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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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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쪽 | | 130*205*24mm
ISBN-10 : 1162850272
ISBN-13 : 9791162850275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중고
저자 허영선 | 출판사 마음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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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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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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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이부터 소년, 청년, 여성은 물론 노인들까지 제주 도민들이 무차별하게 희생된 참혹한 사건, 제주4·3.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4·3의 슬프고 처연한 이야기를 담았다. 책 제목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은 설워(서러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이유 없이 억울하게 죽어간 자들은 서러워할 봄조차 맞을 수 없었다는 망자의 비통한 시선이 스며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사학자 신채호 선생은 일찍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저자 허영선 역시 이 책을 통해 “7년 7개월 동안 제주도민 3만여 명이 희생되었던, 이 대비극”을 항시 기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제주4·3사건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백비(白碑)에 새겨넣어야 할 4·3의 이름들과 정명의 문제, 진실규명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4·3 71주년을 바라보는 지금, 이 시대가 풀어야 할 과제들과 4·3이 남긴 상흔, 4·3과 여성들, 4·3 한복판에서 목숨 걸고 검은 바다를 건넌 재일동포와 그들이 꽃피운 예술, 황홀과 비애를 동시에 간직한 제주의 역사와 자연 등 4·3으로부터 시작된 그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소개

저자 : 허영선
제주 출생. 시인, 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제주4·3평화재단 이사를 역임했으며 제주4·3연구소 소장, 5·18기념재단 이사, 제주대 강사,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로 있다. 시집 《추억처럼 나의 자유는》 《뿌리의 노래》 《해녀들》, 산문집 《탐라에 매혹된 세계인의 제주 오디세이》, 문화 칼럼집 《섬, 기억의 바람》, 역사서 《제주 4·3》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4·3구술집 《빌레못굴, 그 끝없는 어둠 속에서》, 《그늘 속의 4·3》(공저), 그림책 《바람을 품은 섬 제주도》 《워낭소리》 등을 펴냈다.

목차

★ 작가의 말 4

난 찐빵을 안 먹습니다*16
<1장 서러움에 사무치는 봄길을 걸어봅니다>
난 고사리를 먹지 않습니다*20

사무치는 그 꽃길을 걸었습니까*23
나를 치유하고 싶다면 이 섬으로 오라*29
활주로의 무덤들*38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43
70년 기억 너머 4*3, 다시 봄*47
우리들의 ‘순이 삼촌’*51
4.3, 이 찬란한 비애*55
지금, 홀로 우는 자를 잊지 말아야 한다*59
제주4*3과 블랙리스트*63
4.3 행방불명자를 위한 위로*67
두 얼굴의 곶자왈*72
애도의 길을 따라서*76
그 달빛 서러움 채워주리*80

그날 이후, 양하를 입에 대지 않았다*84
<2장 살다보니 살아지더군요>
무명천 할머니 *월령리 진아영*88

빨간 멍에*91
죄 없는 게 죄였던 시절*95
증거인멸의 비*99
속솜허지 말라이*103
살암시민 살아진다*107
해녀, 그 담대하고 당당한*111
‘해녀 양씨’가 남긴 말*120
지바의 바다에서 부르는 노래 -제주해녀 홍석낭*124
이 깊은 4*3의 기억, 아무도 모릅니다*129
울지 말아요 광주여!*141
100년 전 바다 건넌 제주 세 여자, 그 독립의 불꽃*146

‘와랑와랑’이란 말*152
<3장 전쟁이 남긴 노래>
그 시절, 당신들의 “왁왁”*156
미안해요 베트남*161
베트남의 그 소리, ‘아맙’처럼*165
베드조 운퉁, 한 인권운동가의 눈*169
오키나와 아카섬에서 아리랑을 부르는 두 할머니*173
꽃으로도 전쟁이 될까요*179
자이니치 1세*183
동굴, 그 안과 밖을 떠도는 말할 수 없는 것들*187

어머니의 은가락지*197
<4장 슬픈 그들이 보고 있습니다>
울고 싶을 땐 물에서 울어라*200

재일 사회, 문학의 힘으로*203
어느 재일 노시인의 눈물*207
재일 김시종 시인의 ‘바야흐로 꼬부랑길’*211
차별에 지지 않는 굳센 마음을 가져라 -오사카의 민족교육자 김용해 선생*215
사상이란 인간 해방이라 하셨지요 -재일 사학자 고 강재언 선생*219
기억이 말살당한 데는 역사가 없다 -김석범의《화산도》*223
망향제주*228
살아남은 자의 의무*232
민족교육의 선구자, 신촌 조규훈 선생을 생각한다*237
조선적 재일동포의 꿈*241
어느 재일 화가의 슬픈 응시*245

