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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풍목
320쪽 | 규격外
ISBN-10 : 1158607377
ISBN-13 : 9791158607371
방풍목 중고
저자 이인우 | 출판사 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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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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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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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우 장편소설 『방풍목』은 〈아들 같은 조카〉, 〈취직도 사업도〉, 〈불효자의 배신〉, 〈선거판의 부나비〉 등 이인우의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소개

저자 : 이인우
안동 출생
안동교육대학, 대구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영남대학교 대학원 현대소설연구(석사)
1977년 단편소설 「용담사에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1978년 일기 쓰기 지도, 1979년 글짓기 지도 교육장 표창
1983년 수필집 『선생님의 합창』(세진문화사) 공저
안동문인협회 회장, 안동수필문학회 회장, 육사문학관 이사,
안동예총 수석부회장, 한국소설가협회 이사 등 역임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계절문예작
가회 이사, 한국소설가협회 운영위원

수상
소설 「가래나무 골」 대구대 문학상
소설 「밀어여행」 문예사조 당선
시조 「저녁답에」 전국시조공모전 입선
동화 「절음발이 뱁새」 한국아동문예연구 당선
장편소설 「며느리」 한국소설작가상
단편소설 「인간방정식」 한국문학신문 소설부문 대상
소설집 『비오는 날 편지』 한국문학백년상
홍조근정훈장, 모범공무원상 등 수상

저서
테마에세이집 『안평 가는 길』,『지고 피는 해당화』
시조집 『새벽 눈 내린 날』
소설집 『밀어여행』,『비 오는 날 편지』
장편소설 『며느리』,『묻어둔 그리움』,『방풍목』

목차

작가의 말

아들 같은 조카
취직도 사업도
불효자의 배신
선거판의 부나비
예언은 자라고

서평 주관적 욕망과 내적 가치_이덕화(평택대학교 명예교수, 평론가)

책 속으로

〈아들 같은 조카〉 아침부터 반갑지 않는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신발장 귀퉁이에 처박혀 있는 장화를 꺼내 신고 우산을 찾아 들었다.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직장까지 질척거리는 흙길을 따라 걸었다. 사무실 입구는 먼저 출근한 사람들이 비에 젖...

[책 속으로 더 보기]

〈아들 같은 조카〉

아침부터 반갑지 않는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신발장 귀퉁이에 처박혀 있는 장화를 꺼내 신고 우산을 찾아 들었다.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직장까지 질척거리는 흙길을 따라 걸었다. 사무실 입구는 먼저 출근한 사람들이 비에 젖은 우산을 세워 놓았는데 넘어져서 실내화와 뒤엉켰다. 자리에 앉자마자 오늘 할 일의 순서를 정해 보았다. 오전 근무를 하고 조퇴를 하려면 보통 때보다 서둘러야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조퇴 신청을 하고 부지런히 서류를 정리하다보니 한두 사람이 출장이라며 또는 점심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비웠다. 조퇴 결재를 하던 과장이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집에 무슨 일 있어! 신청서에는 가사정리라고만 쓰여 있는데……”
“시골 부모님 댁에 일이 있어서요.”
과장은 더 이상 자세한 사유를 묻지 않고 도장을 찍었다. 직원들은 조퇴나 연가 신청을 하면 자세한 내용을 쓰라고 조회 때마다 지적을 하지만 그냥 ‘가사정리’라고 관례처럼 쓴다. 아마도 사생활을 공개하기 싫어서 그렇게 쓰는 것 같다. 사실 오늘 조퇴는 시골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 아들을 시내 학교로 전학시키기 위해서다. 지난 달 조부 제사를 지내려고 부모님 댁에 갔는데 함께 사는 동생이 내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애가 탄다는 표정으로 마른 침을 삼키며 호소를 했다.
“다른 집 아(童)들은 5학년 때 시내 학교로 전학을 시킨다고 야단인데 우리 먼동이는 6학년인데, 형이 좀 알아봐 주소!”
동생은 어려운 일만 생기면 나에게 떠맡긴다. 집안 대소사는 물론 부모님 감기약, 본인의 소화제, 심지어 농약까지 시킨다. 시내에서 봉급자 생활을 하는 나는 동생의 부탁을 언제부터 들어주기 시작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동생은 아마도 부모를 모신다는 유세를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이번에는 아들을 시내 학교로 전학시켜서 나에게 맡길 작정을 진작부터 했다가 기회가 되니 또 울상을 짓는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시내 학교로 전학 시키는 이유는 시내 중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부탁을 들어 주려고 조퇴를 신청했다.
사실 동생은 나와 같은 배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그는 작은어머니(서모 庶母)가 낳은 아들로 공부는 뒷전이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다가 중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은 포기했다. 동생의 탈선은 그의 어머니인 서모가 감기 증세로 여러 날 앓다가 40대에 죽고 나서 더욱 심해졌다. 동생은 아버지의 돈을 훔쳐서 객지를 떠돌다가 돈이 떨어지면 집에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아버지는 열일곱 살 된 아들의 마음을 잡아 주고자 이웃 동네에 사는 스무 살 된 처녀와 중매로 결혼을 시켰다. 동생은 결혼을 하자 마땅히 할 일이 없으니 아버지의 농사일을 거들며 함께 살게 되었다. 아버지는 동생 때문에 무던히 마음고생을 했다. 친척들에게 부탁하여 시내에 일자리를 구해 주어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아들이 농사일 하는 것이 무척 싫었지만 어쩔 수 없어 함께 살게 되었다.
(…)

