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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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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쪽 | 규격外
ISBN-10 : 8954625584
ISBN-13 : 9788954625586
여자 없는 남자들(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 역자 양윤옥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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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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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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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예고나 예감, 징조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여자 없는 남자들』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도쿄 기담집》 이후 9년 만에 펴낸 단편집으로 일본 출간 당시 예약판매로만 3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화제의 책이다. 그간 장편소설 집필에 몰두해왔던 저자가 2013년 말부터 이듬해 봄에 걸쳐 발표한 다섯 편의 단편과 단행본 출간에 맞춰 새로 쓴 표제작 ‘여자 없는 남자들’, 저자가 직접 선별한 영미권 단편소설 모음집 《그리워서》에 수록된 ‘사랑하는 잠자’까지 만나볼 수 있다.

병으로 인해 사별한 가후쿠와 그의 전속 운전 기사 미사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이브 마이 카’, 쉰두 살이지만 그때까지 결혼한 적이 없고 성형외과 의사로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대개 유부녀나 진짜 연인이 있는 여자들과 만나던 도이카가 뜻하지 않게 깊은 사랑에 빠진 후 느낀 감정에 대해 서술한 ‘독립기관’, 카운터 제일 안쪽 항상 같은 자리에 앉던 남자‘가미타’를 떠올리는 기노의 사연을 담은 ‘기노’ 등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제목과 같이 여자 없는 남자들을 모티프로 삼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들, 혹은 떠나보내려 하는 남자들을 이야기한다. 연인이나 아내로서의 여성성이 부재하거나 상실이 된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남녀를 비롯한 인간관계의 깊은 지점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동안 《1Q84》 《중국행 슬로보트》 등을 옮겨온 전문번역가 양윤옥이 저자의 작품세계 속의 레퍼런스와 각 단편의 고유한 개성까지 모두 담아냈다.

저자소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났다. 1968년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 연극과에 입학해 전공투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1982년 『양을 쫓는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에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했다. 1987년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켰다. 1994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2009년에는 『어둠의 저편』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1Q84』가 출간되자마자 한일 양국의 서점가를 점령하며 또다시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그 외 『렉싱턴의 유령』 『먼 북소리』 『이윽고 슬픈 외국어』 『언더그라운드』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등 수많은 소설과 에세이, 논픽션으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14년,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을 발표하며 또다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외국문학에 배타적인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세계 40여 개 나라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06년에는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해럴드 핀터 등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받은 체코의 프란츠 카프카 상을, 2009년에는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역자 : 양윤옥
역자 양윤옥은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옮긴 책으로 『1Q84』 『중국행 슬로보트』 『일식』 『장송』 『센티멘털』 『소설 읽는 방법』 『가면의 고백』 『무지개여, 모독의 무지개여』 『납장미』 『철도원』 『칼에 지다』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 『장미 도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붉은 손가락』 『남쪽으로 튀어!』 『유성의 인연』 등이 있다. 『일식』으로 2005년 일본 고단샤가 수여하는 노마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목차

드라이브 마이 카 7
예스터데이 61
독립기관 115
셰에라자드 171
기노 215
사랑하는 잠자 273
여자 없는 남자들 313

책 속으로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히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뭐랄까, 보다 총체적인 문제야. 더 애매하고, 더 제멋대로고, 더 서글픈 거야. _「드라이브 마이 카」, 37쪽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가 속속들이 안다는 건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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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히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뭐랄까, 보다 총체적인 문제야. 더 애매하고, 더 제멋대로고, 더 서글픈 거야. _「드라이브 마이 카」, 37쪽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가 속속들이 안다는 건 불가능한 일 아닐까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거예요. 상대가 어떤 여자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가후쿠 씨만의 고유한 맹점이 아닐 거예요. 만일 그게 맹점이라면 우리는 모두 비슷한 맹점을 안고서 살아가고 있는 거겠죠. _「드라이브 마이 카」, 50쪽

