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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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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쪽 | A5
ISBN-10 : 8936471201
ISBN-13 : 9788936471200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양장] 중고
저자 서경식 | 역자 박광현 | 출판사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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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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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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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리모 레비의 삶과 죽음을 살펴보는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재일조선인 작가 서경식이 쁘리모 레비의 삶과 사상, 죽음의 의미를 반추하러 떠난 여정을 담은 에세이다. 폭력의 시대를 증언하고 경고하는 표상인 레비를 통해 경고와 희망의 메세지를 전해준다.

현대 증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쁘리모 레비는 유대계 이탈리아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아우슈비츠에 수용되었다 극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우리 시대의 지옥을 경험했지만 항상 삶을 긍정하던 조용한 낙관주의자였던 레비는 돌연 1987년에 자살했다. 저자는 이러한 급작스러운 그의 죽음에 이끌려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책은 쁘리모 레비의 삶을 '아우슈비츠 이전'과 '아우슈비츠 이후'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유대계 이탈리아인과 재일조선인, 태어나고 자란 사회에서 주변부에 위치한 그들의 민족, 추방과 박해, 이산의 경험 등 30여년이라는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점을 가진 레비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풀어낸다.

저자소개

목차

한국판에 부쳐

이딸리아에 내리는 눈
자기 본위의 죽음
적의의 시대
뽀 거리
불순물
저편
부나
안개 속 아침
단순 명쾌?
수치
'인간'
단절
독일인
레 움베르또 거리
오디쎄우스의 죽음
한순간의 빛

후기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및 인용문헌
쁘리모 레비의 시대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무시무시한 정치 폭력의 세기였던 20세기,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의 마음을 헤아리는 여정에 서경식은 몸을 던진다. 재일조선인으로써 그는 쁘리모 레비의 마음에 공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직하게 그는 그런 부분에 크게 괘념하지 않는다. 그는 유비allegory하려고 시도한다. 재일 조선인과 디아스포라 유대인 유비. 홀로코스트와 기타 사건들 유비. 쁘리모 레비와 윤동주 유비. 신선한 접근이자, 악의 편만성과 보편성에 대한 고발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우선 가장 먼저 알 것은, 쁘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를 경험할때나, 그전이나 혹은 그 이후에도, 항상 소수자로 무언의 혹은 실질적인 압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유대인으로서 이딸리아에서 놀림을 당했던 경험, 홀로코스트의 경험, 생환 이후의 경험. 특히, 생환 이후에 비유대인이나 유대인에게 공감을 사지 못한 이야기는 독자의 가슴을 후벼팠다. 아프다.   ...
    무시무시한 정치 폭력의 세기였던 20세기,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의 마음을 헤아리는 여정에 서경식은 몸을 던진다. 재일조선인으로써 그는 쁘리모 레비의 마음에 공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직하게 그는 그런 부분에 크게 괘념하지 않는다.
    그는 유비allegory하려고 시도한다. 재일 조선인과 디아스포라 유대인 유비. 홀로코스트와 기타 사건들 유비. 쁘리모 레비와 윤동주 유비. 신선한 접근이자, 악의 편만성과 보편성에 대한 고발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우선 가장 먼저 알 것은, 쁘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를 경험할때나, 그전이나 혹은 그 이후에도, 항상 소수자로 무언의 혹은 실질적인 압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유대인으로서 이딸리아에서 놀림을 당했던 경험, 홀로코스트의 경험, 생환 이후의 경험. 특히, 생환 이후에 비유대인이나 유대인에게 공감을 사지 못한 이야기는 독자의 가슴을 후벼팠다. 아프다.
     
