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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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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쪽 | 규격外
ISBN-10 : 8901165058
ISBN-13 : 9788901165059
중앙역 중고
저자 김혜진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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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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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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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장편소설 『중앙역』. 이 책은 갓 거리의 삶으로 편입된 한 젊은 남자의 관찰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소설이다. 젊은 남자가 역 앞 광장에 들어선다. 거리의 생활에 갓 편입된 그에게 노숙은 불편하다. 그런 그에게 늙고 병든 여자가 다가온다. 그녀는 쥐가 무섭고 거리가 춥다면서 그의 품에 안겨 잠들지만, 밤새 그의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캐리어를 훔쳐 달아난다. 그는 분노하여 가방을 찾느라 난리지만, 사실 그가 그리워하는 건 여자의 살결이다. 며칠 후 그는 여자를 발견하고, 가방을 내놓으라며 그녀를 다그치는데…….

저자소개

저자 : 김혜진
저자 김혜진은 198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치킨런>으로 등단했으며 같은 해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2013년 <중앙역>으로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광장
밤의 수심
연인들
낡은 동네
기다림
당신의 이름
가라앉는 고백

작품해설 - 강유정
작가의 말

책 속으로

모두가 하루를 보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듯하다. 세상의 모든 시간은 이들을 비켜가고 그들은 무한히 반복되는 하루 속에 갇혀 있다. 때문에 그들은 어떻게든 잠 속으로 기어들어가려고 애쓴다. 그곳에서 하루를, 이틀을, 가능하다면 모두를 흘려보내고 싶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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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하루를 보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듯하다. 세상의 모든 시간은 이들을 비켜가고 그들은 무한히 반복되는 하루 속에 갇혀 있다. 때문에 그들은 어떻게든 잠 속으로 기어들어가려고 애쓴다. 그곳에서 하루를, 이틀을, 가능하다면 모두를 흘려보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 거리에 그들의 잠을 방해하는 것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나는 그들과 점점 닮아가고 있다. 그런 예감은 나를 불안하게 한다. 불안의 강도는 점점 커진다. 누구나 그들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가 되고 말 것이다. _59~60쪽

이곳은 젊고 건강한 내게 가장 인색하고 야박하게 군다. 내가 가진 젊음을 대단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곳에 머무르는 사람이나 지나가는 사람이나 젊은 나를 부러워하긴 마찬가지다. 마치 굉장한 걸 가진 것처럼 생각한다. 소진해야 할 젊음이 버겁도록 남았다는 게 얼마나 막막한 일인지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은 늙고 나는 젊다. 그러나 이곳에 함께 있으니 결국은 똑같은 게 아닌가. 아니, 차라리 살날이 적은 당신이 나보다 낫지 않은가.
_103쪽

모르는 사람 앞에 빈 손바닥을 펼쳐본 사람은 안다. 그 작은 손바닥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절감하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수치심과 모멸감을 치르고 얼마간의 돈을 쥐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나중엔 그것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만다. 거리에서 한번 잃은 것은 절대 되찾을 수 없다. 그런 것들을 영원히 잃는 대가라면 우리가 받는 돈은 그냥 주어지는 것도, 많은 것도 아니다.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잃고 난 다음에는 또 다른 걸 잃어야 하고, 잃을 게 없을 때까지 잃고 또 잃고 마침내 다 잃은 내 모습을 상상하는 건 서글픈 일이다. _185~186쪽

제대로 씻지 못한 내 몸을 여자가 핥는다. 내 몸에서 풍기는 온갖 악취를 견뎌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모른 척 한다. 숨을 몰아쉬고 기침을 하면서도 여자는 멈추지 않는다. 이제 내게 줄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는 듯 여자는 필사적이다. 그런 여자에게 그만하라고 말할 용기가 없다. 심장 소리가 거세진다. 그러면서도 머리로는 우리의 행위가 얼마나 추하고 더러운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발가벗은 욕구만 남은 이 행위를 어떻게 사랑이나 애정이라는 달콤한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_285쪽

각조 위치로.
사람들은 교육 받은 대로 두 개의 조로 나뉘어져 골목을 둘러싼다. 하얀 입김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손가락을 움직여 파이프를 힘껏 움켜잡는다. 언 손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어둠 속을 노려본다. 보이지 않는 저곳에 몸을 납작 엎드린 것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분노만 남은 짐승 하나가 내 안에서 으르렁댄다. 그 짐승을 어떻게 다독이고 잠재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_295~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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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억원 고료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 당신이 버릴 수 없는 마지막 자존심은 무엇입니까?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라는 시에 마음을 빼앗겨 본 적이 있는가?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이 선택한 《중앙역》은 그보다 더 극한 상황에서의 사랑...

[출판사서평 더 보기]

1억원 고료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
당신이 버릴 수 없는
마지막 자존심은 무엇입니까?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라는 시에 마음을 빼앗겨 본 적이 있는가?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이 선택한 《중앙역》은 그보다 더 극한 상황에서의 사랑을 노래한다. 시의 제목을 빌려서 말하자면 “거리의 사랑 노래”쯤이 될 것이다. 이순원, 김별아, 전성태, 윤성희, 김태용, 강유정, 송종원 심사위원은 “문장의 기품과 공들인 서사의 여백, 그리고 인간과 사물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작품에 아름다운 기운을 감돌게 했다”며 오랜만에 탄생한 묵직한 감동의 사랑 이야기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중앙역》은 갓 거리의 삶으로 편입된 한 젊은 남자의 관찰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감각덩어리이자 감정덩어리이다. 거리의 공기, 거리의 소음, 거리의 냄새, 거리의 풍경을 온몸으로 감각하며, 행복, 분노, 슬픔, 서운함, 수치심, 모멸감 등 많은 감정을 느낀다. 이런 예민함은 거리의 삶에 어울리는 옷이 아니지만 그의 심장은 누구보다 펄떡이고, 그의 피는 누구보다 뜨겁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그는 매일 하루를 보내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젊음조차 그에겐 어서 소진해야 할 무엇이다. 그런 절망의 시간 속에 살고 있는 그에게 늙고 병든 여자가 다가온다. 그들에게 허락된 개인적인 공간 따위가 있을 리 없다. 미래나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끝까지 버릴 수 없는 마지막 자존심이 있다.
기발한 소재나 독특한 문체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묵직한 감동이 여기에 있다. 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절대 떠나고 싶지 않은 압도적인 아름다움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중앙장편문학상으로 다시 한 번 증명된
한국 문학의 차기 대표주자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나의 토익 만점 수기》 등 동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소설을 선보이며 한국 문단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중앙장편문학상.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는 중앙장편문학상이 이번에 자신 있게 내놓은 작품은 묵직한 감동의 사랑 이야기이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중앙역》은 “‘쿨함’이라는 정서와 ‘냉소’를 머금은 문장이 여전히 태반을 차지하는 우리 문단에 ‘따스함’과 미세한 ‘희망의 기미’를 발산하는 문장들이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기대된다”며 심사위원들(이순원, 김별아, 전성태, 윤성희, 김태용, 강유정, 송종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수상자인 김혜진 작가는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등단작 하나만으로 이미 문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한국문학의 차기 대표주자이다. 같은 해 그는 대산창작기금을 받으며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고, 자신의 첫 장편소설 《중앙역》으로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하며 그에 대한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김혜진은 희망은커녕 절망조차 불가능한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그 더러움 안에 빛나는 인간을 부여잡는다”며 이 소설이 지니는 감동의 지점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탄탄하고 기품 있는 문장에서 비롯되는 비극적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감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이 정확한 언어를 통해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달된다. 심사위원들의 극찬처럼 “현재형의 직선 문장들이 벼랑이 되었다가 평지가 되는 문체의 힘은 오랫동안 우리 문학의 자산이 될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현재형 리얼리즘
결국 중요한 것은 바로 여기, 이곳


