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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
| 규격外
ISBN-10 : 1188862634
ISBN-13 : 9791188862634
소란 [양장] 중고
저자 박연준 | 출판사 난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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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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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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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은 부끄럽습니다. 등을 보고 있을 때가 좋습니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처음처럼 선보이는 시인 박연준의 첫 산문! 시인 박연준의 첫 산문 『소란』이 새 옷으로 갈아입고 처음처럼 선보이게 되었네요. 2014년 출판사 북노마드를 통해 출간된 이후 독자 여러분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흰 두부처럼 깨끗하고도 맑은 책이었기도 하지요. 새 버전의 『소란』을 출간하게 된 출판사 난다에서는 전작으로 시인과 시인의 남편인 장석주 시인이 함께 펴낸 산문 두 권을 상재한 바 있지요. ‘사랑’과 ‘책’을 주 테마로 한『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2015)와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2017)가 그것인데요, 흘러버린 시간 속에 둘의 글 그림자를 좇아보니 『소란』 속에 이 두 권의 밑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다 싶은 거예요. 그때부터였을 거예요. 둘의 앞머리에 반드시 이 책이 놓여야 한다는 절박하면서도 간절한 마음을 먹은 것이요. 그리고 긴 준비 끝에 오늘에서야 이 책을 손에 쥐게 되었다는 거, 2020년 새 버전의 『소란』은 이렇게요!

저자소개

저자 : 박연준
무지몽매해서 늘 실연에 실패한다.
무언가를 사랑해서 까맣게 타는 것이 좋다.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과 산문집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내 아침인사 대신 읽어보오』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모월모일』을 펴냈다.

목차

개정판 서문 ‘어림’을 사랑하는 일 7
초판 서문 모든 소란은 고요를 기를 수 있다 12

1부 누가 사랑에 빠진 자를 말릴 수 있겠어요?
서쪽, 입술 21
바둑돌 속에 잠긴 애인 25
하필何必, 이라는 말 28
당신이 아프다 36
손톱 걸음 40
통화중 46
사랑이 어긋났을 때 취하는 두 가지 태도 48
비자나무숲 51
나는 나를 어디에서 빨면 좋을까요? 58
일곱 살 클레멘타인 60

2부 나는 안녕한지, 잘 지내는지
첫, 75
서른 78
겨울 바다, 껍질 82
그보다 나는 안녕한지 88
뱀같이 꼬인 인생일지라도 91
바보 이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94
이파리들 101
요리하는 일요일 102
완창完唱에 대하여 106
사과는 맛있어 109
오후 4시를 기보記譜함 112
모란 일기-토지문화관에서 116

3부 시는 가만히 ‘있다’
당신의 부러진 안경다리 125
똥을 두고 온 적도, 두고 온 똥이 된 적도 있다 128
글쓰기의 두려움 134
도레미파솔라‘시’도 속에 잠긴 시詩 140
하이힐-사랑에 출구는 없다 144
청국장은 지지 않는다 150
꼭지 152
음경 156
잠지 158
계단 160
꿈 162
코-감기전感氣傳 164
고양이 167
춤, 말보다 앞선 언어 168

4부 방금 태어난 눈물은 모두 과거에 빚지고 있다
슬픔은 슬픔대로 즐겁다 179
고모 방 186
할머니 190
잃어버린 것들은 모두 유년에 가 산다 194
내 침대 아래 죽음이 잠들어 있다 198
봄비 205
신발 가게 208
겨울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녹는 것이다 210
12월, 머뭇거리며 돌아가는 달 212
가는 봄에게 목례를-죽은 아빠에게 216
느리게 오는 것들 222

책 속으로

어찌할 수 없음, 속절없음이 사랑의 속성일 테니까. 사랑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있을까 싶네요. 내가 당신을 사랑한 것은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고백할게요. _30쪽, 「하필何必, 이라는 말」 부분 누가 사랑에 빠진 자를 말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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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할 수 없음, 속절없음이 사랑의 속성일 테니까. 사랑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있을까 싶네요. 내가 당신을 사랑한 것은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고백할게요. _30쪽, 「하필何必, 이라는 말」 부분

