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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모닝 책강
멜랑콜리 해피엔딩(양장본 HardCover)
336쪽 | 양장
ISBN-10 : 116026127X
ISBN-13 : 9791160261271
멜랑콜리 해피엔딩(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강화길 | 출판사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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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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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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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방법으로 박완서를 기리며 존경과 애정으로 바치는 짧은 글들! 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29명의 소설가들이 모여 써내려간 이야기 『멜랑콜리 해피엔딩』. 사람다운 삶에 대한 추구라는 일관된 문제의식을 보여준 박완서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자 기획된 책으로, 최수철, 함정임, 조경란, 백민석, 이기호, 백가흠, 김숨, 윤고은, 손보미, 정세랑, 조남주, 정지돈, 박민정 등 관록 짙은 중견작가에서부터 재기발랄한 젊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소설가 29명이 참여해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짧은 이야기들을 선보인다.

박완서가 천착해온 속도만능주의 속의 인간 군상을 해학적으로 그린 최수철의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자의 죽음》, 박완서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재현하는 이기호의 《다시 봄》, 고인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함정임의 《그 겨울의 사흘 동안》, 박완서를 먼발치에서 동경의 눈길로 바라보았던 과거 기억을 떠올린 정세랑의 《아라의 소설》 등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입담과 재치가 담긴 콩트를 한 자리에서 만나는 즐거움을 전한다.

저자소개

저자 : 강화길
1986년 전북 전주 출생.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소설집 『괜찮은 사람』과 장편소설 『다른 사람』이 있다. 2017년 젊은작가상, 2017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 : 권지예
1960년 경북 경주 출생. 1997년 《라쁠륨》으로 등단. 소설집 『퍼즐』 『꽃게무덤』 『폭소』 『꿈꾸는 마리오네뜨』, 장편소설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유혹』(전 5권) 『4월의 물고기』 『아름다운 지옥1, 2』, 그림 소설집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서른일곱에 별이 된 남자』, 산문집 『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 『해피홀릭』 등이 있다. 2002년 이상문학상, 2005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 : 김사과
1984년 서울 출생. 2005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 소설집 『02』 『더나쁜쪽으로』, 장편소설 『미나』 『풀이눕는다』 『나b책』 『테러의시』 『천국에서』 『N.E.W.』, 산문집 『설탕의 맛』 『0이하의 날들』 등이 있다.

저자 : 김성중
1975년 서울 출생.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소설집 『개그맨』 『국경시장』, 중편소설 『이슬라』가 있다. 2018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 : 김숨
1974년 울산 출생. 1997년 《대전일보》, 1998년 《문학동네》로 등단. 소설집 『간과 쓸개』 『국수』 『당신의 신』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장편소설 『철』 『바느질하는 여자』 『L의 운동화』 『한 명』 『흐르는 편지』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등이 있다. 2013년 현대문학상, 2013년 대산문학상, 2015년 이상문학상, 2017년 동리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박완서 선생을 기억하며
추천의 글 오정희

강화길 _ 꿈엔들 잊힐 리야
권지예 _ 안아줘
김사과 _ 비행기와 택시를 위한 문학
Literature for Uber and Flight
김성중 _ 등신, 안심
김 숨 _ 비둘기 여자
김종광 _ 쌀 배달
박민정 _ 그리고 나
백가흠 _ 저는, 오마르입니다
백민석 _ 냉장고 멜랑콜리
백수린 _ 언제나 해피엔딩
손보미 _ 분실물 찾기의 대가 3
바늘귀에 실 꿰기
오한기 _ 상담
윤고은 _ 첫눈 마중
윤이형 _ 여성의 신비
이기호 _ 다시 봄
이장욱 _ 대기실
임 현 _ 분실물
전성태 _이웃
정세랑 _ 아라의 소설
정용준 _ 연기가 되어
정지돈 _ 보이지 않는
조경란 _ 수부 이모
조남주 _ 어떤 전형
조해진 _ 환멸하지 않기 위하여 조해진
천운영 _ 봄밤
최수철 _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자의 죽음
한유주 _ 집의 조건
한창훈 _ 고향
함정임 _ 그 겨울의 사흘 동안

책 속으로

만 원에 일곱 장하는 돈가스는 ‘가정의 평화’라는 성찬식 풍경을 완성하며 저녁 식사로 준비될 것이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미움을 감춘 채, 가엾고 무해한 자기 딸의 평화에 금이 가지 않도록 고기를 질겅질겅 씹을 것이다. 이것이 비극보다 오래가는 시트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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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에 일곱 장하는 돈가스는 ‘가정의 평화’라는 성찬식 풍경을 완성하며 저녁 식사로 준비될 것이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미움을 감춘 채, 가엾고 무해한 자기 딸의 평화에 금이 가지 않도록 고기를 질겅질겅 씹을 것이다. 이것이 비극보다 오래가는 시트콤의 힘이라고, 나 자신의 인생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얼마나 산문적인가.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에 남아 있는, 절망이라는 유리는 조금씩 두꺼워진다. 유리는 두꺼워질수록 불투명해지고 차가워질 것이다. 서로에 대한 실망을 확인하는 것 외에 발견되는 삶의 열정이라고는 없는 그들은 남매처럼 닮아 있다.’
-53쪽(김성중, 「등신, 안심」)

