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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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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54625711
ISBN-13 : 9788954625715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중고
저자 김경주 | 역자 한성례 | 출판사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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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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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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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극의 결합! 시인 김경주의 이것이 ‘시극’이다! 시인 김경주의 첫 희곡『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시인으로 활동을 해온 김경주가 이번에 그가 처음으로 쓴 희곡으로 시라는 장르의 상징성과 비유성, 특히 어법에 있어 특유의 문체가 살아있는 ‘시극’으로 만난다.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희곡은 18페이지 분량으로 짧지만 작가의 매력과 신비스러움이 묻어난다. 특히 이번 책은 하반기 일본에서 공연을 앞두고 일본문학 전문번역가인 한성례 선생과의 협업으로 일본어 전문까지 실려 있다.

먼 미래,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에 인류는 인간과 늑대가 공존한 공간에 살고 있다. 이 이야기는 자해공갈단 우두머리로 몸과 새끼를 팔아 삶을 연명하고 있는 엄마, 두 팔 없는 아들 늑대 이야기이다. 결핍과 가난, 소수, 소외층을 상징하는 사람들, 늑대인지 사람인지 모호한 주인공들은 사람과 짐승의 경계에서 ‘불구’인 ‘병신’으로 살아간다. 결국 이 작품은 존재와 삶의 근본적인 ‘부조리’에 대해 말하며 부조리, 소통 불가, 혼란 등 우리 삶의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악순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김경주
저자 김경주는 1976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다.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과(M.F.A) 전문사 과정(대본 및 작사 전공)을 공부했다.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등단 후 몇 년간 고스트라이터로서 활동하며 야설 작가와 카피라이터, 독립영화사 등의 직업을 거치며 여러 장르의 글쓰기를 해왔다. 한국 시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시인 중 한 명이며, ‘현대시를 이끌어갈 젊은 시인’ ‘가장 주목해야 할 젊은 시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6년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를 펴낸 후 순수문학에서는 드물게 30쇄를 찍으며 대중과 문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시집으로 ‘한국문학의 축복이자 저주이다’ ‘한국어로 쓰인 가장 중요한 시집’이라는 평단의 평과 함께 ‘미래파’라는 새로운 문학운동을 이끌며 주목을 받았다. 현재 자신의 스튜디오 ‘flying airport’에서 시극실험운동을 하며 연극, 음악, 영화, 미술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면서 전방위적인 작업을 확장해오고 있다. ‘2009 세계델픽대회(문화예술올림픽)’ 국가대표로 선정되어 언어예술부문 경연대회 시극 부문 최종 본심에 진출했고 미국, 프랑스, 스웨덴, 멕시코 등에서 꾸준히 작품이 번역되고 있다. 시집으로 『기담』 『시차의 눈을 달랜다』 『고래와 수증기』 등이 있고, 산문집 『패스포트』 『밀어』 『펄프극장』 『자고 있어, 곁이니까』 등 다수의 저작물이 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김수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역자 : 한성례
역자 한성례(韓成禮)는 1955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세종대학교 일문과 및 동 대학 정책과학대학원 국제지역학과(일본 전공) 석사를 졸업했다. 1986년 『시와 의식』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한국어 시집 『실험실의 미인』, 일본어 시집 『감색치마폭의 하늘은』 『빛의 드라마』 등이 있고, 허난설헌문학상과 일본에서 시토소조상을 수상했다. 시집 『우리별을 먹자』 『돌의 기억』, 하이쿠 시집 『겨울의 달』 등의 일본시집을 한국어로, 정호승, 박주택, 안도현 등 한국시인의 시집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등 한일 양국 사이에서 다수의 시집을 번역했고,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1리터의 눈물』 『달에 울다』 『파도를 기다리다』 『백은의 잭』 등 다수의 소설과 에세이집 등을 번역했다. 현재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로 있다.

