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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휴일도 없이
147쪽 | 규격外
ISBN-10 : 1189128934
ISBN-13 : 9791189128937
시는 휴일도 없이 중고
저자 이용임 | 출판사 걷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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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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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醜)하고 병든 세계를 전복시키는 기묘한 시편들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주변의 익숙한 사물들을 그로테스크하게 이미지화하며 독자적인 시세계를 구축해 온 이용임 시인의 두 번째 시집『시는 휴일도 없이』(걷는사람)가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편들에는 “푸른 피”(「작약」)처럼 영묘한 푸른빛이 스며 있다. 수많은 시인들이 그러하듯이 마음과 몸이 앓고 있던 시간 속에서 그의 시는 태어났고, 이용임은 병든 세계를 응시하며 풍부하고 예민한 감각으로 결코 가볍지 않은 자신의 언어들을 길어올린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휴일도 없이’(「서시」) 찾아오는 통증 같은 시를, 피를 먹여 키운 다족류 벌레 같은 시를 만나는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
추천사를 쓴 이경림 시인이 강조한 것처럼 “이 시집에는 상처투성이 자궁, 물속에 갇힌 아이들, 피 흘리는 심장 등 피학적이고 절망적인 약자(특히 여성)의 이미지가 많다. 물과 피와 심장, 이 세 이미지들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은 자궁이 아닌가? 그것은 여성성의 상징이며 존재 발현의 원형적 공간이기도 하다. 많은 문학 작품 속에서 그것은 우주의 상징적 이미지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시 속에 나타난 그곳은 지금 피투성이 상처투성이로 신음하고 있다.” 이용임 시 속의 ‘그곳’은 우리가 발 디딘 바로 이 세계에 다름 아니며, 이용임은 “존재와 비존재 사이 유령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려낸다.
정재훈 평론가가 언급하듯 “이용임의 시적 상상력은 세상으로부터 하찮게 여겨졌거나, 가혹하게 버려진 것들을 주워다가 무언가와 결합시킴으로써 새로운 습성(의미)을 부여”하며 “연민과 공감에서 비롯한 시인의 연금술적인 상상력의 자장(磁場)은 한없이 낮게 가라앉아 웅크리고 있는 고독한 삶을 향해 다가간다.” 이용임의 푸른 말들은 낡고 누추한 노년의 몸이거나 아이와 같은 연약한 육신일수록 더 잘 흡착한다. 그렇게 낮고 낮은 몸들에 스민 말들은 “‘흐르지 않는 혈관에/갇혀 있는’(「작약」) 푸른빛을 발산하며 특유의 무늬를 새롭게 형성해 나간다. 그런데 이것은 이따금 기이한 반응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마치 ‘죽지 않는 벌레’(「친근한 사물들」)가 심장 속으로 파고들어 기생하는 것처럼, 평온했던 일상의 매순간마다 지속적으로 요동치는 낯선 감각이자, 기묘한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기묘함’이야말로 이용임 시인이 직조해낸 시의 고유한 아름다움이며, 추(醜)하고 병든 세계를 전복시킬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이용임
1976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엘리펀트맨」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안개주의보』, 산문집 『당신을 기억하는 슬픈 버릇이 있다』를 냈다.

목차

1부 여자 혹은 자궁이 꾸는 꿈의 기록
언젠가, 어디선가, 누군가
시계의 집
물의 공방
스미듯 번지듯
서정적 심장
유리의 집
천국이라는 이정표
남이
비1
비2
언제든, 무덤

휴식시간
사월
사천


2부 연금술 혹은 사랑이라는 악마의 해부도
피아노
포옹
맨발 당신이라는 의외
달콤쌉싸름한 심장
연리지
당신, 이라는 말
자운영
노래의 뼈
등의 감정

3부 기억 그리고 나비의 푸른 혈관
척후

친근한 사물들
고유명사
해파리

작약
오수
당신을 위한 기도
발가락의 여행
구름수집가
한없이 투명한

4부 창 아래 별이 지나가는 새벽
소년, 소녀
십이월의 눈 무의미의 창
여름
산책
유월
그대여 고독한 골목에
그대는 모르죠
적란운
안녕, 부다페스트
안구건조증
아름다움은 조용히
칠링
풍경수집가
우리는
다시,