사과 한 알 먹는 것도 죄스러워서*249
<5장 당신에게 위로할 봄이라도 드리고 싶지만>
볶은 콩에도 싹이 난다*252

제주 이야기*255
변하지 않는 것은 보석이 된다 -굿만 찍던 사진가, 김수남*265
저, 제주도에 관광하러 온 사람 아니거든요*269
자기 숨만큼 해야지 -최고령 해녀 고인오*274
제주 바람은 밥이다*288
올레, 새로운 문을 나선다는 것*293
황홀한, 멈추고 싶은 제주도를 위하여*297
한라산의 얼굴을 가리지 마라*300
제주만의 것이 아니다*304
제주도가 길을 묻고 있다*307
지금 해안선이 사라지고 있어요*311

책 속으로

■ 그해 여름날이었습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군인들이 남편을 동네 청년들과 함께 트럭에 태우고 있었습니다. 어제도 굶고 오늘도 굶은 남편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어요. 팽나무 아래 동네 사람들과 가슴 졸이며 앉아 있던 나는 가슴이 뛰었어요. 두려움에 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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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해 여름날이었습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군인들이 남편을 동네 청년들과 함께 트럭에 태우고 있었습니다. 어제도 굶고 오늘도 굶은 남편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어요. 팽나무 아래 동네 사람들과 가슴 졸이며 앉아 있던 나는 가슴이 뛰었어요. 두려움에 떠는 남편의 눈빛이 느껴졌어요. 남편이 너무나 가여웠어요. 마침 바로 마을 동녘 길가에 빵장수가 있었어요. 난 주머니에 꼬깃꼬깃 모아두었던 돈을 꺼내 빵을 사러 뛰어갔어요. 저 트럭이 출발하기 전 달려가야 할 텐데. 난 빵 한 봉지를 사들고 허둥지둥 달려갔어요. 차 위로, 온 힘을 다해 그 빵을 탁 올렸어요. 순식간에 트럭은 “빵” 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떠나버렸어요. 말 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이 빵 나눠서들 드시라고 말도 다하지 못하고……. 난 돌아서서 엉엉 울었어요. 울고 있는 내게 누군가가 말했어요.
“꼭 다시 돌아옵니다.”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 <난 찐빵을 안 먹습니다> 중에서(본문 16쪽)

■ 늙은 무릎을 꿇고 새벽이 오기까지 봄밤을 지새운 한 여인이 4?3 행방불명인 묘비를 닦고 있습니다. 기억의 얼굴을 닦고 있습니다. 한번 가서 돌아오지 않은 사람의 얼굴입니다. 한때는 4월 제주, 이 봄날에 눈물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눈물이 유죄였던 시절, 꽃이 아름답다 해도 유죄였겠지요.
- 1장 서러움에 사무치는 봄길을 걸어봅니다 <사무치는 그 꽃길을 걸었습니까> 중에서(본문 26쪽)

■ 제주국제공항은 누군가에겐 그렇게 아픈 공간이다. 4?3 70년 동백꽃 배지 하나씩 가슴에 달고 비행기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어여쁘지만 하얀 눈 위에 뚝뚝 지던 동백꽃 목숨들처럼 아리다. 비행기는 여전히 굉음을 내며 오르락내리락 분주하고, 햇살은 찬란하다. 하지만 한 귀퉁이에선 아픈 비명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여기뿐이겠는가. 국가 공권력에 희생된 인권의 무덤이 이 땅의 곳곳에 있다. 강요당한 망각의 역사, 인권을 일으켜세워야 하는 시간이 오고 있다.
- 1장 서러움에 사무치는 봄길을 걸어봅니다 <활주로의 무덤들> 중에서(본문 41-42쪽)

