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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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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쪽 | 규격外
ISBN-10 : 8954650171
ISBN-13 : 9788954650175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중고
저자 문태준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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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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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새책같아요새책같아요 5점 만점에 5점 sean*** 2019.06.22
64 정말 최상급중고 책이네요 믿고 사도 되겠어요 5점 만점에 5점 pkbn*** 2019.01.12
63 새책이네요. 거의. 혹시나 하고 사봤는데요. 아주 질이 좋아요. 전성원 작가 특유의 문장을 볼 수 있어 좋아요.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책을 읽을수 있을거 같네요. 5점 만점에 5점 msind*** 2018.04.29
62 완전 새책이에요! 하루만에 도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pr*** 2017.02.03
61 빠른배송 최고!책상태도 최고! 5점 만점에 5점 je880*** 2016.08.11

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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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의 정수를 길어낸, 문태준의 더할 나위 없는 시 세계! 「문학동네시인선」이 100번을 지나 2018년 들어 처음으로 선보이는 101번째 시집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 애지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문학인들이 뽑은 ‘가장 좋은 시’ ‘가장 좋은 시집’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한국 현대 시단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자리매김한 문태준 시인이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이후 삼 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이다.

화려한 조명과 관심 속에서도 자신만의 속도와 보폭으로 우직하게 써내려간 63편의 시편을 담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깊어지고 한결 섬세해진 시인은 한국 서정시의 수사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믿음직스러운 시 세계를 펼쳐 보인다. 조금은 낯설게도 느껴지는 이번 시집의 제목은 더욱 낮아지고, 여려지고, 보드라워진 시인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자 삼라만상을 ‘사모’의 마음으로 올려다보는 시인의 시선을 잘 대변해주는 문장이기도 하다.

저자소개

저자 : 문태준
저자 문태준은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이 있다.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 애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외할머니 시 외는 소리

일륜월륜(日輪月輪)-전혁림의 그림에 부쳐
언덕
어떤 모사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
저녁이 올 때
1942열차
그사이에
가을날
입석(立石)
골짜기
가을비 낙숫물
나의 쪽으로 새는
휴일
알람 시계
알람 시계 2
얼마쯤 시간이 흐른 후에

2부 흰 미죽을 떠먹일 때의 그 음성으로

단순한 구조
호수
사귀게 된 돌
여름날의 마지막 바닷가
사랑에 관한 어려운 질문
우리는 서로에게
지금 이곳에 있지 않았다면
한 종지의 소금을 대하고서는
염소야
동시 세 편
비양도에서
연꽃
종이배
유연(由緣)-돌무더기
유연(由緣) 2-괴석
가을날

3부 사람들은 꽃나무 아래서 서로의 콩트를 읽는다

그 위에
흰 반석-무산 오현 스님께
불안하게 반짝이는 서리처럼
연못
일일일야(一日一夜)
꽃의 비밀

바다의 모든 것
겨울 바다
다시 봄이 돌아오니
액자
여기 도시의 안개
병실
샘가에서-어머니에게
절망에게

4부 생화를 받아든 연인의 두 손처럼

어떤 부탁-이상의 집에서
단순한 구조 2
소낙비
새가 다시 울기 시작할 때
초여름의 노래
석류
가을날
오솔길
나의 잠자리
연못과 제비
별꽃에게 2
작문 노트
검은모래해변에서
매일의 독백
미륵석불
산중에 옹달샘이 하나 있어

해설|숨결의 시, 숨결의 삶
|이홍섭(시인)

책 속으로

내가 매일 몇 번을 손바닥으로 차근하게 만지는 배와 옆구리 생활은 그처럼 만져진다 구름이며 둥지이며 보조개이며 빵이며 고깃덩어리이며 악몽이며 무덤인 나는 야채를 사러 간다 나는 목욕탕에 간다 나는 자전거를 타러 간다 나는 장례식장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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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일 몇 번을 손바닥으로 차근하게 만지는 배와 옆구리
생활은 그처럼 만져진다

