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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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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쪽 | 규격外
ISBN-10 : 1155401018
ISBN-13 : 9791155401019
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 중고
저자 정명섭 | 출판사 추수밭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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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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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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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보면 우리 역사는 다른 세상을 꿈꾸다가 좌절했던 인물들과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한국 현대사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어설프지만 진지한 이들이 만들어낸 서투르고 치열했던 시간들의 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뚝딱거리면서 갈등하고 흩어지고 뭉쳤던 우리들의 좌절과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면 두 사람이 나온다. 바로 홍종우와 김옥균이다. 《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는 다른 세상을 꿈꿨던 이들에게서 시작된 과속과 저속의 부조화가 어떻게 지금 여기에까지 이르렀는지를 더듬어보는 시도다.

저자소개

저자 : 정명섭
저자 정명섭은 역사 교양서 저술가. 햇빛처럼 선명하게 기록된 역사 속에서 그 빛을 받아 밤을 비추는 달과 같은 이야기를 찾는다. 그래서 우리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중요한 사실들을 발굴하거나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들여다봐 낯선 모습을 발견하는 데 관심이 많다. 역사 교양서로는 《일제의 흔적을 걷다》, 《스승을 죽인 제자들》, 《조선백성실록》, 《조선의 엔터테이너》, 《조선의 명탐정들》, 《조선전쟁생중계》 등을 지었다.
복잡한 현실의 사정이 작용된 역사에서 배제되어왔던 이들의 간절한 꿈을 쓰고자 역사소설 또한 꾸준하게 내고 있다. 지은 소설로는 《별세계 사건부》, 《사라진 조우관》,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 《적패》 등이 있다.

목차

문 안의 남자, 문 밖의 남자

들어가는 글 서투르고 치열했던 우리들의 한국사

1장 | 홍종우 또는 김옥균
홍종우, 민낯을 보려면 발자국을 봐야 한다
김옥균, 달은 비록 작으나 천하를 비춘다
홍종우, 알려지지 않은 행적
김옥균, 조선을 아시아의 프랑스로 만들어야 한다
홍종우, 위조 여권을 사용한 제1호 프랑스 유학생
김옥균, 다른 나라를 꿈꾸다
홍종우, 유럽에 한국문학을 소개하다
김옥균, 갑신정변
갑신정변이 남긴 이야기

2장 | 홍종우 그리고 김옥균
홍종우, 프랑스에서 조선으로
김옥균, 또는 이와다 슈사쿠
홍종우, 유학생에서 암살자로
김옥균, 비상을 꿈꾸다
홍종우와 김옥균, 그들의 동상이몽

3장 | 홍종우 그러나 대한제국
벼슬길, 살아남은 자의 길
러시아의 등장, 친러파로 변신하다
조선, 제국을 선포하다
상소, 소란스럽고 완고한 직언
1898년, 뜨겁고 길었던 여름
독립협회, 그 대척점에 선 홍종우
구본신참, 그러나 여전히 과거

4장 | 그 이후의 이야기
이승만, 홍종우와의 특별한 인연
제주목사, 남쪽으로 간 홍종우
기억 너머로 사라지다
이몽, 그들이 꿈꾸던 다른 나라

나오는 글 꿈의 기억

부록
갑신정변에 참여했던 이들을 불러보다
와다 엔지로의 기억

참고문헌

책 속으로

문 안의 남자, 문 밖의 남자 “난 꿈을 꾸고 있었네.” “그건 꿈이 아니라 욕심이었어.” 문 밖의 남자가 냉정하게 대꾸하고는 팔을 들어 그를 겨누었다. “난 조선을 조선이 아니게 만들고 싶었을 뿐이야. 그게 욕심인가?” “지금 자네와 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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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안의 남자, 문 밖의 남자
“난 꿈을 꾸고 있었네.”
“그건 꿈이 아니라 욕심이었어.”
문 밖의 남자가 냉정하게 대꾸하고는 팔을 들어 그를 겨누었다.
“난 조선을 조선이 아니게 만들고 싶었을 뿐이야. 그게 욕심인가?”
“지금 자네와 조선 꼴을 보게. 그건 꿈이 아니라 악몽일세.”
“난 꿈이 있었다니까!”
문 밖의 남자는 침대에 누운 몸을 일으키며 외치는 그를 향해 겨눈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제1호 프랑스 유학생, 위조 여권을 사용하다.
하지만 홍종우가 지닌 여권에는 그를 누구에게 소개해 준다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홍종우가 지니고 있었다는 여권은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이나 혹은 일본에서 만들어낸 위조 증명서일 가능성이 크다. 그때까지는 프랑스에 조선 외교관이 부임하지 못한 상태였다. 또한 여권을 지녀야만 프랑스에 입국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는 왜 가짜 여권을 만들었을까?

유럽의 한복판에서 좌절한 홍종우
“프랑스에서 뭐가 나빴습니까?”
“이기주의였소.”
펠릭스 레가메는 머나먼 타국에서 신세를 지고 살았으면서도 전혀 고마워하지 않았던 이방인에 대해서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홍종우 처지에서 보자면 프랑스에서의 시간은 실패나 다름없었다. 자신을 광대 취급하는 백인들 사이에서 정치적 야심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조선의 문학을 유럽에 알리는 데 공헌을 하긴 했지만, 당시로서는 호구지책일 따름이었다.

