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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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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쪽 | 규격外
ISBN-10 : 8954642047
ISBN-13 : 9788954642040
뜨거운 피 중고
저자 김언수 | 출판사 문학동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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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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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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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누아르의 쌉싸름하면서도 찐득한 맛이 살아 있는, 간절한 남자들의 삶! 2006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캐비닛》, 2016 프랑스 추리문학대상 후보에 오른 소설 《설계자들》의 저자 김언수의 세 번째 장편소설 『뜨거운 피』. 탄탄한 구성과 서스펜스,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분출하는 에너지로 매번 강렬한 세계를 그려내는 저자가 2년간 집필한 신작 소설로, 마흔 살 건달의 짠내 나는 인생이야기를 들려준다. 1993년 봄과 여름, 부산 앞바다를 배경으로 두려울 것 없던 마흔 살 건달이 겪게 되는 정서적 절망감을 사실적이면서도 흡입력 있게 그려냈다.

마흔 살, 전과 4범, 부산 변두리 구암 깡패들의 중간 간부이자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 만리장 호텔의 사장이자 구암 암흑가의 보스인 손영감의 오른팔인 희수. 건달로 사는 데 염증을 느끼고 구암 바다를 지긋지긋해하지만 달리 갈 곳도, 딱히 바라는 삶도 없던 그는 20년간 모신 보스 손영감을 떠나 새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 그리고 사랑해온 여자와 그녀의 아들과 함께 잠시나마 가족을 꾸리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꿈꾸기 시작하지만,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갈등과 첨예한 권력 싸움에 휘말리고 점점 더 치열하게, 점점 더 비열하게 살아가게 되는데…….

저자소개

저자 : 김언수
저자 김언수는 2002년 진주신문 가을문예공모에 단편 「참 쉽게 배우는 글짓기 교실」과 「단발장 스트리트」가,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프라이데이와 결별하다」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첫 장편소설 『캐비닛』으로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다. 이 외에 장편소설 『설계자들』과 소설집 『잽』이 있다.

목차

1부 봄
구암의 바다 │ 만리장 호텔 │ 뻐꾸기 창고 │ 테라스 │ 달방 │ 모자원 │ 옥사장은 왼손잡이다 │ 보드카 │ 낮술 │ 방파제 │ 허벅지 │ 인숙의 방 │ 빨래공장 │ 통발 │ 밤섬 │ 안개 │ 아미 │ 장례식장 │ 이발소

2부 여름
결혼과 여름 │ 벤츠 │ 사무실 │ 까치복 │ 인계철선 │ 치킨 │ 루어 │ 떠올라야 할 것, 떠오르지 말아야 할 것 │ 텍사스 홀덤 │ 똥병 │ 요리사 │ 나무 기둥 │ 양다리보단 헛발질이 낫다 │ 멍텅구리배 │ 그 여름의 끝

책 속으로

용강이 희수를 보고 있었다.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허세가 아니라 정말로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그런 얼굴이 있다. 오랫동안 너무나 많이 잃어봐서 잃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얼굴. 바닥까지 내려가봤고 그 바닥에서 치고 올라온 적이 있는 얼굴 말이다. 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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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강이 희수를 보고 있었다.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허세가 아니라 정말로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그런 얼굴이 있다. 오랫동안 너무나 많이 잃어봐서 잃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얼굴. 바닥까지 내려가봤고 그 바닥에서 치고 올라온 적이 있는 얼굴 말이다. 깡패는 그런 놈들이 하는 것이다. 자식도 없고 마누라도 없고 부모도 없는, 지켜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놈들이 하는 것이다. 당장 오늘 죽어도 별 상관없다는 태도를 가진 놈들, 다 같이 막장으로 떨어지면 누가 더 다칠 것 같냐고 늘 협박을 하는 그런 얼굴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희수도 잃을 것은 없었다. (206쪽)

“니는 씨발 정신이 없다.”
씨발 정신은 또 뭐냐는 듯 희수가 양동을 쳐다봤다.
“니는 너무 멋있으려고 한다. 건달은 멋으로 사는 거 아니다. 영감님에 대한 의리? 동생들에 대한 걱정? 사람들이 너에 대해서 하는 평판? 좆까지 마라. 인간이란 게 그렇게 훌륭하지 않다. 별로 훌륭하지 않은 게 훌륭하게 살려니까 인생이 이리 고달픈 거다. 니가 진짜 동생들이 걱정되면 손에 현찰을 쥐여줘라. 그게 어설픈 동정이나 걱정보다 백배 낫다. 니는 똥폼도 잡고 손에 떡도 쥐고 싶은 모양인데 세상에 그런 일은 없다. 우리처럼 가진 게 없는 놈들은 씨발 정신이 있어야 한다. 상대 앞에서 배 까고 뒤집어지고, 다리 붙잡고 울면서 매달리고, 똥꼬 핥아주고, 마지막에 추잡하게 배신을 때리고 우뚝 서는 씨발 정신이 없으면 니 손에 쥘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세상은 멋있는 놈이 이기는 게 아니고 씨발놈이 이기는 거다.” (305쪽)

희수가 아미를 쳐다봤다. 싸움에선 그토록 용맹무쌍하던 아미가 칼로 사람을 죽이는 일에는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스무 살엔 희수도 아미 같았다. 감정에 수분이 가득해서 무엇이든 쉽게 끓어올랐다. 뭐든 지금보다 더 슬펐고 더 분했고 더 불쌍했고 더 그리웠다. 그 뜨거운 것들이 전부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 수 없었다. (465쪽)

용강은 광물 같은 인간이었다. 연민과 사랑이 없는 것처럼 두려움도 공포도 모르는 인간이었다. 게다가 침착하고 차분했다. 처자식도 없고 애인도 없다. 용강은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소유하지 않았다. 담배꽁초처럼 쉽게 버릴 수 있는 것들만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리고 그 속에는 자기 목숨도 포함되어 있었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 잃을 게 없는 인간과는 결코 싸움을 하면 안 된다. 그런 놈과 싸움을 하면 이기든 지든 진창으로 떨어지게 된다. 용강이 그런 놈이었다. (498쪽)