구름이며 둥지이며 보조개이며 빵이며 고깃덩어리이며 악몽이며 무덤인

나는 야채를 사러 간다
나는 목욕탕에 간다
나는 자전거를 타러 간다
나는 장례식장에 간다

오전엔 장바구니 속 얌전한 감자들처럼
목욕탕에선 열탕과 냉탕을 오가며
오후엔 석양 쪽으로 바퀴를 굴리며
밤의 눈물을 뭉쳐놓고서

그리고 목이 긴 양말을 벗으며
선풍기를 회전시키며
모래밭처럼 탄식한다
_「휴일」 전문

우리는 서로에게
환한 등불
남을 온기
움직이는 별
멀리 가는 날개
여러 계절 가꾼 정원
뿌리에게는 부드러운 토양
풀에게는 풀여치
가을에게는 갈잎
귀엣말처럼 눈송이가 내리는 저녁
서로의 바다에 가장 먼저 일어나는 파도
고통의 구체적인 원인
날마다 석양
너무 큰 외투
우리는 서로에게
절반
그러나 이만큼은 다른 입장
_「우리는 서로에게」 전문

당신은 허리춤에 요란한 바람과 자욱한 안개를 넣어두었네
내부는 깊은 계곡처럼 매우 신비롭네
외출을 앞둔 당신은 헝클어진 긴 머리카락을 거울 앞에서 큰 빗으로 오래 빗어내리네, 장마처럼 저음으로 중얼거리면서
당신은 여름밤의 무수한 별들을 흩어버리네
촛불을 마지막까지 불태워버리네
밤마다 우리를 눈 감을 수 없게 하네
당신은 연륜 있는 의사들을 좌절시키네
지혜의 눈에 검은 안대를 씌우네
그러나 아이들의 꿈인 사과를 떨어뜨리지는 못하리

당신의 고백을 나는 기다리네
허공이 쏟아지기를 기다리는 절벽처럼
꽃을 기다리는 화병처럼
_「절망에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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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낮고, 여리고, 보드라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삶의 물결과 숨결 ‘더할 나위 없음’이란 바로 이 시집을 말하는 한 문장이리라 문학동네시인선 101번째 시집으로 문태준 시인의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를 선보인다. 『우리들의 마지막 얼...

[출판사서평 더 보기]

낮고, 여리고, 보드라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삶의 물결과 숨결
‘더할 나위 없음’이란 바로 이 시집을 말하는 한 문장이리라


문학동네시인선 101번째 시집으로 문태준 시인의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를 선보인다.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이후 삼 년 만의 신작 시집이자, 문학동네시인선이 100번을 지나 2018년 들어 처음으로 독자에게 건네는 시집이다.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 애지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문학인들이 뽑은 ‘가장 좋은 시’ ‘가장 좋은 시집’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한국 현대 시단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자리매김한 시인 문태준. 화려한 조명과 관심 속에서도 자신만의 속도와 보폭으로 우직하게 써내려간 63편의 시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이번 시집에 이르러 더욱 깊어지고 한결 섬세해진 시인은 한국 서정시의 수사(修士)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믿음직스러운 시 세계를 펼쳐 보인다.
문태준의 시를 따라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이번 시집의 제목에 조금은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한 단어이거나 짧은 수식 구조의 제목만을 가져왔던 지난 시집들과 달리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라는 문장형의 제목으로 찾아뵌 터. 그러나 조금은 낯설게도 느껴지는 이 제목은 더욱 낮아지고, 여려지고, 보드라워진 시인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자 삼라만상을 ‘사모’의 마음으로 올려다보는 시인의 시선을 잘 대변해주는 문장이기도 하다. 시인의 이런 이행(移行)을 ‘변신’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오히려 ‘변화’에 가까운 것으로, 그 변화 역시 그의 시를 닮아 하루해가 변하며 만들어내는 하늘 색, 구름이 만들어내는 무늬, 계절이 바뀌어갈 때 물들어가는 잎처럼 천천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로, 때로는 공전하는 속도로 시인은 완보하며, 깊어지며, 길어올린다.