“그럼 허공의 눈을 모아 눈사람을 만들어야 되겠네요?”
“허공의 눈을 모아요? 어떻게……기계로 빨아들여요?”
“아뇨, 이렇게요.”
남자는 가볍게 뛰어올라 허공의 눈을 손으로 휘어잡으려 했다. 손끝에 닿은 눈은 방향성을 상실한 채 다시 위로 올라갔다.
“모기 잡는 것 같은데.”
여자의 말에 남자가 웃었다.
-150쪽(윤고은, 「첫눈 마중」)

정후야, 아빠 밉지? 그가 아들에게 물었다. 그러게, 왜 이런 걸 사 왔어? 내가 언제 사달라고 했나…. 그는 아들의 발걸음 속도에 맞춰 걸었다. 그냥 너한테 사주고 싶었던 거지, 뭐…. 그의 아들은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봄이라서 걸어가도 안 춥다, 그치? 그가 그렇게 말한 순간, 그의 아들이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뚝뚝, 눈물방울이 레고 박스 위로 떨어졌다. 아들은 레고 박스 위에 떨어진 눈물방울을 계속 훔쳐내며, 그러면서도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지만, 그러면서도 또 한편, 어쩐지 이 풍경 자체가 낯익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 또한 그렇게 울었던 봄밤이 있었다.
-182~183쪽(이기호, 「다시 봄」)

진우는 짐을 옮기면서 줄곧 말이 없었다. 그건 지영도 마찬가지였다. 부부는 차에 오르며 아직도 숲을 거닐며 노끈을 제거하는 사내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는 유유자적 휘파람을 불며 그 일을 하고 있었다. 방금 그들이 빠져나온 숲이 맞나 싶게 숲은 달라 보였다. 이윽고 지영이 고개를 돌려 진우에게 말했다.
“우리 너무 자책하지 말자. 저 사람이 그냥 멋진 일을 하는 것뿐이야.”
-220~221쪽(전성태, 「이웃」)

그래도 고개를 들어 멀리 보면, 박완서 선생님이 계시는 듯했다. 세상을 뜨고 나서도 그렇게 생생한, 계속 읽히는 작가가 있다는 게 좋은 가늠이 되었다. 사실 아라가 생전에 작가를 뵌 건 아주 잠깐, 아주 멀리서였고 그것도 뒷모습이었다. 그때 아라는 대작가의 뒷모습을 보며 머리카락을 가지고 싶다고 기이한 생각을 했다…… 한 올만 뽑으면 안 될까 하고 록 스타에게 손을 뻗는 팬처럼 침을 꿀꺽했지만 물론 그런 망나니짓은 하지 않았다. 용기 내 앞에서 인사라도 할걸, 뒤늦은 후회를 하다가 따라 걷는 자에겐 뒷모습이 상징적일 수도 있겠다고 여기게 된 건 요즘의 일이었다.
-229~230쪽(정세랑, 「아라의 소설」)

언니, 나는 왜 동태찌개 아니고 장어탕을 줘. 이모가 물었다. 그냥 먹어, 이모. 맞아, 엄마가 주시면 그냥 먹는 거야.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모 같은 사람한테 좋다고 해서 수산 시장에 가서 장어를 사 온 아버지는 숟가락을 일찍 내려놓곤 자리를 비웠다. 아버지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수부 이모에게 해놓고 후회하는 그런 일. 가족 모두가 수부 이모에게 그랬던 것처럼.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저녁 무렵 아버지 가 학교에서 막 돌아온 어린 처제, 수부 이모의 뺨을 후려갈기던 모습을 나도 기억한다.
-257~258쪽(조경란, 「수부 이모」)

- 엄마, 크리스천 전형이 있어! 내 자소서 좀 쓰고 있어.
“응?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 크리스천도 아니잖아.”
- 나 초등학교 때 교회 다녔잖아. 그때 세례도 받았어. 일단 쓰고 있어봐. 학생부 받아놨으니까 자세한 건 집에 가서 설명해줄게. 시간 없어. 원서 마감이 다음 금요일이야.
“근데 네 자소서를 왜 내가 써? 그럼 자기소개서가 아니지.”
- 엄마는 문과였다며. 나는 이과잖아. 자소서 양식 톡으로 보낸다! 끊어!

-264쪽(조남주, 「어떤 전형」)

“그 사람의 첫인상은 정말 특별했어요. 마치 늘 이인삼각 경주를 하는 사람 같다고나 할까요. 누군가와 발이 묶인 채 어색하게 절뚝거리며 걷는 듯한, 매순간 뭔가에 제동이 걸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듯한 모습이 흡사 영혼과 육체가 한데 꽁꽁 묶여 고통 받는 것처럼 보였어요. 이를테면 작은 고깃배의 갑판에 묶여 있는 알바트로스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이제 내게는 그런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아요. 나는 이제 저 사람이 어떤 위인인지 알아요. 좀 더 게으르게 살기 위해 결혼이라는 엄청나게 장하고 대단한 일을 해낸 거지요.”
-300~301쪽(최수철,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자의 죽음」)

