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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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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쪽 | 양장
ISBN-10 : 8937441292
ISBN-13 : 9788937441295
주주(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요시모토 바나나 | 역자 김난주 | 출판사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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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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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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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의 맛있는 고기를 먹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푸근해지고 힘이 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마음이 푸근해지면서도 침이 고이는 맛있는 소설 『주주』.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삼 대째의 가게 ‘주주’를 꾸려가는 미쓰코와 신이치, 그리고 각자의 결핍을 안고 오늘을 힘껏 살아 내는 단골손님들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자신이 정말 피폐했을 때,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만화 《지옥의 살라미 짱》을 읽고 겨우 잠들었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자신이 그 만화를 통해 쉴 수 있었던 것처럼 이 작품에 등장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마음을 치유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엄마가 심장마비로 쓰러지고, 엄마를 잃은 잿빛 세상 속에서 아주 서서히 여러 가지의 생생한 색을 회복하고 있는 중인 미쓰코는 아버지와 전 남자친구 신이치까지 셋이서 햄버그와 스테이크 가게 ‘주주’를 꾸려 나간다. 소설의 제목이자 가게의 이름인 ‘주주’는 일본어로 고기가 지글지글 익는 소리로,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삼 대째로 이어온 가게이고, 미쓰코에게 가족이자 분신이다.

‘주주’의 스테이크와 햄버그에는 묘한 마력이 있다. 주주- 하고 지글지글 익는 고기일 뿐인데 자연스레 사람이 모이고, 울고, 그리워하고, 치유된다. 주주의 꽃은 역시 단골 이웃들이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 여성지 편집자 오카와 씨, 옆집 서점 아들 미야사카 씨, 유령 같은 분위기의 유코 씨 등은 엄마의 빈소를 찾아 주고, 휴가로 갈 만한 숙소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아기집을 확인하러 손을 잡고 산부인과를 가는 등 그야말로 함께 살아간다.

저자소개

저자 : 요시모토 바나나
요시모토 바나나는 1987년 데뷔한 이래 ‘가이엔 신인 문학상’, ‘이즈미 교카상’, ‘야마모토 슈고로상’, ‘카프리상’ 등의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현대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히고 있다. 특히 1988년에 출간된 『키친』은 지금까지 2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으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되어 바나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주었다. 열대 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좋아하여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제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열성적인 팬들을 두고 있다. “우리 삶에 조금이라도 구원이 되어 준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좋은 문학”이라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왔고 또 살아간다는 동질감만 있으면 누구라도 쉽게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키친』, 『하치의 마지막 연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럭』, 『불륜과 남미』, 『슬픈 예감』, 『아르헨티나 할머니』, 『데이지의 인생』, 『그녀에 대하여』, 『안녕 시모키타자와』, 『막다른 골목의 추억』,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도토리 자매』, 『스위트 히어애프터』, 『N.P』, 『어른이 된다는 것』, 『바다의 뚜껑』, 『매일이, 여행』, 『서커스 나이트』 등이 출간, 소개되었다.

역자 : 김난주
1987년 쇼와 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쓰마 여자대학과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대표적인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일본 문학 및 베스트셀러 작품을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하드보일드 하드럭』, 『하치의 마지막 연인』, 『암리타』 , 『티티새』, 『막다른 골목의 추억』, 『서커스 나이트』,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각수의 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포트레이트 인 재즈』,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해 뜨는 나라의 공장』,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등과 『겐지 이야기』, 『모래의 여자』, 『기린의 날개』, 『천공의 벌』 등
이 있다.

목차

주주ㆍ 11
저자 후기ㆍ 163

책 속으로

나는 무의식의 바다 속에 잠긴다. 그런 때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그저 해파리처럼 떠 있을 뿐이다. (13~14쪽)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좋은 쪽으로 꾸역꾸역 끼워 맞춰 생각한다면 물론 좋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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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의식의 바다 속에 잠긴다.
그런 때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그저 해파리처럼 떠 있을 뿐이다. (13~14쪽)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좋은 쪽으로 꾸역꾸역 끼워 맞춰 생각한다면 물론 좋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자기 최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것이 인생이다.
그저 그뿐이다. (30쪽)

인생을 단순하게 산다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깨달았다. 마치 서핑 같다. 파도는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니, 늘 그때그때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비틀린 모습이 되어도, 의도만 유지하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만사는 단순해진다. (37~38쪽)

