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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들 ///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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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쪽 | A5
ISBN-10 : 8989646693
ISBN-13 : 9788989646693
부끄러움들 ///9000 [양장] 중고
저자 정영선 | 출판사 낮은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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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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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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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하나가 된 글쓰기를 시작하는 아이들! 부산 산복도로 마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부끄러움들』. 청소년 문학 시리즈 「낮은산 키큰나무」의 열 번째 책으로, 부산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정영선의 작품이다. 부산의 한 여자고등학교 글쓰기 반을 배경으로 네 명의 아이들이 문학 수업을 하고, 선생님이 과제로 내준 단편을 한 편씩 읽어나가는 두 겹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아이들이 읽게 되는 네 편의 소설이 이야기 속 이야기로 들어 있으며,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배경으로 한 이 단편들은 지독한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또한 실제로 교사로 재직 중인 작가는 아이들이 소설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 시대 청소년들이 지니고 있는 가벼움과 무거움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문학에 한 걸음 다가가는 길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저자소개

저자 : 정영선
저자 정영선은 1963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났으며 1997년 중편 「평행의 아름다움」으로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다. 소설집 『평행의 아름다움』, 장편소설 『실로 만든 달』, 『물의 시간』을 펴냈다. 현재 부산 경남여고에 재직 중이며 경성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목차

우리 학교 글쓰기 반
「브래지어」

시시한 댓글은 사절!
「부끄러움들」

첫 고백
「침 넘기기」

후루룩 마시는 죽 같은 글
「엄마 냄새가 난다」

우리 동네는……

작가의 말

책 속으로

나는 술에 취해 어머니와 나를 때리던 아버지가 진짜인지 아니면 전두환 시절에 출세하자고 사법고시 치는 게 부끄러워 오른팔을 달아맸다는 아버지가 진짜인지 알 수 없었다. 아버지를 병원에 가두고 나온 고모의 까칠한 얼굴을 볼 때면 내가 아버지를 일부러 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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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에 취해 어머니와 나를 때리던 아버지가 진짜인지 아니면 전두환 시절에 출세하자고 사법고시 치는 게 부끄러워 오른팔을 달아맸다는 아버지가 진짜인지 알 수 없었다. 아버지를 병원에 가두고 나온 고모의 까칠한 얼굴을 볼 때면 내가 아버지를 일부러 쫓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마음이 켕겼다.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닌데, 술 한 병 사다 주고 공부해도 될 텐데, 뭐 대단한 공부라고 집 옆에 있는 슈퍼 가는데 법을 들먹이고, 한 대 맞을 수도 있는 걸 울고불고 비명을 지르고……. 말은 안 했지만 모두들 나를 나무라는 것 같았다.
“정미 스무 살까지 병원에 갇혀 있어야 한다고 해도 원망 한마디 없이 고개만 푹 수그리고…….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고모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닦았다. 어머니의 고개가 푹 꺾였다. 어머니까지. 그제야 나도 아버지에게 대들고 조사관 앞에서 했던 대답들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깨달은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가 다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잠시 후에 다시 푹 숙였다. 세상에, 어머니는 울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졸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부터 내 마음은 어머니의 고개만큼 꺾였다 섰다를 반복했다. 할머니와 고모가 그 모습을 보기라도 한다면……. 나는 상 밑으로 발을 펴서 어머니를 꾹꾹 찌르기도 했다. 반쯤 눈을 뜬 어머니는 귀찮다는 듯이 내 발이 미치지 않게 발을 모으고 또 꼬박 졸았다. (64쪽)

연경이는 사회 시간에 배운 비상계엄이 생각났다. 지하철이 끊기면 무엇인가 아버지를 집으로 가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그것이 무시무시한 탱크나 총이 아니라 택시비라는 사실 때문에 연경이는 혼자 귀밑을 붉혔다. 아버지가 부끄러운 이유는 그런 것이었다. 아버진 시험을 칠 때마다 밤늦게까지 공부하고도 60점 정도의 성적을 받는 반 아이 같아 보였다.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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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수많은 사연이 깃든 부산 산복도로 마을, 그 골목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 청소년을 위한 문학 시리즈인 낮은산의 ‘키큰나무’ 10번째 책으로 부산에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소설가 정영선의 『부끄러움들』이 출간되었다. 독특한 지역색을 갖고 있는 좋은 소...