목차

서문?이 세계는 기형이다
1막
2막
3막
발문―불구의 몸을 껴안는 생의 깊고 아득한 울음소리 : 최창근(극작가, 시인)
작가해제―늑대의 야성-울음소리(野聲)로 본래적 존재를 회복하고자하는 모자(母子)의 모습
일본어 번역본

책 속으로

어머니 넌 아직 젊고 야성이 남아 있으니까 어디서든 널 표현할 때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여드리거라. 하지만 그게 주인을 물 수도 있다는 뜻으로 보여서는 안 돼. 고분고분하는 게 좋아. 누구든 배신은 쉽게 용서하기 어렵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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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넌 아직 젊고
야성이 남아 있으니까
어디서든
널 표현할 때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여드리거라.
하지만
그게 주인을
물 수도 있다는 뜻으로
보여서는 안 돼.
고분고분하는 게 좋아.
누구든
배신은 쉽게
용서하기 어렵거든.

널 받아들인다는 건
그래, 그래,
꽤나
실. 험. 적. 일 수 있을 거야.

아들
싫어. 안 해!

어머니
그래?
-p32, 1막 중에서

어머니
희망이 뭐지?

아들
같이…… 자기 전에
잠시 흐뭇해지는 거예요.

아들과 어머니, 방으로 들어간다.
아들과 어머니, 성교를 나누는 모습 보인다.
-p121, 2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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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시인 김경주의 첫 희곡! ‘한국문학의 축복이자 저주이다’ ‘한국어로 쓰인 가장 중요한 시집’이라는 문단의 평과 함께 한국 시단의 새로움으로 등장했던 시인 김경주. 시인이 되기 전 미쳐 있던 한 장르를 말해보라 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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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시인 김경주의 첫 희곡!
‘한국문학의 축복이자 저주이다’ ‘한국어로 쓰인 가장 중요한 시집’이라는 문단의 평과 함께 한국 시단의 새로움으로 등장했던 시인 김경주. 시인이 되기 전 미쳐 있던 한 장르를 말해보라 한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고백했을 것이다. 희곡이 내 첫사랑과 같다고.
오랫동안 무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던 그의 첫 희곡을 여기 한 권의 책으로 펴낸다.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는 그의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와 『기담』에 실린 몇 편의 시에서 이야기의 가능성을 토대로 출발한 희곡으로, 나날이 안팎으로 ‘희박’해져가는 인간들의 삶을 늑대의 삶으로 분한 늑대들의 목소리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여러 차례 앙코르 요청을 받고 무대 위에서 수차례 공연된 바 있다. 2014년 9월 현재에도 대학로에서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으며 올가을에는 일본에서의 공연도 그 가닥이 잡힌 상태다. 모두가 영화관으로 달려가기 바쁜 이 시대에 많은 이들을 소극장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이 희곡만의 힘은 대체 무얼까.

핵전쟁 이후 미래 세계에서 살아남은 늑대인간들의 야성(野性)인 울음소리(野聲)를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 세계관을 시극의 형식을 통해 우화적이며 부조리하게 품고 있는 작품!
극작가로서 김경주가 직접 정리한 줄거리는 이렇다. 1막. 엄마 늑대의 돈을 훔쳐 밖을 떠돌던 아들 늑대가 두 팔이 없이 돌아온다. 어머니는 도대체 팔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물어보고 아들은 어머니가 임신중에 먹은 살모사 때문에 팔이 태어날 때부터 없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집 나가서 만나게 된 여자 이야기와 앞으로 무슨 짓을 해서 먹고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둘은 말씨름을 한다. 무능한 자신과 공장에서 두 팔을 잃고 그 보상금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다 떠나버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즈음에, 엄마 늑대가 낳은 새끼 늑대들이 배고픔에 낑낑거린다. 아들은 갑자기 창밖을 향해 긴 울음을 토해낸다. 그리고 엄마 늑대의 품안으로 파고들어 젖을 빨기 시작한다. 2막. 다시 찾은 엄마 늑대의 집, 아들은 다른 사냥감을 물고 등장한다. 엄마는 새끼 늑대를 판 돈을 세며 좋아하다가, 아들의 방문에 당황한다. 하지만 아들이 사냥터에서 개처럼 일하다가, 주인 몰래 훔쳐온 사냥물에 마냥 신이 난다. 아들의 무용담을 듣다가 기쁜 마음에 사냥물을 확인하던 중 엄마는 놀라움에 휩싸인다. 그건 다름 아닌 예전에 집을 나가 떠돌던 남편 늑대였던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에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어머니는 늑대를 냉장고에 잘라 넣고 감추려 한다. 이때 등장하는 임신한 아들의 여자 ‘쥐’와 먼 미래에서 온 경찰들. 집은 발칵 뒤집히고, 아들은 경찰에 끌려가기 전, 어머니와 마지막 성교를 나눈다. 자신이 떠나고 나면 먹고살 길 없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생계수단인 ‘씨’를 주려는 것이다. 그리고 경찰에게 끌려가는 아들. 아들은 긴 울음을 토해내고, 엄마는 밑을 닦다가 자궁 깊은 곳에서 울리는 아들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3막. 아들이 떠나고 난 후, 집은 이제 아들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 ‘쥐’가 차지하게 된다. 눈을 잃은 엄마 늑대는 앵벌이를 하며 돈을 벌어오고, 아들의 여자는 엄마를 생계로 구박하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여자는 출산 시기가 훨씬 넘었는데도 뱃속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가 두렵기만 하다. 아들의 여자는 엄마 늑대를 밖으로 내보내고, 벽장 속에서 살모사가 든 병을 꺼내 마시려 할 즈음, 엄마 늑대가 소리치며 등장한다. “그 아이는 아들의 우주야. 난 아들과 똑같은 울음소리를 가졌어. 보여…… 보여.”

