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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
408쪽 | 양장
ISBN-10 : 8932918597
ISBN-13 : 9788932918594
배반 [양장] 중고
저자 폴 비티 | 역자 이나경 | 출판사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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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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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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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로 맹렬한 위트로 현대 미국 사회의 핵심부를 파고든 걸작! 폴 비티의 2016년 맨부커상 수상작 『배반』.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맨부커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폴 비티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미국 국적의 작가가 맨부커상을 받은 것은 48년 맨부커상 역사상 처음이다. 이 소설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교외 가상의 마을을 무대로, 노예 제도와 인종 분리 정책이 현대에 다시 도입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흑인 미Me가 미국 대법원 법정에 서는 장면으로 시작해 그곳에 이르기까지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짚어 나가는 방식으로 흘러가며, 그 과정에서 인종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로스앤젤레스의 어느 맑은 아침, 눈을 떠보니 [디킨스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표지판이 사라지고 없었다. 원래부터 우범 지대였던 디킨스시는, 디킨스시가 아니게 된 다음부터 더 난장판이 되어 버렸고, 혼란에 빠진 마을을 구하려던 주인공은 우연히 인종 분리 정책이 사람들을 단합시키고 온순하게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주인공은 마을을 구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시작한다. 노예 제도와 인종 분리 정책을 부활시키려는 것이다. 버스에 백인 우대석을 설치하고, 백인이라곤 아무도 살지 않는 흑인 마을에 가상의 백인 전용 학교를 세우는데….

저자소개

저자 : 폴 비티
저자 폴 비티는 196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캘리포니아의 우드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브루클린 대학교에서 문예 창작으로 석사 학위를, 보스턴 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맨해튼의 예술 단체 뉴요리컨 포이츠 카페의 시 부문에서 수상했고, 수상 혜택으로 이듬해 첫 시집 『빅뱅크 테이크 리틀 뱅크Big Bank Take Little Bank』를 출간했다. 첫 소설 『화이트 보이 셔플The White Boy Shuffle』(1996)과 두 번째 소설 『터프Tuff』(2000)가 『뉴욕 타임스』와 『타임』에서 호평을 받으며 『뉴욕 타임스』에 칼럼을 쓰기도 했다. 2008년 베를린에서 활약하는 미국인 DJ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슬럼버랜드Slumberland』를 발표했다.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배반The Sellout』(2015)은 그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로스앤젤레스 교외 가상의 마을을 무대로 현대 미국에 노예 제도와 인종 분리 정책이 복구되는 이야기로,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미국의 부조리한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다. 미국 작가가 맨부커상을 수상한 것은 맨부커상 역사상 48년 만에 처음이다. 이 책은 2015년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상을 수상했고, 『뉴욕 타임스 북 리뷰』와 『월 스트리트 저널』, 『퍼블리셔스 위클리』, 『커커스 리뷰』 등 10여 개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혔다.
폴 비티의 다른 작품으로는 시집 『조커, 조커, 듀스Joker, Joker, Deuce』(1994)와 미국 흑인 유머 앤솔러지 『호컴Hokum』(2006) 등이 있다.

역자 : 이나경
역자 이나경은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에서 르네상스 로맨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는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모히칸족의 최후』, 스티븐 킹의 『샤이닝』, 닉 혼비의 『피버 피치』, 『딱 90일만 더 살아 볼까』, 제프리 디버의 『 XO』 등 다수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당신이 퍼내는 똥 덤 덤 도넛 지식인 모임 정확한 잔돈, 또는 선과 버스 승차 및 관계 회복의 기술 시티 라이트: 막간의 이야기 멕시코인이 너무 많아 사과냐 오렌지냐 순전한 흑인 종결 감사의 글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흑인 남자가 이렇게 말하면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나는 물건을 훔쳐 본 적이 없다. 세금이나 카드 대금을 내지 않은 적도 없다. 극장에 표 없이 숨어 들어간 적도, 상업주의와 최저 임금제에 무심한 편의점 점원이 거스름돈을 더 주었을 때 그냥 받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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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남자가 이렇게 말하면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나는 물건을 훔쳐 본 적이 없다. 세금이나 카드 대금을 내지 않은 적도 없다. 극장에 표 없이 숨어 들어간 적도, 상업주의와 최저 임금제에 무심한 편의점 점원이 거스름돈을 더 주었을 때 그냥 받아 간 적도 없다. 빈집을 턴 적도 없다. 주류 가게에서 강도질을 한 적도 없다. 붐비는 버스나 지하철 노약자 전용 좌석에 앉아 얼굴에 변태 같으면서도 어딘지 뚱한 표정을 짓고서 거대한 페니스를 꺼내 자위를 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여기, 미합중국 대법원의 휑하니 커다란 방에 와 있다.
- 9면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나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흑인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때는 우리가 정말로 뭔가 잘못했을 때뿐임을 드디어 알게 되었다. 그래야만 우리가 흑인이지만 동시에 무죄라는 인지 부조화에서 벗어날 수 있고, 교도소에 가게 된다는 사실이 어떤 면에서는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 31면

