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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쪽 | A5
ISBN-10 : 8967350716
ISBN-13 : 9788967350710
유일한 규칙 [양장] 중고
저자 리링 | 출판사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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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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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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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유일한 규칙은 ‘규칙은 없다’는 것이다! 손자의 투쟁철학 『유일한 규칙』. 《손자》는 뛰어난 지략으로도 목숨을 담보할 수 없고 인의도덕을 관철하기에는 너무도 잔혹했던 춘추전국시대의 진면목을 꿰뚫는 고전이다. 《손자》의 최고 권위자인 리링 교수는 이 책에서 《손자》의 철학과 체계를 독특하게 재구성하면서 중국 전략 문화의 정수를 드러내는 동시에 병법에 깃든 통시적 가치로써 동시대의 현실을 환기한다.

크게 이론편과 실전편으로 구성된 이 책의 이론편에서는 주로 계책을 세우는 일과 병력을 운용하는 법을 다룬다. 대체로 추상적이고 철학적 성격이 강한 ‘권모’와 ‘형세’라는 두 개념을 중심으로 하여 전개한다. 실전편은 실제 전투에서 공격을 하는 법칙을 설명한 ‘전투’와 전쟁에 없어서는 안 될 두 가지 전법을 설명한 ‘기술’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소개

저자 : 리링
저자 리링은 『손자』 연구의 명실상부한 최고 권위자. 1948년 중국 허베이 성에서 태어나 베이징에서 성장했다. 1977년 중국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에 들어가 금문金文 자료의 정리와 연구에 참여했고 중국사회과학원 고고학과정에서 은주殷周 시대 청동기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다시 고고연구소에서 고고학 발굴에 매진하다가 농업경제연구소로 옮겨 선진先秦 시대 토지제도사를 공부했다. 오랜 참여적 연구를 통해 빚어낸 명철한 지성으로 여러 고전해설서를 펴내어 선풍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철저한 고증과 참신한 시각으로 『논어』를 새롭게 풀어낸 『집 잃은 개』는 각종 도서상을 휩쓸며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등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기록됐다. 1985년부터 현재까지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고고학, 고문자학, 고문헌학을 통틀어 ‘삼고三古의 대가’로 통한다. 주요 저작으로 『전쟁은 속임수다』 『낮은 곳에 머무르다』 『논어, 세 번 찢다』 『유일한 규칙』 등이 있고 최근작 『주역의 자연철학』(2012)으로 자신의 고전 읽기 시리즈를 중간 결산했다. 그밖에 『화간일호주』 『방호귀산』 등 고전에세이도 다수 출간했다.

역자 : 임태홍
역자 임태홍은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유학대학원 한국사상사학과 및 일본 도쿄대 인문사회계연구과 동아시아사상문화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성 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유교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한중일 삼국의 ‘사士’ 개념 비교 고찰」 「태평천국 지도자 홍수전의 생가 마을 고찰」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일본사상을 만나다』 『사상과 문화로 읽는 동아시아』(공저), 역서로는 『쌍전』(공역), 『논어징』(공역), 『50인으로 읽는 중국사상』 등이 있다.

목차

고전으로 다시 돌아가다_ 펑유란과 후스의 차이를 함께 논함_05
서문_26
자서自序_27
들어가며_36

上 이론편

제1부_ 권모權謀: 전쟁의 삼부곡三部曲ㅡ묘산, 야전, 공성
【제1편】 계計: 조정에서의 계획ㅡ계책을 중시함貴謀_77
【제2편】 작전作戰: 천 리 밖의 승리를 결정함ㅡ속도를 중시함貴速_111
【제3편】 모공謀攻: 강공보다는 지략으로 승리ㅡ온전함을 중시함貴全_147

제2부_ 형세形勢: 병력의 배치ㅡ형, 세, 허실
【제4편】 형形: 많고 적음의 운용 1ㅡ전투 준비_187
【제5편】 세勢: 많고 적음의 운용 2ㅡ적군에 대응함_213
【제6편】 허실虛實: 많고 적음의 운용 3ㅡ승리를 제어함_245

下 실전편

제3부_ 전투戰鬪: 기동에서 공격까지ㅡ장수, 사병, 지형
【제7편】 군쟁軍爭: 누가 더 빠른가ㅡ돌아가는 길이 더 빠르다_283
【제9편】 행군行軍: 4가지 행군 지형ㅡ숙영과 경계_313
【제10편】 지형地形: 여섯 가지 작전 지형ㅡ여섯 가지 패배_343
【제11편】 구지九地: 아홉 가지 전쟁터ㅡ지리와 심리_369
【제8편】 구변九變: 병법가는 고지식함을 가장 싫어한다_411

제4부_ 기술技術: ‘첨단 기술’ㅡ화공과 용간
【제12편】 화공火攻: 화기 시대의 서막ㅡ다섯 가지 불의 이용_437
【제13편】 용간用間: 간첩을 쓰지 않으면 이기지 못한다ㅡ간첩의 다섯 가지 운용_461

주_491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중국 고전 해설의 명장이자『손자』의 최고 권위자 리링 교수, 40년간의 『손자』 연구를 집대성하다! 병법은 행동철학이며 투쟁철학이다. 생존을 위해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최고의 지혜를 짜내어 주어진 규칙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만고불변하는 필승의 법...

[출판사서평 더 보기]

중국 고전 해설의 명장이자『손자』의 최고 권위자 리링 교수, 40년간의 『손자』 연구를 집대성하다!

병법은 행동철학이며 투쟁철학이다. 생존을 위해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최고의 지혜를 짜내어 주어진 규칙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만고불변하는 필승의 법칙은 없다. 전쟁에서 유일한 규칙은, ‘규칙은 없다’는 것이다.

◆ 중국 병법가의 최고 경전 『손자』에 대한 대大학자의 이해를 총결산
◆ “가장 유연하고 가장 지혜로운” 『손자』의 핵심 철학으로 안내함
◆ 기존의 해석 논쟁을 정리하면서 큰 그림에서의 이해를 돕다
◆ 『손자』의 기발함을 강조하면서도 모호한 본문을 명쾌하게 해석

왜 『유일한 규칙』인가?