“문태준의 시를 읽을 때는 마치 숨결을 엿듣듯, 숨결을 느끼듯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의 시는 모래알처럼 스르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리거나 새털구름처럼 허공에 흩어져버리고 만다. 그의 시는 어린아이의 숨결, 어머니의 숨결, 사랑하는 연인의 숨결처럼 맑고 온유하며 보드라운 세계로 열려 있기 때문이다.”
_이홍섭(시인), 해설 「숨결의 시, 숨결의 삶」 중에서

해설을 여는 이 문장은 문태준의 시를 읽는 한 독법을 제안받는 것이자, 그의 시를 미리 읽은 한 독자의 삶이 바뀐 흔적을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인의 시를 체험한 독자 역시 시인처럼 조심스러워지고, 낮아지며, 염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어 미래의 독자에게 ‘숨결을 엿듣듯, 숨결을 느끼듯’ 읽어달라고 당부하게 되는 것. 강요가 아닌 조심스러운 요청.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모’한다고 말하는 겸허한 표현 속에서 우리는 생을 조금 더 음미하고, 감각하고, 예민해지라는 시인의 목소리를 건네 듣는다. 섬세한 읽기를 요청하는 것은 섬세한 삶을 살기를 요청하는 것이며 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순환하는 것임을 우리는 이번 그의 시집에서 실감할 것이다.
시인은 ‘흰 뼈만 남은 고요’처럼, 아끼고 아껴 남겨놓은 단어로 시와 삶을 지어 건넨다. 때로 그 지극한 무구와 순수는 동심으로 가닿기도 하는데, 그가 자주 사용하는 꽃, 돌, 물, 산, 해, 나무와 같은 시어는 우리가 태어나 처음으로 듣고 배운 단어와도 닮지 않았는가? 시인의 순정한 목소리를 따라가다보면 비워내고 덜어낸 자리에서 솟아나는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말이 사라진 곳에서 오히려 들려오는 이야기들에 귀기울이게 될 것이다. 나뭇가지가 조금만 진동해도 함께 떨리고, 부사 하나에도 깜짝 놀라며, 종결 어미의 변화에 완전히 달라지는 뉘앙스를 느끼는 시인의 경험은 고스란히 우리의 체험이 될 것이다.

돌을 놓고 본다/ 초면인 돌을/ 사흘 걸러 한 번/ 같은 말을 낮게/ 반복해/ 돌 속에 넣어본다/ 처음으로/ 오늘에/ 웃으시네
_「사귀게 된 돌」에서

그래서일까? ‘사귀게 된 돌’은 이 한 권의 시집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의 보폭과 시선으로 시를 마주하자, 종내 이 고요하고 검박한 시집이 우리들에게 미소짓는 것을 보게 되는. 무생물과 생물의 경계가 사라지고, 침묵과 말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시와 삶의 경계가 사라짐을 예감하게 되는. ‘더할 나위 없음’이란 ‘아주 좋거나 완전하여 그 이상 더 말할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 운문의 정수를 길어낸 ‘더할 나위 없는’ 시집이 있다. 조심스럽게 연꽃색의 시집을 독자들에게 건넨다. 시집에 귀를 대면 시인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떨어지는 꽃잎의 세기로, 호수의 물결이 실바람에 흩어지는 세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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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연꽃   산골짜기에서 떠온 물을 너른 대접에 부어놓네 담겨진 물은 낮춰 대접에게 잘 맞추네 ...

