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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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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2쪽 | 규격外
ISBN-10 : 1195026145
ISBN-13 : 9791195026142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중고
저자 류시화 | 출판사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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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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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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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열입곱 자 안에 담긴, 한 줄의 시! 하이쿠모음집 《한 줄도 너무 길다》로 하이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류시화 시인이 다시금 내놓은 하이쿠 소개서『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열일곱 자로 이루어진 하이쿠는 세계 문학에서 가장 짧은 형태의 시다. 짧은 시가 가진 함축미와 선명한 이미지는 일찍이 세계의 문학가들에게 사랑받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생소하기만하다. 이에 류시화 시인은 하이쿠를 읽기 위해 독학으로 일본어와 일본 문학을 배워가장 널리 읽히고 문학적으로 평가받는 하이쿠를 모두 모았으며, 15년의 시간을 들여 일본의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들의 작품을 모아 충실한 해설을 붙였다.

책에는 75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에도 시대의 바쇼, 부손, 잇사, 시키뿐 아니라 현대의 다코쓰, 만타로, 구사타오 등 130명의 시인들의 주옥같은 하이쿠 1,370여 편이 실려 있다. 또한 책 뒤의 150쪽에 이르는 해설 '언어의 정원에서 읽는 한 줄의 시'는 하이쿠의 역사와 배경뿐 아니라 서양의 하이쿠 시인들에 대한 소개까지 담아 하이쿠의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과거와 현대의 하이쿠가 집대성되고 진지한 해설이 곁들여진 이 책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이나 서양에서도 귀한 자료가 되어줄 것이다. 특히 캘리그라퍼 강병인이 쓴 하이쿠 캘리 다섯 점이 특별 제본으로 담겨 있다.

저자소개

저자 : 류시화
저자 류시화는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한동안 시 창작을 접고 인도, 네팔, 티베트 등지를 여행하며 명상과 인간 탐구의 길을 걸었다. 이 시기부터 오쇼 라즈니쉬,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바바 하리다스 등 영적 스승들의 가르침을 주도적으로 번역 소개했다. 1991년 첫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1996년 두 번째 시집『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발표했다. 이 두 권의 시집은 삶을 신비주의적 차원에서 바라보면서 이 세계에 사는 것의 불가사의함을 섬세한 언어로 그려 내어 모두가 공감하는 보편적 정서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에 출간한 제3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은 독특한 시적 감성과 상상력으로 인간 실존의 경이로움과 삶에 대한 투명한 관조를 보여 주었다. 20년 넘게 해마다 여행한 인도에서의 에피소드를 담은 두 권의 여행기『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과『지구별 여행자』는 단순한 기행문을 넘어 ‘인도’라는 성과 속이 공존하는 역설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그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외국의 좋은 시들을 모은 잠언 시집『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과 치유 시집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은 시가 주는 치유의 힘 을 소개함으로써 이 사회에 ‘치유’라는 화두를 던졌다. 또한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대표적인 연설문들을 모아 번역한 970쪽에 이르는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는 세상과 자연을 바라보는 인디언들의 지혜를 담은 대작이다. 그가 번역해 큰 반응을 불러일으킨 책들로는 『성자가 된 청소부』(바바 하리 다스),『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잭 캔 필드 ·마크 빅터 한센),『티벳 사자의 서』(파드마삼바바),『용서』(달라이 라마),『인생수업』(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조화로운 삶』(헬렌 니어링·스코트 니어링),『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아잔 브라흐마),『삶으로 다시 떠오르기』(에크하르트 톨레) 등이 있다.

목차

1 하이쿠
2 자유율 하이쿠
3 언어의 정원에서 읽는 열일곱 자의 시
4 한 줄 하이쿠 - 출전
5 참고 서적

책 속으로

두 사람의 생 그 사이에 피어난 벚꽃이어라 命二つの中に生きたる?哉 바쇼 ‘모든 사물의 끝은 허공인데 그 끝이 허공이 아닌 것이 꽃’이라고 서정주 시인은 썼다. 여행 중인 자신이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고향 친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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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생
그 사이에 피어난
벚꽃이어라

命二つの中に生きたる?哉


바쇼

‘모든 사물의 끝은 허공인데 그 끝이 허공이 아닌 것이 꽃’이라고 서정주 시인은 썼다. 여행 중인 자신이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고향 친구와 19년 만에 재회했을 때 지은 하이쿠이다. 이전의 벚꽃을 함께 본 사람을 다시 그 나무 아래서 만난 감회, 먼 날의 추억과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있음의 경이를 읊고 있다. 더불어 두 사람이 같은 미의식을 공유하는 정신적 기쁨까지 담겨 있다. 모두가 좋아하는 바쇼의 대표작중 하나이다. 원문의 ‘이키타루(生きたる)’는 단순히 ‘살아 있는 ’이 아니라 재회의 기쁨에 잠긴 두 사람의 눈으로 올려다보니 ‘더욱 눈부시고 생생하게 피어 있는 ’ 꽃의 의미이다. ‘두 개의 생’ 사이에 그 둘을 이어 주는 또 하나의 생을 가진 벚나무의 꽃이 만발해 있다. 우리가 이곳에 부재해도 꽃은 변함없이 필 것이다. p. 10



