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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여관(문학과지성 시인선 434)
156쪽 | A6
ISBN-10 : 8932024502
ISBN-13 : 9788932024509
눈사람 여관(문학과지성 시인선 434) 중고
저자 이병률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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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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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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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은 곳의 ‘존재’를 찾아 나선 이병률의 시 세계! 찰나에서 찬란을 발견해내는 시인 이병률의 시집『눈사람 여관』. 시인 특유의 바닥없는 ‘슬픔’과 깊고 조용한 ‘응시’, 설명할 수는 없으나 생각의 안팎에 새겨져 있는 ‘절박함’이 여전히 묻어나는 시집으로, 이번에는 좀 더 근원적인 지점을 찾아 나선다. 마음 속의 ‘존재’를 고찰하는 일, 그 ‘존재’에 필연적으로 내재된 처연을 묻고 또 물으며 자신의 깊은 곳을 두드리며, 우리의 마음을 건드린다.

온전히 혼자가 되는 일은 자신을 확인하고 동시에 타인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기에, 시인은 기꺼이 홀로 남아 슬픔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렇게 자기 자신으로 돌입하여 다다른 이병률의 시 세계는 무표정한 은유와 담담한 서사만으로도 익숙하고도 낯선 마음의 풍경으로 안내한다.

저자소개

저자 : 이병률
저자 이병률은 196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좋은 사람들」 「그날엔」 두 편의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등이 있다. 현대시학작품상(2006)을 수상했으며,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목차

1부
사람
혼자
진동하는 사람
시는
사랑
침묵여관
면면
불가능한 것들
저녁의 운명
어떤 궁리
내 손목이 슬프다고 말한다
그자

가늠
알겠지만
저녁을 단련함
꽃제비
금과 소금
여진(餘震)
눈치의 온도
아무한테도 아무한테도

2부
북강변
전부
시월의 장소
몸살
물의 박물관
음력 삼월의 눈
시의 지도
여름 감기
맨발의 여관
아파도 가까이
마음의 기차역
애별(愛別)
어떤 아름다움을 건너는 방법
낙화
고름
찬 불꽃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표정
이사
함박눈

3부
그 사람은
비정한 산책
출렁
그런 봄
천사의 얼룩
눈사람 여관
붉고 찬란한 당신을
다섯 손가락
비행기의 실종
나는 나만을 생각하고
백 년
내심
세상의 나머지
저녁 길
여행의 역사
설국

겨울

여지(餘地)
끝 맛

발문 | 조용한 거리(距離)?유희경(시인)

책 속으로

[시인의 말] 삶과 죄를 비벼 먹을 것이다. 세월이 나의 뺨을 후려치더라도 나는 건달이며 전속 시인으로 있을 것이다. 2013년 초가을 이병률 [뒤표지 시인의 산문] 아픈 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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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삶과 죄를 비벼 먹을 것이다.
세월이 나의 뺨을 후려치더라도
나는 건달이며 전속 시인으로 있을 것이다.

2013년 초가을 이병률

[뒤표지 시인의 산문]
아픈 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말 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물소리가ㅏ 사무치게 끼어들었다.

시집 맨 앞에 붙일 헌사에 대해 생각했다.
‘불[火]에게’라고 썼다가 지우고 ‘불(不)에게’라고 썼다.
붙들고 싶은 것은 불[火]이겠지만
여전히 나에겐 불가능한 것들이 많음을 안다.

어떤 이유도 없이 헌사를 넣지 않기로 했다.
그리 마음을 정하니 불(不)이라는 말이 가까이 있어 좋다.
무엇에도 닿지 않으며 무엇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말은 있다.

어쩌자고 불[火]이라 써놓고 불(不)이라고 읽는다.
아무리 무심하려 해봤자 어쩌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것을 세상의 나머지라 부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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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불가능한 슬픔을 쥐고 아낌없는 혼자가 되는 시간, 세상의 나머지가 세상의 모든 것이 되는 순간 찰나에서 찬란을 발견해내는 시인 이병률의 새 시집 『눈사람 여관』(시인선 434, 문학과지성사 2013)이 출간되었다. 1995년 등단 이후 세...