[출판사서평 더 보기]

수많은 사연이 깃든 부산 산복도로 마을, 그 골목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
청소년을 위한 문학 시리즈인 낮은산의 ‘키큰나무’ 10번째 책으로 부산에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소설가 정영선의 『부끄러움들』이 출간되었다. 독특한 지역색을 갖고 있는 좋은 소설이 항상 아쉬운 우리 문단에 반가운 신작이다.
『부끄러움들』은 부산의 한 여자고등학교 글쓰기 반을 배경으로, 겨우 네 명이서 ‘수제자’임을 자처하는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문학 수업을 하고, 선생님이 과제로 내준 단편소설을 한 편씩 읽어나가는 두 겹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아이들은 글쓰기 반에 들어와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우고 소설을 읽은 뒤,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저녁 배식시간만 기다리기도 하고, 때로는 먹먹한 감동에 가슴 아파하기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학교, 고생하시는 걸 생각하면 늘 미안하지만 잔소리를 할 때면 짜증으로 반응하게 되는 부모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엉엉 함께 울 수 있는 친구들. 그리고 이런 삶과 소설 속 작품이 하나가 되어 들어오는 순간의 환희.『부끄러움들』은 이 시대 청소년들이 지니고 있는 가벼움과 무거움을 함께 보여주면서, 문학에 다가가는 길을 알려주기도 하는 의미 있는 장편이다.

‘사이먼’이라고 불리는 주인공 심온은 글쓰기 반의 인터넷 카페 ‘풋글’의 관리자이다. 마음속에 들어 있는 것은 많지만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는 않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평범한 아이들 가운데 하나다. 방과후 수업으로 영어ㆍ수학 공부를 하고 나온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글쓰기 수업 시간에 무슨 공부를 하는데?” 하고 물으면 “문단 나누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배웠어.” 같이 수능에 나올 리 없는 말을 하는 게 왠지 부끄럽기도 하다. 강당에서 전체 조례를 할 때 연못 옆 벤치에 대(大)자로 누워 일광욕을 해서 ‘대자로 뻗은 애’라는 별명이 붙은 혜선이, 수업시간에 항상 허벅지를 벌리고 앉아서 주의를 듣곤 하지만 ‘불편하게 왜 허벅지를 모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당당한 신영이, 전교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영인이. 이 넷이 ‘문학적 글쓰기 반’의 핵심 멤버다.
아이들은 백일장 입상을 목표로 공모전 당선작을 읽고 토론하고 같은 제목으로 작품을 쓰고 있는데, 선생님이 얼마 전부터는 좀 긴 글을 읽어보자시며 작자 미상의 소설을 나눠준다. 그렇게 해서 읽는 네 편의 소설이 이야기 속 이야기로 들어 있다.
소설은 하나같이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부산 산복도로 마을.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임시거처를 만들어 살면서 만들어진 동네다. 평지가 부족한 곳이라 피난민들은 점점 산허리로 올라가 집을 지었다. 사람들이 모이면서 골목이 만들어지고 도로가 생기고 큰길도 나고……. 부산 사람들에게 ‘산복도로’라는 말은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공간이자 팍팍한 삶을 표현하는 단어로 다가온다.
심온의 부모님도 해발 400미터 높이에 방 세 칸짜리 연립을 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햇볕이 들지 않아 축축하고 어두운 하야리아 부대(부산 범전동 미군 부대) 담벼락 밑에서 살다가, 귀가 먹먹해지도록 높은 동네에 전세를 얻어 옮겼고, 그 뒤 처음으로 장만한 ‘내 집’이다. 심온의 부모님은 감격스러워 어쩔 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심온의 삶에도 부산의 역사가 새겨져 있는 셈이다. 이제 네 편의 소설을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보자.

꿋꿋한 여성들, 아름다운 아이들
첫 번째 작품은 「브래지어」. 제목도 왠지 부끄럽고 ‘랄치’라는 등장인물 이름(물론 별명이다)에도 킥! 하고 웃음이 나온다. 랄치의 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정신이 온전치 않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얼굴과 손에 주름이 자글자글하지만, 여전히 세련된 자태가 어딘가에 남아 있다. 화자인 ‘유진’은 그런 랄치의 어머니에게 묘한 호기심과 연민을 느낀다. 게다가 딸에게 ‘곱게 크라’며 엄청 비싼 브래지어를 사주었다지 않나. 유진은 랄치와 함께 가끔 먹이를 주러 가는 까만 고양이 ‘시어머니’의 우아한 모습을 보며 랄치 엄마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이 작품을 읽고서 “야, 너는 얼마짜리냐?” 하는 단순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좀더 진지하게는 ‘여성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밥 먹을 시간이 되자 허기진 배를 쓰다듬을 뿐이다.