누가 사랑에 빠진 자를 말릴 수 있겠어요?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나는 사람마다 각자 경험하고 지나가야 할 일정량의 고유 경험치가 존재한다고 믿거든요. 다 겪지 못하면 다음으로 못 넘어가는 거죠. 당신을 사랑하고, 또 헤어지던 순간은 꼭 필요한 경험이었어요. 그 일을 나는 긍정합니다. _33쪽, 「하필何必, 이라는 말」 부분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면 심장이 쪼그라든다. 사랑하는 자는 무릎을 꿇는 자가 아니라, 무릎이 꺾이는 자다. _37쪽, 「당신이 아프다」 부분

다만 너무 많이 사랑해서, 서로가 괴로운 것이다. 조금만 덜 사랑했다면 아마 나는 시를 안 썼을지 모르고(자신 없지만) 웃으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관조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너무 사랑해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자주 할퀴어놓고는 돌아서서 운다. _70쪽, 「일곱 살, 클레멘타인」 부분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왜곡하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말도 좋지만 쓰다듬는 것이 더 좋다. _175쪽, 「춤, 말보다 앞선 언어」 부분

이렇게 붉은 봄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마음 때문에 붉은 녹이 곳곳에 배어 있을 것 같다. _218쪽, 「가는 봄에게 목례를-죽은 아빠에게」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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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소란』의 제목은 두 가지 뜻을 품고 있지요. “시끄럽고 어수선함”의 소란(騷亂)과 “암탉이 알 낳을 자리를 바로 찾아들도록 둥지에 넣어두는 달걀. 밑알이라고도” 하는 그 소란(巢卵)요. 개정판을 펴내면서 시인이 보내온 새 서문 가운데 ‘어림’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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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의 제목은 두 가지 뜻을 품고 있지요. “시끄럽고 어수선함”의 소란(騷亂)과 “암탉이 알 낳을 자리를 바로 찾아들도록 둥지에 넣어두는 달걀. 밑알이라고도” 하는 그 소란(巢卵)요. 개정판을 펴내면서 시인이 보내온 새 서문 가운데 ‘어림’이라는 말에 동그라미부터 크게 그려보았어요. 어른이 되는 과정 속에 우리는 누구나 그 어림을 경험하지요. 어림은 웬만해서는 고요와 침묵일 수가 없고, 어림은 당연히 시끄럽고도 어수선함을 담보로 하지요. 그 어림의 요동이 있어야 그 기억을 토대로 ‘찾아듦’이 깃들지요. 어쩌면 당연하게도 『소란』은 청춘의 심벌과도 같은 말이 아닐까 해요. 청춘이니까 갖게 되는 실연의 일기장이자 실패의 사진첩은 비단 박연준 시인만의 특별한 소유물은 아닐 거라서 그간 많이들 제 품에서 저만의 것으로 품어주셨던 것은 아닐까, 책을 다시 만들면서 문장의 매무새를 만지면서 짐작하고 확신하는 과정을 반복하게도 되었다지요.

『소란』은 ‘어림’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어림’에는 여림, 맑음, 유치, 투명, 슬픔, 위험, 열렬, 치졸, 두려움, 그리고 맹목의 사랑 따위가 쉽게 들러붙죠.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비껴 앉게 되는 것, 피하거나 못 본 척하거나 떨어뜨려두려고 하는 것들이요. 진짜 삶은 ‘어림’이 깃든 시절에 있는 줄도 모르고, 우리는 어림에서 멀어집니다.
-개정판 서문에서

그래요. “어떤 시절은 자꾸 접”히지요. 특히나 어린 시절은 더더욱 반으로 포개지곤 하였지요. 어림이라서 그런 것을, 어림인 줄 모르고 어림을 겪어내는 어린 시절에 우리는 더더욱 “허리를 반으로 접고 웅크린 사람처럼” 아프지요. “사랑에 실패하고 싶었는데, 자꾸만 실연에 실패해 속상하던 때” 그때를 서른이라 상징적으로 말한다면 아무려나, 무리일까요. 서른 안팎의 애매함, 서른 안팎의 막막함, 서른 안팎의 주저함, 서른 안팎의 무모함, 서른 안팎의 그러나 뜨거움. 우리는 여전히 서른 안팎에서 발 동동 구르는, 발밑에 채는 돌멩이를 세게도 되는 어림 속에 있지 않은가요. ‘안팎’이란 말의 범주가 생각보다 널찍하게 벌어지는 아코디언의 속살이라 할 때 말이지요.