    연꽃

     

    산골짜기에서 떠온 물을 너른 대접에 부어놓네

    담겨진 물은 낮춰 대접에게 잘 맞추네

    나는 일 놓고 연꽃만 바라보네

    연꽃의 심장 소리를 들으려고

    활짝 핀 꽃 깊고 깊은 곳에

    어머니의 음성이 흐르네

    흰 미죽(dz粥)을 떠먹일 때의 그 음성으로

    산중(山中) 제일 오목한 곳에 앉은 암자(庵子)의 그 모양대로

     

    집에서 대접에 연꽃을 키울 수 있다.그렇지만 산골짜기에서 떠온 물로 연꽃을 키우는 사람은 흔하지 않으리라. 연꽃을 키우는 사람의 마음을 따라 대접에 담겨진 물은 높이를 낮춰 대접에게 맞춘다. 연꽃을 키우는 사람은 또 그에 맞춰 일 놓고 연꽃을 바라본다. 이윽히 바라보는 눈은 귀를 활짝 열고 있다. 연꽃의 심장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시인이 듣는 소리는 어머니의 음성이다. 연꽃 활짝 핀 깊고 깊은 곳에 어머니의 음성이 흐르고 있다. 어머니의 음성이 얼마나 지극하면 활짝 핀 꽃 깊고 깊은 곳에 흐를까. 몸을 낮춰 대접에 맞추는 물, 산골짜기에서 떠온 물을 자양분으로 삼아 살아가는 연꽃이 아니던가. 그러나 어머니의 음성이 흰 미죽을 떠먹일 때의 음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곧바로 활짝 핀 연꽃 깊고 깊은 곳에 어머니의 음성이 흐를 만하다는 것을 수긍하게 된다. 어머니의 음성이 산중 제일 오목한 곳에 앉은 암자의 모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머니를 노래한 시가 몇 편 더 있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시인은 어린이로 돌아가는 듯하다. “엄마는 나한테 가랑잎 같은 잔소리를 해요 / 그래도 나는 엄마에게 쪼그만 가랑잎이 되어요 / 엄마 무릎 아래 / 잠이 올 때까지 가랑잎처럼 뒹굴어요”(‘가을’, 「동시 세 편」) 노래하고 있고, “앓는 나를 들쳐업고 뛰던 어머니처럼 소낙비는 뛰네”(「소낙비」) 노래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 어머니는 “그릇과 수저처럼 닳은 어머니 / 나의 밤에 초승달 같은 어머니”(「병실」)이다. “고서(古書)같이 / 어두컴컴”(샘가에서 - 어머니에게」) 하다. 어린이였던 시인도 예전의 어린이가 아니다.

  •   맑은 날들의 연속이다. 하늘은 마치 누군가 물감을 덧칠이라도 한 듯 푸른빛을 더해가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위를 향...

      맑은 날들의 연속이다. 하늘은 마치 누군가 물감을 덧칠이라도 한 듯 푸른빛을 더해가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위를 향해 높이높이 뻗어 나가는 중이다. 파란 하늘과 반짝이는 햇살. 덕분에 오후는 맑고, 밝고, 선명하다. 이러한 날씨는 왠지 모르게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과 달리 저마다 처한 상황이나 여건 때문에 어딘가로 훌쩍 떠나기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차선책으로 가까운 공원이나 동네의 작은 산이라도 둘러보면 좋겠지만 그 또한 여의치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와 같다면, 그 계절을 담아낸 시 한 편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넌지시 추천해본다. 개인적으로는 나름 괜찮았다. 아니, 괜찮다를 넘어서서 제법, 의외로 좋았다. 문태준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어쩐지 투명한 문을 통과해 그곳에 가닿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귀뚜라미 소리가 노란 산국 담겼던 빈 바구니에 밤새 가득합니다
    내일 낮엔 더 짙어진 산국을 따 담겠습니다
    (「가을날」 전문)

      
      생명이 돋아나는 봄을 지나 미풍이 불어오는 초여름, 가을의 낙엽과 겨울의 시린 날씨까지. 이 시집의 시들은 마치 계절이 만들어낸 발자국을 한 걸음, 한 걸음 따라 걷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언덕, 호수, 잔물결, 새벽하늘, 초승달, 별, 시골에서 막 딴 모과’와 같이 자연을 담아낸 시어들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렇게 시를 읽는 동안에는 부산스러움과 소음에서 벗어나 고요함과 초연함 속에 머무를 수 있었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온몸에 힘을 빼고 시를 음미하는 것이다.