나비 한 마리
절의 종에 내려앉아
잠들어 있다

釣鐘に止まりて眠る胡蝶かな


부손


언제 누가 종을 칠지 모르는 상황, 나비의 평화로운 잠과 예고된 결말의 대비가 강렬하다. 독일어로는 ‘절의 종에 / 나비가 앉아 있다 / 그 종을 칠 때까지는’으로 번역되었다. 전쟁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이 작품에 영감을 받아 마지막 장면을 대포 포신에 앉은 나비로 끝맺었다. 이 하이쿠는 불교학자 스즈키 다이세쓰가 영문판 『선과 일본 문화』에 소개해 서구에 충격을 안겨 주었다. 다이세쓰는 “우리는 나비에게 인간의 판단을 적용하려고 하지만, 우주적 무의식의 생명을 상징하는 나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분별심을 버리고 걱정과 번민과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운 절대 믿음과 두려움 없는 생을 누리고 있다.”라고 해석한다. 근대 하이쿠 시인 마사오카 시키는 고서점에서 우연히 부손의 시집을 발견해 읽고는 ‘바쇼 이후 최고의 시인’이라고 확신했다. p 15



여윈 개구리
지지 마라 잇사가
여기에 있다

?蛙まけるな一茶是に有り


잇사


여름은 개구리의 번식기, 암컷을 두고 수컷들이 사투를 벌이는 계절이다. 잇사는 힘없는 마른 개구리를 응원한다. 힘내라고, 여기 너처럼 말랐지만 널 응원하는 잇사가 있다고. 강자를 선호하는 사회에 허약한 잇사의 개구리가 맞서고 있다. 파리, 벼룩, 개구리처럼 약하고 천대받는 존 재를 향한 동정심과 연대감이 잇사 하이쿠의 강점이다. 그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약자에게 친밀감을 갖는다. 이 하이쿠는 일본과 미국의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 ‘여윈 개구리’는 잇사 자신이면서 병약하게 태어난 자신의 첫아들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 옥타비오 파스 는 말한다. “잇사는 인간과 벌레와 동물과 별들의 운명 사이에 존재하는 날카롭고 고통스러운 관계를 발견한다. 그의 시에는 고통을 나누는 우주적 형제애, 인간이든 곤충이든 세계 속에 사는 유한한 생명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담겨 있다.” p.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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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단지 열일곱 자로 이루어진 하이쿠는 세계 문학에서 가장 짧은 형태의 시다. 4백 년 전 일본에서 시작되어 오늘날에는 세계의 많은 시인이 하이쿠를 쓰고 있고, 서양에는 하이쿠 시인으로 활동하는 문인들이 ...

[출판사서평 더 보기]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단지 열일곱 자로 이루어진 하이쿠는 세계 문학에서 가장 짧은 형태의 시다. 4백 년 전 일본에서 시작되어 오늘날에는 세계의 많은 시인이 하이쿠를 쓰고 있고, 서양에는 하이쿠 시인으로 활동하는 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짧은 시가 가진 함축미와 선명한 이미지는 일찍이 에즈라 파운드에게 영향을 미쳐 20세기 영미시를 주도한 이미지즘 운동을 촉발시켰으며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월레이스 스티븐스, 릴케 등도 이 시 형식에 자극을 받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이쿠는 정통파 시인뿐 아니라 앨런 긴즈버그, 게리스나이더, 잭 케루악 같은 비트 계열의 시인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이들은 영어로 된 하이쿠를 썼으며 이는 동양사상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이어졌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들 중에도 하이쿠를 쓴 시인이 많다. 멕시코의 옥타비오 파스, 아일랜드의 셰이머스 히니, 폴란드의 체스와프 미워시, 스웨덴의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등 국적에 상관없이 하이쿠나 하이쿠풍의 시를 발표했다. 인도의 타고르도 자신의 모국어인 벵골어로 하이 쿠를 썼다.
이밖에도 미국 계관 시인이며 퓰리처상을 수상한 W. S. 머윈, 또 다른 계관 시인이며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시인 빌리 콜린스도 하이쿠를 썼다. 이들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계속 거론되는 시인들이다. 아르헨티나의 시인이며 소설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의도적으로 짧은 형식의 글을 추구하면서 여러 편의 하이쿠를 썼다.
이제 하이쿠는 세계 문학에서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시문학의 한 장르로 정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각 나라마다 하이쿠 시인협회가 있고 하이쿠 전문잡지들이 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 '하이쿠'는 여전히 낯설고 생소한 세계이다. 일본에 대한 민족적 감정, 해결 되지 않고 있는 과거사 문제도 원인중 하나이지만, 일본소설들이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는 것에 비교하면 지금까지 제대로 된 하이쿠 소개서 가출간되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이쿠모음집 『한 줄도 너무 길다』로 거의 최초로 한국의 독자에게 하이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류시화 시인이 그 후 15년의 시간을 바쳐 완성한 새로운 하이쿠 소개서가 이 책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이다. 750쪽의 이 책은 하이쿠의 원류인 일본의 대표적 인 하이쿠 시인들의 작품을 모으고 각각의 하이쿠마다 충실한 해설을 붙였다. 에도 시대의 바쇼, 부손, 잇사, 시키뿐 아니라 현대의 다코쓰, 만타로, 구사타오 등 130명의 시인들의 주옥같은 하이쿠 1,370여 편이 실려 있다. 또한 책 뒤의 150쪽에 이르는 해설 '언어의 정원에서 읽는 한 줄의 시'는 하이쿠의 역사와 배경뿐 아니라 서양의 하이쿠 시인들에 대한 소개까지 담은, 말 그대로 하이쿠의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다.
전 세계의 독자에게 인기가 있고 현대의 대표적인 시인들이 자국의 언어로 하이쿠를 쓰고 있음에도 아직 한국 독자에게는 ‘하이쿠 ’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며 본격적으로 하이쿠를 소개하는 책이 출간되지 않았다. 적어도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저자 류시화는 하이쿠를 읽기 위해 독학으로 일본어와 일본 문학을 배웠으며, 오랜 시간을 쏟아 완성한 이 책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는 가장 널리 읽히고 문학적으로도 평가받는 하이쿠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부제 ‘류시화 시인의 하이쿠 읽기’가 암시하듯이 시인의 시적 감성과 깊이 있는 해설이 감동을 준다. 과거와 현대의 하이쿠가 집대성되고 진지한 해설이 곁들여진 이 책은 일본이나 서양에서 출간된 어떤 하이쿠 서적과 비교해도 우위에 놓일 대작이다. 캘리그라퍼 강병인이 쓴 하이쿠 캘리 다섯 점이 특별 제본으로 담겨 있다.