『소란』은 이 열기로 가득한 책입니다. 총 4부로 나누어 부 구성을 새로 하면서 화두로 잡았던 키워드는 ‘사랑’과 ‘일상’과 ‘시’와 ‘가족’인데요, 이 네 단어가 우리들 안에 얼마나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지 가늠을 해보자면 뭐랄까요, 그에 스스로를 더 친숙하게 대입해보는 일로 이해의 보폭을 더 크게도 더 촘촘히도 해줄 거라고 봐요. “누가 사랑에 빠진 자를 말릴 수 있겠어요?” 그쵸. “나는 안녕한지, 잘 지내는지.” 그쵸. “시는 가만히 ‘있다’”. 그쵸. “방금 태어난 눈물은 모두 과거에 빚지고 있다” 그쵸. 네 부마다의 제목을 발음해보는데 그쵸,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거예요. 이런 이해 속에 이런 되새김 속에 박연준 시인의 첫 산문을 ‘돌봄’이라 요약도 하게 되네요. 소란한 시절, 우리들의 ‘어림’에 제 어린 마음을 주어 우리를 돌봐주는 책, 돌보듯 읽게 하는 책. 소란의 힘을 이렇게 여러분과 나누려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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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소란 | aq**0317 | 2020.05.1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시인 박연준님의 시를 읽기도 전에 산문집을 먼저 읽었어요. <모월모일>로 처음 만났고, 산뜻한 모과향 풍기...

    시인 박연준님의 시를 읽기도 전에 산문집을 먼저 읽었어요. <모월모일>로 처음 만났고, 산뜻한 모과향 풍기는 일상의 면면을 보았어요.

    <소란>은 두 번째 만나는 산문집이에요. 저자에게는 첫 산문집이래요.

    오호, 첫 산문!

    '첫-'이라는 말이 붙는 순간 뭔가 더 특별해지는 것 같아요.

    역시나 시인에게도 <소란>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네요. 

    제가 읽은 <소란>은 개정판이라서 초판 서문이 함께 실려 있어요.

    2014년 가을 서울에서, 시인은 하루살이와의 에피소드를 '오늘 겪은 가장 큰일'이었다고 소개하고 있어요. 

    "모든 소란은 고요를 기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모든 소란은 결국 뭐라도 얻을 수 있게 해줍니다. 하루살이의 미소 같은 것.

    괜찮아요. 우리가 겪은 모든 소란 騷亂 은 우리의 소란 ŷ卵 이 될 테니까요."  (13-14p)

    2020년 3월 파주에서, 시인은 화가 조앤 미첼의 말을 빌려, "자신의 취약점을 드러내지 않고는 아무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뭔가를 느낄 수 없어요.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려면 아주 강해져야 하죠. (메이슨 커리, 『예술하는 습관』, 걷는나무, 2020)"라면서, "맞아요. 소란을 쓸 때, 저는 강했던 것 같아요. 어떤 글도, 『소란』처럼은 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어요. (9p)


    네, 딱 그 느낌이었어요.

    <소란>은 정말이지,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어요. 

    앗, 이것이야말로 시인의 본질이었구나.

    <모월모일>에서 느낀 평온한 일상과는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이라, 순간 동일인물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살면서 사랑은 숱하게 할 수 있지만 첫사랑은 오직 한 번뿐이듯, 시인에게 <소란>은 다시는 쓸 수 없는, 단 한 번의 고백 같은 글인듯.

    왠지 은밀하면서 너무도 과감한 고백.

    그래서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시인만의 비밀들.


    *

    쓰는 것과 시를 쓰는 것은 다르다.