“내가 왜 당신 따위랑 닮았는데.”
“너는 자신을 경멸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거든. 그런 인간이 갈 곳은 딱 두 군밖에 없다. 저 바닥으로 계속 추락하거나 아님 저 위로 하염없이 올라가서 왕이 되거나. 둘 다 존나게 쓸쓸하고 무의미한 곳이지. 그래도 사람이 죽을 순 없으니까 어딜 가긴 가야 하잖아? 나는 이왕에 떨어지기 시작한 거 저 밑바닥까지 가보려고. 희수 니는 올라가서 왕이 되어라. 더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고.” (5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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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006 문학동네소설상 수상 『캐비닛』 2016 프랑스 추리문학대상 후보 『설계자들』 그리고 독자들을 또 한번 흥분시킬 압도적인 이야기 숭고하지 않은, 그래서 더 뜨거운 피를 가진 남자들의 인파이팅! 탄탄한 구성과 서스펜스, 군더더기 없는 ...

[출판사서평 더 보기]

2006 문학동네소설상 수상 『캐비닛』
2016 프랑스 추리문학대상 후보 『설계자들』
그리고 독자들을 또 한번 흥분시킬 압도적인 이야기
숭고하지 않은, 그래서 더 뜨거운 피를 가진 남자들의 인파이팅!


탄탄한 구성과 서스펜스,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분출하는 에너지로 매번 강렬한 세계를 그려내는 작가 김언수의 신작 장편이 출간되었다. 2006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캐비닛』, 2010년 문학동네 온라인카페 연재 당시, 매회 수백 개의 덧글이 달리며 ‘설거지들’ 열풍을 일으킨 작품 『설계자들』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세번째 장편소설이다. 특히 『설계자들』은 올해 프랑스에 번역 출간되어(출판사 ‘로브’) ‘2016 프랑스 추리문학대상Grand Prix de Litterature Policiere’ 후보에 올라 있다. ‘프랑스 추리문학대상’은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모리스 베르나르 앙드레브에 의해 1948년 제정되어, 매년 최우수 프랑스 소설과 최우수 외국소설에 수여된다. 엘러리 퀸,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프레더릭 포사이스, 피터 러브시, 마이클 코넬리 등이 이 상을 받았다. 9월 중 수상작이 발표되며, 아시아권 소설로선 최초의 수상작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설계자들』은 프랑스, 일본, 베트남에 이어 최근 호주 출판사 ‘텍스트 퍼블리싱’에도 판권이 수출되었다. 텍스트 퍼블리싱은 존 쿳시,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파트릭 모디아노, 이스마일 카다레 등의 작가 리스트를 보유한 지명도 높은 문학 전문 출판사이다.

작가는 2014년 집필을 시작해 지난 2년간 『뜨거운 피』에 매달렸다. 공들여 다듬은 작품을 어느 해보다도 강렬한 이 여름, 세상에 내놓는다. 1993년 봄과 여름의 이야기다. 마흔 살 건달의 짠내 나는 인생 이야기. 인생에도 사계가 있다면 마흔 살은 여름에 해당될 터, 그 뜨겁고 강렬한 날들의 기록이 부산 앞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국형 누아르의 쌉싸름하면서도 찐득한 맛이 살아 있으며, 두려울 것 없던 마흔 살 건달이 겪게 되는 정서적 절망감이 사실적이면서도 흡인력 있게 담긴 작품이다.

이것은 누아르가 아니다
이것은 차라리
우리 안에서 늘 끓어넘치고 있는
그 뜨거운 것들에의 송가다


마흔 살, 전과 4범, 부산 변두리 구암 깡패들의 중간 간부이자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이다. 만리장 호텔의 사장이자 구암 암흑가의 보스인 손영감의 오른팔이기도 하다. 부하들 몰래 우울증 약을 먹으며 호텔방에서 ‘달방’을 산다. 주인공 희수의 현주소다. 건달로 사는 데 염증을 느끼고 구암 바다를 지긋지긋해하지만 달리 갈 곳도, 딱히 바라는 삶도 없다. 그런 희수가 20년간 모신 보스 손영감을 떠나 새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 사랑해온 여자와 그녀의 아들과 함께 잠시나마 가족을 꾸리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그러나 폭력조직이란, 아니, 세상이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기에 거대 세력 간 충돌과 음모 앞에 개인의 삶과 신념은 이용당하고 희생되기 마련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자기 일신의 안위를 살피고, 눈앞의 이익을 좇고, 암투와 회유, 배신으로 일희일비한다. 그런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격랑이 이토록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갈등과 첨예한 권력 싸움에 휘말렸음에도 자신의 삶을 어떻게든 꾸려나가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던지는 그 뜨거움 때문이다. 즉흥적이고 속물적인 방식으로라도 자신이 바라는 것,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필연적으로 슬프고 씁쓸한 우리네 인생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 사내가 보기 좋은가
이 삶이 보기 좋은가


희수는 모든 인물, 사건과 관계되어 있으면서도 한 발짝 떨어진 채 관조하는 듯한 시선, 침착하고 다소 시니컬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이다. 그건 희수가 부재하는 아버지에 대한 결핍을 끌어안고 성장했으며, 아버지라는, 모르는 존재를 끊임없이 의식하며 자랐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희수가 아버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모두 죽었다. 그들은 병신 같거나 허약하거나 이 거친 세상을 견디기에는 너무 낭만적인 사람들이었다.”(297쪽) 반면에 희수를 아들 삼고 싶어한 사람들은 모두 건달 세계의 사람들이었다. 희수가 마흔이 될 때까지 집이란 걸 가져본 적이 없는 것도 내면에 근본적인 동공(洞空)을 가진 그의 캐릭터와 맥이 닿아 있는 설정이다. 어디에도 마땅히 뿌리내리지 못하는 희수의 삶을 유지시키는 건 손영감-희수, 희수-아미(첫사랑 인숙의 아들)의 유사 부자관계이다. 손영감에 대한 의리와 아미에 대한 애틋함이 희수를 움직이게 하는 두 개의 큰 축이다. 때로는 부드럽고 뭉클하게, 때로는 잔인하고 힘겹게 희수를 흔들어대는 두 축은 그래서 더 강렬하게 부각된다. 결국 손영감과 아미를 모두 잃고 만 희수가 주저앉아 쏟은 눈물에는, 삶에 대한 일말의 애착과 연민이 담겨 있어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끈적거리고 뜨겁게 달라붙는 것들을 희수는 이제 사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 것들이 몸속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갔을 때의 거대한 동공을 희수는 이제 견딜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586~587쪽) 뜨거운 여름이 끝나면, 바다로 몰려온 그 많은 사람들은 떠날 것이다. 1993년 봄과 여름, 구암의 날들은 잊히고, 어느새 춥고 외롭고 쓸쓸한 겨울 바다가 희수 앞에 펼쳐질 것이다. 우정도 사랑도 지키지 못했고, 소중한 것을 모두 잃은 희수에게. 그리하여 권력과 명예를 쥐게 된 희수에게.