나는 자주 똑같은 꿈을 꿔. 나와 아키가 배에 타고 있어. 기나긴 항해를 하는 커다란 배야. 우리는 단둘이 작은 선실에 있고, 밤늦은 시간이라 둥근 창 밖으로 보름달이 보여. 그런데 그 달은 투명하고 깨끗한 얼음으로 만들어졌어. 아래 절반은 바다에 잠겨 있고. ‘저건 달처럼 보이지만 실은 얼음으로 되어 있고, 두께는 한 이십 센티미터쯤이야.’ 아키가 내게 알려줘. ‘그래서 아침이 와서 해가 뜨면 녹아버려.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동안 잘 봐두는 게 좋아.’ _「예스터데이」, 96~97쪽

그녀의 마음이 움직이면 내 마음도 따라서 당겨집니다. 로프로 이어진 두 척의 보트처럼. 줄을 끊으려 해도 그걸 끊어낼 칼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어요. 이런 건 지금까지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감정입니다. 그게 나를 불안하게 만들어요. 이대로 점점 그리움이 깊어지면 나는 대체 어떻게 될까 하고. _「독립기관」, 145~146쪽
사랑한다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다. 자기 마음을 컨트롤할 수 없고, 그래서 불합리한 힘에 휘둘리는 기분이 든다. _「독립기관」, 146쪽

열일곱 살의 내가 그의 어떤 점에 그토록 깊이 빠졌었는지, 그것조차 잘 생각나지 않아. 인생이란 묘한 거야. 한때는 엄청나게 찬란하고 절대적으로 여겨지던 것이, 그걸 얻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버려도 좋다고까지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혹은 바라보는 각도를 약간 달리하면 놀랄 만큼 빛이 바래 보이는 거야. 내 눈이 대체 뭘 보고 있었나 싶어서 어이가 없어져. _「셰에라자드」, 211~212쪽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시간, 그것이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셰에라자드는 그에게 그것을 넉넉히, 그야말로 무한정 내주었다. 그 사실이, 그리고 그것을 언젠가는 반드시 잃게 되리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그를 슬프게 했다. _「셰에라자드」, 214쪽

인간이 품는 감정 중 질투심과 자존심만큼 골치 아픈 것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기노는 왜 그런지 그 양쪽 모두에서 심심찮게 곤욕을 치러왔다. 나에게는 다른 사람의 그런 어두운 부분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기노는 이따금 생각하곤 했다. _「기노」, 238쪽
아무리 텅 비었을지라도 그것은 아직까지는 나의 마음이다. 어렴풋하게나마 거기에는 사람들의 온기가 남아 있다. 몇 가지 개인적인 기억이 바닷가 말뚝에 엉킨 해초처럼 말없이 만조를 기다리고 있다. 몇 가지 감정은 베어내면 필시 붉은 피를 흘리리라. 아직은 그 마음을 영문 모를 곳으로 떠나보내 헤매게 할 수는 없다. _「기노」, 268쪽

눈을 떴을 때, 그는 침대 위에서 그레고르 잠자로 변신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 이곳이 어디인지,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잠자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가까스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자신이 이제 그레고르 잠자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어떻게 그것을 알았을까? 잠든 사이 누군가가 그의 귓가에 몰래 속삭였는지도 모른다. “네 이름은 그레고르 잠자야”라고. _「사랑하는 잠자」, 275~277쪽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그날은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예감도 징조도 없이, 노크도 헛기침도 생략하고 느닷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모퉁이 하나를 돌면 자신이 이미 그곳에 있음을 당신은 안다. 하지만 이젠 되돌아갈 수 없다. 일단 모퉁이를 돌면 그것이 당신에게 단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다. 그 세계에서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로 불린다. 한없이 차가운 복수형으로. _「여자 없는 남자들」, 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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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설령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한다 해도.” 무라카미 하루키 9년 만의 신작 소설집 일본어판 수록 6편 +「사랑하는 잠자」, 총 7편 수록 일본 출간 당시 예약판매로만 30만 부의 판...