■ 70년 전 정방폭포에서 부모가 학살되는 장면을 보았던 80대 김복순 할머니는 폭포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갓난아이였던 자신을 맡겨두고 어머니만 희생된 곳이 성산포 터진목임을 뒤늦게 알았다는 칠순 딸 강숙자에게 이곳은 아픈 공간이다. 아흔의 해녀 오순아. 학생복 입은 채 표선 백사장에서 집단 희생된 남편은 당시 열여덟 살. 그 모래밭에서 모래 범벅 남편의 주검을 찾고 통곡을 삼키던 그해, 그는 열아홉 새색시였다. 이 늙은 해녀에게 이곳은 슬픈 기억의 공간이다.
하여, 제주의 길은 누군가에겐 저미는 길이다. 언젠가 4?3을 모르고 제주를 말하던 한 음악가가 4?3을 알고 난 후 이렇게 말했다.
“그 이전, 내가 수없이 제주를 다니며 다 안다고 당신에게 말했던 그 풍경을 이제 지워달라."
- 1장 서러움에 사무치는 봄길을 걸어봅니다 <애도의 길을 따라서> 중에서(본문 78-79쪽)

■ 죄 없이 육지 형무소에 갇힌 한 여인은 갓난아이가 죽자 찬 바람 쌩쌩 부는 전남 목포의 한 파출소 빗자루 위에 주검을 올려놓고 왔다고 눈물을 흘린다. 젖이 퉁퉁 불은 수용소의 또다른 젊은 엄마는 “빨갱이 새끼에겐 젖도 주지 말라”는 저주의 목소릴 들었다. 밤엔 산이 무섭고, 낮에는 아래가 무섭다고 울부짖던 젊은 여성들은 4?3의 비극이 “시국 탓”이라 말한다. 국가의 폭력에 희생됐으나 이들은 누구를 원망해야 좋을지도 몰랐다. 이들의 감춰진 목소리는 여전히 4?3 역사에서 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꽃 같은 청춘의 생 위에 쏟아진 광풍에 휩쓸려 평생 뒤틀린 삶을 살아야 했던 여인들, 4?3의 가장 가혹한 시간이었던 1948년 11월 중순께부터 1949년 2월까지 키보다 높은 눈을 짐승처럼 헤치며 헤매야 했던 여인들, 아이가 아이를 업고 죽어가던 모습을 눈물 없이 지나쳐야 했던 여성들이 있었다.
- 2장 살다보니 살아지더군요 <애도의 길을 따라서> 중에서(본문 139-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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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4·3, 제주의 얼굴을 할퀴고 흘러간 ‘애린’ 역사 아름다운 자연과 그 안에 자리 잡은 독특한 문화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곳,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그 황홀한 풍경에 이끌려 쉽사리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곳, 약 2010년부터 제주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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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제주의 얼굴을 할퀴고 흘러간 ‘애린’ 역사
아름다운 자연과 그 안에 자리 잡은 독특한 문화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곳,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그 황홀한 풍경에 이끌려 쉽사리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곳, 약 2010년부터 제주도로 떠나는 이민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해온 곳.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1만 8천여 신들의 섬 제주는 누군가의 또다른 꿈이자 희망의 섬이다. 그러나 황홀한 제주의 절경 뒤편에는 아직 해원하지 못한 수많은 목숨의 원통함이, 4·3이라는 아픈 이름이 스며 있다.
1947년 3월 1일이 도화선이 되어 일어난 참극 ‘제주4·3사건’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이어졌으며, 무력 충돌 및 진압 과정에서 약 2만 5천 명~3만 명으로 추산되는 엄청난 숫자의 희생자를 남겼다. 7년 7개월 동안 섬의 공동체는 절멸했다. 희생된 이들은 대부분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민간인들. 생존자들은 감히 눈물도 내지 못했다. 아프다고는 더더욱 말하지 못했다. 이들은 말한다. “두루 설뤄사 눈물 난다(덜 서러워야 눈물 난다)”고. 덜 서러워야 눈물도 나는 법.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고 가슴 깊이 삭인 나날이었다.
제주 출신 언론인이자 작가, 제주4·3연구소 소장 허영선은 때로는 날카로운 칼럼으로, 압축된 시로, 그 깊은 상흔을 낱낱이 풀어놓은 산문으로 제주와 4·3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해왔다. 저자는 제주의 얼굴을 할퀴고 흘러간 그 모든 ‘애린’ 역사의 고통과 절망을 고스란히 품고, 그것을 다시 생생하고 치열한 기록으로 풀어냈다.