     
     
     
    누군가 죽으면 이제야 그 사람이 완전히 어깨의 짐을 벗었구나? ... ‘일종의 자기 본위’?..
    1939년 5월 22일 에스빠냐인민전선의 패배를 맞아 뉴욕의 호텔에서 목을 맨 독일 극작가 에른스트 톨러(Ernst Toller). 1940년 9월 27일 삐레네산맥을 넘어 망명하는 도중에 에스빠냐 국경경찰이 입국시켜주지 않자 모르핀을 삼킨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942년 2월 22일 일본군에 의한 싱가포르 함락이 보도되자 브라질의 리우지자네이루에서 수면제를 마신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투쟁과 절망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런 망명 유대인들의 죽음... 30-32.
     
    ‘이해’에 대한 간절한 욕망, 그것은 소년 시절부터 변함없이 쁘리모 레비의 생애를 관통하고 있다. 과학정신은 파시즘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였다. 그는 비합리적인 정신주의에 대한 경멸과 혐오감을 통해 파시즘에 의한 부식으로부터 자신의 혼을 지켰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아우슈비츠라는 이해할 수 없는 역유토피아의 세계에 던져졌을 때, 역유토피아를 지상에서 실현한 ‘독일인’을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어져갔다.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그 상대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욕망은 생환한 후에도 증폭되었다. 그것은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욕망이었다. 61.
     
    ‘아우슈비츠’가 비교 불가능한 ‘유일무비唯一無比’의 사건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내 상각은 조금 다르다. ‘아우슈비츠’는 ‘비교 가능’한 사건이다. 비교 후에 도출된 대답은 그것이 과거 인간 또는 인간사회의 제도가 보여줄 수 있었던 냉혹함과 잔인함의 극한적 실례라는 것이다. / 비교하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누가 어떤 동기로 비교하는가일 것이다. 내가 ‘아우슈비츠’와 한국의 감옥을 상상하면서 관계지은 것은 ‘아우슈비츠는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다’는 식의 언사로 나찌의 범죄를 상대화하려는 시도에 가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감옥이 아우슈비츠보다 낫다는 등의 말을 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거기에서 감금되어 고문당하고 있는 당사자에게 ‘유일무비’하기 때문이다. 138.
     
    그 참혹한 재앙 이전에 쁘리모 레비는 자신이 유대인 출신인지 아닌지가 ‘주근깨’ 정도의 ‘사소한 차이’에 불과하다고 믿고 있었다. 무쏠리니의 반유대 조치가 ‘시약’이 되어 그는 이딸리아 사회에서 ‘불순물’로 분류되어갔다. 아우슈비츠로 이송될 때는 ‘토지 없는 민중이 오랜 옛날부터 겪어온 고뇌’를 맛보았다. 부나에서는 ‘노예 중의 노예’로 취급되었다. 작업에 배치된 실험실의 민간인 여성에게도 ‘냄새가 나는 유대인’이라고 멸시를 당했다. 그 모든 과정은 보편적 ‘인간’이라는 18세기 말 이래의 계몽주의적 이념에 대한 커다란 반동이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겪고 쁘리모 레비는 ‘유대인’이 되어, 묘비에 히브리어를 새겨놓은 것이 의미하는 것처럼 ‘유대인’으로 묻히게 된 것이다. 147-8.
     
    ‘인간이라면 이렇게까지는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통념, ‘인간이라면 여기까지 추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 그것들이 가차 없이 배반된 장소가 아우슈비츠였다. 거기는 ‘인간’이라는 척도가 철저하게 파괴된 역유토피아였다. 156.
     
    제국주의... ...
    아프리카 침략과 ‘삼각무역’으로 영국을 비롯해 유럽 각국은 거대한 부를 축적했다. 말할 것도 없이 에스빠냐 사람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저지른 일, 영국인이나 프랑스인이 아프리카, 인도,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저지른 일, 식민지를 건설하러 아메리카 대륙에 갔던 백인들이 원주민과 아프리카인 노예에게 저지른 일, 일본인이 타이완, 조선, 중국 대륙 등 아시아 각지에서 저지른 일, 그 범죄들과 비교함으로써 나찌의 대죄를 상대화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다른 제국주의자들이 나찌의 그늘에 몸을 숨기고 자신의 죄를 면하려는 것 또한 용서해서는 안 될 것이다. 189-90.
     
