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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Modern&Classic)(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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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쪽 | 양장
ISBN-10 : 8934995386
ISBN-13 : 9788934995388
부끄러움(Modern&Classic)(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아니 에르노 | 역자 이재룡 | 출판사 비채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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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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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깨끗하고 상태가 좋네요! 5점 만점에 5점 redeye*** 2020.07.09

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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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글쓰기’라는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
아니 에르노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 작품 “6월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다.” 첫 문장만으로 전 세계 독자에게 충격을 선사한 아니 에르노의 《부끄러움》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아니 에르노의 여덟 번째 소설로, 열두 살 때 노동계층 부모와 기독교 사립학교 사이의 간극을 체험하고 존재의 불편함을 느꼈던 원체험(기억에 각인되어 영향을 받게 되는 어린 시절의 체험)에 대한 회고이다. 《단순한 열정》을 발표하고 한동안 윤리적 논란에 휩싸였을 때 자전적 서사 그 이상을 제시함으로써 모든 논란을 잠재우고 작가로서 일대 전환을 이루어낸 작품이다.
비채는 모던&클래식 시리즈를 통해 《부끄러움》을 내며, 이 작품이 작가 아니 에르노에게 갖는 의의를 소개한 신수정 문학평론가의 해제와 이재룡 숭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의 작품해설을 실어 이해를 도왔다. 또한 작가연보를 통해 데뷔 사십오 년에 이른 아니 에르노의 문학적 궤적을 정리했다. 오늘의 어법에 맞게 번역문을 세심히 다듬었으며 주석을 보강하고 표지 이미지를 통해 ‘원체험의 응시’라는 주제를 담담하고도 강렬하게 표현했다.

저자소개

저자 : 아니 에르노
1940년 프랑스 르아브르 인근의 작은 공업도시 릴본에서 식품점 겸 식당을 운영하는 뒤셴느 부부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1945년 노르망디 이브토로 이사해 기독교 사립학교를 다닌 후 루앙 대학교와 보르도 대학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했다. 1964년 필립 에르노와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고, 교원자격증을 취득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쳤다. 이후 문학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해 2000년까지 프랑스의 방송통신대학교에 해당하는 CNED에서 문학교수를 역임했다. 1974년 사회적 소외감을 독특한 문체로 표현한 소설 《빈 장롱》으로 데뷔했다. 1983년, 네 번째 소설 《남자의 자리》 에서 개인적 경험을 사회학적 관점으로 예리하게 해부한 혁신적인 스타일을 인정받아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이때 작가는 “내가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자신이 쓴 작품과 쓸 작품에 일찌감치 ‘자전적’ 요소를 부여했다.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첫 경험(《소녀의 기억》), 사춘기(《그들이 말한 것, 혹은 말하지 않은 것》), 결혼(《얼어붙은 여자》), 낙태(《사건》), 유부남과의 연애(《단순한 열정》), 유방암 투병(《사진의 용도》), 어머니의 알츠하이머 투병(《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과 어머니의 죽음(《한 여자》) 등 인생의 궤적이 가감없이 담겨 있다. 특히 《단순한 열정》을 발표하면서 대중의 사랑과 함께 받은 윤리적 비난을 극복한 작품이 바로 오 년 후 발표한 《부끄러움》이다. 《부끄러움》은 가난한 노동계급으로서의 부모의 위치를 인식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고급스러운 기독교 사립학교를 오가며 보낸 유년 시절로 이어지며 내면 깊이 자리한 수치심을 응시한다. “6월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다”는 문학사상 가장 충격적인 첫 문장 중 하나로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는데, 이 사건은 작가에게도 반드시 한 번은 말해야 하는 근간이자 ‘원체험’이었다. 작가는 《부끄러움》으로 자신의 치부를 열어 보이고, 보다 자유로운 글쓰기로 한발 나아갔다. 자전적, 전기적, 사회학적 글이라는 독보적인 작품세계로 ‘칼 같은 글쓰기’라는 수식어를 얻은 작가는 마르그리트 뒤라스 문학상(2008), 프랑수아 모리아크 문학상(2008),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문학상(2017)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생존 작가로서는 이례적으로, 2003년 작가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제정되었고 2011년 갈리마르 총서에 선집 《삶을 쓰다》가 포함되는 등 프랑스 최고의 작가로 꼽히고 있다.