[출판사서평 더 보기]

불가능한 슬픔을 쥐고 아낌없는 혼자가 되는 시간,
세상의 나머지가 세상의 모든 것이 되는 순간


찰나에서 찬란을 발견해내는 시인 이병률의 새 시집 『눈사람 여관』(시인선 434, 문학과지성사 2013)이 출간되었다. 1995년 등단 이후 세 권의 시집을 통해 선보여 온 특유의 바닥없는 ‘슬픔’과 깊고 조용한 ‘응시’, 설명할 수는 없으나 생의 안팎에 새겨져 있는 특유의 ‘절박함’이 여전한 이번 시집에서 이병률은 이러한 감정과 정서보다 더 근원적인 지점을 찾아 나선다. 자신, 어쩌면 당신의 마음속 깊이 숨겨진 어떤 ‘현’ 하나를 슬쩍 건드리고 그 진동을 통해 돌연 드러나는 ‘존재’를 고찰하는 일, 그 ‘존재’에 필연적으로 내재된 처연(悽然)을 묻고 또 묻는 일로 시인의 행보는 정처가 없다. 그렇게 시인은 자신에게로 향한다. 혼자됨을 주저하지 않는 그다. 온전히 혼자가 되는 일은 자신을 확인하고 동시에 타인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기에. 타인에게서 오는 감정이란 지독한 그리움이고 슬픔이지만, 슬픔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 일이 곧 사람의 마음을 키우는 내면의 힘이 된다. 그러니까 이병률의 슬픔은, 힘이다. 불가능성 앞에서 그는 슬픔을 느끼지만, 그것을 쥐고, 그 힘으로 서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그러니 마음의 마음이여/모든 세계는 열리는 쪽/그러나 모든 열쇠의 할 일은 입을 막는 쪽//모든 세계는 당신을 생각하는 쪽/모든 열쇠의 쓰임은 당신 허망한 손에 쥐여지는 쪽”―「불가능한 것들」). 그가 잠시 머무르는 곳 ‘눈사람 여관’은 모두가 객체가 되는 공간이자 타인의 삶을 온몸으로 겪게 되는 슬픔의 처소이며 스스로 “세상의 나머지”가 되는 그곳이다. 이렇게 자기 자신으로 돌입하여 다다른 이병률의 시 세계는 격렬한 감정의 파고 없이도, 무표정한 은유와 담담한 서사만으로도 가닿는 곳, 그에게도 혹은 우리에게도 익숙하고도 낯선 마음의 풍경이다.

가늠

종이를 깔고 잤다
누우면 얼마나 뒤척이는지 알기 위하여

나는 처음의 맨 처음인 적 있었나
그 오래전 옛날인 적도 없었다 ― 「가늠」 부분

가늠은 목표나 기준에 맞고 안 맞음을 헤아려보는 일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가늠은 오롯하게 혼자가 되기 위한 첫번째 절차다. 시인은 자기 자신을 가늠해본다. 자신과 자신의 시가 어디쯤 있는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진행되고 있는 방향이 같은지 다르다면 얼마나 다른지 알고 싶어 한다(“말할 수 없는 저녁에/ 가만가만 목메는 저녁 한가운데다/ 나비가 두 장으로 펄럭거리며 날다가/ 삶에 문득 관여하여서/ 담벼락의 장미향들을 물러나게 하면/ 그것으로도 시는 아닌가/ 그렇다면 시는 또 미안해서 오는 것인가”―「시는」). 그렇기에 어떤 감정에도 휘둘리지 않으려고 애쓴다(“저녁의 바닥을 향해 서 있는 것 모두를/ 진창이라 여기지 않아도 되겠다// 서서히 가려우므로 괜찮아진다/ 하물며 최선도 지나간다// 피하느니/ 제법 지나갈 것이다”―「저녁을 단련함」). 시인은 자기 자신을 조용히 성찰하면서 자주 망연해지기도 한다(“깊숙이 나를 넣고 나를 열망했지요/ 불경의 좌우는 나를 붙잡기도/ 자르고 붙이기도 했어요// 지금으로도 그다음으로도 그것으로 끝이었지요/ 내가 한 생을 살면서 읽고 사용하였던 세계는/ 어둠 속 구석지에서 길을 잃어/ 더듬더듬 기어오르려 했던/ 엎어놓은 계란의 반쪽 껍데기 속”―「알겠지만」).
한편 가늠은 문득 뒤를 돌아보는 사람에게 허락된 행위이기도 하다(“뒤늦게 더듬어서라도 다 볼 수 있다면/ 아무것 없이도 아름다우리라고/ 대륙의 끝으로 자신을 끌고 가/ 한없이 데리고 울다 지친 이// 그가 들썩일 때마다 뒷문이 울린다”―「여진(餘震)」). 어김없이 적절한 거리와 적당한 때를 필요로 하는 이 일은 말이나 각오처럼 쉽지 않기에 육체가 허물어지는 몸살을 수반하기도 한다(“한번 녹으면 영원히 얼지 못하는 얼음처럼/ 한번 아픈 것이 영원히 낫지 않는다/ 낫지 않으니 축적이다/ 독을 내몰고 새 독을 품으려니 갱신이다”―「몸살」). 때로 고통스런 이 행위의 결과가 너무 사소하고 보잘것없어 보일 때 바라보는 이의 가슴에 차오르는 건 슬픔이겠다. 그러나 이 순간, 차갑고 단단한 시간 속의 시인은 인간은 결국 지극한 혼자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만이(“나는 한사코 나만 생각하는 것이고/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채/ 나에게로만 가까워지려는 것이다”―「나는 나만을 생각하고」) 시인이 자신의 맨 처음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기라도 하듯이.