    오히려 나는 아우슈비츠의 ‘야만’ 세계에서 온갖 균열 속에 있는 ‘문명’ 세계로 생환해온 그에게서 이 ‘문명’ 세계의 자기 모순을 짊어지고, 새로운 보편적 문명의 구축이라는 난제의 무게를 견뎌내어 일어서는 동시대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194.
     
    이 ‘뮐러’들은 한목소리로 ‘공생’ 위해서는 서로 ‘원한’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온화한 어조로 그렇게 말함으로써 그들은 미리 자신들을 ‘원한’ 등과 같은 비생산적인 감정을 초월한 이성의 높은 위치에 두고, 어느새 이쪽의 위치에 저급한, 보복 감정을 지닌, 비이성적인 사람들이라는 레테르를 붙인다. 나는 조선인이 일본인에게 ‘원한’을 품는 이유를 얼마든지 댈 수 있지만, 그와 반대의 경우는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서로’라는 말이 어쩐지 수상쩍기만 하다. 이와 같이 그들은 실제 ‘증오’의 원인이 된 역사적/사회적 현실을 개선하려고 하기는커녕 가해자의 책임을 모호하게 만들고, 상처를 치유할 수 없는 피해자에게 은근한 어조로 과거를 잊어버리라고 강요한다. / ... 도대체 어느 쪽이 ‘앞’이란 말인가? ... 그들에게 ‘새롭다’는 것은 경제적인 ‘풍요로움’과 동의어며, 그것이야말로 ‘정의’보다 우선하는 척도인 것이다. 208.
     
    혈통적 혹은 문화적 의미에서 ‘독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수치스러워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독일어를 쓰는 것, 쏘시지를 좋아하는 것, 라인강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등을 부끄럽게 여길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신들에게 친숙한 생활양식이나 사고방식 중 무엇인가가 나찌즘의 기반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나 불안을 느끼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나찌즘을 낳고 키우고 묵인하고 지지하며 그것에서 이익까지 얻은 독일 국민의 일원으로서 느끼는 치욕감, 그 감각에 가능한 한 민감할 필요가 있다. 그와 같은 자세야말로 “인간으로서의 원칙적인 수치심”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들과 정서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전제다. 213.
     
    ‘이해’하고픈 강한 욕구와 초조함 그리고 ‘이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 이런 균열은 이성적인 쁘리모 레비에게 죽음의 순간까지 고뇌를 제공했다. 쁘리모 레비에게 ‘독일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소통 불능의 싶은 균열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그야말로 심신을 갉아먹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231.
     
    수용소의 악몽... 귀환을 갈망하는 꿈이 아니라, 귀환 후 무서운 고독과 고통을 예견하는 꿈... 239.
     
    피해자가 불필요하게 알몸을 드러내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괴로운 마음이었다. 나의 어머니나 할머니가 증인석에 서 있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가해자가 사실을 인정하기만 하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이 감정에는 산증인인 여성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싸우려 하는 주체성을 경시한 면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246.
     
    단절 속에서 온몸으로 떨쳐 일어난 증인들이 ‘인간’의 재건을 위해서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편’의 사람들은 보신이나 자기애 때문에, 천박함과 나약함 때문에, 상상력의 빈곤함과 공감대의 결여 때문에 증인들의 모습을 바로 보지 않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249.
     
    쁘리모 레비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증인이었다. 그런데 ‘이편’의 세계, 즉 우리의 세계는 증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증인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에도 무심했던 것이다. / 쁘리모 레비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모든 것이 단순 명쾌했을 것이다. 고난에 대한 인간성의 승리나 구제의 서사, 오디쎄우스의 개선에 관한 서사... 우리는 대부분 스스로의 천박함과 나약함 때문에 그 단순 명쾌함에 매달리려고 한다. 하지만 옅은 어둠 속 공간에 몸을 던진 쁘리모 레비는 자기 자신의 육체를 돌바닥에 내동댕이침으로써 우리의 천박함을 산산이 깨부수었다. 270-1.
  • 누구의 잘못일까 | fl**dnajs | 2010.06.1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쁘리모 레비는 누구일까로 책을 폈다. 책을 편 이후에는 왜 자살한 것일까를 끊임없이 물어가면서 읽었다. &n...
     