두 번째 읽은 것은 「부끄러움들」. 젊은 시절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의미로 스스로 사법시험을 포기했다는 정미의 아버지는 지금은 알코올 중독자에 지나지 않는다. “이 동네에 산다는 것은 한마디로 쪽팔리는 거”라는 아버지와 달리 정미는 이 동네에 별 불만이 없다. 아버지가 시험 기간에까지 술심부름을 시키는 것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을 뿐. 결국 아버지는 딸에게 손찌검을 하다 경찰에 연행되고……. 한편, 정미는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 ‘후진’ 학교로 전학 온 부잣집 아이 승주가 괴로울 때마다 왜 스스로 목뒤를 긁어 두드러기를 돋게 하는지 알고 있다. 정미는 승주의 부끄러움을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이런 학교에 다니는 게 부끄러울 뿐”이라는 승주의 냉랭함 앞에 얼어붙어 버린다.

세 번째는 「침 넘기기」. 미련스럽다 할 정도로 일밖에 모르는 아버지. 불만이 있어도, 화가 나도 아내와 딸에게 표현할 줄 모르는 나약한 가장. 그런 아버지가 부끄러운 전교 1등 연경이. 어느 날 아버지는 늘 그랬듯 집으로 오는 막차가 끊기자 싸구려 찜질방에서 잠을 청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데……. 화장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발견한 아버지의 오래된 상처 앞에 연경이는 뜨거운 눈물을 쏟는다.
아이들은 안 그래도 생활관 실습 프로그램에서 각자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촛불에 담아 고백하는 의식을 치르고 난 직후다. 부모님에 대한 안쓰러움과 미안함을 눈물로 털어놓았던 심온은 「침 넘기기」 앞에서 아이스크림이 녹는 것도 의식 못한 채 눈물을 훔친다.

네 번째 작품은 「엄마 냄새가 난다」. 남자아이가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여성성’인 것 같다고 심온은 생각한다. 새로 들어온 신입회원은 글이 너무 쉽게 읽힌다며 ‘후루룩 마시는 죽 맛’이라고 당돌하게 표현하지만, 심온은 그건 아닌데, 하고 속으로 생각할 뿐이다. 미혼모로 아들을 키워낸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 주인공 은봉은 엄마의 흔적을 찾아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인터넷 카페에도 가보고, 가장 친한 친구였다는 인숙이 아줌마에게도 가보면서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겨진 엄마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하나 접하는데…….

이렇게 네 편의 소설을 읽고 난 뒤 아이들은 각자 백일장에 나간다. 심온은 “혜택은 없는데 의미는 있”는 하야리아 부대 반환기념 백일장에 나가 ‘우리 동네’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소설 속에서 만난 골목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뇌리를 스쳐갔을 것이다. 삶과 하나가 된 글쓰기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지독한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청소년소설
아이들이 읽어나가는 네 개의 단편은 꽤나 진지하고 밀도 있는 작품이어서 청소년소설에서 그동안 맛보기 힘들었던 종류의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부산’과 ‘산복도로’라는 작품 속 배경을 잘 알고 있다면 그 의미가 더 절실하게 다가오지만, 잘 모르더라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성장’ ‘극복’ 같은 키워드가 지배적인 청소년문학에서, 이토록 지독한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청소년소설이 나온 것은 꽤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소설을 이해하고 수능 공부에 지장이 없는 만큼만 기억한다. 그러다 수능 공부에 지칠 때면 아주 잠깐 소설을 들여다본다. 소설을 읽고 난 아이의 먹먹한 얼굴, 가볍게 고개를 흔들어 소설에서 빠져나오는 아이……. 이미 소설은 아이의 현실이 되고…….”
지은이는 ‘작가의 말’에서 아이들이 소설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부끄러움들』은 실제로 부산 경남여고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작가가 만나온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투영되어 있는 작품이다. ‘수업’ 형식을 빌려 전개되는 소설이지만, 작가는 굳이 주제를 가르치려 하거나 문제의식을 또렷하게 전달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글쓰기 반 아이들의 자유로운 반응을 지켜보는 독자들 또한 각자 마음에 와닿는 대로 소설을 느끼고, 가족과 친구들을 비롯한 자기 주변을 자연스레 돌아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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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부끄러움들 | js**1713 | 2011.12.06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때는 나는 아주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언제나 가방안에는 읽을 책을 한두권씩은 가지고 다녔는데 아...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때는 나는 아주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언제나 가방안에는 읽을 책을 한두권씩은 가지고 다녔는데 아이들을 사귀는데
    서툰 나를 포장하는 일종의 연막작전이었던것 같기도 하다.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언제나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자리에 앉아 책을 펼치곤했는데 그런 내가 선택할 특별활동반은 늘 정해져있었다.
    이름만 문예반이었을뿐 어떤 수업도 이루어지지않았던 조용히 앉아 책을 읽을수있었던
    문예반은 나에게는 더할나위없이 적합한 특별활동이었다.
    [부끄러움들]은 부산의 한고등학교의 글쓰기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무늬만 글쓰기반이 아니라 방과후수업의 일종으로 하는 수업이라 선생님도 열의를
    가지고 있고 백일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느정도 물론 아이스크림에
    눈이 멀어 글쓰기반을 계속 다닌다는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열의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로
    인해 글쓰기반의 수업은 목표를 가지고 진행이 된다.
    글쓰기반의 선생님이 나눠주는 네편의 글을 읽으며 진행되는 수업이라 이책에는
    글쓰기반의 학생들뿐 아니라 선생님이 나눠주는 글속의 이야기들이 툭하니 튀어나온다.
    글쓰기반 아이들이 글을 읽고 나누는 대화들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글속의 소설
    [침넘기기]편이 가장 인상적이고 강한 인상을 남겼다.
     