    *

    쓴다는 것은 '영원한 귓속말'이다. 없는 귀에 대고 귀가 뭉그러질 때까지 손목의 리듬으로 속삭이는 일이다. 

    완성은 없다. 가장 마음에 드는 높이까지 시와 함께 오르다, 아래로 떨어뜨리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박살은 갱생을 불러온다.  

    ...

    *

    끊어질 듯 이어지는 흐느낌, 입술을 비집고 겨우 나오는 말, 갓 태어난 망아지처럼 온몸에 끈끈한 막을 두르고 일어서려 안간힘을 쓰는 말.

    이런 것이 시에 가깝다. 숨쉬지 않는 부동의 망아지들이 원망스러운 적 많았으나 혀로 핥으면 살아나기도 했다.

    절박함이란 목이 가느다란 것들이 타는 그네다.

    *

    따끈따끈한 두부 두 모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순간!

    김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전속력으로 시를 쓰다, 식은 두부를 먹으며 천천히 시를 고치고 싶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사건은 두부를 만들기로 마음먹기 전에 일어난다.

    그'전'에 뭔가 중요한 일들이 벌어졌다.

    *

    끝내 시 속에서, 인생을 탕진하고야 말겠다.    (137-139p)


    아무것도 몰랐던 것 같아요. 시가 무엇인지, 시를 쓴다는 게 어떤 심정인지.

    어쩌면 절박하고 치열한 시의 세계를 꺼려했던 건지도 몰라요. 

    아름답고 예쁜 시만 보려 했으니.

    시인의 시집 대신 산문집을 읽으면서 시는 잘 몰라도 시인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소란한 세상에서 나만의 소란을 찾는 길.

    문득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이 떠올랐어요.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처럼 <소란>이 제게는 긴 여운을 남겼어요.

     

     

    캡처.JPG

  • "이십대는 감정 과잉과 열망이 엉킨 소란한 시기다. 많은 젊은이에게 슬픔은 죽음과 맞닿은 듯한 슬픔이며, 걱정과 불안...

    "이십대는 감정 과잉과 열망이 엉킨 소란한 시기다. 많은 젊은이에게 슬픔은 죽음과 맞닿은 듯한 슬픔이며, 걱정과 불안이 고약하게 활개를 치는 시기이다. 고래떼 같은 격정이 몰려오거나 침대를 휘감고 사라지는 파도 앞에서 젊은이들은 슬픔의 먹이가 되는 일이 많을 것이다(p180)"

    박연준 시인의 <소란>은 내가 지나고 있는 청춘의 시기와 꼭 닮아있다. 온갖 감정들에 격하게 반응하느라 소란스러우면서도, 또 가장 나다운 시기로 '밑알'과도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소란>을 읽으면서 집 옥상에 올라가 앉아 선선한 바람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가수 아이유의 '꽃갈피'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흥얼거리면서). 6년 정도 살면서 한 번도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하던 옥상을 작년에 이르러서야 올라가 보았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던 풍경과 적당한 햇살을 나는 늘 잊지 못한다. 새로운 용기를 불어 넣어주던 그 순간을 <소란>은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이 책은 봄바람처럼 가벼워서 좋았다. 또, 너무 가볍지만은 않아서 여러 생각에 침잠하게 만들었다. 마음 한구석에 일어나는 조그마한 소란이 어쩐지 싫지만은 않다. 읽으면서 아주 여러 번 누구에게 이 책을 건네 기분 좋은 소란을 일으키면 좋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나의 소란을 닮아 있으면서도, 타인의 그것마저 품으려는 작품을 어느 누구도 마다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당신도 서로의 밤에 침입해 어느 페이지부터랄 것도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열렬히 서로를 읽어나간 거겠죠. 내게는 사랑에 대한 첫 독서가 당신이란 책이었고, 행복했고 열렬했어요. 어느 페이지는 다 외워버렸고, 어느 페이지는 찢어 없앴고, 어느 페이지는 슬퍼서 두 번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즐거웠습니다(p33)"