비밀은 없고, 마음은 안타깝고, 피는 뜨겁다

작가는 적지 않은 분량을 압도적인 흡인력으로 이끈 뒤 이렇듯 메워지지 않을 동공 하나를 독자들의 마음에 남긴다.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히고 있듯, 구암의 풍광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면면은 작가가 소년 시절의 기억을 소환해 재탄생시킨 것이다. 삼류 건달들과 사창가 여인들, 황홀한 쇼윈도 불빛, 피와 눈물과 흐느낌 등 온갖 직설적인 것들로 가득했던 그 거리를 작가는 좋아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점점 더 치열하게, 점점 더 비열하게 살게 되는 인물들의 그리 대단하지 않은 삶은, 단순히 그들이 건달이고 악행을 저지른다는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선다. 오히려 지금 우리의 “쾌적하고 젠틀하고 깔끔한” 삶과 대조되는 강렬함으로, 간절함으로 다가온다. 뜨거운 여름, 이 촌스럽고 지리멸렬한 삶에 과감히 압도당하길 권한다.

나는 가끔 그 미로 같은 골목과 위태로울 정도로 얇은 벽들이 나를 소설가로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한다. 마치 진공관처럼 그 얇은 벽에서 들려오는 무수한 수군거림은 신비롭고 은밀하며 긴장감 넘치고 심지어 굉장히 성적이기까지 했었다. 그 수군거림이 너무나 선명해서 마치 어서 들어오라는 듯 모든 집들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 같았다(실제로 대부분의 문들이 열려 있었다). 하여 이 동네에선 비밀이 숨을 곳이 없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서로의 모든 것을 알았다. 누가 무엇 때문에 울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누구를 증오하고,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간절히 사랑하는지 모두들 알았다.(…)
사람들은 이제 뜨겁지 않다. 뜨거운 것들은 모두 미숙하고 촌스럽고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죄목으로 촌충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럴 때마다 나는 구암의 그 지리멸렬한 삶이 그리워진다. 구암의 시절엔 짜증나고, 애증하고, 발끈해서 술판을 뒤집었지만 적어도 이토록 외롭지는 않았다.
_‘작가의 말’에서

주요 인물 소개

ㆍ희수
“건달로 살아도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게 있는 거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이 좆같은 새끼야.”

마흔 살. 전과 4범. 부산 변두리 구암 깡패들의 중간 간부이자 손영감의 오른팔.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이다. 아버지 없이 엄마와 아이들만 모여 사는 모자원에서 자랐다. 침착하고 사려 깊으며 다소 시니컬하지만, 아미와 인숙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숨기지 못한다.

ㆍ손영감
“건달이 양복 입어서 좋을 거 하나 없다. 폼은 잠시고 감옥은 평생이다. 까놓고 말해서 할 짓이라고는 건들거리는 것밖에 없는 건달한테 양복이 대체 왜 필요하노?”

만리장 호텔의 사장이자 구암의 항구를 장악한 암흑가의 보스. ‘건달은 닥치고 그저 쥐죽은듯이 조용히!’를 신조로 안전을 최우선시하며, 다른 조직과의 마찰을 극도로 꺼린다. 조부가 권력의 실세에게 무참히 맞아 죽은 것에서 얻은 교훈이다. 조부가 일군 것을 물려받아 손쉽게 보스가 되었으나, 오십 년 건달 생활의 관록과 빠른 판단력, 철저한 계산, 원칙주의자적 면모로 구암 보스 자리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

ㆍ아미 : “귀여우면서도 터프한 거! 그게 함께하기가 진짜 쉽지 않은 건데, 아버지 아들이 그 어려운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스타일 아닙니까. 그러니까 아버지는 이 귀엽고 용맹무쌍한 아미만 믿으면 됩니다.”

스물네 살, 키 백구십에 몸무게 백이십 킬로의 거구. 구암의 전설적인 건달로, 아미와 “스치면 그 자리에서 사망이고 살짝 피했다 싶으면 전치 육 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인숙의 아들로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희수를 아버지라 부르며 따른다. 자기가 늘 기분이 좋아서 덩달아 주위를 기분좋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미 주위에는 늘 사람이 많다.

ㆍ인숙 : “나는 내가 안 부끄럽다. 동생들이 내가 창피해서 모두 다 이 구암 바다를 떠나도, 시장 사람들이나 동네 사람들이 만날 내 뒤에서 수군덕거려도, 나는 내가 안 부끄럽다. 나는 내 주어진 조건 속에서 열심히 살았다.”

술집 ‘허벅지’의 마담. 아미의 엄마이자 희수의 동갑내기 첫사랑. 희수와 같은 모자원 출신으로 부모를 잃고 동생 일곱을 키워낸 소녀가장이었다. 열일곱에 완월동 사창가에 제 발로 들어갔다.

