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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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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쪽 | B5
ISBN-10 : 8970844848
ISBN-13 : 9788970844848
팜 파탈 중고
저자 요아힘 나겔 | 역자 송소민 | 출판사 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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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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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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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파탈』은 기존의 책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살로메ㆍ델릴라ㆍ헬레나 같은 유명한 팜 파탈들의 그림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림 속 내용에 갇히는 대신, 한 걸음 나아가 문학과 당대의 비평ㆍ보도기사 등 다양한 텍스트를 인용하여 팜 파탈에 대한 담론을 펼치면서 이 책은 그 진가를 드러낸다. 괴테의 《파우스트》 한 대목은 중세의 마녀 판타지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월터 페이터의 <모나리자>에 대한 평론은 르네상스 그림 속의 신비로운 미인들에 대한 후세의 독특한 해석을 보여준다.

저자소개

저자 : 요아힘 나겔
저자 요아힘 나겔은 문학연구가이자 문화사가이며 주로 위대한 예술가들의 인생을 다루어왔다. 괴테에 관한 책으로 상을 받았고 클림트의 사생활에 관한 연구서도 저술했다. 또한 그는 미술과 문학, 영화에 나타난 암흑의 존재들에 관한 권위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뱀파이어》《초현실주의》등이 있다.

역자 : 송소민
역자 송소민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독어독문과에서 수학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과 강사로 지내며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 《독일 문학의 장면들》(공저), 《물의 요정을 찾아서》(공저) 등이 있으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카프카 단편선》 《클림트》 《운명의 법칙》 등 50권에 이르는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프롤로그 : 치명적인 그녀가 온다
성서의 악녀들 : 릴리트, 델릴라, 유디트
살로메 : 죽음을 부르는 일곱 베일의 춤
아프로디테의 자매 : 헬레나, 키르케, 사이렌, 메두사
스핑크스 : 수수께끼의 반인반수
클레오파트라 : 영원한 동방의 여왕
마녀의 축제와 베누스의 덫 : 중세의 악녀 판타지
붉은 르네상스 : 유혹의 불꽃
검은 낭만주의 : 카르멘, 운디네, 로렐라이
악의 꽃을 파는 소녀 : 라파엘전파, 보들레르, 상징주의
벨 에포크 : 호랑이를 거느린 사라 베르나르
사탄의 딸 : 뱀파이어, 룰루, 롤리타
요부 혹은 디바 : 스크린 속의 악령
초/현실의 뮤즈 : 1920년대의 여성 예술가들
환상의 여인 :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현대의 신화 : 그녀들의 시선
에필로그 : 어느 팜 파탈과의 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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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그녀는 자신이 가꾸는 작은 숲 시간의 뿌리덩이에 피를 거름으로 준다. 그러고는 수천 가지 고통과 쓰디씀에서 수천 가지 쾌락을 수확한다. 울음과 웃음으로 뒤섞인 거친 소리, 그녀의 침상 주위에 윙윙대며 울린다. 그녀의 발치에 허무한 사랑이 ...

[출판사서평 더 보기]

그녀는 자신이 가꾸는 작은 숲
시간의 뿌리덩이에 피를 거름으로 준다.
그러고는 수천 가지 고통과 쓰디씀에서
수천 가지 쾌락을 수확한다.
울음과 웃음으로 뒤섞인 거친 소리,
그녀의 침상 주위에 윙윙대며 울린다.
그녀의 발치에 허무한 사랑이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다. 황망하고 심란하게.
영웅 아도니스가 그녀의 손에 쓰러졌다.
피와 동경의 밧줄로 그의 몸과 마음을 묶어,
싸움에 들어 힘줄 하나하나 그 억센 자를 정복했다.
그렇다, 그녀는 남자가 가진 힘 그 모두를 쓰러뜨린다.
_앨저넌 찰스 스윈번, <베누스 예찬>

미녀와 야수를 한몸에 구현한 치명적인 그녀들
여성의 아름다움은 예술의 중심 주제이며 유혹과 위협을 동시에 발산하는 팜 파탈은 더욱 그러하다. 고대에는 여신이나 여왕으로, 중세에는 마녀로 낭만주의에서는 카르멘과 같은 정열적 캐릭터로 현대에는 은막의 스타로 그녀들은 존재해왔다. 오늘날에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이 등장했으니, 팜 파탈이 자의식 강하고 독립적인 현대여성의 역할모델로 떠오른 것이다.
끝없는 변신을 통해 영원히 살아가는 그녀들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리고, 여기서 남자는 어떤 역할을 할까? 환상과 악몽, 갈망과 혐오의 경계를 넘어 펼쳐지는 그녀들의 역사가 당신의 눈과 심장을 사로잡는다.