《중앙역》은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간 낭비는 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모든 문장은 현재형이고, 모든 관심은 오직 현재에만 있다. 독자는 이 젊은 청년이 왜 거리의 삶으로 쫓겨났는지, 왜 이 역으로 흘러들어 왔는지, 그 전에는 어디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가족이나 친구 따위는 없는지 등 그의 과거와 관련한 정보는 하나도 알지 못한다. 숨겨진 사연과 트라우마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반적인 서사원칙이 이 소설에선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
현재에 몰입하는 형식을 통해 이 소설은 감각과 감정을 극도로 발달시킨다. 현재만 살고 있는 주인공에게 자신의 신체에 도달하는 감각이나 감정보다 중요한 건 없다. 우리는 그의 신체를 통해 거리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거리에서 사랑을 한다는 것에 대해 생생하게 감각할 수 있게 된다. 주인공인 ‘나’는 이 소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적절한 해설을 하거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지적인 서술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자신의 감각과 감정을 통해 얻게 되는 최소한의 깨달음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포리즘을 꿈꾸는 어떤 해설자의 문장보다 강렬하다. 이 작품의 아름다움도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이 소설의 현재형 리얼리즘은 그리스 비극을 연상시키는 비장미 또한 발생시킨다. ‘나’는 언제나 현재 감정과 감각에 근거해 바로 여기,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그럼에도 상황은 점점 최악을 향해 달려가고 마는 것이다. 영웅이나 왕 등의 탁월한 인물이 아닌, 이미 몰락한 사람의 몰락도 충분히 아름다운 비극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그의 병든 연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게 젤 밑바닥인 거 같지? 아냐. 바닥 같은 건 없어. 바닥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또 바닥으로 떨어져 버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집요한 탐구
절망 속에서 피어난 사랑은 구원일까, 파멸일까?


이 소설은 시간과 공간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한다. 정확한 시간과 목적지를 가리키는 역사 안 열차시간표와는 달리, 역사 바깥의 시간과 공간은 조금도 정리되어 있지 못하다. 그에게 “시간은 한 방울씩 아주 느리게 떨어지는 물방울 같다.” 누군가 그의 “시간을 단단히 매어둔 게 틀림없”기에 그는 “종일 보이지 않는 시간과 싸우고” 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 그녀가 곁에 있는 밤과 그녀가 사라진 낮은 아주 다르게 흐른다. 이 소설은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시간의 흐름을 아주 섬세하게 묘사한다. ‘나’는 시시때때로 시간을 응시하고, 또 시간과 전투하고 화해한다.
‘나’를 비롯한 거리의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쪽방에서 하룻밤을 자더니 “이렇게 넓은 데서 자다가 그 좁은 데서 어찌 자나?”라며 다시 거리로 나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건 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을 때 얘기다. 연인들에게 필요한 건 넓은 광장이 아니라 밀폐된 동굴이다.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자 그런 개인적인 공간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공원의 후미진 곳이나 마트 주차장, 그리고 굴다리 아래에서 밤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는 “어디에도 서로에게 몰입할 수 있는 장소 같은 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시간의 소진과 공간의 확보를 위한 한 남자의 투쟁기로 읽을 수 있다. 역 앞 구름다리에서 시작된 그의 거리 생활은 광장과 지하도를 거쳐 철거촌과 쪽방으로 이동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자신들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고, 그것이 결국 그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절망 속에서 피어난 사랑은 구원일까, 파멸일까? 시간과 공간을 집요하게 탐구하는 이 사랑 앞에서 우리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 줄거리

젊은 남자가 역 앞 광장에 들어선다. 거리의 생활에 갓 편입된 그에게 노숙은 불편하다. 그가 하는 일은 흘러가지 않는 시간과 사투를 벌이는 일뿐이다. 그는 자신의 젊음이 버겁다. 그런 그에게 늙고 병든 여자가 다가온다. 그녀는 쥐가 무섭고 거리가 춥다면서 그의 품에 안겨 잠들지만, 밤새 그의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캐리어를 훔쳐 달아난다. 그는 분노하여 가방을 찾느라 난리지만, 사실 그가 그리워하는 건 여자의 살결이다. 며칠 후 그는 여자를 발견하고, 가방을 내놓으라며 그녀를 다그치는데……. 자신에 대해, 서로에 대해 말하지도 물어보지도 않는 이들. 필요한 것도 원하는 것도 없는 이들. 밤에는 애인이었다가 낮에는 아무것도 아닌 이들은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 심사평

침묵과 여백으로 이어진 문장 사이에서 생에 대한 실감들이 떠오른다. 숨찬 대목이 없는데도 멈춰 서서 망연해진다. 과거도 추억도 없이, 심지어 미래도 없이 남녀가 사랑을 나눈다. 이런 사랑이 가능한가? 불모지에 발가벗은 남녀를 풀어놓고 작가마저 망연히 그 여로를 쫓는 것은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이다. 현재형의 직선 문장들이 벼랑이 되었다가 평지가 되는 문체의 힘은 오랫동안 우리 문학의 자산이 될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 둔중한 감동의 끝에 각자의 마음 속 중앙역에 이런 문장 하나를 갖게 될 것이다. “사랑은 현재형으로만 기억한다.”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심사위원
/ 이순원, 김별아, 전성태, 윤성희, 김태용, 강유정, 송종원

