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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Never Mind)(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1)
232쪽 | | 133*208*20mm
ISBN-10 : 8972758841
ISBN-13 : 9788972758846
괜찮아(Never Mind)(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1) 중고
저자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 역자 공진호 | 출판사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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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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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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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는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의 첫 번째 책이자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데뷔작으로, 패트릭이 어렸을 때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다. 놀랍도록 신랄한 재치, 유머와 비애, 예리한 판단, 고통, 기쁨 등 경험에서 우러난 이 모든 생생한 감정이 녹아 있는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에 대해 ‘영국 현대소설의 금자탑’, ‘21세기가 낳은 걸작이다’, ‘영국 소설의 백미다’ 등의 격찬이 쏟아졌다.

프랑스 남부 별장에서 지내는 부유한 영국 상류층 멜로즈 가족. 다섯 살 패트릭 멜로즈는 드넓은 포도밭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노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자부심이 강한 아이다. 아버지 데이비드는 선글라스 뒤에 두 눈과 의중을 감추고 파멸의 분위기를 몰고 다니는 인물로, ‘최고가 아니면 차라리 없이 살겠다’란 위압적인 태도를 가졌다. 어머니 엘리너는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을 가졌지만 진정 자신의 것이라 할 만한 건 하나도 없는, 남편에게 억눌린 채 매일 술에 젖어 사는 연약한 인물이다. 9월의 나른한 오후, 다섯 살 패트릭에게 세상이 두 동강 날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저자소개

저자 :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저자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Edward St Aubyn ●
(영국 런던, 1960~)
1960년 영국 런던의 부유한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부터 여덟 살이 될 때까지 아버지로부터 끔찍한 학대를 당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웨스트민스터 사립학교를 거쳐 옥스퍼드 대학에 간 그는 늘 글쓰기를 좋아했으나 약물에 중독되어 피폐한 청년기를 보내고 스물다섯 살에 자살을 시도한다. 그로 인한 치료의 한 방편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시작, 그 결실로 『괜찮아』(1992)『나쁜 소식』(1992)『일말의 희망』(1994)『모유』(2005)『마침내』(2012)로 이루어진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을 써낸다.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데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는 작가로서 현실과 허구의 분리가 불가능한 이 소설 속 불행한 가족에 대해 쓰면서 스스로 해방감과 구원되는 기쁨을 갖는다. 『모유』가 맨부커상 최종심에 오르면서 문단에서 주목받기 시작하여 『괜찮아』는 베티트래스크 문학상을, 『모유』는 페미나상을 수상한다. 그의 다른 작품으로는 『출구에 대한 단서』, 가디언 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끄트머리에서』와 우드하우스상을 받은 『할 말을 잃음』 등이 있다.

역자 : 공진호
역자 공진호 ●

뉴욕시립대학에서 영문학과 창작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 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 스콧 피츠제럴드의 『밤은 부드러워』,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하퍼 리의 『파수꾼』, 이디스 그로스먼의 『번역 예찬』,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 『세계 여성 시인선 :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에드거 앨런 포 시선 : 꿈속의 꿈』, 『안나 드 노아이유 시선 : 사랑 사랑 뱅뱅』, 『아틸라 요제프 시선 : 일곱 번째 사람』, 『월트 휘트먼 시선 : 오 캡틴! 마이 캡틴!』, E. L. 닥터로의 『빌리 배스게이트』,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던바』 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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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그래도 엘리너에게 데이비드는 영국의 이류 속물들이나 그들의 먼 사촌들과는 달라 보였다. 그들은 누군가 빈자리를 채우려고 급히 부를 경우에 대비하거나 주말을 보낼 준비를 하고 할 일 없이 빈들거리는 족속이었다. 그들은 자기들 것도 아닌 많은 추억을 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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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엘리너에게 데이비드는 영국의 이류 속물들이나 그들의 먼 사촌들과는 달라 보였다. 그들은 누군가 빈자리를 채우려고 급히 부를 경우에 대비하거나 주말을 보낼 준비를 하고 할 일 없이 빈들거리는 족속이었다. 그들은 자기들 것도 아닌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할아버지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추억이었는데, 사실은 그것마저 그들의 할아버지들이 살았던 방식과는 다른 것이었다. 엘리너는 데이비드를 만났을 때 자기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데이비드에게서 이제는 이해심을 기대할 수 없었다. 이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그녀의 돈으로 자기가 누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생활 방식에 대한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기다린 것이라는 유혹적인 생각을 떨쳐 버리려고 엘리너는 노력했다.
_[1], 19~20쪽

패트릭은 우물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손잡이가 금색인 회색 플라스틱 검을 들고 다랑이의 담 너머로 삐져나온 분홍색 쥐오줌풀 꽃을 획획 치면서 갔다. 회향풀 가지에 붙은 달팽이를 보면 검으로 가지를 내리쳐 떨어뜨렸다. 달팽이가 죽으면 얼른 짓밟고 달아났다. 코를 푼 것처럼 온통 눅진눅진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죽은 달팽이를 보러 되돌아갔다. 등껍질이 깨져 무른 살에 들러붙은 것을 보고는 자기가 한 짓을 후회하곤 했다. 비 온 뒤 달팽이를 으깨 죽이는 건 공평하지 않았다. 달팽이는 물방울을 흘리는 잎 아래 생긴 작은 웅덩이에 몸을 담그고 뿔을 뻗고 놀기 위해 나올 따름이었으니까. 뿔에 손을 대면 달팽이는 뿔을 움츠렸고 패트릭도 덩달아 손을 움츠렸다. 달팽이에게 패트릭은 어른과 같았다.
_[2], 30~31쪽