〈취직도 사업도〉

먼동이가 서울에 있는 고모집에 갔다. 먼동이에게는 고모지만 나에게는 아홉 살이나 많은 큰누님이다. 큰누님은 매형이 일찍 돌아가시고 혼기가 다 된 외동아들과 어렵게 살고 있다. 이제는 고모에게 신세를 지려는 것이다. 어머니는 입을 삐죽거리며 못마땅해 했지만 아버지는 쌀이라도 보내라며 또 고조부 산소의 방풍목 이야기를 했다.
“애비에게 고조부이니 손자에게는 5대 조부가 된다. 그 산소를 쓰는 풍수가 6대에 가서 큰 인물이 난다고 했으나 조금 당겨 질 수도 있을 게다.”
아버지는 먼동이의 학교생활을 자세히 모르므로 막연하게 손자에게 기대를 걸었다. 쌀을 보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먼동이가 우리 집에 있을 때 아무것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듯도 했다.
서울 큰누님은 자형이 남긴 조금의 유산으로 산동네 작은 한옥에 산다. 남향집인데 동쪽에서 서쪽으로 방, 마루, 큰방이 있고 남쪽으로 부엌과 방이 있어 부엌 옆방은 사글세를 주었다가 먼동이가 온다고 하니 살던 사람을 내보냈다. 사글세만큼 방세를 주는지 어떨지는 동생이 알아서 할 일이나 나에게 했던 것을 생각하면 안 줄 것이 뻔하다.
먼동이가 서울에 가서 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한다고 하니 아버지의 기대는 컸다. 마치 일류대학에 다니는 것처럼 동네 사람들에게 자랑을 했다.
아내는 먼동이가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이제 서울에 갔으니 한시름 놓게 되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것도 몇 달 가지 않았다. 먼동이는 한 주일에 한 번, 두 주일에 한 번 시골집에 내려왔다. 시골에서 얻은 용돈이 적으면 백모인 아내에게 와서 졸랐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오지랖이 넓은 건지? 숙맥인지? 용돈을 챙겨 주었다. 먼동이는 내가 없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없을 때 집에 왔다가 갔다. 그런데 한 번은 나와 마주치게 되었다. 도망을 가려다가 잡혀서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을 마루에 앉으라고 하니 처마 밑에 눈을 내리 깔고 서 있었다.
“너 다니는 학원 이름이 뭐로?”
학원에 다닌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진짜 다니는가 싶어 물어 본 것이다. 먼동이는 머뭇거리더니
“서울학원에 다니는데요.”
“종일반이라!”
“아닌데요.”
“그러면 무슨 과목을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배우노?”
“그것은 알아서 뭐 하려고요.”
먼동이는 아주 반항적이다. 어릴 때도 퉁명스런 말투였는데 자라면서 점점 더 심해졌다. 이제는 싸움을 거는 시비 투의 말이다. 나는 좀 더 따져보려다가 그만 두면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으나 억지로 참았다. ‘알아서 뭐 하려고요.’하는 말에 섬뜩함을 느끼면서 갑자기 남으로 여겨졌다. 참으로 괘씸했다. 이제는 학원에 다니든지 공부를 하든지 지가 알아서 할 일이다.
안부도 전할 겸 서울의 큰누님에게 전화를 했다. 평소에는 전화번호도 잘 몰랐는데 먼동이가 서울에 가자 전화번호를 적어 두었다.
(…)