유학생에서 암살자로
많은 학자들이 홍종우가 김옥균의 암살을 실행한 이유에 대해서 분석했다. 정치적 신념 혹은 가문의 복수를 위해 암살을 결심했다고 추론하지만 가장 단순한 이유가 정답에 가까워 보인다. 홍종우는 프랑스에서 몇 년 동안 지낸 경력만 가지고는 조선에 돌아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여기에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과 몸이 아픈 상태가 겹치면서 극도의 불안감과 초조함이 그의 행보를 결정짓는 데 일조를 했을 것이다.

김옥균 암살 사건 용의자 3, 일본
이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김옥균의 암살 당시 정황이다. 하지만 와다 엔지로의 증언은 약간 다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김옥균이 2층 8호실 앞 복도에서 쓰러져서 죽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2층 8호실의 주인은 일본 해군 군령부 제2국장의 직책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일본 해군 군령부 국장이라는 요직을 맡은 인물이 하필 같은 여관의 같은 층을 썼고, 그의 방 앞에서 죽었으며, 암살 사건의 최초이자 유일한 목격자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존재는 일본 정부에 의해 철저히 가려졌으며, 일본 신문들 역시 김옥균이 방에서 낮잠을 자다가 암살당했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했다.

하나의 이름으로 정의될 수 없는 근대
오늘날 대부분은 독립협회와 황국협회의 대립을 진보와 보수의 충돌쯤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진실은 좀 더 복잡하고 내밀하다. 황국협회가 독립협회와 갈등을 벌인 것은 고종을 비롯한 대신들의 배후 조종 때문만은 아니었다. 독립협회는 독립이라는 이름과 조정에 외세를 배격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린 것 때문에 반외세를 주장하는 단체로 오인된다. 하지만 ‘헌의 6조’에 나온 것처럼 이들은 외국과의 조약이나 협정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대신들과 중추원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도약소와 건의소청에서 외국 상인들을 도성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할 때에도 시대를 거스르는 짓이라며 반대하는 다소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지독한 원칙주의자
박영효의 역모와 연관되었다는 죄목으로 투옥되었고, 권총을 가지고 탈옥을 했다는 죄목을 가진 이승만이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했다. 하지만 박영효와 관련이 없으며
탈옥 시에도 다른 두 사람의 권유와 협박에 못 이겼다는 증언이 그의 생명을 구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의 질품서를 올린 평리원 재판장은 다름아닌 홍종우였다. 독립협회라면 이를 갈던 그였지만, 그는 원칙대로 판결했다. 이승만 자신도 홍종우가 재판장으로 있는 한 살아남기 어렵다고 각오한 듯 훗날의 자서전에서 이때의 일을 “야릇한 인생의 역전”이라고 표현했다.
홍종우의 삶을 바라보면 묘한 궤적과 마주친다. 외부의 시선이 섞이면서 다소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는 기득권과 불화한 지독한 원칙주의자였다. 이처럼 홍종우는 이승만을 처형해서 두 사람처럼 고종의 신임을 받을 기회를 저버렸다. 홍종우가 갑자기 7월 27일 평리원 재판장에서 법부사리국장으로 좌천된 것은 이승만의 재판과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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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럼에도 우리는 왜 다른 세상을 원하는 것일까? 1884~1894 서투르고 진지한 현대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이의 겨드랑이에는 날개가 있었다. 아이의 부모가 그 비범함을 두려워해 죽이려 하자 아이는 유언으로 콩과...

[출판사서평 더 보기]

그럼에도 우리는 왜 다른 세상을 원하는 것일까?
1884~1894
서투르고 진지한 현대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이의 겨드랑이에는 날개가 있었다. 아이의 부모가 그 비범함을 두려워해 죽이려 하자 아이는 유언으로 콩과 팥 닷 섬을 함께 묻어달라고 청했다. 시간이 지난 후 관군이 찾아와 아이의 무덤을 파헤치자 무덤 안의 콩과 팥이 병졸들로 변하고 있는 중이었다. 결국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아이는 부활 직전에 들켜서 실패하고 만다.”

승자의 해석이 역사라면 패자의 기억은 설화가 된다. 그래서 설화에는 현실에서 소외된 대부분의 좌절과 바람이 들어 있다. 그리고 가장 전형적인 한국적 설화는 바로 앞에 나온 ‘아기장수 이야기’다.
되짚어보면 우리 역사는 다른 세상을 꿈꾸다가 좌절했던 인물들과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한국 현대사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어설프지만 진지한 이들이 만들어낸 서투르고 치열했던 시간들의 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뚝딱거리면서 갈등하고 흩어지고 뭉쳤던 우리들의 좌절과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면 두 사람이 나온다. 바로 홍종우와 김옥균이다. 《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는 다른 세상을 꿈꿨던 이들에게서 시작된 과속과 저속의 부조화가 어떻게 지금 여기에까지 이르렀는지를 더듬어보는 시도다.