패트릭은 포도즙 압착기 위에 이르자 아래를 보았다. 두 개의 강철 롤러가 맞물려 한 치의 틈도 없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았다. 포도즙으로 얼룩진 롤러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포도를 압착했다. 공중 통로 난간의 하단은 겨우 패트릭의 턱 높이였다. 무척 가까이 느껴지는 압착기를 내려다보며 사람 눈도 반투명의 무른 젤리로 이루어진 포도송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얼굴에서 눈이 떨어져 나가 압착기 롤러에 으깨질 것만 같았다.
_[2], 40~42쪽

데이비드는 아부를 만끽하는 동안에도, 거리낌 없이 재능을 낭비하는 이면에는 자기가 스타일의 혼합에 의존한다는 것과 평범한 재능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처음 발병한 류머티스 열은 암만 해도 자기가 유도한 것일지 모른다는 끊임없는 의심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자각은 소용이 없었다. 실패의 원인을 안다고 해서 실패가 축소되지는 않으니까. 그 대신 자기혐오는 자각 전 새까맣게 몰랐던 때보다 좀 더 복잡해지고, 좀 더 명료해졌다.
푸가가 전개되는 중에 데이비드는 만족스럽지 않아서 중심 테마를 반복했다. 시작 멜로디를 진흙 사태 같은 우렁찬 베이스 음 아래 묻고 불협화음의 강렬한 질주로 그 진행을 망쳤다. 이따금 데이비드는 피아노를 칠 때 말투에 밴 풍자적 전략을 보류 할 수 있었다. 그러면 데이비드에게 격분할 지경에 이르도록 괴롭힘과 놀림을 당한 사람들이라도 서재에서 가슴을 찢는 듯한 슬픈 음악 연주를 들으면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런가 하면 데이비드는 사람들을 향해 기관총을 쏘듯 연주할 수도 있었다. 적개심을 집중시킨 연주를 하면, 사람들은 오히려 똑같이 몰인정할지라도 평범한 대화가 낫겠다고 생각하고 빨리 연주가 끝나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그렇더라도 그 연주는 데이비드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 했던 완강한 사람들의 뇌리에서조차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_[7],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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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영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어린 시절의 불우한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 치는 우아한 플레이보이 패트릭 멜로즈의 파란한 삶 괜찮아 Never Mind ★베티트래스크 문학상 수상작 ‘누구도 다...

[출판사서평 더 보기]

영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어린 시절의 불우한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 치는 우아한 플레이보이
패트릭 멜로즈의 파란한 삶

괜찮아 Never Mind
★베티트래스크 문학상 수상작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될 텐데
아버지는 왜 그랬을까?’

나쁜 소식 Bad News (6월 출간 예정)
‘아버지가 죽은 게 나쁜 소식이라고?
거리에 나가 춤이라도 추고 싶을 지경인데?’

일말의 희망 Some Hope (7월 출간 예정)
“난 정말 무능한 아빠지만 누가 우리 애들을
해치면 절대 가만 안 둘 거야!”

모유 Mother’s Milk (2018년 출간 예정)
★페미나상 수상작·맨부커상 최종심 후보작
“술 때문에 네 아비가 어찌 됐는지 잘 아는데
내가 왜 술을 마시니? 뭐, 넌 맘껏 마시렴.”

마침내 At Last (2018년 출간 예정)
‘어머니의 죽음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내게 일어난 가장 근사한 일이었다.’

고통과 기쁨, 유머와 비애, 신랄한 풍자까지
세상 모든 감정이 생생히 살아 있는
빛바랜 상류층의 뒤틀리고 비틀어진 자화상

영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 드라마 <패트릭 멜로즈> 원작
“패트릭 멜로즈 연기는 내 버킷리스트였다!”

세계적인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오래전부터 꼭 해 보고 싶은 연기로 ‘패트릭 멜로즈’ 역을 언급해 왔다. “복잡한 내면을 가진 패트릭 멜로즈 연기는 내 버킷리스트다!” 마침내 그가 소원하던 일이 이루어져 <패트릭 멜로즈> 드라마가 2018년 5월 12일 드디어 세상에 나온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이 쓴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으로, 세계문학사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소설로 인정받는 작품이다. 『괜찮아』(1992) 『나쁜 소식』(1992) 『일말의 희망』(1994) 『모유』(2005) 『마침내』(2012)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완간하기까지 무려 20년이 넘게 걸린 것으로, 작가 세인트 오빈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걸작이다.
주인공 패트릭 멜로즈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끔찍한 학대와 상처, 그 불우한 기억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1960년대 프랑스 남부 지방의 나른한 오후, 평온함을 깨고 세상이 두 동강날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 다섯 살 패트릭에게 일어난다(『괜찮아』). 패트릭은 그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물에 중독된 20대를 보내는데, 영국과 미국 뉴욕을 오가며 마약을 하고, 알코올에 중독되어 광란의 시기를 지난다(『나쁜 소식』, 『일말의 희망』).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00년대 영국,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된 패트릭. 자신이 나쁜 아버지가 될까 봐 늘 불안한 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모유』, 『마침내』).
영국의 빛바랜 상류층의 도덕관과 관습, 계급 의식이 절제된 언어와 냉소적인 시선으로 그려진 이 책이 1992년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이것이 자전적인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신사적인 매너와 체면을 중시하는 영국 상류 사회에서 가정 내 성폭력을 폭로하고, 책으로 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 세인트 오빈이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털어놓기란 더 힘든 일이었다. 그 기억에서 벗어나려 약물에 중독되고 자살 시도까지 한 그는 죽느냐, 이 책을 쓰느냐 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기 위해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의 다섯 살 때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의 극적인 인생을 다룬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대망의 그 첫 번째 책 『괜찮아』가 드라마 방영 시기에 맞춰 현대문학에서 출간된다.