[출판사서평 더 보기]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설령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한다 해도.”

무라카미 하루키 9년 만의 신작 소설집
일본어판 수록 6편 +「사랑하는 잠자」, 총 7편 수록


일본 출간 당시 예약판매로만 3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집. 1983년 출간한 첫 소설집 『중국행 슬로보트』 이후로 그의 단편소설들은 앞으로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지표이자 새로운 시도의 장으로서, 때로는 파격적인 상상력을, 때로는 청춘의 기억을 두드리는 섬세한 감성을 담아내며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써내려간 여섯 편의 작품과 함께, 프란츠 카프카의 걸작 『변신』의 독특한 오마주 「사랑하는 잠자」를 만나볼 수 있다.

남자와 여자, 그 깊은 간극에 흐르는 비밀스러운 선율
9년 만에 새롭게 태동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세계


무라카미 하루키가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을 출간하는 것은 2005년 『도쿄 기담집』 이후 9년 만이다. 그사이 하루키 월드의 집대성으로 평가되는 대작 『1Q84』를 비롯한 장편소설 집필에 몰두해왔던 그는, 2013년 직접 선별한 영미권 단편소설 모음집 『그리워서(?しくて)』의 번역작업중에 문득 ‘장편을 쓰는 것도 지쳤으니 이제 슬슬 단편들을 써보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후 그해 말부터 이듬해 봄에 걸쳐 발표한 단편소설 다섯 편과 단행본 출간에 맞춰 새로 쓴 표제작 「여자 없는 남자들」이 모여 이번 소설집이 완성되었고, 이번 한국어 판본에는 『그리워서』에 실렸던 오리지널 단편 「사랑하는 잠자」가 특별히 추가되었다.

제목처럼 ‘여자 없는 남자들’을 모티프로 삼은 이번 소설집에는 말 그대로 연인이나 아내로서의 여성이 부재하거나 상실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병으로 인해 사별하거나(「드라이브 마이 카」), 외도 사실을 알게 되어 이혼하고(「기노」), 본인의 뜻으로 일부러 깊은 관계를 피하는 경우도 있으며(「독립기관」), 혹은 이유도 모르는 채 타의로 외부와 단절되기도 한다(「셰에라자드」). 대학 시절을 회상하는 구성의 「예스터데이」와 카프카 소설 속의 세계를 무대로 한 「사랑하는 잠자」를 제외하면 모두 중년 남성이 주인공인데, 그 때문인지 예전 작품들과 비교해 현실적이고 진중한 분위기가 강하고, 남녀를 비롯한 인간관계의 깊은 지점을 훨씬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한때 방황하는 청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하루키 소설이 현실과 맞닿아 보편적인 소재를 진부하지 않게 풀어냈다는 면에서, 이번 소설집은 기존의 팬들은 물론 보다 폭넓은 연령대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국어판의 번역은 『1Q84』 『중국행 슬로보트』 등을 옮긴 전문번역가 양윤옥이 맡아 하루키 작품세계 속의 레퍼런스와 각 단편의 고유한 개성까지 고스란히 살려냈다. 또한 출간과 함께 하루키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는 가수 윤종신이 동명의 곡 《여자 없는 남자들》을 본인의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어서 최초로 이루어지는 문학과 음악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문화계 전반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학동네는 기존에 출간한 하루키의 초기 소설집 『반딧불이』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빵가게 재습격』 역시 작가의 개고사항을 반영하고 미발표 단편을 추가한 결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말에 많은 독자들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걸작 단편집을 떠올릴 것이다. 나도 물론 그랬다. 그러나 번역가 다카미 쓰쿠루 씨는 그 책의 제목 ‘Men Without Women’을 ‘남자들만의 세계’로 옮겼고, 나 역시 오히려 ‘여자 없는 남자들’보다는 ‘여자를 제외한 남자들’로 옮기는 쪽이 원제의 느낌에 더 가까울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이 뜻하는 건 보다 즉물적인, 말 그대로 ‘여자 없는 남자들’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들, 혹은 떠나보내려 하는 남자들.
어째서 그런 모티프에 내 창착의식이 붙들려버렸는지(붙들렸다는 표현이 딱 맞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와 비슷한 구체적인 사건이 최근에 나에게 일어난 것도 아니고(다행스럽게도), 주위에서 실례를 목격한 것도 아니다. 단지 그런 남자들의 모습과 심정을 몇 가지 다른 이야기의 형태로 패러프레이즈하고 부연해보고 싶었다. 그것은 나라는 인간의 ‘현재’에 대한 하나의 메타포일지도 모른다. 혹은 완곡한 예언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게 그런 구마의식이 개인적으로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선 나 스스로도 설명하기 힘들다. 그러나 어쨌든 이 책의 제목은 처음부터 ‘여자 없는 남자들’로 정해져 있었고, 중간에 생각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바꿔 말하면 나는 아마도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를 마음속 어딘가에서 자연스레 바라고 있었던 것이리라.
_일본어판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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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 여자 없는 남자들_00673 | j2**on1 | 2018.11.07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지금껏 읽은 단편들 중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큰 재미를 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이다.약간 흐린 날씨에 잔잔한 바닷...
    지금껏 읽은 단편들 중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큰 재미를 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이다.
    약간 흐린 날씨에 잔잔한 바닷가에서 소박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정갈한 물의 냄새를 느끼는 것,
    하루키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 아닐까.