약해졌을 때만 보이는 것이 있다.
상태가 좋을 때는 간과하고 보고 싶지 않은 자잘한 것이, 약해졌을 때는 벽에 묻은 얼룩처럼 확실하게 눈에 띤다. (59쪽)

살고 싶어, 살아 있어, 그렇게 말하고 싶은, 그런 향기로운 냄새였다. 페로에게서도 나는 그 냄새. 햇볕을 넉넉히 받은 행복한 개의 냄새. 사람의 보살핌 속에, 사랑받고 지내는 것의 냄새. 그래, 느껴져, 나는 살아 있어, 말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고 충전되었다. (61쪽)

오카와 씨의 예리한 관찰력이 이런 때는 무척 유연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색에 맞춰 보는 게 아니라, 전부 제대로 바라보고 있다. (64쪽)

솔직하고, 그 자리를 즐겁게 하는 것. 사실은 힘들어도, 인생을 물놀이를 하듯 헤쳐 나가는 척하는 것. 괴로워 보이는 사람에게도 명랑하게 인사하고, 반짝거리는 것을 발산하는 것. (82쪽)

멋진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술에 취한 것처럼 사랑에 취해서, 많은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피차 어머니를 잃었고, 소중한 사람이 빠져나간 구멍만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96쪽)

힘내, 젊은 아빠와 엄마, 저래서 괜찮을까? 아니, 괜찮을 거야.
이 저녁 하늘이, 투명한 공기가, 샛별이, 돌아가는 길의 십오 분 동안에 두 사람을 아빠와 엄마로 키워 줄 것이다. (108쪽)

우리는 사실은 서로를 시샘하고, 깎아내리고, 상대의 목숨을 파먹으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에 거는 사람들도, 아주 조금이지만 있다. (145~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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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고기가 주주- 소리를 내며 지글지글 익어간다 이 가게의 햄버그를 먹으면 왜인지 힘이 나!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스태미나 샘솟는 맛있는 소설 세상이 잿빛으로 보이는 절망의 시기에서, 점차 삶의 색이 돌아오며 ...

[출판사서평 더 보기]

고기가 주주- 소리를 내며 지글지글 익어간다
이 가게의 햄버그를 먹으면 왜인지 힘이 나!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스태미나 샘솟는 맛있는 소설

세상이 잿빛으로 보이는 절망의 시기에서,
점차 삶의 색이 돌아오며 보이는 것들

읽다 보면 슬며시 따스함이 번져 오는 작품으로 꾸준히 독자들을 만나 온 세계적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마음이 푸근해지면서도 침이 고이는 맛있는 소설로 돌아왔다.

소설의 시작은 가게 ‘주주’의 안주인 엄마가 심장마비로 쓰러진 이후부터다. 아무리 여러 번 겪어도 무뎌지지 못하는 최후의 슬픔이 있다면, 그것은 상실 아닐까. 주인공 미쓰코는 엄마를 잃은 잿빛 세상 속에서 아주 서서히 여러 가지의 생생한 색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일단 눈앞에 놓인 인생을 단순하게 산다는 것에 전력을 다하는 주인공, 아내와 사별한 아빠, 아이라는 새로운 가족 맞이를 준비하는 전 남친, 그리고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고,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한쪽으로 쏠려 있어 서로를 도울 수 있는” 이웃들이 모여 오늘을 힘껏 살아 내는 씩씩하고 맛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은 두 발로 대지를 딛고, 몸이라는 제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수명이 다할 때까지 한껏 사는 생물입니다.
그것은 매우 허망하고, 그러나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 후기에서


“어떻게든 되지 않는 일들뿐. 그런 것이 인생.”
맛있는 햄버그와 스테이크 가게 ‘주주’를 둘러 싼 가족 이야기

주인공 미쓰코는 아버지와 전 남자친구 신이치까지 셋이서 햄버그와 스테이크 가게 주주를 꾸려 가고 있다. 소설의 제목이자 가게의 이름인 ‘주주’는 일본어로 고기가 지글지글 익는 소리다.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삼 대째로 이어온 가게, 주주는 미쓰코에게 가족이자 분신이다.