ㆍ남가주 : “나는 이 친구가 참 맘에 들어. 생긴 것도 그렇고, 하는 짓도 그렇고, 뭐랄까 눈빛이 묵직하면서도 감성이 살아 있잖아. 21세기형 건달은 이래야 돼. 감성이 있어야지 힘만 가지고는 안 되는 거야. 감성이라고는 좆도 없는 저런 삭막한 포주 새끼들 데리고는 미국 마피아들처럼 월드하게 성장할 수 없다는 거지.”

부산 폭력조직의 본거지인 영도의 지배자이자, 전국구 조직인 남가주파의 보스다. 한국전쟁 때 공산당에게 쫓겨 만주에서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까지 떠밀려와 맨손으로 모든 걸 일군 피란민 1세대 건달. 섬세하고 유연한 성격으로 건달들 사이에서 존경받고 있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ㆍ용강 : “희수 니가 버팅기면 나 같은 용병이 우짜겠노. 할 수 없이 희수 니도 죽여야 하고, 아미도 죽여야 하고, 손영감도 죽여야 하고.나는 애초에 일거리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아이가. 처음엔 겁만 살짝 주면 된다고 해서 시작한 일인데 일거리가 산더미네. 그나저나 말하다보니 이거 시발, 남가주랑 계약을 다시 해야 하는 거 아냐?”

돈 받고 남의 구역에 들어와서 똥물을 튀긴다고 하여 ‘똥병’이라 불린다. 월남전에 하사관으로 참전한 이력이 있다. 조직에 속하지 않고 혼자 일한다. 연민과 사랑이 없는 것은 물론, 두려움도 공포도 모른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 잃을 게 없는 사람, 그러므로 누구든 용강과 얽히면 진창으로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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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 김언수 - 뜨거운 피 | ki**ermari | 2017.10.09 | 5점 만점에 1점 | 추천:0
    김언수 - 뜨거운 피    2006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캐비닛', 2016 프랑스 추리문학대상 후보...

    김언수 - 뜨거운 피

     

     2006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캐비닛', 2016 프랑스 추리문학대상 후보 '설계자들'의 작가 김언수의 또다른 장편소설이다. '설계자들'이 워낙 재미있어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다가, 이 작품이 같은 느와르류라 하여 사 읽었다.

     1993년 봄과 여름을 배경으로 한다. 노태우 정권의 범죄와의 전쟁이 끝날 즈음. 그리고 김영삼 정권이 시작되던 때이다. 작품에서는 허구 지명인 부산의 '구암'바다를 배경으로 하였는데, 부산에 사는, 조금만 다녀봤다 하는 사람이면 바로 다 알 정도로 '구암'은 송도를 나타낸다. 지금 아이들은 어원조차도 모르겠지만, 혈청소 바로 옆이라는 점 하나로도 알 수 있다. 어째뜬, 송도를 비롯하여 혈청소, 완월동, 공동어시장, 송도방파제, 영도, 백합등, 장자도 등 실제 지명은 특히 부산사람인 나에게는 더욱 현실감을 주었다.

     느와르 답게 건달들의 의리와 아버지에 대한 애증 등 신파코드가 없지는 않지만, 머리쓰기, 배신, 잔인함 등이 허접한 느와르 영화의 느낌을 없애버린다. 특히 작품속에 비슷한 상황을 가졌지만, 정 반대의 행동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지킬 것이 있는 상태. 일반적으로는 지킬 것이 있으면 몸을 사린다. 다만, 극한의 상황에서는 지키기 위해서는 아무리 비열한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점도 나온다. 작품 속에서는 돈, 목숨, 가족 등을 지키기 위해서 배신하고 칼로 쑤시고 제끼고 협박하고 감금하는 등의 행동으로 나온다.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할수록 작가의 통찰력에 더 크게 놀랐다. 우리도 모두 직장에서나 사회에서 돈, 가족, 가오 등 자신의 것을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살고 있지 않는가. 우리 모두의 현실이 전쟁이라는 점은 그저 비유가 아닌 것 같고, 작가는 그런 점들 또한 보여주는 것 같다.

  • 만리장 호텔 지배인이자 마흔 살의 중간 보스 희수는 대를 이어 구암 바닷가를 장악해온 손영감의 오른팔 같은 존재입니다. 1...

    만리장 호텔 지배인이자 마흔 살의 중간 보스 희수는

    대를 이어 구암 바닷가를 장악해온 손영감의 오른팔 같은 존재입니다.

    1993년 봄, 그는 10년 간 보필해온 손영감을 버리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똑똑한 건달로 적들에게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의리와 겸손이란 미덕까지 갖춘 그였지만,

    손영감 휘하에서 보낸 10년이 남겨준 것은 엄청난 빚과 암울한 미래뿐이었습니다.

    어차피 소모품처럼 이용되다가 버려질 운명임을 확신한 그는

    자기만의 사업을 시작하고, 첫사랑이던 인숙과 결혼을 하면서 새로운 삶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살얼음 같은 평화를 유지하던 영도 조직이 구암 바다를 기웃거리기 시작하면서

    겨우 싹이 트기 시작한 희수의 새 삶은 맥없이 무너지고 맙니다.

    결국 희수는 가족과 사업과 생존을 위해 무자비한 전쟁터에 뛰어들기로 결심합니다.

     

    ● ● ●

     

    2001년에 개봉했던 영화 친구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뜨거운 피곳곳에서 기시감 또는 추억의 편린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로지 눈앞의 욕망에만 충실한 피도 눈물도 없는 건달들,

    앞에선 우리가 남이가?”하면서도 뒤로는 비밀과 거짓말과 배신이 난무하는 비정한 생태계,

    그리고, 그 욕망과 생태계를 비밀스레 품고 있는 부산의 바다와 뒷골목 등...

     

    영화 친구가 네 남자의 우정과 숙명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라면,

    뜨거운 피1993년의 부산 구암 바닷가를 무대로

    건달들의 일그러진 탐욕, 자비심 없는 전쟁, 끝없는 배신과 음모를 정면으로 그린

    그야말로 용광로 같은 느와르입니다.

     

    주인공 희수는 음험한 구암 바다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소위 에이스 건달입니다.

    그는 쉽게 흥분하지도, 가볍게 처신하지도 않습니다.