40번 넘게 직접 손으로 고쳐 쓴 피땀의 결실,
베티트래스크 문학상 수상작 『괜찮아』
‘소설로 진실을 써서 출간하지 못하면 죽어 버리겠다’

프랑스 남부 별장에서 지내는 부유한 영국 상류층 멜로즈 가족.
다섯 살 패트릭 멜로즈는 드넓은 포도밭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노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자부심이 강한 아이다. 아버지 데이비드는 선글라스 뒤에 두 눈과 의중을 감추고 파멸의 분위기를 몰고 다니는 인물로, ‘최고가 아니면 차라리 없이 살겠다’란 위압적인 태도를 가졌다. 어머니 엘리너는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을 가졌지만 진정 자신의 것이라 할 만한 건 하나도 없는, 남편에게 억눌린 채 매일 술에 젖어 사는 연약한 인물이다.
9월의 나른한 오후, 다섯 살 패트릭에게 세상이 두 동강 날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괜찮아』는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의 첫 번째 책이자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데뷔작으로, 패트릭이 어렸을 때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다. 다섯 살 먹은 아들 패트릭은 이날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하고, 무기력한 어머니에게서는 아무런 도움이나 위로도 받지 못한다.
실제 이 기억이 저자 세인트 오빈을 평생 따라다니며 괴롭혀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게 했다. 그는 치사량의 헤로인 주사를 놓는 중에 정신을 잃고 하루 반 만에 깨어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할 수 있다면 죽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치료의 한 방편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잠자는 것도 잊으며 몰두했고, 1988년에 맞은 헤로인을 마지막으로 모든 약물을 끊고 결국 소설을 마쳤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차마 똑바로 마주할 수 없을 때는 적확한 비유로 상황을 묘사해 가며, 그리고 전체를 손으로 40번 넘게 고쳐 쓰며 다듬었다. 하지만 출판사가 1992년 2월로 출간일까지 잡았는데도 출간하기 전까지 하루에도 수차례 이를 취소하려 전화기를 들었다 놓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피땀을 흘리며 완성한 이 첫 소설로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은 젊은 작가의 첫 작품에 주어지는 권위 있는 상, 베티트래스크 문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쓰는 힘을 얻어, 다음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세인트 오빈에게는 글 쓰는 일 자체가 치유였고, 20년에 걸쳐 현실과 허구의 분리가 불가능한 이 소설 속 불행한 가족에 대해 쓰면서 스스로 해방되는 느낌과 구원되는 기쁨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그는 22년 동안 끊임없이 패트릭 멜로즈가 본인이 아니냐고 묻는 질문에 시달렸고, 이번에 드디어 드라마화가 되면서, “패트릭 멜로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다!”라고 말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고 한다.
놀랍도록 신랄한 재치, 유머와 비애, 예리한 판단, 고통, 기쁨 등 경험에서 우러난 이 모든 생생한 감정이 녹아 있는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에 대해 ‘영국 현대소설의 금자탑’, ‘21세기가 낳은 걸작이다’, ‘영국 소설의 백미다’ 등의 격찬이 쏟아졌고, 작가에게도 ‘당대 최고의 영국 소설가다’, ‘이 시대 최고의 문장가다’, ‘엄청난 재능을 가진 작가다’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끔찍했던 어린 시절을 눈부시고 충격적인 작품으로 승화시키기까지 저자의 피땀이 고스란히 담긴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그 첫 번째 이야기 『괜찮아』로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독서의 새로운 영역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데이비드는 유년기는 낭만적인 신화라는 주장에 의거한 교육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신화를 장려하기에는 너무 날카로운 혜안을 가졌던 것이다. 어린이는 약하고 무지한 미니 어른이기 때문에 약하고 무지한 면을 교정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자극을 받아야 했다. 위대한 줄루족 전사였던 차카왕이 투사들에게 가시덤불을 밟아 짓이기게 해서 발을 단련시키는, 아마 일부는 분개했을, 훈련을 시켰듯이 데이비드는 아들에게 실망의 굳은살을 박이게 해서 초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게 할 작정이었다. 결국 데이비드가 아들에게 줄 게 달리 무엇이 있겠는가? (…)
패트릭이 태어났을 때 데이비드는 아들이 엘리너에게 위안 또는 영감이 될까 봐 걱정했다. 그래서 방심하지 않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했다. 엘리너는 결국 패트릭의 ‘지혜’에 대한 어렴풋한 믿음에 스스로를 맡겼다. 그 지혜라는 자질이 대소변을 가릴 줄도 모르는 아들에게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엘리너는 종이배에 아들을 태워 강물에 띄우고는 공포와 죄의식으로 지쳐 주저앉았다. 아내와 아들이 서로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아주 자연스러운 우려보다도 더 중요했던 건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아들의 백지 같은 의식이었다. 예술가적 손가락으로 말랑말랑한 진흙을 빚는다는 생각은 데이비드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_[7], 103~104쪽