    이 작품에서도 하루키만의 톡톡튀는 메타포어와 재치있는 표현들이 넘쳐난다.
    또한 하루키는 노골적인 것을 능청스러울만치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천부적인 필력의 소유자다.

    ----------------------------------------------------------------------------------------------

    "수동도 운전할지 알지?"
    "수동, 좋아하죠"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심지 굳은 채식주의자가 양상추를 먹을 줄 아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처럼.

    하지 못한 질문과 듣지 못한 대답.

    어제는
    내일의 그저께고
    그저께의 내일이라네

    "<예스터데이>를 작사 작곡한 건 폴 매카트니야"
    "그래?"
    "틀림없어" 나는 잘라 말했다.
    "폴이 곡을 쓰고 자기 혼자 스튜디오에 들어가 기타 치면서 노래했다고. 거기에다 나중에 현악사중주단 반주를 붙였어. 다른 멤버들은 일절 관여하지 않았지. 그 셋은 이 노래가 비틀스라는 그룹에 좀 약한 편이라고 생각했어. 명의는 일단 레넌-매카트니로 되어 있지만"

    구리야 에리카는 실눈을 뜨고 원근법이 잘못된 풍경화를 보듯이 기타루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구리야 에리카가 딱 잘라 말했다. 눈앞에 연필이 있었다며 그것도 딱 잘라 두 동강 냈을지도 모른다.

    "넌 나한테 좀 지나치게 아름다웠으니까."
    그녀는 내가 진지하게 관심을 갖기에는 너무 아름다웠다.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게다가 그녀의 미소는 진짜라기에는 좀 지나치게 멋있었다.

    그녀는 눈길을 떨구고 목걸이의 진주를 잠시 한 알 한 알 손끝으로 만지작거렸다. 그것이 아직 제자리에 잘 달려 있는지 확인하듯이.

    도카이에게는 여자들과 식사를 함께 하고 와인 잔을 기울이고 대화를 즐기는 것 자체가 하나의 순수한 기쁨이었다. 섹스는 어디까지나 그 연장선상에 있는 '또하나의 즐거움'일 뿐,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었다. 그가 무엇보다 원하는 것은 매력적인 여자들과의 친밀하고 지적인 교류였다. 나머지는 전부 부차적인 것이다. 그런지라 여자들은 자연히 도카이에게 마음이 끌렸고,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부담 없이 즐겼고, 그 결과 자진해서 그를 받아들였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견해지만, 세상의 많은 여자들은(특히 매력적인 여자들은) 노골적으로 섹스에 목매는 남자들에게 어지간히 식상해 있다.

