옥 생활의 단절로 어색하게 받아들인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사실도 일 년 뒤에나 통보 받을 수밖에 없었던 닫혀진 공간 감옥의 무기력감은 석방된 뒤에도 탁 트인 도시의 거리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를 길모퉁이 한 구석에 주저앉게 만든다. 병원에서 며칠 동안 요양한 뒤 그는 흩어진 십 수년 전의 동지들을 만나러 간다. 듣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소용돌이치게 만들었던 이름 빛고을 광주의 피빛 열정은 사그라들고 몇 개의 무덤과, 그때의 기억을 감내하지 못해 정신 병원에서 죽어간 동지들의 소식, 투쟁 대오에서 일탈되어 생활로 돌아간 사람들의 푸념, 그 몇 가지 초라함들 속에서 현우의 기억은 군사 독재 시절의 무시무시했던 18 년 전 청년으로 돌아간다. 유신 시절의 개헌 철폐투쟁에서 출발하여 광주 민주화 항쟁을 겪으면서 열혈 청년 현우와 그 동지들은 사회 정의를 꿈꾸는 민주 투사에서 반 외세 자주화의 들끓는 혁명 전위로 변모해 간다. 누가 누구의 규정된 조직인지 알아서는 안되는 엄혹한 지하 활동, 정련된 사상학습 속에서 현우는 선진적 선전가에서부터 생활과 결합하는 직업적 대중 활동가를 도모하는 조직 대오를 지향한다. 억압과 차별이 없는 평등세상, 간섭없는 민족 단일로서의 통합. 그런 신성한 이상을 논박하는 반동이 어디 있었을까. 이 사회 곳곳이 불을 뿜고 있었다. 그건 그냥 그 시대 모두의 역사적 흐름이었으므로. 스물 두 살 전태일의 분신에서부터 깨어나기 시작한 이 땅의 지식인들처럼 그 때 80년 광주 항쟁을 기점으로 현우들은 미래를 담지 할 수 없는 전위의 길을 걸어 간다. 공장의 위장 취업으로 현우는 소위 '잠수한다'는 운동권 은어처럼 도피생활을 하게 되고 검거 열풍이 불어 닥치면서 시골로 잠적한 그는 그의 잠수 생활을 도와주게 된 시골 여교사 한윤희를 만나게 된다. 선배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부닥치게 된 여자 윤희는 운동권이 아니였지만 빨치산 출신의 아버지를 업보처럼 안고 살았던 가족 관계로 인하여 현우의 잠행을 동거생활이라는 과감한 헌신으로 도와준다. 머루와 다래를 먹고 푸르른 청산에 살아리렷다를 흥얼대던 오랜 천 년의 꿈처럼 현우와 윤희의 무성한 여름날의 시간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정지된 현우의 과거 속에서 가장 빛나던 기억이었으나... 둘 만의 작은 단칸방, 갈뫼의 한가로운 평화가 풍성한 서정의 결실로 익어갈 무렵, 현우의 사진이 조작된 간첩단 사건 조직책으로 신문에 실리게 되면서 그들의 소꼽장난 같은 반 년은 절단이 난다. 시골 아낙네처럼 꽃무늬진 촌스런 치마, 주름진 치맛 자락아래의 고무신을 끌고 그어 대는 빗줄기 사이로 그를 마중하던 얼굴조차 우산에 가리워져 희미한 그 만남을 마지막으로, 결코 알 수 없었던 미래이기에 '잘 있어요'가 아닌 '다시 돌아올께'라는 인사로 윤희와 현우는 영원한 작별을 한다. 현우는 '내년 봄까지만 있어 주면 안 될까요', 라는 윤희의 만류와 가끔씩 풋사과를 사다 달라던 식성의 작은 변화가 담고 있는 그 의미를 알지 못한 채 그녀의 곁을 떠난다. 그리고 바로 체포된다. 사랑과 재회의 약속이 허용되지 않는 절박한 시대였던 것이다. 그의 아이를 가진 윤희가 국가권력에 중대한 범죄행위를 한 간첩이라는 오명을 쓴 현우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노라고 고백한 노트를 출옥한 현우가 십 팔 년 뒤에야 읽게 되었을 때, 그 막막한 세월의 깊이. 그리고 비로소 그들의 목메인 인연의 끈이 닳아 없어지지 않고 아이라는 생명의 숭고함으로 잉태되었음을 겨우 몇 줄 죽은 이가 남긴 몇 년 전 문장 속에서 확인하게 되는 그들, 헤어짐의 비극. 살아가면서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어긋나게 됨, 그것이 정형화된 인생의 잔인함이다. 간첩 은닉죄로 면회조차 허용되지 않는 상태, 또 현우와의 얼마가 될 지 알 수 없는 막연히 아주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할 것이라는 기다림을 각오한 채, 윤희는 미혼모가 될 것을 결정한다. 그리고 어머니와 여동생에게도 알리지 않고 홀로 갈뫼에서 아이를 낳는다. 직계 가족 외에는 절대 면회를 하지 못하며 모든 규정된 물품은 영치서류를 작성해야 하고 죄수의 심리적 불안과 공포를 유발하기 위해 24시간 형광등이 0.75 평 한 사람이 간신히 누울 공간과 냄새 지독한 변소를 동시에 밝혀주는 교도소. 