[저자가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

하이쿠는 5 ·7·5의 열일곱 자로 된 한 줄의 정형시입니다. 16세기에 유행하던 귀족들의 고상한 언어유희인 렌가(連歌)를 서민과 민중의 언어로 패러디한 것이 하이카이 렌가, 즉 해학적인 렌가입니다. 렌가는 두 사람 이상이 모여 첫 번째 사람이 한 줄의 시를 읊으면 두 번째 사람이 그것을 받아 또 다른 시를 이어가는 일종의 시 짓기 놀이입니다. 이때 첫 번째로 읊는 시는 다음에 이어질 시들의 주제와 분위기를 결정짓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17세기에는 이 첫 번째 시가 독립되어 한 줄의 시로 발전하게 되었고, 언어유희를 뛰어넘은 높은 문학성이 담긴 이 시들은 훗날 ‘하이쿠(俳句)’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숨 한 번의 길이만큼의 시 ’라고 불릴 정도로 짧기 때문에 압축과 생략이 특징이며, ‘모습을 보이고 마음은 뒤로 감추라’가 하이쿠의 기본 원칙입니다. 단순히 촌철살인의 재치나 말장난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문학적인 은유와 감성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허무, 자연과 계절에 대한 느낌, 삶에서 얻은 순간적인 깨달음을 단어들 사이에 숨겨 놓는 시가 하이쿠입니다. 따라서 '하이쿠 읽기'는 그 숨겨진 것을 '읽어 내는 일'입니다. 하이쿠의 매력은 바로 독자의 '읽어 내기'에 있습니다. 숨은 의미를 읽어 내지 못하면 하이쿠는 전혀 시 같지 않은 싱거운 한 줄의 문장이 되어 버립니다. 우리의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상징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 눈에 띄기를 고대하는 그것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사물들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어 합니다. 공감의 시선으로 자연 속 상징들을 읽고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하이쿠입니다.
제가 하이쿠를 처음 접한 것은 30년 전쯤의 일입니다. 영어로 된 책들을 통해 명상을 공부하던 중, 책들에서 가끔 인용되는 하이쿠(영어로 번역된)를 읽고 시인으로서 관심과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원문으로 하이쿠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일본에 갈 때마다 하이쿠 시집과 관련 서적들을 구해 읽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여전히 하이쿠의 세계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저 자신도 종종 한 줄의 시를 쓰고 있습니다. 언젠가 그것들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시인이 다른 나라 시인들의 시를 번역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며, 시인으로서의 의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학자나 전공자들에 비해 배경 지식과 자료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겠지만 시를 이해하는 감성의 깊이는 오히려 뛰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의 번역은 정확한 직역만이 아니라 시인이 그 시를 쓸 때의 감성과 의도를 공감하는 능력, 나아가 그것을 자기 나라의 단어들과 운율로 표현하는 언어 감각이 요구되는 일입니다.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는 일본어에 능숙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바쇼의 하이쿠를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일에 참가했습니다. ‘당신의 부재가 나를 관통하였다 / 마치 바늘을 관통한 실처럼 / 내가 하는 모든 일이 그 실 색깔로 꿰매어진다’(<이별>)를 쓴 미국의 계관 시인 W . S. 머윈은 일본인과 함께 바쇼와 부손의 하이쿠 영역 시집을 출간했으며, 작년에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여성 시인 제인 허쉬필드도 하이쿠를 번역했습니다.
정치는 싸우고 문학과 예술은 교류하는 것입니다. 문학과 예술은 국경 을 뛰어넘어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진 삶과 존재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일본을 알려면 일본인의 키워드인 하이쿠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외국의 대통령이나 수상, 유명한 CEO들이 일본을 방문하면 연설에 하이쿠를 인용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일본의 시인들이 자신들의 감성과 깨달음을 한 줄의 시 형태로 표현해온 하이쿠를 읽는 것은 일본인의 감성에 접근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저는 단지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 하이쿠를 읽거나 번역 소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상징들, 인간 존재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계절적인 느낌들, 아름다움은 영원이 아니라 변화와 소멸에 있다는 자각,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새로운 형식의 시를 소개하기 위해 이 작업을 해 온 것입니다. 책이 두껍지만 즐겁게 읽어 주시고, 앞으로 계속해 나갈 저의 이러한 작업들에 대해 변함없는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류시화

추천의 말

어느 날 세상을 보았다. 세상은 시로 가득했다.
숨 한 번의 길이에 담긴 인생과 계절과 깨달음 -
언어의 정원에서 읽는 열일곱 자의 시


옛날 중국의 어느 시인은 말해야 할 것을 열두 행으로 말할 수 없다면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낫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하이쿠는 그것보다 더 짧게 말한다. - 에즈라 파운드(영국 시인)

하이쿠는 ‘새를 놀라게 하지 않고 새장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새는 언어를 의미한다. 말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시다. 그래서 ’가벼운 깃털은 무거운 돌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 옥타비오 파스(멕시코 시인)

-책속으로 추가-


몇 번씩이나
내린 눈의 깊이를
물어보았네

いくたびも雪の深さを尋ねけり


시키


밖에서는 폭설이 내리고 있고 시인은 눈이 얼마나 내렸는지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묻는다.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이유는 몸을 움직이지 못할 만큼 병이 깊기 때문이다. 눈은 내리고 죽음을 눈앞에 둔 한겨울 고독이 깊다. 눈 내리는 풍경을 내다볼 수 있게 제자가 장지문을 유리문으로 바꿔 주었으나 시키는 얼마 후 숨을 거두었다. 하이카이로 불리던 것을 ‘하이쿠’라는 명칭으로 확립시킨 마사오카 시키는 스물세 살에 폐결핵에 걸려 서른다섯에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잊혀져 가는 하이쿠의 세계를 세상에 알리는 일에 혼과 열정을 바쳤다. p. 25