〈불효자의 배신〉

먼동이는 제빵가게의 작은 방에 신혼살림을 차리다보니 옷장도 들여놓지 못할 형편이다. 동생이 농사를 짓던 남루한 옷을 입은 채 왔다. 동생은 먼동이가 신혼여행 갔다가 와서 절을 받을 때 보고 처음이다. 아직 절 받는 순서 때문에 화가 났던 기억이 사라지지 않아 별로 반갑지 않았다.
“자네가 무슨 일로?”
동생은 내 태도가 시무룩해서 그런지 마루에 올라오지 않고 걸터앉더니
“형은 아직도 삐졌소! 아(童)들도 아니고!”
나는 갑자기 화가 나서 동생에게 큰 소리를 질렀다.
“그래! 자네가 먼동이에게 무슨 말을 했기에 그놈이 그런 행동을 하노?”
동생은 사람 좋은 얼굴로 싱글싱글 웃기만 했다. 아마도 이놈들이 내 흉을 본 것 같으나 참기로 했다.
“형! 돈 좀 빌려주소! 먼동이가 전셋집이라도 얻어 달라고 난리를 피웠소!”
“난리를 피우다니! 이놈이 이제는 지 애비한테 대들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동생은 한참 말이 없다가 고개를 숙였다.
“이놈이 이제는 애비도 없소! 환장을 한 것 같소. 전에는 애비 앞에 말도 제대로 못하던 놈이 장가를 가더니 간이 배밖에 나왔소!”
동생은 돈을 빌리려 왔다면서 형수를 보더니 막걸리라도 한잔 달라며 속이 타는지 가슴을 쳤다. 주사가 심한 동생이 또 술을 마시고 무슨 행패를 부릴지 모르는 일이라 내 눈치를 보던 아내는 술을 사러 간다며 대문 밖으로 나갔다.
동생은 술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단숨에 잔을 비웠다. 알코올에 중독되면 술을 보자 눈에 광채가 난다더니 동생이 그랬다.
먼동이는 새신부에게 가게를 맡겨놓고 해가 질 무렵 시골에 왔다. 모두 밭에 나가고 할머니 혼자 집을 보고 있었다. 할머니에게 인사도 없이 지 애비를 찾았다.
“할매! 아부지 어디 갔노?”
“왜! 무슨 일이로?”
“할매! 집 한 채 사 다고! 큰아부지는 집 살 때 논도 팔아주고 돈도 주었다면서!”
“나는 모른다. 니 애비한테 사 달라고 해라!”
한참 후에 동생이 밭에 갔다가 지게를 지고 마당에 들어섰다. 제수씨도 뒤따라왔다. 먼동이는 지 애비를 보자 큰소리를 버럭 질렀다.
“나도 큰아부지 같이 집 한 채 사주소!”
“이놈아가! 돈 맡겨 뒀나! 어이!”
먼동이도 지 애비의 큰소리에 지지 않고 더 큰소리로 악을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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