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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
390쪽 | 규격外
ISBN-10 : 8901213680
ISBN-13 : 9788901213682
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 중고
저자 제프 다이어 | 역자 김현우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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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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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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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취한 청춘들의 절묘하게 리얼하고 섹시한 연애소설『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 알랭드 보통과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하는 작가 제프 다이어의 유일한 연애소설인 이 책은 삶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는 20대 청춘 앞에 놓인 사랑을 그린다. 꿈에 취하고, 만남에 취하고, 연애에 취하고, 하루하루의 유희에 취하고 뒤는 돌아보지 않는 시간들.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시간들. 그리고 사랑이 완성시켜주는 삶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의 끝에 숨겨진 어둠의 편린들이 살아 숨쉬는 이 소설은 제프 다이어 특유의 일상에 대한 절묘한 묘사와 섬세한 감정선이 빛을 발한다.

저자소개

저자 : 제프 다이어
저자 제프 다이어 Geoff Dyer는 “영국문학의 르네상스인” “국가적인 보물” 등으로 평가받는 영국 최고의 작가. 소설, 에세이, 르포르타주 등 여러 장르를 혼합하는 그의 독창적인 글쓰기는 세계의 많은 독자들은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 알랭 드 보통 등 동시대 작가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958년 영국 챌튼엄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코퍼스크리스티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92년 서머싯 몸 상, 존 르웰린 라이스 기념 상을 수상했다. 2005년 영국왕립문학협회 회원으로 뽑힌 이후 2006년 E. M. 포스터 상, 2011년에 전미도서비평가 상을 받았으며, 2009년에는 〈GQ〉에서 선정한 올해의 작가로 뽑히기도 했다.
2009년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10대 소설 《베니스의 제프, 바라나시에서 죽다》 와 제프 다이어 소설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꼽히는《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 등 총 네 권의 소설과 사진 에세이 《지속의 순간들》 과 《사진의 이해》, 일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번역한 재즈 에세이 《그러나 아름다운》, 여행 에세이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를 비롯한 다양한 논픽션 작품을 출간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베니스 비치에서 거주하고 있다.
http://geoffdyer.com

역자 : 김현우
역자 김현우는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비교문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EBS교육방송 PD로 일하고 있으며, 전문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웬디 수녀의 유럽 미술산책》 《스티븐 킹 단편집》《행운아》 《고딕의 영상시인 팀 버튼》 《G》 《로라, 시티》 《알링턴 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A가 X에게》 《벤투의 스케치북》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 《브래드쇼 가족 변주곡》 《그레이트 하우스》 《우리의 낯선 시간들에 대한 진실》 《킹》 《아내의 빈 방》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사이드 트랙》 등이 있다.

목차

1 시작은 그렇게 파리의 어느 골목에서
2 그냥 기다리고 있어
3 사랑한다는 것
4 행복, 보이지 않는
5 우리랑 같이 있는 거죠?
+ 주석
+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머리카락 자라는 속도로 드시네요.” 루크가 말했다 . “무슨 뜻이에요?” 니콜이 물었다. ‘그건 남은 인생을 당신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뜻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당신 머리가 하얗게 센 후에도 함께 있고 싶다는……’이라고 말하지 않기 위해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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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자라는 속도로 드시네요.” 루크가 말했다 .
“무슨 뜻이에요?” 니콜이 물었다.
‘그건 남은 인생을 당신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뜻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당신 머리가 하얗게 센 후에도 함께 있고 싶다는……’이라고 말하지 않기 위해 의지와 노력이 필요했다. 루크가 실제로 한 말은 이랬다. “모르겠어요. 그냥 그런 것 같아요.” 그의 접시는 이제 비었다. 그는 그녀가 먹는 모습을, 그 머리칼을 바라보았다. 나한테 빠진 거야, 라고 니콜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마치 키스를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루크는 자기 잔에 와인을 더 따랐다.
_p.83