‘홍종우의 발견’ 이후 십여 년,
1894년 그 날에 대한 새로운 해석

역사의 전환점에서 시대를 온몸으로 받아낸 이들의 극적인 삶은 이야기가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 김옥균과 그의 이름에 가려진 홍종우에 얽힌 숨겨진 역사 또한 십여 년 전부터 많은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책에서는 이미 다뤄진 역사를 정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지난 십여 년간 업데이트된 김옥균과 홍종우에 대한 새로운 사실과 주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홍종우가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에 유학을 떠나면서 여권(집조)을 위조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나, 김옥균이 사망한 장소가 널리 알려진 것처럼 방 안이 아니었다는 점, 그리고 그 주변에 일본 해군의 고위장교가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김옥균 암살의 배후를 마치 추리소설처럼 다시 들여다본다. 이 책에서 밝히는 김옥균 암살의 배후는 조선 정부가 아닌 범죄의 결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측인 일본이다. 실제로 김옥균 암살 사건은 일본이 동아시아를 침략하기 위한 결정적인 빌미로 작용했다.
또한 김옥균과 홍종우의 삶을 재조명하면서 관련 사료만이 아니라 복잡한 정치역학이 작용된 시대별 인물 평가부터 역사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관련 창작물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자료를 취합해 그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또 왜곡되었는지를 다시 밝히고자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가 도달하는 지점은 왜 한국 현대사에서 다른 세상을 꿈꾸고 변화를 시도했던 노력의 대부분이 실패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다. 즉 홍종우와 김옥균을 통해 서둘러 진행된 변화의 노력들이 어떻게 끝났으며, 왜 실패했고, 무엇을 놓쳤는지를 짚어봄으로써 지금 여기 2010년대 한국을 돌아보고자 했다.
무엇보다 거대한 역사에 휘말려 증발된 사람들에게 눈을 돌려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본 것은 이 책이 가진 큰 성과다. 예를 들어 갑신정변이 실패했어도 김옥균을 비롯한 정변의 주역들은 삶을 이어나가 역사에 이름을 남겼지만, 뜻을 함께했던 민초들은 예외 없이 처형되었고 이름마저 빼앗겼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근대인,
홍종우와 김옥균

여기 널리 알려진 김옥균과 동료들의 사진이 있다. 우리는 한국사 교과서 등에서 이 사진을 보며 갑신정변의 주역들이 멋을 낸 채 카메라 앞에 섰다고만 생각하지만, 사진이 촬영된 때를 더듬어보면 이들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조선에서 단발령이 시행된 때는 1895년인데 김옥균은 그 전해인 1894년에 사망했다. 즉 갑신정변을 일으킨 이들은 단발령이 시행되기 훨씬 이전부터 상투를 자르고 양장을 했던 것이다. 그만큼 김옥균은 제국 열강들을 바라보면서 조급했고, 정체된 조선과 불화하며 다른 조선을 꿈꿨던 몽상가였다.

김옥균의 대척점에는 홍종우가 있다. 여전히 홍종우는 김옥균 암살범이나 황국협회의 주역인 수구파로만 기억되지만, 한국사상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으로 한국의 근대문학을 유럽에 알린 번역가였으며, 파리의 사교무대에서 한복을 고집한 민족주의자였다. 동시에 당대 조선인들에게 가장 급진적이라고 평가받은 개화파로 프랑스 체류 시절 제국주의의 위험함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현실주의자였다.
이 둘은 모두 근대의 격랑에 휘말린 조선이 취할 수 있는 두 반응의 양극단에 위치한 개혁가였다. 그러나 조선이 조선을 버리고 다른 나라가 되기를 동시에 꿈꿨던 그 둘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고, 끝내 죽고 죽이는 사이가 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개화기 당시 김옥균의 미숙함과 홍종우가 취했던 복잡한 태도가 아니라 ‘왜 김옥균은 성급하게 개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으며, 왜 홍종우는 김옥균을 살해할 수밖에 없었는가’일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책에서는 개화기를 대표하는 두 문제적 인물만을 추적하는 인물사를 넘어 후쿠자와 유키치에서 이승만에 이르기까지 그들과 얽힌 동아시아의 굵직한 인물들을 모자이크처럼 연결함으로써 근대 한국사를 입체적으로 복원하고자 했다.