리링은 이미 『손자』에 관한 책을 쓴 적이 있다. 먼저 연구 기록의 성격이 강한 『손자고본연구孫子古本硏究』와 『오손자발미吳孫子發微』를 종합하여 2006년에 『손자 13편 종합연구』를 출간했다. 이 책은 『손자』의 여러 판본을 비교하며 본문의 글자를 고증한 학술서로, 이때 이미 리링 교수가 베이징대에서 『손자』를 강의한 경력은 이십 년에 달하고 있었다. 베이징대에서 수십 회에 걸쳐 진행한 강의에 대해 리링은 “시간이 흐르면서 감이 점점 좋아졌다”고 소탈하게 회고하지만, 실제 이 강의는 대단한 인기가 있었고 그에게 『손자』 권위자로서의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리링의 다음 책 『전쟁은 속임수다』(2006)는 이 ‘인기 강의’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엮은 것이다. 한국에도 번역 출간된(글항아리, 2012) 이 책은 9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손자』를 해설하면서 당대의 문화사와 생활사를 풍성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다음이 바로 『유일한 규칙』이다. 2010년 출간된 이 책은 리링표 『손자』 독해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전작 『전쟁은 속임수다』의 서문에서 리링은 “지금까지의 책은 이른바 기초 작업으로 마치 재료와 같다. 문헌학적 기초는 있으나 문화·사상적 측면은 아직 전개하지 못했다”고 자평한 바 있다. 그리고 4년 만에 이에 화답하듯 『유일한 규칙』을 내놓았다. 『전쟁은 속임수다』에서 끝내 분류를 완성하지 못하고 ‘기타’ 항목으로 남겨두었던 「화공」과 「용간」 두 편을 ‘기술技術’부로 정리하여 4부 구성을 완결 짓고, 『손자』의 서술 구조와 사유 방식을 체계적으로 따라간다. 『전쟁은 속임수다』가 20여 년에 걸친 강의의 결실이었다면 『유일한 규칙』은 리링과 『손자』의 40여 년에 걸친 인연의 결실이다.
리링 교수는 손자의 병법을 상황에 대응하며 사유하는 ‘행동철학’이자 ‘투쟁철학’으로 읽어내며, 이것이 실상 인류가 사유하는 방식에 가장 가깝다고 말한다. 따라서 병법의 철학은 가장 실질적이며, 가장 지혜롭다. 『유일한 규칙』은 중국 병법가의 최고 경전인 『손자』에 대한 대大학자의 이해를 총결산한 것이다.

왜 리링의 『손자』인가?

춘추전국 시대는 인류 역사에서 손꼽히는 전란의 시기였다. 『손자』는 뛰어난 지략으로도 목숨을 담보할 수 없고 인의도덕을 관철하기에는 너무도 잔혹했던 이 난세亂世의 진면목을 꿰뚫는 고전이다. 중국에는 선진시대부터 청대에 이르기까지 4000여 종의 병서가 있으나, 이 많은 책들이 모두 『손자』에 대한 주해에 불과하다는 말은 어느 정도의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손자』의 경전적 지위를 깨닫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나는 40년간 손자를 읽었다. 중학교 때 중국 런민대학교 교내 서점에서 『금역신편 손자병법』을 접한 뒤로 꾸준히, 여러 곳에서 『손자』를 읽었고 문화대혁명으로 내몽골에 동원되었을 때는 가진 책이 적어서 『손자』를 이리저리 분해하고 조립해보며 거듭 읽었다. 마치 어린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이.”

ㅡ『유일한 규칙』 자서 中.

현재 중국에서 고문헌학·고문자학·고고학을 아우르는 삼고三古의 대가로 널리 인정받는 리링 교수는 일찍부터 조금 별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모두가 공자 존숭과 비판을 유행처럼 번갈아 일삼던 시기에 그는 “『논어』는 영 맹탕으로 아무 맛도 느낄 수 없다”고 말하며 『손자』에 탐닉했다. 그리고 1974년, 인췌산의 한나라 묘에서 죽간본 『손자』가 출토되었다. 이것을 우연히 잡지에서 읽은 리링은 설렘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러 고서 인용문을 찾아다닌 끝에, 죽간본 『손자』에 관한 소견을 논문으로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를 계기로 중국과학원 고고연구소와 인연을 맺으면서 금문 자료와 은주殷周시대 고고학 연구자로서 리링의 경력이 시작되었으니, 『손자』를 향한 매혹이 그의 인생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병법에도 철학이 있느냐고 묻는다. 리링은 명백하게 대답한다. “당연히 아주 많이 있다”고. 이 책 『유일한 규칙』에서 리링은 고대 중국의 사상사에서 『손자』가 차지하는 위치와 성격을 명확히 하면서 『손자』의 사상 구조를 드러내 보여주려 한다. 해석상의 논쟁이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각 판본을 비교하고 고증을 거듭해 정리한 본인의 의견을 명쾌하게 제시하면서 『손자』 철학의 전경을 완성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리링은 엄밀하게 고증을 하면서도 ‘고전 읽기’가 언제나 현대적 독법에 가 닿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경전은 기본적으로 ‘옛날 책’으로, 의미 전달에 난점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유념하면서 리링은 ‘현대인에게 의미 있게 고서를 읽는 법’을 고민한다. 그는 경전이란 여러 가지 맛이 뒤섞인 커다란 ‘잡채 요리’ 같은 것으로, 여러 조각으로 나누고 구조를 분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유일한 규칙』에는 옛사람의 진의와 동시대인의 감수성 사이의 균형을 독창적으로 고민하며 『손자』를 읽어온 이 학자의 40년 여정과 연륜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손자』에 들어 있는 사상의 정수와 문화사적 가치를 유연하게 풀어내다