역자 : 이재룡
1956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브장송 대학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밀란 쿤데라, 누보로망 이후 신경향 소설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장 에슈노즈와 장 필립 투생 등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것을 비롯해 외젠 이오네스코, 르 클레지오, 미르체아 엘리아데 등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고 알렸다. 현재 숭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학평론가로도 활발히 활동하면서 프랑스 문학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꿀벌의 언어》 《소설, 때때로 맑음》이 있고, 옮긴 책으로 조엘 에글로프의 《장의사 강그리옹》 《해를 본 사람들》, 장 필립 투생의 《사랑하기》 《도망치기》 《욕조》 《사진기》를 비롯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정체성》 《일 년》 《거대한 고독》 《고야의 유령》 《모더니티의 다섯개 역설》 《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 《벵갈의 밤》 《장엄 호텔》 《슬픈 흰곰의 노래》 《로즈의 편지》 《가을 기다림》 《외로운 남자》 《길고도 가벼운 사랑》 《이별연습》 《포옹》 《오니샤》 《불확정성의 원리》 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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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6월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다. _23쪽 이 이야기를 털어놓자 이런 일들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자주 다른 가정에서도 벌어지는 평범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글, 모든 글은 가장 극적인 것을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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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다. _23쪽

이 이야기를 털어놓자 이런 일들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자주 다른 가정에서도 벌어지는 평범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글, 모든 글은 가장 극적인 것을 포함한 어떤 행위도 정상적인 것처럼 만들어버리나 보다. _26쪽

당연히 현실을 추적하는 대신 현실을 생산하고자 하는 옛날이야기는 꾸며내지 말 것. 추억 속의 이미지를 거론하여 번역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이 이미지를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스스로 속살을 드러내는 자료로 취급할 것. 다시 말해 나 자신의 인류학자가 될 것. _47쪽

그녀는 “청년 축제에 갔었니?”라고 물었다. 나는 자랑스럽게 “응”이라고 말하고 둘 사이에 형성된 공감대의 표시로 큰 미소를 곁들였다. 그런데 곧바로 나는 그녀의 묘한 어투 때문에 그것이 “너는 체육복밖에는 입을 게 없니?”라는 뜻임을 알아챘다. _126쪽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내 부모의 직업, 궁핍한 그들의 생활, 노동자였던 그들의 과거, 그리고 우리의 존재 양식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었다. _137쪽

부끄러움은 내 삶의 방식이 되었다. 아니, 더는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부끄러움이 몸에 배어버렸기 때문이다. _137쪽

책이 나온 뒤에는 다시는 책에 대해 말도 꺼낼 수 없고 타인의 시선이 견딜 수 없게 되는 그런 책, 나는 항상 그런 책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열두 살에 느꼈던 부끄러움의 발치에라도 따라가려면 어떤 책을 써야 할까? _138쪽

사진 속 여자아이와 지금의 나 사이에는 이제 아무런 공통점도 없다. 내게 이 책을 쓰게 만든 6월 일요일의 그 장면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_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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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나의 삶을 지배한 원체험에 대한 고요한 응시 “그날 이후 부끄러움은 내 삶의 방식이 되었다.” 1952년 6월 15일, 아버지는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낫을 든다. 이어지는 어머니의 비명소리.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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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을 지배한 원체험에 대한 고요한 응시
“그날 이후 부끄러움은 내 삶의 방식이 되었다.”

1952년 6월 15일, 아버지는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낫을 든다. 이어지는 어머니의 비명소리.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부모님은 식탁에 앉는다. 흔한 부부싸움은 그렇게 끝났다. 그러나 열두 살의 아니 에르노에게 ‘그날의 사건’은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난한 노동계층의 외동딸로서 중산층 이상이 다니는 기독교 사립학교에 입학한 에르노에게 부모의 세계와 사립학교의 세계 사이에 놓인 간극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각인시켰다. 가난하고 천박한 부모가 부끄럽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자기 존재의 뿌리라는 것.
1996년, 어느덧 중년이 된 에르노는 사십여 년 전의 기억을 다시 꺼냈다. 열두 살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지만, 그날의 사건만큼은 결코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부끄러움은 내 삶의 방식이 되었다”는 에르노는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도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을 사로잡은 그 원체험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1952년으로 돌아간다.

존재의 불편함을 마주하겠다는 칼 같은 각오
“나는 나 자신의 인류학자가 되겠다.”