지독하게 폄훼되고
철저하게 왜곡된 이름, 홍종우

“김옥균의 생존은 동양 삼국의 평화를 깨뜨릴 우려가 있었다.” 홍종우가 친구처럼 지냈던 김옥균을 살해한 다음 밝힌 동기다. 그러나 홍종우는 처음부터 암살이라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치밀하게 준비해 김옥균에게 접근했으며, 와다 엔지로 등의 회고에 따르면 김옥균 또한 홍종우가 자객임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어울렸다.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이 홍종우가 김옥균의 암살을 실행한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정치적 신념 혹은 가문의 복수를 위해 암살을 결심했다고 추론하지만 가장 단순한 이유가 정답에 가까워 보인다. 홍종우가 김옥균을 죽인 동기는 결국 입신양명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어떤 행동을 취한 동기를 단 하나로 선명하게 재단할 수만은 없다. 홍종우가 벼슬길에 오르는 것만을 추구했다면 굳이 프랑스까지 가 이방인들 사이에서 고생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수차례 홍종우를 복원하려 했음에도 대한제국 선포에 크게 기여하고 고종의 칼이 되어 만민공동회를 부수던 전력 때문인지 여전히 홍종우는 지독하게 폄훼되고 훼손된 이름이다. 마치 ‘락스타’처럼 시신이 흩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묘가 세 군데나 모셔진 김옥균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프랑스 화가 레가메를 비롯해 홍종우를 회상하는 이들은 하나 같이 그를 외로운 늑대나 호랑이에 비유했다. 그는 김옥균을 살해하고 그토록 바라던 벼슬길에 올랐지만 직언을 고집하다가 다른 관료들과 자주 충돌을 빚는가 하면 수시로 상소를 올리며 조선의 변화를 촉구했다. 고종이 사형을 바랐음에도 한직으로 좌천되는 것을 각오하고 원칙을 고수하는 판결을 내려 한 청년을 살린 강직한 법관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가 왕의 뜻을 거스르고 구한 청년은 훗날 한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다.
제주목사 시절에는 제주도의 기득권 세력과 충돌하고, 또 제주도민을 수탈하는 중앙 정부, 나아가 제주도 상권을 흔드는 일본 상인들과 갈등을 빚은 끝에 탐관오리라는 누명을 받기도 한 반골이었다. 홍종우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시대와 불화한 근대인이었다. 그가 좌충우돌하던 김옥균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은 어쩌면 동족혐오였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세상을 꿈꾼 이들의 충돌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두 근대 청년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엇갈린 꿈을 꿨다. 조선을 버리고 싶어 했던 김옥균은 일본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현실적 수단을 어설프게 흉내 내다 그들의 힘에 말리고 말았다. 조선을 버리고 싶어 했던 홍종우는 주체적인 근대화를 꿈꿨지만 기득권이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스스로의 구상을 제시하기도 전에 좌초하고 말았다. 그들의 바람처럼 조선은 조선이 아니게 되었지만 이후 전개된 한국 현대사는 그들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홍종우와 김옥균의 삶처럼 우리들의 현대사는 지독하게 서투르고 치열했던 시간들의 반복이었다.
탈조선이니 헬조선이니 하는 구호가 요란한 한편으로는 정치의 계절을 맞아 다수결로 선출될 이에게 굉장히 많은 변화를 일임하고자 하는 바람들로 아우성치고 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각각의 기대와 바람들은 때로 상생이 아닌 극렬한 갈등으로 치닫기도 한다. 마치 홍종우와 김옥균이 끝내 죽고 죽이는 관계가 되었듯이 말이다.
신념과 신념이 맞부딪쳐 생기는 갈등은 지금 여기에서 절실하게 해결되어야 하는 숙제다. 어느 것도 정답일 수 없는 다양한 생각들이 대립으로 치달을 때 역사는 항상 그 서투른 진지함에 복수했다. 우리가 역사에서 정답을 찾았던 두 근대청년들이 빚어낸 비극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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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 동상이몽이 낳은 비극 | qu**tz2 | 2017.07.2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삼일천하. 이 단어를 들을 적마다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망국을 향해 치닫고 있던 조선의 꺼져가는 희망을 되살릴 몇 안 ...
    삼일천하. 이 단어를 들을 적마다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망국을 향해 치닫고 있던 조선의 꺼져가는 희망을 되살릴 몇 안 되는 기회. 일본에 기대어 벌인 치기 어린 행동이란 평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든 갑신정변이 바로 그것이다. 중심에 놓인 인물들 대다수가 해외로 망명했다. 그들 중 일부는 훗날 독립협회 등에 가담함으로써 개화파의 이미지를 확고히 굳힐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독서에서 만나게 된 인물 김옥균에게는 기회라 하는 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일본으로 망명했고, 십 년간 전전긍긍의 시간을 보냈다. 수차례 그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이어졌고, 결국에는 홍종우라는 인물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세상을 꿈꿨는지 우리는 많은 부분을 오해하고 있다. 이어진 불운한 역사는 우리로 하여금 자생적으로 진보의 역사를 써 내려가지 못했다는 열등감을 지니게 만들었다. 김옥균의 존재는 두고두고 우리에게 아쉬움일 수밖에 없었다. 만일 그의 시도가 성공했더라면. 적극적으로 일제에 부역한 이들 또한 이러한 감정에 힘을 보탰다. 옳은 기운을 바로 알아보지 못하고 우리 스스로 처단했다는 식의 평가는 다시 한 번 우리 자신을 작아지게끔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 이 말은 비단 김옥균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그 시절엔 모두가 살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하나둘 제 삶의 터전을 버리고 먼 곳으로의 이주를 감행했다. 오늘날까지도 조국으로 되돌아오고 있지 못한 수많은 고려인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역사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린 인물이자 오로지 김옥균의 암살자로만 기억되고 있는 인물인 홍종우에게도 이 말은 성립 가능하다. 
    사실 김옥균에 비한다면 홍종우를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는 김옥균을 암살했기에 개화에 반대한 수구파 즈음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후 그가 보인 행보는 더더욱 그래 보였다. 많은 이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역사인 독립협회, 이에 대항했던 보부상들의 조직 황국협회에 홍종우는 적잖이 관여했다. 관변단체였고 어용단체였다. 홍종우와 같은 이들이 입김을 불어넣었기에 황국협회는 생겨났고 독립협회에 대항할 수 있었다. 막연한 이해에 따르자면 독립협회는 절대적 선이요, 황국협회는 절대적 악에 속한다. 홍종우를 탐관오리로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제주목사로서 그가 수탈을 자행하며 민중을 괴롭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인물을 김옥균과 대치점에 놓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는 홍종우에 대해 오랜 기간 쌓여 있던 오해를 해소하는 첫 걸음과도 같았다. 