혼자

얼얼하게 버려진, 깊은 밤엔
누구나 완전히 하나
가볍고 여리어
할 말로 몸을 이루는 하나

오래 혼자일 것이므로
비로소 영원히 스며드는 하나 ―「혼자」 부분

왜 혼자여야 할까. 혼자가 내포하는 의미들은 여럿일 테지만 이 시집 속에서 이병률은 사소하다. 끊임없이 망설이고 결국엔 모르겠다 고백하는 시인이다. 자신의 나약함을 고스란히 드러냄으로써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자신의 모습을 감추지 않는 그 때문에 여기에는 깨달음으로써 초자아의 영역에 다가가는 단독자가 설 자리는 없다. 또 한편으로 나르시시스트로서의 혼자가 있다. 이것 역시 시인 이병률과 나란히 놓기엔 적당하지 않다. 시 안에서 그는 담담하게 세상의 구석지에 자신을 가져다 놓는다(“시를 모른다 하더니 나조차 모르는 당신을 앞에 두고/ 많은 막걸리를 마시었다/ 내 얼굴을 가리기엔 막걸리 잔이 좋아서였다// 넘기려 했으나 쓴 찻물처럼 넘겨지지 않는 시간을 넘기고/ 혼자서 다시 찾은 밤 공원”―「시의 지도」). 여기에 애당초 성스러움 따위는 없다.
이번 시집 전편에 가득한 ‘나’는, 그러니까 가늠하여 드러난 시인은 맞춰지지 않는 퍼즐조각처럼 문득, 남아 있는 존재이다. 사회 속에서 개인이 맺고 있는 무수한 ‘관계들’을 거둬낸 그저 ‘사람’이다. 이는 시인이 자주 떠나는 여행과 비슷한 행위일지도 모른다. 익숙해지기 전에 벗어나는 것. 그럼으로써 맨몸의 자신을 발견하는 행위 말이다(“가끔 당신으로부터 사라지는 상상을 하는/ 나는 불편한 사람/ 불난 계절을 막 진압하고도/어쩌면 간절히/ 어느 멀리 멀리서 살기 위해/ 돌고 돌다/ 나를 마주치더라도/ 나는 나여서 불편한 사람//가끔 당신으로부터 사라지려는 수작을 부리는/ 나는 당신 한 사람으로부터 진동을 배우려는 사람/ 그리하여 그 자장으로 지구의 벽 하나를 멍들이는 사람”―「진동하는 사람」). 시를 통해 그는 온전히 ‘한’ 사람이 되는데, 그것은 세상과 불화하는 존재가 아닌, 일치/불일치 혹은 화해/불화 이전의 사람을 가리킨다. 그는 혼자서 떠난다. 떠남으로써, 시적으로 최초의 인간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무엇이 시를 쓰게 만드는가. 무엇이 그를 온전히 시인이게 하는가. 스스로를 외롭게 유폐시키면서 그는 시를 쓸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낸다(“모든 죽음은 이 생의 외로움과 결부돼 있고/ 그 죽음의 사실조차도 외로움이 지키는 것/ 그러니 아무리 빚이 많더라도 나는/ 세상의 나머지를 거슬러 받아야겠다”―「세상의 나머지」). 결과의 실패와 성공을 논하는 일이 그에게는 의미가 없다. 화려한 수사나 비유가 필요치 않는 까닭이다. 중요한 것은 시의 처음, 시의 씨앗이 인식의 영토 안에 심겨 처음-그 연둣빛 싹을 틔우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이병률의 새 시집 『눈사람 여관』의 시들은 시가 시로 씌어지기 전 그 처음의 과정에 집중한다. 그것은 그 어떤 것보다 슬프고, 아프며, 깨끗하고, 황홀하다. 그의 새롭지 않은 시 쓰기가 전혀 새로운 과정으로 탄생하는 아름다운 순간이다(“최초의 나무 한 그루가 우리 손발짓과/ 가리키는 곳을 관장한다고 합시다/ 손끝을 모은 한가로운 모든 것들을 흰색으로 칩시다// 근본이 벌어진 틈을 타/ 온전히 혼자인 스스로를 설득하고// 밥을 욱여넣는 것처럼 사랑할 때나/ 생각의 절반을 갈아 치우게 하는 달력의 일들/ 모두가 흰색이었다 합시다”―「흰」).