시와 극의 원형적 결합, 이것이 바로 ‘시극’이라는 거다!
이 줄거리는 이렇게 짧게 다시금 정리된다. ‘자해공갈단의 우두머리로 몸을 팔고 새끼를 팔아 삶을 연명해가는 엄마 늑대와 아들 늑대의 이야기’라고. 먹고살 걱정에 우울한 늑대 모자의 모습은 가난한 우리네 소시민과 별다르지 않는데 그래서일까. 이 희곡은 술술 읽히다가도 꾹꾹 명치끝을 누르는 듯한 통증을 일으키게 하여 책장 넘기는 손끝을 무디게 만들곤 한다. 쉽다가도 어려운 그것, 알다가도 모른다할 그것, 그것이 우리네 인생을 비유하는 말임을 아는 이라면 이 희곡의 대사 곳곳에 빈번히 밑줄을 긋느라 바쁠 것이다. 희곡의 몸뚱이로 시극의 옷을 걸쳤기 때문이다.
한국 문학사에 있어 희곡이라는 장르는 폐사 직전이자 아사 직전이라 할 만큼 외면되어온 것이 사실인 바, 더군다나 이 작품은 ‘시’라는 장르의 상징성과 비유성, 특히나 어법에 있어 특유의 분절된 문체가 생생히 살아 있는 ‘시극’으로 그 접근성에 있어 보다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시의 울림이 주는 집약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기에 더한 끌림으로 다가왔던 건 아닌가 싶다. 시극만의 매력을 정의하고 정리한 다음과 같은 김경주의 글이 이 희곡을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시극은 문학의 장르 안에서 레제드라마로서 여전히 유효하다. 공연을 전제로 하는 대본으로서의 기능성뿐만 아니라 희곡으로서의 중요성 또한 크다. 엘리엇의 『캣츠』 『대성당의 살인』, 로르카의 『피의 결혼식』 외 고대 비극의 여러 작품은 여전히 중요한 시극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시극은 시어가 가지는 함축성이나 리듬 못지않게 서사 속에서 침묵의 질을 주요하게 다룬다. 즉 말해지는 것보다 말하여지지 못하는 것에 주목한다. 시는 언어보다 언어 너머의 세계에서 그 본래성을 찾아왔으며 시극은 언어로 공간을 만들지만 그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시적 언어로 공간을 비우는 작업에 그 고유성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극의 장소는 언제나 세계가 아직 만나지 못한 새로운 공간이 태어나는 곳이다. 수많은 극시인들은 새로운 공화국에 자신의 시를 산란해왔다.
-서문 「이 세계는 기형이다」 중에서

