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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296쪽 | | 132*200*23mm
ISBN-10 : 8954653812
ISBN-13 : 9788954653817
걷는 사람 하정우 중고
저자 하정우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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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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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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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또 걷는 배우 그리고 자연인 하정우의 발자국! 하루 3만 보씩 걷고, 심지어 하루 10만 보까지도 기록한 적 있는 유별난 걷기 마니아로 알려진 배우 하정우의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 강남에서 홍대까지 편도 1만 6천 보 정도면 간다며 거침없이 서울을 걸어 다니고, 심지어 비행기를 타러 강남에서 김포공항까지 8시간에 걸쳐 걸어간 적도 있는 저자가 무명배우 시절부터 트리플 천만 배우로 불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걸어서 누비며 출근하고, 기쁠 때나 어려운 시절에나 골목과 한강 변을 걸으면서 스스로를 다잡은 기억을 생생하게 풀어놓는다.

조금 덜 먹고 덜 움직이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 세상의 맛있는 것들을 직접 두 손으로 요리해 먹고 두 발로 열심히 세상을 걸어 다니는 편을 택하겠다고 말하는 저자가 길 위에서 바라본 하늘, 노을, 무지개, 새벽 걷기의 쉼터이자 간이카페가 되어주는 한강 편의점, 함께 걷는 길동무, 종일 걸은 후에 직접 요리해 먹는 단순하지만 맛깔 나는 음식 등 소중한 일상의 조각들이 담겨 있다.

더불어 이 책에서 화려한 필모그래피 뒤에 숨어 있는 저자의 땀과 기도를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이 쉽게 성공과 실패의 양극단으로 나누어 단정지어버리는 순간조차 자신이 끝까지 걸어야 할 긴 여정의 일부라 믿으며 어떤 조건과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보폭으로 앞으로 걸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건강한 두 다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앞에 펼쳐진 길을 기꺼이 즐기면서 걸어가는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 하정우
배우,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
그리고, 걷는 사람.

filmography
[PMC: 더 벙커]
[신과 함께]
[1987]
[아가씨]
[터널]
[암살]
[군도: 민란의 시대]
[허삼관]
[롤러코스터]
[더 테러 라이브]
[577 프로젝트]
[베를린]
[러브픽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황해]
[국가대표]
[추격자]
[용서받지 못한 자] 등

그림 개인전

2018 [VACATION], 표갤러리, 서울
2017 [Plan B], 표갤러리, 서울
2016 [What Else], 호림아트센터, 서울
2015 [PAUSE], 표갤러리LA, LA
2014 [Trace], 표갤러리, 서울 까르띠에 청담점, 서울
2013 Ha Jung Woo 개인전, Walter Wickiser Gallery, 뉴욕
2012 [Mask: Pierrot, The Unfinished Story], H?art Gallery, 서울
2011 [피에로], 동원화랑, 서울
2011 [Pierrot], 인사아트센터 본전시장, 서울
2010 하정우 초대전, 동아일보 미디어센터, 서울
2010 [Horizon of Passion], 닥터박갤러리, 양평

목차

서문 웬만하면 걸어다니는 배우 하정우입니다 · 6

1부 하루 3만 보, 가끔은 10만 보

말 한마디에 천릿길 걷는다
577킬로미터 국토대장정 끝에 내가 배운 것 · 19

기분 탓인가?
그런 생각이 들 때는 그냥 걸어 · 29

왜 자꾸만 나를 잃어버리지?
내 숨과 보폭으로 걸어야 할 때 · 35

하체가 상큼해지는 시간
강남에서 김포공항까지, 나의 걷기 다이어트 · 42

내 인생의 마지막 4박 6일
걷는 사람들의 천국, 하와이 · 48

휴식은 가만히 누워 있는 게 아니야
하와이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어떤 날 · 56

‘생보’와 ‘제뛰’를 사수하라
참 쉬운 하루 3만 보 걷기 교실 · 61

10만 보 일기
사점을 넘어 계속 나아가기 · 70

눈물고개를 지나면 반드시 먹고 쉴 곳이 나올 거야
우리집 큰 마당, 한강 따라 걷기 · 84

하와이 걷기 코스
제2의 집 · 92

매직 아워를 걷다
한겨울 걷기의 즐거움 · 102

2부 먹다 걷다 웃다

복기의 시간
왜? 왜? 왜! 수많은 ‘왜’들과 대화하다 · 111

신데렐라의 비밀
직장인처럼 운동선수처럼 · 117

먹다 걷다 웃다
먹방의 시작은 일상 · 123

밥은 셀프
하정우식 얼렁뚱땅 요리법 · 131

맛있는 국을 끓이는 사소하지만 위대한 비밀
맛집 사장님과의 대화에서 배운 신의 한 수 · 146

아침 걷기와 야구
추신수 선수와 나의 인생 곡선 · 149

한 발만 떼면 걸어진다
이불 밖이 쑥스럽게 느껴지는 날 · 154

힘들다, 걸어야겠다
바쁘고 지칠수록, 루틴! · 161

모두를 웃게 하진 못했지만
굳이 에둘러 돌아가는 이유 · 169

사람의 표정을 읽고 저장하는 일
감독의 눈높이 의자에 앉아서 · 177

꼰대가 되지 않는 법
자리를 비워주는 사람이 아름답다 · 181

언령을 믿으십니까
도심을 걷다가, 문득 · 185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팀플레이의 즐거움 · 190