一. 병법은 중국 정치학의 기원이다
『한서』 「예문지」는 고서古書를 여섯 종류로 나누고 있다. 육예, 제자, 시부, 병서, 수술, 방기 이렇게 여섯 종류인데, 앞의 세 종류가 현대의 ‘인문학’이라면 뒤의 세 종류는 현대의 ‘과학’, 즉 사회과학·자연과학·기술과학을 포괄한다. 중국 전통에서 인문학의 정수가 유가와 도가를 필두로 한 현학 경전에 있다면, 과학기술은 병서를 으뜸으로 여긴다. 병서에는 당시의 도구와 기술(기술과학), 수술과 방기(자연과학), 치국과 용병(사회과학)에 대한 원리가 폭넓게 담겨 있다. 물론 여기에는 기술과 관련된 부분이 있는가 하면 음양오행과 같이 현대의 기준에서는 ‘미신’이라 불리는 자연철학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북두칠성을 보고 공격하며, 오행상승에 의거하고, 귀신의 힘을 빌려 도움을 받는다”와 같은 병서의 서술은 다분히 미신적이다. 하지만 고대에는 오히려 그것이 고도의 과학이었다. 손자 역시 병음양兵陰陽(병법적인 음양론)을 이야기했는데, 지형에 따른 배치와 행군 방법을 설명하면서 음양과 ‘따르고 거스르는順逆’ 혹은 ‘등지거나 향하는背向’ 이치를 언급했다. 이와 같은 병음양적 사고는 당대의 세계 이해 방식에 기반을 둔 고대의 자연과학이다.
이렇듯 고대와 현대의 ‘과학’은 그 개념부터 차이가 있다. 리링은 이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당시 사회에서 병학이 가졌던 역할 및 특성을 부각하면서 고대의 학문 분류와 현대 분과학문적 인식 사이의 거리를 메워간다. 이러한 리링의 설명을 따라가면서 독자는 현대 사회정치학이나 군사학에 대한 인식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고대의 정치철학’ 또는 ‘고대의 자연과학’이라는 식으로 보다 친숙하게 『손자』에 담긴 이치를 읽어나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책에서 리링은 병학을 중국 고대 사회·과학철학의 정수로, 그리고 병학의 최고 경전인 『손자』 사상을 중국 정치학의 뿌리로 위치지우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에서 비로소 정치와 윤리를 나누었듯, 중국의 정치학도 도덕과 결별한 뒤에 시작되었다. 이러한 형명법술刑名法術의 학문의 기초를 다졌던 법가가 진秦나라와 함께 쇠락한 이후 그 정치철학적 사고를 후세에 남긴 것이 바로 중국의 고전 병법이다. 중국 정치학의 뿌리는 병법에 있다.

二. 병법은 인류 지혜에 대한 도전이다
병법은 두 집단이 고도로 대항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유 방식이다. 전쟁에서는 적군의 행동에 따라 우리의 행동을 결정해야 하며, 한쪽의 상황이 변화면 다른 한쪽도 변한다. 아주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며 작은 변화가 모든 것을 바꾸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선인의 지혜나 기존의 경험적 지식을 끊임없이 갱신해야 함을 의미한다. 병법의 사유 방식이 가장 큰 지혜와 판단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쟁이라는 국면에 결코 ‘완전한 지혜’란 없다. 언제나 규칙을 깨고 적의 허를 찔러야 하며, 적에게 수를 읽히지 않기 위한 변화무쌍함이 필요하다.
또한 전쟁에서는 언제나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 모든 정보망을 동원하여 적의 계책과 형세를 파악하려 아무리 애써도 결코 적의 사정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언제나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하고, 이 판단은 군사행동으로 이어져 전군의 생사를 결정한다. 모호함 가운데서 최대한의 ‘추측’으로 마치 ‘도박’을 하듯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지식과 추측과 미신을 동원해 그 안에서 최선의 판단을 해야만 하는 병법의 원리는, 그 자체로 기존의 ‘지혜’ 관념에 대한 도전이다. 병법은 어디까지나 불확정적인 것을 연구한다. 끊임없이 계산을 해도 한끝의 오차가 전군의 목숨을 좌우하며, 최고의 지략으로도 결과를 결코 보장할 수 없다.

三. 병법은 인류 도덕에 대한 도전이다
병법은 살인 예술이고, 군인은 직업 킬러다. 동서고금에 군대를 쓰지 않은 국가와 민족이 없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미화할 수 없었다. 전쟁은 결국 도덕적 비난을 받았고, 모두가 간첩을 썼다. 『손자』 「용간」 편에서는 “성스러운 지혜를 가진 자가 아니면 간첩을 쓸 수 없고 어질고 의로운 자가 아니면 간첩을 부리지 못하며 신묘한 자가 아니면 간첩으로써 성과를 얻지 못한다”며 간첩을 쓰는 일을 최고의 지략으로 칭송한다. 병법과 도덕이 충돌을 일으킨 역사는 이미 오래되었으나 간첩의 종류를 상세히 소개하고 나아가 간첩을 성인으로 추대한 『손자』의 서술은 중국사상사 안에서도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다.
그러나 실제로 군대를 운용하는 문제에서 도덕을 기반으로 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병법은 적을 살상하면서 승리를 다투는 기술이며, 전쟁에서 이간과 속임수는 오히려 생존의 열쇠가 된다. 그러므로 병법은 고지식함을 경계하고 적을 속이라 말하고, 간첩을 써서 적을 이간하는 것을 최고의 지혜로 여기며, 적지에서 약탈하는 자를 포상할 것을 권한다. 송나라 양공襄公이 홍강의 전투에서 상대편이 진열을 정비하도록 기다려주었다는 고사를 듣고 유가에서는 송 양공의 인격을 칭송하겠지만, 그 인격 때문에 결국 송나라는 대패하고 양공은 죽음에 이르렀으니 병가에서 이 일화는 조롱거리가 된다. 이렇듯 병법은 오래전부터 기존 도덕관념에 대한 최대의 도전이었다.
다만 이 책에서 리링은 ‘도덕에 도전’한 병가의 철학에서 잔혹함을 부각하며 서술의 비정함에 천착하기보다는 당시의 정황과 그 현실적 여건을 함께 분석한다. 십만 포로를 생매장할 수밖에 없는 것은 폭동과 군량 부족을 고려한 결과이며, 적지에서의 약탈을 권한 것은 이미 거듭 징발당한 자국민의 상황을 배려하면서 운송에 소모되는 비용 절감을 꾀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이러한 리링의 서술이 전쟁의 근본적인 잔혹성과 춘추전국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폭넓게 고려하면서 병가의 사상자원을 이해하는 데 탁월한 방식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본문 구성

리링은 『손자』 열세 편을 상上, 하下 두 편으로 하여 각각을 이론편, 실전편으로 나눈다.