    견고했던 신분제가 붕괴했고, 예전 같았으면 잘 해야 지방 훈장 이상의 성공이 불가능했던 이들이 제 뜻을 펼치기 시작했다. 홍종우의 출신에 대해서는 많은 말이 있는데, 오래도록 관직에 나서지 못한 몰락양반 정도로 해석하는 게 가장 옳은 듯하다. 그가 지닌 서류는 위조일 가능성이 높으나, 어찌 되었건 그는 프랑스에 발을 내딛은 제1호 조선인 유학생이었다. 프랑스어 구사 능력은 바닥에 가까웠으나 대신 일본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줄 알았던 듯하고, 조선에서 쌓은 나름의 소양으로 학문적인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심청전, 춘향전 등을 프랑스 사회에 소개하면서 그는 조선의 부국강병을 위한 모델로서 프랑스 사회를 엿보기도 했다. 하지만 급작스레 귀국한 것으로보아 프랑스가 그에게 이상적인 공간은 아니었던 듯하다. 
    유학시절에도 도포와 갓 등을 고수했던 홍종우의 꼿꼿함은 이후 그의 삶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자신의 체면이나 지위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니다 싶은 것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직언을 일삼았다. 외세와 탐관오리들 사이에서 힘겨운 균형잡기를 행하고 있던 고종으로서는 어디에도 기대지 않은 채 소신을 보이는 홍종우의 존재를 든든히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그는 조선은 물론 일본에게도 불편함을 야기하던 인물인 김옥균을 암살한 당사자가 아닌가! 
    판단은 각자의 몫이요, 이 책을 읽은 후에도 홍종우를 수구파의 으뜸 즈음으로 여기는 이들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김옥균과 홍종우, 누가 더 앞선 인물이었다는 식의 평은 힘들다. 다만 홍종우가 꿈꿨던 세상이 고종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국가였다는 생각을 해본다. 국가를 견고히 하기 위해 앞장섰던 홍종우로서는 국가의 중심에 놓여있어야 할 인물인 고종의 존재를 지우려 드는 세력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김옥균은 물론이거니와 고종의 권력에 제약을 가하는 결과를 불러 올 독립협회의 개혁안 또한 위험한 것이었다. 자신의 신념을 좇아 행동했던 홍종우의 시대는 그리 길지 못했다. 그가 정확히 언제 사망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하나둘 일제에 의해 수족이 잘려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가 느꼈을 울분만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했다. 

    다른 세상을 택하는 일은 어느 시대에나 위험하고도 고달프다. 반면 현재의 권력에 기생하는 일은 쉽고도 달콤하다. 세상이 전혀 다른 형태를 띤 듯하나 이 사실에만은 변함이 없다. 역사가 지금 이 시점에서 단선적으로 평가 가능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역이용해 제 몸집 부풀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이들은 지금도 넘친다. 김옥균이 지금 살아있다면 그들을 향해 어떤 단죄를 시도할까, 홍종우의 총구가 혹 그들을 향하지는 않을까. 꿈꾸는 것마저도 죄가 되어버린 세상, 꿈보다는 현실을 좇는 사람들이 넘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힌다 .
  • 역사책 아니라 모든 인문서적, 혹은 책 일체의 소명이, 당대의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궁금해할 만한 질문에 대고, 그 가려운 부분...

    역사책 아니라 모든 인문서적, 혹은 책 일체의 소명이, 당대의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궁금해할 만한 질문에 대고, 그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는 해답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근현대사를 배우며 항상 당혹스럽게 다가왔던 대목이, 1) 대체 갑신정변은 왜 시도되었으며 또 무참히 실패하였는가 2) 갑신정변의 주모자 중 아이콘처럼 후세에 전하는 김옥균은 왜 "그 사람"에 의해 암살되었으며, 배후가 혹 있었다면 누구인가 등이었습니다. 2)와 관련해서는 해방공간에서 안두희에 의한 백범의 암살이라든가, 김재규에 의한 박정희의 죽음, 나아가 (앞의 두 사건 사이에 시기적으로 우연히 낀 먼 바다 저편의) 케네디의 비극 등이 함께 연상되는 면도 있습니다.

    20세기 전반을 인접국에 의한 치욕스러운 병탄으로 채웠기에 우리는 보통 근현대사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과 그 속의 인물들에 대해 아주 부정확하고 부적절한 선/악 이분법으로 색깔 칠하기를 시도하는 어리석은 버릇이 있습니다. 이하응에 대해서는 대개 개방과 개혁을 반대하고 조선의 발전을 가로막은 "쇄국정책"의 화체처럼 인식한다거나, (이 책의 주제 중 하나인) 갑신정변과 그 주동자들을 놓고는 "친일파, 준비부족, 단견, 성급함" 등의 특성을 들어 역시 부정적인 범주에 마구 편입한다거나 같은 태도가 있죠. 헌데 1880년대의 친일 행적과, 이후 삼십 여 년이 지나 동족과 고유문화를 말살하며 철저한 사익 추구에 몰두한 행위는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것만은 아닙니다. 흔한 결과론을 가지고서야 무슨 말을 못하겠으며, 오히려 갑신정변이 당시 행여 성공(거의 가능성 없지만)이라도 했다면 향후 조선의 행로가 또 어찌 바뀌었을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우리는확정된 팩트 위주로 지난 역사를 반추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옥균의 경우 저자의 평가는 후한 편입니다. 책 전체에 걸쳐 자주 등장하는 표현대로, 명문가 출신인데다 일찌감치 관직에 오르는 등 성공적인 커리어 첫걸음을 밟았고, 그냥 자연스러운 경로만 밟았어도 어느 정도는 성공과 부귀영화가 보장된 인생이 구태여 모험을 한 데에는 뭔가 남다르고 비상한 각성과 각오가 내면화한 면이 있지 않았겠냐는 겁니다. 실제로 그는 귀공자다운 풍모에 영민한 지성을 지녔으며, 무슨 소외된 하층민 분자들이 막판에 몰려 무모한 도박을 시도하듯 무리수를 밟을 필요가 전혀 없는, 차라리 기득권 금수저에 속한 편인 처지였지요. 변혁은 수세에 몰리거나 불리한 진영, 계급에서 더 목청을 높여 옹호하는 법이니 말입니다.