꽃잎이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落花枝に?ると見れば胡蝶かな


모리타케


원문을 직역하면 ‘떨어진 꽃잎 가지로 돌아가길래 보니 나비여라 ’이다 . 허공에 날리며 지는 꽃잎들 중 하나가 다시 나뭇가지로 돌아간다. 놀라서 자세히 보니 나비이다! 그 순간 허무가 생명으로 도약한다. 에즈라 파운드는 이 하이쿠를 영역 소개하며 말했다. “옛날 중국의 어느 시인은 말해야 할 것을 12행으로 말할 수 없다면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낫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하이쿠는 더 짧게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모리타케의 이미지 중첩 기법을 이용해 ‘군중 속 얼굴들의 혼령 / 젖은 검은 나뭇가지의 꽃잎들’이라는 2행시를 썼다. 그리고 긴 시보다 선명한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미지즘 운동을 일으켰다. p. 34



손바닥에서
슬프게도 불 꺼진
반딧불이여

手の上に悲しく消ゆる?かな


교라이


슬픈 일은 어떤 존재가 내 손에 앉아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빛이 꺼지는 일이다. 그 한 가지 슬픔이 천 가지 기쁨을 사라지게 만든다. 교라이에게는 지네조라는 이름의 여동생이 있었다. 교양 있는 집안에서 자란 지네조는 재주 많은 여성이었으며 하이쿠에도 뛰어 났다. 교라이는 여동생을 무척 아꼈지만, 그녀는 불행히도 결혼 1년 만에 죽고 말았다. 이 하이쿠 속 반딧불이는 그 여동생 지네조이다. 지네조는 세상과 하직하며 다음의 하이쿠를 썼다.
쉽게 빛나고/ 또 쉽게 불 꺼지는/반딧불이여
もえ易く又消え易き?かな p. 140



재 속의 숯불
숨어 있는 내 집도
눈에 파묻혀

うづみ火や我かくれ家も雪の中


부손


불은 화로의 재 속에 있고, 화로는 나의 오두막 안에, 오두막은 눈 내리는 밤의 어두운 세상안에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 내가 앉아 있다. 눈에 파묻힌 오두막은 재 속 숯불처럼 따뜻하다. 커다란 차가움과 작은 따뜻함, 큰 어둠과 작은 불빛이 공존한다. 비교문학자 히라카와 스케히로는 이렇게 묘사했다. “한 곳에 불씨가 있고, 그것을 덮은 재가 있으며, 그 위를 덮듯이 화로에 붙어 앉은 주인이 있고, 그 작은 방을 에워 싼 작은 집이 있다. 그리고 그 집을 덮은 눈이 있다. 오두막 지붕 위에는 눈 내리는 밤하늘의 어둠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따뜻함을 간직한 재 속의 불씨를 중심으로 한 줄의 시가 동심원을 그리며 우주를 향해 뻗어나간다." p. 160



다음 생에는
제비꽃처럼 작게
태어나기를

菫ほどな小さき人に生まれたし


소세키


“불유쾌함으로 가득 찬 인생을 터벅터벅 걷고 있는 나는 자신이 언젠가 반드시 도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죽음이라는 경지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죽음이라는 것을 삶보다는 더 편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어느 때는 그것을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지고한 상태라고 여길 때조차 있다. ”(김정숙역, 나쓰메 소세키『유리문 안에서』)
일본 근대 소설의 최고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는 불행한 유년기를 보낸 뒤 도쿄대학 영문학부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문학 동료 시키를 만났다. 졸업할 즈음 가족들의 잇단 죽음을 겪으며 폐결핵과 고질적인 신경쇠약에 시달렸다. 심한 염세주의에 빠진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p. 360



불을 켜는
손가락 사이
봄밤의 어둠

?をともす指の間の春の闇


교시


누구나 자기만의 불을 켜고 있고, 손가락 사이의 어둠을 가지고 있다. 달 없는 봄밤,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무언가 있는 것도 같은 어렴풋한 어둠을 응시하는 일도 삶의 한 부분이다. 방 밖의 어둠을 말하는 것이 보통인 ‘봄밤의 어둠’을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가져온 감각이 섬세하다. 눈을 감으면/젊은 내가 있어라/봄날 저녁
眼つむれば若き我あり春の宵
그 청춘의 날들, 반짝이던 봄날의 감성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억을 꺼내다가 그 불에 데는 날들만 남아 있을지도. 다른 계절도 아닌 봄밤의 언저리,어슴푸레한 어둠속에 젊은 날의 내가 서 있다. p. 387



비처럼 쏟아지는 매미 소리
아이는 구급차를
못 쫓아오고

?時雨子は?送車に追ひつけず


히데노


‘세미시구레(?時雨)’는 비처럼 한바탕 쏟아지는 매미 소리를 일컫는 말로 ‘눈물을 쏟는다’의 은유적 의미도 있다. 요란한 매미 울음 속에 윙윙거리며 달리는 구급차를 아이가 쫓아온다. 얼굴이 눈물로 뒤범벅된 채. 결국 아이는 엄마가 탄 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애타게 멀어진다. 이시바시 히데노는 교시 문하의 대표 여성 시인이었으나 전쟁 중에 폐결핵을 앓아 서른아홉에 세상을 떴다. 환자 수송 침대에 누워 운반되는 자신과 쫓아오다 뒤처진 외동딸, 그리고 슬픔을 열창하는 매미들.
봄날 새벽 / 내가 토해 낸 것의 / 빛 투명하다
春?の我が吐くものの光り澄む p. 502