해설
푸른 피를 알았다/앓았다 -정재훈(문학평론가)

책 속으로

자다 깨니 심장이 간지러워서 뒤적여보니 다족류 벌레가 있더라 (…) 차마 죽일 수가 없어 유리그릇에 넣고 매일 피 한 방울을 먹이며 키웠다 피가 진득한 밤이면 유난히 입맛을 다시는 벌레가 귀여워서 한두 방울 더 주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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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깨니 심장이 간지러워서
뒤적여보니 다족류 벌레가 있더라

(…)

차마 죽일 수가 없어 유리그릇에 넣고
매일 피 한 방울을 먹이며 키웠다
피가 진득한 밤이면
유난히 입맛을 다시는 벌레가 귀여워서
한두 방울 더 주기도 했다

벌레는 자라고 나는 마르는
어느 부모 자식 같은 신파가 한 계절,
자다 깨니 심장이 간지러워서
뒤적여보니 삭은 피가 우수수 쏟아지더라

(…)

벌레는 자라고
스멀거리는 감각만 오래 남아
기면증을 앓았다

자다 깨니 심장이 간지러워서

-「당신이라는 의외」부분

사람들은 알까 몰라 살면서도 몇 번씩
죽음을 건너는 걸
경계 없이 몸을 잃는 자발성
사람들은 알까 몰라 이토록 본격적인
자살을
무관의 임사 체험을

잠시 죽으러 갑니다 인사도 없이 깜빡,
어머 나 잠시 졸았나 봐 잠시 죽었나 봐 잠시
다른 생을 기웃거리고 왔나 봐

-「오수」부분

빛나는 것들은
모두 땅속에 있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애인은
죽은 애인이라고

춤추는 일들은
모두 지문이 없지

속이 빈 새들이 날아가는
창문은 소경과 귀머거리의 시간

순결한 걸음으로
가요 정오는
살인의 시간
자정은 사랑의 시간

독이 든 우유를 들고
계단을 올라요

(…)

정오는 은닉의 시간
자정은 발각의 시간

장갑을 끼고
총알을 닦고

찬장을 열고
독약을 타고

산책은 언제나
우발적 엇갈림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걸음으로
가요

당신을 만나요

-「맨발」부분

슬픔도 차갑게 흔들어 마시면 좋을까
그늘 아래 누워 맨발을 흔들며
새벽에 내리는 비가 눈이 되어 쌓이듯
아침이면 혈관이 얼어 그대로 멈출까
눈을 가리고 우는 술래는 누굴까

누가 되겠니? 누가

그대로 멈춘 세계를
맨발로 뛰어갈래?

꽃을 열면 고이 접힌 고전적 슬픔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기도 하지
미지근한 향기는 비리기도 하잖아
옆에 앉은 너의 폐에서
상하기 직전의 계절이 흘러나와
그러니,

우리 그대로 멈추자
내가 네 눈을 가려 줄게
하나 둘 셋 노래를 불러 줄게

슬픔은 빙점이 없어 네 말을 가져갈 거야
눈동자 속에 고인 풍경을 지워 줄 거야
두근거리는 살을 멈춰 줄 거야
아무리 피를 마셔도
더 이상 뜨겁지 않을 거야

차가워지는 것 마음이 흘러나오는 것
고약한 선물상자를 베개 위에 올려놓는
나이 든 어미들을 바다 밖으로 보내는 것

손깍지를 끼고 나란히 앉자
피크닉 바구니엔 슬픔이 가득해
차갑게 더 차갑게 슬픔을 흔들자
저녁의 발톱이 나비로 날아와 누가

그대로 멈춘 세계에서
노래가 될래?