희곡은 책이 되고 책으로 쌓여가야 힘을 얻는다!
오늘도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많은 연극인들이 무대 위에 오를 것이다. 그들의 손에는 저마다 대본이 들려 있을 것이고 그들을 보러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일회성으로 산화되고 마는 배우들의 대사에 아쉬운 탄성을 지르다 말 것이다. 왜 우리들의 희곡은 책이 되기 어려운가. 왜 우리들의 희곡은 배우들만의 교재로 쓰였다 버려지는가. 서울대 대학생 권장도서라는 사뮈엘 베케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고도를 기다리며』한 권 읽어놓고 희곡을 다 안다고 자신만만해하는 건 아닌가.
시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시집이 가장 요긴한 교재였듯 극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곡집은 가장 긴밀한 교재가 되어줄 것임이 분명하다. 다양한 스타일의 시집이 출간되기 시작하면서 우리 시단은 각양각색의 수종으로 풍요로운 시의 수목원을 이룰 수 있었으며 덕분에 독자들은 그 그늘 아래 자주 머물게 되었다. 나는 혼자 크는 희곡에 언니의 전례로 시를 꼽아주고 싶다. 경쟁하듯 출간된 수많은 시집들로 우리는 폭넓은 시의 저변 확대를 이룰 수 있었으니 활발한 희곡 출판의 분위기가 확산되면 연극의 저변 확대도 반드시 이뤄질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다.
어쨌든 책을 통한다는 건 남긴다는 뜻이다. 남기면 공유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공유는 고리가 되어 또다른 재미를 잇게 마련이다. 배우들 연기 잘하더라, 보면서 느낀 데다 배우들 대사 좋더라, 읽으면서 느낀 걸 더했을 때 보다 입체적이 되는 희곡. 그러니까 책이 있어야 희곡은 완벽해진다는 거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전문 출판사에서 희곡에 관심을 둔 곳이 몇이나 있으려나. 안 된다고 우두커니 서 있는 게 아니라 된다고 밀고나가야 길도 나는 것이다. 희곡집은 문학계의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문학계의 이행하지 못한 의무 중 하나다.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이 책의 절반은 번역가 한성례 선생님의 도움으로 일본어 번역본이 차지했다. 여전히 연극이 왕성하게 공연되고 있는 일본에서 이 책과 이 연극은 어떤 반응으로 선을 보일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추천글
희곡에 대한 경주의 애정은 시에 대해 품고 있는 각별한 열정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시인이 쓴다고 해서, 시 자체를 무대 위에 올린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 시극이라 부를 순 없지만 경주의 희곡은 시인이 아니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시인이 희곡을 쓴다면 아마도 이런 대사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 시적인 아우라가 깃든 잠언들을 빼곡하게 품고 있다. 최창근 (극작가)

연출로서 처음 이 작품을 접했던 순간이 기억난다. 김경주 작가는 피터 팬이랄까, 바람이랄까, 아무튼 약간 신비스러운 친구였고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 18페이지 분량으로, 짧았지만 작가만큼 매력적이었고, 시를 쓰던 작가가 처음 도전했던 데뷔작으로도 나름 의미가 깊은 희곡이었다. 언어와 형식이 드문 스타일이었고, 그만큼 귀했으며, 차가운 듯하지만 애틋하고 풍요로운 감수성을 풍겼다. 2007년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소극장에서 배우 워크샵 공연을 시작으로 극단 바람풀 정기공연, 앙코르 공연, 용산 남일당 앞마당, 밀양 연극촌 등지에서 수차례에 걸친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 늑대는 점점 자란 것 같다. 그동안 늑대(불구)들의 울음소리에 공감하고 공명을 일으켜준 눈 밝고 귀 밝은 관객들 덕분으로 유년 시절을 보냈다면, 이제 희곡집이라는 책을 통해 독자와 만나 좀더 의미 있는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정석 (극단 바람풀, 연출)

