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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86-6
232쪽 | 규격外
ISBN-10 : 8993928630
ISBN-13 : 9788993928631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86-6 중고
저자 김얀 | 출판사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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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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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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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국 낯선 침대 위에서 만난 13명의 남자 이야기!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김얀의 ‘색, 계’》, 《색콤달콤한 연애》 등의 섹스칼럼니스트 김얀이 여행했던 13개의 나라와 그곳에서 만난 13명의 남자들의 이야기에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등의 작가 이병률이 여행지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더하였다. 이병률이 카메라에 담아온 은밀하고 상징적인 이미지들은 행간에 숨어 있는 이야기의 해설과 동시에 더 깊은 여백을 마련해, 독자들이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방콕에서 온몸에 문신을 그린 남자를 만난 일, 몽마르트에서 우연히 만나 서울까지 이어졌던 인연, 누구보다 잘 아는 사이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알 수 없었던 의문의 남자, 그리고 지금 사랑하고 있는 ‘너’까지. 김얀은 침대 위에서 만났던 남자들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써내려간다. 이처럼 솔직한 여행기는 낯선 여행지의 낯선 침대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한번쯤은 외로웠던 경험을 했던 이들에게,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도 결국 아무도 혼자가 아님을 알려준다.

저자소개

저자 : 김얀
저자 김얀은 1982년, 제가 태어난 날 우주의 모습을 상상해봤습니다. 제가 별들과 함께 떠다니더군요. 어느 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간절히 글을 쓰고 싶었던 저는 그 다짐과 함께 그날의 우주를 왼쪽 손목에 새겨 넣었지요. 경민(ㄱㅕㅇㅁㅣㄴ)이라 새긴 손목의 문신을 거꾸로 본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김얀? 저를 김얀(ㄱㅣㅁㅇㅑㄴ)으로 불러준 그들에게 이제, 조심스레 김얀이라는 작은 우주를 열어봅니다.

사진 : 이병률
사진 이병률은 생각난 듯이 지도를 펼쳤고, 훌쩍 자주 떠났다. 순간순간의 호기심으로 그 낯선 어디에선가 카메라를 꺼냈다. 그녀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를 꼭 닮아 이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의 텍스트 위에다 따로 또 같이 마음을 겹쳤다.

목차

Prologue
외국의 낯선 도시를 홀로 걸어본 적 있나요?

Bangkok>Rambuttri Road
붉은색 다이아몬드를 샀다

Osaka>A letter
이곳에도 진짜 사랑이 있을까요?

Singapore>Singapore River
거짓말엔 눈이 멀어버리기 마련이다

Paris>Eiffel Tower of Night
그렇게 우리는 낯설어졌다

Seoul>Soul City
그래도 ‘연애’라 부를 수 있는 연애들

Melaka>Chandelier
스물두번째 혹은 스물세번째 당신

Siem Reap>A diary
관계하지 않아도 괜찮아

Osaka>Night and Zoo
나를 철창에서 꺼내주세요

Hong Kong>Strange Travel
섹스와 이륙, 그 남자와 섬의 공통점

Ottawa>Bunk Bed
나의 아름답고 오래된 이층 침대로

Munich>about J
그 도시는 전부 너였다

Praha>The Lovers of Praha
결국 그 사람이 보이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Beijing>To You
나는 지금 이렇게 너를 사랑하고 있어

Epilogue
낯선 곳을 헤매는 상처투성이의 나에게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그동안 여행했던 도시에 대해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 도시에서 알았고 만났던 남자들이 생각나.” 서른번째 여름, 그녀는 여행을 떠났다. ‘나의 문제’는 뭘까.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수많...

[출판사서평 더 보기]

그동안 여행했던 도시에 대해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 도시에서 알았고 만났던 남자들이 생각나.”


서른번째 여름, 그녀는 여행을 떠났다. ‘나의 문제’는 뭘까.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삼십대 초반이 된 그녀는 이제 많은 것을 결정해야 했다. 그러나 부모님이 권하고 친구들이 충고하는, 남들 사는 대로의 삶을 살기는 싫었다.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어떤 날은 생각 없이 무작정 떠나기도 했다. 몇 번을 떠난 여행지에서 남자를 만났고 사랑을 했고 섹스를 했다. 인연은 이어지기도 했고 이어지기 않기도 했다. 여행지에서 돌아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결론은 쉽게 났다. 좋아하는 것은 책, 여행, 섹스.

그녀는 글을 썼다. 자신이 떠난 13개국의 여행지과 13명의 남자들의 이야기를. 후에 누군가 여행했던 도시에 대해 묻는다면 그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 도시에서 알았고 만났던 남자들이 생각난다”고.