    반면 홍종우의 경우, 몰락 양반이라는 아슬아슬한 신분치레라 해 봐야 사실상 상민에 가까운 빈한한 처지였으며, 강점기 초반 독립투사들 사이에서 백범이 내내 하시(배운 바 없고 학식이 일천하며 신분이 낮다는 등)되었던 분위기를 연상시키듯, 그 부류 안에서는 2급으로 치던 보잘것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과거 급제 등을 통해 변변한 관직에도 오른 바 없고, 다만 체구가 크고 억센 기질에 비범한 기상을 지녀 타인에게 위압감을 주는 풍모이긴 했나 봅니다. 가까운 촌수는 아니었으나 같은 문중 출신인 홍영식 등이 갑신정변의 핵심 지도층이었듯, 그 역시 김옥균 등과 망명지에서 일정 부분 고락을 함께하던 개화파였습니다. 이런 그가 왜 김옥균을 암살하였는가? 책에서는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청 제국, 고종(과 민자영) 측, 일본 등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배후를 짐작합니다. 배후 세력 중 하나로 조선 개화파의 적극 후원 세력을 자처했던 일본이 끼어 있음에 우리는 주목해야겠죠. 하긴 일본은 이미 갑신정변 당일에도 뒤통수를 친 바 있으니 놀랄 일도 아니긴 하지만.



    홍종우에 대해선 우리 독자들이 잘 몰랐던 면모를, 저자는 한 챕터를 할애해 자세히 소개해 줍니다. 우선 그는 혈혈단신이나 마찬가지로 프랑스에 건너가(책에도 나오듯 여러 현지인들의 후원이 있긴 했습니다) 선진 문물을 배워 조국의 개화에 도움이 되려 했으며(그의 역량과 영향력의 현실적 한계가 어느 정도건 무관하게, 본인 딴에는 매우 진지한 의도로 시작한 듯합니다), 이 와중 해외에는 최초로 "춘향전", "심청전" 등의 번역 소개에 큰 공로를 남기기도 했다는 점이 (저자께서 누누이 강조하듯) 매우 인상적입니다. 책에는 그 번역서들의 내용이 비교적 상세히 요약되었는데, 우리가 아는 표준적 스토리와는 천양지차로 차이가 나 오히려 더 흥미롭습니다. 홍종우가 설령 엉터리로 저런 고전(당시에는 고전 취급도 안 했겠으나)을 알았다 쳐도, 오늘날같이 구비/기록 문학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지고 그를 대중 교육을 통해 보급하던 시절이 전혀 아닌지라, 그리 이상할 건 없습니다. 양반은 눈길도 주지 않던 비루한 학문(점성술 등)의 번역(여기에 오히려 프랑스인들은 큰 관심을 주었죠)에 치를 떨며 지겨워하던 그였다면, 고전 문학에 대해선 어떤 태도였겠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죠. 그가 만약 저승에서 현대의 한국을 주시한다면, 자신의 이런 행적(춘향전 등의 불어 번역에 기여)가 후손들의 관심을 끄는 사실에 오히려 놀라워했을 겁니다.

    김옥균이, 강점기 동안에는 총독부 당국을 통해 과장되이 미화되었다면, 해방 이후에는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어설픈 혁명가 흉내를 내다 망한 친일파 정도로 흉한 이미지가 씌워진 면이 있습니다. 정/부정, 흑/백의 이분법 범주로는 전혀 유리한 평가를 못 받을 그이지만, 이 사람을 암살한(친분과 의리로 교유하다 느닷 배신했다는 점에서 반인륜 요소까지 있는) 홍종우는 그럼 이미지가 긍정적이냐, 그건 또 전혀 아닙니다(그 전에, 아예 이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듯). 만약 정부 당국의 매수와 감언이설에 넘어가 "거사"를 결행한 소인배라면, 그의 이후 긴 행적에는 그런 "나쁜 인격"과는 잘 매치가 안 되는 기이한 발걸음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첫째 옥균을 갓 처치하고 돌아온 후 과거 급제(요식행위), 당상관 부임 등 평생의 한풀이 소원성취를 다해 본 그로서는, 이상하게도 정해진 코스라 할 여흥 민씨 척족의 하부로 냉큼 편입되지 않고, 오히려 소신 발언을 일삼아 주위를 무안하게 하거나, 엇박자 행보를 보이기 일쑤였습니다. 이는 물론 마냥 긍정적으로 볼 건 아니고, 그로선 보다 먼 정치적 장래를 내다보고 내디딘 신중한 정치 술수일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저자께서 정리, 제시한 여러 팩트들은, 혹시 그가 (참으로 보기 드문 유형의) 괴짜 소신파(어느 세력으로 분류하기 힘든), 그 나름 마음에 순정과 대의를 간직한 진짜 의기지사였을 가능성을 높여 줍니다. 이는 제주 목사로 부임하고 난 후 여느 탐관오리처럼 가렴주구에 몰두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뚜렷이 부각되긴 하네요.