    그가 예전에 다정하게 애무했던 멋진 젖꼭지로 지금쯤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입에 올리는 것이 불길하고 부적절한 행위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는 신중하게 그의 이름을 우회했다.

    그토록 잔혹한 짓을 하는 남자의 심리도, 그토록 지독한 아픔을 견디는 여자의 심리도 기노는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것은 기노가 사는 세계에서 몇 광년이나 떨어진 불모의 행성의 황폐한 광경이었다.
  • 여자 없는 남자들 | ko**96 | 2017.11.24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여자없는 남자들` 중에서 :   옛 여인의 남편으로부터 한밤중에 전화가 걸려와 나를 깨웠다. 그는 감정없는 목...

    `여자없는 남자들` 중에서 :

      옛 여인의 남편으로부터 한밤중에 전화가 걸려와 나를 깨웠다. 그는 감정없는 목소리로 아내가 지난 수요일에 자살했다고 알려주었다. 내가 그녀와 사귀었던 것은 아주 오래전 일이며, 헤어진 뒤로는 전화 통화조차 한 적이 없었다.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데, 그가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를 지와 무지의 중간 지점에 데려다 놓는 것이 그가 의도하는 것인듯 했다.

     뭐 어찌됐건 그의 목소리에는 분명 죽은 자의 세계 깊숙이 이어진 무언가가 있었다.

     내가 침대로 돌아갔을 때, 아내가 누가 죽었냐는 질문에 잘못 걸려온 전화라 했지만 그녀는 물론 믿지 않았다.

     내가 사귄 여자들 중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한 세번째였기에, 상당한 치사율이었다. 왜 죽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 탓이 아니었으면 했다. 세번째의 그녀(M)는 아무래도 자살할 타입이 아니었다. 그녀는 내가 열네살 때 사랑에 빠졌어야 하는 여자였지만, 실제로 사랑에 빠진 것은 한참 나중이었는데, 그녀는 내 품안에서 몹시 늙어버리기도 하고 어린 소녀가 되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내게서 떠나갔고, 그리고 끝내 그녀는 죽어버렸다. M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그녀의 남편에 이어서 두번째로 고독한 남자라고 생각했다. 여자없는 남자들이 되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여자없는 남자들이 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하고, 그후 그녀가 어딘가로 사라지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당신은 여자없는 남자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고, 그리고 한번 여자없는 남자들이 되어버리면 그 고독의 빛은 당신 몸 깊숙이 배어든다~~

     

     

  • 여자 없는 남자들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옮긴이 양윤옥 펴낸곳 문학동네 펴낸날 1판 1쇄 2014년...

    여자 없는 남자들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옮긴이 양윤옥

    펴낸곳 문학동네

    펴낸날 112014828

                 142014918

     

    어떤 하루키의 책도 상실의 시대를 넘어서지는 못하는 것 같다. 상실의 시대에 대한 믿음과 깊은 상실에 대한 공감이라고 해야 할까. 짧은 단편들이지만 이번 책에서는 여자에 대한 남자들의 상실을 담아내며 하루키의 감성을 드러낸다.

    비틀즈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드라이브 마이 카에는 아내와 사별한 연극배우 가후쿠의 이야기이다. 같은 배우였던 아내는 주기적으로 남자를 바꿔가며 외도를 한다.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후쿠는 아내를 잃기 싫어서 모르는 척 한다. 그리고 아내는 암으로 세상을 뜨고, 가후쿠는 아내의 마지막 남자를 만나 한동안 술친구로 지낸다. 그러나 그 또한 의미 없는 소심한 복수를 위한 몸부림이었을 뿐이다.