“나는 가게와 한 몸으로 태어난 사이보그라고 할까, 가게에서 분열되어 생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쭉 가게에서 자랐다.” (21쪽)

어릴 적부터 마당의 별채에서 지내며 함께 살아온 신이치는 주주에서 고기를 굽는다. 미쓰코는 열일곱 살 무렵, 먼 사촌이기도 한 신이치의 아이를 유산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해서 자연스레 결혼하여 가게를 이어받을 것만 같던 친밀한 관계가 깨져 버렸다. 그가 다시 주주로 돌아온 건 친구들과의 등산, 혼자만의 침잠, 직장 생활, 그리고 결혼이라는 먼 길을 돌아서였다.

“그러고 보면, 인생에 정해진 것은 전혀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37쪽)

엄마를 잃은 지금, 미쓰코는 “눈물에 젖어 붕 떠 있”는 상태다. 미쓰코는 여전히 가게에서 일을 돕고 동네 주변을 맴돌고 있지만 엄마가 사랑하던 만화책 『지옥의 살라미 짱』으로 그리움을 달래며 “그저 해파리처럼 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조금 다른 느낌의 무언가가 시작되려 한다.

“그렇다, 여느 때와 아무 다를 게 없는 오후였다. 그런 변화가 시작될 날이라는 걸 알았다면, 그 하루를 좀 더 음미할 수 있었을 텐데.” (27쪽)


“맛있는 햄버그 속에는 누구도 만질 수 없는 기적의 공간이 있다.”
맛있는 음식은 위로가 되는 법

“사랑 냄새도 나. 연애를 시작하기 직전의 사람 냄새.” (43쪽)

아무런 일도, 만나는 사람도 없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은 미쓰코. 그날 저녁 가게에 처음 보는데도 왜인지 낯이 익은 한 손님이 찾아온다. 소탈하지만, 내면에 격한 분노를 은밀히 간직한 분위기다. 서른 후반 즈음 되어 보이는 두툼한 손바닥을 가진 남자.

“많이 기다리셨죠. 맛있게 드세요.”
늘 하는 말을 하자, 그는 나를 힐금 올려다보고는 김이 오르는 철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통곡이었다. 사람이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봤을 정도로 엉엉 울었다. (52쪽)

그 순간 미쓰코는 “그 옆에 그저 서 있었을 뿐인데, 나는 왠지 ‘앞으로 나는 이 사람과 함께하게 될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 둥그런 등에 책임을 느꼈던 것이다.” 하고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그 남자는 왜 주주의 햄버그를 앞에 두고 울기 시작한 것일까. 미쓰코가 느낀 감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인생의 파도를 제대로 타는 감각이 돌아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주의 스테이크와 햄버그에는 묘한 마력이 있다. 주주? 하고 지글지글 익는 고기일 뿐인데 자연스레 사람이 모이고, 울고, 그리워하고, 치유된다. 주주의 꽃은 역시 단골 이웃들이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 여성지 편집자 오카와 씨, 옆집 서점 아들 미야사카 씨, 유령 같은 분위기의 유코 씨 등은 엄마의 빈소를 찾아 주고, 휴가로 갈 만한 숙소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아기집을 확인하러 손을 잡고 산부인과를 가는 등 그야말로 ‘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사람들은 일상에 기력이 필요할 때 주주에 와서 고기를 먹고 힘을 얻는다. “맛있는 햄버그 속에는 누구도 만질 수 없는 기적의 공간이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후기에 “제가 살라미를 통해 쉴 수 있었던 것처럼, 이 작품에 등장하는 동네의 평범한 사람들이 독자 여러분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기를.” 하는 마음을 적었다.