■ 추천사

김혜진은 동년배의 젊은 소설가들처럼 가상의 시공간으로 망명하거나 개연성 있는 에피소드 안에 숨지 않는다. 이곳을 떠나 희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희유한, 거의 절멸한 가치인 사람 가운데서 사랑을 찾는다. 힘껏 상상해야 가닿을 수 있는 관념적 개연성의 시공간이 아니라 바로 여기, 이곳에서 말이다. 상상의 힘을 덜어 김혜진은 여기, 이곳을 들여다보라고 말을 건다. 악취와 소음과 지저분한 외양 때문에 보려 하지 않았던 그 세계에 마치 응달에 기꺼이 자라난 생명과 같은 사람이 있음을 발견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사람과 사람이 부대껴,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그 오래된 토양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는 김혜진의 소설 《중앙역》의 사랑 이야기가 감동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이 추상적이면 추상적일수록, 더러워지면 더러워질수록, 바닥없이 비루해질수록 그 사랑이야기만큼은 간사한 감각의 세계를 벗어나 우리의 눈길을 끈다.
-강유정(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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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이름 없이 여자, 남자로 칭해지는 그들의 한없이 우울로 치닫는 삶. 제목 그대로 중앙역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자...


    이름 없이 여자, 남자로 칭해지는 그들의 한없이 우울로 치닫는 삶.


    제목 그대로 중앙역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자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를 의미한다.

    갈 곳도, 의지할 무언가도 없는 여자와 남자가 만나 서로를 끌어 안는다.

    이미 가진 것이 없는 그들은 두려울 것도 없기에 굳이 광장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완전히 마음을 주지 못한 채로, 육체로만 이루어지는 사랑이 과연

    진정한 사랑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죽음의 순간에도 짐승과 같은 그들의 모습에

    현타 아닌 현타가 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그들의 삶을 너무나 적나라하고 처참하게 서술한,

    암울한 심경을 이토록 잘 표현해낸 , ,

    읽는 내내 그들만큼은 아니지만 그들의 마음 어딘가를 함께 공유하고

    그 슬픔이 나에게까지 전해져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한 편의 슬픈 영화를

    책으로 읽은 듯한 감정에 여운이 아직까지 진하게 남아있다.


  • 중앙역 | yd**1 | 2018.07.20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중앙역 김혜진 / 웅진 지식하우스   ..너무 어리지도, 너무 늙지도 않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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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역

    김혜진 / 웅진 지식하우스

     

    ..너무 어리지도, 너무 늙지도 않는 나.. 내겐 아직 너무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p.177)

    그런 남자가 캐리어 하나를 끈채로 중앙역 광장에 들어서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그 남자 '나'에 대한 설명은 아무것도 없다.

    고향이 어디이며, 이름이 무엇이며, 나이가 몇인지도 설명하지 않은채 광장의 삶으로 이끌어 들인 작가의 섬세함은

    마치 잘 짜여진 스웨터와 목도리, 장갑까지 세트로 맞추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완벽함처럼 소설은 완벽하게 그려졌다.  물론 한계가 분명한 내  지식으로는...

    소설은 광장의 삶, 노속자의 일상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그려내고 있다.

     

    광장으로 들어온 나는 때로 아닌척, 일반 노숙자들과는 다르다는 모습으로, 그리함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려고 해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광장의 삶에 익숙해진다.

    밤이면 소음을 피하고, 비를 피하고, 밤이슬을 피하여 조금이라도 깊은 잠에 들어가기 위하여 박스를 구하고,  자리를 찾아헤매이고, 아침이면 노숙자들을 위하여 교회나 봉사단체에서 제공하는 밥 한끼를 얻어먹기 위하여 긴 줄의 끝에 서서 기다리기도 하며 어느새 일상은 너무나 익숙해져 일자리를 찾아 광장을 떠나려는 생각조차도 접는다.

    그런 남자에게 슬리퍼를 끌고 반바지 차림으로, 복수가 찬 배를 안은 '늙은 여자'가 쥐를 무서워하며, 추위를 녹이기 위하여 따뜻한 체온을 얻기 위하여 남자의 잠자리로 파고든다.

    하룻밤을 자고 일어난 후 여자는 남자의 전 재산이 들어있는 캐리어를 훔쳐 달아나고, 남자는 여자의 배반에 대한 분노로 여자를 찾아나선다.      

    며칠 후 만난 여자는 캐리어를 잃어버리고 대신 남자에게 자신의 몸을 허락한다.

     

    깡통과 패트병이 뒹굴고 밤새 나뭇잎들이 내려다보고 들고양이가 지나고 먼지가 드나드는 공원의 한적한 곳에서 늙은 여자와 젊지도 늙지도 못한 남자는 비루한 사랑의 행위를 나눈다.

    한끼의 식사비도 없는, 쪽방조차 넘볼 수 없는 지지리 가난한 그들이 기댈 곳은 사람이며 또한 가당찮아(?) 보이는 사랑이었을까?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몸을 탐하며 굳이 사랑이라 표현하지 않는 지독한 열병같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복수가 차올라 숨을 헐떡거리며, 고통에 잠을 들지 못하는 중에도 그들은 서로를 원하며 서로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센터에서 병원으로 보내어도 돌아오는 여자와 새로운 일자리를 주어도 견디지 못하고 다시 광장으로 돌아오는 남자는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 이미 익숙한 '자유'와 '포기'일는지도 모른다.

    여자는 나를 살아 있게 하고, 계속 살게 하고, 살고 싶게 만들었다.(p184)

     

    남자는 여자의 부재를 견디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수급자의 조건을 갖추기 위하여  남편과 중학생 아이 둘이 있는 여자의 집을 찾아가면서도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여자의 행방에 조급해하며,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여자를 광장의 구석구석을 돌며 기다리기도 한다. 

    이것이 사랑이라면 정말 몹쓸 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요양병원에 있던 여자가 다시 광장으로 찾아들고, 일을 한다는 조건으로 미리 수당을 받은 남자는 센터의 도움으로 쪽방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지만 여자의 병은 깊어만 간다.

    결국 손을 쓸 수 없게된 여자를 응급실에 들이밀며 자신의 마음 한곳을 차지했던  말을 기어히 하고야 만다.

     이 모든게 여자 때문이다.

    저당 잡힌 내 미래를 생각하고 여자에게 쏟아내고 싶은 원망의 말들을 웅얼거리기도 한다.

    그때 여자를 내버려두었더라면 후회하기도 한다.