-「칠링」전문

서시(序詩)

아름답고 상냥한

누군가 이국어로 쓴 시를
현관 앞에 두고 간다

읽을 수 없는 시는 아름답다
어느 계절의 여행처럼

시는 휴일도 없이 온다
아무렇지도 않게 부드럽다

누군가 이국어로 쓴 시를
현관 앞에 두고 간다 매일,
매일 매일

문 너머 풍경은 여전히 일상인데

시는 읽을 수 없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눈과 입을 꿰맨
향기로운 시체를 안고
천 년을 살았다는 어느 왕처럼

나는 아침마다 시를 받고
계단을 내려가
마른 꽃나무 사이로 걸어간다

시인의 말을 대신하여
2020년 3월
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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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시는 휴일도 없이 | se**inee | 2020.04.2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이용임 시인의 이 시집은보라색과 꽃을 상징하는 듯한 무늬가 춤을 추는 표지만 보면너무 아름답고 유려한 문장들이 펼쳐지지 않을까...

    이용임 시인의 이 시집은
    보라색과 꽃을 상징하는 듯한 무늬가 춤을 추는 표지만 보면
    너무 아름답고 유려한 문장들이 펼쳐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하지만
    막상 작가의 말을 대신하는
    서시 '아름답고 상냥한'을 읽어보면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누군가 이국어로 쓴 시를 자꾸 몰래 두고가고
    나는 그 시를 가만히 들고 마른꽃나무 사이로 걸어간다니...


    시를 다 읽고나니
    이국어로 쓴 시는 이용임 본인이 쓴 시들을 일컫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심장, 혈관, 피, 죽은 자, 여성, 벌레, 밤, 무덤, 죽음, 뼈...
    희다, 없다, 약하다, 날아가다, 푸르다, 사라지다...


    이 시집을 구성하는 주요 단어들이다.


    전반적으로
    이 시집에 나오는 단어들은 강렬하다.
    그리고 빨갛거나 어둡다.
    심지어 기괴하고 무서울 정도다.


    특히 보통 시에 잘 쓰이지 않는 다족류벌레가 나오는 시를 읽을 때는
    그 시가 가진 의미를 생각하기 전에
    이미 지네 한 마리가 떠오르는 듯하여
    그 벌레 한 마리와 함께하며 나직하게 이야기하는 화자를 상상하는 게 힘들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반어적이거나 은유적인 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강렬하면서도 의미가 묘한 이용임의 시들이
    처음 읽었을 때 바로 와닿지가 않았었다.

    시집의 마지막에 자리한 정재훈 평론가의 해설을 읽어가며
    아! 라는 탄성이 나오고
    다시 시집을 첫장부터 펼치게 되었을 정도였다.


    시가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의미들이 너무 많은 시집 같기에
    아무래도 두 번을 읽었음에도
    아직 시인이 알리고자 하는 메세지에 대해 오롯이 전달받았다는 느낌은 부족하지만