    또한 비틀즈의 유명한 노래인예스터데이를 따온 단편에서는 다나무라와 기타루의 짧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예스터데이를 독특하게 불러대는 기타루에게는 친구이면서 연인인 에리카가 있다. 이미 대학생이 된 에리카와 달리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 기타루는 가끔씩 에리카를 만나지만 더 이상의 남녀 관계로서의 진전이 없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자신이 없었던 건지 스스로 떠난다. 시간이 흘러 여전히 다나무라는 가끔씩 에리카에게 엽서를 보내오지만, 다나무라도 에리카도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독립기관에는 50대 독신 도카이 의사가 상실의 주인공이다. 사랑의 감정없이 여자를 자유롭게 만나면서 인생을 즐기던 그에게 젊은 애인이 생기고, 이전과는 다른 사랑의 감정이 찾아온다. 온전히 그녀를 갖고 싶지만 유부녀인 그녀를 내것으로 할 수 없다. 더구나 그녀에게 도카이는 이전에 그가 여자들에게 했던 것처럼 지나쳐가는 남자였을 뿐이다. 그녀에게는 또 다른 애인이 있었던 것이다. 도카이는 식음을 끊고 사랑의 상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세상을 뜨고 만다.

    세에라자드에서 남자와 여자는 마치 숙제를 하듯이 섹스를 치룬다. 그후에 여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고립되어 살아가는 남자에게 위로가 되며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는 희망을 준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녀도 잃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그는 슬프다.

    기노7편 중에 가장 마음을 끄는 글이다. 아내의 불륜을 목격한 후 바로 집을 나온 기노는 비어있는 이모의 가게에 바를 낸다. 골목 안쪽 쉽게 눈에 드러나지 않는 가게는 딱 운영할 만큼의 손님만 찾아오고 조용한 이곳을 기노는 만족한다. 익숙해질 쯤 그곳을 떠날 수 밖에 없게 된 기노는 여행지 방 한구석에서 깊은 상처를 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랑하는 잠자는 카프카의 변신을 생각나게 한다. 인간에서 벌레가 되어버린 그레고르 잠자가 이번에는 벌레에서 사람으로 변신한다. 참 독특한 상상이며 스토리이다. 더군다나 사람으로 깨어나 사람처럼 걷고 먹은 첫 날 첫 만남의 꼽추 아가씨에게 사랑마저 느낀다. 그의 성기는 동물처럼 바로 반응해 오고 그것은 마치 최초의 인간도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었음을 말하듯이 인간을 비웃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떠났고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잠자는 세상을 배워야 함을 생각한다.

    여자 없는 남자들은 이해가 힘든 이야기이다. 갑자기 걸려온 한밤중 전화에서 남자는 지금은 그의 아내이지만 예전에 나의 연인이었던 그녀가 죽었다고 알려온다. 그리고 열네살 이었던 그녀와 나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여자없는 남자가 얼마나 고독한지 되새기며 그녀가 그곳에서 평안하기를 기도한다.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현실과는 어찌 보면 동떨어져 있는 듯한 사람들의 상실이 또 어찌 보면 우리 안에 숨겨둔 상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그날은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예감도 징조도 없이, 노크도 헛기침도 생략하고 느닷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p.327

  • 상실의 슬픔 | hs**9 | 2016.04.08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무라카미 하루키는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래서 단편 소설은 선호하지 않지만 선택하게 된 책이었다. 하지만 단편이라는 한계를 뛰어...

    무라카미 하루키는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래서 단편 소설은 선호하지 않지만 선택하게 된 책이었다. 하지만 단편이라는 한계를 뛰어넘기는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짧은 분량으로 인해 글 속에 푹 빠져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체는 언제나 반갑다.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끼고 있다. 이번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도 사랑하는 여인의 상실과 그에 대한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그의 소설은 환상적인 측면이 강해 현실에서는 발생할 수 없다고 생각은 들지만, 왠지 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설적인 분위기가 환상적인 스타일과 어울려 읽는 맛을 배가시킨다.