에르노의 회상은 철저하게 객관적이다. 그날의 사건 전후에 찍힌 자기 사진들, 1952년의 신문 기사들, 전후 재개발이 한창인 작은 도시 이브토, 부모님이 운영했던 식당 겸 식품점을 세세히 묘사한다. 하지만 여기에 감상을 덧칠하거나 추억에 빠지지 않는다. 대신 에르노는 ‘우리’라고 인식되어온 프롤레타리아 계층의 말투, 행동, 관습을 마치 사회과학 서적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있는 세계, 또 다른 ‘우리’인 기독교 사립학교의 엄격한 규율, 예절, 분위기 또한 같은 방식으로 서술한다. 동일한 형식에 상충되는 내용은 두 세계의 대비를 극적으로 드러내며 개인의 이야기를 계급의식의 문제로 확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서술 방식으로 존재의 불편함을 변호하거나 순화하지 않는다. 에르노는 노래를 흥얼거리다 자신이 천박하게 보이지 않을까 싶어 갑자기 노래를 멈춘 것을, 친구들 앞에서 더러운 속옷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어머니의 존재가 우스꽝스럽다고 느낀 것을 가차 없이 ‘부끄러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 자신의 인류학자”가 되어야 한다며 자신의 존재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내보인 에르노의 글쓰기에 대해 신수정 문학평론가는 “어떤 ‘부끄러움’은 어떤 식으로도 발화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글쓰기야말로 “부끄러움의 최선의 발화”라고 말한다. 그래서 《부끄러움》은 슬프면서도 강하다. “나 자신의 인류학자가 되겠다는 것”은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존재의 불편함을 정면으로 응시하겠다는 “칼 같은 각오”이기 때문이다.

가장 ‘아니 에르노’다운 글쓰기
“타인의 시선을 견딜 수 없는 책. 나는 그런 책을 쓰고 싶었다.”

현대문학에서 에르노의 글쓰기가 차지하는 위치는 독보적이다. 주체의 죽음이라는 거대 담론에 맞서 일인칭 글쓰기를 통해 주체의 귀환을 외친 당시 프랑스 문단에서, 일인칭을 넘어 어떤 과거 윤색이나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에르노의 ‘자전적 글쓰기’는 단연 돋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전적’이라는 특성은 양날의 검이 되기도 했다.
자기 아버지 이야기를 담은 《남자의 자리》로 1984년 르노도상을 수상한 에르노는 이후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인 《한 여자》와 자신의 절절한 사랑 체험을 다룬 《단순한 열정》을 발표했다. 특히 《단순한 열정》은 대중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유부남과의 연애라는 경험담에 쏟아지는 윤리적 비난 또한 피하기 어려웠다. 이와 함께 이전 작품들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지나치게 솔직한 관점이 재평가되면서 문단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에르노는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자전적 글쓰기를 극한까지 밀어붙인 《부끄러움》을 발표했다. “나는 항상 타인의 시선을 견딜 수 없는 책을 쓰고 싶었다”는 에르노는 “칼 같은 각오”로 자신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드러내 보인 것이다. 이후 낙태, 실연, 질투 등 경험담의 단순 서술을 넘어 내면 깊숙이 자리한 감정을 담아낸 책을 연달아 발표했다.
《부끄러움》은 단순히 사십여 년간 발표된 에르노의 작품 20편 중 하나가 아니다. 자전적 글쓰기의 한계를 단칼에 거부한 전환점이자 작품세계의 근간으로서 각인된 기억, 그 원체험에 담긴 존재의 불편함을 정면으로 응시한, 에르노의 모든 것이 담긴, 가장 ‘아니 에르노’다운 자전적 글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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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부끄러움 | he**ajh | 2019.06.0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유명인사들은 자서전(회고록)이나 자전소설을 쓴다. 둘 다 개인의 경험을 ...

     

     

    유명인사들은 자서전(회고록)이나 자전소설을 쓴다. 둘 다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애를 기록한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저자가 어느 정도 ‘개입’하며, 얼마만큼 ‘솔직함’을 가지고 쓰는가 이다. 즉, 자서전은 삶을 회고, 기록한 전기문이라면, 자전소설은 경험을 묘사한 소설인데, 저자에 따라 자신의 삶을 재해석하거나 미화하기도 한다.