P선생님 댁을 생각하면, J는 제일 먼저 박하차가 떠올랐다. P선생님은 새로 가꾼 뜰에 박하를 심었고, 손님들에게 그 박하잎을 우려낸 차를 내주었다. 선생님은 이사한 뒤 한동안 매일 아침 창가에서 목도하는 일출 장면을 경이롭게 들려주었다. 그러나 P선생님이 흥분한 목소리로 들려주던 그 장관을 J가 직접 본 적이 없기에 일출보다는 박하차의 향기가 J에게는 하나의 감각으로 자리 잡았다. (중략) J가 루르마랭에 머무는 사흘 동안 P선생님은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떠나는 장례 의식을 마쳤다. 돌아와 보니, 더 이상 선생님은 이 세상에 있지 않았다. P선생님의 영전에 작별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가슴에 맺혀, J는 소설 한 편을 썼다. J의 소설에 등장하는 박하차는 P선생님을 추모하는 극히 작은 부분이었다.
-332쪽(함정임, 「그 겨울의 사흘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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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일상이라는 커튼이 휙 젖혀질 때 번쩍, 비춰 보이는 짧고도 강렬한 ‘생의 맛’! 한국대표작가 29인의 박완서 작가 콩트 오마주 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소설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들려주는 짧은 소설집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그가 ...

[출판사서평 더 보기]

일상이라는 커튼이 휙 젖혀질 때
번쩍, 비춰 보이는 짧고도 강렬한 ‘생의 맛’!
한국대표작가 29인의 박완서 작가 콩트 오마주

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소설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들려주는 짧은 소설집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그가 41년의 문학 생활에 걸쳐 늘 관심을 두었던,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저마다의 시선으로 읽고 써낸 결과물이다. 굴곡진 이야기 마디마디에 웅숭깊은 성찰을 담아냈던 고인의 문학 정신에 값하고자 후배 작가들이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답신과도 같은 것이다. 최수철, 함정임, 조경란, 백민석, 이기호, 백가흠, 김숨, 윤고은, 손보미, 정세랑, 조남주, 정지돈, 박민정 등 관록 짙은 중견작가에서부터 재기발랄한 젊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소설가 29명이 바로 그 편지의 발신인들이다. 박완서 작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8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그가 남겨준 문학의 유산을 기리며 이토록 풍성한 소설을 쓸 수 있음에 감탄하게 되고, 그가 한국문학의 큰 축복이었음을 절감하게 된다. 후배 문인들이 다시금 고인을 기억하고 나아가 잊지 않기 위해 택한 저마다의 방법을, 박완서 작가라는 교집합에 둘러앉은 풍요롭고 다채로운 얼굴들을 속속들이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

‘박완서’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된 스물아홉 편의 이야기
때로는 그녀의 이름으로, 때로는 그녀의 마음으로

『멜랑콜리 해피엔딩』에는 박완서 작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소설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P선생님’이라며 그리워하거나, 고인의 이름을 직접 호명하여 그의 사려 깊은 사유와 손길을 돌이켜보는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최수철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자의 죽음」은 박완서 작가가 천착해온 속도만능주의 속의 ‘인간 군상’을 해학적으로 그린다. 이 세상 최고의 게으름뱅이로 불리는 ‘구평모’라는 인물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가를 청취하며 진행되는 이 소설에서 그의 게으름은 단순한 나태와 무기력의 상징이 아닌, 인간성을 지키고 나답게 살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로 제시된다.
그런가 하면 이기호 작가의 「다시 봄」은 박완서 작가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재현한다. 생활고에 치인 가장의 비애를 담은 소설은, 술김에 아들의 장난감으로 고가의 레고 블록을 샀다가 아내의 지청구를 듣고 환불하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두 부자를 그린다. 허나 대물림되는 가난 앞에 무력한 가장의 모습이 그렇게 아프게만 읽히지는 않는 것은 환불하러 가는 길이 그리 춥지 않은 따스한 봄밤의 거리이기 때문이다.
함정임 작가는 「그 겨울의 사흘 동안」에서 고인을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함정임 작가가 과거 편집자로 일할 당시 계간지에 박완서의 장편소설 연재를 맡거나 작품 세계를 망라하는 특집호를 기사를 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고백한다. 작가와 편집자라기보다는, 시집 간 딸과 딸을 갸륵하게 바라보는 친정 엄마의 모습과 같았다는 회고에서는 박완서 작가의 따사로운 숨결과 미소 머금은 눈빛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듯하다.
정세랑 작가는 「아라의 소설」을 통해, 박완서 작가를 먼발치에서 동경의 눈길로 바라보았던 과거 기억을 떠올린다. 대중소설이나 장르소설을 쓰는 작가에 대해 편견 없이 상찬하고, 여성의 문제를 여성의 시선으로 읽기 원했던 박완서 작가. 정세랑은 ‘아라’라는 소설가의 입을 빌려 성과 계급, 장르와 세대를 초월한 태도를 견지한 박완서 작가의 뒷모습을 따르고 싶다는 소회를 풀어놓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풋 웃음을 터뜨리다가,
책장을 덮고 가만히 한숨을 내쉬다가……
‘진정한’ 해피엔딩을 위한 ‘지독한’ 멜랑콜리가 시작된다!