힘주고
또 힘주어
힘이라고 쓴다

つぎつぎに力をこめて力と書く


산토카


산토카와 문학적 교류를 했으며 훗날 『산토카의 생애』를 쓴 하이쿠 시인 오야마 스미타(大山澄太)가 산토카의 오두막을 찾았을 때였다. 산토카는 스미타에게 점심을 먹었느냐고 물었다. 먹지 않았다고 하자 산토카는 쇠로 된 밥그릇에 잡곡밥을 담아 고추 하나와 함께 내놓았다. 고 추가 너무 매워 스미타가 눈물을 흘리며 먹는 동안 산토카는 앞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왜 당신은 먹지 않는가?” 하고 묻자, 산토카는 “밥그릇이 하나뿐.”이라고 대답했다. 스미타가 다 먹자 산토카는 그 그릇에 다시 밥을 담아 스미타가 먹다 남긴 고추와 함께 먹었다. 그리고 쌀 씻은 물에 밥그릇을 씻은 다음 그 물을 텃밭에 부었다. 산토카의 바람은 ‘진정한 나의 시를 창조하는 것’과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죽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가 살아갈 힘, 시를 쓸 힘을 얻는 방식이었다. p.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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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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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류시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하는 하이쿠는 5-7-5의 열일...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류시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하는 하이쿠는

    5-7-5의 열일곱자로 된 한줄의 정형시다

    450년전에 일본에서 시작되었고

    오늘날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애송시다.

     

    짧기 때문에 함축적이고

    때문에 독자가 다양하게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거다

    말의 절제를 추구하는 문학이다.

    생략과 여백에 담긴 감동과 탄성을 자아내는

    독특한 일본 하이쿠의 세계를

    류시화의 감성과 깊은 해설로 읽는 책이다

     

    나는 사실 류시화라는 브랜드?를 믿고

    이책을 구매했다

     

    역시 깊이 있는 해설은

    구매에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700여 페이지의 두껍은 책은

    두고두고 들춰 볼 수 있는 소장용으로는

    최고라 생각한다

     

    짧은 시에 인생과 계절과 순간의 께달음이

    배여 나온다

     

    -2018.5.15-

     

  •  몇 년 전, 류시화가 엮은 하이쿠 모음집 『한줄도 너무 길다』를 읽어보았다. 바쇼, 이싸 등의 시인들이 짧게...
    

    몇 년 전, 류시화가 엮은 하이쿠 모음집 『한줄도 너무 길다』를 읽어보았다. 바쇼, 이싸 등의 시인들이 짧게 표현한 하이쿠를 읽으며, 하이쿠의 매력에 푹 빠져보았다. 두꺼운 책을 읽다보니 글이 너무 많아 답답했고 좀 쉬어가자는 생각으로 찾아 읽게 되었다. 하이쿠를 읽어보고 싶어서 검색했는데, 아쉽게도 품절이었고,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어서 빌려보았다. 절제된 문자로 표현된 강한 임팩트, 가끔은 웃으며 가끔은 공감하며 책을 읽었고, 소장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새책은 품절이고, 중고서점에는 원래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올라가 있었으니, 그저 다시 발간된다면 꼭 구매하겠다고 점찍어둘 뿐이었다. 아쉬운 마음만 가득한 채 다음 기회로 넘기게 되었다.

     

    다행이다. 좋은 책은 그냥 그렇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탄탄히 내실을 다지며 보강되고 있었다. 드디어 류시화 시인의 해설로 하이쿠를 읽어볼 수 있는 책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가 출간되었다. 소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소유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결국 내 곁에 두었다. 두고두고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니 말이다. 하얀 표지에 때가 타는 것이 아까우면서도 자꾸 손이 가서 조금씩 세월의 흔적이 묻어가고 있다.

     

    이 책은 예전보다 두꺼운데다가 캘리그라피 작품도 함께 볼 수 있다. 이 시대에 맞게 눈으로 보며 하이쿠를 감상하기에 좋은 책이다. 시와 그림이 잘 어우러져서 더욱 마음에 와닿는 작품이 된다. 게다가 류시화 시인의 시인 감성으로 해설을 읽을 수 있으니, 글자 하나하나 꼭꼭 눌러가며 읽게 된다. 일본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어 원문도 함께 있으니, 공부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교재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하이쿠는 설명이 더해졌기 때문에 그 의미가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때로는 너무 짧아서 그에 얽힌 이야기를 알지 못하면 그저 단숨에 읽고 넘어가며 잊어버리기에 충분한 것도 있기 때문이다.

     

    하이쿠 시를 찬찬히 다 살펴보고 나면, '언어의 정원에서 읽는 열일곱 자의 시'라는 '하이쿠의 이해'를 넓힐 수 있는 해설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로 일컬어지는 하이쿠는 본래 5.7.5의 열일곱 자로 된 정형시이다. 450백 년 전쯤 일본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으나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애송되고 있고, 현재도 많은 시인들이 자국의 언어로 하이쿠를 짓고 있다. (590쪽)

    열일곱 자에 인생의 생로병사와 삶의 진리까지 모두 담아낼 수 있다고 하는데, 하이쿠를 읽다보면 우리네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긴 글을 쓰는 것보다 짧은 글에 모든 것을 담는 것이 얼마나 강렬하게 마음에 흔적을 남길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하이쿠에 대한 설명을 읽음으로 당시 시대상과 하이쿠의 역사, 규칙 등을 살펴보게 된다. 그러고 나서 다시 하이쿠를 읽으면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곁에 두고 틈틈이 꺼내들어 펼쳐보게 되는 책이다. 마음에 와닿는 하이쿠를 읽게 되면 가슴이 뛰는 그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생각해보니 이런 책을 가까이 두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펼쳐들었을 때 내 가슴이 뛰는 그런 책 말이다. 머리에 지식을 채우는 것 이상으로 마음에 감성을 눌러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읽다가 설레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내 곁에 둘 필요가 있는 책이다. 그저 갖고 싶은 책이 아니라, 간직해야만 하는 책이다. 주기적으로 내가 손을 뻗어야할 책이고, 나에게 소중한 의미가 되는 것이다. 하이쿠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건네주고 싶은 한 권의 책이다. 하이쿠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하이쿠를 소개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 책 리뷰에 앞서서 어이없는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하이쿠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몇 번이나 아이...