     

    여기, ‘자전적 글쓰기’라는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저자가 있다. 아니 에르노, 그녀는 자서전과 자전소설의 경계를 허물어트린다. 분명 자전 ‘소설’ 작가인데, 그녀의 작품에는 어떠한 픽션도 없으며, 판단, 은유, 비유가 배제된다. 자신을 철저히 소재로서 취급하고, 작품 한 가운데 올려놓아 철저하게 해부하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부끄러움’은 저자의 생애 중 가장 충격적인 경험을 다룬다. 서슬을 스스로에게 휘두르는 작가, 그럼에도 무표정한 태도에 독자가 기겁,비명을 꾹 참아야만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타인의 시선을 견딜 수 없는 책, 나는 항상 그런 책을 쓰고 싶었다.’

    -저자 아니 에르노- 

    <p style="line-height: 1.5;">
    </p> <p style="line-height: 1.5;">   </p>

    - 어머니를 죽이겠다고 낫을 든 아버지, 내 나이 12살 이었다.

    ‘그날 이후 부끄러움은 내 삶의 방식이 되었다.’

     

     

    나(아니 에르노)의 나이 12살, 6월 어느 일요일 정오였다. 가게 손님이 모두 돌아간 후 우리가족은 식사를 했다. 어머니의 심기는 불편해져있었다. 아버지와 한바탕 벌인 말다툼은 밥상머리에 앉은 후에도 계속되었다. 잠시 후 엄마는 화가 날 때마다 그랬듯, 부엌으로 가 꿈지럭거리며 연신 아버지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묵묵히 앉아있던 아버지는 돌연 숨을 가쁘게 내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로 악을 썼다. 그리고는 어머니를 붙잡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곧이어 엄마의 비명 섞인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지하실로 뛰어 내려갔다. 그리고 그날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컴컴한 지하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목덜미를 쥐고 다른 손에는 낫이 들고 있었다.

     

     

    그날 이후, 충격적인 장면과는 다르게,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무일이 없다는 듯이 행동했고, 그 날의 일은 더 이상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그날의 사건’은 내 존재를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기독교 사립학교에 입학하자, 우리가족의 세계와 사립학교의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난하고 천박한 부모, 그것이 나의 존재의 뿌리라는 것. 그 불편함을 ‘부끄러움’을 지금 응시하려 한다.

     

     



    - 날고기를 씹어 삼키는 듯 한 자전소설 ‘부끄러움’.

    양념 없이, 비릿하고, 노골적이다, 프랑스식당에서 썰어먹는 ‘레어 스테이크’ 같다!

     

     

    솔직히 말하면 쉽지 않다. 재미나 흥미를 위한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어린시절, 평생 트라우마가 된 사건을 겪고, 그 일로 인해 자신이의 ‘출생’과 ‘계급’을 실감한다. 이는 곧 ‘부끄러움’을 느끼는 계기가 되고, 저자는 나이가 먹은 뒤에도 ‘부끄러움’을 삶의 방식으로 여기며 살아가게 된다.

     

     

     

    부끄러움, 수치심, 창피함. 이 감정들은 누구나 한번쯤 겪는 감정이지만, 감히 마주하진 못한다. 그것은 곧 자신의 처지(상황)나 부재, 나약함(약점)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감정을 애써 외면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한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아니 에르노는 다르다. 끝없이 자신을 벗겨내고 몰아세운다. 작품위에 저자는 알몸으로 해부되는 시체나 다름없다.

     

     

     

    저자의 ‘부끄러움’은 어떠한 동요도 없다. 유년시절의 흉포한 사건을 날 것 그대로를 보여준다. 어떠한 양념도 없이 말이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인 냥, 인류학자의 관점으로 담담하고 냉정하게 말이다. 때문에 독자는 당황스럽다. 조리되지 않는 날 것의 감정, 그 것도 모르는 사람의 심연 속 비밀스럽고도 고통스러운 부분을 지켜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의 ‘부끄러움’은 처연하다. 그리고 강렬하다. 피가 뚝뚝 흐르는 생고기처럼.


     

    저자는 독자의 식탁앞에 레어 스테이크를 내놓았다. 거의 생고기나 다름없는. 고급진 프랑스 식당에서 화려하게 플레이팅 된 음식들(다른 프랑스문학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과감하게 노골적인 생고기를 턱 올려놓은 것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보면 야만적이다, 추하다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부끄러움’이란 원초적인 감정을 누구보다 근본적으로 그려낸다. 그것들이 도덕적이거나 아름답지 않더라도 말이다. 어떠한 양념과 향신료, 굽기도 없이 맛보야 하는 작품. 생고기라 불편하고 낯설지만 그게 고기 본연의 맛(감정)임을, 에르노는 가차없이 맛보여 준다.