● 이론편
상편 이론편은 주로 계책을 세우는 일과 병력을 운용하는 법을 다루는데, ‘권모’(제1부)와 ‘형세’(제2부)라는 두 개념을 중심으로 하여 대체로 추상적이고 철학적 성격이 강하다.
제1부 권모權謀 제1부 ‘권모’에서 ‘권權’은 임기응변이고 ‘모謀’는 계책이다. 즉 ‘권모’란 전략, 즉 전쟁의 전체적인 국면에 대해 큰 계획을 연구하는 것을 말한다. 제1부에는 「계」「작전」「모공」 편을 배치했다.

제2부 형세形勢 1부에서 전략 연구를 주로 말했다면 제2부는 좀더 본격적인 전술을 설명한다. 아군의 역량을 파악하여 전투를 준비하고, 적군의 상황에 대응하여 배치를 가다듬으며, 양군의 대치에서 빈 곳과 단단한 곳 즉 ‘허’와 ‘실’을 파악하여 승리를 제어하는 방법을 논하고 있다. 제2부는 「형」 「세」 「허실」 세 편으로 구성된다.

● 실전편
하편 실전편은 실제 전투 국면에서 기동과 공격을 운용하는 법칙을 설명한 ‘전투’(제3부) 부문과 번외와 같은 특성을 가지면서도 전쟁에 없어서는 안 될 두 가지 전법을 설명한 ‘기술’(제4부) 부문으로 구성된다.
제3부 전투戰鬪 3부 ‘전투’는 적과 아군이 실전에서 이동과 공격을 함에 있어 무엇이 유리하고 무엇이 불리한지를 상세하게 다룬다. 「군쟁」 「행군」 「지형」 「구지」 「구변」 총 다섯 편이 여기에 해당된다.

제4부 기술技術 4부에서는 ‘불로 공격하는 것(「화공」 편)’과 ‘간첩 이용(「용간」 편)’이라는 가장 강력하고 예외적인 두 가지 무기를 설명한다. 이 두 가지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지만 섬세한 주의와 많은 지혜를 요하기 때문에 리링은 이를 ‘첨단 기술’이라 분류한다.

본문 맛보기

◆ ‘가장 유연하고 가장 지혜로운’ 『손자』의 핵심 철학으로 안내함
『손자』는 계산을 매우 중요시한다. 그 증거로 책의 시작인 1부의 세 편이 모두 전략을 다루고 있다. 제1편의 경우 시작부터 묘산, 즉 조정에서 머리를 맞대고 계책을 궁리하는 단계를 설명한다. 이 단계의 핵심은 피아의 이익과 상황을 헤아려 앞으로의 작전에 유리한 ‘세勢’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계산을 중시하면서도 손자는 동시에 ‘계산을 통한 앎’의 한계를 말한다.

병가의 사유는 적군과 아군 쌍방의 격렬한 대립 가운데서 생겨난 것이지 정태적인 관찰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피아가 서로 암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적이 변하면 아군도 변한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변하고 또 변한다. 묘산상의 계획은 전쟁에 돌입하게 되면 상황에 따라 부단히 수정을 요한다. 묘산은 전장에 투입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되던 모든 계획은 미지의 것들이며 따라서 개연성과 모호성을 띠고 있다. ‘모든 것을 전부 계산에 포함시키는 일滿打滿算’은 가능하지 않다. 아무리 치밀하게 생각해도 ‘계획이 주도면밀해서 빈틈이 없는 상태算无遺策’에 이를 수는 없다.(「계計」 편 中.)

‘모든 것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손자의 말은 액면만을 보면 ‘계산’의 한계를 지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이해하면 책 전체에 걸쳐 ‘계산’을 중시하는 『손자』의 사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리링의 설명에 따르면 여기서 ‘계책이 빈틈없는 상태에 이를 수 없다’는 말은 전략의 불완전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략을 세우는 자가 항상 유념해야 할 전쟁의 현실을 설명하고 있다. 사전의 계산은 결코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전투가 시작되면 그 국면마다 이 계산은 부단히 수정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원칙 때문에 병법은 ‘행동철학’이자 ‘투쟁철학’인 것이다. 이렇게 항상 변수를 염두에 두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지혜를 꾀하기 때문에, 병법의 철학이 “가장 지혜로운” 것이다.

◆ 해석 논쟁을 정리하면서 큰 그림에서의 이해를 돕다
또한 리링은 본문 구절들을 하나씩 설명하면서 기존에 잘못 해석된 부분을 지적하거나 논쟁을 정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사람을 버리고 세에 의지한다故能擇(釋)人而任?”는 구절은 오랫동안 잘못 해석되어왔다. 사람을 선택해 ‘세’에 활용한다는 의미로 여겨졌는데, 늦어도 당 이후부터 잘못된 듯하다. 여기서 ‘택擇’은 사실 ‘석釋’, 즉 버림, 포기함의 의미로 읽어야 한다. 즉 이 문장이 말하는 것은 사람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세에 의지하라는 것이다. 『육가요지六家要旨』에서 말하기를 “대도大道의 요지는 건강을 버리고 총명을 물리치는 것이니, 이것을 버리고 도술에 맡긴다至大道之要, 去健羨, ?聰明, 釋此而任術”라고 했다. 이는 도가의 정신을 대표적으로 드러낸 매우 중요한 구절로, 형명법술의 근본에 해당한다. 『손자』에서 사람을 버리고 세에 맡긴다는 말은 바로 이러한 사상과 일맥상통한다.(「세勢」 편 中.)

잘못된 글자를 다른 문헌에 근거하여 고치면서 『손자』의 철학을 사상사적 맥락과도 상통하게 위치시키고 있다. 자세히 고증하면서도 큰 그림을 고려하고 있어 신뢰를 주며, 해석의 깊이가 있다.