눈사람 여관

내 당신이 그런 것처럼
모든 세상의 애인은 눈사람

여관 앞에서
목격이라는 말이 서운하게 느껴지는 건 그런 거지요

눈사람을 데리고 여관에 가요
거짓을 생략하고
이별의 실패를 보러

나흘이면 되겠네요
영원을 압축하기에는 저 연한 달이 독신을 그만두기에는 ―「눈사람 여관」 부분

시인의 발걸음은 이제 여관으로 향한다. 이 순간 그와 동행하는 이는 쉽게 녹아 없어질 눈사람이다. 체온이 닿는 순간 녹아내릴,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모순적인 존재인 눈사람은 어쩌면 시인 자신일 수도 있다. 객관적 거리란 논리적인 개념에 불과하다(“돌이킬 수 없으려니/ 너무 많은 것을 몰라라 하고 온다// 그냥 사각의 방/ 하지만 네 각이어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제 마음에 따라 여섯 각이기도 한 방// 어느 이름 없는 별에 홀로 살러 들어가려는 것처럼/ 몰두하여/ 좀이 슬어야겠다는 것/ 그 또한 불멸의 습(習)인 것”―「침묵여관」). 그토록 허무한 자신과 맺는 계약은 사라짐을 예비한다. 이 눈사람과 함께 드는 여관에서 시인은, 사람은 누구나 혼자라는 인식을 재확인한다. 이것은 차갑도록 냉철한 인식이면서, 이렇다 할 세간이 없는 여관의 방바닥을 비추는 전구처럼 뜨겁고 명확한 인식이기도 하다.
이 시집의 발문에서 시인 유희경은 “어쩌면 관계의 맨 처음, 가장 순수한 형태인 당신을 눈사람으로 여기는” 존재, “시간이 지나며 사라져버리는 존재. 그럼으로써 나 역시 휑뎅그렁하니 남게 만드는 존재”를 시인으로 호명한다. 그리고 그 혹은 그들이 함께 드는 여관을 “모두가 객체가 되는 공간, 타인의 삶을 온몸으로 겪게 되는 슬픔의 처소”라고 부른다. 이 글에 따르면 여관이란 아무도 없는 혼자여서, 모두를 ‘끔찍하게’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무엇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속살을 위해 울 때도 있음을 아는 밤// 할 말이 있음은 안다/ 몇몇 밤은 칠흑같이 어두울 것이고/ 내 반경은 넓게 감정을 반죽하려 들지 않겠지만/ 할 말 있는 사람처럼 마지막을 맞대야 하는 것쯤은 안다”―「벽」). 이곳이야말로 온전한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어떠한 감정도 담지 않은 채 무표정의 은유와 서사만으로 닿을 수 있는 익숙하지만 낯선 생의 이면이다(“손바닥으로 쓸면 소리가 약한 것이/ 손등으로 쓸면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을 안다/ 그것을 삶의 이면이라고 생각한다”―「면면」).
그러니 시인이 혼자가 되는 행위는 다시 말해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버리는 대신 그것 혹은 그와 멀어짐으로써 가까워진다는 관계의 역설이자 진리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시적 행위이고 또 시적 사유에 해당한다. 너무도 명확해 보이지만 부조리로 가득하고, 그럼에도 일말의 가능성을 버리지 못하는 내면의 세계, 어쩌면 시가 존재하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시집 『눈사람 여관』에서 돌올하게 그려지는 시인의 생각과 태도는 분명 세련된 도자기나 투박한 질그릇은 아닐 것이다. 차라리 그것은 부드러운 무형의 선과 거친 감촉을 지닌 진흙에 가깝다. 적어도 『눈사람 여관』에 담긴 시들은 그러하다. 시인이 말한 것처럼, “그것을 세상의 나머지라 부르겠다”면 “세월이 나의 뺨을 후려치더라도 건달이며 전속 시인으로 남아 있을” 요량이라면, 그러한 시인의 각오는 이렇게 복기된다. “지도 위에 손가락을 올려 묻고도 싶은 겁니다/ 우리가 아프게 통과하고 있는 지금은 어디입니까”(「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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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 이병률 시인의 글은 끌림으로 입문했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읽으며 힘든 시기에 참 많이 위로를 받았다. 그 후로는 아...