    +@  이런 종류의 프랑스 현대문학을 읽어본 적이 없어,

    좋다 나쁘다, 재미있다 재미없다를 논하기 어렵다. 때문에 감상 위주의 서평을 쓰게 ː다.

    아니 에르노는 프랑스문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 정도로 '자전적 글쓰기'로 유명한 작가이다.

    그녀는 자신이 '체험한' 것만을 쓰는 작가로, 첫경험,사춘기,결혼,낙태,유부남과의 연애,유방암투병,어머니의죽음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해 비난과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혁신적' '독보적'이란 평가를 받는 작가이다.

     

     

  • 가리고 싶은 감정의 봉합. | lh**19 | 2019.05.30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가리고 싶은 감정의 봉합.  아니 에르노의 글은 송곳같다. 솔직하고 날카롭다....

    가리고 싶은 감정의 봉합.


     아니 에르노의 글은 송곳같다. 솔직하고 날카롭다. 침의 날카로운 부분을 만지듯 문장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따갑게 느껴진다. 그녀의 어떤 책을 읽어도 책이 가지고 있는 무게 보다 더 날카롭고, 무거움이 느껴져 책을 읽고 나면 이전보다 훨씬 더 큰 무게감으로 침잠하게 만드는 작가다. 그녀의 글을 읽고 있다보면 '아니 에르노 화법'으로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진다. 마치 다른 이들이 레이먼드 카버와 같이 쓸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그러나 그저 솔직하고 간결한 문장 만이 그녀의 글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그녀의 연인인 필립 빌랭이 아니 에르노와 같은 글쓰기로 책을 펴냈지만 많은 이들로 하여금 혹평을 자아냈다.


    놀랍도록 아니 에르노의 글은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듯 걸리는 것 없이 글로 표현해낸다. 자신에 대한 글을 써도 써야 할 것과 쓰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자가검열을 아니 에르노는 하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의 모든 기억들, 가리고 싶은 감정의 봉합을 마저도 글쓰기의 재료로 쓰고 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는 기억들과 감정들, 상황들을 거르지 않고 간결하게 흑백티비를 보듯 전진하며 아니 에르노의 유년시절을 체감하게 된다. <부끄러움>은 아니 에르노의 각인된 기억들을 시작으로 마모되지 않는 소녀의 열망과 앞으로 더 나아가고 싶은 소녀의 날큼한 눈빛이 더해진 책이다.


    부모님의 테두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때때로 포용적인 삶 속에서 폭력적인 부모의 두 얼굴을 마주 하는 소녀의 각인된 인상들이 강렬한 생채기를 남긴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균열을 어린 아니 에르노가 보았다. 시간의 영역은 때로는 기억을 미화시키지만 간결한 문장과 덧대지 않는 이야기로 시간의 간격을 메워나간다. 안전한 테두리의 양면성과 그 속에서 억눌리는 여자아이의 불온한 응시는 당시 아니 에르노가 어떤 생각을 하고 감정적인 체험을 했는가에 대한 고백이기도 하다.


    감정적인 시각을 넘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녀의 고백은 흔들리지 않는 심지 같다. 어떤 수식어도 넣지 않는 담백하면서도 고독함이 느껴진다. 많은 수사여구 없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당당함 때문인지 자꾸 그녀의 글을 읽게 된다. 각각의 나이에 맞는 시간의 연속들. 당시의 나. 나를 만든 당신들의 시간들. 가깝지만 먼 뷰파인더 속에 나를 그리는 것처럼 아니 에르노의 시간은 아직도 식지 않는 감정들이 여전히 그 시간 속에 존재해 있었다. 누군가는 그런 껄끄러운 감정들을 잊고 살아야 한다지만 자신의 모든 시간이 그녀의 글이자 아니 에르노다. 아니 에르노의 세계는 그래서 명징하고, 간결하지만 우아하다. 콕하고 집어주는 감정의 결계가 콕 하고 박힌다. 만나고 싶지 않지만 그녀가 알려주는 상황적 감정의 이야기라면 시간을 돌려 나의 이야기들을 돌려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어머니와 아버지가 미소를 짓거나 공범자 같은 폭소 또는 농담으로 서로에게 애정 표현을 할 때면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 사건은 그저 '나쁜 꿈'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그런 애정 표현은 오로지 그것이 표현되는 순간에만 의미가 있을 뿐 미래에 대해선 어떤 것도 보장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 p.29