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걷기 모임의 올드보이들 · 195

걷는 자들을 위한 수요 독서클럽
걷기와 독서의 오묘한 공통점 · 203

3부 사람,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

가만있지 못하는 재능이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한우물만 못 파요 · 213

나를 확신할 수 없다
믹싱, 완벽한 소리를 붙들려는 불완전한 인간의 분투 · 223

왜 사랑받지 못했을까?
그럼에도 감독의 길을 계속 가는 이유 · 227

남자다운 게 뭔가요?
두려움에 대하여 · 232

내가 동행을 선택하는 법
신과 함께 · 238

두 다리로 그린 이탈리아 미술지도
관광 아닌 유학 같은 여행 · 243

슬럼프 선생님
배우의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 271

내가 만난 노력의 장인들
노력의 밀도를 생각한다 · 279

걷는 자를 위한 기도
인간의 조건 · 288

SPECIAL THANKS TO · 294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걸어서 출퇴근하는 배우, 하정우 그에게 걷기란, 두 발로 하는 간절한 기도 나만의 호흡과 보폭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 아무리 힘들어도 끝내 나를 일으켜 계속해보는 것 출간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출판사서평 더 보기]

걸어서 출퇴근하는 배우, 하정우

그에게 걷기란,
두 발로 하는 간절한 기도
나만의 호흡과 보폭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
아무리 힘들어도 끝내 나를 일으켜 계속해보는 것

출간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배우 하정우의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 숲에디션이 출간된다. 유난히 나무를 좋아해서 한강 둔치에 대나무 100그루를 심는 꿈을 꾸어보기도 하고, 하와이의 반얀나무 사이를 걷는 것을 좋아한다는 하정우의 에세이 표지를 나무와 숲의 테마에 맞추어 리커버하였다.
숲에디션의 디자이너는 이 책의 특별한 디자인 콘셉트와 제작 과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꽃과 잎 그리고 열매가 모여 나무가 되고 그 한 그루의 나무가 다시 숲을 이루듯, 각 책에 담긴 이미지는 한 권 한 권의 책이 모여 다시 숲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책이라는 결과물이 나왔을 때 기존 책에 비해 어떻게 하면 더 친환경적인 책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러한 취지에 맞춰, 이 에디션은 합성비닐 코팅, 특수가공 등을 배제했다. 제책 방식도 종이 소비를 보다 줄일 수 있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모든 책에서 합성본드 양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철 제책 방식을 취했다.
책과 함께 잠시라도 자연 속에서, 자연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 책에서 하정우는 무명배우 시절부터 트리플 천만 배우로 불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걸어서 누비며 출근하고, 기쁠 때나 어려운 시절에나 골목과 한강 변을 걸으면서 스스로를 다잡은 기억을 생생하게 풀어놓는다. 이 책에는 ‘배우 하정우가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길’과 ‘자연인 하정우가 실제로 두 발로 땅을 밟으며 몸과 마음을 달랜 걷기 노하우와 걷기 아지트’, 그리고 걸으면서 느낀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배우 하정우는 하루 3만 보씩 걷고, 심지어 하루 10만 보까지도 기록한 적 있는 유별난 ‘걷기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손목에 걸음수를 체크하는 피트니스밴드를 차고서 걷기 모임 친구들과 매일 걸음수를 공유하고, 주변 연예인들에게도 ‘걷기’의 즐거움과 효용을 전파하여 ‘걷기학교 교장선생님’ ‘걷기 교주’로도 불린다.
그는 강남에서 홍대까지 편도 1만 6천 보 정도면 간다며 거침없이 서울을 걸어다닌다. 그에게 웬만한 이동거리의 단위는 ‘차로 몇 분 거리’ ‘몇 킬로미터’가 아니라 ‘도보로 편도 몇 분’이 더 익숙하다. 심지어 비행기를 타러 강남에서 김포공항까지 8시간에 걸쳐 걸어간 적도 있다는 그에게 ‘걷기’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숨쉬고 명상하고 자신을 돌보는 또다른 방식이다.
“엄청 바쁠 텐데 왜 그렇게 걸어다니나요?”
“언제부터 그렇게 걸었어요?”
희한하다 싶을 정도로 걷고 또 걷는 배우 하정우를 향한 이 질문들에, 이제 그가 이 책 『걷는 사람, 하정우』로 답하려 한다.