    이병률 시인의 글은 끌림으로 입문했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읽으며 힘든 시기에 참 많이 위로를 받았다.

    그 후로는 아무래도 시보다는 소설 위주의 독서를 하는 사람인지라 그의 새로운 글이나, 이전의 시들을 찾아 읽지않은 시간이 길었던 것 같다. 한번씩 끌림이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꺼내 읽긴 했지만..

    그러다가 웹 상에서 사람이 온다 란 시를 접하게 되었고, 그의 시들에 관심이 갔다.

    그렇게 읽게 된, 바다는 잘 있습니다, 찬란, 눈사람 여관!

    어느 한 권 빠지지않고 대부분의 시가 공감가고 좋았다.

     

    눈사람 여관에서 가장 좋았던 시의 구절은,

    오래 혼자일 것이므로

    비로소 영원히 스며드는 하나

     

    스스로를 닫아걸고 스스로를 마시는

    그리하여 만년설 덮인 산맥으로 융기하여

    이내 논아내리는 하나 - p11 혼자 중

  •   그냥 별 말인데, 그 말이 별이 되어 따라와 방 천정에서 잠 못들게 할 때...   ...

     

    그냥 별 말인데, 그 말이 별이 되어 따라와

    방 천정에서 잠 못들게 할 때...

     

    누가 외로움을 고의적으로 탐험해보고 싶다고, 요즘 생활이 너무 무료해서 아무 색깔을 잃었다며 토로한다면, 나는 이병률의 이번 시집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모두 다 읽지 말고 그저 몇 편만 곱씹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이 <침묵여관>이어도 좋고, <눈사람 여관>이어도 좋다. 또 <북강변>이나 <설국>처럼 어떤 그녀나, 혹은 그녀가 아니어도 좋을 어떤 그리운 것 하나에 매달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거울 속 자신의 외로움이 보이고 그 외로움이 한 몇 년 동안 흙 속에 묻혀 삯여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짧은 시 <이사> 같은 것만 읽고 달을 보듯 떠올려 보아도, 그 가슴에 금이 가는 아릿함은 떠나질 않는다.

     

    "나에게 시인은 단 한 명이어도 좋겠다"라고 뒤에 평론을 쓴 이는 말했다. 처음에는 좀 과장했다, 주례사 비평이다, 어쩌고 진부한 생각들을 했지만, 벌써 세 번째 읽으며 시의 그 맛과 되새김질하듯 곱씹고 있다. 그 좋아하던 김수영이나 김춘수 등을 제쳐두고 자꾸 소리내 들여다보고 있다. 그런데 세 번째 읽고 네 번째 다시 읽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다. 처음과 두 번째 읽고 나서 거의 10개월 이후에 시집을 다시 손에 들었다. 그동안 나는 고의적으로 시를 피했다. 귀찮아서라고 스스로 합리화했지만, 사실은 시에서 고의적으로 벗어나려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나의 피폐해진 정신을, 그리고 붕 떠있는 내 생활 속 생각들, 그 생각의 잔해들, 사회생활과는 너무 멀게 사물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 자신, 그리고 무엇보다 나도 모르게 창밖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그 나를 어찌해 볼 방도를 찾는다는 것이 아침마다 시를 읽지 않는 것이었다. 가끔 소설을 들여다볼 뿐이었다.