    어떻게 되고 싶다거나 어떻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이, 결국엔 모든 게 제대로 되지 않을거라고,

    바라는대로 이뤄지지 않을 거라고 체념하면서 그 모든 탓을 여자에게 돌린다.(p.288)

    돈이 없는 이에게 응급실은 생명이 우선이 아님을 맞닥뜨리는 순간,

    응급실 침대에 누인 여자곁에 있던 남자는 병원에서 계산을 하지 않고 침대를 사용한다고 하자

    모르는 사람입니다.

    정말 몰라요. 전 모르는 사람이라고요.

    몰라요. 난 몰라요. 모른다고요!(p.295)

    라며  병원을 빠져나오는 남자를 탓하기에는 눈앞에 현실을 감당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여자를 보낸 남자는 희망을 잃지 않음으로 이 소설이 절망적으로 끝나지 않고 

    아직은 우리에게 희망이, 살아갈 마음이 남아 있음을 나타내주어 나를 안도하게 한다. 

     나는 함부로 낙관하지 않고 서둘러 비판하는 대신 똑바로 서서 지금과 맞서는 법을 배울 것이다.

    과거나 미래 따위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 서 있는 자리에 뿌리를 박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보고 쥐고 만질 것이다.

    오늘은 반드시 이곳을 말끔히 청소해야 한다. 나는 그것만 생각한다.

    멀리 역사의 간판이 반짝인다.(p.298)  

     

    김혜진,

    '딸에 대하여'란 책을 읽고 인상에 남았는데.. 역시 좋은 글을 써서 좋다.

    앞으로 그녀의 팬이 되겠다.

     

     

     

     

     

     

     

     


  • 이게 사랑으로 보이나요? | fa**t715 | 2014.06.30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완독한 첫 느낌은 지독한 사랑이야기였다. 그러나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들춰보고 인물들의 행동과 말을 되짚으니 작중...

      완독한 첫 느낌은 지독한 사랑이야기였다. 그러나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들춰보고 인물들의 행동과 말을 되짚으니 작중화자인 '나'의 성장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서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주된 스토리이지만 동시에 '나'의 성장에 깊이 관련된 촉매제 역할도 한다. 그러니까 작품을 이끄는 소재이자 스토리는 사랑이야기지만 정작 작가가 말하고 싶은 건 그 촉매제로 인해 변해가는(성장해가는) '나'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라고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작품의 대략적인 내용을 보자.

    '나(편의상 이하 '남자'로 칭함)'는 중앙역으로 흘러들어온다. 우린 작품 내내 남자의 과거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래서 왜 중앙역으로 흘러들어왔는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현재의 그의 행동과 말에만 주목할 수 있다. 남자의 과거는 무의미하다. 그가 과거에 수재였든 부잣집 아들이었든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 그는 병들고 나이 많은 여자를 만난다. 사랑(인지 아닌지 지금의 필자는 판단이 불가하다)한다고 믿는 남자와 그런 사랑에 매번 질문과 의문을 던지는 여자. 사랑을 지속시키고 발전시켜보려는 남자와 사랑에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여자의 만남이다. 기묘한 동거다.

    여자는 병들어 있다. 복수가 차올라 임신한 모양새고 심한 알코올 중독이다. 더 안쓰러운 건 삶에 대한 의지, 희망의 결여다. 그에 반해 남자는 젊다. 처음 중앙역으로 흘러들어왔을 때 자신의 젊음을 비꼬고 타인의 늙음을 부러워할 정도였으나, 그 젊음을 무기로 중앙역에서의 탈출을 꿈꾼다. 여자와의 사랑이 촉매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여자는 거부한다. 남자와의 탈출, 아니 적어도 중앙역에서의 탈출을 꿈꾸기도 했으나 쉽지 않다. 더 심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신을 본다. 여자는 그곳에서조차 포기하는 삶을 산다.

    탈출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여자와 달리 남자는 여기저기 상처받지만 멈추지 않는다. 결국 남자는 그곳을 탈출하는 한 걸음을 내딛는다.


    중앙역은 어떤 곳인가.

    [p 12. 역은 도시 한가운데 있다. 도심 중앙에 세워진 가장 큰 역사. 오래전 쓰던 낡은 역사 곁에 새로 건물을 지어올린 것이다. 옛 역사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한쪽 구석에 방치되어 있다. 리모델링 공사로 몸살을 앓는 새 역사와는 대조적이다.]

    중앙역은 실제 하는 곳일까? 인터넷 검색을 하니 실제 지명 두 곳이 뜬다. 안산과 부산에 있는 중앙역. 본문은 도시 한 가운데 있다고 하니 두 곳 모두 공간으로서는 기능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이게 아닐 것이다. 게토ghetto. 필자는 이 공간과 노숙자들의 세계를 게토라고 보았고 작가 또한 도심 중앙의 역이란 의미와 함께 게토의 의미도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식선에서 알고 있는 게토란,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스에 의해 만들어진 유대인 수용소로 알고 있다. 좀 더 깊은 뜻을 알고자 게토를 검색했다.


    중세 이후 유대인들을 강제 격리시킨 유대인 거주 지역에서 비롯된 말로, 주로 특정 인종이나 종족, 종교집단에 대해 외부와 격리시켜 살도록 한 거주 지역을 지칭한다... 12세기 후반 유럽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간 유대인들에 대한... 게토라는 강제 격리지역이 생겨나게 된다. 게토는 높은 벽으로 둘러 싸였고... 유대인은 열등한 종족이기 때문에... 게토에 거주하는 유대인은 정치적ㆍ종교적ㆍ경제적ㆍ사회적 탄압으로 게토 밖의 주민들보다 빈민층을 형성하였다... 20세기에 독일 나치스에 의해 계승된다. 나치스의 게토는 인종적인 차별로 생겨난 것으로... 소수민족들이 모여 사는 도시의 특정지역을 지칭하기도 하며, 슬럼(slum)의 동의어로 사용된다. 미국에서는 20세기 후반에 흑인 게토가 형성되었는데, 이 흑인 슬럼가를 다른 말로 '블랙 게토(black ghetto)'라고도 한다.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한편 20세기 후반의 미국에도 흑인 게토가 형성되었다. 흑인 게토가 설정된 지역은 ‘내부도시’ 또는 ‘중앙도시’ 등으로 불리는 뉴욕 등 대도시의 중앙부에 있는 흑인 밀집거주 지역으로, 빈곤·실업, 열악한 주택, 그밖에 사회생활 전반에 걸친 불균등이 집중적으로 나타나 슬럼가(街)와 같다. - (두산백과)


    오래 전부터 있어온 단어, 명칭이다. 그 의미가 지금은 좀 바뀌었지만 홀대받고 멸시받는 자들의 공간이란 의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 세계에 살고 있는 현대의 노숙자들.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노숙자들을 불편한 시선으로 보고 피한다. 왜? 그들이 냄새나고 더럽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해코지할까봐 불안하고 남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결하지 않은 것 외에 딱히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여러 매체를 통해 보고 들었으며, 우리 또한 언제든 그들처럼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런 시선으로 본다. 그들이 사는 세계, 공간은 현대판 게토와 다르지 않다. 과거 실존했던 게토에 높은 벽이 존재했다면, 현대판 그들의 공간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벽이 둘러쳐져 있다. 작가에게 그 세계, 공간은 '중앙도시' 등으로 불리는 대도시 속의 게토, 그러니까 각각 분리된 장소가 아닌 혼재된 공동의 공간인 셈이다. 우리가 노숙자들을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인 역 + 대도시의 '중앙'이란 말이 합쳐져 '중앙역'이란 공간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남자는 왜 사랑을 하려 하는가.

