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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터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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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쪽 | 규격外
ISBN-10 : 8997779656
ISBN-13 : 9788997779659
군터의 겨울 중고
저자 후안 마누엘 마르꼬스 | 역자 조구호 | 출판사 알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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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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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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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소설의 진화 과정의 이정표가 되어주는 파라과이 거장의 대표작! 지난 40년 동안 파라과이에서 출판된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후안 마누엘 마르꼬스의 『군터의 겨울』. 군부독재 치하의 가혹한 세월 동안 에스파냐와 미국에 머물며 정치적인 망명생활의 격렬한 운명에서 겪었던 저자의 극적인 삶의 부침으로부터 비롯된 작품이다. 저자는 몸이 고문당하고 언어가 ‘절단된’ 어느 사회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고 애쓰는 이야기,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권력의 어두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파라과이의 신화, 사회 비판,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치, 사랑과 성애에 관한 이야기, 상호텍스트적 특성, 문학에 대한 성찰을 담은 이 작품에는 반항적인 10대와 성공한 관료, 탐욕에 찌든 군인, 현실에 타협하고 안주하는 기성세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나이와 신분의 화자가 들려주는 복잡한 언어는 등장인물이 처한, 그리고 작가가 처한 단순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문학적 은유를 이룬다. 다양한 시, 마침표 없는 긴 문장, 고의로 말을 빠뜨린 문장, 산문체 문장, 학술적 문장, 광고 카피 같은 문장들이 현란하게 교차하면서 인물들의 상황과 심리를 묘사한다.

저자소개

저자 : 후안 마누엘 마르꼬스
저자 후안 마누엘 마르꼬스(Juan Manuel Marcos, 1950~)는 파시스트 독재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항했던 마지막 세대 민주주의자 작가들 가운데 하나로, 군부의 박해, 투옥, 고문을 당한 끝에 에스파냐와 미국으로 망명을 떠났다. 그 후 두 개의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고, 여러 학술·문학상을 받았다. 다수의 문학작품과 논저를 출간하고, 여러 잡지와 심포지엄을 주도하면서 국제 에스파냐·라틴아메리카학 분야에서 걸출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1989년 파라과이에 쿠데타가 발발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직을 사임함으로써 자신의 학문적 입지, 경제적 풍요, 직업적 안정성을 포기하고 조국 파라과이로 돌아간다. 파라과이에서 하원의원, 상원의원, 교육부 고문을 역임하고 1991년에 노르떼 대학교를 설립한다. 또한, 잡지 <끄리떼리오>와 노래운동 <파라과이 신시가> 세대의 주요 인물로서 1970년대부터 파라과이의 현대시와 연극의 지형을 바꾸어 오고 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후안 마누엘 마르꼬스는 파라과이 사회에 널리 유포된 비열함, 정치가들의 파렴치한 태도, 그들을 옹호하고 도와주는 지적인 용렬함에 맞서고 있다.

역자 : 조구호
역자 조구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꼴롬비아의 ‘까로 이 꾸에르보’에서 문학석사학위를, ‘뽄띠피시아 우니베르시닷 하베리아나’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남미 문학과 문화를 강의하면서 스페인어 사용 국가들에서 생산된 다양한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백년의 고독』, 『사랑의 모험』, 『항해지도』,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책파괴의 세계사』, 『갈레아노, 거울 너머의 역사』,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소금기둥』, 『바틀비와 바틀비들』, 『파꾼도』, 『조선소』,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등을 번역하고 중남미에 관한 책 몇 권을 썼다.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역자 후기

책 속으로

“트로츠키 말입니까?” 아수아가가 빈정대며 말했다. “희한하군요.” “그래요. 언젠가 세로 꼬라에서 죽은 로뻬스 원수(元帥)를 기리기 위해 자신이 쓴 시를 내게 가져왔더군요. 일종의 애가(哀歌)라고 말했어요.” “빅토르 위고 식이라는 생각이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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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츠키 말입니까?” 아수아가가 빈정대며 말했다. “희한하군요.”
“그래요. 언젠가 세로 꼬라에서 죽은 로뻬스 원수(元帥)를 기리기 위해 자신이 쓴 시를 내게 가져왔더군요. 일종의 애가(哀歌)라고 말했어요.”
“빅토르 위고 식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올리아리 식이거나 안드라데 식이거나요.”
“아뇨, 단 3행짜리였어요.”