디킨스는 이와는 다른 종류의 변화를 겪었다. 로스앤젤레스의 어느 맑은 아침, 눈을 떠보니 도시의 이름이 바뀐 것이 아니라 〈디킨스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표지판이 사라지고 없었다. 공식 발표도, 신문 기사도, 저녁 뉴스 방송도 없었다.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어떤 면에서는 대부분의 디킨스 시민들 역시, 이곳 출신이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마음이 놓였다. 가볍게 대화를 나누다 「집이 어딘가요?」라는 질문에 「디킨스」라고 대답하자 상대가 미안하다는 듯이 눈길을 돌리는 것을 보며 부끄럽지 않아도 되니까. 「물어봐서 미안해요! 날 죽이지 말아 줘요!」
- 84면

버스를 타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카리브해에 휴가를 다녀온 뒤 소매를 걷어 올리고 태닝을 자랑하는 백인 옆자리에 앉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원래는 어디 출신이냐고요?」라는 질문을 받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된 것 같은 기분. 주거지 증명을 보여 달라는 요청을 받은 남미계 미국인, 「진짜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은 가슴 큰 여자가 된 기분.
- 184면

〈나는 흑인 여자들을 항상 피부색으로 묘사하는 게 지겨워요! 꿀색이 어떻고! 다크 초콜릿색이 어떻고! 내 친할머니는 모카색이 감도는 카페오레, 망할 그레이엄 크래커 갈색이었다고 하다니! 대체 백인 여자들을 음식이나 뜨거운 액체의 색으로 묘사하지 않는 이유는 뭐죠? 어째서 이 인종 차별적이고 결말도 없는 책에 요구르트색, 달걀 껍질색, 스트링 치즈 피부, 저지방 우윳빛 백인 주인공은 안 나오는 거죠? 그래서 흑인 문학이 후지다는 거예요!]
- 197면

디킨스를 되살려 내는 방법도 바로 인종 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안에서 나누던 공동체 감정이 학교로 퍼질 것이고, 그다음에는 도시 전체로 스며들 것이다. 인종 분리 정책이 남아공 흑인들을 결집시켰다면, 디킨스에서도 똑같은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 228~229면

「호미니의 〈노예 생활〉이 인간의 구속에 해당한다면, 미국 회사는 무급 인턴들에게서 엄청난 집단 소송에 걸릴 준비를 해야 한다는 햄프턴의 말은 일리가 있었어.」
- 38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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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범죄율, 실업률, 문맹률 1위 도시 디킨스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폴 비티의 2016년 맨부커상 수상작 『배반The Sellout』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선정된 『배반』은 폴 비티의 네 번째 장편소설로, 미국 국...

[출판사서평 더 보기]

범죄율, 실업률, 문맹률 1위 도시
디킨스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폴 비티의 2016년 맨부커상 수상작 『배반The Sellout』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선정된 『배반』은 폴 비티의 네 번째 장편소설로, 미국 국적의 작가가 맨부커상을 받은 것은 48년 맨부커상 역사상 처음이다. 이 소설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교외 가상의 마을을 무대로, 노예 제도와 인종 분리 정책이 현대에 다시 도입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흑인 미Me가 미국 대법원 법정에 서는 장면으로 시작해 그곳에 이르기까지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짚어 나가는 방식으로 흘러가며, 그 과정에서 인종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작가 폴 비티는 1962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출생으로, 두 권의 시집을 발표한 뒤 첫 소설 『화이트 보이 셔플』(1996)과 두 번째 소설 『터프』(2000)가 『뉴욕 타임스』와 『타임』에서 호평을 받으며 『뉴욕 타임스』에 칼럼을 싣기도 했다.
역사학자인 어맨다 포먼 맨부커 심사위원장은 [이 작품이 조너선 스위프트나 마크 트웨인 이래 보지 못한 종류의 극도로 맹렬한 위트로 현대 미국 사회의 핵심부를 파고들고 있다]고 극찬했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이 소설이 작가의 고향 로스앤젤레스의 풍경을 충격적이고도 예상을 벗어날 만큼 웃기게 그려 냈다면서 [이 도시와 주민들의 초상을 애정과 신랄한 역설을 담아 그리면서 인종 간 관계와 가정, 해결책에 대해 뻔한 시선을 피해 갔다]고 평가했다. 이어 [작가는 묘할 만큼 솔직하고 선의를 지닌 영웅이 자신의 부패한 세상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견딜 수 없는 미국의 오늘날 현실을 부조리한 결말로 이끈다]고 평했다.