    책 리뷰에 앞서서 어이없는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하이쿠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몇 번이나 아이쿠!로 읽었고, 자지러지게 웃었다.

    아이쿠라니 ㅋㅋㅋㅋ  이제는 하이쿠로 읽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하이쿠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5·7·5의 열일곱자로 된 한 줄의 정형시

    450년 전 일본에서 시작된 시

    '시'라고 부르지 않고 구[글귀 구:句]라고 불린다. 

    '하이카키' 또는 '홋쿠'라 불렸다



    일반 시집과는 달리 마치 교과서 시집처럼 하이쿠와 함께 류시화작가의 해설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히 시에 대한 해설이 적혀있지만, 그 외에도 알려주는 것들이 많다. 하이쿠 시의 발자취나, 하이쿠 시인들의 자란 환경, 그리고 일본에서 파생된 만큼 일본어를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같은 발음이지만 뜻이 다른 것을 표현하는. 하이쿠를 읽을 때마다 일본어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감상]


    하이쿠 시인들 중 '바쇼'라는 시인은 일본인이 자기 나라의 문학을 말할 때 맨 먼저 언급하는 인물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하급 무사의 아들로 태어나 인간 세상에 회의를 느껴 방랑시인의 길을 걸었고, 전국을 여행하며 하이쿠와 산문을 썼다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단순히 시만 읽는 것이 아닌 시인 인생의 일부도 같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바쇼



    [해설中] 

    바쇼풍의 시 세계를 확립한 작품으로 '하이쿠의 역사가 움직였다'고 할 만큼 바쇼 자신에게나 하이쿠 역사 양쪽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이쿠에 대한 이해는 바쇼의 이 하이쿠를 이해하는것에서 시작된다고 할 정도로 가장 알려진 작품이다.



    추워도
    불 가까이 가지 마
    눈사람
    -소칸


    [해설 中]

    바쇼 이전시대의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 야마자키 소칸. 그는 무사집안에서태어나 젊어서부터 쇼군 옆에서 궁중 서예가로 활동했다. 그러나 쇼군이 젊어서 병사하자 생의 덧없음을 느끼고 출가했다.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기에 궁핍했으며 불안정한 정신의 소유자였다는 설이 있다. 그럼에도 이 하이쿠에서 보듯이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려는투지가 빛난다.


    꽃의 향기를 훔쳐서 달아나는 폭풍우여라




    책을 보면 대표적으로 소개되는 하이쿠도 좋았지만, 해설 집 안에 같이 소개되는 하이쿠들도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것이 많았다. 예로 소칸의 시다. 꽃의 향기를 훔쳐서 달아나는 폭풍우여라 눈을 감고 몇번이고 읊으니 하이쿠의 시가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내 전 생애가
    나팔꽃만 같아라
    오늘 아침은
    -모리타케



    [해설]

    바람에 잘 찢기는 나팔꽃의 꽃말은 '덧없음'이다.

    모리타케의 사세구이다. [사세구란,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남기는 시를 말한다.]



    저녁이 와서 나무 아래 묵으면
    꽃이 나를 재워 주겠지
    -헤이케이야기의 무사 '다다노리'의 사세구

    움직이지 않으면
    어둠으로 멀어지는
    꽃과 물이여
    - 무사 오키타 소지의 사세구




    734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두께에서도 마음에 드는 시 몇 구절을 소개하였다.

    하이쿠의 시는 해설을 보면 더욱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어서 단순히 시만 읽는 것이 아니라 해설까지 꼭! 챙겨봐야 한다.

    가령,



    시드는 빛은

    무엇을 근심하는

    살구꽃인가

    -데이토쿠


    [해설]

    살구와 근심하다의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해 시인은 근심에 잠긴 여인의 낯빛을 살구꽃의 시드는 색감에 교묘히 중첩시켰다.


    세차게 내리는 소리 아프다고 말하는 겨울비


    [해설] 여기서도 '아프다'와 판잣집','말하다'와'저녁'의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하고 있다.

    [해석] 세차게 내리는 소리 판자 지붕 때리는 저녁 가을비



    데이토쿠는 고전에 능통한 학자로 하이쿠 규칙을 정리하고 문하에 많은 시인을 배출했다. 그의 등장으로 하이쿠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그는 죽기 전에 이렇게 썼다.


    내일은 이렇겠지 어제 생각한 일도

    오늘 대부분 바뀌는 것이 세상일이라

    -데이토쿠



    데이토쿠의 제자인 니시와키 데이시쓰는 '하이쿠는 먼 것을 연결하고 가까운 것을 분리시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라고 했다. 그는 시 이론에서 다른 시인들과 충돌이 잦앗고 죽기 전에 자신이 쓴 책을 다 불태웠다.  


    녹아서

    서로 화해했구나

    얼음과 물

    -데이시쓰




    그 많은 시와 시인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시인은 나 역시도 '바쇼'였다.

    바쇼는 '통곡의 시인'이라 불릴만큼 하이쿠에는 울음과 눈물이 많다고 했고, 시인은 구원자가 아니라 함께 울고 슬퍼할 뿐이라고 했다.


