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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속의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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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쪽 | 규격外
ISBN-10 : 8964360958
ISBN-13 : 9788964360958
닭장 속의 여우 중고
저자 에프라임 키숀 | 역자 정범구 | 출판사 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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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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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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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라임 키숀의 ‘모두 까기’ 앞에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인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소설 『닭장 속의 여우』. 재기 넘치는 말장난으로 유명한 에프라임 키숀의 풍자소설로 말로만 사회 통합을 부르짖고 실제로는 오히려 갈등을 먹고 사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얄밉게, 통쾌하게 그려냈다. 오늘날 한국 정치 현실과 더불어 인간 본성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하는 날카로운 풍자가 담겨 있다.

정치판에서 날고 긴 세월이 50년에 가까운 정치인 ‘둘니커’는 건강상의 이유로 킴멜크벨에 요양차 방문한다. 우리가 혐오하는 정치인의 모습 그대로인 둘니커를 보좌하는 청년 ‘체프’는 뒤에서는 그를 흉보지만 명망가의 그늘을 떠날 생각이 없어 비서 일부터 연설문 대필까지 온갖 업무를 맡아 하고 있다. 전기도, 신문도 들어오지 않는 킴멜크벨에 도착한 둘니커는 자신을 몰라보고 짐짝 취급하는 마을 사람들에 치를 떨고, 사유 재산의 차이가 없어 그로 인한 차별 또한 없는 이 마을을 ‘선진화’하기로 마음먹는다.

둘니커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필요한 물품들을 받아 적어 협동조합에 건네는 이발사에게 ‘읍장’이라는 이름표를 달아 주고, 이발사는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곳에 앉아 내려다보는 맛에 빠르게 중독된다. 읍장이라는 직위는, 권력은 물론 사소한 욕심과도 거리가 멀었던 킴멜크벨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차기 읍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싸움에 열중한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며 주먹을 쓰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둘니커는 초보 정치가들의 다툼을 지켜보며 정치적 황야에서 이루어 낸 업적을 만끽한다. 그렇게 온 거리가 서로를 헐뜯는 말로 난무하고 날이면 날마다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와중에, 둘니커와 체프의 행방이 묘연해지는데…….

저자소개

저자 : 에프라임 키숀
저자 에프라임 키숀(Ephraim Kishon)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은행 간부였던 아버지와 그 비서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1924년에 태어났다. 유대인이었던 키숀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박해 정책으로 여러 강제수용소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1949년에 이스라엘로 이주해 금속공으로 잠시 일하다가, 석간신문《마아리브》에 칼럼을 연재하며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키숀은 특히 풍자 작가로 명성을 떨쳤는데,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시민적 행태, 관료주의 등에 대한 조롱 그리고 정치에 대한 크고 작은 풍자가 주특기였다.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선 키숀은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37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4천 3백만여 권의 책이 팔렸고, 2001년에는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희곡과 시나리오도 집필한 키숀이 직접 감독한 영화 두 편은 아카데미상 후보에 추천되었다. 한국에는『개를 위한 스테이크』,『피카소의 달콤한 복수』,『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편』 등이 소개되어 있다. 키숀은 2005년 1월, 스위스 아펜첼에서 사망했다.

역자 : 정범구
역자 정범구는 옮긴이는 독일 마부르크(Marburg)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의 독일 유학을 마치고 1990년 귀국한 그는 충남대, 한남대, 경희대 등에서 강사 생활을 하다가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을 지냈다. 1994년부터 CBS의 대표적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을 맡아 6년 가까이 진행했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역사상 최초로 도입된 〈대통령 후보 TV 합동토론회〉에서 사회를 맡기도 했다. 제16대,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저서로는『정범구의 세상 읽기』(1998),『내 방의 불을 꺼야 세상이 보인다』(2008),『이 땅에서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2011)이 있고, 번역서로는 『해방 1945-1950』(1988)이 있다.