    여성이, 혹독한 사회에서 버텨가는 모습을,
    요즘에 사람과 사람간의 삭막함과 전쟁이 만들어내는 기괴한 모습들을
    학창시절에 읽었던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직설적이며 당대 파격적이었던 작품처럼
    표현하고자 했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 시는 휴일도 없이 | ji**e1404 | 2020.04.2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시는 휴일도 없이》 . 이용임 작가는 2...
    《시는 휴일도 없이》
    .
    이용임 작가는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엘리펀트맨>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안개주의보>  , 산문집 <당신을 기억하는슬픈 버릇이 있다>를 냈다.
    .
    .
    1부 여자 혹은 자궁이 꾸는 꿈의 기록
    .
    시계의 집 中
    - 여자의 시간은 멈추지 않아 여자의 시간은 흐르지 않아 기억해 저녁 종소리를 마시고 잉태한 나의 여자여.
    .
    서정적 심장 中
    - 물로 만든 심장을 갖고 있어요 나 당신 심장이 뛰는게 아니라 달의 이끌리는 거예요.
    .
    사천 中
    - 죽어선 어디든 물을 건너간다는데 죽어서도 물에 빠져 죽을 수 있을까 죽어서 죽으면 나비로 돌아오는 일도 없을까.
    .
    여자의 몸을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임신했을 때 뱃속에 아기 라던지 잉태하여 그 생명을 서정적으로 비유해서 잔잔한 느낌이 감돈다. 생과 생 사이에서 슬픔을 불안했고 여린 여인이 나즈막하게 말하는 듯 세상에 말하고 싶어 한다. 자기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리고 싶어하고 그걸 누군가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깃든 시들이 있는 거 같다. 잔잔한 느낌이 강해서 얼핏 읽다 보면 슬픔이 느껴진다.
    .
    2부 연금술 혹은 사랑이라는 악마의 해부도
    .
    당신이라는 의외 中
    - 나는 네 이름이 텅 빈 문이 되었구나 밤새 꿈에 담아 데워놓은 신을 신고 너는 부지런히 멀리 사라지렴.
    .
    노래 의 뼈 中
    - 너는 오월이 되고 아침이 되고 빛이 찬란한 그늘이 되고 감각이 되고 묽어지는 감정이 되고 눈물이 되고 부레로 울리는 종이 되고 그을음이 되고 너는 노래가 되고.
    .
    등의 감정 中
    - 돌아온다,고 속삭인다 너의 얼굴을 보여 줘 어루만지면 녹아 내릴 봄이 되어 줘.
    .
    시가 무겁게 느껴진다. 어둠, 죽음 그리고 그늘... 우선은 슬픔이 느껴지고 거기에 그리움과 외로움이 많이 느껴지는 시기인 거 같다.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착각을 빠지게 하는 외로움이 가득한 시... 앞서 말했듯이 잔잔하지만 어둠이 깊게 깔린 무거운 느낌이 많이들는 시기인 거 같다. 조금은 편하게 읽기에는 어려운 시 같다.
    .
    3부 기억 그리고 나비에 푸른 혈관
    .
    자약 中
    - 이야기가 밤의 일이라면 꽃이 염치의 일이라면 나비를 부르지 않는 그늘이 나의 일이라면.
    .
    오수 中
    - 사람들은 알까 몰라 살면서도 몇 번씩 죽음을 건너는 걸 경계 없이 몸을 잃는 자발성 사람들은 알까 몰라 이토록 본격적인 자살을 무관의 임사체험을.
    .
    당신을 위한 기도 中
    - 소망을 이루어 드립니다 당신이 바라는 것이라면 무어든 소망의 무게만큼 같이 있는 것을 바친다면 무어든.
    .
    상처 투성이가 있는 사람의 마음을 시로 표현한 것 같다. 누군가는 혼자 아파하고 혼자 울고 너무 너무 외로워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세상에 소리치는 그들의 외침이 들리는것 같다. 그들의 외침에 외면하지 말고 그들이 진정 조금은 밝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시다. 너무 힘들어 스스로 목숨을 버리지 않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요즘 세상에 들려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담긴 시도 있었다. 조금한 관심으로 한사람의 생명을 구해내는 사례가 많았으면 한다.
    .
    4부 창 아래 별이 지나가는 새벽
    .
    산책 中
    - 눈 감아라 뚝딱 꼬리를 내리며 달아나는 술래, 내 손가락이 찾아 주길 기다리며.
    .
    그대여 고독한 골목에 中
    - 그대의 이름만 되부르는 고독한 골목에 그대를 두고 왔습니다 그대여, 부드럽게 바래세요 모통이를 돌 때마다 고독한 골목 고독한 골목에.
    칠링 中
    - 슬픔도 차갑게 흔들어 마시면 좋을까 그늘 아래 누워 맨발을 흔들며 새벽에 내리는 비가 눈이 되어 쌓이듯 아침이면 혈관이 얼어 그대로 멈출까 눈을 가리고 우는 술래는 누굴까.
    .
    시리 읽으면 먹먹해진다.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고 누군가는 행복하고 누군가는 불행하고 그리고 누군가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그들이 아픔이 느껴져서 마음이 슬퍼진다. 세상은 오래 살지 않았지만 지금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혼자 슬퍼하고 혼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쉴세 없이 밀려오는 슬픔을 그들은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많은 도움이 안 되더라도 그들을 물품을 다독여 주고 안아 주고 싶다. 그들에게도 세상은 살기 힘들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고 희망을 가진다면 견딜 수 있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조금은 무거운 시고 다소 어려운 해석이 필요한 것 같은 시인것 같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힘들고 아픔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서로서로 그 아픔들을 다독여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
    .
    #시는휴일도없이 #이용임 #걷는사람 #시집 #시인선21
  • 가라앉은 우울 | 5b**eangel | 2020.04.2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시는 휴일도 없이 ...