글쎄, 언제부터였을까? 돌아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걷기밖에 없는 것만 같았던 시절도 있었다. 연기를 보여줄 사람도, 내가 오를 무대 한 뼘도 없었지만, 그래도 내 안에 갇혀 세상을 원망하고 기회를 탓하긴 싫었다. 걷기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았던 과거의 어느 막막한 날에도, 이따금 잠까지 줄여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지금도 꾸준히 나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 _서문에서

강남에서 홍대까지 걷는다, 하루 3만 보, 가끔은 10만 보…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걷고,
맛있는 것을 먹고, 많이 웃고, 오래 일하고 싶은
자연인 하정우의 발자국

영화 속 찰진 ‘먹방’으로도 자주 회자되는 그는 스스로 ‘걷기를 즐기지 않았더라면 족히 150kg은 넘었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실제로도 잘 먹고 많이 먹는다. 그러나 그는 좀 덜 먹고 덜 움직이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 세상의 맛있는 것들을 직접 두 손으로 요리해 먹고 두 발로 열심히 세상을 걸어다니는 편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이 세상의 맛있고 아름답고 좋은 것들을 충분히 만끽하고 감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한강 주변을 ‘내 집 앞마당’이라 생각하고 걷는다. 이 책에는 그가 길 위에서 바라본 ‘매직 아워’의 하늘, 노을, 무지개, 그의 새벽 걷기의 쉼터이자 간이카페가 되어주는 한강 편의점, 함께 걷는 길동무, 종일 걸은 후에 그가 직접 요리해 먹는 단순하지만 맛깔나는 음식 등, 그가 채집한 일상의 조각들이 스냅사진으로 실려 있다.
영화 [터널]을 촬영할 때, 터널 안에 매몰된 ‘정수’의 초췌하고 마른 몸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중 단기간에 혹독한 다이어트를 해야 했을 때도 그가 택한 것은 역시 ‘걷기’였다. 그러나 그에게 걷기는 단지 몸관리의 수단만은 아니다.
하정우에게 걷기란 지금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두 다리만 있다면 굳건히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슬럼프가 찾아와 기분이 가라앉을 때, 온 마음을 다해 촬영한 영화에 기대보다 관객이 들지 않아 마음이 힘들 때, 그는 방 안에 자신을 가둔 채 남 탓을 하고 분노하기보다 운동화를 꿰어신고, 그저 걷는다.
걸으면서 복기하고 스스로를 추스른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지금 이 순간조차 긴 여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그리고 결국은 잘될 것이라고.

2015년 내가 주연과 감독을 맡은 [허삼관]이 개봉했을 때, 나는 한창 [암살]의 주요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허삼관]은 기이할 정도로 관객이 들지 않고 있었다. 부랴부랴 이유를 찾다가, 나 자신을 질책하다가, 눈떠보면 [암살] 촬영 시간이 닥쳐와 있었다.
촬영장에 가는 것조차 너무나 힘이 들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분명 나를 위로하려 할 테니까. 어떤 사람은 별일 아닌 척 담담하게 나를 토닥일 테고, 또 누군가는 까맣게 타는 내 속마음을 눈치채고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조심스러워할 것이다. 그 모두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나는 더 불편했다.
갑자기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사람들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나의 아픈 마음을 어떻게 털어놓아야 하는 건지, 사람들의 위로는 어떻게 받아야 하는 건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촬영장에서 유쾌하게 농담을 건네고 사람들을 웃기던 하정우는 사라져버리고, 무슨 짓을 해도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든 어둡고 우울한 남자만 거기 남아 있었다.
아침에 촬영장으로 향하는 출근길, 나는 한 시간씩 기도했다. 제발 내가 맡은 연기만은 무사히 소화하게 해달라고. _「왜 자꾸만 나를 잃어버리지?」, 35~36쪽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는 하정우에게도 성공과 실패는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거듭 찾아온다. 때론 댓글에서 “하정우씨, 감독은 하지 말고 그냥 배우만 하세요!” 같은 신랄한 평도 뜬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간다.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과 제작자라는 멀고 험하지만 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길로 조금 더 멀리 걸어가보려 한다.