어째서 이 인종 차별적이고 결말도 없는 책에
요구르트색, 달걀 껍질색, 스트링 치즈 피부, 저지방 우윳빛
백인 주인공은 안 나오는 거죠
그래서 흑인 문학이 후지다는 거예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흑인이다. 그는 은근히 차별받느니 차라리 노골적인 노예 생활을 하던 옛날이 낫다는 판단하에, 노예 제도와 인종 분리 정책을 부활시키려고 한다. 버스에 백인 우대석을 설치하고, 백인이라곤 아무도 살지 않는 흑인 마을에 가상의 백인 전용 학교를 세우는가 하면, 공공 도서관의 이용 안내판을 〈일요일~화요일: 휴관, 수요일~토요일: 10시부터 5시 30분까지 개관〉에서 〈일요일~화요일: 백인 전용, 수요일~토요일: 유색 인종 전용〉이라고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마을을 구하기 위해서다.
로스앤젤레스의 어느 맑은 아침, 눈을 떠보니 [디킨스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표지판이 사라지고 없었다. 공식 발표도, 신문 기사도, 저녁 뉴스 방송도 없었다. 영문도 모른 채 마을이 사라지자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알 수 없게 돼버린 것 같았다.
원래부터 우범 지대였던 디킨스시는, 디킨스시가 아니게 된 다음부터 더 난장판이 되어 버렸고, 혼란에 빠진 마을을 구하려던 주인공은 우연히 인종 분리 정책이 사람들을 단합시키고 온순하게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인종 분리가 남아공 흑인을 결집시켰다면 디킨스에서도 똑같은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주인공이 말이 많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여정을 따라다니면서 그의 모든 것을 알게 된다. 죽은 아버지를 얼마나 그리워하는 동시에 싫어하는지, 그가 언제부터 유부녀 소꿉친구에게 구애하기 시작했는지 주인공의 인생을 낱낱이 알게 된다. 즐겨 듣는 음악, 좋아하는 책과 음식까지도 알 수 있다. 가히 현대 미국 문화에 대한 대백과라고 할 만하다. 그래서 주인공을 알게 되는 자체가 흑인 사회에 사는 한 세대의 개별적인 존재의 모든 것을 알게 되는 셈이 된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슬로건으로서의 흑인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의 톰 아저씨처럼, 과거를 대변하기도 하고, 현재를 대변하기도 하며, 미래를 대변하기도 한다.

2016 맨부커상 수상
48년 맨부커상 역사상 처음 맨부커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

뉴욕타임스 북 리뷰 [올해 최고의 책 10권] 선정, 월스트리트 저널 선정 [올해의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올해의 책], 커커스 리뷰 [올해의 책], 보스턴 글로브 [올해의 책], 허핑턴 포스트 [올해의 책 18선], 포일스 선정 [올해의 책], 뉴 스테이츠먼 선정 [올해의 책], 가디언 선정 [올해의 책], 북 라이엇 선정 [가장 웃긴 소설 100선]