그녀는 아직도 젊은 모습으로 앉아 있다네, 세상은 오래 전에 늙어버렸는데도,
자신 속에 침잠해서,
그리고 남자들은 그녀의 찬란한 그물에 끌려들어가,
몸과 마음과 생명까지 사로잡힌다네.
장미와 양귀비가 그녀의 꽃이라네.
오, 릴리트여, 그대 향기의 올가미와 부드러운 키스의 강에서
과연 그 누가 빠져나올 수 있으리오
아! 청년의 눈이 그대의 눈동자 속에서 불타오를 때
청년은 고개를 떨구고 그대의 매력에 굴복하네
이제 한 가닥 금빛 머리카락이 사슬이 되어 그의 심장을 휘감네.
_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육체의 아름다움>

그림과 문학, 영화와 철학을 넘나드는 팜 파탈의 입체적인 연대기
팜 파탈, 특히 미술에 나타난 팜 파탈은 이미 익숙한 주제이다. 고대 신화와 성서 속 매혹적이고도 위협적인 여인의 형상은 기독교 문화의 시각예술에서 가장 대중적인 모티브 중 하나였다. 이 여인들은 문학과 연극에도 다양하게 수용되었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변하기도 했지만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팜 파탈의 표본으로 통했다.
이 책은 기존의 책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살로메ㆍ델릴라ㆍ헬레나 같은 유명한 팜 파탈들의 그림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림 속 내용에 갇히는 대신, 한 걸음 나아가 문학과 당대의 비평ㆍ보도기사 등 다양한 텍스트를 인용하여 팜 파탈에 대한 담론을 펼치면서 이 책은 그 진가를 드러낸다. 괴테의 《파우스트》 한 대목은 중세의 마녀 판타지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월터 페이터의 <모나리자>에 대한 평론은 르네상스 그림 속의 신비로운 미인들에 대한 후세의 독특한 해석을 보여준다. 하이네의 음울한 시 구절들은 로렐라이와 같은 낭만주의 시대와 유령과 요정 그림들을 더욱 생생하게 색칠하고, 플로베르의 《살람보》 속 고대 여왕과 보들레르의 《악의 꽃》 속 잔인한 미녀는 상징주의 화가들이 묘사한 여자 악마의 그림 속에서 하나가 된다.

나는 창백하고 또 창백한 왕들을 보았네.
남자들 중에 지독히 창백한 기사들을
그들이 외쳤네
무자비한 미녀가 너를 사로잡고 있다!
_존 키츠, <무자비한 미녀>

19세기 말의 상징주의 예술가들은 기존의 신화와 픽션들, 그리고 남성의 (피학적) 환상을 총동원하며 위험하다 못해 악마적인 극단적 팜 파탈의 이미지를 추구한다. 이러한 팜 파탈의 유행이 정점에 이를 즈음부터 연극배우 사라 베르나르와 같은 현실의 팜 파탈, 예술을 통해 여성의 매혹과 위협을 구현한 이들의 이름이 문화사에 기록되기 시작한다. 그녀들의 등장은, 당시 서서히 나타나고 있던 여성의 사회 진출 및 권리 요구와도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1865년 스캔들을 일으킨 마네의 그림 속에서 누드로 당당히 관객을 바라보는 <올랭피아>의 시선은, 도시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생업의 권리를 쟁취한 여성들이(그것이 설사 매춘이라고 할지라도) 어느새 도시의 주역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목소리 하나에서 모든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목소리 안에서 눈물이 솟아오르고,
웃음이 흩날리고, 비명이 불타오르고, 영원한 삶이 스며 나오는 듯하다.
이제 그 모든 것이 터져 나와 우리의 협소한 존재를 찢고 지나가서 이 여인의 삶으로 들어간다.
_사라 베르나르가 연기한 <춘희>에 대한 비평문 중에서