마음이 붕 떠 있어 좀처럼 잡히지 않을 때, 제멋대로인 살라미 짱처럼, 어떻게든 자기 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이 사람들을 만나 보자. 마음의 비상이라 부를 만한 자유가, 그리고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담담한 각오가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차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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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아슬아슬 한 일상 속 펼쳐지는 위태위태한 기묘함      중학교 때, 사서 선생님의 추천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을 처음 접했었다. 지금 어렴풋이 기억나는 내용들을 떠올려보면 그때 그 나이의 내가 과연 얼마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을 이해하고 받아들였을까 싶다. 나에게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야기는 참 기묘했지만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었던 것 같다.      요시모토 바바나의 신작 <주주>는 일본 어느 작은 마을 햄버거 가게 이름이다. 정신적 지주였던 엄마를 먼저 떠나보내고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상실감을 극복해내는지를 그린다. 엄마의 죽음은 계기가 되었을 뿐, 주주의 인물들은 다들 어딘가 결핍되었고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      그제까지 강아지처럼 들어붙어 한 이불을 덮고 자고, 밤에는 같이 텔레비전을 보며 깔깔 웃었고, 사온 과자를 나눠 먹곤 했는데, 갑자기 이 세상 누구보다 멀어지고 말았다(p30).       한때는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될 수 있다. 그저 상황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 위로하지만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다. 슬픔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으니 말이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좋은 쪽으로 꾸역꾸역 끼워 맞춰 생각한다면 물론 좋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자기 최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것이 인생이다. 그저 그뿐이다(p30).      아마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그저 막장 드라마의 한편이라며 투덜거렸을 거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있냐고. 하지만 우리의 삶의 이야기는 평탄하기 보다는 주주의 주인공 미쓰코처럼, 예측할 수 없는 파도 앞에 무너지고 상대의 마음은 내 마음과 같지 않다. 이게 인생인 것이다. 무난하게 생각해온 인생 계획은 나만의 헛된 꿈으로 물거품이 되고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나 자신 밖에 없게 된다.      미쓰코의 아빠는 엄마의 죽음 앞에서 삶의 의미를 잃었다. 미쓰코의 상실은 이전부터 깊숙한 상처로 남았다. 한때는 그녀의 연인이었던 신이치의 무책임함과 사랑과 우정사이를 넘나들었던 아슬아슬한 관계. 그와의 지독한 연결고리를 끊어내고서야 비로소 미쓰코는 진정 해방될 수 있었다.      나라면 신이치의 귀환을 환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주를 사랑하는 신이치의 마음을 미쓰코는 받아들였고 남자 신이치와 주주의 신이치를 분리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해졌다.      신이치의 상실은 부모님이다. 그의 부모님에게 그의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어린 아이가 혈육이 아닌 타인의 집에서 자라야만 했던 그 아픔. 그는 성숙함을 배우지 못했고 자기중심적인 삶을 산다. 어떻게 보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기도 하다.         미쓰코의 성장이라 말하지만 바보같이 답답한 면모에는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담겨있다.어떻게든 되지 않는 일들뿐, 그런 것이 인생(p106). 인간은 절망과 슬픔 앞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소박한 꿈을 위해, 엄마를 생각하며 주주를 꾸민다. 비록 자신 이후 3대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이 가게가 사라진다 할지라도. 지금 그녀의 삶은 주주를 지켜내는 것이 소명이기 때문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캐릭터는 참 비현실적인 것 같지만 상당히 현실적이다. 삶의 원동력을 주주로 삶은 미쓰코의 또 다른 꿈은 탈출이다. 누군가로부터 당연하게 부여받은 소명은 진정 그녀의 꿈이 아닐 수도 있다. 조용했던 마을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지금은 잠시 유예되었지만 주주는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탐욕스러운 자본이 잠식하면 어쩔 수 없는, 그런 일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녀는 이 상황을 무시하지만 내심 바라고 있다. 더 이상 기름 냄새 앞에서 일하지 않기를.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꿈꾸며 그린 구상에 주주가 빠지기도 한다.      시간이 약인가. 아니면 산 사람은 살아야하니까. 상황이 변함에 따라 순응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엄마가 가고 싶었던 가루이자에 기묘한 관계로 엮인 네 사람이 향했고 그곳에서 지금까지의 상실을 털어버린다. 결코 풀리지 않을 실타래는 예기치 않게 자연스럽게 풀리고 우리는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를 산다.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꾸며.       짧은 책이지만 사실 너무 어려웠다. 짧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읽어야 할지 생각하는 것도 어려웠고 이야기는 말 그대로 기괴했다.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을까?의 해답은 <주주>였다. 주주는 위태로운 관계의 사람들을 엮어주는 아지트 같은 역할을 한다. 주주가 아니라면 뭉칠 수 없는 사람들도 따뜻한 햄버거 스테이크로 웃을 수 있다. 삶은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이 더 많고 끝없이 무너지지만 견뎌낼 수 없는 상실감을 딛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소박한 일본의 작은 가게를 생각하며 읽는다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일본스러운 감성을 좋아한다면 믿고 읽어도 되는 소설이다. 기묘함 속에서 찾는 일상의 진정한 가치를 주주보다 더 잘 담을 수 있는 소설이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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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슬아슬 한 일상 속 펼쳐지는 위태위태한 기묘함

        

    중학교 때, 사서 선생님의 추천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을 처음 접했었다. 지금 어렴풋이 기억나는 내용들을 떠올려보면 그때 그 나이의 내가 과연 얼마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을 이해하고 받아들였을까 싶다. 나에게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야기는 참 기묘했지만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었던 것 같다.