사실 배우로서든 감독으로서든 새 영화를 시작할 때 나는 늘 두렵다. 그러나 그 두려움이 나를 주저앉히거나 새로운 시도를 아예 못하도록 막지는 않는다. 또한 성공과 실패란 단순히 흥행의 그래프만으로는 확정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허삼관]은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나의 실패작’은 아니다. 내가 [허삼관]을 연출하면서 받은 선물들은 물질로는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누군가 내게 “하정우씨, 배우만 하세요”라고 말할 때 나는 예전에는 상처받았지만, 앞으로는 상처받지 않으려 한다. 그건 내가 배우로서는 대중들에게 꽤 친숙하고 그럭저럭 잘해왔다는 뜻 아닌가. 감독 하정우는 배우 하정우에게 빚졌지만, 언젠가는 감독 하정우가 배우 하정우에게 그 빚을 갚을 날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배우 하정우는 지금까지 많은 행운과 사랑을 누렸고 순탄한 길을 걸어온 편이지만, 스무 살에 연극무대에 오른 이후 서른 무렵 10년 만에 간신히 빛을 본 사람이기도 하다. 그에 비하면 영화감독 하정우는 이제 데뷔한 지 고작 몇 년밖에 안 된 신출내기다. 감독으로서의 성공과 실패를 운운하기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_「왜 사랑받지 못했을까?」, 229~231쪽

화려한 필모그래피 너머
그가 흘린 땀과 간절한 기도의 기록―
하정우는 어떻게 영화를 선택하고 만들어가는가

[군도] [암살] [터널] [베를린] [아가씨] [신과 함께] 등 그의 화려한 필모그래피 뒤에 숨어 있는 그의 땀과 기도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에세이를 읽는 특별한 즐거움이자 감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영화를 고르는 안목이 범상치 않다고들 하지만, 그는 작품을 결정할 때 ‘책’(시나리오)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들고 온 ‘사람’을 들여다본다. 그가 영화를 찍는 동안 동행으로 삼아야 할 사람이 어떤 길을 걸어온 사람인지를 살피는 것이다. 실제로 배우가 처음 받아보는 단계에서 이미 완벽하게 짜인 시나리오는 드문 편이라고 그는 말한다. 영화 시나리오도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두 꾸려지면,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며 완성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1편과 2편 모두가 천만 관객을 넘어선 [신과 함께]에 합류하기로 결심할 때도, 그는 전작 [미스터 고]에서 처음으로 쓴 맛을 본 김용화 감독이 자신에게 ‘가장 절실한’ 가족 이야기로 되돌아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에서 판타지물이 성공을 거둔 사례가 드물고, 손익분기점이 까마득하게 높다는 점도 그의 결단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했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동행이 되어 한 편의 영화라는 먼 길을 함께 걸어가느냐였다.

[신과 함께?죄와 벌]은 알고 보니 김용화 감독이 실제로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극에 담은 것이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신과 함께] 1편을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한 진혼곡’이라 표현했다. 언뜻 일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수적인 요인처럼 보이지만, 내겐 그것이 이 영화를 선택하는 무엇보다 확실하고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나는 이 영화가 잘될 수 있다는 확실한 느낌을 받았다. 때로 이 확실한 예감은 영화에 관계된 누군가의 ‘절실함’에서 나온다. 나는 그의 절실함에 공감했고, 그의 동행이 되어주고 싶었다.
내게는 ‘어떻게 시나리오를 고르는가?’라는 질문보다 ‘어떤 사람들과 일하길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이 더 맞는 것 같다. 배우가 받아보는 단계에서 사실 완벽하게 짜인 시나리오는 거의 없다. 시나리오는 언제나 배우와 스태프가 모두 구성된 후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개선해나가는 것이다. 한 절반 정도는 바꿀 생각을 하고 들어가는 거다. 나는 현재 시나리오의 반을 더 낫게 바꾸어나갈 열린 생각과 에너지를 가진 사람, 나와 절실함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일하길 좋아한다. _「내가 동행을 선택하는 법」, 239쪽

그가 걷기를 통해 배운 것은 걷기도, 일도, 인생도, ‘내 숨과 보폭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남 탓을 하고, 여건을 탓하고, 대중을 탓하고, 분위기를 따지는 법이 없다. 그저 건강한 두 다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자신의 앞에 펼쳐진 길을 기꺼이 즐기면서 걸어간다.
사람들이 쉽게 ‘성공’과 ‘실패’의 양극단으로 나누어 단정지어버리는 순간조차 자신이 끝까지 걸어야 할 긴 여정의 일부라 믿는 그의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다보면, 문득 하정우처럼 내 숨과 보폭으로 걷고 싶어진다. 살아가면서 그 어떤 조건과 시선에도 휘둘리지 않고 두 다리만 있다면 ‘계속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은 든든한 일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걷고,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많이 웃고, 오래 일하고 싶은, 자연인 하정우의 발자국이 이 책에 활자로 남았다.
하정우에게 ‘걷기’는 두 발로 하는 간절한 기도,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계속되어야 할 ‘삶’ 그 자체다.