    홍종우의 생과 각종 사건의 중심에 섰던 그 진짜 의도가 완전한 암흑에 싸여 있다면, 김옥균은 그보다는 덜 심해도 여전히 많은 행적이 의문을 남기는 게 사실입니다(저자의 표현을 다소 변형하자면). 비(非)학자 출신 인기 대중서 저술가인 저자는 내내 이런 주제를 골라잡아 우리 독자들과 소통해 왔으며, 그의 독자들이 호응을 보내 온 이유도 이런 주제의식에 아마 크게 기댈 겁니다. 옥균은 (저자가 누누이 강조하듯) 보장된 출세를 멀리하고 구태여 목숨을 건 가시밭길을 택했다가 진짜 목숨도 날리고 역적의 오명을 뒤집어쓴 채 자신뿐 아닌 가문과 친우들의 안위마저 위협한 꼴이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의 "진정성, 사상적 깊이"에 대해 더 심도 있는 고찰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견해는 물론 타당합니다만, 지난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이른바 궁정 쿠데타류의 정변이란 대부분 "시스템의 중추적 일부, 권귀 중의 권귀"들에 의해 벌어졌다는 점에서 아주 특이할 건 없다고 봅니다. 옥균뿐 아니라, 철종의 부마였던 박영효 등 정변 주체세력 대부분이, 곱상하고 뽀얀 얼굴을 한 귀공자풍의 엘리트들이었습니다. 홍종우 역시 특별한 선견지명이 있었다기보다, 어느 정도의 선의를 품은, 힘깨나 쓰던 협객형 인물이었을 뿐 탁월한 경세가 반열에 끼기란 어렵다고 봅니다.

    책은 대체로 재미있게 쓰여져 페이지가 잘 넘어갑니다만, 1) 묄렌도르프 (목참판)의 이름이 내내 "뮐"렌도르프로 쓰여져 그 점이 의아했습니다. 철자가 Möllendorff이므로, ü가 아닌 이상 "묄"이 맞겠습니다(현지인 발음이나 현행 외래어 표기법 규칙 등 어떤 기준에 의해서도) 2) 예컨대 다음 사진처럼, 일일이 원어(여기선 러시아어 키릴문자)를 병기해 주시는 성의는 감사하지만, 띄어쓰기가 안 된 부분이 있어서 좀 불편했다고나 할까요?

    파벨(이름). 표도로비치(부칭). 운테르베르게르(성)


    거사 직후 왜 개화파들이, "쇄국 정책의 대명사인" 흥선대원군을 자측에 끌여들였는지는 참 의문인데, 저자께서는 "텐진에 억류된 노인이 이후 현실적으로 정치에 영향을 끼치긴 어렵다"는 판단 하에, 대중의 호응과 관심을 끌기 위해 이름을 넣었다고 합니다. 이에 동의하지만(이하응은 요즘 식으로 말하면 포퓰리스트스러운 면이 많았죠. 유능하긴 했으나), 사실 대원군이 골수에 박힌 수구파도 아니었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때 큰 원성을 샀던) 유림의 지지를 얻으려 일종의 아젠다 선점으로 그런 정책을 취했을 뿐으로, 너무 도식화한 노선에 고정시킬 필요가 애초에 없다고 봅니다. 임오군란 때에는 왜 그런 스탠스였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개화-수구의 노선 분류보다는, 민씨 척족에 대해 이에 영합하느냐 아니면 모조리 축출하고 새 질서를 마련하느냐 쪽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개화파들이 공연히 이하응을 끌어들이는 인상을 주어 결과적으로 민자영의 반감을 불렀다"는, 인과 관계가 뒤바뀐 주장 아닌가 싶습니다.

  •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사실 나는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단순히 구한말 격변기에 잠시 다른 세상을 꿈꾸다가 ...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사실 나는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단순히 구한말 격변기에 잠시 다른 세상을 꿈꾸다가 3일 천하를 맛보고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인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상을 갖고 있었고, 3일 천하 이후에는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는 더더욱...그리고 그가 홍종우라는 사람에게 암살당했다는 사실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은 격변의 구한말을 살았던 김옥균과 홍종우 두 사람의 숨겨진 이야기를 너무 생생하게 그려주고 있다. 역사 속의 인물들은 시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 두 사람을 혁명가와 암살자라는 정해진 답을 가진 평면적인 인물로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이런 평면적인 인물들에 사실적인 내용들을 첨가하면서 흡사 새로운 영화를 보는 듯한 입체적인 주인공 두 명을 독자들에게 제시해 준다. 특히 김옥균과 홍종우의 이야기를 서로 번갈아가면서 기술하면서 두 사람이 왜 서로 다른 길을 걷데 되었는지를 더욱 긴장감 있게 읽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통해서 두 사람이 서로 추구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종국에는 조선의 독립과 부국을 꿈꾸었던 사람이었다는 새로운 시각을 갖을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은 힘없는 조선을 위해서 외세의 힘에 의존하기는 했지만, 이것은 어차피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여전히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제대로 된 주장조차 내세우지 못하는 지금의 위정자들에게 새로운 위인전처럼 읽혀주고 싶은 책이다.

  • 최근 최순실이의 국정 농단 등으로 인해 정치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었고 최순...