    쁘리모 레비는 누구일까로 책을 폈다.

    책을 편 이후에는 왜 자살한 것일까를 끊임없이 물어가면서 읽었다.

     

    쁘리모 레비..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유대인.

    세계2차 대전 중에 유대인 대량학살이 일어나면서 레비는 자신이 유대인인 것을 알았다.

    주근깨가 나고 안 나고의 차이정도로 유대인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하지만 아우슈비츠에 가면서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뼈저리게 느낀다.

     

    그 잔혹하리만큼 잔혹한 아우슈비츠에서의 2년은 레비에게 내면의 다른 삶이라는, 굴레를 주었을 것이다. 벗어나고 싶었지만 벗어나지 못한 굴레 속에서 쁘리모 레비는 자살이라는 것이 유일한 해방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수필형식이기에 쉽게 생각하면서 읽었다.

    그리고 보는 건 역시 수월하였다. 하지만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읽는 이 책은 나에게 인간이기에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주제를 담고 있기에 책을 읽으면서 힘겨웠다.

     

    인간이 인간에게 어느 정도 잔혹함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한 끝없는 물음들..

    그리고 잔인함을 견디어 내는 인간의 강한 의지.

     

    인간이기에 감사함과 인간이기에 저지른 잘못들에 대한 반성.

     

    많은 것이 교차하면서 읽었다.

    어느 누구도 레비의 자살에 대해서 옮고 그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다른 누군가에게 또 다른 레비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한다고 나의 무관심으로 상처 받는 사람이 없기를 기원하였다.

  •  Let our fate be a warning for you.(우리의 운명을 당신들을 위한 경고로 삼아라.) ...

     Let our fate be a warning for you.(우리의 운명을 당신들을 위한 경고로 삼아라.)

    이 글귀는 루블린 근교의 마이다네크 수용소에 있는 영묘(墓)에 쓰여져 있는 글귀이다. 이 글귀는 <이것이 인간인가>를 통해 쁘리모 레비가 했던 경고이기도 하면서 이 책을 통해 서경식 선생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경고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서경식 선생이 이 경고가 얼마나 한국과 일본 국민에게 전달되었는지는 미지수이다.

     

     사실 이 책에 대한 소문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이 책은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고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회의를 품게 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을 쑥대밭으로 만들게 된다"는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이미 정신적으로 '완전'하다고 자부하는 입장에서 아무리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잇는 책이라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이 책을 덮고 나서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내 마음은 평온하고 그저 담담할 뿐이다.

     

     다만 이 책 때문에 오늘 공부는 공 쳤다는 것은 고백해야겠다. 오늘은 월요일이기도 했고 점심을 먹고 나니 졸리기도 해서 잠시 잠을 쫓기 위해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이것이 오늘 나의 최악이 선택이 되고 말았는데 앉은 자리에서 2시간 30분만에 정독을 하고 한동안 생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결국 법전을 펴기는 했지만 이 책 생각이 계속 나서 공부는 잠시 접고 이렇게 서평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독서량이 늘어남에 따라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책은 거의 없었는데 이 책은 한 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이런 마력은 식음을 전폐하고 밤 새도록 읽었던 영웅문 이후 오랜만이었다.)