    능구렁이 같은 손영감을 보필하며 구암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실질적인 지배자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건달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의 실제 삶은 그저 팍팍하고 초라할 뿐입니다.

    가족도, 집도 없이 호텔 달방에 기숙하면서 위스키와 항우울제를 끼고 삽니다.

    손영감은 유일한 혈육이면서도 개차반 같은 종자인 조카의 양아치 행각엔 무관심한 채

    온갖 위험천만한 일은 모두 희수에게 떠넘길 뿐입니다.

    손영감이 애지중지 지켜온 만리장 호텔은 개차반 조카에게 돌아갈 것이 분명했고,

    마흔이 돼도 팍팍함과 초라함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손영감을 떠나기로 결심하지만,

    무뇌아 같은 건달들의 이유 없는 폭력을 증오하고, 이권보다 가오를 중요히 여기며,

    싸움 대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해결법을 추구하는 희수의 사고방식은

    짐승의 생태계와 다름없는 구암의 바다와는 어울리기 힘든 이질적인 것이었기에,

    그가 큰마음을 먹고 시작한 새로운 삶은 출발부터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그가 겪게 되는 참혹한 전쟁과 피비린내 나는 살육전은 꽤나 거칠게 묘사됩니다.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도 불분명한 채 건달들은 욕망에 의해 이합집산을 반복합니다.

    어제까지 동료였던 자의 배에 회칼을 쑤셔 넣는가 하면,

    죽일 듯 증오했던 자와 전략적 제휴를 감행하기도 합니다.

    소소한 영역 다툼으로 보였던 싸움은 실은 거대 조직의 야비한 음모에 의한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말단들은 이유도 모른 채 죽어 나가고 보스들은 야합으로 사태를 마무리합니다.

     

    600페이지 가까운 방대한 분량이지만 주말 하루면 순식간에 완독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희수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의 생생함도 매력적이고,

    음모와 배신, 전쟁과 야합을 통해 1993년 구암의 여름 바다를 피로 물들인 건달들의 대결은

    너무나도 리얼한 나머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며,

    비틀기와 정공법이 절묘하게 뒤섞인 김언수의 문장들은 눈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맛있습니다.

     

    알고 보면 멋진 건달이라는 명백히 비현실적인 희수의 캐릭터라든가,

    그의 첫사랑이자 완월동의 유명한 창녀였던 인숙과의 가슴 먹먹한 멜로,

    그리고 여러 곳에서 중첩되며 발산되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라는 신파 코드는

    (대부분의 느와르가 그렇듯) ‘건달을 미화한 픽션이란 느낌을 주는 대목인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살육이 난무하는 거칠고 날선 서사의 독기를 빼주는 드라마틱한 설정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설정들 없이 그저 건달들의 전쟁만 보고 싶어 하는 독자들은 없을 것입니다.

    비록 희수의 이야기가 드라마 속 판타지 - ‘저런 건달이 어디 있어?’ - 로 읽힐 수도 있지만,

    그 외의 인물들이나 스토리가 소름 돋을 정도의 리얼리티로 중무장한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어느 한 쪽으로도 편향되지 않은 균형감을 잘 잡은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그동안 작가 김언수의 이름은 서점에서도, 인터넷에서도 많이 접했지만

    작품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터넷 서점의 소개를 보면 뜨거운 피는 그의 전작들과 성격이 좀 다르다고 나와 있는데,

    어쨌든 그동안 관심 목록에만 담겨 있던 캐비닛이나 설계자들을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짠내와 느와르 | si**er1641 | 2016.11.0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노태우정권 범죄와의 전쟁 끝물에서 김영삼 정권시절 부산 건달들의 이야기.   부산의 영도와 구암의 피튀...


      노태우정권 범죄와의 전쟁 끝물에서 김영삼 정권시절 부산 건달들의 이야기.

      부산의 영도와 구암의 피튀기지만 짠내나는 건달들.

      피난민 1세대로 맨손으로 만주에서 내려와 지금 영도의 1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남기주 회장.
      남기주회장의 방계 조직으로 구성된 천달호

      그리고, 영도의 맞은편 세력으로 구한말 해방즈음 머리 잘 써 일본인 호텔을 거저 먹었던 조상 덕에 비교적
    편안한 시절로만 살아온 구암의 1인자이자 만리장 호텔의 주인 손영감.
     
     손영감 밑에서 온갖 굳은일과 살벌한 일까지 도맡아 해온 손영감의 오른팔이자 이 책의 주인공인...
    짠내 물씬 나며 혼자서 느와르와 멋짐이 폭박하는 마흔살의 건달 희수.
     희수가 사랑하는 한때 유명한 창녀였고 지금은 술집을 하고 있는 술집여자 인숙과 희수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희수를 아버지라 부르며 잘 따르는 인숙의 아들 아미.

     범죄와의전쟁 끝물로 많은 조직이 와해되고 최대한 움츠려 조용히 그럭저럭 살아가던 건달들.

     건달들의 세계라고 우정이나 의리따위는 안중에 없고, 생각보다 배신은 싼값에 거래되는 세계다.

     똥병이라 불리는 독고다이 건달 용강이 설쳐대면서 구암은 술정거리고,
     그 뒤엔 더 커다란 계략이 꽈리를 틀고 있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감정에 수분이 많아 쉽게 끓어오르는 아미를 걱정하지만, 감정에 항상 적정 이상의 수분을 감추고 있는 희수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손영감을 배신하지 못하지만 아미와 손영감은 죽고, 인숙은 희수를 떠났다.

     건달들의 세계에서 전쟁은 서로가 죽고 상처를 입는 것 뿐 이기는 건달은 어디에도 없다.
     비열한 암투 속에서 진정한 승자는 없고 다만 등기에 이름 올린 가진자만의 배를 불린다.

     

     글에 군더더기나 어려운 미사어구 따위 없으나, 그 글은 결코 가볍지않다.
     류승완 감독의 아날로그 액션과, 장진의 블랙코미디 콜라보!!!!