작가의 말
이 텍스트는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와 『기담』에 실린 몇 편의 시에서 이야기의 가능성을 토대로 출발한 희곡이다. 그 안에는 우리의 세계(언어)가 여전히 기형과 불구의 세계를 담고 있고 그것에 우리 삶의 구체성이 관계하고 있다는 작가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우리 모두는 원형(모체)으로부터 분리된 후 하나의 기형을 앓고 있다는 연속성에서 이 이야기는 가능성을 가지고 움직인다.
첫 시집과 두번째 시집에서 주목했던 ‘세계의 불구성’이란 관점은 그런 점에서 이생이 불구의 연속임을 인식하고 거기서 발견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연민과 비애를 ‘늑대의 울음소리와 야성’을 통해 극적 형상화를 시도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한 작품이 갖는 온도를 따라가면 작품에 등장하는 ‘유괴’ ‘불구의 다양한 이미지들-기억, 언어’의 양상들은 시극의 형식을 가지고 움직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극은 문학의 장르 안에서 레제드라마로서 여전히 유효하다. 공연을 전제로 하는 대본으로서의 기능성뿐만 아니라 희곡으로서의 중요성 또한 크다. 엘리엇의 『캣츠』 『대성당의 살인』, 로르카의 『피의 결혼식』 외 고대 비극의 여러 작품은 여전히 중요한 시극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시극은 시어가 가지는 함축성이나 리듬 못지않게 서사 속에서 침묵의 질을 주요하게 다룬다. 즉 말해지는 것보다 말하여지지 못하는 것에 주목한다. 시는 언어보다 언어 너머의 세계에서 그 본래성을 찾아왔으며 시극은 언어로 공간을 만들지만 그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시적 언어로 공간을 비우는 작업에 그 고유성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극의 장소는 언제나 세계가 아직 만나지 못한 새로운 공간이 태어나는 곳이다. 수많은 극시인들은 새로운 공화국에 자신의 시를 산란해왔다.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문학 교육에 있어 희곡의 중요성은 그 뿌리가 깊다. 문학의 자장 안에서 인간을 성찰하고 인간의 표현을 이해하는 데 희곡이라는 장르는 대중과 함께 존재감을 깊게 잉태해온 것이다. 그런 연유로 우리 문학 교육에서 희곡이나 시극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부재, 공연 정보의 분말로만 이루어진 연극 잡지의 획일화는 시극이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결과를 초래해온 것도 사실이다. 희곡(시극)을 가까이 경험할 수 있는 지면의 부족이 아쉽다.
연극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는 2006년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초연 이후 다섯 차례 이상 공연된 레퍼토리로서 꾸준히 관객을 만나왔다. 2008년에는 시인이자 일본문학 번역가 한성례 선생님의 도움으로 일본 잡지 『공작예술』에 특집으로 소개되었으며 현재 일본에서의 공연을 계획중이다. 여기 실린 일본어 번역본은 그러한 연계성을 염두에 두고 특별히 작업한 결과이다. 독자가 이 텍스트를 통해 시와 극의 멀어진 거리를 회복하고 희곡에 대한 애정을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작가로선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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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신선한 자극! | ka**oue | 2014.10.1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시와 극의 조합이 궁금해져서 손에 든 책! 평소에 흔히 접할 수 없었던 흥미로운 내용과 ...

    시와 극의 조합이 궁금해져서 손에 든 책!

    평소에 흔히 접할 수 없었던 흥미로운 내용과 파격적인 단어선택들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연극으로도 공연되었는데 보질 못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싶습니다.

     

  •   처녀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에서부터 김경주는 기형(畸形)을 작품의 제재로서 자주 이용해 왔다. 시극...
      처녀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에서부터 김경주는 기형(畸形)을 작품의 제재로서 자주 이용해 왔다. 시극(詩劇)이라는 생소한 장르의 희곡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작품의 배경은 핵전쟁으로 말미암아 지구 전체가 기형화한 세상이다. 이런 세상 속에서 인간성과 야수성 중 어느 쪽도 온전히 갖추지 못한 채 태어난 늑대인간들이 주인공이다. 조금이나마 온전한 존재로 변모하고자 발버둥 치는 늑대인간들의 모습은 일면 잭 런던의 『야성의 절규』를 연상케 한다. 단 『야성의 절규』가 사람에게 길들여져 자라던 개가 태고의 야성을 되찾는 이야기라면 이 희곡은 태고의 야성도 문명을 통해 길러야 할 인간성도 실종한 세상이 배경이니만큼 그 암담함은 비할 바 없다.