이번 짧은 소설집은 제목 그대로 ‘멜랑콜리’와 ‘해피엔딩’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위트 넘치고 시니컬한 목소리로 우리의 민낯을 여과 없이 비추는가 하면, 뭉클한 위로와 진솔한 인간사의 전모를 전하기도 한다. 요컨대 ‘위트 앤 시니컬’과 ‘힐링 앤 휴머니즘’의 만남이라고 해야 할까. 스물아홉 개의 이야기들은 흡사 소설이 가진, 커다란 매력 두 가지로 헤쳐모여 한 것과 같다. 그렇다면 두 갈래로 나뉜 이 소설들은 각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멜랑콜리’의 분류에 속하는 작가들은 우리 삶 곳곳에 숨어 있는 위선과 모순을 재치 있는 솜씨로 들춰냈다. 임현(「분실물」)은 안경을 잃어버린 난시의 주인공을 내세워 어디를 가나 자신을 똑 닮은 인물을 만나는 마술적 서사를 연출하고, 손보미(「분실물 찾기의 대가3-바늘귀에 실 꿰기」)는 수정 테이프를 찾으러 탐정을 방문한 의뢰인이 도리어 탐정의 심부름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린다. 이장욱(「대기실」)의 소설은 신경정신과 대기실의 풍경을 묘사하면서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의사와 앓고 있는 환자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해피엔딩’의 분류에 속하는 작가들은 ‘가족’이나 ‘인간애’라는 키워드로 정리된다. 김성중(「등신, 안심」)은 등심과 안심을 ‘등신, 안심’이라고 잘못 메모하는 아내를 통해 부부의 애처로운 화해를 보여주고, 조해진(「환멸하지 않기 위하여」)은 계약직 교수 채용 심사에서 옛 연인에게 반대표를 행사하는 교수 정혜의 이야기로 속물근성을 향한 통쾌한 복수를 한다.

“엔딩이 어떻든,
언제나 다시 시작된다는 것만 깨달으면
그다음엔 다 괜찮아져요”
일상에서 지나칠 법한 기미를 잡아내는 이야기의 힘

곁눈질로 흘깃 보았을 뿐인데, 그러한 시선에 삶의 비밀을 품고 있다면 어떨까. 게다가 그런 비밀들이 일상에서 종종 출몰하는데도 우리가 번번이 놓치고 만다면? 대수롭지 않고 사소해 보이지만, 때때로 우리 삶을 움직이는 기미를 포착해내는 것은 소설이 행하는 가장 위대한 발견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소설이란 숨은그림찾기에 다름 아니며, 말하자면 소설가들은 그러한 신비를 가장 잘 풀이하는 탐정인 셈이다. 『멜랑콜리 해피엔딩』에 실린 스물아홉 개에 달하는 이야기들이 세상사의 요모조모를 추적하고, 그 실마리를 끝끝내 밝혀놓은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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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 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한국대표작가 29인이 모인 짧은 소설집이다. 박완서 작가의 짧은 소설집 《나의 아름다운 ...

    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한국대표작가 29인이 모인 짧은 소설집이다. 박완서 작가의 짧은 소설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의 2019년 리커버판과 함께 나왔고, 나는 작정단 3기 덕분에 그 소설집과 이 책을 함께 읽게 됐다.


     소설집에 실린 '콩트 오마주'들은 박완서 작가의 소설에서 느꼈던 시대상 혹은 여성의 시선을 그대로 담고 있거나, 박완서 작가를 회상하고 동경하거나, 박완서 작가를 그리워하는 소설들이다. 다수 작가들의 다양한 문체로 짧은 소설을 읽을 수 있단 점에서, 독서하는 내내 지하철이나 카페 등의 일시적인 장소에서 금세 좋은 단편영화를 읽어내리는 기분이었다.


     29인의 작가 중에 내가 이미 좋아하고 있던 작가가 참 많았다. 읽기 전에 가장 기대했던 작가들은 김성중 작가, 김숨 작가, 박민정 작가, 손보미 작가, 이기호 작가, 조남주 작가, 조해진 작가였다. 내가 한 번이라도 단편이나 장편을 읽어본 적 있는 작가일수록 더욱 기대가 됐던 것이 사실이다.


     독서를 끝마친 뒤, 내가 기대했던 작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은 김성중 작가의 <등신, 안심>, 김숨 작가의 <비둘기 여자>였다. <등신, 안심>은 권태로운 부부를 그린 소설이고, <비둘기 여자>는 토사물이 뒹구는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비둘기에 자신을 빗대는 소설이었다. 두 소설 다 여성의 자기혐오적인 시선과 현대 사회의 일면이 돋보이는 작품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다. 인상적인 문구를 한곳에 꼭 적어두고 싶은 소설이기도 했다.


     아마 이 짧은 소설집의 제목은 백민석 작가의 <냉장고 멜랑콜리>와 백수린 작가의 <언제나 해피엔딩>에서 각자 따온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냉동고의 비율이 큰 냉장고를 찾아 헤매는 웃픈 멜랑콜리와, '엔딩이 어떻든 언제나 영화는 다시 시작한다'는 해피엔딩을 향한 희망. 박완서 소설이 우리에게 안겨줬던 감상도 그런 것이 아니었나. (덧붙이자면, 난 이 소설집에서 <언제나 해피엔딩>이 가장 좋았다.)


     올해가 지나기 전에, 박완서의 단편집 외에 장편 소설 하나 더 꼭 읽어봐야겠다. 이렇게 위대한 작가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스스로가 참 안타깝고 머쓱하다.