    마른 풀잎의
    엷은 그림자를
    보았다


    간소한 선(線)


    유리컵에
    조르르
    물 따르는 소리


    일상적인 조용한
    숨소리와
    석양빛


    가늘어져 살짝 뾰족한
    그 끝
    그 입가
    (「어떤 모사」 부분)


      페이지 너머로 잔잔함 가운데 물 따르는 소리가 실제로 들려오는 듯하다. 소리의 표현은 ‘바닷가의 파도 소리, 귀뚜라미 소리, 어릴 적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 가을비 낙숫물 소리, 나뭇가지 위에서 지저귀는 새와 낙엽을 비질하는 소리’처럼 다른 시에서도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처럼 시인은 시각적인 묘사 외에도 청각적인 부분을 잘 포착해 각 작품을 좀 더 감각적으로 살려내고 있었다. 여기에 시인의 감성까지 더해지니 시의 분위기는 훨씬 풍성해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아름다운 바퀴가 되어 굴러가고 순환되고 있음을 문태준 시인은 말한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해와 달이 그러하고 자연이 그러하듯, 이 시를 읽는 모두의 마음에도 아름다운 바퀴가 잘 굴러가기를 소망해본다.


    아름다운 바퀴가 영원히 굴러가는 것을 보았네
    꽃, 돌, 물, 산은 아름다운 바퀴라네
    이 마음은 아름다운 바퀴라네
    해와 달은 내 님의 하늘을 굴러가네
    (「일륜월륜(日輪月輪) - 전혁림의 그림에 부쳐」 부분)

  • 시를 노래하는 말 328 우리가 사랑하는 일에는 끝이 없어요 ―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
    시를 노래하는 말 328


    우리가 사랑하는 일에는 끝이 없어요
    ―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태준
     문학동네, 2018.2.10.


    아름다운 바퀴가 굴러가는 것을 보았네
    내 고운 님의 맑은 눈 같았지
    님의 가늘은 손가락에 끼워준 꽃반지 같았지
    대지에서 부르던 어머니의 노래 같았지
    아름다운 바퀴가 영원히 굴러가는 것을 보았네
    꽃, 돌, 물, 산은 아름다운 바퀴라네
    이 마음은 아름다운 바퀴라네 (일륜월륜/12쪽)


      시집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문태준, 문학동네, 2018)를 읽습니다. 책끝에 붙은 시집 추천글을 보면 문태준 시인이 훌륭한 ‘서정시인’이라고 나옵니다. 문득 ‘서정’이라는 말이 궁금해서 사전을 살핍니다. ‘서정시(抒情詩)’를 “[문학] 개인의 감정이나 정서를 주관적으로 표현한 시”로 풀이합니다. 그런데 어느 시나 글이든 글쓴이 느낌(감정)이나 마음(정서)을 스스로(주관적) 그리기 마련입니다. 딴 사람이 느끼거나 생각하는 이야기를 그리는 시나 글이라면, 이때에는 아무개 시나 글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모든 시는 밑바탕이 서정시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참말로 그렇습니다. 시뿐 아니라 글도 모두 ‘서정글’이 되겠지요. 우리 나름대로 느끼거나 생각한 이야기를 밝히는 글일 테니까요.

      문태준 시인이 훌륭한 서정시인이라 한다면, 다른 누구보다 문태준 시인은 이녁 느낌이나 마음을 안 숨길 줄 안다는 뜻이지 싶습니다. 다른 누구보다 제 느낌이나 마음을 살뜰히 시로 그릴 줄 안다는 뜻이 될 테고요.