동물원에서 [버라카]라는 이름의 고릴라를 놀리다 주인공을 발견하고 놀란 나머지 나랑 제일 친한 친구 중에 원숭이들도 있어요라고 말해 버린 여자, 아니, 원래는 어디 출신이냐고요라는 말을 듣는 아시아계 미국인, 진짜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 가슴 큰 여자 등, 이 소설은 편견과 차별의 역사를 짚어 나가며 [모두 까기]를 펼쳐 보이기도 한다. 이데올로기적인 문제를 빼고도 자체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노래 가사처럼 플로우를 따라서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단일 민족 국가라는 이데올로기 속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에게, 미국의 유색 인종 차별은 언제나 너무 과거의 이야기거나, 피상적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는 주제였다. 어쩌면 미국 내에서도, 유색 인종 차별은 젠더나 종교 등의 다른 이슈들에 밀려 [논의]가 아니라 [소비]되고 있었다고 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배반』은 바로 지금, 인종 차별에 대해 입으로만 떠들고, 상상 속에서만 반대하는, 어쩌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아갈 확률이 가장 높은 독자들이 꼭 만나야만 하는 소설이다.
작가는 맨부커상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쉽게 화를 내고 낙담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괴롭히곤 한다. 그러나 글을 쓸 때에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확신에 차 있으려고 한다. 이 책은 어려운 책이다. 쓰기 어려웠다. 읽기 어렵다는 것도 안다. 모든 사람들이 나름의 각도에서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언론평
모든 사회적 금기와 정치적 올바름을 건드려, 눈살을 찌푸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책이다. 문학은 읽는 이에게 편안하기만 해선 안 된다. 진실은 아름답기 어려우며, 읽는 이의 가슴에 못을 박기도 한다. 이 책은 너무 재미있고 고통스럽다. 이것이 진짜 [우리 시대의 소설]이다. ― 맨부커상 심사위원회

첫 100페이지를 읽고 알았다. 폴 비티의 배반은 근 10년간 읽은 미국 소설 중에 가장 신랄하고 세다. 킬링 파트에 밑줄을 그어 가며 읽다가 팔이 아파서 그만뒀다. 크리스 록, 리처드 프라이어, 데이비드 셔펠의 뒷골 땡기는 코미디 라인이 섬세한 문학사와 역사적 감수성에 싸여 있는 것 같다. ― 드와이트 가너,뉴욕 타임스

훌륭하다. 놀랍다. 정신이 이상한 천사가 쓴 소설 같다. ― 사라 실버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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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열린책들) 배반 by 폴 비티 | ok**e | 2017.11.2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배반 The Sellout』폴 비티 장편소설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배반』. 인종차별에 대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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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반 The Sellout』
    폴 비티 장편소설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배반』. 인종차별에 대한 내용을 풍자로 담아냈다는 책 소개글을 보고 책 내용이 참으로 궁금했다. 인종차별로 인한 갈등은 끊임없이 있어져왔고 한국 사회도 점점 다인종 사회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외에서 계속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 더 관심이 갔다. 평등하다 하지만 아직도 만연해있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잊을만하면 터지는 인종차별로 인한 폭동 등을 바라보면서 과연 미국 작가가 바라보는 미국 사회, 그리고 흑인 작가가 바라보는 미국 내 흑인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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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배반 The Sellout』(2015) 그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로스앤젤레스 교외 가상의 마을을 무대로 현대 미국에 노예 제도와 인종분리 정책이 복구되는 이야기로,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미국의 부조리한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다. 미국 작가가 맨부커상을 수상한 것은 맨부커상 역사상 48년 만에 처음이다."

    자신이 탈고한 모든 작품을 사랑하겠지만, 특히나 이 작품은 저자에게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평등에 대한 현주소를 따끔하게 지적함으로써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상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다른 저서들보다 더 뜻깊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고 평등이 무엇이고 인종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생각의 시간을 갖길 바랐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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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해 주인공(Me)이 어떻게 대법원까지 오게 되었는지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풍자를 통해 미국 사회에서 행해지는 인종차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책을 시작하는 첫 문장부터가 흑인에 대한 선입견으로 시작한다.

    "흑인 남자가 이렇게 말하면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나는 물건을 훔쳐본 적이 없다. 세금이나 카드 대금을 내지 않은 적도 없다. 극장에 표 없이 숨어 들어간 적도, 상업주의와 최저 임금제에 무심한 편의점 직원이 거스름돈을 더 주었을 때 그냥 받아 간 적도 없다. 빈집을 턴 적도 없다. 주류 가게에서 강도질을 한 적도 없다. (하략)"