책에는 작가 김얀이 여행지에서 만난 도시와 남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방콕에서 온몸에 문신을 그린 남자를 만난 일, 몽마르트르에서 만나 서울까지 이어졌던 인연, 누구보다 잘 아는 사이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알 수 없었던 의문의 남자 그리고 지금 사랑하고 있는 ‘너’까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좋아하며 침대 위에서 만났던 남자들의 이야기를 써나갔다. 책에서 그녀는 수많은 남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마지막에 “이야기 어딘가에 낯선 곳을 헤매고 있는 상처투성이의 내가 보였다”고 말한다. 이 글을 쓰며 심연의 어딘가를 서성이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외면해왔던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낯선 여행지의 낯선 침대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한번은 외로웠던 경험이 있었던 독자들 또한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여행을 떠났고 수많은 당신들과 만났으며 이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 한 여성의 솔직한 여행기는 이지러진 바람들이 어느 한 곳에서는 다시 만나리라는 바람과 동시에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도 결국 아무도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녀가 쓴 글이 그의 프레임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걸음을 따라 이야기는 한 남자의 카메라 프레임에 담긴다. 김얀의 자취를 따라 이병률 작가가 카메라를 들고 다시 여행을 떠난 것이다. 그녀의 솔직하고 대담한 글 위에 이병률 작가의 사진이 불투명한 필름처럼 한 겹 겹쳐진다. 그가 카메라에 담아온 이 은밀하고 상징적인 이미지들은 이야기의 해설이 될 수 있음과 동시에 더 깊은 여백을 마련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게끔 한다. 이것은 책 속에서 따로 또 같이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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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유진주 님 2013.08.13

    하늘에서 별들이 매번 나를 선명하게 지켜봤을 거란 생각에 두려움과 수치심을 느꼈다. 강가에서의 내 모습이 너무도 창피했다. 도저히 모르겠고 힘들어서 옳은 길인지 확신도 서지 않는 편한 길을 걷고자 했던 나. 별들이 보내는 눈빛 앞에서 오늘 내가 내린 결론은 다시 녹아버렸다. 흘러가는 대로 흐르지 말아야겠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밤새 뒤척였다. 그렇게 다시 무서운 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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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낮의 섹스는 처음이었다....

     

     

     

    한낮의 섹스는 처음이었다. 빛은 모든 걸 숨김없이 내보였다. 미간을 잔뜩 찡그리고 내 위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너. 목 아래로 작은 점 두 개가 보였다. 그 아래론 탄탄한 가슴근육과 옅은 커피색 유두. 그리고 조용히 숨어 있던 배꼽과 그 옆에 난 작은 상처도 보였다.

    거친 숨소리와 신음과 떨림이 엉킨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우리는 다시 나란히 누웠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너를 봤다. 한낮의 해가 비추는 너의 적나라한 몸과 얼굴을. 너 역시 내 모든 걸 보았을까? 뭉클하게 네 손에 잡혀 있던 가슴, 너는 그 안에 있던 내 마음까지도 볼 수 있었을까? 얕은 잠에 빠진 탓에, 네 가슴이 천천히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나는 네 가슴에 귀를 갖다댔다. 이렇게 하면 혹시라도 너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규칙적인 심장박동만이 내 머리를 울렸다. 정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우리는 정리가 필요한 사이일까?

     

    커튼을 활짝 열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강하게 빛이 들어왔다. 살짝 벌어진 네 입술을 보며 차라리 네 연락처를 파리 길거리에서 잃어버렸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했다. 무방비 상태로 누워 잠든 네 곁에 나도 다시 누웠다. 눈을 감고 우리가 함께 봤던 반짝이는 밤의 에펠탑을 떠올려보았지만 잘되지 않았다. 발밑에 있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덮고 깜깜한 공기를 삼키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때의 반짝이던 에펠탑과 차가운 밤공기와 너의 얼굴을 떠올려보려 노력했지만, 역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한낮 이불 속의 너와 나. 그 암흑 같은 침묵. 이제라도 나는 너를 잃어버려야겠다. 오늘이야말로 정말 너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너와 나는 다시 서로의 이름을 모르던 여행자가 되었다. -p, 90, 91

     

     

     


     




     

     

     

     

    ‘섹스칼럼니스트가 쓴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라는 말에 냉큼 찜목록에 넣어두곤, 드디어 보았어요. 시험이 끝나자마자 처음으로 집어든 책입니다.