    무덤도 움직여라

    -바쇼


    시적 재능을 갖추었으나 젊은 나이에 병사한 고스가 잇쇼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바쇼의 하이쿠 시.



    이 책의 장점류시화 시인의 해설이 같이 쓰여져 있어 시인의 시선으로 시를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이나역사가 변하면서 하이쿠 시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친절히 설명되어 있고(에도시대와 에도시대 후의 차이?) 시적으로 쓰이는 표현들이 왜 그렇게 표현되었는가 [예를 들어 일본 시에서 꽃이라고 하면 에도시대에 벚꽃 구경이 많이 생겨나 '벚꽃'으로 해석되고 그 이전에는  꽃이라고 함은 '매화'로 여겼다는 것이다.]도 알 수 있다. 기본적인 시의 이해도가 높아졌다. 물론 하이쿠에 극한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지만...


    책 한권을 다 읽었을 떄쯤 일본이 좀더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시가 똑같겠지만 한번이 아닌 두번 세번 좋았던 구절은 포스트 잇에 써서 붙여 놓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 하이쿠는 금새 마음에 와닿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더불어 일본 문학에 푹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무로 돌아가네

    서리와 눈

    개의치 않는 곳으로


    -다다토모[사세구]


     

  • '하이쿠가 뭘까?' 단순한 궁금함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더불어 류시화 시인의 번역과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하이쿠가 뭘까?' 단순한 궁금함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더불어 류시화 시인의 번역과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럼 시 인가 보다' 이리 쉽게 단정지어 버렸다. 나의 지식만큼 상상력도 빈약하다니. 나의 청소년기에는 일본에 대한 뿌리깊은 역사적 감정 탓에 많은 장르의 문화가 금지되어 있었고 그들의 모든것을 배척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때는 그랬다. 하지만 성장하며 역사적 사실은 잊지 않되 그들의 뛰어난 면은 인정해야함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할까. 하이쿠라는 용어는 나에게 낯설다. 내 인생의 첫 하이쿠를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두산백과에서 참고함>  
    하이쿠[ (배구) ] - 일본 고유의 단시형( )

    5·7·5의 17음(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원래 일본에는 중세 무렵부터 조렝카[ ]라는 장시( )가 있었는데, 15세기 말부터 이 조렝카는 정통( ) 렝카[ ]와 서민생활을 주제로 비속골계화( )한 하이카이렝카[ ]로 갈리었고, 에도시대에 이르러 마쓰오 바쇼[ ] 같은 명인이 나와 하이카이렝카는 크게 유행하였다. 이 하이카이렝카의 형식이 제1구( )는 홋쿠[ ]라 하여 5·7·5의 17음으로 이루어지고, 제2구는 7·7의 14음, 제3구는 다시 5·7·5의 17음 등, 장·단이 교대로 엮어져 많은 것은 100구, 짧은 것은 36구 등이 있다. 마쓰오 바쇼는 이 렝카의 제1구, 즉 홋쿠를 매우 중요시하여 홋쿠만을 감상하기도 하였으며, 에도 중기 이후에는 이 홋쿠의 비중이 더 커졌다. 메이지[ ]시대에 이르러 시인( ) 마사오카 시키[ ]는 렝카의 문예적 가치를 부정하고 그 홋쿠만을 독립시켜 하이쿠[ ]라 이름하였는데 이것이 정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학적이고 응축된 어휘로 인정( )과 사물의 기미( )를 재치 있게 표현하는 이 하이쿠는 일본의 와카[ ]와 함께 일본 시가문학의 커다란 장르를 이룬다.


    가는 봄이여
    새는 울고 물고기
    눈에는 눈물

     

    바쇼가 제자 한 명과 도보 여행을 떠나기 전 배웅 온 제자들과의 작별을 아쉬워하며 읊은 하이쿠다.  오래 전의 여행은 편리함도 안전함도 보장되지 않은 터라 죽음을 각오하며 떠났다고 한다. 다시 만날 기약없는 이별을 '새는 울고 물고기 눈에 눈물' 언어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이 하이쿠의 경우 5.7.5 운율을 지나치게 맞춘 느낌이 든다. 오히려 5.4.8 이 문맥상 더 어울리지 않을까
     
    들판의 해골 되리라
    마음먹으니
    몸에 스미는 바람
     
    여행을 하면서 느낀 바를 시로 표현했다. 짧은 문장이지만 함축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고, 읽을수록 느껴지는 바는 굳이 길게 쓰지 않아도 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인이 시를 썼을 때의 배경을 아는 것이 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었다.
     
    나팔꽃
    한 송이 깊이 모를
    심연의 빛깔
     
    바쇼의 시와는 달리 회화적인 요소를 내포하는 부손의 시는 그만의 색깔을 띄고 있다. 짧은 문장에 스며있는 각 시인들만의 개성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용어들이 다소 생소해서 어렵게 느껴졌지만 5.7.5의 17음으로 이루어진 하이쿠는 일본의 문학장르 중 하나로 짧은 시로 인식되었다. 바쇼, 부손, 잇사, 시키의 하이쿠가 소개되어 있으며 그외의 저자들의 하이쿠와 책의 뒷편에는
    자유율 하이쿠를 소개하고 있다. 형식보다는 시의 내용을 봐야함을 강조하며 형식탈피에 대한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들이 정형의 틀을 깨고 새 형식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세련된 언어가 아니라 가슴에서 토해 내는 외마디 같은 한 줄 시를 써야만 했던 필연성, 자신을 극한의 고독으로 몰고 간 절실함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P528

    나에겐 시라는 장르의 큰 특징인 언어의 기교가 가끔은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과도한 은유나 비유가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내 감정선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들을 언어의 마법사라 불리우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즐겨하지 않는 면이 있다. 하지만 하이쿠는 문장이 최소한으로 구성되어 있어 과도한 기교를 부릴 수도 없다. 최소한의 언어와 최소한의 기교 등 어쩜 사실에 가까운 표현이 더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이렇게 짧은 글로도 자신의 심상을 함축해서 표현할 수 있음에 새삼 놀라게 된다. 처음 알게 된 문학장르 하이쿠는 잔잔한 바람처럼 내 마음을 두드린다.
  • 요즘 새삼스레 책을 읽으면서 내가 참 상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한달에 15권가량 책을 읽으면서 너무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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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새삼스레 책을 읽으면서 내가 참 상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한달에 15권가량 책을 읽으면서 너무 재미위주로 한분야만 파서 읽는 문제점을 많이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많이들 애송이 되고 있다는 '하이쿠'를 난 몰랐기때문이다.