“모스크에 앉아서 민트차랑 달콤한 하리사를 먹는다는 거지. 벌써 한 잔 더 주문하고 싶네.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루크가 말했다. “한 잔 더 주문한 다음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여자가 바클라바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거지.”
그중에서도 특히 루크는 니콜이 뭔가를 씹을 때 턱뼈가 움직이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녀는 입술에 묻은 부스러기를 냅킨으로 닦았다. 루크는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말은, 일단 입 밖에 나오고 나면, 한때 그 말이 담고 있던 감정을 다시는 담지 못했다. 그럼에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갈망이 더 압도적이었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혼잣말하듯이, 온 힘을 다해 말했다. 사랑해, 사랑해.
_p.109

“하고 싶은 게 뭐야, 루크?”
“무슨 뜻이지?”
“인생을 어쩔 거냐고?”
“지금 하고 싶은 거 하고 있어.”
“나중에 말이야.”
“나중에도 계속 이렇게 살고 싶어. 계속 이렇게. 그러니까, 내 인생. 내가 자기 핵심에 닿았다고 했지? 나도 같은 느낌이야. 내 인생의 중심, 핵심에 다가가고 있는 느낌.”
_p.170

알렉스는 샤라의 언어 능력을 존경하고 또 사랑했지만, 그 무엇보다 사랑했던 건 그녀의 습관들이었다. 옷을 갤 때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다든지, 아버지한테 10년 전에 받았다는 펜을 아직도 쓰고 있다든지, 일곱 살 생일에 받은 모자를(여러 색의 고리가 달려 있어, 멀리서 보면 스코틀랜드풍의 체크무늬처럼 보였다) 아직도 쓴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알렉스는 쉰 살이 된 샤라가 여전히 같은 모자를 쓰고, 같은 펜을 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이 좋았다 .
알렉스는 그런 작은 특징들을 일부러 길게 설명하곤 했다. 또한 그는 자신과 샤라가 가까워졌음을, 둘의 관계가 둘만의 어떤 패턴과 리듬을 가진 관계로 발전하였음을 알고 있었다.
_p.217

“근데, 루크가 정말로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게 뭔지 알아?”
“너.”
“아니야. 행복.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행복은 우연한 거잖아, 거의 부수적인 거. 하지만 루크는 자기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행복한 삶을 사는 데만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어. 다른 부분에서 야심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고.”
“그럼 내 말이 맞은 거네.” 샤라가 웃으며 말했다. “네가 그런 이상을 다 담고 있으니까.”
_p.241

“자기를 알아가는 일, 보는 게 아니라 아는 일. 어떻게 다른지 알겠어?”
“그건, 말하자면,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같은 건가?”
“나는 자기 아주 잘 알아, 루크. 그게 좋고, 그게 날 행복하게 해. 복제한 자기가 있다고 쳐봐. 또 한 명의 자기, 완전히 똑같은 자기가 있다고 말이야. 그렇다고 해도 나는 그 복제 자기와 자기의 차이점을 백 개나 천 개쯤 알아볼 수 있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런 뜻일까? 그이에 대한 작은 것들을 세세하게 구분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_p.333

“이보다 더 행복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거야.”
“어떻게 알아?”
“천장이라는 게 있으니까. 한계가.”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다니 재밌다. 눈을 씻고 봐도 천장 하나 없는 이런 곳에서.”
“저 별들이 천장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
둘은 가만히 누워 있었다. 위성 하나가 지구를 맴돌았다. 지나가고, 또 지나갔다.
“지금 무슨 생각해?” 니콜이 말했다.
“행복을 견딜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해.”
그가 말했다. “나는 그런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아. 행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
니콜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가 몸을 돌려 그녀에게 키스했다.
_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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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알랭 드 보통과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하는 작가, 제프 다이어 사랑에 취한 청춘들의 절묘하게 리얼하고 섹시한 연애담 ‘영국문학의 르네상스인’ ‘국가적 보물’이라는 찬사를 받는 동시대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 제프 다이어의 유일한 연애소설....

