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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모리 하늘신발
148쪽 | 규격外
ISBN-10 : 1159922977
ISBN-13 : 9791159922978
우모리 하늘신발 중고
저자 송경아 | 출판사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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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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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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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SF 작가들이 공포문학의 거장 러브크래프트를 재창조하는 프로젝트. 인간의 깊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공포와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모호한 세계관, 기괴하고 음산한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오마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종차별적이며 남성 중심적이기도 한 그의 낡은 관념은 전복적 시각으로 다시 썼다.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오마주로 시작한 작품들은 오늘날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마주한 공포의 실체가 무엇인지 날카롭게 묻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저자소개

저자 : 송경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장편소설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을 비롯해 소설집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학적 고찰 중 사례 연구 부분 인용》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 《테러리스트》 《책》 《엘리베이터》 등을 펴냈고 《성, 스러운 그녀》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 등의 엔솔로지에 참여했다. 옮긴 책으로는 《오솔길 끝 바다》 《로지 프로젝트》 《카리브해의 미스터리》 등이 있다.

목차

우모리 하늘신발
작가의 말

책 속으로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폭우가 내린 지 한 달은 된 것 같았다. 여전히 축축하고 냄새나는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하고 있을 때였다. 쿵! 무엇인가가 부딪히는 소리와 진동이 강하게 울렸다. 단순히 땅이 울린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우리 집이 한 번 공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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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폭우가 내린 지 한 달은 된 것 같았다. 여전히 축축하고 냄새나는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하고 있을 때였다.
쿵!
무엇인가가 부딪히는 소리와 진동이 강하게 울렸다. 단순히 땅이 울린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우리 집이 한 번 공중에 들썩였다 내려앉는 느낌, 땅뿐만 아니라 공기까지도 단단하게 뭉쳐서 내 몸을 공깃돌처럼 던졌다 내려놓는 느낌. 나는 벌떡 일어났다. 엄마는 내가 잘 때까지만 옆에 있다가 안방으로 가버리기 때문에 자다 일어난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눈 사이가 뜨끈한 느낌이 나더니 뭐가 코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다시 그런 소리가 나면 몸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엄마, 엄마!”
나는 울면서 안방 문을 흔들었다. 한참 동안 시간이 흐른 것 같더니 엄마가 문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아니 밤중에 왜… 아이구, 이게 웬일이야! 여보,휴지 좀 줘요!”
넣고 남은 휴지로 내 옷을 문질렀다. 그제야 내가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대롱대롱 매달리다시피 엄마를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충돌을 기다렸다.
_22~24쪽

그때 나는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도저히 하늘 같지 않은 색깔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맑을 때의 파란색이 아닌 것은 당연했지만 먹구름 아래의 어두운 회색이나 검은색도 아니었다. 오히려 형형히 빛나는 노랑, 빨강, 고동, 녹색 등이 소용돌이치고 서로 충돌하며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어지러운 하늘색이 비에 녹아내려 내게 스며드는 것 같았다. 이 비를 맞고 싶지 않았지만 뒤를 돌아보자 돌아갈 마을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이는 것은 마을의 폐허뿐이었다. 아무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 천둥소리가 그 비명을 묻어버렸고, 이어 하늘을 가르고 발밑에 떨어지는 번개는 칠흑같이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그리고…
하늘이 열리고 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_48~49쪽

“그럼 마님은… 저희를 다 잡아먹으실 건가요?”
그렇게 물어보면서 나는 이상하게도 무섭지 않았다. 마님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것이 실감도 나지 않았거니와 마님한테 잡아먹힌다고 생각하면 별로 끔찍할 것 같지 않았다. 그 질문은 겁에 질려서 던진 물음이라기보다 단순한 호기심에 가까웠다.
마님은 나를 돌아보셨다. 새하얗고 선이 또렷한 마님의 얼굴이 반쯤 내린 어둠 속에서 문득 낯설어 보였다. 마님의 눈이 이렇게 깊었던가? 입술이 이렇게 붉었던가? 마님은 한참 홀릴 듯이 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생긋 웃으셨다.
“다 옛날이야기란다. 이만 리 밖에 사람이 어떻게 살겠으며 사백 년이 넘게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니? 우리 지방에 내려오던 옛날이야기를 내가 조금 고쳐서 말해보았단다. 재미있었니?”
_90~91쪽