시인들이 이미 그대를 찬양했으니.
내가 다음 구절을 첨가하노라.
이제 그대는 우리다.

“음…… 나쁘지 않군요. 아주 에스파냐어적인 ‘그대’라는 어휘를 사용하지만 않았더라면 전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열여덟 살 정도 되었을 거예요…… 정서적 미성숙 때문에 초등학교 어느 학년을 두 번 다녔던 것 같아요. 특이한 소녀죠. 그녀의 개 이름이 라스콜리니코프예요.”
132-133쪽

그렇게 요 며칠 동안 시간들은 신음을 내뱉고, 공간들은 창백한 추억처럼 움직이고, 구름들은 시꺼먼 눈물을 흘리고, 라디오는 슬프고 고통스러운 소음을 냈다. 내게는 기억도 희망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채 내 안에 정박해 있다. 내게는 내 그림자에게 말할 목소리조차 남아 있지 않고, 거칠고 어려운 단어들은 그대를 닮았다. 이들 단어가 항상 그대의 이름을 부른다. 내 사랑이여, 그들이 어떻게 우리를 갈라 놓을 수 있을까? 그렇게, 이런 폭력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나쁜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가 가볍게 입을 맞추고, 우리가 두 손을 맞잡은 채 머물고(또는 가고), 우리는 고요와 통행증을 공유하면서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아. 내 사랑이여, 모든 아침이 지금 어떻게 똑같은 고독과 똑같은 꿈이 될 수 있을까? 내 사랑이여, 공기가 소리를 죽이고, 풍경이 본래 모습 그대로의 회색 돌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이 창문 말고 다른 창문들이 있을 수 없다는 게 어떻게 가능하지? 내 사랑이여, 좁은 길들, 광장들, 정오들, 기적들, 단순한 대화들이 없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지? 내 사랑이여, 삶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될 수 있는 거지? 내 사랑이여, 그렇게 날들이 움직이지 않은 채 지나가고, 우리가 우리 자신을 향해 여전히 나올 수 없다는 게 어떻게 가능하지? 음악도 손도 없고, 아무도 없는 이 감옥에서 여전히 생동하는(나는 그게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모른다) 사랑스러운 작은 자유를 향해. 시간들이 신음소리를 내뱉는 이날들은 바로 그랬어. 나는 침묵 속에서 그대를 상상해. 기다리면서. 나는 고통스러워하면서, 이 불면과 악몽을 견디면서 그대를 상상해. 그대는 빈손으로. 그대의 기억 속에는 나만 존재하는 상태로. 나와 그대가 함께 눈물을 흘리며. 내 사랑이여, 어떻게 해서 오늘이 일요일일 수 있으며, 우리가 함께 밖에서 달릴 수 없게 되는 거지? 내 사랑이여, 이런 부재에도 문이 닫혀 있는 상태로 월요일들의 동이 튼다는 것이 어떻게 해서 가능한 거지? 그렇게 요 며칠 동안 시간들은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이제 나는 할 말이 없다. 내게는 고통과 침묵으로 이루어진 음절 몇 개만 있을 뿐이다. 요 며칠 동안에는 녹슨 경첩들만 있을 뿐이다. 이 슬프고 무한한 고독만 있을 뿐이다. 이 시간들만 있을 뿐인데, 이 시간들 안에서 날들은 신음소리를 낸다.
302-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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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라틴아메리카 문화 소국 파라과이의 거장이 왔다! 파라과이의 신화와 역사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한 『군터의 겨울』은 지난 40년 동안 파라과이에서 출판된 소설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라틴아메리카 소설의 진화 과정에서 이정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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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문화 소국 파라과이의 거장이 왔다!