그 곳에서 보낸 현우의 18년은 서른 두 살, 윤희와의 이별한 그 순간을 끝으로 정지된 채 자신을 지켜내는 싸움으로 일관될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지조차 몰랐던 딸, 은결이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긴긴 겨울 날 불기 없는 마룻 바닥에서 양말을 잘라 만든 목가리개를 하고 곱은 손을 비비며 견뎌내 는 감옥의 밤을 좀 더 그는 가슴 태우는 애틋함으로 지새울 수 있었을까, 없었을까. 꿈틀거리는 태동조차 아직 준비되지 않은 뱃 속의 아기를 버려두고 온 것을 밤마다 자책하고 꿈 속에서도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했을까, 아니면 절제하고 견뎌낼 수 있었을까. 사회에서는 조악한 폭력 무리배였다거나 오직 이념 편집증이라고 매도 당하는 공안 사범이라할 지라도 제한된 공간 교도소 안에서는 시멘트 벽 쇠창살 먼지틈 사이에 피어나는 가녀린 꽃줄기에 생명의 외경심을 느끼고, 먹을 것을 구걸하러 오는 비둘기떼·도둑 고양이 무리들, 심지어는 쥐나 두꺼비한테서조차 한없이 양육의 정을 보이는 인간적인 존재로 작가는 그들의 집단적 면모를 보여준다. 작중 인물 현우의 감옥 생활사는 방북 사건으로 5년 동안 투옥 생활을 했던 작가의 체험으로 획득된 생생한 현장성을 담고 있다. 윤희의 죽음을 덧없이 삼 년이나 흘러 보내고 출옥한 현우는 몇 년동안 꼼꼼히 적어 둔 그녀의 편지와 일기를 읽으며 그 이후에 그녀가 갈뫼에서 보냈던 일들과 그가 알지 못하는 그녀의 생활, 우정, 사랑, 유학 생활, 지향하는 예술의 세계등을 추억하게 된다. 이로부터 현우의 삶을 보조하던 역할에서 윤희의 비중은 1인칭 시점으로 전환을 이루며 동시에 작품의 무게중심은 윤희가 살아가는 사회의 80년대 중반과 90년대의 꿈틀대는 역사의 역동성을 체험하게 된다. 팔십 사년 봄, 타의로 미술 교사를 사직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윤희가 돌아온 캠퍼스는 자욱한 채류탄과 걸핏하면 도서관을 무단 점령하는 시위 진압군이 뒤엉긴 회색 혼돈으로 있었다. 폐병을 앓는 부잣집 아들이면서도 자본주의를 혐오하는 운동권 복학생인 영태, 법대생이라는 사회의 안일한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노동 운동에 뛰어든 미경을 알게 된 윤희는 그들의 조직 일을 돕게 된다. 작가의 의도된 아무런 설명 없이도 그녀의 선택이 멀리 현우의 존재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어렴풋이 독자들은 짐작할 수 있다. 감옥에 간 선배의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윤희를 사랑하게 된 영태, 또한 다른 여자를 지켜보는 남자 영태를 사랑하는 여자 미경. 수 년동안 그들의 평형을 이룬 삼각관계보다 그들의 삶을 더 급박하게 했던 것은 궁극으로는 같으나 예술과 노동과 운동이라는 서로 조금씩 다른 외형의 셰계관과 이를 풀어내는 행위였다. 팔 십 칠년 6월 항쟁은 6.29 선언에 의해 중간계층의 이탈로 종결되고 7,8 월 노동자 대투쟁의 열기도 사그라들 무렵 노동 해방의 마지막 타오르는 불길이 되고자 미경은 분신 자살을 한다. 그녀가 불타는 육체를 투신했던 공장 옥상을 찾은 윤희는 그 무심한 현장에서 채류탄 가스에 눈물 흘리며 무조건 돌진하던 강 직한 사회 운동의 몰락을 감지한다. 방황하던 윤희는 팔 십 팔년, 기만적인 올림픽이 치러지던 해에 딸 은결이를 동생부부의 호적으로 올리고 동병상련의 음울한 도시 베를린으로 유학을 떠난다. '고통스런 시간은 그 뒤에 더욱 많았는데도 그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당신이 돌아올 가망은 점점 멀어지고 내게는 모든 가치들이 퇴색해 버리고 있는 것 같았죠. 그림 따위를 무엇 때문에 붙들고 있는지 조용한 환멸이 가슴 밑바닥에 천천히 번져가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이러한 고백처럼 새로운 예술 세계를 찾아간 윤희는 그림에 몰두하면서 죽은 남편에 대한 애착과 허망한 알콜 기운으로 살아가는 할머니 마리와 이혼남 이희수를 이웃으로 사귀게 된다. 희수는 자신의 거실에 새끼 금동불상을 세워둔 너무나 인간적인 편안함과 따뜻함을 지닌 휴머니즘적인 남자이다. 환경 공학도로서 기계적인 세계관을 거부하는 불교적 생명론자 희수의 모습을 작가는 지식인의 새로운 전형적 가능성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념, 대립, 갈등, 투쟁. 빨치산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시작하여 현우에 이르기까지 윤희와 더불어 했던 강박 관념, 이 업보로부터 자유를 갈구했던 그녀는 이국 땅 베를린에서의 고독을 낯선 남자 이희수를 통해 따뜻히 위안 받는다. 