브리짓은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무화과를 집어넣었다. 그때 갑자기, 나중에 배리에게 “마치 그 사람이 내 자궁에 주먹을 밀어 넣는 것 같은 굉장히 강렬한 느낌이었어”라고 묘사한 무엇을 데이비드에게서 느꼈다. 브리짓은 무화과를 삼켰지만, 갑판의자에서 일어나 데이비드에게서 더 멀리 떨어지고픈 신체적 욕구를 느꼈다.
_[8], 129쪽

소설가가 왜 실재하지 않는 인물들을 만들어 내고,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게 하는지 자문할 때가 있는 것처럼, 철학자도 왜 사실이 그러함에 틀림없음을 결정하기 위해 있을 수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내는지 자문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자기의 연구 주제에 소홀했던 빅터는 있을 수 없는 일이 필연에 이르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에는 전적인 확신을 갖지 못했다.
_[9], 135쪽

엘리너는 브리짓이 무화과를 받는 것을 바라보며 익숙한 파멸의 느낌이 들었다. 데이비드가 남에게 자기 뜻을 강요하는 것을 보고 엘리너는 자기가 얼마나 자주 강요당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엘리너의 두려움의 근원은 패트릭을 임신한 날 밤의 파편 같은 기억이었다. 엘리너는 본의 아니게 콘월에 있는 집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늘 축축하고 늘 잿빛이어서 뭍보다는 대서양에 더 속하는 곳이었다. (…)
브리짓은 무화과를 조금 입에 물고 깨지락거렸다. 앤은 브리짓을 지켜보면서 여자라면 누구든 언제고 자문할 때가 있기 마련인, 내가 눈감고 참아야 하나? 라는 해묵은 물음을 머리에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눈감고 참아야 하나? 앤은 브리짓을 어느 동양 폭한의 발치에 축 늘어져 있는, 목걸이를 단 노예로 생각해야 할지, 점심에 먹지 않고 남기려는 애플파이를 먹도록 강요당하는 반항적인 여학생으로 생각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_[11], 192~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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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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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ϻϻ

    영국 현대문학의 금자탑이란 호칭을 받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자전적인 이야기이자, 패트릭 멜로즈 5부작의 첫 번째인 《괜찮아》는 그의 데뷔작입니다. 어마 무시한 타이틀을 갖고 있는 소설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선택한 드라마로도 유명한데요. 그는 일생일대 꼭 한번 맡아보고 싶었던 캐릭터라며 패트릭 멜로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영국 상류층의 뒤틀리고 쪼개진  욕망과 기이한 캐릭터의 향연은 영국 사회에 큰 파장을 주었습니다.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자신이 겪은 가정 내 성폭력을 세상에 드러냈다는 것은 1992년 출간 당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이죠. 소설 속 패트릭은 작가 오빈을 투영한 캐릭터이며, 아무것도 모르던 다섯 살이전 시설 아버지에게 씻을 수 없는 성적 학대를 당합니다.

    그에게 있어 유년기는 자살시도와 약물중독으로 점철된 큰 트라우마가 됩니다. 하지만 작가 오빈은 글쓰기란 치유법을 통해 세상과 당당히 맞서게 됩니다.

    "데이비드는 사람들이 스스로 올바로 행동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 주는 기준이 되는 것이라면 아주 작은 것까지 어김으로써 큰 쾌감을 얻었다. 데이비드는 천박함을 경명했는데, 여기에는 천박하게 보이지 않으려는 천박함도 포함되었다."


    《괜찮아》는 패트릭이 겪은 하루 동안 배경으로 합니다. 충격적인 사건과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 데이비드, 무기력하고 무관심한 어머니, 소름 끼칠 정도로 교만하고 이중적인 캐릭터들의 행동과 언행이 주는 블랙 코미디와 위트가 살아있는 소설입니다. 

    현대가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인 냄새와 연극적인 상황까지 머릿속을 헤집는 복잡 미묘한 소설이며, 상류층의 도덕적 관습 등을 비틈으로써 일말의 쾌감 또한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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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짓은 니컬러스의 말에 집중할 수 없었다. 무릎에 차가운 금속이 닿는 듯해 내려다보니 데이비드가 작은 은제 나이프로 치맛단을 들추고 허벅지를 쓸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지? 브리짓은 나무라듯 데이비드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데이비드는 브리짓을 쳐다보지도 않고 오히려 나이프 끝으로 허벅지를 조금 더 꾹 누를 뿐이었다. "

    인상적인 것은  모든 것을 관장하는 듯한  아버지 데이비드의 역겨움이었습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생긴 외모를 자랑하고, 총독 의자에 앉는 것을 즐기며, 아들에게 해서는 안될 일까지 벌이는 가장 연구하고 싶은 캐릭터죠.