     

    생각보다 야하지는 않았지만(그래서 좀 실망스러웠지만..), 여행은 사람을 무모하고 용감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한 번 더 깨닫게 해주었어요.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 만난 남자와의 잠자리라니.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가볍게 만나고 쿨하게 헤어지는 모습들을 보며 내가 외국으로 여행을 간다 해도 이렇게 쿨한 만남을 가지게 될까, 이런 무모한 여자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책의 작가인 섹스칼럼니스트 김얀은 자신이 좋아하는 걸 곰곰이 생각해본 후 여행, 섹스, 책 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쓰게 된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 13개국의 낯선 도시와 13명의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 그 중엔 상상 속의 남자도 있지만 읽다보면 정말 빠져들만큼 매력적인 남자들입니다.

     

    덤으로 이병률 사진작가님의 멋진 사진들까지 볼 수 있어요. 읽다보면 사진보다 글에 집중하게 되는 건 사실이지만, 사진이 없었다면 심심했을지도 몰라요.

     

    또 하나, 이 책을 읽고나서 타투가 꼭 하고싶어졌어요. 원래 하고싶은 타투 문양까지 생각해뒀었는데 잘 해주는 곳을 찾지 못해서(이건 핑계일지도. 그냥 귀찮아서..) 아직까지 못하고 있었는데 요번에 꼭 할거여요.

     

     

    남자는 이틀 전 싱가포르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 호텔에서 보는 야경이 아주 아름다워 잠들기 아깝다는 문자를 보내왔었다. 나 역시 남자에게 호감은 있었지만 사실 여기에서까지 만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낯선 나라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건 자신도 모르게 평생 각인되어 버리는 일이라 신중해야만 한다. 뉴스에서 혹은 신문이나 여행책에서 낯선 나라의 이름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공기와 냄새와 함께 그 사람이 떠올라버리기 때문이다. 그것도 평생.

     

    Y를 만나러 온 건 신중한 선택이었을까, 죽고 싶은 마음의 끝에 왜 Y를 떠올렸을까, 아빠에겐 뭐라고 답장해야 할까 생각하며 의미없이 휴대폰 버튼만 누르고 있을 때, Y가 왔다. 한 손에는 서류 가방, 다른 한 손에는 지갑. 택시에서 바로 내려 지갑을 주머니에 넣을 틈도 없이 로비로 뛰어들어온 듯했다. 이상했다. 낯선 도시, 날선 언어들 사이에서 나를 만나기 위해 뛰어오는 익숙한 얼굴을 만난다는 것은. 이미 익숙해져버린 남자의 얼굴을 보며 앞으로 싱가포르와 함께 떠오를 누군가는 이 남자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p, 55

     

    한낮의 섹스는 처음이었다. 빛은 모든 걸 숨김없이 내보였다. 미간을 잔뜩 찡그리고 내 위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너. 목 아래로 작은 점 두 개가 보였다. 그 아래론 탄탄한 가슴근육과 옅은 커피색 유두. 그리고 조용히 숨어 있던 배꼽과 그 옆에 난 작은 상처도 보였다.

    거친 숨소리와 신음과 떨림이 엉킨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우리는 다시 나란히 누웠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너를 봤다. 한낮의 해가 비추는 너의 적나라한 몸과 얼굴을. 너 역시 내 모든 걸 보았을까? 뭉클하게 네 손에 잡혀 있던 가슴, 너는 그 안에 있던 내 마음까지도 볼 수 있었을까? 얕은 잠에 빠진 탓에, 네 가슴이 천천히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나는 네 가슴에 귀를 갖다댔다. 이렇게 하면 혹시라도 너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규칙적인 심장박동만이 내 머리를 울렸다. 정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우리는 정리가 필요한 사이일까?

     

    커튼을 활짝 열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강하게 빛이 들어왔다. 살짝 벌어진 네 입술을 보며 차라리 네 연락처를 파리 길거리에서 잃어버렸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했다. 무방비 상태로 누워 잠든 네 곁에 나도 다시 누웠다. 눈을 감고 우리가 함께 봤던 반짝이는 밤의 에펠탑을 떠올려보았지만 잘되지 않았다. 발밑에 있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덮고 깜깜한 공기를 삼키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때의 반짝이던 에펠탑과 차가운 밤공기와 너의 얼굴을 떠올려보려 노력했지만, 역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한낮 이불 속의 너와 나. 그 암흑 같은 침묵. 이제라도 나는 너를 잃어버려야겠다. 오늘이야말로 정말 너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너와 나는 다시 서로의 이름을 모르던 여행자가 되었다. -p, 90, 91

     