     

     가난으로 인해 글만 쓸 수 없었으나, 친구의 도움으로 곡소리나게 글을 써 세계일보 문학상 1억원에 당선되었고,
    그 뒤로 설계자들 이후 세 번째 장편.

     짠내 전매특허인 김언수 작가.
     열일해서 장편들 순풍순풍 출간되면 좋겠으나 창작의 고통을 모르는 독자의 욕심이겠다.
     
     

  • 뜨거운 피 | ia**2 | 2016.10.0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뜨거운 피  김언수 지음 문학동네    작가 김언수의 소설은 처음 만나보았는데, 인터넷 ...

    뜨거운 피 

    김언수 지음

    문학동네

     

     작가 김언수의 소설은 처음 만나보았는데, 인터넷 서점에서 하도 광고를 많이 해서 궁금한 마음에 구입을 하게 되었다. 탄탄한 구성과 서스펜스,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분출하는 에너지로 매번 강렬한 세계를 그려내는 작가 김언수의 장편 소설이다. 2006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캐비닛』  , 2010년 문학동네 온라인카페 연재 당시, 매회 수백 개의 덧글이 달리며 '설거지들' 열풍을 일으킨 작품 『설계자들』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세번 째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앞선 두 작품 모두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작가는 2014년 집필을 시작해 지난 2년간 이 책,  『뜨거운 피』에 매달렸다고 한다. 공들여 다듬은 작품을 어느 해보다도 강렬한 이 여름, 세상에 내놓는다. 작가는 조직폭력배와 면담이나 취재없이 본인이 살아온 완월동의 추억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래서 거침없이 터져나오는 부산 사투리와 건달들의 일상이 서울에서 그저 평범하게 자라온 나에게는 너무나도 낯선 이야기로 마치 영화 한 편을 보고난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남는다. 배경은 1993년 봄과 여름의 이야기이다. 마흔 살의 건달인 희수의 짠내 나는 인생 이야기라고 하겠다. 희수는 어떤 얼굴일까? 인숙은 누구와 어울릴까? 또한 아미는 김우빈 정도면 괜찮을까? 하는 공상을 펼치면서 읽었다. 인생에도 사계가 있다면 마흔 살은 여름 쯤으로 볼 수 있을까? 그 뜨겁고 강렬한 날들의 기록이 부산 앞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러고 보면, 나의 마흔 살은 어떠했는가? 하는 감회에 젖게 한다. 한국형 누아르의 쌉싸름하면서도 찐득한 맛이 살아 있으며, 두려울 것 없던 마흔 살 건달이 겪게 되는 정서적 절망감이 사실적이면서도 흡인력 있게 담긴 작품으로 진한 남자의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마흔 살의 전과 4범인 주인공 희수는 부산 변두리 가상의 공간인 구암 깡패들의 중간 간부이자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이다. 만리장 호텔의 사장이자 구암 암흑가의 보스인 손영감의 오른팔이기도 하다. 부하들 몰래 우울증 약을 먹으면서 집도 없이 호텔방에서 '달방'을 사는 쓸쓸한 처지이다. 이런 막막한 모습이 주인공 희수의 현주소다. 건달로 사는 데 염증을 느끼고 구암 바다를 지긋지긋해하지만 달리 갈 곳도없고, 또 그렇다고 딱히 바라는 삶도 없다.
    그런 희수가 20년간 모신 보스 손영감을 떠나서 만리장 호텔의 전지배인이자 선배인 양동과 함께 새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어릴 때, 모자원에서 만난 친구이자 열일곱 살 때부터 사랑해온 여자 인숙이와 그녀의 아들인 주아미와 함께 잠시나마 가족을 꾸리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모두 특이하고, 성에 대한 언급이 없이 이름만 알려주고 있기에 다소 갑갑한 감은 있지만, 표지부터가 바다 사진이 꺼끌꺼끌하게 처리되어 있어서 마치 물결을 만지는 것 같아 좋았다.

    아무튼 이렇게 김언수 작가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을 먼저 읽었으니, 이제 다시 거슬러 올라가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작품을 새롭게 만나봐야겠다.

    2016.10.3.(월)  두뽀사리~

  • 구암이란... 자신의 직업세계와 다른 사람들을 칭할 때 일반인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연예인과 일반인, 군인과...

    구암이란...

    자신의 직업세계와 다른 사람들을 칭할 때 일반인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연예인과 일반인, 군인과 일반인, 정치인과 일반인 등등. 조폭(또는 건달)도 그렇다. 조폭과 일반인. 이 속에는 그 세계를 모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일반인인 거다. 알면 그 세계의 사람이거나 밀접한 연관을 가진 사람이다. 연예인과 매니저, 조폭과 형사 같은. 작품은 구암이란 1993년 부산의 어느 변두리, 가상의 작은 바닷가 공간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조폭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익히 떠올릴 수 있는 행태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뇌물과 폭력을 기본으로 밀수를 하고, 무엇이든 독점으로 공급해 이득을 얻으며, 사채와 매매춘이 횡횡한다. 너무 자연스러워 당연하게 보이고 이런 모습이 구암이란 공간과 사람들의 전부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다. 그러니까 이 작품에서 조폭이거나 연관된 사람들이 아니면 전부 일반인이고 일반인은 이 작품에서 의미가 없다. 그 세계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고로 구암에서 평범하게 땀 흘려 일하는 일반인들의 생활은 언급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불법적으로 살아가는 그들을 평범한 일반인들이 도덕이나 윤리란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도 않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소리다. 이 작품에서의 구암이란 공간은 오로지 조폭과 그에 연관된 사람들의 세계이며, 폭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정글이다. 또한 그들의 삶의 터전이다.

     

    구암이란 변두리 공간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이끌어가는 손영감과 그의 오른팔이자 주인공 희수는 구암을 이렇게 말한다.