    "흑인 남자가 이렇게 말하면 믿기 어렵다"라는 말과 함께 이어지는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것들이 실은 흑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임을 알 수 있다. 흑인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도덕한 행동을 한다는 오판.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에 와있는 주인공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가 더 궁금해진다. "사건 번호 09-2606 미(Me) 대 미합중국"은 주인공이 사는 도시 디킨스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사라진 도시를 찾기 위해 주인공이 "인종 분리 정책"과 "노예 제도"를 부활시킨 것이 문제가 된 내용이다. 사실 주인공은 노예 제도를 부활시킨 적이 없다. 자의적으로 호미니가 노예가 되겠다고 하며 주인공을 주인님이라 불렀고 강제노동도 없었으며 책의 마지막 부분(재판 이후)에서 호미니는 노예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노예제도는 자연스레 사라진다. 어찌 되었거나 이 이야기의 핵심인 인종 분리 정책은 호미니의 생일날 주인공의 연인인 유부녀 마페사의 버스에 쓴 "백인 우대석"이라는 문구에서 착안된 것으로 사라진 도시 디킨스를 되찾는데 사용된 정책이다. 

    "그 표지판 때문이야. 사람들이 처음에는 불평을 하지만, 인종 차별을 보고 깨닫지. 그걸 보면 겸손해져.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깨닫게 돼.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깨닫고. 그 버스를 타면 인종 분리의 망령이 디킨스를 하나로 묶어 주는 것 같다니까"

    그 후 친구 카스리마의 요청으로 학교와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기 위한 방안으로도 이 정책을 사용하게 된다. 아이들의 생활태도가 바뀌고 학업성취율이 오르는 것을 보며 주인공과 호미니는 도서관 이용 시간을 백인과 유색인종 이용 시간으로 바꾸거나 영화관 층수 안내를 인종별로 바꾸는 등 끊임없이 인종 분리 정책을 펴나간다. "유색인종 전용"이라는 팻말을 붙인 가게의 손님이 오히려 특별한 손님 대접을 받는 것 같다고 하고, 병원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등 인종 분리 정책이 오히려 디킨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바꾸기 시작한다.

    "나는 버스를 보았다. 버스를 다른 눈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미션 오일을 땅에 뚝뚝 떨어뜨리는 사소한 권리를 상징하는 40피트짜리 고철 덩어리 이상의 어떤 것으로. (중략) <미국 흑인의 권리란, 신께서 주신 것도 헌법이 보장하는 것도 아닌 무형의 것임을 주장했던 바로 그 버스입니다>라고 말하는 광경을 떠올려 보았다."



    "(상략) 로스앤젤레스에는 분명히 인종 차별의 파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깊은 우수와 인종적 좌절을 겪는 곳. 로드니 킹의 삶,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미국과 미국이 자랑하던 페어플레이 정신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풋힐 고속 도로의 갓길 같은 곳. 트럭 운전사 레지널드 데니를 콘크리트 벽돌과 술병으로 구타하며 수백 년 묵은 불만을 터뜨렸던 플로렌스와 노먼디의 교차로 같은 곳. 멕시코계 미국인들이 수십 년 동안 모여 살았는데 주차장과 핫도그 판매대를 갖춘 야구장을 짓는다며 얻어맞고 보상도 없이 쫓겨난 차베스 러빈 같은 곳. 메사와 센터 사이 7번가는 1942년 일본계 미국인들이 대규모 수용소를 향해 첫걸음을 뗄 때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던 파동 지점이다. (하략)"

    책의 줄거리는 단순한 편이지만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미국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풍자가 계속 이어지는데 미국의 역사와 미국 내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각주가 달려 있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한 저자는 미국 사회의 숨겨진 본모습을 까발리기도 하고, 실명을 거론하기도 하며, 그간 흑인들이 수백년간 수차례 들어왔던 인종 차별적 발언들을 서슴없이 담아내고 있다. 

    "(상략) 그리고 이 나라, 자기 정체성을 모르는 고등학생 동성애자 같은 이 나라, 백인 노릇을 하는 물라토 같은 이 나라, 끊임없이 미간의 일자 눈썹을 정리하는 네안데르탈인 같은 이 나라에는 그와 같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 나라는 공을 던져 맞힐, 호모라고 괴롭히고, 니거라고 짓밟고, 침략하고,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릴 상대가 필요하다. 야구처럼, 한 나라가 거울 앞에서 몸치장을 끊임없이 하면서도 실제로 거울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 시체가 어디 묻혀 있는지 기억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략)"

    "백인들, <빈 방 없어요>라든가 <방금 마지막 자리가 나갔어요>라든가 <농구공 리바운드해> 이외에는 흑인에게 아무 할 말이 없었던 백인들이, 마침내 우리에게 할 말을 찾았다."