▶ 화인(火印)처럼 새겨진 슬픔의 장면들
그해 여름날이었습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군인들이 남편을 동네 청년들과 함께 트럭에 태우고 있었습니다. (……) 두려움에 떠는 남편의 눈빛이 느껴졌어요. 남편이 너무나 가여웠어요. (……) 꼬깃꼬깃 모아두었던 돈을 꺼내 빵을 사러 뛰어갔어요. 저 트럭이 출발하기 전 달려가야 할 텐데. 난 빵 한 봉지를 사들고 허둥지둥 달려갔어요. 차 위로, 온 힘을 다해 그 빵을 탁 올렸어요. 순식간에 트럭은 “빵” 소리를 내며 떠나버렸어요. (……) 누군가가 말했어요. “꼭 다시 돌아옵니다.”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 제주4?3사건은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떼어놓았습니다. 남편에게 그때 그 빵의 온기가 조금이라도 전해졌을까요.
-<난 찐빵을 안 먹습니다> 본문 중에서

“이게 어디 잊어불 일이야.” 4·3 생존자들은 당시의 기억에서 단 한순간도 자유로웠던 적이 없다.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책 곳곳에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된 ‘그날’의 장면들이 등장한다. 71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어제 일 같이 생생하기만 한, 화인(火印)처럼 새겨진 슬픔이다.

▶ 4·3으로부터 시작된 그 모든 이야기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에는 4·3 71주년을 바라보는 지금 이 시대가 풀어야 할 과제들, 4·3이 남긴 상흔, 4·3과 여성들, 4·3 한복판에서 목숨 걸고 검은 바다를 건넌 재일동포와 그들이 꽃피운 예술과 사상, 황홀과 비애를 동시에 간직한 제주의 역사와 자연 등 4·3으로부터 시작된 그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1장 <서러움에 사무치는 봄길을 걸어봅니다>에서는 제주라는 공간과 그곳에 얽힌 제주4·3의 아픈 역사가 조심스레 펼쳐진다. 그날의 기억을 가슴 한구석에만 몰래 묻어두고 살아온 이들이 마침내 입을 열어 들려주는 생생한 증언, 해결되지 못한 과제들, 후유장애 판정을 받지 못해 힘겹게 삶을 이어가는 생존자들의 이야기, 4·3 희생자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월호참사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태에 비추어 바라본 4·3 트라우마 등을 통해 저자는 제주4·3은 결코 현재와 동떨어진 과거의 사건이 아님을,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현재진행형임을 강조한다.

2장 <살다보니 살아지더군요>에서는 제주4·3의 광풍을 온몸으로 겪어낸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으로 여성성을 훼손당하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 ‘며느리’라는 이유로 진료비나 유족 지원금 등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유족들, 하루아침에 소중한 존재를 잃었지만 남은 자식을 키우기 위해 바다로 나간 제주해녀들의 삶, 4·3 생지옥의 제주 바다를 건너 오사카로 떠난 재일 해녀들 등 제주4·3사건을 몸소 겪은 여성들의 참혹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3장 <전쟁이 남긴 노래>는 무자비한 폭력에 노출되어 수많은 목숨이 사라져갔던 베트남전쟁, 인도네시아대학살, 오키나와전, 위안부 문제 등 제주4·3사건과 닮아 있는 참극들을 살펴본다. 죄 없는 이들이 국가의 폭력에 희생되었다는 점, 그리고 현재까지 속 시원한 원인 규명이나 가해자의 명확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제주4·3사건과 맥을 같이한다. 저자는 서로 닮아 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고찰하며 진실과 정의, 평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4장 <슬픈 그들이 보고 있습니다>는 4·3을 피해 바다를 건너 낯선 땅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동포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꽃피운 예술과 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대표적인 재일 작가 김시종 시인과 김석범 작가, 재일 민족교육계의 정신적 거목 김용해 선생, 한국과 재일 사학계에 한 획을 그은 재일 사학자 고 강재언 선생, 재일동포 민족교육의 선구자 신촌 조규훈 선생의 일대기와 업적을 소개하고, 고국땅을 자유로이 오갈 수 없는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애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마지막 장인 5장 <당신에게 위로할 봄이라도 드리고 싶지만>에서는 제주라는 유산이 지닌 가치들을 다시 한번 짚어본다. 그럼에도 끝내 지켜지지 못하고 사라져버리는 많은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제주의 그 모든 가치를 보존하고 지켜내려 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누군가의 삶이, 오랜 세월 지켜온 터전과 역사가 전혀 존중받지 못한 채 어떠한 명분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파괴되는 작금의 행태는 오늘날 우리가 제주라는 공간을 대하는 방식과 4·3의 비극이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무언가를 쌓아 올리기 전에 그곳에 무엇이 있고, 이를 어떻게 보듬고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 먼저임을 저자는 일관되게 강조한다. ‘제주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뒤에는 언제나 ‘제주4·3’이 있다는 사실도.