    찰스 2세와 창녀 사이에서 난 자식의 후손인 데이비드는 미천한 신분을 희석하기라도 하듯 더욱더 아내 엘리너를 못살게 굴며, 멸시하곤 합니다. 데이비드는 자기의 가장 큰 약점인 가난을 엘리너와의 결혼으로 해결하게 되는데요.  엘리너 더러 네발로 엎드려 테라스에 떨어진 무화과를 먹으라는 변태적인 주문까지 서슴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괜찮아》는 데이비드의 상황보다 데이비드가 본 아버지의 이중적인 속물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끔찍했던 시절의 서막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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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드라마 연계, 피카도르사 전자책용 표지 (출처, 현대문학 포스트)


    '페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은 그 후 약물과 알코올 중독에 빠져 보낸 20대 《나쁜 소식》, 《일말의 희망》,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된 패트릭을 다룬 《모유》와 《마침내》로 40대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중 패트릭의 유년시절을 다룬 《괜찮아》의 3인칭 화법과 의식의 흐름을 통해 상황을 관조하듯, 때로는 그 속으로 인입하듯 다양한 감성 톤을 유지하는데요. 자신의 끔찍한 고통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세인트 오빈의 신념에 박수를 보내며,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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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드라마 연계, 피카도르사 전자책용 표지 (출처, 현대문학 포스트)

    빠른 시일 내에 두 번째 시리즈 《나쁜 소식》을 읽기 기다리며 현재 온라인 서점에서는 동명의 드라마의 주인공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등장한 표지와 엽서 2종 세트를 증정하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표지에 조그맣게 보이는 '도마뱀붙이'가 위로하듯 시선 강탈!  눈길을 끄는 표지입니다.

  • SMELLS LIKE TEEN SPIRIT! | lo**i71 | 2018.06.2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이 ...

     이 소설은 아주 고통스런 기억에 대한 것이다.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늘 죽음을 바랐던 이가 오로지 거기에 대해서 쓰는 것만이 자신을 살아있게 하기에 써야만 했던 소설이기도 하다. 바로 2018년 5월,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미니시리즈로도 만들어진 '패트릭 멜로즈'의 원작이 되는 소설에 대한 얘기다.




     그 원작이 되는 소설이 국내에 발간되었다. 작가의 이름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1960년에 영국 런던에 부유한 상류층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작가와 작품 모두 아직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에선 꽤나 유명하다고 한다. 그 예로 총 다섯 권으로 이뤄진 이 시리즈의 첫 권인 '괜찮아'는 베티트래스크 문학상을 받았고 네 번째 권인 '모유'는 페미나상을 받았으며 맨부커 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나는 그 중 처음으로 나온 '괜찮아'를 읽었다. 원제는 'NEVER MIND'. 귀에 낯이 익다면 그건 미국의 대표적인 얼터너티브 락그룹인 '너바나' 때문이다. 그들의 두 번째 앨범이자 90년대의 음악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버린, 역사적인 음반 제목이 바로 'NEVER MIND'였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소설의 제목 역시 너바나의 음반 제목에서 가져온 것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음반은 91년, 소설은 92년에 나왔으니까. 92년 쯤이면 'NEVER MIND'가 특히 'SMELLS LIKE TEEN SPIRIT'를 선두로 세계 전체를 폭풍처럼 휩쓸고 다닐 무렵이다. 제목을 지을 때, 작가나 편집자의 귀에 한 번은 들어갔을 것이며 너바나의 노래가 담고있는 메세지가 '패트릭 멜로즈'의 주제와도 상통한다는 생각에 '이거 좀 잘 어울리는군' 하며 썼을지도 모를 일이다. 'SMELLS LIKE TEEN SPIRIT'이 어떤 노래인가에 대해 커트 코베인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그 노래는 자신의 친구들에 대한 노래이며 그들은 늘 자신을 십대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그들이 늘 어른이 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지금 세상에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어른다운 어른이 없는 세상. 그들은 어른이라 말하지만 사실 실패한 어른에 지나지 않는 세상. 그러므로 그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어른이 되는 길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 'SMELLS LIKE TEEN SPIRIT'은 바로 그런 세상의 모습을 얘기했고 'TEEN SPIRIT'을 지도가 사라져버린 세상에서 스스로 지도를 만들어 나가는 혁명의 상징으로 삼았다.  '괜찮아'를 읽어보면 보여주는 것이 이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소설은 오전 7시부터 모두가 잠든 밤까지 단 하루를 담는다. 1960년대의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을 배경으로 말이다. 소설이 한 권에 걸쳐서 이 하루를 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괜찮아'를 비롯하여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의 모든 작품들은 사실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고 그의 삶을 들여다 볼 때 그 하루는 자신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뒤바꿔버린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그 날, 다섯 살인 패트릭은 아버지 데이비드에게 강간을 당했다. 실제 작가 또한 그랬다. 겨우 담 위로 올라가 걷다가 뛰어내린 일에서 촉발된 그 사건은 작가와 그의 분신인 패트릭 모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그 일로 작가는 글쓰기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구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내내 약물 중독과 반복된 자살 시도라는 자기 파괴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뒤이은 시리즈의 책들은 모두 그런 고통의 기록이라 할 만하다. 이처럼 자신의 삶이 순식간에 무간 지옥으로 변해버렸으니, 한 권 전체를 할애하여 그 날을 복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소설은 아버지 데이비드로 시작한다. 출발부터 데이비드는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무자비하게 괴롭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원의 개미들을 물줄기를 퍼부어 죽이는가 하면 자신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는 하층 계급인 이베트가 무거운 세탁물을 들고 지나가자 일부러 말을 걸어 팔이 아파서 괴로울 때까지 그 자리에 있도록 하기도 한다. 영국 왕의 사생아 가문인 그는 마치 조상이 당한 멸시를 후손이 되갚아 주기라도 하는 듯이 타인을 지배하고 군림하지 않으면 못 사는 존재이다. 식탁 상석에 있는 데이비드 전용 의자인 '총독 의자'는 그런 데이비드 모습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그런 아버지로 시작하여 소설이 줄기차게 보여주는 것은 어른이라고 할 수 없는 어른의 모습이다. 그들은 많은 돈과 지식 그리고 교양을 가지고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도 그들을 어른으로 만들어주지 못한다. 데이비드의 아내이자 패트릭의 엄마인 엘리너도, 데이비를 숭배하는 니콜라이도, 친구인 교수 빅터도 모두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타인의 인정을 구걸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인정 받기 위해 허영을 부리고 남을 험담한다. 후반의 데이비드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저녁 만찬이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처럼(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가장 압권인 부분이 아닐까 한다.)남을 비꼬고 무시하는 것이 마치 상류층의 매너라도 되는듯 행동하는 그들은 자신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듯 가식과 위선에 불과하다. 패트릭이 당한 강간은 진실과 존중 그리고 배려가 사라진, 그러한 어른 같지 않은 어른의 세계가 끝내 낳고야 만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두 커버가 겹쳐져 있습니다. 보는 방향에서 오른쪽에 있는 것이 드라마 방영을 기념하여 특별히 나온 표지이고 왼쪽에 있는 것은 원래 표지입니다.