목차

등장인물

1. 건강상 이유로
2. 어딘가 시골로
3. 반反농장 정책
4. 길은 어느 곳에나 있다
5. 분란의 조짐들
6. 들끓기 시작하다
7. 그리고 분란은 계속된다
8. 지평선 위의 은색 띠
9. 굴라, 구원차 오다
10. 염세주의자
11. 출산의 고통
12. 이변, 계속되다
13. 시골로 다시 돌아오다
14. 기피 인물
15. 세력들, 결집하다
16. 콩 심은 데 콩 난다
17. 숨겨진 조언자
18.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
19. 모든 것 끝난 뒤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킴멜크벨 시민 여러분! 신사 숙녀 여러분! 원주민이거나 새로운 이주민 여러분! 먼저 여러분의 이런 감동적이고 융숭한 환대에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여러분께서 제게 보여준 높은 경의에 감사드리지만, 이런 대접을 받고자 이곳에 온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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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멜크벨 시민 여러분! 신사 숙녀 여러분! 원주민이거나 새로운 이주민 여러분! 먼저 여러분의 이런 감동적이고 융숭한 환대에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여러분께서 제게 보여준 높은 경의에 감사드리지만, 이런 대접을 받고자 이곳에 온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곳에 휴식이 필요해서, 그러니까 즐기고 놀기 위해서가 아니라 요양차 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동지 여러분! 하루의 노고도 풀 겸, 저를 개의치 마시고 평소 하시던 대로 편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 바로 그때였다. 늙고 꾀죄죄한, 그러나 야무진 턱을 갖고 있는 홀아비 구두 수선공이 적막을 깨뜨리며 연사를 향해 굵은 저음으로 소리쳤다. “조용히 해! 지금 식사 중이잖아!”
(……) “누가 저 미친놈 주둥이 좀 닥치게 할 수 없어?”
사방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저거 웬 놈이야? 누가 데려왔어?”
비서가 놀라서 창백해진, 숨까지 헐떡이는 둘니커를 끌고 바깥으로 나왔다.
“유감스럽지만, 어르신.” 비서 또한 헐떡이며 말했다. “받아들이시든, 못 받아들이시든 어르신은 이 마을에선 모르는 사람이네요.” (39~40쪽)

“내게도 마차를 주시오.” (……) “내가 이발사보다 나이도 더 먹었고, 게다가 다리도 안 좋다 이 말이야! 내가 며칠 동안만이라도 걸어 다니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내 충분히 당신 사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둘니커가 말했다. “그러나 구레비치 씨, 당신이 마을에서 어떤 공직도 맡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마차를 탈 수 있는 권한은 읍장에게만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발사가 물품 목록을 작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 권한은 이발사에게 있습니다.” (……)
“그렇다면 내가 그 읍장인가 뭔가, 그 빌어먹을 것이 된다면 마차를 타고 다닐 수 있단 말입니까?” (85~86쪽)

의장 방금 읍장의 권한을 정의했고,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읍장을 선출할지도 정리했으므로 이제 개별적 사항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있습니까?
오퍼 키쉬, 임시 평의회 의원 제가 계속 질문했던 건데요, 뭐 때문에 읍장이 필요한 거죠?
의장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겁니까, 동지?
오퍼 키쉬, 임시 평의회 의원 아니, 그러니까 왜 읍장이 필요하냐구요. 읍장이 할 일이 뭐가 있습니까?
(……)
의장 (의사봉 두드림) 하시도프 의원! 내 생각에 우물 파는 작업은 일자리 창출 사업 차원에서 마을의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체마크 구레비치, 임시 평의회 의원 옳소!
의장 마을의 실업자 수가 얼마나 됩니까?
엘리파스 헤르마노비치, 임시 평의회 의원 하나도 없는데요. (장내, 긴 침묵)
비서 반대의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면 마을에서 실업자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154~155쪽)