그리고 윤희는 희수와 함께 무너지기 시작하는 동구권 사회주의와 독일 통일의 세계적 변화를 목도한다. 90년대의 세계는 바야흐로 이상이 아닌 자본의 힘으로 흐름을 바꾸기 시작했던 것이다. 변화된 세상속에서 현우의 격정과는 다른 자신의 세계관을 신뢰하는 희수의 성실성, 개인주의에 윤희가 매료되어 갈 무렵 희수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상처받은 윤희는 송영태와 동행하여 시베리아 대륙 횡단 여행을 마친 후 진정으로 끌어 안아야 할 사랑이, 윤희를 둘러 싼 이 모든 인생의 무거움임을 깨닫는다. '세계가 변했다지만 여기는 옛날과 변한 게 하나도 없고 사람들은 더욱 파편처럼 쪼개졌어요. 이젠 다 이루었다는 것처럼 보여요. 돈에 대한 악착스러움과 이기적인 본능은 더욱 뻔뻔해졌어요. 타성에 빠진 대중, 이상주의가 없어지고 쾌락만 남은 젊음, 위선과 기회주의가 가장 빠르게 이길 수 있는 덕목이 되어버린 정치..... 아직도 길은 멀고 당신은 그대로 제 자리에 있는데 모든 가치가 뒤범벅이 되고 먼저 가졌던 자들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답니다. 그래두 나는 여기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하겠어요. 이 초라하고 남루한 누더기 더미 속에서 보석 같은 알맹이들을 골라내어 다시 빛나는 옷으로 지어낼 테니까요.' 청춘의 폭풍우가 지나간 중년의 나이가 되어 윤희는 돌아와 자신을 돌아 본다. 회피하지 않고, 그 많은 상처의 삶을 무던한 어머니같은 모성으로 끌어 안는다. 윤희는 비로소 세상을 움직이는 내부에 숨은 힘이 모성임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생명을 창조함으로 세계를 창조하는 어머니. '모든 사람을 낳아 기른 자' 어머니. 어머니를 주제로 승화된 예술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던 윤희는 그러나 그것을 이루기 전에 자신이 자궁암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윤희는 현우가 떠나기 전날 그려진 젊은 날 현우의 초상화에 사 십대 여인인 자신의 얼굴을 그린다. 명민한 우리 독자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그림은 청춘의 고뇌를 담은 현우를 무한한 모성으로 감싸안는 윤희의 예술 세계의 결정체임을 시사한다는 것을. ' 우리가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버티어 왔던 가치들은 산산이 부서졌지만 아직도 속세의 먼지 가운데서 빛나고 있어요.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또 한번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그 외롭고 컴컴한 벽 속에서 무엇을 찾았나요. 혹시 바위틈 사이로 뚫린 길을 걸어 들어가 갑자기 환하고 찬란한 햇빛 가운데 색색가지 꽃이 만발한 세상을 본 것 아닌가요? 당신은 우리의 오래된 정원을 찾았나요? ' 죽음을 앞둔 윤희가 펑펑 눈 내리는 구십 오년 겨울 갈뫼를 찾아와 남긴 편지의 정답을 현우는 청춘을 버린 대가로 얻게 되는 것이다. 젊은 날 윤희와 현우는 티벳 설산에서 길 잃은 나그네가 어느 바위틈새 미로에 숨겨져 있던 인류의 유토피아를 찾았었더라는 동화같은 전설을 나눈 적이 있더랬다. 이 작품에서 '오래된 정원'이란 인간이 동경하는 낙원의 세계를 뜻한다. 욕망으로 인류가 상실한 유토피아이다. 정원은 가옥에 사람이 안식과 평화를 얻기 위해 꾸며 낸 축소화된 자연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버려진 들판에 정원의 개념이 통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원은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의 뜻을 담고 있어야 제대로 그 역할을 인정받을 수가 있다. 정원에는 그 정원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정원 주인이 살아가는 삶의 목적성이 구현된다. 우리는 국사 시간에 배웠던 조선 시대의 전형적인 선비정신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전통식 정원 소쇄원을 알고 있다. 조선 중기 개혁가 조광조의 실패를 목격하고 낙향한 제자 양산보가 스승이 추구했던 이상의 세계를 그리며 평생 은둔했던 그 목적성과 현우의 정원은 바로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지 않을까. 