    "나는 흑인 여자들을 항상 피부색으로 묘사하는 게 지겨워요! 꿀색이 어떻고! 다크 초콜릿색이 어떻고! 내 친할머니는 모카색이 감도는 카페오레, 망할 그레이엄 크래커 갈색이었다고 하다니! 대체 백인 여자들을 음식이나 뜨거운 액체의 색으로 묘사하지 않는 이유는 뭐죠? 어째서 이 인종 차별적이고 결말도 없는 책에 요구르트색, 달걀 껍질색, 스트링 치즈 피부, 저지방 우윳빛 백인 주인공은 안 나오는 거죠? 그래서 흑인 문학이 후지다는 거예요!"



    "(상략) 나는 농부이고, 농부들은 타고난 분리주의자다. 우리는 밀과 겨를 분리한다. 나는 루돌프 헤스도, P.W.보타도, 캐피틀 레코드도, 현재의 미합중국도 아니다. 그 자식들은 권력을 쥐기 위해 분리를 원한다. 나는 농부다. 우리는 모든 나무, 모든 식물, 모든 가난한 멕시코인, 모든 가난한 흑인에게 햇볕과 물을 동등하게 얻을 기회를 주기 위해 분리한다. 우리는 모든 생물이 숨 쉴 공간을 만들어 준다."

    사실 주인공이 분리 정책을 펴낸 것은 과거 인종 분리 정책과는 다른 이유에서 였다고 저자는 밝힌다. 과거 인종 분리 정책은 권력을 쥐고 유지하기 위해 인종 간 차별을 둔 것이라면 주인공의 인종 분리 정책은 불평등한 사회에서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분리한다는 것이다. 즉, 함께 있을 때는 동등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으니 분리해서 균등한 기회를 주겠다는 것인데, 역차별을 통해 그들의 삶의 질이 더 좋아졌다는 책의 내용을 통해 현재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와 인종 간 발생하는 불평등함을 알리고, 유색인종으로 하여금 그들이 보이지 않는 차별(혹은 보이는 차별)을 얼마나 많이 받고 있는지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평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와 같은 내용은 두 판사의 판결문에서도 나오는데,

    "(상략) 비록 인종 분리니 노예 제도니 하는 것이 헌법에 맞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피고의 지역 사회를 규정하게 되었고, 그 인종 분리와 노예제를 재도입해서 지역 사회를 재건하려는 시도에 있어서, 피고는 우리가 미국인으로서 평등을 바라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하략)"

    "(상략)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분리하되 평등하다>는 정책이 윤리적인 근거에서뿐만 아니라 대법원이 분리가 평등할 수 없음을 발견했기 때문에 철폐되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 재판은, 분리가 정말로 평등한지를 자문할 것이 아니라, <분리되고 별로 평등하지 않지만, 전보다 형편은 훨씬 나아졌다>면 뭐가 문제인가라는 데 대해 자문해 봐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미 대 미합중국의 재판은 우리가 <분리>와 <평등>이란 말, <흑인>이라는 말을 어떤 의미에서 쓰는지 근본적으로 점검해 볼 것을 요구합니다. (하략)"


    위 두 평결문을 통해 저자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 즉 인종 분리 정책은 끝이 났지만 비가시적인 인종 분리와 인종 차별이 끊임없이 있어왔고 결국 그것은 모든 인종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을 이야기하며 이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한지를 말하고 있다.