“왜 하필이면 우리들이란 말입니까?”
“전 정말 모릅니다.” 이런 경우에 경찰 책임자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저는 그냥 명령받은 대로 집행하는 ‘철의 주먹’일 뿐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를 가차 없이 교수형에 처할 겁니다.”
이 열두 명의 억울한 납세자들이 운 좋게도 명단에서 빠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얻고자 나섰을 때, 이들을 둘러싼 먹구름은 더욱 짙어졌다. 다른 주민들 생각은 이랬다. 만약 평의회가 납세자로 그 사람들을 선정했다면, 아마도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평의원들은 모두 진실한 사람들 아닌가? 그러니까 어차피 이렇게 된 일, 불평만 할 게 아니라 허리띠를 조금만 더 졸라매고, 세금을 내라! (209~210쪽)

“대머리!”
“멍청이!”
둘니커는 유리창 깨지는 소리에 잠에서 깨 발코니로 나왔다. 무슨 일인가 보니, 이발사와 구두장이가 회의실 창문을 부수고 나와 엉겨 붙어 있었다. 두 의원은 서로 물어뜯고 할퀴면서 길거리 먼지를 다 뒤집어쓰고 있는 중이었다. 입으로는 연신 “무식한 촌놈”이라는 소리를 내뱉으며 죽어라 주먹질을 해댔다. 정치가는 이번에는 싸움을 말리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그는 뭔가 고소한 기분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둘니커는 ‘저 덜 떨어진 화상들이 차라리 서로를 죽여버리면 마을이 구원을 얻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느긋하게 주막 문을 나섰다. (345~3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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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여간 미개하고 덜떨어진 것들이 사는 곳이 아냐!” 둘니커는 거의 울부짖었다. “마을 평의회 건물이 있기를 하나? 공공 주차 시설이 있기를 하나? 산업 단지는 또 어디에 있고? 도대체 이 정도 마을에 읍장 하나 없다는...

[출판사서평 더 보기]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여간 미개하고 덜떨어진 것들이 사는 곳이 아냐!”
둘니커는 거의 울부짖었다.
“마을 평의회 건물이 있기를 하나? 공공 주차 시설이 있기를 하나? 산업 단지는 또 어디에 있고? 도대체 이 정도 마을에 읍장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렇게 착한 사람들한테 왜 읍장이 필요하죠?”
체프가 마을 사람들 편을 들었다.
“전 그게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또 어르신께서 그 일로 왜 그렇게 흥분하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류에게는 양식이라는 게 있는 거야.”
체프의 말에 정치가가 반박했다.
“나를 정말로 흥분하게 하는 건, 사람들을 이 오래된 정체의 늪에서 건져낼 방법도 없고, 도움을 받을 사람도 없다는 거야. 내 생각에는…….” ― 본문 75쪽에서