    침넘기기편에 등장하는 연경이 아버지 우씨는 우리네 아버지와 혹은 우리네 남편과
    너무도 닮은 모습으로 등장을 했다가 너무도 바스라진 모습으로 사라져간다.
    며칠전부터 작은아이가 짬뽕이 먹고 싶다고 성화를 해댔다.
    주말이 코앞이라 평일에는 그냥 있는 저녁을 먹고
    짬뽕은 모든 식구가 있는 토요일저녁에
    사주마약속을 했었는데 남편의 퇴근이 한시간정도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
    원래 면종류를 좋아하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면종류를 될수 있으면 안먹으려고
    한다는걸 알기에 그럼 애들이나 먼저 중국집에서 시켜먹이고 나는 남편이 오면 함께
    저녁을 먹을까하고 물었더니 수화기저편에서 구시렁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남편도 처음에는 나와같은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막상 자기입에서 그말이 나오기전에
    내가 할말을 먼저하니 서운한 감정이 먼저 들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것같지만 사람이 먹는다는 문제에 감정이 쉬이 상한다는것을 아는 까닭에
    내가 생각이 짧았다고 사과를 하고 남편도 자기가 너무 성을 냈다며 마무리지었다.
     
    연경이아버지 우씨는 시내음식점의 요리사였다. 공부 잘하는 딸 연경이의 존재만으로
    힘든 어깨를 펴고 고단한 하루를 삭이며 사는 우리시대의 보통의 아버지였다.
    지친하루를 마감하고 집에가서 잠든 아내와 딸을 보았을때 우씨는 자는 식구들틈으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를 들었다. 잠이 들지않았으면서 아내와 딸 둘중의 하나는 우씨와
    말을 섞기 싫어서 그렇게 잠든 모양으로 있는것이었다. 우씨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직업이 요리사인덕에 우씨는 집에서 음식을 먹을 일이 거의없었다.
    음식점에서 손님이 남긴 음식을 먹거나 요리를 준비하면서 한두점씩 서서 해결할때가
    많은 우씨에게 집안에서의 식사는 낯설기만 한 일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우씨의 존재를 인정하지않는다는 생각에서인지 우씨는 연경이의
    아침이 차려진 식탁에 앉아 밥반공기를 떠서 쇠고기장조림을 먹었다.
    평생 처음 먹는 쇠고기장조림이었지만 아내의 인상은 우씨가 장조림을 하나씩
    집어먹을때마다 안좋더니 기어이 다가와 딸아이의 것을 먹으면 어쩌냐고 퉁박을 준다.
    그날의 식사는 우씨가 생애 마지막으로 먹은 집에서의 끼니였다.
    그런 아버지의 부음을 들었을때에야 연경은 아버지우씨가 들여다보았을때 침을
    꼴깍 삼키던 자기자신을 떠올린다.
     
    식단이 아이들위주로 꾸며진지는 생각해보면 꽤 오래된 일인것 같다.
    남편과 둘이 있을때면 국에 김치하나면 놓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있으면
    하다못해 계란이라도 올리고 소세지라도 올려서 젓가락질 한번이라도 더 가게
    만들었음을 부인하지않는다. 그러나 보여지는 내행동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쇠고기장조림을 집는 우씨를 바라보던 우씨아내의 눈길처럼 사납지는 않았는지
    그간의 내행동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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