  •      명절에는 외...


     

    멜랑콜리해피엔딩-1.jpg

     

     명절에는 외할머니댁에 가고는 했다. 그런데, 십여 년 전에 하늘로 가신 외할머니. 이제 명절이면, 외할머니를 추모해본다. 그리고 무언가를 추억해본다. 오래전, 나는 외할머니댁의 다락방에서 골동품을 찾겠다고 했다. 먼지 속에서 찾은 건 촛대, 그릇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도 외가의 옛 분들께서 쓰시던 것이리라. 그리고 다음에 뵈었을 때, 외할머니는 촛대와 그릇을 소중하게 두고 계셨다. 그저 감사했다. 추모하는 나에게 다가온 추억은 감사였다.

     작가 29인이 추모를 한다. 작가 박완서를 추모한다. 8주기를 맞아서. 작가이기에 글로써 추모하고, 추억한다. 추모하는 각자에게 다가온 추억은 무엇이었을까. 29명의 추모객들이 남긴 추억. 그 추억들을 받아 나도 소중히 간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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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그 시기만 지나면 그런 불안한 마음은 괜찮아지나요?"

     민주의 질문에 박 선생은 아무런 말없이 웃더니,

     "엔딩이 어떻든, 누군가 함부로 버리고 간 팝콘을 치우고 나면, 언제나 영화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만 깨달으면 그다음엔 다 괜찮아져요." -백수린, '언제나 해피엔딩' 중에서. (120~121쪽)


     불안. 앞날의 불안. 젊은이들에게 그 불안이 덮쳤다. 불안에는 위로가 다가간다. 불안해하는 민주에게 박 선생은 위로를 준다. 영화관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언제나 다시 시작한다는 것만 깨달으면 괜찮아진다는 말. 나도 며칠 전, 아는 동생들과 게임의 엔딩을 봤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Detroit: Become Human, 2018)'이라는 게임의 엔딩을. 인터랙티브 무비(Interactive Movie)라는 종류의 이 게임. 선택에 따라 엔딩이 바뀌는 이 게임. 사실, 이 게임의 엔딩을 두 번 봤다. 한 번은 해피엔딩 실패. 두 번째에 해피엔딩 성공이었다. 해피엔딩에 실패했을 때, 슬펐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괜찮아졌다. 실패의 불안.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견딜 수 있으리라.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불공평함에서 시작된 성난 마음을 딛고 언제가 되든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서로를 조금 더 좋아하는 법을 배우기를 바라며.' -윤이형, '여성의 신비' 중에서. (175쪽)


     지혜와 슬기는 서로를 오해한다. 육아, 살림하는 전업주부였다가 다시 취업한 지혜. 전업주부로서 육아와 살림의 달인인 슬기. 둘은 서로를 오해한다. 그리고 질투한다. 여성의 심리 묘사가 뚜렷하다. 귓가에 정확하게, 분명하게 들리는 목소리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서로를 조금 더 좋아하는 법을 배우기를 나도 간절히 바라본다.

     

     이렇게 29편 가운데 인상 깊었던 두 편이었다. 물론, 다른 이야기들도 좋으니, 만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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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는 짧은 소설 29편. 멜랑콜리와 해피엔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갈래의 강에 박완서 작가에게 보내는 작은 편지의 종이배를 띄운다. 각자 다른 색의 편지를 안은 종이배를. 마치 영화 '러브레터(Love Letter, 1995)'처럼 주고받는 편지를. 남겨진 박완서 작가의 글들에 주고받는 편지를. 멜랑콜리한 해피엔딩의 편지를. 이 삶에 대한 편지로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풍자와 해학으로 삶에 담긴 역설을 그린다. 그렇게 박완서 작가를 깊이 추모하고, 새롭게 추억한다. 나도 편지를 품은 색색의 종이배를 보며, 추모하고, 추억한다. 그 삶의 무늬가 담긴 추억을 함께 간직한다. 깊이 간직한다.     


     

  •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한국...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한국대표작가 29인이 모여'아름다운 삶에 대한 추구'라는 일관된 문제의식을 보여준 박완서 작가의 정신을 기리자는 취지에서 계획 된 책으로 <나의 아름다운 이웃> 70년대 콩트를 개정판으로 출간한 작품이라면 이건 콩트 오마주 작품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겠네요 

     

    엔딩이 어떻든, 언제나 다시 시작된다는 것만 깨달으면 그 다음겐 다 괜찮아져요.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열린 결말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단어가 된다. 철학적이어서 심리를 이야기 하기 때문에 반성하고 다짐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삶 속에 내가 던져짐으로써 간접적으로 인생을 경험하고 깨닫는다는게 생각보다 무서운 영향력을 미칠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서 오랜시간 잊혀지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박완서 소설가의 작품을 기억하고, 언제까지나 읽힐 것이라는 한마디는 독자로써 찡한 감동을 한스푼 얹고 시작하게 된다. 무거울 수 있는 시대의 배경이나 사건들, 혹은 어려울 수 있는 문장들이 어렵지 않게 읽히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국 소설가 중 박완서 작가님을 참 사랑한다면 반대편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도 어릴 때부터 함께한 추천소설인데 두 작가의 차이점은 소설의 난이도가 극단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여성작가로써 삶을 묘사하는 문장이 감칠맛 나면서 읽기 쉬운 박완서작가와는 다르게 베르나르의 작품은 어렵고 난해한데 재밌다는 것이다. 그래도 1순위를 정해보라면 허심탄회한 사람 사는 이야기속 현실비판과 모르고 살던 것들의 발견에 있어 박완서 작가의 소설이 우선'-'b

