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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7 아무일도 없었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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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쪽 | A5
ISBN-10 : 8987244075
ISBN-13 : 9788987244075
1587 아무일도 없었던 해 중고
저자 레이 황 | 출판사 가지않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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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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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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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후계자조차 지명할 수 없었던 만력제, 개혁을 부르짓고 황제의 신임을 얻었으나 너무 빨리 죽어버린 장거정 등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1587년 중국 명조의 시대 모습을 철저한 고 증과 문학적 상상을 동원해 생생하게 그려낸 책.

저자소개

목차

001. 만력제
002. 수석 대학사 신시행
003. 장거정이 없는 세상
004.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황제
005. 유별난 모범 관리 해서
006. 고독한 장군 척계광
007. 자기 모순적인 철학자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역사란 특정한 사건들을 시간 순서로 나열한 것이다. 이것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여 고등학교 시절까지 역사 수업을 받...
    역사란 특정한 사건들을 시간 순서로 나열한 것이다. 이것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여 고등학교 시절까지 역사 수업을 받으며 느껴온 역사에 대한 희미하나 분명한 이미지이다. 역사 교과서의 연대표에는 천재지변이나 전쟁, 반란, 왕조의 창건과 멸망 등 거창한 사건들이 몇 해를 건너뛰고서 띄엄띄엄 기록되어 있다. 끊임없이 이어져 왔던 시간의 고른 흐름 가운데에서 '주목할 만 하다고 인정된' 사건들이나 영웅, 천재들의 활동은 엄청나게 확대되어 논의되는 반면, '사소한' 사건들이나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은 간과되어 왔다. 나는 <1587 : 아무 일도 없었던 해>, 이 제목이 특이한 책을 읽는 내내 이러한 '불공평한' 처사에 항의하고 있었다. 연대표의 빈 공간은 결코 비어있지 않다고. 인류의 역사 가운데 단 하루라도 아무 일도 없었던 적은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여겨지는 수많은 날들이 우리가 주목하는 커다란 사건들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것이다. 오히려 비어있는 공간을 매꾸는 무수히 많은 '일상적인' 일들과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그 시대의 전형적인 삶을 이야기해줄 수 있지 않을까? 1587년, 중국에서 1587년이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 해에 실제로 누구나 알 수 있는 큰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렇다할 외적의 침입도, 내전도 없었다. 중국과 같은 거대한 나라에서라면 충분히 무시될 수 있는 사소한 사건들이 일어났을 뿐이었다. 그리하여 1587년 정해년은 아무 일도 없었던 해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그다지 중요한 사건이 없었던 당시, 중국은 다음 세기 역사의 물길을 바꾸는 큰 일을 겪고 있었다. 명나라 말기 만력제의 통치 시기인 이 해에 중국에서는 결정적인 외침이나 내란은 없었으나 비대한 관료 조직과 형식적인 군주제로 명은 안으로부터 붕괴되어가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기만 한 수많은 사건들이 명 왕조의 멸망을 재촉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 책의 저자가 주목하는 1587년은 16세기 말 중국의 역사적 위기를 상징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명조 말기의 6인을 등장시켜 그들의 심리와 생활을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명 왕조 몰락의 길을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1587년 3월 2일 화장한 오후 어전회의가 소집되었다는 헛소문에 북경의 수백 명의 문무백관들이 황성을 향해 내닫는 우스꽝스러운 소동의 묘사로부터 시작된다. 원래 명조는 군주의 독자적 통치권이 보장되는 왕조였다, 그러나 당시 황제는 이름뿐인 군주였다. 만력제는 어려서부터 황제로서의 자신의 지위와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그는 재위 초기에는 나이가 어렸기에 수보 장거정과 환관 풍보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장거정이 죽은 후 그와 풍보에 대한 대대적인 상소로 그들 세력이 물러난 이후에도 사사건건 관료들의 반대와 간섭에 부딪혀 무엇하나 자신의 뜻대로 할 수가 없었다. 후계자 지명하는 권리는 물론이고 황실밖에 나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는 결국 황제라는 것은 관료 집단의 일개 도구일 뿐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냉소적이 되었다. 이리하여 만력제는 황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무력한 군주였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되었다. 1587년을 전후로 황위 계승 문제 등 만력제를 괴롭히는 몇 가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만력제에 대한 후대의 평가 뿐만 아니라 명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를 일이다. 1587년은 장거정이 죽은지 5년이 되던 해이기도 하였다. 장거정은 대학사로 있을 당시 황제의 신임을 받아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며 개혁을 진행하려 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 뜻을 펼치지 못한 채 죽고 사후에는 그의 이중적인 행동이 하나하나 폭로되면서 반역적이고 위선적인 인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비대한 관료 사회를 체계화하고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 강력한 군대를 만들고 재정을 확충하는 등 대대적인 개혁을 시행하려 했던 그의 의도는 바람직한 것이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관료제도가 가진 이중성을 무시하였고,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한계를 직시하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행정의 효율성을 이루려 했던 장거정의 과도한 노력은 관료 집단을 분열시기는 등 행정 기구 내부의 불안을 야기했다. 