    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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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략) 역사의 문제가 그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는 그것이 적힌 종이가 아니다. 역사는 기억이며, 기억은 시간과 감정이자 노래다. 역사는 우리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흑인이 신대륙에 팔려가 강제 노역을 하고 노예 해방이 된 후에도 백인들에 의해 온갖 차별을 받아 지금에까지 오게 된 그 모든 뼈아픈 역사는 아직도 그들의 삶 속에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그 역사를 노래하고 있다. 미국 내 흑인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조리하고 불합리한지를 속 시원하게 꼬집어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하고는 초반부를 읽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이렇게 대놓고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신랄하게 풍자하고 비판할 수가 있을까. 이런 초특급 풍자는 지금껏 만나본 적이 없어 익숙하지 않았거니와 미국 사회와 특히 흑인 사회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으니 읽는 것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의 심오함을 느낄 수 있었고 "대박"을 연발하며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좀 더 잘 알았더라면 이 책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저자가 의미하는 바를 전적으로 다 소화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주인공의 이름이 Me인 것은 주인공을 통해 저자가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밝히기도 하지만, 또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을 Me에 대입하여 이 부조리한 상황을, 불평등한 현실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길 원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인종차별은 특정 집단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멀리 미국까지 가볼 것도 없이 한국 내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사회에도 만연해 있는 인종차별, 피부색에 따라 친절도가 달라지고 언행이 달라지는 것 또한 인종차별인 것이다. 내가 가해자일 때는 모르지만 피해자가 되면 그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척할 뿐이다. 내가 당사자가 아니니까.


    "(상략)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자동차 광고에서 결코 볼 수 없는 것은 유대인, 동성애자, 도시적인 흑인이 아니라, 꽉 막힌 도로다."

    책은 어려운 이야기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릎을 탁! 치며 "맞네 맞아"를 외칠만한 평소에는 생각지 못한 경쾌한 문장들도 나오니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책을 접해보길 권한다. 번역된 책을 보면서도 어려움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원서로 읽어보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번역본이 아닌 원서로 봤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자의 표현방식을 좀 더 직접적으로 느껴보고 싶기도 해서이다. 정말 재미있게 그리고 아쉬움이 많이 남게 읽은 책이라 조만간 다시 읽으며 내용을 곱씹어 봐야겠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배반 | mo**ardin | 2017.11.06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2016년도 맨부커상 수상작이자 미국 작가로서는 처음 수상한 작품이란 것이라는, 제목부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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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도 맨부커상 수상작이자 미국 작가로서는 처음 수상한 작품이란 것이라는, 제목부터가 의미하는 바가 큰 작품을 읽었다.

    책 표지의 색상 자체가 보색 관계로 표현된 것처럼 이야기의 흐름은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이자 세계 각지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 정책과 각종 정치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허구의 가상 마을인 캘리포니아 주 디킨스에서 농장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주인공인 나. 즉 Me는 미국 대법원 법정에 서는 장면으로 시작이 된다.

     

    그의 죄목은 다름 아닌 21세기에 인종분리 정책과 노예 제도를 지지한다는 것-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옛날의 시행제도로 돌아가자는 의미는 무엇인지, 저자가 자신의 피부색인 흑인이란 점을 두고서 자신이 살아오고 느낀 미국의 문제들을 때론 풍자식으로, 때론 배꼽 잡게 웃음 짓게 만드는 블랙유머의 통쾌한 역설이 독자들의 마음을 휘감는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삶의 터전인 마을이 없어진다면, 그래서 이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애를 쓰는 미가 생각한 방법은 차라리 옛날로 돌아가는 흑인 노예의 시절을 시행해보고자 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타고난 피부색과 이를 이겨내고 위대한 사람이 되라는 뜻의 영감을 불어넣어줬지만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버지, 그리고 과거에 삶을 잊지 않고 사는 호미나와의 관계를 통해 현재의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직시한다.

     

    책의 전개 과정은 정말 탄탄하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다만 미국 내의 흑인의 역사와 미국의 역사를 좀 더 잘 알고 읽는다면 책 속에 묘사된 부분 부분들과 패러디 부분들을 이해하는 데에 빠르고 재미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받게 했지만 그럼에도 만장일치의 심사위원회로부터의 지지를 받았다는 데서 이 작품이 품고 있는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지 않았나 싶다.

     

    특히 자신이 직접 재배한 마리화나를 대법정에서 피워대는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말과 정책적으로도 인종 용광로란 한계를 품고 있는 미국이기에 그 나름대로의 다방면으로 제도적인 장치를 취하고는 있다지만 영원한 숙제처럼 간직하고 있는 인종 차별적인 문제와 사회에 걸친 전반적인 문제점들은 앞으로도 미국이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이자 운명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짧게 끊어지는 문체가 아닌 긴 만연체처럼 여겨지는 문장들, 그 안에서 무방비 상태로 빵빵 터지는 블랙유머를 통해 오늘날의 미국을 바라보게 한 작품, 앞으로도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 피부색이 뭐가 그리 중요하며 누가 월등하고 누가 하등...