    시는 휴일도 없이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썩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시를 읽는 동안 다른 세상에 빠져있는 느낌이 좋았다. 시의 어조는 대부분 음울하고 분노에 차 있어서 다소 에드거 엘런 포의 작품들을 읽는 기분이었다.

    피, 심장 이라던가 절망, 녹슬었다 등의 표현들이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공격적인 느낌도 있고 복수하는 듯이 보이기도 했다. 공격받은 데 대한 복수를, 자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네가 이렇게 나를 만들어서 나는 힘들어.'라는 말을 반복한다. 공격받은 상태라 피가 철철 나서 흥건하고, 심장은 녹슬어 버렸다. 회피성 성격장애같은 느낌도 든다. 계절로 따지자면 한겨울, 혹은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같다. 차가운 물을 너무 빨리 들이켜 놀란 느낌도 들고, 찬바람이 쌩 하고 불면서 뱃속까지 서늘해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실린 시들이 말하는 감정에 동감할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 사람에게 상처입어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고,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신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내려다볼 때가 있지 않은가. 그게 아프니까 알아달라고 소리지르고 싶을 때도 많다. 최근에 겪은 (아직은 겪고 있는) 일들 때문에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껴서 더 공감된다. '내가 이렇게 아파. 긍정적인 마음도 사라졌고 매일 우울해. 그런데 사실 전부 내가 자초한 일이지. 꼴 좋네.' 이런 사고과정을 겪고있는 나인지라 더 와닿는 시집이다.

    독서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길이고, 자신을 찾는 일이다. 책을 읽다보니 내 감정을 꺼내놓고 관찰할 수 있고, 거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나 혼자만 겪는 고통이 아니라는 점에 있어서 약간의 위안이 된다. 힘든 상황에서 참고 있는 게 나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은 것처럼.

     

     

  • 내겐 참 어려운만큼 각별했던 이용임 시인의 시집.

    읊어도 읊어도 시의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긴 어려웠지만 읊는 것만으로 감성이 충만되는 그런 시집이었다.

    이때 충만되는 감성이란, 힐링과 무관하다

    뭐랄까..내가 제대로 잘 설명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ㅠㅠ

    #시는휴일도없이 의 실린 글들은 하나같이 표현력이 이 세상 것이 아니었다.

    절망도 아름답게 읽힌달까..?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할까, 하며 감탄이 나왔다

    글자 하나하나를 바늘 구멍에 하나씩 꿰어 물목걸이를 만든 기분이다. 아름답지만 걸 수 없는 목걸이..

    머리로는 예쁘게 읽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이국어처럼 말이다.

    가장 좋아하는 시는 '한없이 투명한'이다

    기억에 남는 구절을 옮겨본다

    //

    꿈에 버린 시간일랑 잊고

    나는 언제나 하나의 나이테

    추억은 없고 기억만 남은 자

    지독한 가뭄이 든 여름 한 철

    기슭이 드러난 물가에 앉아

    그악그러운 물의 손톱을 거두고

    나는 한 줌 천역덕스런

    손금 위의 물방울

    //

    비록 시의 전체적인 의미는 몰라도 이 구절이 참 인상적이었다. 공허하지만 사소한 것에서 해방된 순수 같은게 느껴져서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겠지만 ㅠㅠ 그래도 그런 느낌이 들어 좋았다 (작가님은 전혀 다른 의미였을지도..)

    어둡지만 아름답게 읽히는 역설적인 분위기도 있었다. 시 한편 한편 모두 여운이 진했고 내가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걸 깨닫게 해준 시집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 정체를 확실히 모른다. 그래도 시집이란 비내리는 수면처럼 어렴풋해야 시집아닐까? 여백이 있어 좋은 시집이었다. 아마 영원히 해석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새벽인지 노을인지 모를 배경 한구석에서 희미한 실루엣을 자꾸 들여다보게하는 그 시간이,

    내겐 시였다

     

     

  • 물의 공방새벽에 깃털을 주웠지 어느 새의 시체에서간지러운 체온이 손바닥으로 옮아왔지따뜻한 절망은 너를 닮았지새벽에 꽃...