▶ 일흔한 번째 봄,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는 제주를 다녀와서 유명 잡지 《CEO》에 아래와 같은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군인들이 성산포 사람들을 총살하기 위해 트럭에서 해변에 내리게 했을 때 그들의 눈앞에 보였던 게 이 바위다. 나는 그들이 이 순간에 느꼈을 새벽의 노르스름한 빛이 하늘을 비추는 동안에 해안선에 우뚝 서 있는 바위의 친숙한 모습으로 향한 그들의 눈길을 상상할 수 있다. 냉전의 가장 삭막한 한 대목이 펼쳐진 곳이 여기 일출봉 앞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 잔인한 기억은 지워지고 있다. 아이들은 바다에서 헤엄치고 자신들 부모의 피를 마신 모래 위에서 논다. 매일 아침 휴가를 맞은 여행객들은 가족과 함께 바위 너머로 솟는 일출을 보러 이 바위를 오른다.”
일출봉으로 올라가는 우뭇개동산에서 30여 명이 총살을 당했고 그 앞 성산포구 터진목 앞바다에서는 수백 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했다. 총알이 아깝다고 대창이나 죽창으로도 만행을 저지른 저 성산포구 앞바다에는 오늘도 죄 없이 죽어간 한 많은 원혼들의 거친 삶이 넘실거린다.
제주4·3은 이제 71주년을 맞았다. 힘겹게 삶을 이어왔던 생존자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났고 남은 생존자와 유족 들은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시대가, 국가가 풀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시선은 현재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과거의 아픔들로 빚은 거울은 현재를 비추고, 이는 다시 미래를 향한다.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에 깃든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이야기 한 꼭지는 쉽사리 페이지를 넘길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이 뼈아픈 역사 낱낱을 기억하고,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것은 “죄 없는 게 죄였던” 참혹한 시대를 살아냈던 이들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뜻깊은 애도의 방식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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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나에게 제주는 설렘의 도시이다. 우리 부부의 긴 연애가 끝남과 동시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첫번째 여행지로 선택한 곳...

    나에게 제주는 설렘의 도시이다. 우리 부부의 긴 연애가 끝남과 동시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첫번째 여행지로 선택한 곳이 바로 제주였다. 남들보다 더 긴 시간을 보냈지만 떠나와야 하는 그 순간까지도 아쉬움이 많았던, 그 후 10년을 살고 두 소녀와 함께 다시 찾은 제주였다. 시간만큼 나이도 10살 더 먹었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우리와 우리의 가족이 되어 준 두 소녀와의 시간, 제주는 나에게 그렇게 기쁨이고 설렘이고 행복한 도시로 기억된다.