     

    29, 29개의 콩트 소설 모두가 좋아하던 그 문체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기 다른 개성있는 필력으로 오마주한 맛과 70년대, 80년대를 지나 2019년의 현재와 딱 맞아 떨어지는 말투 등을 <멜랑콜리 해피엔딩>에서 읽을 수 있다. 참고로 멜랑콜리와 해피엔딩은 각기 다른 두 개의 제목을 합쳐놓은 것인데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 사이에 "/" 표시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짐작도 못했는데 센스있는 반전이다.

     

    정말 죄송스럽게도 작가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해서 처음에는 낯설기도 했지만 콩트소설을 보기 전 작가의 이력 소개에서 내가 읽어보았던 소설작품들을 보며 이번 기획에 참가한 작가분들 역시 심상치 않은 분들이라는 것 하나와 책의 제목처럼 끝이 멜랑콜리한데 결과적으로는 열린 결말로 웃음이 나오는 해피엔딩이라 고거 참 제목 한 번 잘지었다 두개의 포인트를 찾아내었다.

     

    참고로 <나의 아름다운 이웃>과 같이 읽으면서 시대별로 다른 느낌과 오마주의 재미를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이런 느낌의 독서는 처음인데 다른 작가와도 기획되어 나온다면 어떨까?

     

    "꿈엔들 잊힐리야"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방안의 물건은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지만 할머니가 전해준 이야기만큼은 남아 있는 이 작품은 사람이 죽고 사라지고, 흔적이 사라진들 추억만큼은 잊혀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남기고 있다.

     

    은행 직원이었던 외할머니와 손님이었던 외할아버지가 만나 결혼을 했는데 검소하지만 한 번씩 한달치 월급을 써가며 가방을 사기도 했던 멋쟁이 그녀와 미남이고, 다정하며, 손재주가 좋았던 그는 만나서 밥을 먹고 산책을 하다 결혼을 했다. 전쟁 후 7년을 넘긴 시점에서 연애란 결혼을 의미한다니 지금과 다른 모습일 수 밖에 없다. 수년을 만나다 결혼을 해도 모르는게 남편인데 짧게 만나다 좋아서 결혼한 부부가 얼마나 좋아죽을 수 있을까 (결혼해보니 그렇더라)

     

    물론 좋아죽어 결혼했지만 손재주가 좋지만 돈을 버는 재주는 없던 무능력한 남편과 더이상 한번씩 가방조차 살 수 없던 알뚤하고 생활력이 강하지만 늘 화가 매우, 많이 나있던 아내는 아이들이 모르게 싸움은 일본어로 했다고 한다. 기회를 노리는 남편, 현실에 정착하지 못한다고 힘들어하는 아내

     

    그런 그들에게도 기회가 찾아온 적이 있었다. 남편의 고모가 세상을 떠나면서 유산이 생겼고 부부는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도시가 들어서는 곳에 아파트를 사자는 그녀 (현명한 생각이었지만 생각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전셋집을 구하고 나머지 돈은 사업을 하겠다는 남편, 결국 사업은 1년만에 실패했고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두 부부는 더이상 일본말로 싸울 일도 없었다. 그렇게 몇 년 후 그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나서는 집안에서도 암묵적 침묵의 존재였던 그에 대해 어느날 손녀가 "외할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물었을 때 외할머니는 그의 나쁜점, 성격을 이야기하지 않고 첫만남을 야기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일본어로 이야기했다고

     

    사실 손녀가 궁금했던 것은 가족들을 힘들게 한 그의 존재였지만 외할머니에게 남은 추억은 퇴근하기를 기다리던 그 남자, 오래 된 카페에서 일본어로 계속 대화하던 남자만이 기억에 남은 듯하다. 애증 속에 남은 애정이었을까?

     

    만약에 결혼하기 전에 이 글을 읽었더라면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무엇이지? 손녀는 무엇듯 알 것 같다 한 것이지? 뒤적거리다 넘겨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지지고 볶고 5년차 부부가 되어보니까 뭐라 답하기는 어려운데 그런 기억이 남는다.

     

    글로도 말로도 잘 설명되지 않는 그런거...

     

    "등신, 안심" 은 또 다른 부부의 이야기이다.

     

    인생의 절반을 아이처럼 살아오면서 나머지 절반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결혼이라는 실수를 한 그녀는 사랑만으로 결혼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사랑에 눈이 멀어 현실을 보지 못해 신혼이 가시기도 전에 싸우기 시작했고, 사랑보다 증오가,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자라는 속도가 더 빨랐다.

     

    싸움이 계속될 수록 몸도 정신도 지치기 마련이라 회피하기 위해 다른 것에 정신을 몰두하려고 하고, 또 그러다 싸우게 되면 핵폭탄보다 무서운 언어로 서로를 너덜너덜하게 만든다. 좀 더 보수적인 시대에서는 여자가 의견을 말하지 못했다고도 하는데 요즘은 늦게 결혼하거나 극단적으로 빠르게 만나 빠르게 후루룩 해치워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이런 부부싸움이 심심치 않게 하소연하는 글로 올라오는 걸 볼 수 있다.