파라과이의 신화와 역사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한 『군터의 겨울』은 지난 40년 동안 파라과이에서 출판된 소설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라틴아메리카 소설의 진화 과정에서 이정표 역할을 하는 이 작품은 파라과이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책 10권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군터의 겨울』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포스트 붐의 개념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만들어 세계 문학의 혁신을 촉진했다고 평가받는다.- 「역자 후기」에서

표지 이야기
파라과이의 구아라니 족 전설에 따르면, 세상에 ‘악이 없는 땅’을 만들기 위해, 즉 세상이 끝날 때 인류를 먹어치우기 위해, 거대한 하늘색 재규어가 나타난다고 하였다. 세상은 불과 하늘색 재규어에 파괴될 것이고, 오직 구아라니 족 인디오들만 살아남게 되리라는 것. 『군터의 거울』에서 이 신화 모티프는 추리소설적 장치이자 옛 질서를 파괴하고 새 질서를 생성하겠다는 유토피아적 비전과 맞닿아 있다.

파라과이의 신화와 역사에 대한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석

소설의 씨실과 날실에 직조된 문양은 다양하고, 복잡하고, 현란하다. 소설에는 파라과이의 신화, 사회 비판,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치, 사랑과 성애에 관한 이야기, 상호텍스트적 특성, 문학에 대한 성찰을 담은 메타텍스트적인 것이 뒤섞여 있다. 소설에는 유머, 우리 시대의 패러독스에 관한 생생한 시선도 빼놓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정교하게 짜인 플롯과 추리소설적 장치가 흥미를 더한다.

후안 마누엘 마르꼬스는 몸이 고문당하고 언어가 ‘절단된’ 어느 사회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고 애쓰는 이야기,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권력의 어두운 이야기를 『군터의 겨울』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럼으로써 허위적인 역사를 단절시키고 새로운 역사를 쓸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바흐찐의 ‘카니발적이고 대화주의적인’ 언어를 통해 밝힌다.
파라과이의 신화와 역사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한 『군터의 겨울』은 20세기 후반부터 라틴아메리카에서 전개되기 시작한 포스트붐(Post boom) 시대의 실험적 서사의 특징을 드러내는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소설이다. 1987년에 출간될 때까지 파라과이에서 보기 어려웠던 테마와 문체의 풍요로움을, 세계문학계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행동하는 작가 후안 마누엘 마르꼬스

후안 마누엘 마르꼬스Juan Manuel Marcos(1950 ~ )는 파라과이의 파시스트 독재(알프레도 스뜨로에스네르)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항한 민주주의자 작가들 가운데 하나다. 그는 인권과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파라과이에서 특유의 지적 성실함과 정의감을 발휘하며 정권의 박해에 대항하다 1973년 정치적 압제를 피해 에스파냐로 떠난다. 마드리드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피츠버그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가 된다.
1989년 파라과이의 스뜨로에스네르 독재 정권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안정된 직장과 경제적 부를 포기한 채 다시 파라과이로 떠난다. 독재 정권의 붕괴 이후에도 여전히 무지, 부패, 폭력, 인간의 타락, 거짓말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파라과이에서, 그는 진실, 존엄성, 문화적 자유를 위한 투쟁에 헌신한다.
마르꼬스는 하원의원, 상원의원, 교육부 고문으로 활동했을 뿐 아니라, 잡지 《끄리떼리오》와 노래 운동 '파라과이 신시가(新詩歌)' 운동을 주도했고, 1991년에는 노르떼 대학교를 설립해 유능하고 혁신적인 지도자, 전문가, 연구자를 다수 배출하고, 파라과이의 음악, 오페라, 발레, 예술의 부흥을 위해 매진했다. 그는 많은 학술·문학상을 받고, 각종 학술대회에서 수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다수의 문학작품과 논저를 출간하고, 여러 잡지와 심포지엄을 주도하면서 국제 에스파냐·라틴아메리카학 분야에서 걸출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소설 진화 과정의 이정표 『군터의 겨울』