    몇년 전, 처음 알았다. 푸른 하늘과 바다, 시시때때 변화는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과 너무나 잘 어울리게 피어난 꽃과 나무들이 긴 세월동안 가슴에 응어리를 품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그 아픈 응어리가 딱딱하게 굳어 누구 하나 쉬이 건들 수 없을 만큼의 무게를 어찌 끌어안고 살았을까, 매체를 통해 전해 들은 시간들을 접하면서 제주라는 곳이 아름다울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슬픔을 온전히 그들 몫으로 끌어안고 있어서는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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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 ">   </p> 제주의 4·3, 그날부터 지금 이순간까지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을 읽으면서 우리의 역사 속의 암울했던 또 하나의 시간과 마주서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잘 모른다. 우리의 역사가 왜 이렇게 암울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는지, 열심히 투쟁하고 열심히 소리쳤지만, 왜 여전히 고통받고 슬픔을 끌어안고 있는 이가 이렇게 많은지, 70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들이 받았을 고통의 무게를 누가 감히 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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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4월 3일, 제주도의 많은 주민들은 희생당했다. 어떠한 연유인지 알지도 못한 채 함부로 짓밟히고, 가족과 이별을 해야했으며, 그 누구도 그들에게 "왜?"란 물음에 대답을 해 주지 않는다. 정권을 잡은 이와 막으려는 자들 간의 싸움에서 주민들의 힘없는 죽음은 7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온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변명을 담은 사과 한마디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죽음을 더욱 뜨겁고 가슴아프게 응어리와 그리움으로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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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 해는 우리가 늘상 보던 해가 아니고, 석양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길가에 핀 들꽃 한송이도 꽃답고, 제멋대로 생긴 돌하나도 귀하기만 한 그 곳, 그 어딘가에서 가족이 자기 이름 하나 외쳐주기만을 기다리며 어둠에서 70년을 버틴 이들이 있다. 비록 흔적조차 희미한 존재로 남겨져 있지만, 그들의 가족은 생생한 기억으로 추억으로 그들을 맞이한다. 제주는 이렇게 끌어안고 버티고 이겨내면서 그 자리를 지켜왔으며, 자연또한 그들의 웃음과 슬픔, 그리움을 안아주고 있기에 날마다 다른 색을 내고, 다른 빛을 쏟아내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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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 사건의 전말을 정확히 안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의 얄팍한 역사 지식이 참 한스럽게 느껴지는 날이다. 다만 나에게 제주 그리고 역사는 가슴 아프고, 놀라움의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제주가 안고 있는 슬프고 잔혹했던 70년의 시간을 우리는 함께 나누고 함께 안으며 다음의 시간으로 출발해야 한다.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모두의 역사임을 우리는, 나는 잊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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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 ">   </p>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을 통해 1948년 4월 3일부터 70번의 봄을 만났다. 나는 그 동안 햇살과 바람에 살랑거리는 유채꽃만 보고 좋아했다. 그리고 황홀해하며 제주에서 시간을 그리워했다. 깊고 긴 어둠 속에서 뿌리를 내리며 흙을 뚫고 세상으로 나오기 위한 그 눈물겨운 사투의 시간은 보지 못했다. 제주의 봄은 항상 푸르고 항상 오색찬란하지 않았음을 오늘의 봄에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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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생각하는 제주는 어떤가요?   꽃 피는 4월의 제주, 우리의 제주는  봄이 가장 먼저 찾아와 수...

    당신이 생각하는 제주는 어떤가요?

     

    꽃 피는 4월의 제주,

    우리의 제주는  봄이 가장 먼저 찾아와 수많은 손님들을 반긴다.

    그리고 보통의 이가 떠올리는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한국사라는 과목이 포함된 수험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제주의 4월.

    역사를 알고 싶어서 가 아닌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면서 역사에 내가 많이 무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교과서로만 공부한 얕은 역사 지식수준에 반성 또한 많이 했다.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70년 전 제주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진도 팽목항.

    제주를 향해 저마다의 꿈을 안고 가던 수많은 희생자와 유가족을 남기고 침몰해버린 한 척의 배.

    벌써 5주년이 되었고, 개인적으로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그날의 숨은 이야기가 더 밝혀졌으면, 피우지 못한 꽃들의 한을 풀어주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5월 광주의 아픔까지도 담고 있다.

    학교를 광주에서 다니면서 수많은 이야기와 그날의 흔적을 봤다.

    아직 보존되어 있는 그 시절 건물에 남아있는 탄환 자국들이 당시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무고한 희생자를 만든 부끄럽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우리의 역사.

     

    내가 몰랐던 우리의 아픈 역사 이야기.

    7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다시 그곳들을 찾을 때에는 또 다른 마음으로 또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p.172 과거사는 과거가 아닌 현재의 역사이며 맞이해야 할 미래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가장 뇌리에 박혔다.

     

    현재는 과거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고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더 빛이 나는 듯하다.

  • 왜 사람을 죽였는지?? 책을 읽어도 정답을 찾을 수가 없다. 책이 문제가 아니라 이 상황에 대한 이유를 누구도 시원하게 설명하...

    왜 사람을 죽였는지?? 책을 읽어도 정답을 찾을 수가 없다. 책이 문제가 아니라 이 상황에 대한 이유를 누구도 시원하게 설명하거나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니 학살의 현장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끌려나와 죽임을 당했던, 그 죽임을 보았던, 그 죽임에서 도망치려 했던 피해자들은 오죽했을까?? 난 지금까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따뜻한 봄을 맞이했다. 이렇게 무지할 수 있나. 너무나 아름다운 제주가, 제주의 곳곳이, 학살의 현장이라니 너무 비극이다. 누가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아니, 해결할 수나 있을까??