     

    언어폭탄을 맞고 피흘리는 그녀에게 지혈제는 필사적으로 철학적인 책을 읽고 개념을 종이에 적고 쇼핑을 하는 것이다. 일종의 회피, 이런 회피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상처가 조금 아물고 남편에게 휴전을 신청하게 된다.

     

    미안해/나도

     

    정말 미안하고 미안한지는 모르겠지만 싸움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너무 크기 때문에 싸움이 빈번해질 수록 이 짧은 단어들로 상황을 무마하려는 경황이 있다. 무튼 아침의 부부싸움이 끝나고 남편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파트 장터에서 만 원에 일곱 장 든 돈가스를 등심과 안심으로만 사오라는 거. 전화를 받으며 메모 밑에 등심과 안심이라 적는데 펜 뚜껑을 닫지 않은 탓인지 획 하나를 제대고 긋지 못한 탓인지 '등심, 안심' '등신, 안심'이라 적혀있다. 전쟁같이 싸우는 우리는 둘도 없는 상등신들이고 우리는 화해가 이루어져 안심하고 있구나

     

    만 원에 일곱 장 하는 돈가스가 가져다 준 평화와 저녁식사, 딸을 생각해서라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등심도 안심도 질겅질겅 씹으면서 시트콤 같은 인생을 생각하고, 우스꽝스러움과 유치함과 통속의 세계를 용서한다.

     

    멜랑콜리하다가 해피엔딩하는 삶은 생각보다 별거 없다는게 70년대에도 현재에도 느껴진다. 물론 이야기 속에 부부들의 사연만 있는게 아니지만 어린시절 나에게는 여성으로써의 삶을 책 속에서 찾았다면 이십대 중반의 나에게는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부부의 모습 속에서 ''에서 조금 진화한 '우리'를 찾고 있는 듯 싶다. 그때에는 없던 SNS가 생기고 정글의법칙을 책에서 찾을 수 있지만 인생사는 희노애락은 시간이 지나도 비슷비슷하다. 다만 책을 읽는 독자가 얼마나 살았냐, 지금 기분이 어떤가에 따라서 집중하는 주제가 조금씩 달라질뿐

     

    그래서 <나의 아름다운 이웃><멜랑콜리 해피엔딩> 10년 후에 사람사는 세상 속에서 찾게 되는 책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 멜랑콜리 해피엔딩 | 0p**1i0 | 2019.02.11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사실 박완서는 매우 유명한 작가이지만 나는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내 좁은 취향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이 어려워서 혹은 너무 기대하는 작품은 자꾸만 미뤄 뒀다가 읽게 되는 나쁜 버릇 탓이 컸다.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잘 알려져 있듯이 박완서를 기억하며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이 새롭게 구성한 박완서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소설집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한국 대표 작가 29인의 박완서 작가 콩트 오마주인 만큼 이름만 들어도 기대되는 작가들이 대부분인데, 그중에서 내가 가장 기대한 것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김사과, 김성중, 김숨 작가의 작품이었다.


      생의 맛이라는 문구, 그리고 다정다감한 색채. 끌릴 수밖에 없는 조합이었다. 그들이 선보이는 생의 맛이란 어떤 것일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해 중반쯤 다다랐을 때, 나는 어쩐지 오묘한 기분을 느꼈다. 마냥 달콤하다기보다는 알싸하면서도 부드럽게 퍼지는 향. 특히 이장욱 작가의 단편소설 <대기실>은 조금 더 발달한 과학 기술, 그리고 소통도 다른 무엇들도 조금 더 과보다 편안해진 현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들이 품고 살 수밖에 없는 우울감을 잘 관통하고 있어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기호 작가의 <다시 봄> 또한 큰 울림을 주었다.


      단편소설 모음집인 만큼 소설 하나하나가 매우 짧아 금방 읽을 수 있지만,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한데 모아 읽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비슷한 듯 다르게 읽는 내내 조금씩 차이 나는 문체나 분위기 등이 큰 특징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이 박완서 작가와 궁극적으로는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 본 게시글은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 박완서 작가의 콩트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 개정판 출간 기념으로 우리 문단의 신진, 중견 작가들이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을 ...

    박완서 작가의 콩트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 개정판 출간 기념으로 우리 문단의 신진, 중견 작가들이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을 오마주한 짧은 글들이 실려있다. 모르는 작가분도 있었지만, 대체로 인지도 있는 작가분들이다.