        

    요시모토 바바나의 신작 <주주>는 일본 어느 작은 마을 햄버거 가게 이름이다. 정신적 지주였던 엄마를 먼저 떠나보내고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상실감을 극복해내는지를 그린다. 엄마의 죽음은 계기가 되었을 뿐, 주주의 인물들은 다들 어딘가 결핍되었고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

        

    그제까지 강아지처럼 들어붙어 한 이불을 덮고 자고, 밤에는 같이 텔레비전을 보며 깔깔 웃었고, 사온 과자를 나눠 먹곤 했는데, 갑자기 이 세상 누구보다 멀어지고 말았다(p30). 

        

    한때는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될 수 있다. 그저 상황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 위로하지만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다. 슬픔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으니 말이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좋은 쪽으로 꾸역꾸역 끼워 맞춰 생각한다면 물론 좋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자기 최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것이 인생이다. 그저 그뿐이다(p30).

        

    아마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그저 막장 드라마의 한편이라며 투덜거렸을 거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있냐고. 하지만 우리의 삶의 이야기는 평탄하기 보다는 주주의 주인공 미쓰코처럼, 예측할 수 없는 파도 앞에 무너지고 상대의 마음은 내 마음과 같지 않다. 이게 인생인 것이다. 무난하게 생각해온 인생 계획은 나만의 헛된 꿈으로 물거품이 되고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나 자신 밖에 없게 된다.

        

    미쓰코의 아빠는 엄마의 죽음 앞에서 삶의 의미를 잃었다. 미쓰코의 상실은 이전부터 깊숙한 상처로 남았다. 한때는 그녀의 연인이었던 신이치의 무책임함과 사랑과 우정사이를 넘나들었던 아슬아슬한 관계. 그와의 지독한 연결고리를 끊어내고서야 비로소 미쓰코는 진정 해방될 수 있었다.

        

    나라면 신이치의 귀환을 환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주를 사랑하는 신이치의 마음을 미쓰코는 받아들였고 남자 신이치와 주주의 신이치를 분리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해졌다.

        

    신이치의 상실은 부모님이다. 그의 부모님에게 그의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어린 아이가 혈육이 아닌 타인의 집에서 자라야만 했던 그 아픔. 그는 성숙함을 배우지 못했고 자기중심적인 삶을 산다. 어떻게 보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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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쓰코의 성장이라 말하지만 바보같이 답답한 면모에는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담겨있다.어떻게든 되지 않는 일들뿐, 그런 것이 인생(p106). 인간은 절망과 슬픔 앞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소박한 꿈을 위해, 엄마를 생각하며 주주를 꾸민다. 비록 자신 이후 3대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이 가게가 사라진다 할지라도. 지금 그녀의 삶은 주주를 지켜내는 것이 소명이기 때문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캐릭터는 참 비현실적인 것 같지만 상당히 현실적이다. 삶의 원동력을 주주로 삶은 미쓰코의 또 다른 꿈은 탈출이다. 누군가로부터 당연하게 부여받은 소명은 진정 그녀의 꿈이 아닐 수도 있다. 조용했던 마을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지금은 잠시 유예되었지만 주주는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탐욕스러운 자본이 잠식하면 어쩔 수 없는, 그런 일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녀는 이 상황을 무시하지만 내심 바라고 있다. 더 이상 기름 냄새 앞에서 일하지 않기를.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꿈꾸며 그린 구상에 주주가 빠지기도 한다.