삶은 그냥 살아나가는 것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걸어나가는 것이 우리가 삶에서 해볼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살면서 불행한 일을 맞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생이란 어쩌면 누구나 겪는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일에서 누가 얼마큼 빨리 벗어나느냐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사고를 당하고 아픔을 겪고 상처받고 슬퍼한다.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자주 우리를 무너뜨린다. 그 상태에 오래 머물면 어떤 사건이 혹은 어떤 사람이 나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망가뜨리는 지경에 빠진다. 결국 그 늪에서 얼마큼 빨리 탈출하느냐, 언제 괜찮아지느냐, 과연 회복할 수 있느냐가 인생의 과제일 것이다. 나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든 지속하는 걷기가 나를 이 늪에서 건져내준다고 믿는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_「걷는 자를 위한 기도」, 291~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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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배우 하정우는 내 범주에 크게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배우로서 좋아하기는 하지만, 모든 영화들을 찾아볼 정도로 광팬은 아니었다. 어떤 영화가 보고 싶어졌고, 그 영화에 하정우 씨가 나오면 “볼 만하겠네.” 정도인 배우.

      

     

     

    그런데 그런 그가 몇 년 전에 걷는 것에 대해 책을 냈다고 했다. 바로 읽어보고는 싶었지만 어쩐지 꺼려졌다. 연예인의 책을 읽고 감흥이 길었던 적이 거의 없는 까닭이었다. 그들의 책을 읽고 나면 단지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쓴 사람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이웃님의 서평을 보고, ‘읽어봐도 좋겠다.’하는 확신이 들었지만 그 이후로도 책 구매는 계속 망설였다. 여름에는 덥다고, 습하다고, 끈적거린다고 걷는 일을 멈추고 있다가 내가 선포한 가을, 9월이 되자마자 나는 걷기를 계획했고, 주문을 실행해 비로소 이 책을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8.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

    나도 걷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무작정 걷는 것을 좋아하진 않고 달라지는 풍경들을 관찰하는 재미를 느끼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걷거나 운동장 트랙을 도는 것보다 공원을 걷고, 골목길을 걷고, 도시를 걷는 일을 즐긴다. 그리고 목표 지향적인 까닭에 대부분 도착지를 설정해두는 편이기도 하다. 어쩐지 그래야만 목표 달성한 느낌을 받아서.

    하루 보통 3만보, 가끔 10만보까지 걷는다는 하정우 씨를 보며, 나는 기껏 해봐야 팔천보에서 만보 정도인데. 하며 주눅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보를 넘어가면, /우와 나 오늘 진짜 많이 걸었다! 야호!/ 하며 굉장히 기뻐하는 사람이 나인데. 으흐흐

     

     

      

     

    10. 걷기 모임을 만들어 친구들과 오늘은 얼마나 걸었나 서로 내기하고 응원하며 계속 걷는다. 내가 사는 도시를 내 발로 걸어 다니면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동네에 연결된 작은 골목길들을 알아가는 게 나는 즐겁다.

    그렇다고 내가 언제나 소풍 가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서는 건 아니다. 어느 날 아침에는 나도 하루쯤은 그대로 이불 속에 파묻혀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귀찮음과 게으름을 딛고 일어나 몸을 움직여 걸으면, 이내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멀고 막막해 보였던 세상과 나의 거리가 훅 당겨진다.

    타지역으로 여행을 갈 때 걷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할 때마다 그 지역의 깊은 곳까지 걸어본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 윤이 그 도시에 적응하기 위해 걸었던 것처럼. 나는 눈으로 스윽 본 곳은 쉽게 잊어도 발이 닿은 곳은 쉽게 잊지 못하는 사람이어서 그 지역을 깊숙이 알고 지내기에 그보다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올 3월 즈음에 걷기 모임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 모임은 하루 만보를 걷고 인증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목표가 8000보인 나에게도 만보를 걷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8000보가 목표라면 2000보만 더 걸으면 되는데, 그 2km 걷는 게 생각보다 잘 되지가 않는다. 물론 이전에 몇 년 동안 착용하던 샤오미미밴드라면 생활 걸음으로 채울 수도 있겠지만, 샤오미미밴드 대신 좋아하는 시계를 착용하고 있어 생활 걸음보다 작정하고 걸어야 하기도 한다. 오히려 이게 더 운동이 잘될 거라며 혼자 위안을 삼기도 한다. 하하

     

    154. 한 발만 떼면 걸어진다.

    서평을 쓰게 된 오늘 아침, 나는 체중계를 보고 뜨악하고 놀란 것과 어제 먹은 저녁을 소화시킬 요량으로 공복으로 3.5km(40분가량)를 걷고 왔다. 하정우 씨 말대로, 우선 몸을 일으켜 걸으러 나가면 어쨌든 걷게 된다. 신기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새삼스럽게 참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몸이 무거운 것이 아니라 생각이 무거운 것. 일단 몸을 일으키는 것. 다리를 뻗어 한 발만 내디뎌보는 것.