    그 공간(이하 '게토') 속으로 남자가 흘러들어왔다. 과거를 알 수가 없으니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른다. 다만 그는 '이곳에 있는 누구와도. 나에 대한 어떤 것도 공유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게토란 공간(세계, 거리)으로 편입되면서 품었던 이 생각은 함께 속해있는 다른 게토인에게 지갑을 털리면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 남자에게 '여자'가 다가온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캐리어마저 여자에게 도난당한다. 남자는 그 즈음부터 어떤 것도 공유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타의로 허물게 된다. 자신의 사정을 호소하려고 파출소에 신고하러 가는 장면이 그렇다. 그러나 공유하지 않는다. 도와주리라 생각했던 파출소의 경찰마저 게토와 게토인들에게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직접 여자를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 조금씩 거칠어진다. 이 낯선 세계, 공간에서는 거칠어야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여자를 만난다. 남자는 여자와 육체관계를 나누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겉모습은 거칠어지고 있지만 여자와의 관계에서는 애정을 갈구한다. 거칠어지는 자신이 두렵기 때문은 아닐까.

    [p 188.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누군가는 애를 낳고,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정신을 잃고, 누군가는 죽고, 죽지 못한 이들이 계속 살아 그 모든 것을 모른 척하고 사는 게 이곳의 삶이 아닌가.]

    게토의 모습을 정확히 표현한 문장이다. 그러니까 이런 게토에서 살아가려면 거칠기도 해야 하지만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정을 붙이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숨이라도 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쥐 사내가 쥐를 키우고, 개를 키우고, 거위를 키운 것이리라. 게토인들끼리 목소리를 높이고 서로의 물건을 훔쳐가고 주먹질을 해도 누군가는 술을 사고 모르는 척 가서 한 잔 얻어먹는 것이다. 남자 또한 여자의 사랑을 갈구하면서 그 날카로움을 자신도 모르게 무디게 만들었다.

    [p 90. 여자와 함께 밤을 보내고부터 나는 자꾸 예민함을 잃는다. 여자가 내 모든 뾰족한 감각들을 가져가버린 것 같다. 시끄럽고 더운 한밤에도 깨지 않고 잘 잔다.]

    남자에게 과거는 없다. 대신 현재가 있다. 현재의 남자에게 여자는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대상이면서 미래를 꿈꾸게도 만든다. 그건 희망이다. 센터의 팀장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희망. 게토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와 미래의 희망을 꿈꾸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자신의 노동력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다. 미래에 제공할 노동력을 담보로 쪽방도 구한다. 게토에서 살기 위해 거칠어지면서도 굳이 거창하게 희망이 아니라 조금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나름 노력한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든 숨을 쉬기 위해서든, 둘 다이든 말이다.


    여자는 왜 매번 질문을 하는가.

    게토에 갓 들어온 풋내 풀풀 나는 어린초짜가 보였을 것이다. 옆에 돈이 될 만한 가방도 눈에 띠고 말이다. 그래서 여자는 평소 하던 대로 남자에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여자는 게토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게토 안에서 여자가 어떻게 살 수밖에 없는지를 잘 알고 있다. 이들의 만남이 첫눈에 느낌이 와서 따위의 가정은 가당치않다.

    [p 112. 허겁지겁 음식을 씹던 빡빡머리가 말한다. 소용없는 짓이야. 바지 위에 손을 문지르며 이렇게도 말한다. 그 여자는 헤픈 여자야. 자고로 여기 여자들은 믿을 게 못 돼. 그걸 알아야 해.

    p 127. 이곳 여자들에겐 남자가 필요해. 그건 연애도 뭣도 아니야. 여기 광장 때문이지...

    여자에게 내가 하나의 생존 방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보다 여자가 생존 방식으로 만나온 이곳의 남자들을 상상하는 일이 더 괴롭다.]

    돈이 될 만한 물건을 훔쳐서 팔고 그 돈으로 술을 사마시는 여자다. 그런 자신에게 어린남자가 관심을 보인다. 사람이 사람에게, 남자가 여자에게 애정을 갈구한다. 자신처럼 게토에서 닳고 닳은 남자가 아니다. 언젠가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희망이 보이는 남자다. 그래서 여자는 묻고 또 묻는다.

    [p 91. 바보처럼 굴면 안 돼. 여자는 엄마처럼 말한다. 단호한 목소리로 내게 충고한다. 나는 잠자코 듣기만 한다. 오늘만 자고 내일은 가. 어디로요? 어디든. 넌 일할 수 있잖아. 돈만 벌면 어디든 갈 수 있지. 너는 나 같은 사람을 만나면 안 돼... 괜찮니? 여자가 묻는다. 나는 단번에 이해한다. 이렇게 늙고 볼품없는 내가 괜찮니. 여자는 확인하려 한다.

    p 97. 말해봐. 너 내가 좋아? 부끄러워하는 법은 없다. 쭈뼛거리지도 않는다.

    p 214. 말해봐. 너 날 사랑하니?]

    여자는 게토가 어떻게 사람을 묶어두는지, 게토인들이 어떻게 끝이 없는 절망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미래와 희망을 말하는 남자에게 게토 안에서는 모든 게 부질없다는 걸 애정만큼이나 그 이상으로 충고해준다.