    [p 414. “이 바다가 뭣이 좋습니까. 소매치기에, 사기꾼에, 포주에, 창녀에, 양아치들하며, 만날 싸우고 지지고 볶고, 기껏 화해시키려고 자리 마련하면 이야기 쪼매 하다가 결국 욕하고, 술판 뒤집고, 소주병 날아다니고, 대가리 깨지고, 울고, 그래놓고도 또 술 처마시면 서로 껴안으면서 사랑한다, 우리가 남이가, 이 지랄이나 하고 자빠지고, 영감님, 저는 마 요즘엔 신파가 딱 싫습니다.” 희수가 농담처럼 말했다.

    나는 만날 싸우고 지지고 볶아서 이 바다가 좋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위험하고 전혀 살만하지 않은 곳인데도 그들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구암에서 살아간다. ? 그들은 조폭이고, 이런 구암에서 오래 살아왔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평범하게 땀 흘려 일하는 구암이 아닌, 싸우고 지지고 볶고 그러다 서로 껴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구암에서 말이다. 그러니 구암에서 폭력이 벌어지고 사기꾼이 돌아다니며 매매춘이 벌어진다고 그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자신들과 연관된 일이다. 그건 곧 그들의 일상이란 거다. 그들이 하는 일, 그들과 연관된 일 말이다. 그런 터전에 불길한 변화가 불어온다. 시작은 손영감의 빨래공장이 용강이란 자에게 넘어가면서이고, 결국 다른 조직들에게 계륵 같은 존재였던, 그래서 삼십년 동안 나름 평화로웠던 구암은 영도를 장악한 전국구 조직이 등장하면서 피바람을 맞는다. 양측의 전쟁은 희생을 낳고 희생은 새로운 변화를 만든다. 그 새로운 변화가 구암의 조폭세계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작동하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고 말이다.

     

    아버지란...

    모자원이란 고아원에서 자란 희수에게 보스 손영감은 아버지 같은 존재다. 피를 나눠준 진짜 아버지가 아닌 같은존재. 그건 적당한 이유만 있으면 언제든 떠나거나 배신해도 용인이 가능한 관계라는 거다. ‘의심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희수는 손영감을 잠시 떠난다. 이십년을 충성한 아버지 같은 존재에게서 애정을 못 받았다는 서운함의 확인 끝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첫사랑인 인숙과 함께 살며 그녀의 아들 아미를 자식으로 삼아 같은존재가 아닌 진짜 아버지로 살아가려 한다. 불법적인 일을 하지만 나름의 평범하고 단란한 생활을 꿈꾸기도 하고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 벌어진다. 조폭이면서 폭력과는 상관없는 일반인의 생활을 바랐다는 것. 구암과 영도의 조폭전쟁은 아미가 도화선 역할을 하지만, 희수가 폭력적인 조폭의 세계를 정말 벗어나길 바랐다면 그는 양아들 아미의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함께 구암을 떠나야했다. 이미 조폭세계에서 유명한 아미이고 그만큼의 실력을 갖고 있지만 그 세계의 위험성을 충분히 경험한 마흔 살의 희수라면, 폭력과는 상관없는 평범한 가정을 바랐던 그라면 그래야했다. 하지만 희수는 방관했고 그래서 아미를 잃었으며 인숙을 떠나보냈다.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이다. 아버지 같은존재로서의 손영감은 어쨌든 어떤 식으로라도 희수를 그늘에 두고 보호하려했으나, 희수는 아버지란 관계와 위치를 받아들였으면서도 오히려 양아들 아미를 방기했다.

    희수는 왜 그랬을까? 손영감이 희수를 말로만 아들 같다고하는 것처럼, 희수 역시 아미를 아들이 아닌 조폭이란 위치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게 당연한 것처럼 보였던 거다.

     

    [p 371. 오랜만에 신이 난 아미의 패거리도 모두 아슬아슬하고 위험해 보였다. 그거 위험하니 하지 말라고? 아니다. 건달의 일이란 건 언제나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것이다. 남들이 꺼리기 때문에 건달이라는 직업이 생기는 거고 아슬아슬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경계 속에서 균형을 잡고 살아가는 것은 온전히 아미의 몫이다. 희수는 모처럼 신이 난 아미의 기를 꺾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아미가 그 정도도 눈치 채지 못할 바보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족을 보호하고 희생하며 이끌어간다는 아버지란 존재 자체의 개념이 없기 때문이며, 희수에게는 아버지란 역할보단 조폭세계의 에이스라는 게 더 중요했던 거다.

    [p 543. “아버지가 된다는 게 뭔지 아나? 자기가 이 세상에서 좆도 아니라는 걸 아는 거다. 희수 니는 멋있게 사는 게 중요하겠지만 나한테는 그런 게 별로 안 중요하다. 나는 사는 게 중요하다. 나는 그냥, 숨 쉬고 밥 처묵고 찌질하게라도 사는 게 중요하다.”

    철진이 한참이나 희수를 쳐다봤다.

     

    p 305. “니는 씨발 정신이 없다.” 씨발 정신은 또 뭐냐는 듯 희수가 양동을 쳐다봤다.

    니는 너무 멋있으려고 한다. 건달은 멋으로 사는 거 아니다. 영감님에 대한 의리? 동생들에 대한 걱정? 사람들이 너에 대해서 하는 평가? 좆까지 마라. 인간이란 게 그렇게 훌륭하지 않다. 별로 훌륭하지 않은 게 훌륭하게 살려니까 인생이 이리 고달픈 거다...

    세상은 멋있는 놈이 이기는 게 아니고 씨발놈이 이기는 거다.“

    그래서 씨발스럽게 이겨서 얻는 게 뭔데요?”

    양동이 이 새끼가 아직도 말귀를 못 알아처먹었네, 하는 표정으로 희수를 잠시 쳐다봤다.

    그래야 입에 풀칠이라도 한단 말이다.]