    책을 읽고 있노라면, 몸을 일으키고 산책을 나가고 싶게 만든다. 묘한 매력이다.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평소보다 더 많이 걸었다. 책을 읽다가 도중에 책을 덮고 동네 한 바퀴를 걷고 오기도 하고, 평일에는 점심시간에 밥 먹고 근처 산책로를 걷다 오기도 했다. 하정우 씨의 글은, 내게 생각보다 더 큰 울림을 주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58.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휴식을 취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적어도 일할 때처럼 공들여서, 내 몸과 마음을 돌봐야 하지 않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휴식이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나른해질 때가 있었다. 생각은 잘 나지 않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피로가 풀릴 때도 있기는 있었겠지? 나는 정말 내가 피곤을 느낄 때, 누적된 피로들을 날려줄 수 있는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공들여 내 몸과 마음을 돌봐야 한다는 사실에 깊은 공감을 한다.

     

     

    186. 별 뜻 없이 한 말도, 일단 입 밖에 흘러나오면 별 뜻이 생긴다고 믿는 편이다.

    걷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70% 정도라면 나머지는 하정우 씨의 생활습관이나 마인드를 엿볼 수 있었다. 요리, 직업, 그림, 독서, 대인관계, 말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 그 부분들에 대해 배우 하정우가 아니라 인간 하정우를 읽을 수 있었고, 그 바르고 건강한 가치관들 덕에 그가 이전보다 더 좋아졌다. 읽기 쉬운 정갈한 글솜씨도 한몫한다. 책을 읽고 있는데 자꾸 하정우 씨의 목소리가 오버랩되어 신선함을 느끼기도 했다.

     

     

    292.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책에는 하와이도 참 많이 나오는데 하정우 씨 덕에, 풍광이나 일몰, 바다가 아니라 걷기 위해 하와이에도 가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책 속에 소개된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도 읽어봐야지. 그리고 오늘도 J가 시간외근무가 끝나고 오면 슬렁슬렁 하품하는 퓨마처럼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걸으러 나가야겠다.

    덧. 다음에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는 아낌없이 밑줄을 좍좍- 그어가며 읽어야지.

     

     

  • 슬럼프가 온다면 | te**y | 2020.04.2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올해 20권의 책을 읽고자 목표로 삼았는데, 년초에 업무가 바뀌면서 계속 책을 멀리하다가 이 책을 집어 들게 되...

     

    올해 20권의 책을 읽고자 목표로 삼았는데, 년초에 업무가 바뀌면서 계속 책을 멀리하다가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책이란게 한 참 읽다 보면 탄력이 붙어서 글을 잘 들어오는데 한참만에 읽다 보면 그 페이스를 다시 찾아가기가 힘이 든다.

     

    이 책은 이런 나에게 쉽게 읽히고 가볍게 읽혀서 좋았다.

    하지만, 그 가벼움 속에 나름 하정우 배우의 인생 고민이 담겨 있어서 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곧바로 현장에 나가 일을 시작하고 남들보다 빨리 거창한 성과를 내는 건 중요하지 않다.

    충분히 담금질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 담금질의 시간은 내게 슬럼푸랑 녀석이 방문했을 때,

    비로소 황금의 시간으로 변할 것이다." (슬럼프 선생님 - 책중)

     

    책은 지금 내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에 따라 읽히는 게 다른 것 같다.

    나는 지금 슬럼프에 있다. 뭔가 의욕을 가지고 올해를 시작했는데, 코로나 때문에도 그렇고,

    년 중으로 접어 들면서 뭔가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는

    느낌이 들면서 마음에 어두움이 엄습해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슬럼프인가?

     

    <걷는 사람, 하정우> 책을 읽으면서 삶의 가벼움을 동시가 묵직함을 동시에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삶의 슬럼프에서 보슬비와 같은 상쾌함과 잔잔한 에너지를 주는 느낌이 들었다.

     

    잘 읽히기만 한 책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 두고 싶다.

    즐거웠다.

     

    (이상)

  • 행복 | hl**se | 2020.04.07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자기 페이스로 걸을수 있는 사람은 행복 한 사람이다

    자기 페이스로 걸을수 있는 사람은 행복 한 사람이다

  • 걷는 사람 하정우 | et**amus | 2020.01.0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일상을 걸으며 살아가고 있는 듯한 하정우님. 정말 '놀면 뭐하니?' 처럼 '앉아있음 뭐하니?' 라는 마음으로 걷고, ...

    일상을 걸으며 살아가고 있는 듯한 하정우님. 정말 '놀면 뭐하니?' 처럼 '앉아있음 뭐하니?' 라는 마음으로 걷고, 움직이고, 움직이면서 명상하고 움직이면서 자유를 얻는 진정으로 걷는 사람 하정우다.

    하루 만보도 성에 차지 않아 하루 삼만보를 걷는 사람. 출퇴근 길에 내 몸을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물건들 보다 내 스스로 내 몸무게를 지탱하며 두 발로 걷는, 그야말로 나는 직립보행인이다를 보여주는 사람 하정우.