     '괜찮아'는 도저히 지도로 삼을 수 없는 어른들의 세계를 마치 날카로운 메스를 대듯 신랄하게 비난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닮고 싶은 어른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른으로 인정할 수 있는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너바나가 'NEVER MIND'를 통해 들려주려 했던 이 말을 우리는 바로 이 소설에서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 세상이 정말 그랬다. 90년대는 미국 부시 정부의 걸프 전쟁으로 막을 올렸다. 초장부터 십대의 아이들이 보게 된 것은 밤 하늘을 별처럼 수 놓으며 날아가는 미사일과 대기에 꽉 차 흐르는 피와 죽음의 냄새 그리고 증오의 후끈한 열기였다. 이것은 80년대 횡행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시와 배제로 요약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가 마치 최대치에 도달해 폭발한 것만 같았다. 그것이 십대에게 어른이 되라고 강요하는 어른들이 만든 세상이었다. 도처에서 죽고 다쳐서 쓸려나가는 사람들과 폐허가 되어가는 풍경을 보면서 십대의 아이들이 어른들이 자신의 손에 쥐어준 지도를 찢어 발기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제목은 '괜찮다'고 하지만 사실 그 어디서도 괜찮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이 소설은 차라리 '너바나'와 같은 제목을 사용했던 섹스 피스톨즈이 외쳤던 것과 똑같이 그런 어른들의 세상에 대해선 '신경 꺼라!'로 소리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 말은 그 후로도 3년 내내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홀로 아버지에게 끔찍한 일을 당했던 그 때의 자신에게 지금의 작가가 해주고 싶은 말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 '괜찮아'엔 그런 시대의 들끓음, 응집된 분노가 서려있다. 이 소설이 하필이면 대처 수상의 은퇴하고 얼마 안 되어 나왔다는 것도 이런 느낌을 더욱 강화한다.


     어쨌든 고통은 시작되었다. 이후로 오래도록 작가와 그의 분신인 패트릭은 절뚝거리며 세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았던 데이비드에게도 공포는 있었다. 언젠가 그는 그리스의 이타카 공항에서 기어다니며 구걸하는 거지를 본 적이 있다. 데이비드는 혹시 자신의 진실된 초상이 그런 거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거지가 되지 않기 위해 그는 더욱 더 타인의 약점을 물어뜯는 걸 즐기며 남들에게 아멸차게 군다. 그의 공포는 그대로 패트릭에게 전이되어 현실로 만들고 말았다. 이후의 패트릭 삶은 실상 그런 거지와 다를 바 없었으니까 말이다. 거지가 되지 않으려는 마음이 결국 아들을 그런 거지로 만들고 말았다. 옛 사람들은 부모가 죄를 지으면 자식이 죗값을 치른다는 말을 흔히 했다. 누군가의 탐욕과 무분별이 일으킨 전쟁이 많은 고아를 만드는 것과 똑같이. 악의와 죄는 어디로든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도착하고 마는 편지처럼 돌아와 응당의 대가를 치루도록 한다. 크면 클수록 더 오랫동안. '패트릭 멜로즈'는 그 궤적의 길이를 생각토록 한다. 비록 자신이 가해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패트릭의 엄마인 엘리너가 그랬듯이 또 뭔가 잘못된 걸 알았지만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끝내 방관하고만 앤이 그랬듯이 침묵과 방관 속에 더 커지고 길어지는 누군가의 비극을.