『군터의 겨울』은 정식으로 출간되기까지 열 번이나 고쳐 쓴 역작이다. 1974년 ‘사랑하는 베로니까’라는 제목으로 처음 시작된 이 작품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1987년 아순시온에서 『군터의 겨울』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고, 그해 ‘엘 렉또르(El lector)’상을 수상하고,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다.
라틴아메리카 소설의 진화 과정에서 이정표가 되는 『군터의 겨울』은 지난 40년 동안 파라과이에서 출판된 소설들 가운데 최고로 평가받고,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 파라과이 역사에서 가장 주요한 책 10권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은 군부독재 치하의 가혹한 세월 동안 에스파냐와 미국에 머물며 정치적인 망명생활의 격렬한 운명에서 겪었던 저자의 극적인 삶의 부침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소설의 주요 공간적 배경은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말비나스(포클랜드)에서 전쟁을 벌이던 시기, 파라과이 국경 너머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도시 꼬리엔떼스다. 소설의 주 무대를 꼬리엔떼스로 설정한 이유는 검열이 일상화되어 있는 독재정권 하에서 파라과이와 관련된 미묘한 사안들을 직설적으로 언급하지 않기 위한 작가의 치밀한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은 꼬리엔떼스, 아순시온, 부에노스아이레스, 멕시코, 피츠버그, 뉴욕, 오클라호마, 마드리드, 파리, 부쿠레슈티를 무대로 한다. 유럽과 남미의 시공간을 자유로이 오가며 펼쳐지는 이 이야기에는 반항적인 10대와 성공한 관료, 탐욕에 찌든 군인, 현실에 타협하고 안주하는 기성세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군터의 겨울』은 포스트모더니즘, 미하일 바흐찐의 이론을 적용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은 작품의 통일성이나 일관성보다는 임의성 또는 유희성을 주요한 예술적 원리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주변’에서 억압되거나, 소홀하게 취급되거나, 무시되어온 것들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따라서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이라 하면 기성 문화에 반기를 드는 청년들의 반문화, 고답적이고 엘리트적인 고급문화에 대항하는 대중문화, 주류세계 문학에 도전하는 제3세계 문학, 가부장적 남성중심주의에 항거하는 페미니즘 문학 등을 꼽을 수 있다. 『군터의 겨울』에는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적 문화의 요소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새롭고 다양한 의미를 창출한다.
다양한 나이와 신분의 화자가 들려주는 복잡한 언어는 등장인물이 처한, 그리고 작가가 처한 단순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문학적 은유를 이룬다. 또한 그들이 각자 품고 있는 개성, 서로 아무런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인물들의 삶이 한 지점에서 모였다가 어느 순간 뿔뿔이 흩어지는 데서는 전통적인 문학의 틀에서 벗어난 다의적이고 임의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전위주의 서사 예술의 기법들을 통해 직조되어 심오한 서정적 울림을 주고, 독자들과 국제적인 비평계의 갈채를 받은 『군터의 겨울』은 파라과이 소설뿐만 아니라 세계 소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미학적 혁신’이라고 평가받는다.

실험적 서사에서 펼쳐지는 파라과이 신화

『군터의 겨울』이 지닌 근본적인 특장은 다양한 문학 장르 사이에 존재하는 장벽을 무화시켜 전통적인 소설의 양식을 전복시킨다는 것이다. 지극히 복잡하지만 오히려 이 복잡성으로부터 풍요로움이 드러난다.
이 책에는 호세 에르난데스, 랭보, 페데리꼬 로르까, 후안 라몬 히메네스, 조지 오웰, 월트 휘트먼, 어니스트 헤밍웨이, 헨리크 입센, 장자크 루소, 산 아구스띤, 세사레 빠베세 같은 다양한 작가의 문구가 인용되어 있다. 또한 헤겔, 마르크스, 보르헤스, 성서의 구절과 그리스 비극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다. 소설에는 다양한 시, 마침표 없는 긴 문장, 고의로 말을 빠뜨린 문장, 산문체 문장, 학술적 문장, 광고 카피 같은 문장들이 현란하게 교차하면서 인물들의 상황과 심리를 묘사한다.
대사를 진행하면서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동시에 보여 주기도 하고, 편지 형식의 일기를 통해 저간의 사정을 짐작하게도 한다. 이런 기술적·미학적 장치를 통해 인물들이 겪는 삶의 고통과 무기력함, 심리적 갈등과 고통을 드러낸다.
이처럼 실험적인 서사 방식을 차용하면서도 작가는 에스파냐-구아라니 공동체의 역사적·신화적인 뿌리에 관해 성찰하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소설의 앞부분에서 등장인물인 또또 아수아가의 입을 통해 설명되는 구아라니 신화는 책 전체의 이야기를 상징한다.
구아라니 신화에 따르면, 세상이 끝날 때 거대한 하늘색 재규어가 세상을 파괴하는데, 오직 구아라니 족 인디오들만 살아남아 ‘악이 없는 땅’에서 그들의 왕국을 세운다고 한다. 옛 질서의 파괴와 새 질서의 생성, 정의를 상징하는 하늘색 재규어는 이 소설의 특징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소설에서 하늘색 재규어는 양성애적 성향을 지닌 사회운동가 시인 솔레닷 사나브리아를 지칭한다. 이는 그녀의 애인인 알베르또의 언급을 통해서, 꼬리엔떼스의 주교 까세레스 신부의 성경 한 쪽이 ‘재규어가 물어뜯은 것처럼’ 찢은 사람이 솔레닷이라는 사실을 통해서, 그리고 소설의 끝부분에서 그녀가 재규어로 변신했을 것이라는 암시를 통해서 드러난다.
이처럼 다양한 장치를 통해 『군터의 겨울』에 반영된 구아라니 신화의 세계관은 옛 질서를 파괴하고 새 질서를 생성하겠다는 유토피아적 비전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존주의와 역사의식