    하와이에서의 깨달음. 진정 쉰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하고 멍청하게 있는 것이 아님을... 진정 여유롭게 움직이며 자신을 다시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내서 깨달음을 얻으며 쉬는 하정우.

    걷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구두는 거의 신지 않고 운동화만 신었다는 하정우. 나도 출퇴근 시간에 걷기 위해 어느 순간부터 가장 편한 할머니들이 신고 다니는 신발을 신고 다닌다. 가장 편하게 걸을 수 있다.

    회원들과 10만보의 날을 정해 걷기도 한다고 한다. 하루 20시간을 걷는다는 얘기다. 하루 1만보도 어려운 이들에게 하정우의 10만보는 어마어마한 일이다. 이 분은 걷기를 게임 레벨 올리듯이 하는 듯하다. 이 10만 보 걷기를 해낸 다음의 희열은 정말 대단했을 것이다. 포기하고 싶었을 마음을 다듬으며 이루어낸 결과. 이런 사람이 무엇인들 못하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하정우님의 말에 100퍼센트 공감한다. 예술하는 사람들이 흔히 방황을 하며서 약에 술에 중독되어 어려운 삶을 살고, 본인의 자아 때문에 힘들어하지만 하정우님처럼 건강하고 바르게 사는 예술인들도 있다.

    항상 걷기때문에 늘 피곤한 하정우님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져도 다른 사람처럼 진탕 놀고마실 수가 없단다. 너무 졸려서.. 그래서 12시면 졸려서 집에 가기때문에 신데렐라라는 별명이 붙었다한다. 참 좋은 별명이다. 하정우님에게 유리구두를 선물하고 싶다. 아니, 그럼 걷지를 못하겠구나...

    걷기 전에 '재판'을 먼저 받아야 한단다. 하정우님과 그 팀원들이 하와이 여행에서 걸을 때 쓰는 표현이란다. 바로 아침 먹은 후 화장실 볼일 보기. 그게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걷는 중에 재판 신청을 받아야하니 반드시 재판을 받은 후 걷기를 시작한단다. 너무 재미있는 표현이다.

    이 책에서는 걷는 얘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집밥 하선생도 나온다. 잘 걷기 위해 잘 먹는것을 원칙으로 하는 하정우님은 직접 음식을 요리해 먹는데 그 수준이 심상치 않다. 요리에 대해서도 다양한 팁을 얻을 수 있다.

    일단 내 몸이 힘들더라도 한 발만 내딛으면 할 수 있다는 것. 내가 가장 힘들 때도 일상처럼 무언가를 정해야 한다는 것. 정말 좋은 말이다. 정신과 의사들도 자신만의 루틴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라고 조언한다고 한다.

    하정우님이 배우로서 감독으로서의 삶을 얘기할 때도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임이 보이고 혼자 있을 때도 흐트러짐 없이 지내려 노력하는 모습도 우리 옛 선비를 상상하도록 한다.

    걷기만 하는 하정우가 아닌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실속 있는 대화를 하고 싶어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수요일 마다 모여 그냥 간단히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도 갖고 있다 한다. 아무리 봐도 정말 건전한 사람이다.

    '허삼관'을 감독한 후 '배우만 하세요'라는 소리를 듣는 실패를 하였어도 그것을 실패가 아닌 교훈으로 삼는 사람. 정말 모든 것을 올곧게 깨우쳐 가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그저 묵묵히 걸어가려고 노력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 하정우 에게 박수를 보낸다.

    € 신이시여! 당신께서 예비하고 계획하시는 일,그저 묵묵히 따라 걸어갈 수 있도록 제게 건강한 두 다리만 허락해주십시오.

    € 가끔 내 큰 머리에 어지러운 생각과 고민이 뭉게뭉게 차오르기 시작할 때면, 그 생각이 부풀어 머리가 더 무거워지기 전에 내 왕발이 먼저 세상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간다. 머리 큰 내가 발까지 큰 건 분명 축복이다.

    €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

    € 많은 사람들이 길 끝에 이르면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거라 기대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농담처럼 시작된 국토대장정은 걷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우리가 길 끝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내 몸의 땀냄새,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꿉꿉한 체취, 왁자한 소리들, 먼지와 피로, 상처와 통증…… 오히려 조금은 피곤하고 지루하고 아픈 것들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별것 아닌 순간과 기억들이 결국 우리를 만든다.

    € 나는 나의 기분에 지지 않는다. 나의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 나의 기분으로 인해 누군가를 힘들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 걷기는 내가 나 자신과 타인에게 하는 약속이다.