    물의 공방

    새벽에 깃털을 주웠지 어느 새의 시체에서
    간지러운 체온이 손바닥으로 옮아왔지
    따뜻한 절망은 너를 닮았지

    새벽에 꽃잎을 주웠지 어느 정원의 나무 아래
    깨지지 않는 물이 순바닥으로 굴렀지
    투명한 육체는 너를 닮았지

    너의 그늘이 울창해지면

    이슬로 빚은 새도 날아가기를.(-14-)


    천국이라는 이정표

    우울과 환각의 시간은 갔어 하얗게 정제된 핏속에 녹아버렸지 여자는콩나물 대가리를 딴다. 똑, 똑, 똑 눈이 깊구나 눈보라가 치고 있다.똑,똑,똑 알약 몇 알에 주름이 깊어졌어 여자는 노래처럼 정물처럼 앉아서 똑,똑,똑 어디서 물이 새나 보다 피가 한쪽으로 쏠리면 가볍지 희어지지 아름다워지지 독,똑,대가리를 잃은 희고 날씬한 몸이 수북하다 병아리 심장은 어디다 버리고? 똑,똑,똑 우울과 환각의 시간이 왔어 눈이 깊구나 여자의 손톱은 짧고 노랗다 목을 늘어뜨리고 여자는 어둡다 똑,똑,똑,노래한다 여자천국이라는 이정표 (-19-)


    연리지

    달아나는 
    손이 손을 잡았다
    팔이 팔을 얽고
    빰이 뺨을 눌렀다
    발로 발을 누르고

    가슴사이에서 
    하늘이 늙어갔다
    불을 끈 별들이 늘어가는 동안

    새들이 날아와
    깃털 수북한 빈집만 남겼다.
    맞댄 머리 위

    다른 나라의 물을 길어와
    도드라진 옹이마다. (-52-)


    작약

    우울이 자궁의 일이라면
    난 푸른 피,흐르지 않는 혈관에
    갇혀 있는 거지

    심장을 머리에 이고
    강을 건너가네

    슬픔이 비장의 일이라면
    난 굳은 향, 불지 않는 바람에
    살고 있는 거지

    돌아래 속눈썹을 묻고
    물 위에 색이 번졌다는

    여자가 건너가네 하늘하늘
    얇은 계절이 따라가네

    몸을 열어 황폐가 되고
    노래를 불러 고혹이 되니

    이야기가 밤의 일이라면
    꽃이 염치의 일이라면
    나비를 부르지 않는
    그늘이 나의 일이라면 (-77-)


    시를 읽는다.시는 지극히 시를 써내려가는 시인의 시상이 오롯히 들어가 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가치와 의미를 텍스트에 무게를 부여하고 있었다. 압축과 상징이라는 두개의 칼자루를 가지고 춤추고 있는 시인의 시상은 내 가치관을 흔들어 놓고 있었고,나의 감정을 흔들게 된다. 시느 그렇게 내 곁에서 생각과 행동의 기준점이 되어서, 나의 생각을 유혹하게 된다.


    시인 김용인님의 <시는 유일도 없이>는 걷는사람 시인선 21번째 이야기다. 시인의 시상은 철저히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채워져 있었다.저자는 일상 속의 소소한 것들을 깊이 들여다 보고, 호홉을 조절해 나가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의 연속선상에 보이지 않는 이름 없는 무명의 여성이 있었고,그 여성이 바라보는 세상의 관점을 감정과 감성의 동선과 서로 절묘하게 시와 엮여가게 된다.지극히 여성이 간직하고 있는 육체적인 모양새,남성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동선들, 그 보이지 않는 울타리와 장벽과도 같은 그 무언가가 시 속에 채워지게 되었으며, 시 속에 감춰진 주인공은 우리의 삶과 역이게 된다.


    음울하고 그로테스크한 시, 여성은 마음속에 한을 품고 있는 듯하였다.한 여성은 콩나물을 다듬으로면서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 속에서 주인공의 시선의 동선을 따라가고 있었다.불안한 감정, 불안한 시선들, 감정의 동선의 변화는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가치관.,나와 함께 하는 누군가의 사랑의 가치를 흙에 기대어 살아가는 연리지에 미유하고 있었다..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나무가 엉키면서 성장하는 그 과정이 묘하게도 인간의 삶과 교차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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