◆ 『손자』의 기발함을 강조하면서도 모호한 본문을 명쾌하게 해석

『손자』 본문에는 얼핏 보면 역설적인 내용이 많아, 그 의미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이를테면 손자는 병법이 이기기 위한 전략이라고 하면서도, ‘백전백승’을 최고로 여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는 손자의 전체 철학에 비추어보면 모순되는 말은 아니다.

‘백전백승’은 본래 좋은 단어로, 최고의 상황일 것 같다. 하지만 손자는 그것이 “잘한 것 중의 잘한 것善之善者”이라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잘한 것 중의 잘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싸우지 않고 적군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관건은 ‘싸우지 않는不戰’것이다. 몇 번 이겼는가에 상관없이 ‘싸워서 이기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과는 동등하게 논할 수 없다. 손자는 이러한 원칙에 따라서 전쟁 수단을 정리하고 소개한다. 그 순서는 ‘계책을 공격하는 것伐謀’이 첫 번째, ‘외교를 공격하는 것伐交’이 두 번째, ‘병력을 공격하는 것伐兵’이 세 번째, ‘성곽을 공격하는 것攻城’이 네 번째다.(「모공謀攻」 편 中.)

즉 ‘백전백승’이 최고가 아닌 것은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며, 이는 말하자면 ‘계책을 공격하는 것伐謀’으로서 계책을 가장 중시한 손자의 전체 개념과도 상통한다. 『손자』에는 이와 같이 얼핏 모순되는 구절이 꽤 많다. 「군쟁軍爭」 편에 나오는 “돌아가는 길을 곧은길로 삼는다以迂?直” “불리한 상황을 유리한 것으로 삼는다以患?利”는 구절도 마찬가지다. 리링은 이 부분을 논할 때도 “손자가 역설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반상식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허심탄회하게 짚어내면서 편 전체 흐름에 맞춰 명쾌하게 해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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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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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일한 규칙 리뷰 | bo**m86 | 2013.11.18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유일한 규칙 - 리링 지음, 임태홍 옮김 (리링 교수의 손자병법 해설서)출판사 ...
     
     




     
    유일한 규칙 - 리링 지음, 임태홍 옮김 (리링 교수의 손자병법 해설서)
    출판사 - 글항아리
    쪽수 - 510 (양장본)
    가격 - 28000원
     
       고전을 읽고 리뷰를 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고, 피곤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곤란한 부분은 리뷰 포커스를 역자나 저자의 신선한 해석을 바탕으로 쓰는 것, 내용 중심적으로 쓰는 것, 그리고 느낀점을 중점적으로 쓰는 것 3가지 입장에 대한 조율이다. 전자를 위주로 하면 리뷰를 보고 그 책을 읽을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큰 네타를 던져줌에 그 책을 읽을 예정인 사람의 신선함을 과하게 뺐을 수 있으며 동시에, 과한 현학적 시각 역시도 부담스럽다. 중자를 중심으로 하면, 독후감의 감자에 대한 부분에 충실하지 못한다는 점이 있으며, 후자에 중점을 두면, 아무래도 개인 일기장과 같은 부분과 더불어 조금 가벼운 감성팔이식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모든 독서리뷰에 이런 조율적 관점에 대한 고민이 적용되지만 유독히 고전을 리뷰할 때에는 텍스트 자체의 무게감이 이런 감정을 더 누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나는 이렇게 리뷰를 할 생각이다. 신선한 해석에 관한 내용은 간단하게 언급하고 큰 줄기만 이야기 할 것이다. 내용에 대한 부분은 구성적인 부분으로 간략하게 설명을 할 생각이고, 그 뒤에 감상평을 써 보도록 하겠다. 특히 감상평은 기존의 손자병법에 느낀 점이 아닌 리링본을 보며 느꼈던 부분과 생각들을 정리해서 써 보도록 하겠다.
     
     
    구성과 내용 
      서문부터 중국 현대 철학자들 중 두 거장인 후스와 펑유란의 차이부터 들어간다. 사실상 손자병법에 대해서, 별 쓸모가 없는 내용 같으면서도 자세히 보면 이 둘의 보편적 시각으로부터 중국 사상사에서 병법의 위치에 대해서 이끌어내는 설명을 도출한다. 후스는 선구자적 제자학의 분류를 설정했다는 데 큰 의의를 두고 펑유란은 이에 발맞춰서 유교사상을 중심으로 한 제자학의 분류법을 설정했다. 둘의 입장차와 더불어 둘의 공통점은 병가 사상에 대한 경시로 이어서 설명하는데, 저자는 이 둘의 주장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 병가 역시도 중국 사상사에 중요한 철학이라는 논점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확장하는 방식으로, 고대 사서에 분류된 제자학 분류법에 대한 다소 따분한 설명과 논증, 비교, 예시에 이어서 병가의 사상적인 부분으로까지 논의를 확장하며, 마무리는 병가에 대한 총괄적인 개괄로 끝을 낸다.
     
       일단 파격적인 부분은 내용보단 구성에 따른 부분인데, 저자는 손자병법을 작게 4부작으로 나누고, 또 각각 2개씩을 묶어서, 크게 2부류로 나눈다. 일단, 1장인 계, 작전, 모공을 묶어서 '권모'라고 분류를 한다. 이 권모 부분은 전쟁을 나서기 전에 헤아려야 할 기본적인 이론에 따른 것으로 계의 해석은 전쟁 전, 묘당(정권)에서 경제적인 계산을 바탕으로 한 우의를 평가하고, 작전 편에서는 군대가 나아가 야전에 대한 총괄적인 개론을 설명한다. 모공 편은 이어서 공성에 대한 개론으로 이어지는데, 이 셋을 시간적으로는 서사적으로 묶음과 동시에 내용적으로는 전쟁의 추상적인 흐름이라는 부분으로 엮는다. 즉 전쟁 삼부곡이라고 칭하고 있다. 2장에서는 군대의 배치에 대한 이론적인 철학 부분으로 주제를 묶었는데, 뒤따르는 형,세,허실 편이 이에 해당된다. 형편은 군대가 가지는 보편적인 모습에 대한 것이고 세는 보이지 않는 주도권과 기세에 대한 것으로, 둘 다 군대의 배치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으로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허실 편은 세에 대한 확장 편으로 해석하는데, 이 허실 편을 설명하기에 앞서, 죽간 한간본의 <기정>편을 먼저 내보이고 허실로 이어져간다. 즉 2장의 구성은 형,세,죽간본 -기정편, 허실로 이어진다. 이렇게 1장과 2장을 크게는 이론 편으로 분류하고 나머지 부분을 실전 편으로 분류해서 해석을 하고 있다.
     