    € 그러다 그 미술평론가의 고마운 지적을 계기로 ‘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려야겠다! '고 마음먹게 된 것이다. 물론 뉴욕에서 받은 성적표는 처참했다. 팔린 그림 한 점 . (그리고 뉴욕 갤러리에서는 통 연락이 없었다……) 그러나 그 사건은 분명 내게 결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그후 나는 그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려나가기로 했다. 그림도, 또 내 인생도.

    € 내 갈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걷는 것,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

    € 하와이에 가면 나는 자연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이 지구, 이 땅의 일부라는 안정감을 느낀다. 하와이의 자연은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사람을 위로해주는 힘이 있다.

    € 만약 내 인생에 ‘마지막 4박 6일’이 주어진다면, 난 진심으로 뭘 하고 싶은가? 결론은 걷기였다. 나는 몸을 움직여 계속 걷고 싶었다.당신은 어떤가? 4박 6일이라는 애매한 기간이 당신의 인생에 마지막으로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 아, 휴식에도 노력이 필요하구나. 아프고 힘들어도 나를 일으켜서 조금씩이라도 움직여야 하는 거였구나.

    € 지치고 피로한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곧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기’는 결과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피로를 잠시 방에 풀어두었다가 그대로 짊어지고 나가는 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다르다.

    € 나는 한참 더 걷고 싶은데, 개들은 삼사십 분만 걸어도 지쳐서 더는 안 걸으려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산책 좋아하는 개들 때문에 체력이 달려서 끌려다닌다고들 하는데, 나는 반대다. 길 한가운데 배를 깔고 푹 퍼진 개들을 억지로 끌고 갈 순 없어서, 처음에는 자주 품에 안고 들어왔다.

    € 10만 보 걷기란 약 84킬로미터를 하루 만에 걷는다는 것이다. 마라톤 풀코스의 두 배 정도 되는 거리이고 보통 걸음으로 약 스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 그러니 어쩌면 한 걸음 한 걸음은 미래를 위한 저축 같은 것이다. 지금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이고 오히려 괴롭기까지 하지만 훗날 큰 감동과 의미를 선물해주니까.

    € 죽을 만큼 힘든 사점을 넘어 계속 걸으면, 결국 다시 삶으로 돌아온다. 죽을 것 같지만 죽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조금 더 걸을 수 있다.

    € 쌀뜨물로 끓인 미역국은 곡물에서 배어난 고소한 맛이 해산물과 고기를 휘감아서, 한 차원 다른 국으로 업그레이드해준다.

    €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종일 집안에만 머물고 싶은 날. 집밖이 왠지 낯설고 오직 내 방만이 안전하게 느껴지는 날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아침이면 나는 생각을 멈추고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한다. 몸이 무거운 것이 아니라 생각이 무거운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일단 몸을 일으키는 것.다리를 뻗어 한 발만 내디뎌보는 것. 이러한 행동들이 매일같이 이어져 습관이 되면 그다음부터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일어나 걸을 수 있다.

    € 루틴이란 내 신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얼마나 골치 아픈 사건이 일어났든 간에 일단 무조건 따르고 보는 것이다.

    € 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 오늘도 쉽지 않은 하루였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그래서 오늘도 기도하듯 다짐하듯 말해본다. '힘들다. 걸어야겠다.'

    € 그렇다면 나는 어떤 영화제작자가 될까? 나는 배우와 감독을 모두 겪어보았기에, 그들의 눈에 제작자가 어떻게 비치는지 잘 안다. 나의 포지션을 정확히 알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 의자를 조용히 비울 줄 아는 제작자가 되고 싶다.

    € 말에는 힘이 있다. 이는 혼잣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지만 결국 내 귀로 다시 들어온다. 세상에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은 없다. 말로 내뱉어져 공중에 퍼지는 순간 그 말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비난에는 다른 사람을 찌르는 칭찬에는 누군가를 일으키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말을 최대한 세심하게 골라서 진실하고 성실하게 내보내야 한다. ~~ 말에는 힘이 있고 혼이 있다. 나는 그것을 ‘언령言靈’이라 부른다. 언령은 때로 우리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자신의 권력을 증명해 보이고, 우리가 무심히 내뱉은 말을 현실로 뒤바꿔놓는다. 내 주위를 맴도는 언령이 악귀일지 천사일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 없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라는 점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루에 20쪽 정도 책 읽을 시간, 삼십 분가량 걸을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 모든 답은 결국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 요즘 나는 기도할 때 내 소원을 열거하지 않는다. 그저 신이 내게 맡긴 길을 굳건히 걸어갈 수 있도록 두 다리의 힘만 갖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 걷는 사람, 하정우 | sh**m0516 | 2019.11.30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요즘 걷기를 열심히 하고 있어서 그런지 깊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걸으면서 하정우의 이야기를...

    요즘 걷기를 열심히 하고 있어서 그런지 깊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걸으면서 하정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eBook 오디오북으로도 출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디오북으로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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