    그래서 작가님의 개정판과 더불어 출판된 것이 기쁜데 그러면서도 이 책을 읽을 때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먼저 읽고 읽었던 터라 작품의 질 차가 현격히 느껴졌다. 글의 내용, 문장, 어휘 등 이런 건 둘째치고 기본적으로 퇴고도 안 한 듯한 작품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그 글을 쓴 작가가 진심 퇴고도 안 하고 출판사에 보냈는지 나로선 알 수 없지만 어쨌건 읽다가 너무 충격을 받았다. 일단 기본적으로 문장이 너무 길고, 작가가 일부러 의도한 것인지 주어와 술어의 호응이 안 맞다. 뭐가 뭐의 주어이고, 뭐가 뭐의 술어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나의 독서 인생에서 이런 문장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었고 오직 글쓰기 관련 책에서 '잘못된 글쓰기의 사례'로 드는 글 수준이라 아직까지 충격에서 못 빠져나오는 중이다. 사실 내가 난독증이 되게 심한데, 나의 난독증 때문일까 싶어 재독을 해보았다. 그런데 재독을 해도 읽기가 영 힘들었다. 사실 작가와 독자의 문장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이번에 읽을 때 단순히 그 작가와 나의 호흡이 안 맞아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원래 이상한 문장으로 쓰였던 건지 잘 모르겠다. 아리송. 이 책의 제목처럼 멜랑꼴리해졌다. 슬프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하고. 웬만한 책 읽고도 이런 이야기는 서평에 잘 안 쓰는데 그 정도가 심하기에 쓴다. 암튼, 박완서 작가님 글 읽고 정말 기쁘고 설레고 좋았었는데 그 좋은 기운을 비문 투성이의 글을 읽고 푹 꺾인 게 씁쓸하다. 이 책이 청출어람의 파티이길 바랐는데...


    가방에 텀블러와 같이 넣어다니다가 표지가 찍혔다. 내 심장도 찍힌 듯 많이 아프다. ㅠㅅㅠ


    어쨌든 여러 작가가 참여한 작품집이니, 실망한 글도 있었지만 재미나게 읽은 글도 있었다. 그중 두 개 소개한다.


    │김종광, 「쌀 배달」


    세상에는 수많은 여왕이 있지만, 아내는 어떤 여왕의 타이틀도 갖지 못했다. 그래서 어느 날 여왕의 타이틀을 달게 되는데, (그것도 자진해서) 어떤 여왕이었냐 하면 바로 '무능력의 여왕'이다. 무능력의 여왕은, 무능력의 왕인 남편이 즉흥적으로 저지르게 된(?), 아니 가입하게 된 자원봉사 활동에 따라가게 되었고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이 모여있는 동네에 쌀 배달이를 시작한다(여왕의 남편은 중간에 봉사활동에서 은근슬쩍 빠짐). 그 동네에서 무능력의 여왕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자원봉사를 싫어하면서도 맡은 바 아니 맡기지도 않은 일도 열심히 한다. 드디어 무료 봉사활동이 끝나고, 돈을 내며 봉사활동을 하게 된 때에 그만둔다. 그리고 이때 무능력의 여왕은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다.


    진정 봉사하고 사시는 분들이 얼마나 훌륭하신 분들인지 깨달았어. 우리 같은 범인은 범접 못 할 성인들이셔.- 75쪽


    나도 동의- ㅋㅋ

    김종광 작가님의 위트와 해학이 잘 묻어있는 콩트였다. 달동네에 사는 분들의 이야기 때문에 마냥 재미난 콩트라곤 할 순 없지만, 웃음 지어진 글이었다.




    백수린, 「언제나 해피엔딩」


    꿈 많았던 소녀는 꿈이 꺾이고 꺾이며 흐르고 흘러 모 대학 철학과 계약직 행정 조교로 일하게 된다. 이름은 민주. 어느 날 학교 축제 때문에 모든 강의가 휴강되었다. 그런데 박 선생님이라는 분은 그것도 모르고 무거운 백팩을 메고 강의하러 출근했다. 갑자기 시간이 비게 된 박 선생님과 사무실에서 차를 마시게 된 민주. 둘은 잠깐 대화를 하게 된다. 대화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아 보이는 박 선생이 젊을 때 영화관에서 알바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 선생이 그 알바를 할 때 제일 좋았던 점을 말하는 데서 정점을 찍는다.


    "공짜 영화를 볼 수 있었나요?"


    장점이 무엇인지 크게 관심은 없었지만 민주는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질문했다. 그러자 박 선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것도 그렇지만 모든 영화의 결말을 미리 본다는 점이었어요. 영화가 끝나면 문을 열고 손님들에게 출구를 안내해야 하니까 끝나기 직전에 상영관 안에 들어가 있어야 했거든요."


    "결말을 알아버리면 나쁜 거 아니에요?"


    민주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 시절에는 뭐가 그렇게 인생에 불안한 게 많았던지. 영화만이라도 결말을 미리 알고 싶더라고요. 그러면 나는 해피엔딩인 영화만 골라 볼 수 있잖아요." (119-120쪽)


    이후 박 선생은 과 사무실을 떠나고, 홀로 남은 민주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남자친구에 대한 걱정과 고민은 접고 온전히 그 시간, 그 순간에 집중하게 된다.


    전형적인 콩트(혹은 단편소설) 형식으로 쓰였고, 잘 쓴 작품이었다.


    이 외에도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오마주한 글들이 많이 실려 있다. 작가마다 다른 내용으로, 다른 느낌으로, 다른 흐름으로. 확실히 시대 변화에 따라 등단한 작가들의 문투, 어휘도 달라지며 시대 인식도 다른 게 확 느껴진다. 우리 문학사로도 의미 있는 작업과 출판이었다 본다. 다만,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뛰어넘는 글을 만나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글 쓰는 '펜'과 시대를 읽는 '정신'을 날카롭게 벼리고,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처럼 영면에 든 후에도 계속 읽힐 수 있는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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