그리고 그의 표리부동했던 언행이 사후에 만인의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명조의 개혁 세력은 숙청되었고 그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던 개혁까지도 폐기되어 버렸다. 1587년, 신시행이 수보가 된지도 4년 째, 그는 인생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 해에 그는 관대한 인사 평가를 통하여 대정치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였고, 황제를 설득하여 여러 논쟁의 여지가 있던 사안을 마무리지었다. 신시행은 장거정의 실패를 거울로 삼아 도덕적 규범을 고수하면서도 자기 실현에 대한 강력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관료 집단의 이중성을 직시하고서는 평화적인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관료 집단의 긴밀한 협조 없이는 어떤 일도 이룰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선택한 신시행은 타협적이고 결단력이 부족하여 개혁을 시행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황제가 군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었다. 그는 명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했으나 기존의 관료제를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명 왕조를 몰락에 일조하였던 것이다. 1587년 11월, 남경 도찰원 우도어사 해서는 재임 중에 사망하였다. 해서는 유별난 신조와 개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정통 유교학자이자 관리로서 사심없는 숭고한 정신으로 청렴결백한 삶을 살았다. 감히 "천하의 모든 사람이 폐하를 쓸모없는 사람으로 생각한 지 오래되었습니다."라고 황제를 날카롭게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지독한 도덕주의자였다. 그러나 법률을 엄격히 집행하고 도덕적 원칙을 적용하여 백성들의 복지를 개선하고자 했던 그의 노력은 한 사회의 정상적 흐름을 거스르려는 개인의 부질없는 노력에 불과했다. 관료 집단의 이중성을 무시하였고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던 해서의 투쟁은 관료 집단의 부적절한 통치 방침을 교정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공하지 못했다. 음력으로 정해년 12월 20일, 근세기 들어 가장 유능한 장군이었던 척계광이 사망하였다. 그는 변방의 오랑케를 평정하고 명의 군사 제도를 개혁하고자 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당시 명의 도덕적 통치 원칙과 문관 우위의 통지 방침은 군사역량의 기술적 발전과 군사력 유지를 불가능하게 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문관의 견제와 시기로 인하여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던 고독한 장군의 죽음으로, 명은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기 위한 군사력의 현대화를 달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잃어버렸다. 이지는 정해년 이듬해인 1588년 머리를 깎고 중도 아니고 유학자도 아닌 어중간한 삶을 시작했다. 그는 관료 정치의 관행을 거부하기 위해서 관직을 사퇴하였으나 세상을 등지고 살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는 관료 정치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에 더욱 깊이 빠져 들어갔다. 그는 허위적인 윤리 도덕을 공격하며 기존의 사회 질서를 뒤흔들어 놓았을 뿐 유가의 신도로서 일정한 한계를 넘지 뭇하였고, 건설적인 전망을 제공하지도 못하였다. 그는 자아실현의 욕망이 보편적인 것이며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지만, 당시의 사회 질서에서 개인의 자유를 주창하는 것이란 불가능했다. 이지는 자신의 철학적 신념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자기 모순적인 이 철학자는 결국 감옥에서 칼로 자신의 목을 벨 수밖에 없었다. 자해를 한 후 피를 흘리면서 이지가 했던 "나이 칠십이 넘은 사람이 다른 어떤 일을 할 수 있었겠소?"라는 비관적인 말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좌절감이 베어있다. 이 책은 명 말기 행정 작용과 개인의 행위를 판단하던 도덕적 원칙이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편협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황제를 비롯하여 대학사, 장군, 철학자 등의 개혁 세력들은 사회 개혁을 도모했으나 그들은 관료제의 근본적인 모순을 파악하지 못했기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1587년 당시 명은 도덕적 원칙에 의한 규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화되어 사회의 창조적 능력은 철저히 제한되었기에 발전의 한계점에 도달해 있었다. 그리하여 그 해는 황제나 관료나 모두 자신의 가치를 발휘하지 못한 해였다. 1587년 중국에는 결국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러나 비대해진 관료 조직과 형식적인 군주제로 명은 내부로부터 봉괴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1587년을 지목하여 어두운 현실과 빛나는 도덕 규범으로 표상되는 명 말기의 현실과 명분과의 엄청난 괴리를 이해시키고 있다. 2000년 11월 현재 한국에서는, 또는 전세계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방송이나 신문을 통하여 보도되는 '중요한' 사건들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사건들 중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무시되고 있는 이러한 '사소한' 사건들이 모여 조만간 '역사적' 사건을 유발하게 될는지 누가 알겠는가? <1587 : 아무 일도 없었던 해>는 셀 수 없이 많은 '아무 일도 없던 날'들이 역사 속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진정 '아무 일도 없던 해'란 여태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으리라. 이 날 이 순간을 역사는 비껴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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