      3장은 실전 편의 첫 장으로 군쟁,구변,행군,지형,구지 5편을 포함하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기존 손자의 해석은 군쟁,구변,행군,지형,구지 이렇게 분류하는데 리링은 여기서 구변 편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한다. 분량이 너무 적고 중복되는 부분이 많고, 가장 혼란스러운 내용(내용의 통일성 부분에서 가장 조잡스럽다) 조심스럽게 후세에 붙여진 편이라고 주장하며 해설을 군쟁,행군,지형,구지,구변으로 구변을 가장 뒤로 보내서 구지의 부분과 이어서 설명을 하고 있다. 대체로 3장은 이론 편 2장의 군대의 형세에 대한 부분에서 좀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나아가서 자세하게 전쟁에 대해서, 지리에 의거해서 설명하고 있다. 4장은 마지막 손자의 두 부분인 화공과 용간을 묶은 것으로, 리링은 이 두 편을 묶어서 '기술'편이라고 지칭하며 해설하고 있다. 당시 화공과 간첩은 전쟁의 첨단적인 기술적 부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는 모양인데 그럭저럭 얼추 맞아떨어졌었다.
     
      리링은 책을 엄청 조리 있게 재구성하여 설명하고 있으며, 풍부한 고증학적인 지식과, 식견을 이용하여, 신선한 해석을 하고 있다. 특히 처세 학적인 관점보다는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설명을 하고 있으며 경제 경영 사상으로의 재해석적 손자병법이 아닌 군사학과 철학적으로 손자병법을 해석하고 있다, 다른 부분보다도 <한간본> 손자병법과 통행본 손자병법에 대한 철저한 문헌학적 고증을 바탕으로 손자병법의 올바른 해석을 시도한다.
      특히 책의 편집이 굉장히 깔끔하며, 적절한 도표 표시와, 배경설명, 그 당시 전쟁에 대한 경제적인 규모와, 구체적인 수치를 정확하게 고증하여 설명함으로써, 고대의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점이 만족이었다. 더불어, 훈고 학적 자구 풀이가
     
      좀 지루하긴 했어도, 과하지 않고 필요한 어구만 자세하게 풀이를 해 줘서 책의 무게감을 적당하게 붙여주고 있다. 약간의 통행 본과의 해석상 차이가 몇 군데 있는데, 논란의 해석 부분이나 자의적인 해석 부분에서는, 기존의 번역 부분에 대해서도 역주함과 동시에 한간본에서는 어떻게 풀이하고 있는지에도 알려주고 있으니, 판단하며 읽어서 논리적으로 타당한 부분만을 수용하고 읽어주면 무난할 듯하다.
     
    느낀 점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들 흔히 말한다. 그런데 이 명제는 사실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는 승자의, 전쟁의 정당화의 역사라고 해야 옳을 듯싶다. 지금까지 내려온 전쟁사의 90% 이상은 승자의 입장에서 정당화된 텍스트가 대부분이다. 리링의 책의 서두에서 전쟁에 대한 총괄적인 글을 읽으며, 나는 어디까지나 전쟁을 이해했을까에 대해서 물음을 던졌었다. 대답하기가 힘들었었다. 나는 병법서를 좋아한다. 15살 때부터 손자병법을 본 이래로, 무경칠서를 시작해 국내에 번역된 병법서란 병법서는 다 구해서 읽었다. 매년 손자병법을 적어도 5번은 반복해서 읽는다. 그럼에도 전쟁에 대한 무게감이나, 전쟁의 본질을 보지 못했었다.
     책을 덮는 순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전쟁이란 것의 무게감과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를,
     
    리링은 말했다
     
     '병법은 살인 예술이고, 군인은 직업 킬러다.'
     
      명장의 또 다른 모습은.. 전문적인 집단 학살자였다. 이 대목을 보는 순간 많은 생각을 했었다. '나는 병법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독을 했지만.. 너무 전쟁을 가벼이 본 것은 아닌가?' 마치 조괄(이론적으론 전쟁의 대가였지만, 전쟁 나가서 45만 군사와 함께 패배한 장수)이 떠올랐다. 아마 조괄이 병법에 똑바로 못 깨달은 이유는 전쟁이 주는 무게와, 전쟁의 참 면모를 몰라서였을 것이다. 나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반성의 마음이 일어났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였다. 전문을 옮겨본다.
     
     '10만 명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실로 큰 문제였다. 2000대의 전차에는 8000필의 말이 있는데 여기에도 역시 엄청난 양의 먹이가 필요햇다. 여기서는 아직 소(군량을 끄는 치중거)의 먹이는 계산하지 않았다. 치중거를 끄는 소가 얼마나 되는지를 말한 <사마법> 구부 제도에 따르면, 마차 한 대에 우차 세 대가 함께 나가야 했다. 이것으로 추산하면 2000대의 마차에 6000대의 우차를 배치해야 하므로 8000필의 말과 6000마리의 소가 필요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2장의 작전 편의 해설 중 한 부분이다. 문제는 이 대목은, 사람의 군량이 아닌, 말과 치중거에 대한 이야기다. 8000마리의 말과 6000마리의 소, 그리고 거기다 여기에 가정해서 몇 만의 군사의 보급 식량까지 계산해보자. 하루 만 해도 엄청나다. 전쟁은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는 말이, 실로 와 닿는 순간이었다. 이런 전쟁을 오랫동안 끈다는 것은 수성하는 쪽이나 전쟁하는 쪽이나 실로 막대한 피해가 뒤따른다. 예전까지만 해도, 그냥 책 한 구절에 10만 대군이 휩쓸었다는 식의 짧은 문단을 보고 사람들이 많이 동원되는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보급품에 대한 부분을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사서에 기록된 그 짧은 전쟁 문구에는 표면적인 군사의 노고만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런 재정을 뒷받침하는 것은 당연히 백성이었다. 전쟁에 징용되지 않는 백성이라고 해서 노고가 없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왜 이런 무모한 낭비를 통해서 전쟁을 하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다. 첫 번째는 인간의 탐욕 때문이고 두 번째는 죽기 싫어서 싸우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압축해보면 이렇게 나뉜다. 전자는 강자의 입장이고, 후자는 약자의 입장이다.
      이런 무지막지한 물적 낭비를 통해 더 큰 이득을 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죽기 싫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가진 자의 입장에서도 큰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크게 투자를 한다. 여기에 있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논제가 발전한 것이 병법이었다. 
     