    내게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나 주변 세계를 생각할 때 사용했던 단어들을 되찾은 일이다. 정상적인 것과 용납될 수 없는 것, 심지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1995년의 나라는 여자는, 조그만 자기 도시와 자기 가족 그리고 사립학교만 알고 있어서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제한되었던 1952년의 소녀 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없다. 그 소녀 앞에는 살아야 할 무한한 시간이 놓여 있었다. - p.46~47


    (묘사를 하는 데에서 정확성 외에는 아무런 원칙도 세우지 않은 채 유년 시절 무심히 지나갔던 거리를 처음으로 묘사하다 보니. 그것은 그 거리들이 내포하고 있었던 사회적 계급을 보다 명백히 드러내는 일이 되었다.거의 종교적 금기에 가까운 것을 깼다는 느낌. 에들랭의 별장! 푸른 등나무 꽃! 샹드쿠르스의 뽕밭! 색깔이나 이미지로 내 마음에 깊이 악인된 사랑의 지도를 딱딱한 선이 그러진 지도로 바꿔치기하니, 환상은 깨졌지만 그 명백한 진실은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기억도 생생한데, 1952년에는 넓은 잔디밭과 자갈을 깐 오솔길이 있는 정원을 둘러싼 높은 담장을 바라보면 대번에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와 같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p.56~57


    그리고 인생의 시간은 '무엇 무엇을 해야 하는 나이'로 구분된다. 영세를 받을 나이, 담배 피울 권리가 있는 나이, 음담패설이 오갈 때 그대로 앉아 있을 수 있는 나이. 직장에서 일하고 댄스파티에 가고 '데이트' 할 수 있는 나이. 군대 갈 나이. 오락 영화를 볼 수 있는 나이. 결혼하고 아기를 가질 수 있는 나이. 검은 옷을 입는 나이. 더 이상 일하지 않는 아니. 죽는 나이. 이쯤되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게 되고 모든 것이 완성된다. - p.66~67


    ('사립'이란 단어는 항상 결핍, 공포, 폐쇄와 연관되어 있다. 심지어 '사생활'이란 단어까지도. 글쓰기란 공개적인 것이다.) - p.94


    변함없는 인간에게 위안을 주는 자연의 회귀성, 한 여름의 히트곡, 유행했던 벨트, 필히 소멸될 운명의 사물들에 추억이 고착된 나에게, 그리고 필경 내 세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기억이란 나의 항구성 혹은 나의 정체성에 대한 어떤 증거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나의 분열, 나의 역사성을 느끼게 하고 확인시킬 뿐이다. - p.103~104

     
  • 부끄러움 - 아니 에르노 | ma**wolf | 2019.05.30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6월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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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다.

    .

    .

    그 후 그 일요일은 나와 이전의 나에 대한 모든 것 사이를 가르는 어떤 장막처럼 남게 되었다.

     

     

    아니 에르노.

    처음 읽는 작가다.

     

     

     

    부끄러움은 그녀의 12살 6월 어느 일요일 부부 싸움 끝에 극단까지 치달았던 부모의 한순간이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 않은 한 소녀의 이야기다.

    아니 에르노 그 자신의 이야기다.

    그 한 해에 대한 그녀의 기억이 기록처럼 적혔다.

    보태지도 덜하지도 않은 날것의 기억.

     

     

     

    프랑스 시골마을의 풍경

    50년대 시골 사람들의 생활

    사립학교를 다니지만 그 안에서 극명한 차이를 느꼈던 소녀의 총체적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나는 사립학교, 그곳의 품위와 완벽함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부끄러움 속에 편입된 것이다.

     

                    

    부끄러움에서 가장 끔찍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나만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믿는 것이다.               

     

     

     

    자신의 과거를 온전히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에르노의 글이 그렇다.

    감정의 기복 없이 최대한 냉정한 시선으로 그때의 충격과 그것을 감추고 살아내는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상인의 외동딸이었고, 학교에서 상위 성적을 유지하고 조용했지만 늘 사소함에서 부끄러움은 드러났다.

    그 부끄러움마저도 너무 냉정하게 표현된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본 듯 그대로 적어 놓은 글 앞에서 낯설음을 느꼈다.