     

     이 책은 쁘리모 레비라는 인물의 흔적을 찾아 이탈리아를 방문한 서경식 선생님이 그의 흔적을 만나면서 떠오르는 다양한 생각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다. 그렇다면 쁘리모 레비(Primo Levi)는 과연 누구인가? 그는 유대계 이탈리아인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생존자였으며 <이것이 인간인가> 등의 저서를 통해 20세기라는 잔혹한 정치 폭력의 시대를 증언하였으나 1987년에 자살하고 말았다. 이렇게 쁘리모 레비라는 인간을 보고 있으면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이 "대체 왜 자살했을까?"이다. 그는 최악의 고난이라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이 상황을 살아서 증언하기 위해 끝까지 목숨을 부지하였다. 그렇게 삶에 대한 의지가 넘쳤던 그가 갑작스레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 이 책의 맨 앞에도 나와 있듯이 '그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나는 여행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p.5)라고 서경식 선생은 말하고 있다. 결국 그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고난에 대한 인간성의 승리나 구제의 서사, 오딧세우스의 개선에 대한 서사등으로 단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가 자살함으로써 냉혈이나 잔혹은 지금도 세계를 덮고 있다(p.271)고 서경식 선생은 담담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쁘리모 레비는 점점 잊혀져 가고 있는 듯하다. 비록 일본에 비해서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이른바 '역사가 논쟁'이 등장했으며 이로써 쁘리모 레비는 독일인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조차 사라지자 자살이라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경고는 전달되는 것'일까? 하지만 다행히 국내에서 쁘리모 레비의 대표작인 <이것이 인간인가><주기율표>가 뒤늦게 나마 번역된 점은 약간의 희망의 불빛을 보게 해준다. 과연 인간은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존재인지는 이렇게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가 잊혀지는지 아닌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  쁘리모 레비는 1919년 토리노에서 태어난 유대계 이탈리안으로 2차 세계대전 말기 반 파시즘 저항 운동에 가담하여 ...
     쁘리모 레비는 1919년 토리노에서 태어난 유대계 이탈리안으로 2차 세계대전 말기 반 파시즘 저항 운동에 가담하여 싸우다 체포되어 아우슈비츠로 이송되어  해방 될때 까지 살아남은 아우슈비츠 생존자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 지옥같은 수용소의 죽음과 전쟁의 참상.. 인간에 대한 인간의 잔인성을 고발하기 위해 그는 살아남았다. 그러고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제목의 아우슈비츠 기록을 썼다.

     그러나 아우슈비츠에서 생환한 그가 1987년 돌연 자신의 집 4층 난간에서 뛰어내려 자살하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생존이라는 가능성이 희박한 그 곳에서도 살아온 그가 돌연 자살한 이유는..

      저자는 모국어를 잊고 태어난 재일 조선인 2세로 인간이 어떻게 이토록 잔인해 질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레비의 인생을 기억해 간다. 그리고 그의 기억속에는 자신의 모국어를 잊어야 하는 지식인의 고통을 겪던 윤동주와 민주화를 위해 모진 고문과 학대 .. 그리고 옥중생활을 한 두 형에 대한 사무친 마음.. 그리고 전쟁이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오늘도 사과를 받지 못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기억이 같이 존재한다.

     그 살인의 시대가 가고 평화의 시대가 도래 했다고 했지만 인간에 대한 폭력과 지배.. 살상의 역사는 오늘날 까지도 계속 이어진다.

    과연 그 시대에 살아남은 자는 무엇을 보기 위해 살아남았던 것일까..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잊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 수인번호 174517. ...

    수인번호 174517.

     