    이 책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고 있고, 그 증언 속에 제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잘 버무리고 있다. 제주의 미래는 버무린다는 말보단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이 따뜻해지길, 제주가 따뜻해지길, 제주의 봄이 따뜻해지길 바라고 있다. 비극을 경험한 그리고 그 비극을 알리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을 가지고 있다. 본인들이 당한 일은 절대 희망적일 수 없는데 말이다.

    이번 정권의 업무가 참으로 무겁다. 해결해야하는 일이 너무 많고, 사과해야하는 일이 너무 많고, 수습해야하는 일이 너무 많고, 마음을 어루만져야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힘들어하는 피해자들과 그 가족, 한국으로 넘어오지 못하는 동포, 아직도 죄가 없어지지 않아 재심신청을 하며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찾지 못한 시신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 그리고 이것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은 잊으면 안 될 것 같다.

     

    나의 봄, 나의 제주는 이 책으로 인해 좀 더 단단해졌다.

  •         제가 부끄럽게도 ‘제주4·3’에 대해 잘 몰라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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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부끄럽게도 ‘제주4·3’에 대해 잘 몰라서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을 통해

    제대로 알고 싶어서 이 책을 구입해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구입하기 전 마음의숲 출판사에서 서평단 모집이 있어서 신청하게 되었고
    운좋게 선정이 되었습니다.

     

    제주4·3연구소 소장인 허영선 작가님께서

    그동안 제주와 4·3에 대해 써온 글들을 한데 묶어서 낸 책인데,
    제주4·3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울컥! 울컥! ㅠㅠ
    말로,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아픔을 직접 겪은 분들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ㅠㅠ

     

    과거 제주도의 역사 뿐 아니라, 현재 제주도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어서 좋았고,
    이 책을 읽은 후 제주도를 방문하신다면
    다른 시선과 생각으로 제주도를 여행하시게 될 것 같습니다.

     

    모든 글들이 술술 잘 읽히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많은 분들께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고,
    특히 학교 도서실에 꼭 비치되어 많은 학생들이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제주4·3 뿐만 아니라, 광주5·18, 세월호참사 등에 대해서도 글을 쓰셨는데,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ㅠㅠ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주신 허영선 작가님께 감사드리고,
    이 책이 나올 수 있게 부추겨주신 권대웅 마음의숲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허영선 지음, 마음의숲, 2019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허영선 지음, 마음의숲, 2019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7년 7개월간의 제주 4.3항쟁으로 인해 이유도 모른 채 받은 총격에도 불구하고 생존한 피해자들과 소중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아파도 아프다고 평생 말하지 못한 생존피해자들의 이야기는 가슴아프게 전해진다.


    1949년 2월 1일, 시퍼렇게 칼 선 성산포 터진목 집단학살터 현장이었어. 영문 모르고 끌려 나온 수많은 인근 마을 사람들과 함께였어. 젊은 엄마는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꼬옥 품에 안고 바람 부는 모래밭에 나왔다지. 당연히, 설마, 쏘랴 하셨겠지. 하늘을 뚫고 탕탕탕, 순간 몸을 관통한 총알에 엄마는 아기와 함께 스러졌지. 피범벅이 된 엄마의 가슴에서 하늘을 찢는 세 살배기의 겁 질린 울음이 곤드박질쳤어. 엄마의 피 가슴을 쥐어뜯던 아기가 꼬물꼬물 모래밭에서 버둥거렸어. 가슴과 양쪽팔에 세 발의 총알을 맞고 피투성이가 된 아기가 본능적으로 기어나왔던 것이지. 그러자 멀리서 다시 쏘았어. 그런데도 아기는 죽지 않았어. 그러자 다시 쏘려던 토벌대는 “이놈은 하늘이 살린 놈이다. 죽여선 안 되겠다” 그랬다지. 아기는 당시 성산초등학교 앞에 살던 고모한테 강제로 맡겨졌지. 아이러니하게도 경찰은 그때 의약품을 주고 먹을 것도 주면서 잘 키우라 했다지.(P252-253)


    아, 그땐 봄이었습니다. 고사리가 너무 좋았어요. 지천에 깔렸어요. 난 벗들이랑 매일매일 새벽부터 들에 나가 고사리를 꺾었습니다. 생고사리는 열네 살에겐 정말 무거웠어요. 등짐 져 나오는데 친구들은 다들 자기네 집에서 마중 나왔어요. 