[출판사서평 더 보기]

알랭 드 보통과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하는 작가, 제프 다이어
사랑에 취한 청춘들의 절묘하게 리얼하고 섹시한 연애담


‘영국문학의 르네상스인’ ‘국가적 보물’이라는 찬사를 받는 동시대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 제프 다이어의 유일한 연애소설. 일본에 제프 다이어를 처음 소개하며 직접 그의 작품 《그러나 아름다운》을 직접 번역하기도 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제프 다이어는 내가 스승으로 모시는 작가이다.”라며 그를 극찬했다. 알랭 드 보통 역시 “동시대 작가들 중 가장 좋아한다.”라는 존경을 전할 정도로 전 세계의 많은 작가들이 제프 다이어를 아끼고 있다. 소설, 에세이, 르포르타주 등 여러 장르를 혼합하는 특유의 세계를 선보이며 1992년 서머싯 몸 상, 2004년 W. H. 스미스 가장 훌륭한 여행서 상, 2006년 E. M. 포스터 상, 2011년 전미도서비평가 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 영국왕립문학협회 회원으로, 2009년에는 〈GQ〉 선정 올해의 작가에 뽑히기도 했다.
삶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는 20대 청춘 앞에 놓인 사랑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그 시기이기에 가능한 ‘취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꿈에 취하고, 만남에 취하고, 연애에 취하고, 하루하루의 유희에 취하고 뒤는 돌아보지 않는 시간들. 무엇을 좇고 있는지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던 시간들. 사랑이 완성시켜주는 삶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의 끝에 숨겨진 어둠의 편린들이 살아 숨쉬는 《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는 제프 다이어 특유의 일상에 대한 절묘한 묘사와 섬세한 감정선이 빛을 발한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통해 사소한 것이 주는 행복과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소진된 내면에 대해 풀어내던 그만의 시선은 주인공들의 ‘연애’를 통해 그 가치가 더욱 리얼하게 전달된다.

자유와 낭만의 도시 파리에 모인 네 남녀
출신도, 언어도, 삶도 다른 그들 앞에 놓인 황홀한 연애
그 취기만큼이나 공허한 행복의 추구


책을 쓰기 위해 런던에서 파리로 이주한 스물일곱 루크는 각국에서 파리의 삶을 좇아 온 이들이 모인 한 창고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베오그라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매력적인 여인, 니콜과 데이트를 하고 첫날 사랑을 나누며 급속도로 그녀에게 빠져든다. 니콜과 나누는 작은 대화 하나부터 사소한 취미까지 모두 자신과 딱 맞다고 여긴 루크는 그녀와의 완벽하고도 영원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사랑을 꿈꾸게 된다. 한편 창고에서 함께 일하는 알렉스도 새 여자친구 샤라와 연애를 시작하고, 루크와 니콜, 알렉스와 샤라 4명이 함께 모이는 시간도 점점 많아진다. 그러나 샤라를 사랑하면서도, 만날 때마다 생기가 넘치는 니콜에게도 눈이 머무는 알렉스. 그런 알렉스를 놓치지 않는 루크. 각자 완벽한 상대를 만났다고,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고 믿었던 이들의 나날에는 언제인가부터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의 소설은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 프랑수아 트뤼포까지 떠올리게 한다.” _〈뉴요커〉
제프 다이어의 탁월한 문장이 뱉어내는 ‘무아의 경지’
사랑에 대한 탐닉이 곧 삶의 열정으로 이어지던 시간에 대한 회상