    책 속 하나하나의 단편이 각각 장편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글에 깊게 빠져들고 싶다.

  • 답답한 남자들의 등장. | ss**um | 2015.12.16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출간 당시에 하루키의 단편집이 궁금해 바로 구입했음에도 굉장히 오랜 시간을 두고 읽은 셈이 되고 말았다. 하루...

      출간 당시에 하루키의 단편집이 궁금해 바로 구입했음에도 굉장히 오랜 시간을 두고 읽은 셈이 되고 말았다. 하루에 한편씩 하루키의 단편을 읽다 입덧이 심해져 다시 펼칠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일치기로 서울을 다녀가면서 기차 안에서 모두 읽었다. 처음 한편씩 천천히 읽었을 때는 역시 하루키다운 흡인력에 놀라면서 술술 읽히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다 기차 안에서 나머지 분량을 모두 읽고 나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거 태교에 안 좋군!’이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하루키를 열광적으로 좋아한다고 할 수 없지만 무시하지 못하고 꾸준히 읽고 있는 지인에게 그 말을 전했더니 태교 책으로 적당하지 않다며, 그럼에도 그의 책을 읽게 되는 하루키란 작가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잠깐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깊이 사색하고 당당하게 이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그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무시할 수 없는, 궁금해서 그의 새로운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냈다.

      워낙 다작한 작가라서 그의 작품을 스무 권이 넘도록 읽었음에도 여전히 읽지 못한 작품이 수두룩하다. 하루키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음악, 음식에 능통하고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독자적인 생활을 하면서 특히 경제적으로 무관심한(주인공의 삶에 온전히 동조할 순 업지만 무심한 경제적인 바탕은 늘 부럽다.^^)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이 단편집에도 그런 인물들이 즐비했는데 책 제목처럼 ‘여자 없는 남자들’의 모습은 평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루키 자신의 경험이 녹아있는 인물들의 배경에 늘 뭔가 하나 부족한 듯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평범함의 기준이 과연 무엇이며 누가 정했는지조차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지켜봤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지만 사랑에서만큼은 늘 부족한 모습이라 요즘 말로 ‘찌질한’ 남자들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그런 사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놓고 그들에게 뭐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남자들만 등장해서 전체적인 총평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지난 과거의 사랑을 되돌아보면 찌질함과 집착, 못난 모습들을 나 또한 얼마나 많이 보여 왔는지 얼굴이 화끈해질 정도다. 그게 과거형이로만 기억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배우자에게도 그런 모습을 어김없이 보이는 내 모습이 생각나 MSG를 잔뜩 섭취한 뒷맛처럼 씁쓸함이 한동안 나를 지배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타인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씁쓸한 감정만을 남겨 놓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흥미롭게 쓴 영향도 있겠지만「사랑하는 잠자」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 편은 지루함 없이 읽었다.「사랑하는 잠자」는 마치 카프카의 단편집을 읽는 듯 몽롱했고 나머지 작품들은 구술 문학을 접한듯 타인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묘미가 있었다. 그렇게 전해지는 이야기의 끝이 모두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개인적으로 해피엔딩을 좋아하지만 하루키 소설에서 그런 천편일률적인 결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다양성을 인지한 듯 했다.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설령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한다 해도. (49쪽)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는 일. 완전히는 아니어도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불가능하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기 전에 내 마음부터 이해하고 들여다보아야 하는데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혼란과 맞닥트리고 만다. 내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참 진부하게 들리지만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그래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내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때까지 내면에 갇혀 있으라는 얘기가 아니라 내 마음을 들여다보듯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불필요한 갈등은 사라질 것이다. 그런 과정을 덧입혀가는 게 성숙한 삶을 향해가는 발걸음이 아닐까? 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나마 내가 낼 수 있는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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