    나름대로의 소란스러운 시기를 지나 지금은 어느 정도 침착하게 삶을 살아내고 있다. 미리 두려워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여전히 미리 걱정하며 무척 시끌벅적하게 하루하루를 쌓아간다. '슬픔은 슬픔대로 즐겁다'라는 꼭지에 실린 시인의 말처럼 시간을 조용히 흘려보내지 못해 스스로를 미워하던 때도 있었다. 왜 감정적인 소란스러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하는지, 나 자신을 억누르면 모든 게 해결되리라 믿었다. 하지만 이젠 지나치게 애를 쓰던 단계를 넘어섰다. 또다시 일어난 소란을 웃으며 넘길 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삶 속의 기쁨이나 즐거움을 소란스럽게 감각할 필요성도 발견해 냈다. 타인의 시선에서 여전히 어리고, 부족하기만 한 시절을 지나고 있지만, 나는 내가 가진 소란을 긍정한다. 언젠가는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내가 다시 한번 되돌아오고 싶을 '이십 대'라는 '소란'을 열렬히 사랑하고 싶다.

     

     

  • 다시 만난 소란 | sw**o0127 | 2020.03.30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다시 만났다. 얼마만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읽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만나는 경우, 평소 ...

    다시 만났다. 얼마만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읽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만나는 경우, 평소 그 결과는 주로 두가지 경우였다.

    다시 읽어도 똑같은 느낌을 받는 경우와 처음과는 지금은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

    이 책은 후자였다. 다시 읽어도 좋았지만, 20대 초중반에 읽었던 이 책은 사실

    내게 완전히 와닿는 책이 아니었다. 좋은 글과 문구들이 있지만 약간은 작가의

    개인적이고 비일상적이라 느껴지는 마음들이 담겨진 소란(騷亂)스러운 책이었다.

    '우리가 겪은 모든 소란騷亂이 우리의 소란巢卵이 된다' 라는 말이 그때는 하나도 와닿지 않았다.

    .

    정말 우연한 기회에 다시 읽게되었다. 다시 읽을 거라는 생각조차 안했었다.

    표지가 바뀌어서 그런건가... 이번에 읽은 '소란'은 내게 좀 다르게 다가왔다.

    나이를 먹은 거 같기도 했고, 조금 공감을 더하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작가가 말하는 문장들이 예전보다는 조금 더 와닿았다.

    개인적이라고 느껴졌던 저자의 표현들 하나하나는 마치 내가 얘기할 수 있는 표현들이 되어있었고,

    저자가 느낀 세상들이 마치 내가 잠깐은 느껴본 세상 같았다.

    .

    '건조한 세상에서 눈뜬 맹인으로 살지 않게다고 다짐하던 나는 안녕한지,

    잘지내는 지, 자신이 없다.'(p.90)

    .

    '아무쪼록 잘 사는 일이란 마음이 머물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순간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라면 될 수 있는 한 '잘 대접해서' 보내주고 싶다.' (p.81)

    .

    '언어가 가진 슬픔은 아무리 노력해도 조금의 '섣부름'이 개입한다는 것이다.'(p.175)

    .

    세상이 얼마나 건조한지, 그 세상에서 과연 나는 제대로 잘지낸건지,

    시간을 보내는 삶을 살았는지, 그 삶을 잘 대접했는 지.

    언어에 개입하는 '섣부름'이 뭔지.

    이제는 조금씩은 알아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나는 이것들을 다 알지 못하고,

    저자의 마음 역시 다 공감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들이 그저 소란騷亂스러운 건 아니었다는 걸,

    조금은 나의 소란巢卵이 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훗날 더 성숙해진 내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그때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5년정도 뒤에, 한번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

    (p.s.소란을 읽고 소란스럽게 소란을 키우는 책인건가....)

  • 내가 쓰고 싶었던 소란 | ks**711 | 2020.03.30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나는 늘 나에 대한 글을 쓴다. 소설가도 시인도 아니기에 소재는...