    [p 97. 그리고 날이 밝으면 모든 게 꿈처럼 사라지고 없다. 잠에서 깬 여자는 먼 여행을 다녀온 사람처럼 피곤을 머금고 몸을 일으킨다. 두꺼운 권태와 체념을 다시금 껴입는다. 간밤의 일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넌 너무 어려...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니... 밤에는 애인이었다가 낮에는 아무것도 아닌 우리의 관계를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낮에는 그들을 가려주는 장벽이 없다. 외부인들의 적나라한 시선과 외부사회가 그대로 보인다. 여자는 자신은 몰라도 남자만큼은 눈앞에 보이는 외부사회로 나가기를 진심으로 충고한다. 그럼 왜 낮에는 데면데면하게 굴고 밤에는 스스럼없이 애정을 드러낼까. 마찬가지로 어둠이라는 장벽이 그들을 가려주기 때문이다. 남자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보다 평소 남자가 말하는 미래의 희망에 자신도 한번쯤 매달리고 싶기 때문이다. 외부사회가 보이지 않으니 게토와 그렇게 다르게 보이지도 않고, 외부인들의 시선 또한 밤에는 두렵지 않다. 그래서 남자 대 여자로서 여성성을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는 게 아닐까 싶다.


    그들은 왜 함께 떠날 수 없는가.

    잠시 떠나 함께했다. 팀장의 호의로 역사 근처의 허름하고 낡고 좁은 쪽방으로 말이다.

    [p 216. 여자는 간단히 대답하고 만다. 오랫동안 여자와 함께 누울 수 있는 방을 바라왔는데 막상 그 방에 누워 있는 지금 숨이 막히고 갑갑하다. 당장이라도 거리로 뛰쳐나가 헤드라이트와 소음이 무시로 지나다니는 거리 위에 눕고 싶다. 먼지와 말들이 쉬지 않고 떠다니는 그곳에서 잠을 청하고 싶다.]

    두 사람 모두 거리(또는 광장)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거리만이 그들만의 공간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거리를 벗어난 곳은 게토가 아니라 외부사회가 된다. 그러므로 거리를 떠난 두 사람의 관계는 새로 시작해야 될 관계가 되는 것이다. 공간도 낯설고 옆에 누워있는 사람도 낯설다. 미래의 희망을 노래하고 싶지만 오히려 게토보다 더 비참하고 암담한 현실과 마주치게 된다.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은 점점 더 병들어 가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남자의 마음도 지쳐간다.

    [p 219. 여자가 돌아온 후부터 나는 여자를 제외한 모든 것에 각을 세우고 예민하게 굴고 있다.

    p 224. 여자가 자주 집을 비우고 역사를 헤매고 언성을 높이는 일이 반복된다... 여자가 없는 빈 방을 마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p 233. 모로 누운 여자의 뒷모습이 안쓰럽다가 화가 나고 짜증이 치밀다가 암담해진다.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저 여자가 무슨 의미인가. 나는 방 한구석에 앉아 여자로부터 힘껏 달아났다가 돌아오는 짓을 반복하고 있다.]

    쪽방에서 아픈 몸을 달래는 여자도 지친다. 역사로 도망가 술을 마시고 남자와도 자주 싸운다. 복수가 차오르는 아픈 여자는 방법이 없다. 그런 그녀가 한때 남편과 두 아이로 이루어진 진짜 가족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기초수급을 받기 위해서지만 여자에게 있어 마지막 희망의 끈을 다시 한 번 잡으려는 발버둥이다. 남자와 함께 찾아가지만 동네는 많이 변해있다. 집을 찾을 수가 없고 연락할 방법조차 없다. 여자는 포기한다. 진짜 집을 못 찾아서인지 가족을 볼 면목이 없는 건지, 아니면 이제는 희망이 자신에게 너무 버겁다고 느껴서인지 알 수 없다. 여자는 자신을 놔버린다.

    [p 255. 네가 날 병원에 보내고 싶어 하는 거 아니니?... 움푹 들어간 두 눈. 열꽃처럼 흉터가 퍼진 얼굴. 주름진 목이나 나무껍질 같은 피부. 여자를 보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결정적인 뭔가가 여자의 몸을 할퀴고 지나가버린 것 같다. 이제 여자는 활기나 생기 같은 걸 죄다 잃고 겨우 숨만 쉬는 작은 짐승 같기도 하다. 가고 싶으면 가. 가도 돼... 너도 지쳤겠지. 피곤하고 귀찮겠지.]

    게토 안에서 이루어진 만남이다. 게토 안에서의 그들은 낮에는 데면데면하더라도 밤에는 서로의 애정을 절박하게 확인하는 사이였다. 그곳을 벗어난 두 사람에게 그 외의 공간은 서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공간으로 작용할 뿐이다. 미래의 희망 따위는 없다. 괴물 같은 곳이다.

    센터 팀장은 알고 있었다. 한번 게토에 빠진 사람은 그곳을 탈출할 수 없음을, 같은 게토인들끼리는 함께 벗어날 수 없음을 말이다. 그가 그동안 봐온 상황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남자가 가진, 게토를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젊음을 수시로 충고해준 것이겠다.

    [p 236. 너도 알잖아. 같이 있으면 있을수록 서로 힘들어질 뿐이야. 그걸 몰라? 정말 몰라서 그래?... 사람이 저렇게 아픈데, 그럼 버려요?... 그럼. 당연히 그래야지. 필요하면 그렇게 하는 거다. 그게 내가 하는 일이야. 여기 있는 사람들이 뭘 버려야 하는지 일일이 알려주는 게 내가 하는 일이다.]

    게토에 처음 들어올 때 남자는 제일 먼저 가진 걸 잃어버렸다. 그리고 시간을 버렸다. 그래서 여자를 만났고 여자도 빈 몸이었다. 게토 안에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주인이 없다.

    [p 68.가끔은 잠든 사람들이나 취한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 작은 담요나 바지 따위를 집어오기도 한다. 여자에게 배운 방법이다. 이곳의 물건들은 끊임없이 돌고 돈다. 소유 개념은 가능하지 않다. 한번 들어온 물건은 버려지지 않고 이 광장을 떠돌지만 결코 한 사람의 소유가 될 수 없다.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한시적이다. 나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사소한 물건들을 훔친다. 내 것을 빼앗겼으니 누군가의 것을 뺏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p 135. 너와 여자의 관계는 이곳에 있을 때만 유효한 거다. 팀장은 그런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곳을 벗어나는 즉시 너희 두 사람은 쓸모없는 존재가 될 거다. 그렇게 단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게토의 규칙이다. 게토가 돌아가는 방식이고, 게토인들이 지켜야할 불문율이다. 남자는 소유할 수 없는 사람을 소유한 채 벗어나려 했으나 게토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남자가 벗어날 방법은 오직 혼자이거나 죽어서만 가능하다. 그것도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채 말이다. 여자는 진즉에, 남자는 서서히 그걸 알아갔다. 두 사람이 함께 떠나는 건 불가능하다.


    왜 성장소설인가.