‘모두 까기’의 달인, 에프라임 키숀의 유쾌한 정치 풍자극
『개를 위한 스테이크』,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편』 등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에프라임 키숀의 풍자 소설이 도서출판 삼인에서 출간되었다. 헝가리에서 태어난 유대인 작가 키숀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가 자행한 유대인 박해의 산증인이자, 이스라엘의 사랑을 받은 국민적 작가이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사랑받은 키숀은, 특히 재기 넘치는 ‘말장난’으로 유명했다. 작가는『닭장 속의 여우』 곳곳에 이 같은 장치를 심어 놓고 독자들을 맞이한다.
『닭장 속의 여우』는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두 명의 도시인이 순박하고 무지한 시골 사람들을 휘두르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렇다고 키숀이 마을 사람들을 순수하기만 한 피해자로 다루는 것은 아니다. 키숀의 ‘모두 까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깨끗하면 깨끗하기 때문에, 무지하면 무지하기 때문에, 교만하면 교만하기 때문에 인간성을 털리고 조롱당한다.
마을 사람들은 소설 초반에는 도시 사람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점차 ‘성장’한다. 그리고 절정에 다다를 때쯤이면 ‘여우’를 닭장 속에 가두는 반전을 일으키는 데까지 ‘발전’한다. 키숀은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질시, 음해, 증오와 같은 화학 작용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그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인간상처럼 다룰 뿐이다. 등장인물들은 처음 만나는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가다듬는 데 공을 들이고, 그러는 동안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완전히 뒤바뀐다. 키숀은 이 과정을 그려 내며 쉴 새 없는 말장난을 곁들인다. 특히 유대교 관습을 비롯한 종교적 소재를 이용해 자아내는 웃음은 곱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킴멜크벨에서 펼쳐지는 둘니커식 ‘새마을운동’
건강상의 이유로 킴멜크벨에 요양차 온 주인공 ‘둘니커’는 정치판에서 날고 긴 세월이 50년에 가까운 정치인이다. 본인 이야기로는 온갖 말 못 할 고생을 딛고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하지만, 사실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앞에 앉은 이가 누구인지에 따라 나이도, 경력도 멋대로 바꾸어 말하는 둘니커는 우리가 혐오하는 ‘정치인’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를 보좌하는 청년 ‘체프’는 이 노쇠한 정치인을 보살피며 비서 일부터 연설문 대필까지 온갖 업무를 맡아 한다. 뒤에서는 둘니커를 흉보기 일쑤지만, 명망가의 그늘을 떠날 생각은 없다. 두 사람은 다퉜다가도 필요에 의해 화해하고, 마을 사람들과의 갈등 속에서 같은 입장임을 확인하고 진한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늘 싸우면서도 공통된 이해관계 앞에서는 손잡기를 마다하지 않는 이런 모습은 정치권을 연상시키는 장면이기도 하다.
전기도, 신문도 들어오지 않는 킴멜크벨에 도착한 둘니커는 자신의 유명세를 몰라보고 짐짝 취급하는 마을 사람들의 ‘야만성’에 치를 떤다. 그는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나누어 먹는, 사유 재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그로 인한 차별 또한 없는 이 마을을 ‘선진화’하기로 마음먹는다.
둘니커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필요한 물품들을 받아 적어 협동조합에 건네는 이발사에게 ‘읍장’이라는 이름표를 달아 주고, 이동 수단을 선사한다. 소 먹이나 실어 나르는 마차에 타라는 말이냐고 반문하던 이발사는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곳에 앉아 내려다보는 맛에 빠르게 중독되고, 이를 시기하는 경쟁자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평화롭던 마을에 불편한 기류가 형성된다. 이 기류는 마을 평의회를 건설하고 허울뿐인 여러 직책을 낳는다. 둘니커는 초보 정치가들의 다툼을 지켜보며 정치적 황야에서 이루어 낸 업적을 만끽한다.
읍장이라는 직위는, 권력은 물론 사소한 욕심과도 거리가 멀었던 킴멜크벨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차기 읍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싸움에 열중한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며 주먹을 쓰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온 거리가 서로를 헐뜯는 말로 난무하고 날이면 날마다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와중에, 둘니커와 체프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인간이 문제일까, 정치가 문제일까
키숀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킴멜크벨이 망가진 것은 사람들이 정치를 받아들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탐욕스러운 인간의 본성 때문일까? 읍장도 없고, 평의회도 없던 킴멜크벨의 지난날은 무지했을지언정 평화로웠다. 이제 사람들은 핏발 선 눈으로 단상에 올라 연설을 하고 전략적인 선전전을 펼친다. 권력을 향한 탐욕은 마을에 끔찍한 재앙을 불러오고, 모든 것을 한순간에 쓸어버릴 홍수가 킴멜크벨에 도래한다.
『닭장 속의 여우』는 1970년대에 쓰인 소설이다. 몇 십 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서글프게도 우리의 지금과 무척 닮아 있다. 정치인들은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보다 권력으로 욕심을 채우는 일에 관심이 더 많고, 사람들은 그런 행태에 환멸을 느껴 정치 자체를 혐오하기에 이르렀다. 어쩌면 그런 혐오감이 큰 독자일수록 이 소설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매일 뉴스에서 쏟아지는 정계의 싸움 소식이 지긋지긋할 때, 유쾌한 작가 키숀과 농담을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 엉망진창인 현실을 버티게 만드는 풍자의 힘을 느낄 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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