이 소설의 원제는 ‘Paris Trance’로 여기서 ‘trance’는 내가 없는, ‘무아의 경지’에 이른 황홀함을 뜻한다. 1인칭과 3인칭이 교차하는 서술과 짤막한 단어들이 수없이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이 ‘무아’는 더욱 빛을 발한다. 제프 다이어 본인이 취한 듯 써내려간 문장들은 눈앞에 놓인 사랑, 그 어떤 대상, 그 대상이 주는 미칠 듯한 행복에 빠져들어 갇혀버린 순간을 유려하게 그려낸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 황홀경이 언젠가 사라져 공허함만이 남을 것임을 ‘알고’ 사랑을 시작하지만, 가장 빛나는 시기에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그런 앞날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완벽한 사랑, 완벽한 애인이 주는 궁극의 행복이 손안에 있으니 오직 지금, 현재만이 존재할 뿐이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주인공들과 함께 우리를 곳곳으로 안내하며 마치 지금 파리에서 연애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파리의 유명 관광지를 들르는 ‘29번 버스’에 몸을 실은 루크와 니콜을 따라 마음 내키는 곳에 내리거나 자전거를 타며 시간을 보내고, 노천카페에 마주 보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밤이면 파티와 술에 녹아드는 일상. 그 평범한 하루하루가 주는 행복에 푹 빠져들다 보면 각자가 지니고 있던 아름다운 시간에 대한 추억, 혹은 앞으로 다가올 행복에 대한 기대에 젖어들게 될 것이다. 당신은 어떤 사랑을 했는가,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가. 앞으로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가.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의 조각들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법을 느끼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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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하고 싶은 게 뭐야, 루크?”“무슨 뜻이지?”“인생을 어쩔 거냐고?”“지금 하고 싶은 거 하고 있어.”“나중에 말이야.”“나...

    “하고 싶은 게 뭐야, 루크?”
    “무슨 뜻이지?”
    “인생을 어쩔 거냐고?”
    “지금 하고 싶은 거 하고 있어.”
    “나중에 말이야.”
    “나중에도 계속 이렇게 살고 싶어. 계속 이렇게.
    그러니까, 내 인생. 내가 자기 핵심에 닿았다고 했지?
    나도 같은 느낌이야. 내 인생의 중심, 핵심에 다가가고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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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어렵다, 사랑."
    《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를 읽고 처음 들었던 생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 '루크'와 같은 남자를 만난다면. 벌써 머리가 아득해진다. 그는 나와 다른 사람이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 런던에서 파리로 온 사람은 루크였지만, 《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에서 루크의 이야기를 쓴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알렉스였다. 사실상 주인공인 루크의 연애의 은밀한 이야기까지 알렉스가 전달했기 때문에 루크의 입장에서 루크의 생각을 알 수 없기도 했지만 이걸 감안해서 보아도 루크는 여러 가지로 다른 사람이었다. (나는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들까지 받아들인) 니콜도 루크와 다른 사람이었다 지금을 바라보는 시각, 앞으로를 바라보는 시야가 루크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니콜은 스물여섯 살 파리에서 만난 루크를 열렬히 사랑했고, 루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지만, 20대에 파리에서 서로가 만났을 때는 그 차이보다 사랑한다는 감정에 집중했다.