    눈을 떴을 때 휴대폰에는 현호와 현호 친구의 부재중 전화가 나란히 찍혀 있었다. 나는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괜찮은 여자가 되지 못했다. 어쨌든 연애란, ‘내가 나를 바라보게 하는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이번 사건도 두 번째 ‘연애’라 부르겠다. -p, 99

     

    오늘은 시엠레아프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내내 고민하던 ‘나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이번 여행은 그 남자와 자지 않은 것만으로도 괜찮았던 것 같다. 한때 나의 연인이었던 S는 ‘나의 문제’가 모든 남자와 섹스로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S의 오해였다. 나는 매번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지만, 그는 매번 믿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그뒤로 S에게서 종종 전화가 왔지만 만나지 않았다. 섹스로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던 사람은 그였다. 헤어지고 나서야 나를 믿게 되었다던 그가 안타까웠다.

    어쨌든 내일 아침이면 이곳과도 이별이다. 내일의 나는 조금 슬플 것 같기도 하고, 조금 기쁠 것 같기도 하다. -p, 127

     

    아까 가게에서도 한 이야기였다.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남자를 보고 있으니 우리가 오늘 처음 만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오늘 처음 만난 우리는 모든 얘기를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아무런 얘기도 할 수 없는 사이였다. 남자는 자꾸만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침묵을 깨뜨렸다. 함께 있을 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p, 135, 136

     

    다시 기차 안에서의 여섯 시간. 가지고 있던 책을 뒤적거리고, 노트를 끄적이다가 문득 그 남녀가 다시 생각났어. 과연 그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남자친구가 있다던 여자는 결국 프라하에서 만난 그 남자의 마음을 받아줬을까? 여행 계획을 다 뒤집고 자신을 보러 돌아왔다는 남자를 어떤 여자가 거부할 수 있을까? 게다가 거기는 프라하였으니까. 없던 사랑도 마구 샘솟게 하는 마법의 프라하. 그러고 보니 아침에 현관을 들어올 때부터 계단을 오를 때까지 그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있었던 것도 같아. 애인이 있던 여자는 한국에 돌아가서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곳에서만큼은 그들은 정말 근사한 연인이었을 것 같아. 공기부터가 사탕처럼 달콤한 프라하에서는 뭐든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

     

    응, 프라하는 정말 그런 곳이야. -p, 214

     

    너는 알고 있을까? 너라는 사람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를.

    수많은 골목을 돌고 돌아 너를 만났고, 내가 너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차라리 사랑이 털실로 짠 목도리라면 좋겠네. 그러면 한 코 한 코 정성스레 엮어 네 목에 걸어 보여줄 텐데. 결국 차가운 날이 되어 나를 베고 가는 칼이라 해도 반짝반짝 정성들여 갈아 보여줄 텐데.

    열여섯 첫 키스에서 시작한 남녀관계 이후로 나는 늘 ‘사랑이란 건 뭘까?’ 하고 고민했었어. 사랑의 시작은? 그렇다면 끝은? 대체 사랑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것인지, 어떻게 소멸하는 것인지.

    그동안은 사랑에 무지해서 사랑을 불신해서 아니, 사랑을 두려워해서 이제껏 단 한 번도 즐기지 못했지만 이번엔 확실히 느낄 수 있어.

    빼곡한 일정, 피곤한 하루의 끝에서도 네 생각에 펜을 잡은 지금. 너만 생각하면 어떤 재미있는 책도 진도가 나가지 않고 멍해져버리는 지금.

     

    나는 지금 이렇게 너를 생각하고 있어.

    나는 지금 이렇게 너를 사랑하고 있어. -p, 221

     

     

     

      

    

  • 낯선 도시에서 | sy**seo | 2015.03.05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여행 에세이, 포토 에세이라는 장르만을 보고 읽게 된 책. 읽으면서 읽고 난 후에 그리 유쾌한 느낌이 들지 않...
     

    여행 에세이, 포토 에세이라는 장르만을 보고 읽게 된 책. 읽으면서 읽고 난 후에 그리 유쾌한 느낌이 들지 않는 책이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의 저자인 '이병률의 사진이 담겨 있다는 이유였다. 이 책의 저자인 '김얀'은 전혀 모르는 작가였고...

    그런데, 저자인 '김얀'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섹스 칼럼니스트'이다. 그는  한겨레 hook <김얀의 "색, 계">, Lstyle24 패션웹진 snapp <색콤달콤한 연애> 등에 고정적으로 섹스칼럼을 썼으며, 잡지 allure 등에도 여러 칼럼 등을 기고한다고 하니 그의 글의 방향이 어디로 튈 것인지는 이 책을 읽은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서 여행이란 여행했던 도시에서 만난 남자들이 생각난다는 책소개글이 있으니, 내가 생각한 잔잔한 느낌의 감성적인 여행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여행이란 개념, 그래서 이 책은 야하고 / 이상한 / 여행기이다.