      산문으로 읽더라도 충분히 파격적으로 읽힐 제재와 발상은 시적 파격을 거치며 핵폭발의 섬광처럼 뇌리를 맹폭한다. 피폭당한 독자들은 누구라도 '온갖 부조리와 혼란 속에서 신음하는 이 사바세계에 어떻게 인간성을 되찾아 줄까?'를 고민하지 않고는 못 견디리라. 본디 희곡과 (서사)시는 한 뿌리에서 나왔다. 김경주의 이 역작은 타성에 젖어 영상 매체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한국 연극계에 서사시의 근원적 힘을 되살리려는 야성의 절규이기도 하다.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는 2006년 초연 이래 전국 각지의 무대에 올라 절찬을 받았다. 극본을 읽고 나니 시적 언어의 위력이 무대 위에서는 어떻게 발산될지 또한 호기심이 솟는다.

      일본어 공연을 준비하며 만들어진 일역 대본이 함께 실렸다. 이 또한 원문의 정서를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정초된 일본어로 쓰였다. 일본 문학이나 일본어 번역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독을 권한다.
  •   요즘처럼 우리 삶속의 질퍽한 언어들이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시대에 김경주 시인의 시극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는...

      요즘처럼 우리 삶속의 질퍽한 언어들이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시대에 김경주 시인의 시극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는 매우 신선하고 귀하다. 설명처럼 이어지는 대사라기 보다 철학적인 언어로 엮어진 한 편의 시이다. 어느 행 하나 허튼 구석이 없다. 연극의 발상지 고대 그리스로 날아가 우리 말로 우리 극을 보는 그런 느낌이다. 첫 희곡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김경주가 던지는 화두는 밀도있고 무겁다.

     

      SF를 좋아하는 나는 쉽게 김경주의 희곡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었다. 등장인물이 늑대로 설정되어 있지만, 작가는 이들이 인간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는 늑대와 인간의 세계를 넘나든다. 먼 미래,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에서 그래도 살아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존재들의 대화는 그대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대화를 연상시킨다. 비록 우리는 네온사인 반짝이고 멋진 자동차가 질주하는 현대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말이다. 허무하지만 살아야하고, 허무하지만 희망을 가져야 하고, 본능적으로 종족 번식에 기뻐하는 동물의 모습이 희곡 속에 잘 녹아있다. 어머니를 사랑하면서도 경멸할 수밖에 없는 아들과 자식이기에 연민하고 품어주는 어머니. 그들의 삶은 처참하고 부조리해 보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살아간다. 우리는 그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작가는 늑대의 울음소리를 강조한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울음이 있다. 아버지나 아들처럼 시인같은 울음을 가진 이도 있고 어머니처럼 억척스럽고 현실적인 울음을 가진 이도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 모든 울음소리는 결국 생존을 위한 울음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현실감각이 넘치고 때로는 익살스럽기도 한 대사 속 곳곳에 장치된 시적인 울음에 귀기울여야겠다. 대사와 대사 사이에 공백을 두어 음미할 여유가 있어서 좋다. 연극으로 본다면 시적인 대사와 함께 그 울음소리로 관객은 충분히 작품에 젖어들 것 같다. 일본에서도 공연이 열릴 예정이라 하니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몹시 궁금하다. 

  • 술술 읽힙니다 | me**sa | 2014.10.08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시와 극이 어우러진 장르라 처음에는 낯설기도 했지만 일단 책을 펴니 술술 읽혔습니다.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었고요. 김경주 시...

    시와 극이 어우러진 장르라 처음에는 낯설기도 했지만 일단 책을 펴니 술술 읽혔습니다.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었고요.

    김경주 시인이 이 텍스트를 통해 시와 극의 멀어진 거리를 회복하고 희곡에 대한 애정을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작가로선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일 것이라고 기술했는데 그 거리가 가까워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연으로도 이 시극을 느껴보고 싶네요.

  •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김경주 시인님께서 쓰신 희곡. 정확히는 '시극'이란 장르네요.   연극계와 문학...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김경주 시인님께서 쓰신 희곡. 정확히는 '시극'이란 장르네요.

     

    연극계와 문학계를 아우르시는 작가님의 아우라가 그대로 원문에서 느껴집니다.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아 오랜 기간 동안 무대로 올려졌고, 이번에는 국내 못지않게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일본 연극계까지 두드리신다니, 감탄 또 감탄입니다. 특이하게 일본어 대본까지 실려있어 내용이 더 알차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경주 시인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물론, 연극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도 선물로 드리기 좋은 책이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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