     

    세 번째 읽을 때 그 느낌을 살아서 오질 않았다. 가슴에 금이 가지도 않았으며 '아, 그냥 이런 소리구나'하는 시도 있고, 아예 알 수 없는 시도 있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매 순간 마다의 찰나여서, 그 감성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다시 찾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두려웠다. 이병률의 시를 다시 세 번째로 들여다보며 그런 두려움이 매우 크게 다가왔다. 그런데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그 아릿함은 경험할 수 없었고, 마치 발기되지 않는 그것을 세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처럼 소리내 읽어도 속절없었다. 네 번째 읽어도 큰 변화는 없었다. 그저 한 두편 옛 느낌의 절반 정도로 찾아온 것이 다였다. 솔직히 조금쯤 떠났다고 생각하니, 속 시원한 것이 아닌, 두려움이 앞선다. 그리고 이 시집이 그것을 가르쳐준 것이다. 

  • 아, 이병률... | lm**125 | 2013.10.09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시인 이병률에 대해서는 퍽이나 들어온 터였다. 정작 나는 무성한 그의 문학성에 대해서만   들어왔지, 실제로 읽은...
    시인 이병률에 대해서는 퍽이나 들어온 터였다. 정작 나는 무성한 그의 문학성에 대해서만
     
    들어왔지, 실제로 읽은 적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신간 목록을 정리하던 중,
     
    이병률의 신작 시집인 눈사람 여관과 마주하게 되었다.
     
    눈사람 여관을 읽은 내 느낌은 한마디로 난감했다..
     
    본서 p9를 보면,
     
    "사람을 짜서
    기름이 나오면
    어디에 쓸까
     
    그 기름 짜서
    하늘이 나오면
    어느 강을 흐르게 할까"<사람>전문
     
    이 시를 읽고 나서 내가 느낀 단상은 언어의 개연성, 그러니까
     
    논리성에서 오는 예기된 이미지를 무너뜨린 힘이다.
     
    단락 1의 맥락은 그런대로 됐다 하더라도,
    단락 2의 기괴함은 과연 무엇인가?
     
    시인은 과연 무엇을 언급하려고 했을까...
     
    p20~21에 걸친 <면면>이라는 작품은
     
    "그것을 삶의 이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을 삶의 입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을 삶의 아랫도리라 생각한다.....
    나는 그것을 삶의 뱃속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틀,
     
    즉, 주어와 목적어 서술어 문장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소로 이루어진
    형식으로 시를 전개하고 있다.
    안정감이 있어 좋기는 하다만,
    그 앞에 붙여진 문장의 나열이 나는 어색하게 느껴졌다.
     
    내가 느낀 어색함은, 일반적인 논리적 개연를 파괴하는 데에서 나왔다고 생각이 드는데..
     
    가령
     
    "기억하지 못했던 간밤 꿈이
    다 늦은 저녁에 생각나면서 얼굴이 붉어진다"
    라는 문장이
    "나는 그것을 삶의 아랫도리라 생각한다"
    얼굴이 붉어진다와 목적어를 지시사로 대체하고, 삶의 아랫도리라 생각한다라는 비 판단문에
    어떠한 유기성이 있나......
     
    물론, 시라는 것이 유기성의 틀로서만 말해질 수 없는 게 많기는 하다....
     
    그런데, 최소한 그러한 것이 보여야 하는 건 아닐까.....
     
    시를 오랫동안 써온 시인답게, 능숙함이 배어 있는 문장도 물론 많고, 밑줄을 칠만한
     
    경구어린 문장도 적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이 전체적인 시적 주체와 상관없이 돌출되는 게 거슬렸다....
     
    전체성과 개별성은 하나의 시편에서 양립할 수는 없는가...
     
    나는 이병률의 시를 읽고 그러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평론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유희경의 해설은 평론이 가져야할 고유의 의무감과 다소 걸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든다...
     
    평론이란 작품을 보편적 논리의 틀안에서 해체하고 분석하며, 그러한 결과물을
     
    현실적 언어구조안에서 표현해 주어야 한다.....
     
    일반적인 서평과, 감상문의 차이가 바로 그것이다....
     
    요즘 평론가들은 대부분 이 점을 놓치고 있다......
     
    시집의 跋文을 쓰기 위해서는 시인이 되기위한 욕망을 절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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