    인간의 정체성이 이처럼 간단한 숫자로 정의될 수 있는 세상, 그 얼마나 폭력적인가? 하지만 이는 어떠한 물건의 소지도 허용되지 않는 공간에서 같은 옷을 입고 생활하는 사람들, 그들을 서로 구분 짓는 유일한 도구였다. 이 숫자는 평생 한 사람의 머리를 짓눌렀을 것이다. 아니, 완벽히 그를 구성하는 한 요소로 둔갑해, 그의 묘비의 가장 잘 보이는 부분엔 평생을 지긋지긋하게 되뇌었을 이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허용될 수 없는, 하지만 이미 역사라는 단어로 불리고 있는, 쁘리모 레비(이하 레비), 그는 아우슈비츠의 혹독함을 이겨낸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임레 케르테스에게 그 곳에서의 경험이 뗄래야 뗄 수 없는 끔찍함이었던 것처럼, 그에게도 아우슈비츠는 끊임없는 성찰을 필요로 하는 곳이었다. (난 아직 그의 글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아우슈비츠는 끝나지 않았다라는 제목을 통해 우리는 그의 글이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이 겪은 끔찍한 경험들을 고백하는 것은 분명 적지 않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으리라.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레비가 아우슈비츠의 혹독함을 이겨냈음에도 불구하고 훗날 자살로써 생을 마감했음을 그리고 장 아메리를 비롯하여 레비와 같은 선택(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생을 마감한)을 한 이들이 많음을 알았다. 그들은 나치가 더 이상 활보하지 않는 시대까지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에른스트 톨러, 발터 벤야민, 슈테판 츠바이크 등 절망적인 현실을 극복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과는 달랐다. 나치는 물러났고, 나치 체제 하에서 자행되었던 유대인 학살은 국제적으로 비난 받고 있었다. 분명 시대는 그리고 세상은 이전보다 희망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현실을 등지는 선택을 행했다. 무엇이 이토록 많은 이들로 하여금 생을 외면토록 한 것일까?

     

    저자의 이탈리아 방문에 레비의 자살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레비가 죽기 전까지 살았던 곳을 방문하고 싶어했고, 여전히 그 곳에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레비 부인과의 만남을 고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남편을 잃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무미건조한 톤의 I am very alone. I cant receive anyone.  I cant speak on Primo.라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노동을 통한 절멸. 건강한 신체를 가진 유대인들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하지만 그 길을 만든 것은 독일인만이 아니며, 그 길을 걸은 것 역시 유대인 뿐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다수의 유대인은 각 국의 문화에 동화되어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체 자신을 이탈리아인, 독일인 등으로 여기고 있었다. , 아우슈비츠에서 죽어간 이들은 유대인이기 이전에 이탈리아인, 독일인이었다. 그들에게 정체성은 애초부터 자신을 규정하는 무언가가 아닌, 외부의 폭력에 의해 강요된 것이었다.

    지난 역사로 인해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게 된 저자에게 유대인들의 정체성 획득 과정은 낯선 게 아니었다. 일본말을 사용하지만 그는 일본 사회에 속할 수 없는 타자였으며 동시에 일본과 조선, 어느 곳에도 속하기 힘든 방랑자였다. 수용소에서 자신을 멸시하는 시선을 통해 자신이 유대인임을 스스로에게 각인시켰던 유대인들마냥 그 역시 조선인을 향한 일본인들의 차별을 통해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체득했다. 두 사회에 모두 발을 디딘, 하지만 어느 사회에도 확고히 소속되지 못한, 시대가 낳은 아픔이 아닐지

     

    과거를 증언해온 많은 이들이 이미 고인이 되었고, 아직 살아있는 이들에게도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못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역사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듯 행동하고 있는 게 오늘날이다. 자꾸만 우경화되는 일본 사회, 과거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과거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행위조차도 그들은 가벼이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본인이 특수하기 때문은 아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 모든 희생을 기꺼이 감수해야만 했던 우리의 지난 역사 역시 폭력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일제의 조선인 학살 그리고 군부 독재정권의 민주화 운동 탄압, 어느 것이 다른 어느 것보다 더 나쁘거나 덜 나쁘다 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모두가 폭력적이기에

     

    -차별하는 자에게 같은 인간이라는 관념은 그냥 단순한 표어 정도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지만, 차별받는 자에게는 자신의 육체나 정신을 지키는 투쟁의 근거이며 무기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피해자 측은 언제나 가해자를 포함한 새로운 보편성의 틀을 재구축하는 역할을 짊어지게 된다. 그것이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변증법이다.(p183-184)

     

    인간은 존엄하기 때문에라는 말은 너무도 추상적이다. 하지만 차별하는 이, 차별받는 이는 모두 인간이다. 시대를 증언하는 이, 시대를 부인하는 이 모두가 인간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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