     그래서 '병법은 도덕에 대한 인간의 도전이다.'
     
      라고 리링은 말했다. 탁월했다. 우리는 누구나, 선하게 자라야 한다. 착하게 자라야 한다 등의 격언을 듣고 자란다. 고대에도 마찬가지다. 자기 개발서의 가장 원조적인 모태는 윤리 서였다. 동양에서는 유교가 발달했으며, 서양에서는 플라톤이 윤리학을 내세웠으며, 아리스토텔레스가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동양에서는 유교가 종교화가 진행되었고, 서양 역시도 가톨릭 신앙으로 발전했었는데 이 부분에서 윤리학의 공헌이 얼마나 지대한 지 알 수 있다. 윤리학이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음에 따라, 거기에 반하는 이단적인 사상들은 배척 받기 마련이었다. 법가를 위시로 한 한비자, 상군서, 종횡가의 서적들은 이단의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미묘하게도 병법서에 대해서는 관대했으며, 심지어는 그냥 놔뒀다.
     
    사실 병법서도 법가서에 만만치 않게 잔인하다. 추상적으로 뜬구름 잡듯 묘사를 해서 그렇지, 동양 병가를 관통하는 사상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 전쟁은 속임수다.라는 구절을 대놓고 쓰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도덕에 대한 도전이었으며, 병법으로 포장된 전쟁은 굴곡된 인간의 욕망을 대변했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발전한 윤리를 비웃듯이 말이다.
     인간은 교육받으면 누구나 착하게 잘 자란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역사적으로도, 그런 사례는 숱하게 많았다. 내 목에 칼이 들어오는데, 도덕을 앞세워 있을 수 만은 없다. 죽지 않으려면 뭐든 해야만 했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적인 살고자 하는 의지의 표출이다. 병법은 그런 인간의 생존 철학을 대변하고 있다. 더불어 인간의 가장 탐욕적인 모습 역시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 탐욕에 휩싸이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나타내주고 있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유교권 사람들 역시도, 모순적인 것이 왜 병가의 서적은 그대로 놔뒀냐는 것이다. 무인들은 병법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도 있겠지만, 사실은 극한적 상황에서 나라가 기댈 것은 고대에서는 군사 밖에 없었다. 힘이 있어야, 정의가 있었다. 명분도 힘으로 만들어지는 그런 시대였다.(지금도 다르지 않지만),유학자인 그들도 아마 이 부분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병가를 묵인하지 않았을까? 유가의 라이벌이었던 묵가는 수비적인 병법 지식을 경전에 발전시켰다는 부분 역시도 크게 생각해 볼 문제다. 마찬가지로 유학이 국교화되도, 법가,종횡가서는 이단화했는데, 병가 사상을 놔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였다. 
     
      특히 다른 병법가들에 비해 손자가 위대한 점은, 이런 전쟁의 무게감을 잘 알았다는 점이다. 그는 진정으로 목숨의 소중함을 알았으며, 그래서 병가에서 말하는, 최선의 승리는 부전승이다.라는 개념을 도출했다. 물론 전쟁이 일어나면 손자의 말대로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거의 없다. 아니 드물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손자는 이 부분을 기록하고 있다. 리링 역시도 이 대목은 이상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대목을 보며, 손자가 위대하게 느껴졌다. 앞에서 말했듯 수많은 물자와 수많은 인력이 동원되는 것이 전쟁이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전쟁의 참혹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부전승이란 개념을 도출했으며 나아가 그는 짧은 언어로, 도덕과는 다른 인간의 또 다른 본성, 투쟁적인 모습에 기초하여 <손자병법>이란 글을 썼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려오는 <손자> 6000여자는 인간의 피로 이뤄진, 문서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작은 책이지만 무게감이 더해 왔다.
     
      전쟁을 합리화할 순 있어도, 미화할 순 없다. 승자와 패자로 나뉘지만 어떻게 해서든 피해는 생긴다, 전쟁은 그 자체로도 참혹한 법이다. 아무리 가벼운 전쟁이더라도, 전쟁은 전쟁이다.  리링의 말 대로 군인은 직업 킬러이고, 병법이란 사상은 살인 예술이다. 비슷한 예로 이중톈의 <삼국지강의> 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왔던 것을 기억해냈다. 삼국지 시대에 전쟁에서 영웅만을 기억하는데, 사실은 수많은 민초들은 고생했다는 점을 절대로 잊으면 안된다는 말 역시..
     
      여러 손자 주석서들을 보고, 심지어 블로그에는 손자병법의 번역서에 대한 포스팅까지 했는데, 조금 부끄럽고 교만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 책은 여러 가지로 나를 깨우쳐줬다. 특수한 자구 풀이나 신선한 번역보다도, 병법을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으로 접근한 리링의 시각은 나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줬다. 더불어 구체적인 시대적 묘사와 생생한 표현 덕분에 추상적인 전쟁관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인도했다. 처음부터 이 책을 접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만, 어느 정도 병법서나 병가에 지식이 있다면, 이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확신한다.
     