     

    찢어지는 가난에 고아원에서 자란 희수가 아무리 손영감을 만나 그의 그늘에서 살았다고 하더라도 손영감은 진짜 아버지도 아니고 아버지의 관계와 위치를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나중에 드러나는 희수에 대한 손영감의 애정과 신뢰, 보상은 희수를 정말 친아들처럼 생각해서 그런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들며, 그렇기에 손영감은 언제든 갈라설 수 있는 아버지 같은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런 손영감이 희수에게 진짜 아버지의 부재를 대신할 영향력은 없다. 자신을 이끌어줄 아버지의 개념이 없는 희수이니 양아들 아미를 방기한 게 이해되고, 그런 희수는 아버지의 역할로 보면 손영감보다 훨씬 못한 존재가 된다. 적어도 손영감은 아들 같은희수를 돌보며 살리기라도 했으니 말이다. 희수는 멋있어 보이는 아버지가 되려고 했지 진짜 아버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핑계조차 댈 수 없다. 그동안 손영감이 보호해주었고, 모자원 출신의 절친한 친구 철진은 이미 스스로 알았으니까. 구암을 보호하려하고 사람들의 분쟁을 나서서 해결하려 했던 희수의 행동과 걱정은 결국 희수 자신을 좋게, 멋있게 보이려는 것으로밖에 작동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희수는 이기적이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다음에야 아버지란 존재의 의미와 역할을 알게 된다.

     

    [p 576. “세상에 좋은 아버지는 없다. 아버지는 힘이 없는데 애기들은 계속 앵앵거리거든. 아버지는 좆도 힘이 하나도 없는데.” 철진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어쩌면 철진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고 희수는 생각했다. 아버지란 좆같은 것이다. 원래부터 좆같았거나 아님 아버지가 되면서 서서히 좆같아졌거나. 문밖에는 칼바람이 불고 무서운 승냥이떼가 돌아다닌다. 아버지는 힘이 하나도 없는데, 애기들은 계속 앵앵거린다.]

     

    결국 희수는 원래 있던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이 아닌 주인으로, 누군가의 오른팔이 아닌 구암의 보스로 말이다. 그런 희수 옆에 죽은 아미의 절친 흰강이 있다. 마치 손영감과 희수에서 희수와 흰강처럼. 희수는 흰강을 어떻게 대할까? 아미의 일을 교훈삼아 정말 아버지의 역할을 할까?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겠으나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 맨 마지막 희수의 취임식 장면에서 희수는 흰강에게 살인을 지시한다. 정말 아버지의 역할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직접적인 살인을 지시하지는 않을 거다. 희수는 흰강을 자신처럼 보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희수는 이미 가정과 아버지란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대신 자신이 나고 자란 구암에서 타협하며 살아가는 걸 택한다. 자식에게 아버지의 부재가 남기는 대물림의 영향력을 끊고 지긋지긋하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의 터전을 유지하려한다. 그에게 남은 건 구암밖엔 없으니까 말이다. 손영감이 그랬던 것처럼.

     

    [p 514. “왜 그런지 아나? 너는 이 용강이랑 닮았거든.”

    내가 왜 당신 따위랑 닮았는데.”

    너는 자신을 경멸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거든. 그런 인간이 갈 곳은 딱 두 군데밖에 없다. 저 바닥으로 계속 추락하거나 아님 저 위로 하염없이 올라가서 왕이 되거나. 둘 다 존나게 쓸쓸하고 무의미한 곳이지... 희수 니는 올라가서 왕이 되어라.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고.”]

     

    뜨거움이란...

    [p 158. 구암 바다는 큰 조직에게 계륵 같은 곳이었다. 보고 있으면 군침이 돌지만 막상 먹으려들면 먹기도 힘들고 먹어봐야 먹잘 것도 없는 동네였다. 겉보기엔 비리비리해 보이는 구암의 핫바지 건달들도 누가 자기 밥줄을 끊으러 오면 미친 독종으로 돌변했다. 늙은 똥개라도 입에 물고 있는 뼈다귀를 뺏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조폭에 소매치기, 사기꾼, 포주, 창녀, 양아치들이 지지고 볶고 싸우며 살아가는 곳이 구암의 조폭세계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어떡하든 입에 풀칠하려고 살아가려는 곳이 그곳이다. 그런 곳에서 살아가려면 뜨거워야 한다. 일반인의 세계에선 그걸 열정이라 부르겠지만, 조폭세계에서 열정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폭력과 불법과 살인으로 얼룩진 곳에서 열정이란 단어는 고급스럽고 멋있다. 그러니 열정이 아니라 뜨겁게 살아가는 거다. 각자의 생활환경에서 구질구질하게라도 살아가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구르는 삶. 피가 뜨겁지 않다면 구암의 조폭세계에서 잠시도 살아갈 수 없고 죽거나 퇴출된다. 자신이나 누구에 의해 피가 데워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구암의 조폭세계에서 뜨거운 피는 살아가는 최소한의 요건이다. 그리고 그 뜨거운 피가 활화산처럼 폭발할 때 자신은 커다란 분출구멍을 멍에처럼 안고 살아가며 그렇게 흘린 피로 주변은 황폐화가 된다. 뜨거운 피를 분출한 자의 숙명이다.

     

    손영감은 그걸 알고 있었기에 조폭끼리의 대거리를 자제하며 살아왔다. 한 번 분출한 희수는 사화산이 되었을까, 아직도 용암이 흐르며 언제든 활성화될 수 있는 휴화산일까?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겠으나, 가족을 데리고 구암을 떠나지 않았던 것처럼 구암의 조폭세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요원해 보인다. 즉 구암의 조폭세계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무엇을 얻어가며 살아가는 게 아닌 어떻게 뜨거운 피를 유지하는가가 중요한 그런 곳이다.

     

    [p 414. “이 바다가 뭣이 좋습니까. 소매치기에, 사기꾼에, 포주에, 창녀에, 양아치들하며, 만날 싸우고 지지고 볶고, 기껏 화해시키려고 자리 마련하면 이야기 쪼매 하다가 결국 욕하고, 술판 뒤집고, 소주병 날아다니고, 대가리 깨지고, 울고, 그래놓고도 또 술 처마시면 서로 껴안으면서 사랑한다, 우리가 남이가, 이 지랄이나 하고 자빠지고, 영감님, 저는 마 요즘엔 신파가 딱 싫습니다.” 희수가 농담처럼 말했다.

    나는 만날 싸우고 지지고 볶아서 이 바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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