    내 어릴 적 어느 날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머니가 노랗게 익은 뭉뚝한 노각을 따서 밭에서 막 돌아오셨을 때였습니다
    누나가 빨랫줄에 널어놓은 헐렁하고 지루하고 긴 여름을 걷어 안고 있을 때였습니다
    외할머니는 가슴속에서 맑고 푸르게 차오른 천수(泉水)를 떠내셨습니다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16쪽)


      시를 쓰거나 읽기 어렵다면 아무래도 이 대목 ‘우리 느낌이나 마음’을 어떻게 보거나 다루어야 하는가를 모르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거꾸로 우리 느낌이나 마음을 꾸밈없이 그리거나 즐거이 담아낼 수 있다면,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는 뜻이 되지 싶어요.

      글솜씨가 훌륭해야 시인이 되지 않습니다. 갖가지 표현기법을 잘 살려야 훌륭한 시인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느낌을 우리 목소리로 살릴 때에 비로소 시인이 되지 싶습니다. 우리 마음을 우리 삶에 담아서 우리 손으로 풀어낼 줄 안다면, 시인이란 이름이 없어도 시를 쓰고 비평가란 이름이 없어도 시를 읽을 만하리라 봅니다.


    만일에 내가 지금 이곳에 있지 않았다면
    창백한 서류와 무뚝뚝한 물품이 빼곡한 도시의 캐비닛 속에 있지 않았다면
    맑은 날의 가지에서 초록잎처럼 빛날 텐데
    집밖을 나서 논두렁길을 따라 이리로 저리로 갈 텐데 (지금 이곳에 있지 않았다면/39쪽)


      문태준 님은 어릴 적 외할머니가 읊은 샘물 같은 시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외할머니만 맑은 샘물 같은 시를 읊지 않았겠구나 싶어요. 어머니도 누나도 참말로 그윽한 시를 읊었네 싶습니다. 어머니는 늙은오이를 따는 시를, 누나는 여름 빨래를 널고 걷는 시를 읊습니다.

      그리고 문태준 님은 맑은 날 푸르게 빛나고 싶은 나뭇가지 같은 마음으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하루를 노래하고 싶다는 시를 읊습니다. 서류도 강단도 떠나, 조용히 흙을 만지고픈 나날을 꿈꾸며 시를 읊어요.


    따라붙는 동생을 저만치 떼어놓을 때
    우는 내 동생의 맑은 눈물이 또르륵 굴러떨어져 피어난 꽃아 (별꽃에게 2/78쪽)


      우리가 사랑하는 일에는 끝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시골에서 흙을 짓는 하루도 끝없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 서류에 파묻혀 회사일에 얽매이는 하루도 끝없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찬비를 맞거나 봄비를 맞거나 소나기를 맞으며 밭을 매는 하루도 끝없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하루 내내 쉴새없이 나오는 갓난쟁이 오줌기저귀를 갈아대는 하루도 끝없이 사랑할 수 있어요. 고단한 출퇴근 버스길이나 전철길도 끝없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시 한 줄은, 스스로 사랑하는 삶에서 터져나옵니다. 시 두 줄은, 스스로 사랑하는 하루에서 샘솟습니다. 시 석 줄은,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하고 마음으로 어깨동무하는 자리에서 태어납니다. 시 넉 줄은, 스스로 사랑하는 꿈길을 걷는 동안 시나브로 자라납니다.

      시인이 어린 날, 우는 동생 볼을 타고 흙바닥으로 떨어진 눈물이, 오늘 별꽃으로, 그러니까 곰밤부리꽃으로 피어난다고 해요. 참말로 새봄에 피어나는 온갖 꽃송이는 우리가 흘린 눈물이 자라난 숨결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 기쁘게 얼싸안으면서 놀고 노래하다가 지은 웃음에서 이어진 숨결일 수 있어요. 매화내음이며 동백내음이 마을에 가득한 삼월 한복판입니다. 2018.3.2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시읽기)



    내가사모하는일-문태준_t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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