“저건…!”
마을 반대쪽 산허리에 커다랗고 둥그런 불덩이가 박혀 있었다. 아니, 불덩이는 아니고 돌덩이 같은 것이었는데 표면에서 불기운이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그 불기운은 내가 지켜보는 동안에도 시시각각 색깔이 바뀌었는데 도저히 흙이나 돌이나 나무에서 나올 것 같지 않은 색깔들이었다. 시퍼런 불덩이가 돌 위를 핥듯이 노닐다가 다음 순간 밝은 자주색으로 변하질 않나, 은행잎처럼 노란 불꽃이 튀다가 어느새 호박색 불길이 넘실거렸다. 한참 보고 있자니 눈이 어질어질하며 속에서 토기가 올라오는데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_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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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Project LC.RC 공포문학의 전설, 러브크래프트를 오마주하고 전복하며 2020년 오늘날 우리가 마주친 공포와 경이를 그려내다 한국의 대표적인 SF 작가들이 공포문학의 거장 러브크래프트를 재창조하는 프로젝트. 인간의 깊은 상상력을 자극하...

[출판사서평 더 보기]

Project LC.RC
공포문학의 전설, 러브크래프트를 오마주하고 전복하며
2020년 오늘날 우리가 마주친 공포와 경이를 그려내다

한국의 대표적인 SF 작가들이 공포문학의 거장 러브크래프트를 재창조하는 프로젝트. 인간의 깊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공포와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모호한 세계관, 기괴하고 음산한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오마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종차별적이며 남성 중심적이기도 한 그의 낡은 관념은 전복적 시각으로 다시 썼다.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오마주로 시작한 작품들은 오늘날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마주한 공포의 실체가 무엇인지 날카롭게 묻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우주적 공포와 지상의 공포가 대면하는 세계
근대 한국사회의 아련한 풍경에 침입한 크툴루 악신

외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산골 마을 우모리. 이 마을은 일제강점기 드란댁이라는 기이한 노파가 만든 이상적이고도 비밀스러운 공동체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난 사람 없이 모두들 드란댁의 도움으로 고향을 떠나 우모리에 정착한 이주민으로, 사연 없는 사람은 없으나 옛날 얘기 하는 사람도 없다. 마을 땅이 모두 드란댁의 것인데 이 땅을 부쳐 먹고 살아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완전한 공동체처럼 보였던 우모리. 그런데 어느 해, 하늘이 열린 듯 한 달에 걸쳐 폭우가 쏟아지던 여름,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져 온 마을을 뒤흔든 거대한 충돌이 일어난 후부터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선생이 익사한 채로 발견되고, 마을 우물에 두려운 빛들이 떠돌기 시작한 것이다. 드란댁은 형형색색으로 기괴하게 물든 하늘을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결심한다. 그리고 실행에 앞서 주인공 소녀 마리를 불러다 놓고 자신의 먼 과거를 읊어주는데….

러브크래프트의 우주적 공포와 지상의 공포가 대립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이 소설은 공포문학의 계보를 뒤섞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과 전쟁을 통과하는 근대 한국사회의 한 풍경에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이국의 두 초월적 존재가 침입한다. 그중 지상의 초월적 존재 드란댁은 흥미롭게도 인간들과 공동체를 구성하는데, 그가 ‘농경형 뱀파이어’이기 때문이다. 텃밭처럼 인간을 길러 먹는 뱀파이어라니! 드란댁은 말 그대로 고혈을 빠는 지도자이지만 사람이 죽을 만큼 피를 빨지는 않고, 자신의 인간들이 잘살 수 있도록 충실히 돕는다. 뱀파이어가 만든 이 기묘한 공동체 속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는 외부의 적이 침입했을 때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그들은 계급에 상관없이 자신을 희생해 적에 맞선다. 표면적으로는 두 공포물의 결합이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 대목들은,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은, 사람들 사이의 믿음이 온전히 남아 있는 이상적인 공동체의 단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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