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괴물』 이후 3년 만에 출간되는 이외수 장편소설로, 문학인생 30년을 맞은 저자가 7번째로 발표하는 작품이다. 75년 데뷔 당시부터 과작을 결심한 작가가 세상과 단절한 끝에 완성한 작품으로, '돈이 피보다 진한' 이 시대를 '달이 실종된 세상'으로 형상화하여 자연과 더불어 인간의 본성마저 상실한 세태를 지적하고 인간 존재의 진정한 구원을 추구한다. '달의 실종'이라는 환상적인 문제설정, 맑은 감성이 전해지는 묘사와 재기넘치는 입담 등 저자 특유의 색깔이 여전하며,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날카로운 세태비판이 두드러져 웃음과 각성을 동시에 전해준다. < 2권 세트 >
내 마음엔 달이 있다. 정서적으로 궁핍되면 점점 빛을 잃어 그믐달에서 컴컴해지기 일쑤다. 하지만 음악을 들을때나 창작을 할 때...
내 마음엔 달이 있다. 정서적으로 궁핍되면 점점 빛을 잃어 그믐달에서 컴컴해지기 일쑤다. 하지만 음악을 들을때나 창작을 할 때나 책을 읽을때나 영화를 볼 때나 내 감정이 충만해 지면 빛이 차오르게 된다. 장외인간 역시 내 마음속에 달을 보름달로 차 오르게 만들어주었다. 현대인들이 마음속에 달빛을 채울 수 있는 지혜로움과 아름다움을 갖기 바랄 뿐이다.
"달?"친구가 그제서야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래. 어제는 분명히 보름인데 새벽까지 기다려도 달이 뜨지 않았...
"달?" 친구가 그제서야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어제는 분명히 보름인데 새벽까지 기다려도 달이 뜨지 않았어. 정말이야." "달이라니?" "하늘에 뜨는 달 말이야." "하늘에 뜨는 달?" "챠쉭이 간밤에 야참으로 건빵을 씹었나. 군바리 쫄다구처럼 내 말에 복창만 연발하고 있네. 그러지 말고 니 영특한 닭대가리로 숙고를 해서 지난밤에 왜 달이 뜨지 않았는지 나름대로의 견해를 한번 피력해 보란 말야." "이 쉐이야. 니가 말하는 달이 뭔지 알아야 의견을 피력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냐. 하늘에 뜨는 게 한두 가지냐. 니 말만 듣고는 곤충 종류인지 새 종류인지 비행기 종류인지 풍선 종류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잖아." "너 지금 나를 데리고 퀴즈 프로에 출연할 연습하고 있는 거냐."-장외 인간 중에서-
서양 사람들은 달을 흙덩이로 생각하고 탐사의 대상으로 삼았던데 비해,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달을 ...
서양 사람들은 달을 흙덩이로 생각하고 탐사의 대상으로 삼았던데 비해,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달을 빛 덩어리로 생각하고 감상의 대상이 되어왔다. 서양의 문화에서는 보름달이 늑대인간과 함께 연상되면서 정신착란이나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재로 사용되지만, 동양 사람들은 월하미인이나 음유시인 등을 연상하면서 낭만과 풍요를 떠올린다. 우리가 달을 소재로 하여 낭만과 풍유를 읊은 시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이 소설은 달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달의 행방을 찾아 방황하는 닭갈비집 주인이자 시인인 ‘이헌수’라는 인물이 눈부신 마음의 빛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물질적 풍요와 인간의 이기심이 인간의 마음에서 빛을 사라지게하고, 인간의 아름다운 빛의 그림자인 달마저 사라지게 하였다. 장외인간의 사람들은 사라진 달의 의문스러워하기는커녕, 달의 존재마저 잊어버렸다. 달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인간들의 가슴에서 빛이 사라져 버린 것.
소설의 주인공 ‘이헌수’는 미쳐가는 세상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스스로 정신병원 개방병동을 찾아간다. 정상인의 세상보다 오히려 정신병동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에게는 바깥세상이 오히려 정신병동이며, 정체성과 가치관을 상실해 버린 정신병자들이 자신을 정상인으로 착각하면서 살아가는 아수라장인 것이다. 요즘은 정신병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을 손쉽게 찾아 볼 수가 있다. 박찬욱 감동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라는 영화가 그렇고 창작 뮤지컬 ‘루나틱’이 그러하다. 과연, 이러한 작품들은 정신병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무얼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흔히들 미친 사람들의 집합체가 정신병원이라 하며 인간이하의 취급을 하지만, 그 속에는 나름의 인생이 있고 놓쳐버린 정신 속에서도 끝까지 놓칠 수 없는 삶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들이 정상인보다도 더 깊은 삶의 애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런지. 세상에 묻어서 살아가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의 색을 잃고, 그렇게 사는 것이 정상적이며 당연하다는 안일한 정신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일반인’ ‘정상인’이라는 기준에 대해 묻고 싶어진다. 어쩌면 미친게 미친게 아닐런지도. 정말 미쳐야 미칠 수 있는게 아닐런지.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리 특별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것들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누구나 다 느끼고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들일 것이다. 그 속에서 살 부딪히며 살아내고 있는 게 현실이고, 우리내의 모습이기 때문이리라. 이 소설이 점점 건조해져가는 가슴의 병을 앓고 있는 우리들에게, 작은 물기하나 촉촉이 적혀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내용을 두 권이나 되는 장편으로 쓸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스친다. 한권 정도여도 모자람이 없었을 텐데. 늘 같은 패턴으로 흐르는 이외수의 소설이 조금 식상해지려고 한다면, 너무 건방진가? 처음 그 신선함으로 안겼던 설렘을 이외수의 작품에서 다시 한번 느껴보기를 기대해본다.
보름달 보고 싶다. 계수나무아래 방아 찧는 토끼 두 마리는 없더라도, 그 안에서 그리운 이의 얼굴을 찾을 수 있고 온 마음으로 달빛을 품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할 것 같다. 이태백은 못되더라도, 달빛을 품으며 술 한잔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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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달을 흙덩이로 생각했지만 한국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달을 빛 덩어리로 생각했어요” (p.32, 1권.)
나는 달이 사라져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아무리 하찮은 것들이라도 사라져버린 것들은 모두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 사실을 자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그것들이 간직하고 있던 아름다움과 동일한 깊이의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을. (p.93, 1권)
내 미숙한 사유에 의하면, 하늘은 영혼에 대한 갈망으로 바다를 낳았고 바다는 생명에 대한 갈망으로 산을 낳았다. 산은 수억 년 동안 자신의 살을 헐어 생명을 키우고 지평선과 같은 높이로 소멸한다. 산은 지평선과 같은 높이로 소멸해야만 비로소 영혼을 가지게 된다. 그러니까 산도 육신이 소멸해 버려야만 영혼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p.193, 1권)
“ 경포에는 모두 다섯 개의 달이 뜬다. 하늘에 하나, 바다에 하나, 호수에 하나, 술잔에 하나, 님의 눈동자에 하나, 모두 다섯 개다. 얼마나 낭만적이냐.” (p.27, 2권)
하늘이시여. 비록 미욱하여 남을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린 적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부디 그 가슴까지 살피시어 오늘처럼 달빛이 충만하게 하소서. (p.266,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