    피부색이 뭐가 그리 중요하며 누가 월등하고 누가 하등한지 결정하는 기준이라는 것이 애당초 존재한다 믿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어째서 인간들은 자꾸 편견과 아집으로 똘똘 뭉쳐 인종차별이란 것이 사라지지 못하게 하는걸까? 인간의 존귀함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까진 안돼더라도 겉모습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해 버리고 선 그어버리는 비굴한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스스로 더 높은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말도 안돼는 사상이 아직도 이 세상에 공공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이뤄온 비약적인 발전에 비하면 너무나 치졸하고 부끄러운 이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 평화와 평등까지 부르짖진 못하더라도 나 하나만이라도 잘못된 인식을 갖지 말자 다짐한다고 해서 지금도 차별 당하는 많은 사람들이 당장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그 사실을 적나라하게 마주하게 되었을 때의 당혹감과 불편함을 애써 피하려고만 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래서 흑인사회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해 적나라하게 들춰내고 표현된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며 과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범죄로 들끓는 흑인들의 가상 도시 디킨스, 그곳에 사는 나의 재판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왜 그가 재판을 받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거의 이야기를 되짚어가며 이어진다. 어릴적 사회학자인 아버지로부터 실험실의 생쥐처럼 실험대상이 되며 자라나고 그런 어린시절을 보낸 나는 아버지가 사복경찰의 총에 맞아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지만 한번의 반발이나 분노조차 표출하지 못한채 아버지를 뒷마당에 묻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디킨스라는 도시가 지도에서 사라지자 그는 디킨스를 다시 부활시키려 한다. 도시 경계선을 그리기도하고 학교에서부터 인종 분리 정책을 다시 시행시키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불평을 하지만,인종 차별을 보고 깨닫지. 그걸 보면 겸손해져.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깨닫게 돼.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깨닫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은 인종차별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블랙유머로 가득하다. 사실 대부분 사람들이 꺼리는 인종차별이라는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유머와 해학으로 풀어나간다. 하지만 우리에겐 너무 낯선 단어나 문화의 차이가 있기에 이해 되지 않는 부분도, 또 너무 적나라한 이야기들에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심각한 상황도 웃음이 새어 나올 정도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천 리 길도 한 모금부터...
    “ 그놈의 <천 리 길> 소리는 노자가 한 소리다. “
    공자가 말한다. 
    “당신네들 빌어먹을 철학자들 지껄이는 소리는 다 비슷 비슷해서. “




    사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고 아무리 세계화로 인해 많은 외국인들이 이주해 살고 있긴 하지만 수많은 다른 인종들이 모여 살아가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는 낯설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처한 상황을 세세하게 알 수는 없기에 그저 인종차별의 문제는 인식하고 있지만 우리가 체감할 수는 없는 먼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되는 인종차별은 더 심각하고 큰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비단 인종차별뿐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들이 겪고 있는 어떤 종류의 차별들과도 크게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며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 또한 그들이 겪고 있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록 이 책은 소설이고 디킨스도, 나도, 모든 상황들도 전부 허구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 현실이 더 나은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유머가 가득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읽히거나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다. 어쩌면 작가가 그려낸 디킨스의 현실보다 더 시궁창같은 도시들이 실제로도 존재하고 있다는 진실을 떠올리는 순간이 사실은 더 고통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어쨋든 누구나 알아야 할 이야기이고 무겁고 어둡게 풀어나가는 신파적이거나 참혹한 표현들이 아닌 냉소적이지만 유머가 녹아든 풍자이기에 그래도 우리가 받아들이고 기억하기에 더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인종차별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어쨋든 무조건적인 화합만이 답은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서로가 틀린것이 아닌 다른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 쉽지만 어려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해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해준 책이었다. 



    나는 흑인 여자들을 항상 피부색으로 묘사하는 게 지겨워요! 꿀색이 어떻고! 다크 초콜릿색이 어떻고! 내 친할머니는 모카색이 감도는 카페오레, 망할 그레이엄 크래커 갈색이었다고 하다니! 대체 백인 여자들을 음식이나 뜨거운 액체의 색으로 묘사하지 않은 이유는 뭐죠? 어째서 이 인종 차별적이고 결말도 없는 책에 요구르트색, 달걀 껍질색, 스트링 치즈 피부, 저지방 우윳빛 백인 주인공은 안 나오는거죠? 그래서 흑인 문학들이 후지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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