바깥 세상과 절연한 선비 양산보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던 소쇄원에 담긴 유토피아의 지향성을 우리는 심오하게 음미하자. 윤희는 그 낙원을 찾았냐고 현우에게 질문하고 있다. 이상주의에 한 평생을 묻고 삶의 제자리로 돌아온 현우에게 실현된 가치를 판단하기를 바라는 윤희의 질문이 바로 이 작품의 핵심인 것이다. '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갈뫼 노트를 다 읽을 즈음이면 우리들의 아이 은결이를 알게 되겠지요. 내게 가르쳐 주지 못한 미래 의 것들, 남겨 두었다가 당신의 딸에게 모두 주시기 바랍니다. 언젠가 당신이 자유를 얻게 될 때면 나는 이 세상에 없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 굳이 작가가 토를 달아 주지 않아도 세상에 쫓기던 현우를 모든 것을 버리면서 희생했던 윤희가 딸의 존재를 알리지 않은 것이 그 시대에 당연할 수 밖에 없음을 독자들도 공감한다. 이념에 헌신했던 아버지의 자식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이 사회에서는 얼마나 고통인가 자신이 그러한 고통의 경험자였기 때문에 아비없이 크는 딸에게 그 대물림을 할 수 없었으리라. 빨치산 출신의 지식인이었으나 가족에게는 무기력한 가장이었을 뿐인 윤희의 아버지가 평생 자식들에게 악연으로 남긴 상처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아비에게 자식을 내보이고 싶었던 소소한 어미의 마음을 누른 것은 해맑은 아이의 웃음이 교도소의 쇳창 사이로 그늘지게 해서는 안된다는 그러한 당위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 아버지의 유산은 빨갱이 자식이라는 이름뿐'이라고 대들던 사춘기 소녀시절 윤희의 반항은 아버지에게 따귀 한 대와 사과의 의미로 사 주신 판화집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전향서를 쓰고 죽은 동지들을 배신했다는 자책감으로 생계를 어머니에게 내맡긴 채 평생 술에 절어 보냈던 아버지를 윤희는 운명 직전의 몇 달동안 병상을 지키면서 용서하게 되었더랬다. 묵은 한을 떨치지 못하고 눈을 감은 아버지는 관을 떨어 뜨린 인부들의 실수였는지 아니었는지 알 수 없으나 관 속에 누워서도 썩은 핏물을 윤희의 얼굴에 뿌리고 갔지만. 그래서 이 땅의 민중의 역사�
  •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생 신분으로 적당한 낭만과 취기로 보냈다. 회색분자였다. 시위,최루탄,돌맹이,페퍼포그,체포조,닭장차....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생 신분으로 적당한 낭만과 취기로 보냈다. 회색분자였다. 시위,최루탄,돌맹이,페퍼포그,체포조,닭장차...어떤 곳으로도 쉽게 가담할 수 없었다. 주의 주장이 난무하는 시대였지만 내가 가진 사상은 없었다. 적극적인 가담도, 반대도 아닌 그저그런 모습으로 시대의 혼란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방관자로 보냈다. 남들이 이야기하는 386세대지만 역사의 중심에 서있지는 못했다.색깔없는 삶이었다. 10년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을 만났다. 역사의 비주류 입장에 섰던 지난 날을 되돌아 본다. 그 시대를 온 몸으로 살아냈던 사람들은 어떤 아픔들이 있었을까? 선두에 있던 사람들. 그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전쟁의 찌꺼기는 3대에 영향이 미친다고 했다. 80년대의 민주화와 관련되어 겪었던 사람들의 아픔은 얼마나 이어질까? 그들의 아픔은 세월이 흐르면 자연 치유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의 단절된 사랑,기다림으로 빛이 바랜 감정,겪어보지 못한 행복들, 간절한 그리움. 도피생활,짧은 사랑과 행복,이별,18년의 기나긴 수형생활. 그들의 좌절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들의 해후를 간절히 바랬지만 죽음으로 끝났다. 이별은 언제나 우울하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않고 시대의 아픔이 낳은 은결이를 우리는 아름답게 키워야겠다. 좋은 책을 써주신 작가 황석영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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