    남자와 여자가 함께하는 모습은 지독하리만치 끈끈하다. 여자는 서로의 몸이 정말 잘 맞는다고 하고, 남자는 수시로 여자의 몸을 탐닉한다. 남자는 사랑이라 생각했고 여자는 자주 확인하려 했다. 게토 내에서의 일이다. 그러나 게토를 벗어난 외부사회에서의 남자는 매정한 맹수의 모습이다.

    [p 151. 세상에 사정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 각자의 무거운 사정을 끌어안고 버티는 것뿐이다. 나는 제 고통과 괴로움을 우리와 나누려고 하는 여자가 이기적이라고 느낀다. 궁지에 몰린 사람이 오직 자기 자신뿐이라는 듯이 자신 이외의 사람은 무조건 자기보다 나을 거라고 단정해버리는 여자의 태도가 못마땅하다.

    p 152. 나는 이런 지리멸렬한 싸움 속에서 단순히 혼자 힘으로 광장을 벗어나겠다고 다짐한 스스로가 얼마나 순진했는지 깨닫는다. 이곳을 벗어나 저곳으로 가겠다는 건 저기 있는 누군가의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건 투쟁이다. 빼앗은 사람들은 남고 빼앗기는 사람들은 떠난다. 예외는 없다. 어디나 마찬가지다.

    p 158. 어린아이처럼 굴지 말아야 한다. 섣불리 그들을 동정하거나 불쌍하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나는 중얼거린다... 나는 빼앗으려는 사람들보다 제 것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능함에 분노를 느낀다.]

    외부사회의 외부인들이 기피하고 수군거리고 손가락질하는 게토인들이다. 그런 자신들한테도 홀대받고 무능한 자들이 무슨 자격으로 그동안 우릴 그렇게 대했는가. 남자의 분노에는 그런 불특정한 감정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외부인처럼 행동하는 최 선생에게 역겨움을 느꼈으리라.

    [p 161. 알아요. 알지요. 그런데 살다 보면 말입니다... 나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최 선생의 다음 말에 구역질을 느낀다. 모든 불운과 불행의 책임을 삶에 전가하는 건 얼마나 쉽고 비겁한 일인가. 저런 식이라면 그는 절대 이곳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보다 더한 것들도 습관처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살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위로한다면 삶은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을까.]

    과거에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세상의 밑바닥이라는 곳으로 내몰린 남자다. 철거민들처럼 나약하고 무능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게토로 들어서면서부터 그나마 가진 걸 빼앗기고, 병들고 나이 먹은 여자에게 위안을 얻으려고 한 게 아닌가. 그런 남자가 거친 세상을 배워가는 중이다. 비록 그 배움이 거칠다하더라도 남자에게는 남자의 사정이 있고, 철거민들에게는 그들의 사정이 있다. 누가 누굴 봐주고 동정할 여유가 없다. 적어도 이들에게는 말이다. 게토든 외부사회든 둘 다 괴물 같은 사회다. 아니, 외부사회가 더 잔인하고 거칠어야 살 수 있는 세계다. 게토에서는 잡을 수 없는 희망에 절망할 뿐이지만, 외부사회는 잡을 수 있는 희망이 있기에 더 잔인해지고 거칠어질 수가 있다. 필자가 말하는 성장이란 좋고 나쁨이 아니라, 바로 현실(게토든 외부사회든)을 살아가기 위한 배움을 말하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것. 자신이 처한 상황과 환경을 깨고 한 발짝 나아가려는 것. 그것이 거칠고 비겁하다 하더라도 남자를 탓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의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p 295. 모르는 사람입니다. 자신 없는 듯 머뭇머뭇하다가 목소리를 키운다. 정말 몰라요. 전 모르는 사람이라고요. 남자가 뭐라고 대꾸하기 전에 한 번 더 소리친다. 몰라요. 난 몰라요. 모른다고요!]

    여자를 응급실에 두고 나오려는 남자의 모습이다. 비겁한가? 그럼 끝까지 여자를 책임지는 모습이 진짜 남자의 모습일까? 그런 걸 순애보 어쩌고 하는 사랑으로 미화시킬 수 있을까? 더군다나 아직 어린 남자한테?

    [p 297. 신호를 기다린다. 날이 밝으면 예고한 대로 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저곳으로 돌진해 모든 걸 부수고 망가뜨릴 것이다... 빈 방인 그곳에 우리 손길이 닿은 물건, 체온이 스민 이불, 체취가 베인 벽지 같은 것들이 남아 있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나. 나는 추억이나 기억 따위를 믿지 않는다. 그건 희망이나 기대처럼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나는 함부로 낙관하고 서둘러 비관하는 대신 똑바로 서서 지금과 맞서는 법을 배울 것이다. 과거나 미래 따위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 서 있는 자리에 뿌리를 박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한때 환한 등대 아래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은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역사의 불빛 대신 그것을 단단히 움켜쥔 거대한 어둠을 본다. 더는 그것의 깊이와 너비를 의심하지 않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밤 속에서 아침을 기다린다... 나는 젖혔던 캡을 닫고 새벽이 오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느 누가 이 어린 남자에게 잘못되었다 말할 수 있을까...


    정말 사랑이었을까?

    여자가 어느 지역병원에서 병을 치료하는 동안 잠시 떨어져 지내는 남자는 여자에 대한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p 184. 사실 나는 여자를 그리워한다기보다 여자의 몸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몸이 너무 잘 맞아. 정말 이상할 정도로 좋아. 그렇지 않니?

    p 192. 어쩌면 나는 떠난 여자가 아니라 여자의 몸 자체를 그리워했는지도 모른다. 그게 누구든 나를 받아주고 내가 욕망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상관없다.

    p 285. 발가벗은 욕구만 남은 이 행위를 어떻게 사랑이나 애정이라는 달콤한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짓거리를 똑바로 볼 자신이 없다... 간사하게도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그 순간에 나는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는다. 도대체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 사랑인가 질문하기도 한다... 말해봐. 너 날 사랑하니?]