     

    어디에서도 읽은 적 없는 느낌이다.

     

    고요한 응시.

    어떤 작가도, 아니 어떤 사람도 해낼 수 없는 글을 썼다.

     

    이 생소함은 무언가 신경을 건드리는 게 있다.

    아마도 자신에 대해서 절대 객관적일 수 없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겠지.

     

    어떤 글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는 기록이다.

    한 개인의 숨기지 않은 낱낱의 기록.

     

    그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이렇게라도 끄집어 내고 싶었던 찌꺼기였을까.

    좀 편안해졌길 바랄 뿐이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만

    지신들은 그 감정을 소진하고 이해하겠지만

    주변에 있다 그 파편을 정통으로 맞은 아이들의 상처는 무시되기 쉬운 것이다.

    그녀의 부모도 그랬다.자신들은 잊었고

    그들의 외동딸은 끝까지 그 기억에서 놓여나지 못했다.

     

    자기 자신을 기록하는 일.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작가. 아니 에르노.

     

    특별한 작가를 읽느라

    한 밤이 꼴딱 지나갔다.

     

    그녀의 기억에도

    아침이 내리길...

     

     

     

     

     

  • 부끄러움 | mo**ardin | 2019.05.29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때론 파격적인 글로 인해 인상이 깊게 각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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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론 파격적인 글로 인해 인상이 깊게 각인이 된 작가 중 한 사람인 아니 에르노의 작품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아껴서 읽듯이 이 책 또한 시간을 끌다 읽게 된 책중에 하나다.

    <p> </p> <p> </p>

    부끄러움을 느끼는 연령대는 언제부터일까?

    요즘은 워낙 성숙한 시대라 흔히 생각하는 사춘기의 연령을 넘기기도 전에 느낀다는데, 이 책은 저자의 실제 자전적인 일을 그린 작품이다.

    <p> </p> <p> </p>

    흔히 말하듯 나의 마음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자신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아물어가는 시간이 올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부끄러움이란 제목은 말 그대로 저자의 생생한 기억 속에 자리 잡은 트라우마에 속한 것처럼 보인다.

    <p> </p> <p> </p>

     - 6월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다.-p 23

     

     

    마치 큰 사건이 벌어질 것처럼 여겨지던 문장의 첫 강렬함은 이내 숨죽이며 읽게 된다.

    도대체 그녀의 부모님들은 어떤 이유로 위와 같은 행동을 보인 것일까?

    <p> </p> <p> </p>

    흔히 부모들이 다투게 되면 스스로 자신의 방에 있거나 애써 외면하거나 아니면 자식들 앞에서는 그 어떤 후회할 행동을 하지 않는 부모님들도 있겠지만 저자의 부모는 상당히 다혈질인 것 같다.

    <p> </p> <p> </p>

    12살 소녀의 눈과 귀에 모두 그 장면을 보고 듣게 된 후의 그녀가 느낀 감정은 바로 부끄러움이었다.

    <p> </p> <p> </p>

    이웃도 모를 수도 있던 그 사건은 이후 아무 일 없는 듯이 지나가는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했지만 그녀는 결코 그것을 잊지 못했고 그녀의 부끄러움이 본격적으로 더욱 와 닿은 것은 바로 학교생활이었다.

    <p> </p> <p> </p>

    자신의 또래들이 다니던 일반 학교가 아닌 사립 기독교 학교에 다니면서 느꼈던 신분과 가정환경에서 오는 차이들, 그들의 세계에서 바라본 자신의 가정 모습은 없어졌다고는 하나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계급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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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내 부모의 직업, 궁핍한 그들의 생활, 노동자였던 그들의 과거, 그리고 우리의 존재 양식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었다. 또한 6월 일요일의 사건에서, 부끄러움은 내 삶의 방식이 되었다. 아니, 더는 인식하지조차 못했다. 부끄러움이 몸에 배어 버렸기 때문이다. -P 137

    <p> </p> <p> </p>

    특히 선생님이 자신을 집으로 바래다주었을 때 속옷 차림으로 나온 엄마의 모습을 본 저자의 그 당시 충격은 결코 잊을 수없는 부끄러움의 둥지로 자리 잡았으니, 어쩌면 이렇게 담담히 서술한다는 것 자체도 대단한 용기였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p> </p> <p> </p>

    **** 부끄러움에서 가장 끔찍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나만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믿는 것이다. - p 117

    <p> </p> <p> </p>

    주위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자신만이 느끼는 그 부끄러움에 대한 회상은 저자 자신이 글을 통해 훌훌 털어버리고 좀 더 자유로워지길 바랬기 때문이 아닐까?