    "외국의 낯선 도시를 홀로 걸어본 적 있나요? (...) 결국, 돌이켜보면 그 낯선 도시에서 나는 한 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었습니다." (Prologue 중에서)

    서른번째 여름, 그녀는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녀가 그동안 안고 있었던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래서 떠난 여행. 그 여행을 바탕으로 그녀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인 여행, 섹스, 그런 것들이 녹아 있는 글을 쓴다.

    저자는, "13개국의 낯선 도시와 13명의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 그중에는 정말 사랑했던 남자가 있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상상 속의 남자도 있습니다.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가 있고, 꿈에서조차 가본 적 없는 도시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방황하던 이십대 때의 내가 만나고, 듣고, 상상했던 나의 이야기입니다. " (Epilogue 중에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게 묻는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쓴 거냐, 아니면 소설이냐...."

    다시 말하면 "이 책의 장르는 에세이? 아니면 소설?"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무슨 이런.... 내가 읽고자 했던 책이 아니군"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가는 곳마다 만나게 되는 남자들. 그리고 그들과의 섹스.

    그녀의 이야기는 솔직 대담하지만 여행 에세이로 생각하고 읽게 되는 청소년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인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병률의 사진들은 이 책 속의 이야기처럼 어떤 상징성을 가지고 여행지의 풍경이라기 보다는 일반인들의 카메라가 머물지 않는 욕조, 휴지걸이, 침대시트, 문고리, 냉장고 속, 섞어가는 사과 등에 머문다.

    김얀의 글과 이병률의 사진은 겉도는 듯하면서도 나름 매치된다.

     

  •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한번만 읽고 한동안 멀리했다 나의 정서와는 어울리지 않는, 정말로 낯선 이야기였다 이렇게 당당하고 생...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한번만 읽고 한동안 멀리했다
    나의 정서와는 어울리지 않는, 정말로 낯선 이야기였다
    이렇게 당당하고 생각지도 못한 주제를 들고나타난 김얀이란 사람에 대해서
    궁금해지기도 했다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장소에서 김얀은 다양한 낯선 남자들을 만난다
    그들에게 다가가 당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낯선 침대위에서 서로 눈을 마주치게 된다
     
    나름 개방적이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하나의 행위가 주를 이루는 책에서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앞의 말처럼 멀리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끌리는 책이 없어 책장속에서 다시 그 책을 꺼냈고, 책장을 넘겼다
    언제나처럼 앞이 아니라 뒤에서부터...
    그리고 이 책을 멀리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당당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할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이 직접 경험하고, 지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려 한다는 것,
    난 내 선택으로 이 책을 선택했고 읽었다
    그것만으로 난 새로운 사람들을, 특히 김얀이란 사람을 만난게 아닐까...
     
    내가 이국땅, 혹은 이나라의 낯선 침대위에서
    처음에는 낯설겠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낯설지 않게될 타인과 함께 눈을 뜰 일은 없겠지만
    김얀이라는 사람을 알게되었다니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서 아직도 가끔은 불편해도 읽는게 아닐까.
  • 남자도 읽어야 할까?   야한 걸 보려거든 맥심을, 누군가의 사생활을 보려거든 인간극장을 보는 게 낫지. 이...

    남자도 읽어야 할까?

     

    야한 걸 보려거든 맥심을, 누군가의 사생활을 보려거든 인간극장을 보는 게 낫지.

    이상한 책이라면 판타지 서가를 서성이거나 홀로 삼십분만 어둠 속에 갖혀 있으면 되고.

     

    하지만 김얀의 글은 이 모두를 포함해 낯선곳의 설렘과 기묘한 이야기의 힘이 주는 길고 긴 짜릿함까지 주니까.

     

    치유는 덤이다.

     

    어느 날 문득 짐을 꾸려 문밖을 나서고 싶다면,

    당신 내면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무엇이 당신의 발걸음을 고요한 세계의 바깥으로 끌어내려하는지 알아야 한다.

    문밖의 모든 길 위에서 그가 누구인지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상처준 모든 것들과 화해하는 길을 발견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자유를 향해 고동치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그 길로 걸어가다 보면

    스스로 선택한 여정이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해 줄 것이다.

      

    이 책도 그런 여행의 기록이다.

    자신을 떠나 다시 자신에게로 회귀하는 그런 여행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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