    최근 최순실이의 국정 농단 등으로 인해 정치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었고

    최순실 처럼 역사상의 간신들도 끊이지 않았고

    그리고 최근 유행어 처럼 번지는 헬조선이라는 말 또한

    그와 맥락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이 책 '그래서 조선을 버렸다'라는 책은

    구한말 실존인물이었던 홍종우라는 사람과 김옥균이라는 사람을 통해

    당시의 나라 꼬라지와

    그들이 꿈꿨던 세상이 어떤 세상이었는지를 말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19세기 구한말 우리나라에게는 정답이 절실했던 시기지만 모든 사람들의 이해관게가 제각각이었고

    목표도 달랐기에 서로가 충돌하고 죽고 죽이는 관계가 되었다.

    홍종우와 김옥균도 역시 나름의 방식과 관점에서 정답을 찾을려고 애썼던 사람들이었으나

    그 방향과 관점이 달랐기에 죽음과 암살로 엮이게 되었던 것이다.

    김옥균을 암살한 홍종우는 단순 암살자가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 프랑스 유학파

    김옥균은 보통 친일파라고도 통하는 인물..

     

    그렇게 악연으로 엮인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꿈꾼 조선의 모습은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기억할만하다고 하고 있다.

     

    그들을 통해서 조선 구한말에 대한 상황과 역사적 사실들을 더불어 알게된 점도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학교 국사시간에 놓쳤거나 알방의 관점으로만 봤던 인물들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재정의해보길 바란다.

  • 이 책은 조선 후기 홍종우의 삶과 김옥균의 삶을 고찰하고 있다. 조선 후기 조선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둘째 아들 고종이 집권하...
    이 책은 조선 후기 홍종우의 삶과 김옥균의 삶을 고찰하고 있다. 조선 후기 조선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둘째 아들 고종이 집권하면서, 민씨 집안이 조선의 권력을 잡게 된다. 홍종우는 몰락한 가문 출신으로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고, 일본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책에는 일본에서 공부하였던 홍종우는 프랑스 유학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그건 프랑스 최초 유학생으로 기록되어 있는 홍종우의 여권이 실제로는 합법적인 형태가 아닌 불법적인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홍종우 또한 프랑스에서 공부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한편 홍종우는 프랑스에서 프랑스를 사용할 수 없었고 자신이 쓸 수 있는 언어 일본어를 활용해, 조선 시대 춘향전과 심청전을 프랑스에 소개하게 된다. <춘향전>은 일본어를 할 수 있는 프랑스 인 J.H 로니에 의해 번안 소설의 형태로 출간되었으며, 번안 소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 스토리와는 많이 다른 형태였다. 반면 <심청전>은 홍조우 본인이 쓴 번역 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다.


    18세기 후반 조선은 급변하고 있었다.고종이 즉위하면서 살아있는 권력, 흥선 대원권이 조선을 움켜지고 있다. 여기에 외척 세력인 민씨 가문은 조선을 점점 더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반면 민씨 세력에 맞서는 개화파가 나타나면서 조선 사회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게 된다. 그들은 새로운 세상을 원하고 있었다. 박지원의 손자 박규수 주도로 조선 시대의 개화사상을 위해 뜻있는 청년들이 모여들게 된다. 김옥균은 과거에 급제하였고, 개화에 동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양반집안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지위를 내려 놓고 개화 사상에 뛰어들게 된다. 조선시대는 상당히 복잡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고, 일본의 대륙 침략과 외교전, 조선의 외교권 박탈로 인하여, 조선은 자주권을 가지기 위해서 헤이그 특사를 파견하지만 일본의 방해로 인해 실패로 끝나 버렸다.


    저자는 여기서 홍종우와 김옥균을 비교하고 있다.김옥균이 갑신정변을 일으키고 권력을 쥐고 있는 민씨 가문의 핵심 명성왕후의 권력 차단과 민영익을 암살 시도 하지만 물거품이 되었다. 청나라와 일본 사이에서 그들의 힘의 논리에 따른 조선의 입장, 김옥균의 계획 실패로 인해 일본의 눈밖에 나게 된 김옥균은 홍종우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홍종우는 몰락한 가문 출신으로서 프랑스에 다녀왔지만, 그것이 조선에 돌아와 내세울 수 없었다. 홍종우가 처한 현실이 김옥균을 상해로 끌어당겼으며, 김옥균을 총상했던 이유로 보았다. 김옥균이 갑신정변 당시의 수기를 남겨놓은 갑신일록과 황현이 19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까지의 조선 말기의 비화를 기록해 놓은 매천야록을 통해 그 상시 조선의 상황을 퍼즐을 맞춰 나간다.


    홍종우와 김옥균의 공통점은 조선을 바꾸고 싶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었으며, 김옥균이 꿈꾸었던 아시아의 프랑스 조선은 물거품이 되었다. 홍종우는 김옥균 사살하였고, 청나라와 일본간의 이해관계가 조선을 둘러싸고 도드라 졌으며, 일본에 맞서고 싶었지만, 힘이 없었던 고종은, 러시아가 일본 보다 더 힘이 세다는 사실을 깨닫고, 친일본에서 친러시아로 돌아서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는 항상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짐을 알 수 있다. 홍종우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묻히고, 김옥균의 개화사상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사교과서, 하지만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당시 조선의 이해관계를 봐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홍종우의 삶을 드높이는 것보다 김옥균의 삶을 부각시키면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정당화 하였으며, 그것을 이용해 왔다. 아직 우리는 김옥균 죽음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며, 홍종우와 김옥균 사이의 숨겨진 미스터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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