『군터의 겨울』은 역사적인 사건들을 하나의 메타포 또는 상징으로 이용한다. 라틴아메리카의 독재, 에스파냐의 프랑꼬 체제,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독재, 미국의 자본 권력뿐 아니라 파라과이에 제도화된 부패, 스뜨로에스네르 독재의 폭력, 사회에 만연한 밀수, 군대의 타락한 권력, 예수회 신부들의 역사적인 과업, 바티칸의 정통성을 무시하는 예수회 주교 등이 등장한다. 특히 작가는 폭력으로 얼룩진 파라과이의 과거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마르꼬스는 다른 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권력의 어두운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역사의 진실을 밝혀내려 한다.
저자는 철저한 역사의식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변화를 세심하게 담아낸다. 특히 주인공인 군터는 세계은행 총재라는 성공한 관료로서의 삶에 만족하는 자본주의적 인물이다. 조카딸 솔레닷의 투옥에도 무관심하던 그는 아내의 요청에 마지못해 솔레닷을 구하러 꼬리엔테스로 간다. 하지만 솔레닷을 감옥에서 빼내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군터는 솔레닷의 자유와 구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하고, 끝내 감옥에서 솔레닷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세계은행 총재직을 사임하고 조국 파라과이로 돌아가 힘들지만 행복한 삶을 영위한다. 이 소설이 이렇듯 등장인물의 변화를 통해 실존주의적 면모를 드러내는 이유는 작가가 세계에서 인간의 행동과 참여의 중요성, 문학과 정치행위의 강한 연대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군터의 겨울』은 파라과이 소설뿐 아니라 세계 소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미학적 혁신’이라고 평가받는다. 라틴아메리카 대륙 남단의 강대국들 사이에 ‘숨어 있는’ ‘초라한’ 나라 파라과이에서 생산된 소설이 30개 이상의 외국어로 번역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작품소개

가난한 집안의 열여덟 살 여학생 솔레닷은 변호사 집안의 막내딸 베로니까와 절친한 친구이자 베로니까의 오빠인 알베르또와 연인 사이다. 어느 날 베로니까 남매의 부모가 수수께끼의 죽음을 당했고, 남매의 후견인인 군인 구메르신도 라라인이 살해되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솔레닷은 살해 사건의 주범이라는 혐의를 받아 투옥되었다. 솔레닷은 여기에 성적으로, 정치적으로, 문학적으로 탈선의 혐의까지 덧씌워진 채 모진 고문을 받는다.
독일계 파라과인 출신의 세계은행 총재인 군터는 솔레닷의 고모부이다. 솔레닷이 투옥되어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군터의 아내 엘리사는 군터에게 워싱턴에서 파라과이로 떠날 것을 종요한다. 마지못해 파라과이에 도착한 군터는 솔레닷을 구하기 위해 파라과이 군부와 정치인, 종교인 들을 만나지만 결국 솔레닷은 군부 독재의 고문의 희생되어 죽는다. 조카를 구하지 못하고 오히려 파라과이의 어두운 면만 확인한 군터는 결국 세계은행 총재직을 사임하고 죽을 때까지 파라과이에 머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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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
종이밥책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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