    《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는 소설가 제프 다이어가 쓴 장편 소설이다. 그리고 그가 쓴 유일한 연애 소설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보통의 연애 소설과 《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는 조금 다르다. 연애 이야기를 하지만 연인 간의 사랑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연인인 두 사람의 삶, 일상도 비슷한 정도로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연애담이기 보다 제프 다이어가 쓴 청춘물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내가 스승으로 모시는 작가"라며 제프 다이어를 극한한 사람이 무라카미 하루키라면. 그가 그린 청춘물이 어떨지 조금 더 쉽게 와닿을 것이다. 《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친구도 책을 읽고 나니 "왜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했는지 알 것 같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두 작가는 오묘한 분위기가 비슷하다.  그 오묘함을 읽을 수는 있었지만, 다 이해했는지는 자신이 없다. 그래도 괜찮다. 뭐, 꼭 다 이해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자기를 알아가는 일, 보는 게 아니라 아는 일. 어떻게 다른지 알겠어?”
    “그건, 말하자면,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같은 건가?”
    “나는 자기 아주 잘 알아, 루크. 그게 좋고, 그게 날 행복하게 해. 복제한 자기가 있다고 쳐봐. 또 한 명의 자기, 완전히 똑같은 자기가 있다고 말이야. 그렇다고 해도 나는 그 복제 자기와 자기의 차이점을 백 개나 천 개쯤 알아볼 수 있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런 뜻일까? 그이에 대한 작은 것들을 세세하게 구분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루크, 알렉스, 니콜, 샤라.
    네 사람은 파리로 온 이방인이다. 《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의 표현을 빌리자면 '유목민'과 같은 입장인 그들은 파리에 온다. 안정적인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확실한 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소설을 쓰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지만 그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파리에서 보내고 싶은, 그 마음으로 파리에 도착했다. 이루고자 하는 바가 분명했다면, 그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갔겠지만, 그들의 목표는 흐릿했고 자신들의 삶은 불안정했다. 그래서 고민과 걱정을 하면서도,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을 서로에게서 받았다. 고달픈 이방인의 삶이지만, 연인과 함께 있을 때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그 고민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듯싶었고, 꼭 그 고민이 종결되지 않더라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다.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관계였고, 그 관계를 맺은 곳이 파리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관계는 당연히 달라졌다. 각자가 달라져서 일 수도 있고 혹은 원래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그랬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렉스도 저자도 분명하게 밝히지 않지만 그들은 서서히 멀어졌다. 모든 관계의 시작할 때 좋았던 이유가 불명확하듯, 멀어진 이유도 불명확하다. (나의 경우에 그랬다.) 아마 천천히 서로의 차이가 한눈에 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처음에는 그 차이가 작아 보였는데 갑자기 커져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나 둘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들이 이해를 할 수 없는 것으로 바뀌어 싸우게 되는 일이 잦아져 버린 어느 때 관계는 자연스럽게 끝난다. 소설은 분명하게 밝히지 않지만,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루크는 네 사람과 멀어진다.

     

    “아니야. 행복.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행복은 우연한 거잖아, 거의 부수적인 거. 하지만 루크는 자기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행복한 삶을 사는 데만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어. 다른 부분에서 야심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고.”

     

    《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은 루크와 알렉스가 처음 만났을 때, 루크가 니콜을 만났을 때. 알렉스와 샤라가 만났을 때로 시작한다. 하지만 그 시작의 순간을 기록한 때는 이미 루크와 멀어진 이후다. 그때 그 순간에 집중한 듯 글을 쓰지만 중간중간 루크가 멀어진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들이 나온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생각을 토대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었는지 말이다. 그 말은 연인이었던 니콜의 입에서 나오기도 했고, 알렉스의 생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행복을 하나의 완성된 형태로 생각하는 건, 그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노력했던 니콜과는 정반대의 생각이었다. 행복의 시선이 현재에 머물러 있었던 니콜과 행복의 시선이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있는 루크. 헤어지는 이유로 자주 꼽는 것이 '성격 차이'라고 하는데. 두 사람의 이별에서도 유효했던 것 같다.

     

    “이보다 더 행복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거야.”
    “어떻게 알아?”
    “천장이라는 게 있으니까. 한계가.”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다니 재밌다. 눈을 씻고 봐도 천장 하나 없는 이런 곳에서.”
    “저 별들이 천장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
    둘은 가만히 누워 있었다. 위성 하나가 지구를 맴돌았다. 지나가고, 또 지나갔다.

     

    하지만 그 차이가 보이지 않았던 시간이 존재했다. 혹은 그 차이가 수용 가능했던 때가 말이다. 그때를 소설의 마지막으로 작가가 남겨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헤어진 연인이고, 각자 가정을 이루고 서로의 연인 혹은 배우자가 있음에도 말이다. 이미 지나간. 그들의 삶의 한 부분일지 모르는 그때를 강조하듯 마지막으로 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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