    하이쿠,,하이쿠,,이름은 익숙한듯한데 많은 사람들이 압축된 언어로 표현한 ' 한 줄 시' 의 매력에 빠저 많이 암송하고 또 자신의 하이쿠를 만들어서 올리고 한다는데,,,난 왜 몰랐을까??ㅎㅎ

    이책을 통해서 하이쿠가 정확히 무엇이며 또 어떤 매력이 있길래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좀더 자세하게 알고 싶었다.

    게다가 류시화시인님이 자세하게 하이쿠 구절을 설명도 해 준다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자! 그럼 저처럼 '하이쿠'를 모르셨던 분들이거나 관심있으신분들은 저와 함께 ~~~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시를 가장 즐겨 읽었던 시절이 중학생 시절이였다.

    가방안에 시집한권을 넣어 다니면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시집을 펼쳐서 읽고는 했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시읽기를 딱 그만두었었는데,,,언젠가부터 나는 시를 읽지 않는 감성이 메마른 사람으로 변해버렸을까? 작설하고,,,하이쿠란 무엇일까?


    '하이쿠'는 5,7,5 의 음수율을 지닌 17자로 된 일본의 짧은 정형시이다.

    약 450년 쯤 일본에서 생겨났으며, 원래 '와카' 혹은 '단가'로 불리우는 정형시의 일부로 출발을 했었다고 한다,,하이쿠라고 불리워지게 된것은 근대이후였고 이전에는 '하이카이' 혹은 ' 홋쿠'로 불리워졌다고 하며 주로 자연과 계절에 대한 느낌, 인간의 고독, 존재의 허무함과 쓸쓸함을 '한 줄 시'의 압축된 언어로 표현해 말의 절제와 압축을 보여주는 시라고 한다.


    오! 책의 두께가 상당하다 , 무려 750페이지이다.

    이책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인 바쇼, 부손, 잇사, 시키의 하이쿠를 5편씩 돌아가면서 싣고, 그 사이사이에 다른 시인들의 시를 연대순으로 실어 놓았다.

    그러니  130명의 시인들의 주옥같은 하이쿠 1,370여 편이나 실려있다...

    한편한편 읽어보면 너무 짧은 글자수에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는 하이쿠도 있고, 또 그 짧은 17자의 글자의 한 줄 시에 아! 하고 가슴에 와닿는 무언가에 감동과 탄성이 나오기도 한다,,,뭐 대부분은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지만서도 말이다,,,

    이런 나같은 독자들을 위해서 하이쿠를 읽기 위해 독학으로 일본어와 일본 문학을 배운 류시화 시인이 그 하이쿠 시를 해석을 해주는데,,,작가의 인생이나 시를 지을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류시화님이 느낀 점을 문학적 해석을 담아서 말하기도 한 설명부분이 있어서 짧은 하이쿠를 이해하는데 너무나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럼 이책을 읽으면서 내가 좋았던 몇편의 하이쿠를 옮겨본다


    겨울비 내리네

    옛사람의 밤도

    나와 같았으려니.

    - 부손 ( P345 )


    내가 맞고 있는 지금 이비도 옛사람들도 맞았을 것이고 그도 고독한 이 밤을 보냈으리라,,,,,라고 해석이 되는데,,

    류시화님은 부손이 말하는 '그'는 부손이 평생 그의 시를 흠모했다던 '바쇼'를 말하는것이라고 말한다.


    꽃 피기 전에는

    기대하는 이도 없는

    진달래여라

      - 하리쓰  (P189 )


    자신만의 꽃을 피우기 전에는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으니 ,,꼭 화려한 꽃이 될 필요는 없으니 자기 고유의 꽃을 피우라는 ,,,해석이  참 마음에 든다,,,이 하이쿠를 지은 하리쓰는 시인이자 뛰어난 화가였다고 한다,,

    이렇게 하이쿠에 대한 설명을 듣고 또 시인에 대한 간단한 내력을 알고 되니 더 하이쿠가 깊게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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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0페이지의 긴 책의 호흡속에서 독자들이 잠시 잠시 쉬어갈 공간도 마련을 해 두었는데,,이처럼 아름다운 수묵화가 있고 펼치면은 안에 붓글씨로 쓰여진 하이쿠 한편이 있다.

    책 중간중간 만나는 요런것도 책 읽는 재미를 더하는것 같다.


    처음엔 통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 짧은 싯구가 한편한편 읽고 설명듣다 보니 어느새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17자의 압축된 언어, 그 속에 녹아있는 자연과 계절에 대한 감성, 인간의 고독과 존재의 허무함과 쓸쓸함,,, 말의 절제와 압축속에 잔잔하게 전해지는 감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왜 세계인들이 요즘 하이쿠를 즐겨 애송하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

    이책은 두고두고 가끔씩 펼쳐서 여유로운 시간에 '한 줄 시'인 하이쿠를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책이였다.

    하이쿠를 너무 어렵게 대하지 말고 하이쿠 애호가들처럼 한번 나만의 하이쿠를 지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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