    근데 우리 집에선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았던 겁니다. 왜 나만 마중 오지 않느냐고 집에 와서 막 울었어요. 그런데도 뒷날은 또 갔어요. 한 포대기 등에 지고 오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 

    멀리서 우리 아버지가 뒷짐 지고 겅중겅중 마중 오고 있었어요. 아, 우리 아버지구나, 난 속으로 기˲뻤어요. 아버지가 내 앞으로 가까이 다가왔어요. 그때 저 동쪽으로 순경들이 발 하나 가득 보였어요. 순경 10여 명이 팍팍 날아왔어요. 팡팡 쏠 것 같아서 난 무서웠어요……

    밤이 캄캄해도 아버지는 오지 않으셨어요. 동네 사람들도 형님만 안 보인다고 찾으러 다니고. 초하루 달이 불그스름하게 져올 때 …… 가서 보니 아버진 구덩이를 이만큼하게 파놓고 거기에. 얼마나 못 견뎠는지 꽝꽝한 조밭을 막 손톱으로 판 흔적이 보이는 겁니다. 피만 졸졸 나고 있었어요. 그게 마지막이야.…… 

    나 때문에 고사리 마중 나갔다가 죽었다고 막 소문 파다했어요. 장례를 치르고 나니 가을 들었어요. 난 고사리가 정말 지긋지긋합니다.(P20-21)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을 통해 제주 4.3항쟁을 마주하면서 나는 80년 광주민중화운동이 떠 올랐다. 광주민주화운동은 내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누구도 나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신문에서도 티비에서도.

    고등학교까지 역사과목을 좋아했다는 것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인데 정작 대한민국 역사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은 줄줄이 외우고 각각의 왕들의 재임시기에 있었던 일들은 연도까지 줄줄이 외우면서도 정작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부분과 반쪽짜리에 불과한 내용 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선시대 이전의 역사를 알기 전에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마음먹고 많은 책들을 탐독했다.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게 되었다고,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제주 4.3항쟁을 마주하며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제주 4.3항쟁은 광주 5.18과 같이 무고한 시민이 희생된 학살 사건이면서 7년 7개월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동안 자행된 학살이라는 면에서 더 충격적이었다. 민족의 비극이라는 한국전쟁보다도 더 오랜 시간 동안 자행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부끄럽게 했다.

    제주 4.3 항쟁도 수많은 무고한 시민의 희생이 누구에 의해 왜 자행되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하고, 아직도 아프다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 감내하며 참아내는 생존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죄해야 할 것이다. 소중한 가족이 희생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유를 묻지도 못하고, 연좌제라는 덫이 있어 희생자의 가족이라는 이야기도 못하는 생존자들의 아픔은 세월로 덮는다고 덮어지지 않는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게 되면 잃어버린 다리에도 고통이 느껴져 참을 수 없다고 한다. 있는 다리가 아프다면 움켜쥐고 주물러보기도 하겠지만 잃어버린 다리는 주무를 수 없어 고통이 더하다는 것이다. 가족을 잃은 고통도 이와 같을 것이다. 이유가 밝혀지고 책임있는 자의 사죄만이 아픔을,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다.


    누군가의 평생을 괴롭히고, 누군가의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했던 

    장면들 앞에 가해자들은 ‘모른다’고 잡아떼리라.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반성, 성찰이 있어야 한다.

    문제의식조차 없이, 타인의 삶에 평생의 상처가 될지 모를 행위 하나

    다스리지 못하면서 무엇을 한다 하겠는가.(P106)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역사를 교훈 삼아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음이라고 했던가? 그런면에서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은 집단과 블랙리스트로 정적을 제거하고 국정을 농단한 집단을 마주하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역사를 통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것 같다.

    언제까지 사리사욕 가득한 정치집단은 이익을 가져가고, 대다수의 평범한 시민은 희생양이 될 것인가. 무고한 희생에 대한 책임은 무겁게 하여 다시는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정치적 수단을 악용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해본다.


    해녀 세계에서 가장 냉정한 것은 ‘숨’이다.

    욕심은 금물, 해녀들에게 숨비소리는 생명의 또다른 신호다.

    삶의 철학이다.

    살기 위해 물의 생을 택했으나, 목숨은 그 숨과의 안 보이는 대결이다.

    숨은 인생이다. 우리네 삶이라고 다르겠는가.

    이 시대 권력자들이 보이지 말아야 할 바닥을 보이는 현실에서

    해녀들은 자신의 숨을 조절하며 살라고 한다.

    숨비소리를 들으라고 한다.(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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