      작가의 엄마는 작가가 아버지에게 그런 짓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누구에게도 전할 수 없었던 그 아픔이 고이고 쌓이면 어떻게 될까? 다음의 이야기는 바로 그것에 대한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마치 '여기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가 새겨진 단테의 지옥 문 앞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읽은 소설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중 하나이기에 어서 문을 열고 들어가 다음 작품을 만나고 싶은 마음을 금할 수 없다.




  • 패트릭 멜로즈 괜찮아 서평       <div style="text-align: ce...

    패트릭 멜로즈 괜찮아 서평

     

     


      <div style="text-align: center">1.PNG</div> <p class="0" style="margin: 0px; line-height: 2;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p>

      <p style="margin: 0px; line-height: 2"></p>

    이 책은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중 1편인 괜찮아(never mind)이다. 또 이 책은 배네딕트 컴버배치 주연 드라마 <패트릭 멜로즈> 원작 소설이라고 하는데 5권의 책에서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후까지의 이야기로 전개된다고 하니 뒤의 내용까지 읽어봐야 할 것 같다.

     

    <p class="0" style="margin: 0px;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이 책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의 줄거리를 다시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한 패트릭 멜로즈의 어렸을 때부터 성인 이후까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책 중 1권으로 그의 어린시절을 이야기하고 있다. </p>

     

    이 책의 뒤표지를 보면 고통과 기쁨, 유머와 비애, 신랄한 풍자까지 세상 모든 감정이 생생히 살아있는 빛바랜 상류층의 뒤틀리고 비틀어진 자화상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소개되어 있는 고통, 유머, 비애, 풍자를 느낄 수 있었고, 1권에서는 주인공의 이야기와 함께 상류층의 그의 환경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책은 주인공인 패트릭 멜로즈의 어렸을 때의 불우한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1편이었다. 어렸을 때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된다면 정말 그 이후로도 힘든 삶을 살아가게 될 것 같다.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느꼈을 것 같다. 그리고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상류층의 이야기가 잘 표현되어 있었다. 이 책에서 놀라운 점은 이 내용이 작가의 자전적 경험에 의해서 쓰여진 소설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작가 스스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점이 대단했고, 작가가 이 책을 쓰면서 치유를 받았다고 해서 더 놀라웠다. 이 책의 이야기가 1권에서 끝나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주인공 패트릭 멜로즈가 어떻게 살아갈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내용이었다.

     

     

     

     

     

     


      <div style="text-align: center">2.PNG</div> <p class="0" style="margin: 0px; line-height: 2;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p>

    (45p)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될 텐데 아버지는 왜 그랬을까?’라는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감정이 가장 크게 와 닿는 문장이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div style="text-align: center">3.PNG</div> <p class="0" style="margin: 0px; line-height: 2;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p>

    (51P)

    상류층이란 건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상류층이 되고자 할까? 이 책의 패트릭 멜로즈의 아버지인 데이비드 멜로즈는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이다. 이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앤이 바라본 데이비드 멜로즈는 그저 오만한 사람일뿐이었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분위기는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데이비드 멜로즈는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어울려야 하고, 또 어울리고 싶은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영국에서의 귀족이라는 지위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까 궁금해지기도 했고, 상류층의 사람을 바라보면서 앞에서도 이야기한 상류층의 비틀어진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인 괜찮아’(never mind)라는 이야기는 작가가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면서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절망, 슬픔, 안타까움, 풍자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이 책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이 이야기가 비극적인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1권에서는 어린 시절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위주로 전개가 되었다. 앞으로 5권까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는 어떤 내용 전개가 이루어질지 궁금해졌고, 기대가 된다. 배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진 원작 소설이기에 더 기대가 되었고, 드라마는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해지는 소설이었다. 이렇게 비극적인 내용이 그대로 담겼을지 궁금하다.

    배네딕트 컴버배치의 드라마 패트릭 멜로즈의 원작 소설이 궁금하다면 이 책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를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한 사람의 생애는 어린 시절의 경험과 추억이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취약하고 무지하기 때...

    한 사람의 생애는 어린 시절의 경험과 추억이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취약하고 무지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치 않는 경험을 해도 그것이 자기 탓이 아닌 줄을 모르고, 그리하여 불완전하거나 왜곡된 기억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영국 작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자전 소설 <괜찮아>의 주인공 패트릭 멜로즈도 하마터면 그럴 뻔했다. 영국의 부유한 상류층 가문에서 태어난 패트릭은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어머니로부터 적절한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이제 겨우 다섯 살이고 주변에 처지를 비교할 만한 친구도 없어서 학대가 학대인 줄 모르고 무관심이 무관심인 줄 모른 채 자란다. 아버지가 고함을 지르거나 자신을 때리면 자신이 맞을 만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자책하거나, 아버지란 으레 그런 존재라고 체념하기 일쑤다. 