    보고 싶었어요, 날 좋아하니? 날 사랑하니? 본문에 나오는 두 사람의 밀어 중 누군가의 질문에 누군가가 대답을 하는 모습은 없다. 질문을 받으면 안아주는 등의 행동을 보여줄 뿐이다. 왜 두 사람은 묻기만 할뿐 대답하지 않는가? 주로 묻던 여자는 알고 있다. 설령 사랑이라 한들 게토 내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그렇다고 게토를 벗어날 수도 없음을, 그래서 묻기는 하지만 기대하지 않은 그저 공허한 질문일 뿐이라는 걸 말이다. 주로 질문을 받았던 남자는 왜 대답하지 않는가? 어리다. 아직 사랑이 뭔지 모른다. 사랑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으나 그게 집착인지도 모를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사랑과 집착, 다르다. 두 사람 사이에 배려가 깔려 있다면 사랑일 수 있겠고, 그렇지 않고 서로의 필요에 의한 집착이라면 동거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남자는 헷갈리는 것이다. 남자가 여자와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때는 먼 훗날이 될 것이다. 게토를 벗어나 한 발짝 떨어져서 지금의 일을 회상할 때, 그때나 사랑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필자는 두 사람의 행위와 동거에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다. 혹시 작가도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걸 아닐까? 이게 사랑으로 보이나요? 

  • [소설] 중앙역 | ji**037 | 2014.06.2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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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소설인데, 소설의 느낌보다는 한편의 다큐를 본듯한 느낌이다.
     
    제목부터 '중앙역'이라는 심상치않은 공간을 말하며 나를 넓은 공간의 대중 속의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불특정 다수의 타인에게 보여질 수 밖에 없는 공간이 중앙역일 것이다. 그 곳에 한 젊은 남자가 터를 잡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노숙자가 된 젊은 남자는 왜 노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나이는 어느 정도인지, 가지고 온 캐리어 안에는 어떤 짐들이 넣어져있는건지, 가족은 있는지 등 아무 것도 알수가 없다. 그저 노숙자의 신세가 되었을 뿐이다.
     
     
    ​노숙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캐리어를 지켜야 하고, 다른 노숙인들의 눈치를 보며 잠도 자야하고, 먹어야 하고, 복지사들을 상대해야기도 하고, 자신의 캐리어를 도둑당하고 그 캐리어를 훔쳐간 것으로 여겨지는 여자를 찾아야 하고, 그 여자와의 사랑도 나눠야 한다.
     
    이 모든 것은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지만, 그가 중앙역이라는 공간에 편입되면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일들이다. 피하지 못 한다면 즐기라 했던가? 그는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하루하루를 잘 보내기 위해 전쟁같은 삶을 살아낸다. 젊기 때문에 겪을 수 밖에 없는 일도 있고, 늙은 여자와 함께 사랑을 하기 위해 겪어야만 하는 일도 있고, 그 안에서 노숙을 하면서 알게된 노숙인들과의 사회생활을 위해 겪어야만 하는 일도 있다.
     
    그 많은 일들이 그의 시각으로 하나하나 너무도 감각적으로 표현되어있다.
     
     
    ​스토리가 있고 감동이 있는 글이기 보다는 우리 사회에 대한 고발르포를 보는 듯한 느낌이어서 뭔가 편치 않은 느낌이기도 하다.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며 보이는 중앙역의 모습이 너무도 감각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듯 하다.
     
  • 중앙역 | md**ksu | 2014.06.1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진 작가의 <중앙역>은 어둡다. 캐리어 하나를 들고 역사에 나타난 ‘나’라는 인물의 등장부터 이 소설은 왠지 모르게 어두운 회색빛이 짙게 깔린 느낌이었다. 어쩌면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풍기는 스산한 분위기가 책 전반에 펼쳐져 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책을 읽는 내내 무언가가 계속 온 몸을 내리누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진 작가의 <중앙역> 어둡다. 캐리어 하나를 들고 역사에 나타난 라는 인물의 등장부터 소설은 왠지 모르게 어두운 회색빛이 짙게 깔린 느낌이었다. 어쩌면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풍기는 스산한 분위기가 전반에 펼쳐져 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책을 읽는 내내 무언가가 계속 몸을 내리누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중앙역에는 오로지 현재만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가지 궁금증이 있었다. 아마 책을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던졌으리라. 도대체 라는 친구의 과거가 어땠다는 거야? 어떤 삶을 살았기에 젊은 나이에 아니라고 하면서도 결국은 노숙자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거야?하지만 작가는 결코 라는 인물의 과거를 드러내지 않는다. 노숙자라는 삶이 과거와는 완전히 단절된 새로운 세상이라는 걸까? 아니면 노숙자라는 삶을 살기 시작하면 결코 과거처럼 없다는 것일까? 그도 아니라면 여자의 말처럼 지금 현재만이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 사실 작가의 의도를 아직까지 제대로 이해할 없기에 그의 과거가 더욱 궁금하다.
     
    중앙역에는 사랑이 있다. 여자와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런데 도대체가 이해할 없는 사랑이다. 배에 복수가 차서 고통스러워하며 항상 술에 절어있는 나이든 여자와 새로운 길을 있는 기회와 젊음이 있는 와의 사랑이 어찌 이루어질 있을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아니, 몸도 아프고 나이도 많은(목발 여자와 비교해 봤을 40 후반 정도인 ) 여자와 건강한 20 초중반의 남자(낙태 수술에 동행한 여자와 비교했을 ) 어떻게 어울릴 있을까? 이건 정말 불가해한 일이다. 결말은 뻔할 뻔자다. 분명 헤어질 거야. 그러면 그게 말이 되는 얘기냐? 이런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쳐다보니 어찌 답답하지 않을 있을까? 오로지 술에 취해 하루하루를 보내는 여자에게서 벗어난 하다가 다시 역으로 돌아오고 여자가 요양원으로 떠나면서 이제는 끝이구나 하는 순간 여자가 다시 역으로 돌아오고,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그들의 관계를 보며 중앙역이란 사랑이 있기에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장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글쓴이) 너무나 지극히 세상적인 잣대(나이, 육체적 상태) 이들을 봤구나. 모든 것을 잃은 듯이 보이는 이들에게도 사랑이 있고 사랑 앞에 그들은 서로가 그렇게 다르지 않구나.라고 생각하며 나의 편협한 판단에 미안함을 감출 없었다.
     
    중앙역에는 분수가 있다. 신역사를 지으며 점차 광장은 변해간다. 분수가 생기고, 나무를 심고, 돌멩이와 자갈과 통나무가 박힌 길이 만들어진다. 그러면서 노숙자들은 점차 곳을 잃어간다.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차 변해가는 중앙역 광장의 모습은 자본주의라는 경제 구조에서 외형적인 성장이 이루어지고,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들이 수없이 세워지지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이웃들이 조금씩 삶의 중앙에서 밀려나 결국은 곳을 잃어버리게 되는 현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앙역> 무거운 주제 가운데 삶을, 우리의 삶을, 사회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책이다. 또한 우리가 버리는 것은 무엇인지, 또한 무엇을 버리지 말아야 하는지, 서로의 관계는 어떠한지 여러 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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