    <p> </p> <p> </p>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이와같은 부끄러움을 고백한 저자의 글은 마치 제삼자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면서도 그럼에도 이 글을 탈고했을 당시에는 자신의 내면을 끝까지 몰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p> </p> <p> </p>

    감추고 싶어 하는 부분들을 과감히 꺼내어 서술한 개인적인 이야기, 이제 그 부끄러움은 더 이상 그녀의 부끄러움이 아니다.

     

  • 부끄러움 | al**co62 | 2019.05.2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책 표지속에 공허하게 한 곳을 응시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면서 여자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왜 그렇게 공허해 보이는지 부끄러움이 ...

    책 표지속에 공허하게 한 곳을 응시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면서 여자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왜 그렇게 공허해 보이는지 부끄러움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와 관련되어진게 아닐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부끄러움을 처음 읽게 되는데 그녀는 ' 내가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수있는데 그녀가 생각하는 부끄러움은 무엇이고 왜 그토록 부끄러움에 대해 말하고 싶은지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1952년 6월 15일 그날을 계기로 삶의 분기점이 달라지게 된 '나' 에게 그날에 대한 기억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일려고 했다는 사실 때문에 앞으로 자신이 겪게 될 트라우마가 생기게 된 날이었고 그 기억은  언제가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일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강하게 가슴속에 남겨두게 되면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식당과 식품점을 겸하고 있었던 부모님은 노동자 계층의 고단한 삶이었지만 딸만은 사립학교에 보내 자신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음식이나 물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을 알아두고 자신의 계급에서 해야 할 행동을 몸소 익히고 살아가면서 그것이 노동자계층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을 언제나 인식하면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던 일에 대해 근심하는 소녀였습니다. 열두살 어린 소녀에게 그날의 일은 시간이 지나도 충격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그녀의 글을 통해 알수 있었지만 나와 다르게  부모님은 이미 그날의 일을 잊고 화해를 했다는 사실을 소녀는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날의 사건에 대한 나의 집착은 어른이 되어서 문서 보관소에서 신문에 그날의 일을 찾아보게 하지만 자신이 기대했던 결과를 찾을수는 없었습니다. 그녀는 그곳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어쩌면 1952년 소녀가 가지고 있었던 법칙, 의식, 믿음, 가치를 찾을려고 했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나에게는 살고 있는 우리동네 이외의 다른 곳은 새로운 세상으로 도시는 나에게는 두려운 곳이지만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곳은 도시이기 때문에 동경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우리동네 사람이 아닌 사람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다른 지역 사람은 이방인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그곳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사람들은 그들이 겪은 전쟁의 공포를 이야기 하면서 마지막에는 더 이상 전쟁을 겪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세상이 진보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던 시기였습니다.

    사촌 형제들은 공립학교에 다녔지만 유일하게 사립학교에 다니던 나는 그곳에서도 신분에 따라 자유반과 기숙사반으로 나누어져 있었기 때문에 신분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학교는 교육보다 종교적인면이 더 강조되는 곳으로 진리와 완벽한 빛의 세계에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에게는 공립학교는 나쁜 이라는 이미지를 생각하게 하고 사립학교는 나에게 자부심이었지만 그날의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사립학교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끄러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날의 사건과 아버지와의 여행을 통해 나는 더 이상 아름다운 유년을 경험하지 못하고 부끄러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나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감수성이 강한 열두살 소녀가 그날의 일로 인해 가지게 된 부끄러움의 의미를 이해할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나에게 부끄러움은 열등감이었고 어른이 되어서도 부끄러움을 떨치지 못하다가 이 글을 쓰면서 그녀가 당시에 가지고 있었던 부끄러움이 무엇이었는지를 독자들에게 고백하고 소외되어진 계층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는 부끄러움은 청소년 시기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두려움과 부끄러움에 대해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었던 아픔을 드디어 고백하고 부끄러움을 떨쳐내고 싶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만의 부끄러옴을 가지고 있지만 겉으로 말하지 못하고 있는 지난 시절의 부끄러움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그 부끄러움을 용기있게 고백하면서 앞으로 더 나아갈수 있다면 불편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홀가분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부끄러움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을 이해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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