    패트릭이 얼마나 끔찍한 생활을 하는지 주변 어른들도 안다. 이들은 패트릭의 아버지가 얼마나 흉폭하고 어머니가 얼마나 무기력한지 알지만, 자신들의 부와 명예, 사회적 관계 등을 지키기 위해 알아도 모르는 척,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결국 패트릭은 집안의 독재자이자 압제자인 아버지 앞에 힘없는 토끼처럼 무너지고 평생에 걸쳐 자신을 괴롭힐 '그 일'을 당하게 된다. 어리고 무지한 패트릭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 자신이 방금 무슨 일을 당했는지 전혀 모른다. 훗날 '그 일'의 정체를 알게 되지만 시간은 이미 흘렀고 자신은 성숙한 상태다. 


    <괜찮아>는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의 1부에 해당한다. 패트릭 멜로즈의 불우한 유년 시절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던 단 하루의 일을 그린다. 패트릭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끔찍한 학대를 당한 것도, 이후 약물에 빠지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방편으로 글쓰기를 택한 것도 작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실제 경험이다. 1992년 이 소설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자전적 이야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정 폭력, 그것도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한 성적 학대를 폭로하는 내용의 소설을 낸다는 것은 지금도 어려운 일이다.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은 이 이야기를 쓰지 않고는 죽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다는 각오로 이 소설을 썼다. 그래서일까. 작가가 유년 시절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묘사하는 솜씨는 매우 생생하고 구체적인데, 전체적인 어조나 분위기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하고 차분하다. 작가와 독자 모두 감정이 격해질 수밖에 없는 장면에서도 작가는 침착한 어조를 유지한다.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와 방치했던 어머니, 자신의 처지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던 주변 어른들의 모순과 위선에 대해서는 마치 신이 인간 세상을 위에서 굽어보듯이 치밀하고 꼼꼼하게 묘사한다. 


    이후 패트릭이 어떤 문제를 겪고 어떻게 극복하는지는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의 나머지 4부- <나쁜 소식>, <일말의 희망>, <모유>, <마침내> -에 걸쳐 밝혀질 것이다.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은 올해 5월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주연은 <셜록 홈스>, <닥터 스트레인지> 등으로 국내에도 유명한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 "패트릭 멜로즈 연기는 내 버킷리스트였다!"라고 밝힌 적도 있는 만큼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을 것으로 기대된다. 2부 <나쁜 소식>의 국내 출간을 기다리는 동안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패트릭 멜로즈 연기를 감상해야겠다.

  •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5부작 드라마가 방영중이고 1편은 5부작의 두번째 작품인&...
    ­­­­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5부작 드라마가 방영중이고 1편은 5부작의 두번째 작품인 #badnews 다. 소설 5부작의 1편은 #nevermind 

    남은 네권의 책을 기다리게 만드는 1권이다.

    이 소설은 자전적인 고통의 문학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마약 중독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문학 강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경험을 소설로 썼던, 문학이 있어 다행이라 했던 대만 작가 린이한을 떠올릴수 밖에 없었다.

    p111
    이 불가해한 폭력에 생각이 분열되었다. 공포가 패트릭을 포위하고 개의 아가리처럼 패트릭의 몸을 물어 으깼다. 아버지는 다 때리고 난 뒤 사체인 양 패트릭을 침대에 떨어뜨려 놓았다.

    부계 폭력에 노출된 상류층 소년 패트릭 멜로즈는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한 뒤 그대로 강간 당한다.벽에 붙은 도마뱀붙이로 억눌려 압축된 그 충격의 시간.

    p117
    의학적으로 위험한 짓은 하지 않았다. 궁둥이 사이에다 조금 마찰을 가했을 뿐이다. 언젠가는 학교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죄를 범한 게 있다면 아들 교육을 시작하는 일에 너무 극성을 부렸다는 점이었다.

    성인이 된 패트릭이 등장하는 2편을 극화한 드라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아버지에의 증오, 공포,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게 솟구치는 마약중독자의 극단적인 분열증상을 이해할 수 있는 포석을 충실하게 제공한다.

    p195
    해야 할 말이 생각날 때마다 그것은 모퉁이를 돌아 달아나,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의 무리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상류층의 은폐되고 은폐의 엄호를 받는 삶과 위선, 고고한 척 양심의 협심증을 겪는 모습이 하루라는 소설의 시간에 그대로 응축된다. 멜로즈 부부가 주관하는 저녁. 초대받은 비굴한 귀족과 그의 나이 어린 정부. 유일하게 정상적인 철학 교수와 그의 미국인 아내. 

    아내를 괴롭힌 칼리굴라에서 자신의 정당성과 권위를 찾아 헤매는 데이비드 멜로즈는 식사 자리에서 그런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데이비드 멜로즈로부터 지배의 고문을 당하는 엘리너 멜로즈는 남편으로부터 강간을 당하고 패트릭을 낳는다. 원치 않는 임신과 모성애의 본능, 모성마저 통제하려는 남편의 독재는 그녀가 국제아동기금으로 도피하게 만든다.

    자전적 이야기의 특징, 거미줄 같이 촘촘하고 극단적으로 예민한 묘사가 나열된다. 200쪽의 짧은 분량이지만 결코 쉽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붙든다. 집요하다. 부끄러운 일기를 애써 숨기려는 은폐의 자국이 있다. 자신을 지우고 잊고 싶은 심정이 느껴진다. 저자의 일생을 반복해서 맴돈 그 지옥같은 시간에 독자도 맴돌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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