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그 황홀한 부패』는 이형기 시인의 세계수용 방식을 동일성 추구, 불화, 소멸의 생성이라는 세 축을 세우고 시에 형상화된 그의 세계인식을 정치하고 폭넓게 추적한 책이다. 시인은 자연을 스스로 충만하고 성숙함을 지닌 대상으로 인식하여 이와 동일화를 꾀한다. 나아가 소재와 감각의 활달한 확대, 무한한 시공간의 확장을 보이는 세계에 진입하면서 보편적 비유에 도전한다. 동일화 대상인 세계는 불화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세계와 불화하는 시인은 존재 문제와 훼손된 세계의 형상화에 집중한다. 존재가 행하는 노역의 헛됨과 출구 없는 세계에 갇힌 존재의 몸짓은 처연하기만 하다. 여기에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 더해지면서 비극성은 극대화된다. 시인은 박토, 한발, 죽음, 절망과 자멸을 긍정적이며 건강한 에너지로 인식하여 시적 긴장감을 높인다.
저자소개
저자 : 강유환 저자 강유환은 전남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 이형기 시의 세계인식 방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 「병렬과 반복의 조형미 」 , 「자기 원형의 발견과 자아실현의 길 」, 「불모성의 비애와 충만한 감각의 세계 」가 있다. 2000년 『 시안』으로 등단하여 시를 쓰며 시집 『 꽃, 흰빛 입들』이 있다.
목차
책머리에
Ⅰ. 서론 Ⅱ. 동일성 추구의 자연과 인식의 확장 Ⅲ. 불화의 세계와 정체성 찾기 Ⅳ. 긍정의 시간과 생성의 세계 Ⅴ. 결론
존재, 그 황홀한 부패 삶의 헛됨과 부조리함, 소멸과 연민,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의 출구 없는 감옥에서 시인은 다룰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시화한다. 시인은 그 나름대로 존재 의미에 자유로워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이 과정을 통해 시인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화해를 거부한다. 현실의 총체적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하는 그의 붓끝에는 냉소와 반어와 풍자로 무장한 시어들이 풍성하다. 이형기 시인의 자의식은 물구나무서기 식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데서 도드라진다. 의도적 유폐에 해당하는 작품들은 범상하지 않게 세계를 수용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 저자의 말 中
소개 『존재, 그 황홀한 부패』는 이형기 시인의 세계수용 방식을 동일성 추구, 불화, 소멸의 생성이라는 세 축을 세우고 시에 형상화된 그의 세계인식을 정치하고 폭넓게 추적한 책이다. 시인은 자연을 스스로 충만하고 성숙함을 지닌 대상으로 인식하여 이와 동일화를 꾀한다. 나아가 소재와 감각의 활달한 확대, 무한한 시공간의 확장을 보이는 세계에 진입하면서 보편적 비유에 도전한다. 동일화 대상인 세계는 불화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세계와 불화하는 시인은 존재 문제와 훼손된 세계의 형상화에 집중한다. 존재가 행하는 노역의 헛됨과 출구 없는 세계에 갇힌 존재의 몸짓은 처연하기만 하다. 여기에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 더해지면서 비극성은 극대화된다. 시인은 박토, 한발, 죽음, 절망과 자멸을 긍정적이며 건강한 에너지로 인식하여 시적 긴장감을 높인다. 이는 궁극적으로 비상, 상승 이미지와 상통한다. 패배와 죽음, 절망의 형상화에 발휘된 시인의 개성은 독보적이다. 그는 허무를 인식하는 데서 한 차원 더 나아간다. 모든 존재는 소멸하지만 단순하게 소멸과 허무의 세계로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체득한다. 소멸에 절망하나 허무에서 장엄함을 발견하는 시인은 허무를 유희처럼 사유하는 유연함을 보인다. 그에게 무와 유, 소멸과 생성 관계는 상대적이 아니라 서로 번갈아드는 개념이다. 소멸은 생성으로, 생성은 소멸로 인해, 유는 무로, 무는 유로 융화되어 깊어진다. 소멸해야만 생성한다는 사유는 황홀한 부패로 구체화된다. 시인의 작품과 유고를 포함한 전 작품을 모두 분석 대상에 넣은 이 책은 현재 이를 다룬 논문이 없다는 점에서 볼 때 매우 의미가 깊다. 시인의 세계인식이 녹아든 작품을 다각도로 분석한 이 책을 바탕으로 풍성하고 심화된 논의가 생산되어 이형기 시인의 시사적 위치가 더욱 찬란해질 것임을 낙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