     

     

    나는 늘 나에 대한 글을 쓴다. 소설가도 시인도 아니기에 소재는 ‘나’다. 굳이 나누자면 내가 쓰는 글들은 수필 정도가 되겠다.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좋아하는 수단으로 풀어내는 일이 즐겁다. 예전에 쓴 글들을 읽다 보면 기억의 길을 천천히 거슬러 걷는 느낌이다. 지나온 길이지만 되짚을 때마다 새로워서 걷는 재미가 있다. 비슷한 여러 이유로 꾸준히 글을 쓰고, 다시 읽어보기를 반복한다. 내가 내 글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먼저 사랑해줄까 싶은 마음도 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이가 쓴 글 읽기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와 나의 접점이 많다고 느껴질 때 더 마음이 갈 뿐이다. 

     

    소란을 네 번 읽었다. 스무 살에 한 번 읽었고, 스물네 살에 세 번 읽었다. 매번 나에 대한 글을 쓰다 보면 의지와 무관하게 늘어나는 나이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 같은 백세 시대에 이십 언저리가 무슨 큰 의미가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찌 됐든 지금 나한테 스물넷은 내가 경험해본 나이 중 가장 무겁고 어렵다. 살면서 받은 인상들을 모두 글로 남겨 목도하는 일도 머쓱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잘 풀어쓰고 싶어도 부족한 확신은 줄어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보다 더 솔직하게 잘 풀어쓴 글들을 읽어야만 했다. 닮은 듯 다른 경험을 한 이의 이야기가 필요해 소란을 읽었다. ‘이십대는 감정 과잉과 열망이 엉킨 소란한 시기다. 많은 젊은이에게 슬픔은 죽음과 맞닿은 듯한 슬픔이며, 걱정과 불안이 고약하게 활개를 치는 시기이다. (중략) 나도 그랬다. 슬픈 일들은 유독 나를 통해 뿌리내리고 싶어하는 것 같아보이던 그 시절-‘

     

    어떤 것을 지어도 슬픔을 사라지게 할 수 없었다. 슬픔에는 맞는 약이 없었다. 슬픔의 반대가 기쁨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이후로 없애려는 노력조차 않았다. 그저 매일이 슬픔과 가까운 날과 먼 날의 모음이라고 생각하니 슬퍼도 슬프지 않았다. 슬픔을 아는 삶에 애틋한 마음이 들 뿐이었다. 내게 슬픔을 가르쳐준 책들 중 소란은 가장 솔직하고, 애틋하다. 시인이 쓴 글은 결국 전부 시다.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 곳곳에 붉은 녹이 배어 있다.

     

    봄의 윤곽이 흐릿해져도, 질병과 같은 이십대가 지나가고 있다고 해도, 슬픔은 가고 슬픔을 가졌던 자리만 남았을 때도, 소란은 내 옆에 있을 것이다. 

     

     

  • 아무쪼록 잘 사는 일이란 마음이 머물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순간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시간을 ...

    아무쪼록 잘 사는 일이란 마음이 머물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순간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라면 될 수 있는 한 '잘 대접해서' 보내주고 싶다. (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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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쏴아,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고 서있었다. 흐르는 눈물은 감출 수 있었지만, 흠뻑젖은 몸의 흐느낌은 숨길 수 없었다. 속으로만 울어대던 눈물에 마음의 시소가 기울어졌다. 나의 눈물은 무겁고 무거워 기울어진 시소의 한쪽은 다시 올라갈 줄을 몰랐다. 그럴수록 겉으로 보이는 시소의 반대쪽은 가볍게 올라갔다.

     

    음이 자꾸만 한쪽으로만 기울어져 있을 때, 나는 <소란>을 만난다. 마음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마음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울어져도 괜찮아, 눈물을 감출 필요는 없어, 라는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다.

     

    <소란>만큼 솔직한 글이 있을까. 습하고 어두운, 잔뜩 웅크렸다가 휘청거리는 한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작은 시인을 꼬옥 안아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어느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시인의 큰 가슴에 안겨 울고 있다. 괜찮다고 위로받고 있다. 그런 책이 <소란>이고, 그런 사람이 '박연준 시인'이다.

     

    내 소란스러운 마음에 가만히 놓여진 소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가!

     

    무엇보다 나는 눈물이 차올라, 저절로, 쏟아지는 일을 사랑한다. (1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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