      더불어 처음으로 리링이라는 교수 책을 접했는데 책 자체의 깊이 있는 해설 역시도 많은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다. 손자병법 해설서 전작인 <전쟁은 속임수다>도 가격적 압박 때문에 구매를 꺼려했는데, 기대하고 위시리스트에 넣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일본을 필두로 범세계적으로 <손자병법>을 처세학적 관점으로 경제 경영에 응용을 하고 있다. 사실 이만한 전략서도 드물며, 인간의 투쟁의 산물인 이 책은 현대의 경영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책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생과 사를 바탕으로 둔 책이다. 그걸 잊으면 안됀다. 경영에는 어느 정도의 경영윤리 라는 것이 있다.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는 것과 암묵적 룰이라는 것이 피상적으로나마 존재한다. 하지만 전쟁은 그런게 없다. 전쟁 전에는 여러 가지의 심리전과 대의명분을 내세우지만, 군대가 파병되고, 싸우는 순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 전쟁과 경영은 닮았지만, 차이도 존재한다. 경영에 적응을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손자병법>은 그런 전쟁을 바탕으로 쓴 책임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는 리링의 말 역시도 공감했었다.
     
      국내에서도 해석적인 번역에서 벗어나, 사상적으로 심화된 고전 역서를 많이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만에 즐겁게 재미있게 독서한 책이었다.
     
     책을 덮으며, 인간의 역사와 전쟁의 의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했던 것 같다.
  • 손자병법은 투쟁철학이다 | ok**kim | 2013.11.16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나는 초등학교 때 손자병법을 소설가 정비석을 통해 배웠다.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나처럼 손무와 손빈에게서 배...
     
    나는 초등학교 때 손자병법을 소설가 정비석을 통해 배웠다.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나처럼 손무와 손빈에게서 배웠다기 보다는 오히려 정비석 선생의 구수한 이야기와 해석을 통해서 『손자』를 배웠을 것이다. 나는 정비석 선생을 통해 손자병법을 제대로 배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세대의 아이들은 분명 리링의 이 책을 읽고 손자를 제대로 알았다고 얘기하리라.
     
    잘 알다시피, 『손자』는 선진시대 병가의 대표작이다. 서양의 모든 철학서가 단지 플라톤의 철학에 대한 주석에 불과하다면, 동양의 모든 병서가 단지 손자의 병법에 대한 주석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플라톤은 손자와 같은 전쟁철학이 없다. 무릇 병법이란 전략과 전술을 강조하는 전쟁철학이고, 이를 인간사에 폭넓게 적용한다면 곧 행동철학 혹은 투쟁철학이 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즉,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손자의 말은 이제 군사학의 상식이 되었다. 『한서』 「예문지」는 고서를 육예, 제자, 시부, 병서, 수술, 방기 이렇게 여섯 종류로 나눈다.  육예, 제자, 시부가 현대의 인문학에 해당한다면 병서, 수술, 방기는 현대의 과학, 즉 사회과학·자연과학·기술과학에 해당한다. 중국 전통에서 '학'의 정수가 유가와 도가를 필두로 한 경전에 있다면, '술'은 병서를 으뜸으로 친다.
     
    리링의 『유일한 규칙』(글항아리, 2013)은 『손자』 13편을 상편 6편과 하편 7편으로 나누어 각각 이론편과 실전편으로 간주한 뒤 손자의 군사사상과 담론구조를 꽤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론편의 핵심은 권모와 형세이고, 실전편의 핵심은 전투와 기술이다.
     
    제1부 권모는 계計, 작전作戰, 모공謀攻 세 편으로, 계편의 주제는 묘산, 즉 출병 전 묘당(조정)에서 책략을 세우는 일이고 이는 무엇보다 전략을 중시한다. 작전편의 주제는 야전, 즉 도시 밖에서 치르는 전투이고 이는 무엇보다 속도를 중시한다. 모공편의 주제는 공성, 즉 성곽을 공략하는 법이고 이는 무엇보다 온전함을 중시한다. 저자는 묘산, 야전, 공성을 '전쟁의 삼부곡'에 비유한다.
     
    "전쟁의 특징은 힘으로 사람을 복종시키는 것이다. 육체를 때려야 비로소 마음이 아픔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직 싸우려는 마음만으로는 안 되고, 힘만으로도 안 된다. 전쟁은 역량과 지혜와 의지의 종합적 경쟁이다. 그 역량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계책을 공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관건은 뜻을 굽히게 하는 것이다. 적군의 저항의지를 꺽어야 하는 것이다."  (151-2쪽)
     
    졸오제도와 군려제도와 같은 고대 군사제도와 징집제도에 대한 설명이 있어 이해를 심화시킨다. 졸오제도는 100명을 단위로 삼는데 보병을 편성하는 제도다. 오는 5명, 십은 10명, 양은 25명, 대는 50명, 졸은 100명이다. 100명이 1조를 이루어 전차 한 대에 소속된다. 군려제도는 1만명을 단위로 삼는데 전차를 편성하는 제도다. 여는 5개의 전차 조직, 사는 25개의 전차 조직, 군은 100개의 전차 조직으로 이루어진다.      
     
    제2부 형세는 형形, 세勢, 허실虛實 세 편으로, 저자는 이 세 편을 '병력의 배치'로 분류한다. 형세는 크게 분수分數, 형명形名, 기정奇正, 허실虛實로 구분되는데 분수와 형명은 형(전투 준비)에 속하고, 기정과 허실은 세(대적)에 속한다. 형이 아군 쪽에서 일방적으로 준비를 마친 국면이라면, 세는 적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조정이 가능한 국면, 즉 적에 대응해서 세워진 국면이다. 분수는 군대조직의 제도 관리로, 분은 단계와 등급을 나누는 일이고, 수는 조직과 그 인원을 정하는 일이다. 보통 군대를 군軍, 사師, 여旅, 졸卒, 십什, 오伍 등의 단위로 나눠서 등급마다 각각 군관을 배치했다. 형명이란 징과 북, 깃발로 호령을 전달하는 지휘 시스템이며 연락 시스템이다.기정은 전투시의 병력 배치에 관한 것으로 정공법과 기습 공격을 말한다. 허실은 병력의 분산과 집결을 통해서 전쟁터에서 어떤 국면을 조성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군의 실을 피하고 허를 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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