여신 숭배에서 여성 혐오까지, 팜 파탈의 이면을 읽다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가 수면에 올라오면서 그 반작용으로 사회 전반에, 특히 지식인과 예술가 사이에 여성 혐오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환상 속에 존재하는 여인이 불러일으키는 (주로 섹슈얼한 측면에 국한된) 공포는 감미롭지만, 현실의 여성이 구현하는 공포는 그야말로 끔찍했던 것이다! 정신분석학과 쇼펜하우어ㆍ니체의 철학을 근거로, 여성의 열등성과 그들이 남성에게 미치는 치명적 영향력에 대한 그럴싸한 이론이 난무했다. 여성 혐오의 시대는 위엄이나 아름다움보다 부도덕성ㆍ야수성ㆍ충동성이 강조된 팜 파탈 캐릭터들을 낳았으니, 양아버지와도 관계를 갖는 ‘야만적이고 아름다운 동물’ 룰루나 중년 남성을 의도적으로 유혹하는 소녀 롤리타 등이 그러하다.

고귀하고 완전한 것일수록 더 늦게 천천히 성숙에 이른다.
남자는 28세나 되어야 이성과 정신력이 성숙한다.
반면에 여성은 18세면 성숙한다……. 때문에 여자는 평생 어린아이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_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여성에 대하여>

20세기로 넘어오며 사진과 영화라는 새로운 매체가 출현하여 문학과 미술보다 더 큰 대중적 영향력을 획득한다. 이에 따라 저자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림에서 스크린으로 옮겨간다. 여배우들이 은막에 재현하는 역할은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살로메ㆍ카르멘ㆍ클레오파트라 등의 팜 파탈이었지만, 이제 그녀들 자신도 새로운 팜 파탈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다른 장르에서도 여성 예술가들의 행보가 점점 더 활발해진다. 화가 타마라 렘피카나 무용수 아니타 베르버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하였으나, 아름답고 자유분방한 여성에게 따르기 마련인 스캔들에 묻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였다. 자신의 예술적 공헌을 사람들에게 더 뚜렷이 각인시킨 여성들은 달리의 아내이자 모델이었던 갈라, 예술 후원자 페기 구겐하임 등 기존과 같은 ‘뮤즈’로서의 팜 파탈이었다.
말하자면 여성은 한편으로 뮤즈와 연인으로서 거의 신격화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 및 본능의 존재로 점점 악마화된 것이다.

난 타락했어요. 코카인을 들이마시죠……. 하지만 공연은 나에게 진지한 일이죠.
우리는 죽음·병·임신·매독·광기·사망·지병·자살을 춤추어요.
그런데 남자들은 우리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아요.
그저 우리의 베일만 뚫어지게 쳐다보죠. 그 속으로 뭔가 보이나 하고. 돼지들.
_아니타 베르버

신화의 전복 : 여성 자신이 팜 파탈을 말하다
그레타 가르보, 루이즈 브룩스 같은 무성영화의 ‘요부’들과 로렌 바콜, 리타 헤이워드 같은 누아르 영화의 위험한 미녀들을 거쳐, 누벨바그 영화는 좀더 자연스럽고 다층적이지만 여전히 수수께끼를 간직한 여성 캐릭터를 보여준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1958)에서부터 약 50년이 지난 <타임 투 리브>(2005)에 이르기까지 미묘한 관능을 뿜어내는 배우 잔 모로가 그 예이다.
현대에 이르러 바비 인형이나 캣우먼같이 늘씬한 몸매의 통속적 미녀들이 부상하면서, 팜 파탈의 미묘한 아름다움은 영향력을 잃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들의 자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사랑의 추억>(2000) 등에서 신비스럽고 좀처럼 다가갈 수 없는 팜 파탈의 본질을 표현한 샤를로트 램플링처럼 말이다. 한편 예술계에서는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팜 파탈을 비롯한 상투적 성 역할의 이면을 돌아보고, 여성의 관능을 새로이 정의하려는 여성 예술가들이 나타난 것이다. 사진작가 신디 셔먼, 행위예술가 베티나 랑스의 작품에서 팜 파탈 개념은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이루었다. 전형적인 남성 판타지였던 팜 파탈이 자의식 강하고 주체적인 현대 여성의 정체성을 구현하게 된 것이다. 거꾸로 보면, 기존의 팜 파탈 캐릭터들도 이제 그들이 갇혀 있던 신화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나는 일개 여인네가 아니오, 내가 세계요.
_플로베르,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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