        

    시간이 약인가. 아니면 산 사람은 살아야하니까. 상황이 변함에 따라 순응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엄마가 가고 싶었던 가루이자에 기묘한 관계로 엮인 네 사람이 향했고 그곳에서 지금까지의 상실을 털어버린다. 결코 풀리지 않을 실타래는 예기치 않게 자연스럽게 풀리고 우리는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를 산다.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꾸며

        

    짧은 책이지만 사실 너무 어려웠다. 짧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읽어야 할지 생각하는 것도 어려웠고 이야기는 말 그대로 기괴했다.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을까?의 해답은 <주주>였다. 주주는 위태로운 관계의 사람들을 엮어주는 아지트 같은 역할을 한다. 주주가 아니라면 뭉칠 수 없는 사람들도 따뜻한 햄버거 스테이크로 웃을 수 있다. 삶은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이 더 많고 끝없이 무너지지만 견뎌낼 수 없는 상실감을 딛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소박한 일본의 작은 가게를 생각하며 읽는다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일본스러운 감성을 좋아한다면 믿고 읽어도 되는 소설이다. 기묘함 속에서 찾는 일상의 진정한 가치를 주주보다 더 잘 담을 수 있는 소설이 있을까!   

      <o:p></o:p>

  •  

    어떻게든 되겠지, 언젠가는 어떻게든 되겠지... 마치다 고우의 <어떻게든 될 거야>는 어떤 오래일까? 반복되는 구절들은 한두 번 읽었을 뿐인데 입안에서 맴돌게 된다.

    꽤 오래전인 것 같은 막연한 생각이 든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고 하루가 저물기를 같은 장소에서 4년을 거의 쉼 없이 해왔었고, 매장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반가운 단골들도 늘어갔는데, 결국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매장을 정리했어야 했다. 그 당시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이 ‘오래도록 같은 자리에서 장사할 수 있을까?’였다. 워낙 번화가이기도 했지만, 결국 자본에 밀려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을 지나 지금은 정체기의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오늘도 자영업자로 하루의 시작을 열고 닫는 삶을 살고 있다.

    3대째 이어오고 있는 햄버그집 ‘주주’. 할아버지도 매장에서 일하다 돌아가셨는데 미쓰코의 엄마도 ‘주주’에서 쓰러져 돌아가셨다. ‘주주’의 마스코트와도 같았던 엄마의 빈자리가 크지만 주주를 찾아주는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힘차게 ‘주주’의 하루를 시작한다. 먼 친척인 신이치, 미쓰코 대에서 주주의 대가 끊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주주에서 아버지와 함께 햄버그를 만들며 남아준다. 신이치와의 미래가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연인이었던 그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살게 된다. 글을 읽으면서도 가족인데 연인이었다가 다시 가족으로... 참 심플하네?!

    주주를 중심으로 각자의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오늘 내가 살아가는 시간들을 돌아보며 ‘함께 힘내요!’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응원이 되는 글, 주주.. 익어가는 햄버거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지는 밤이다.

    13p.

    어쩌다 이렇게 멀리까지 왔을까. 어느 틈에 부모가 죽고, 이런 나이가 되다니. 믿기지 않는다.

    30p.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좋은 쪽으로 꾸역꾸역 끼워 맞춰 생각한다면 물론 좋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자기 최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것이 인생이다. 그저 그뿐이다.

    37~38p.

    인생을 단순하게 산다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깨달았다. 마치 서핑 같다. 파도는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니, 늘 그때그때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비틀린 모습이 되어도, 의도만 유지하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만사는 단순해진다.

    71p.

    간판의 불을 끌 때면, 인생이 한 번 끝난 기분이 든다. 매일이 그랬다.

    119p.

    자식은 내 것이 아니다, 세상 어딘가에서 크고 있고, 가끔 만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좀 일찍 부모를 떠났을 뿐 아니니.

    121p.

    계산대 앞에서 신이치의 어머니가 ‘기부금’이라면서 만 엔을 내밀었다. 아니에요, 하고 물렸지만 끝까지 받지 않고는 얼른 가게에서 나갔다. 돌아보지 않은 채 밤길을 춤추듯 걸어가던 뒷모습이, 재빨리 택시를 잡아타고 휑하니 멀리로 사라졌다. 마음속으로 손을 흔들었다.

    거기에는 각자의 인생이 있고, 딱히 서로를 싫어한 것은 아닌데 헤어지는 수밖에 없어 헤어지고 만 길이 있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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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언제부터를 사춘기라고 부르는 것일까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을 겁니다. 분만 전 진통을 마흔 시간이나 하는 산모가 있는가 하면 '어, 이게 진통인가?' 하더니 병원에 가서는 도착한지 한 시간만에 아이를 낳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사춘기라는 것도 사람에 따라 다양한 시기와 형태로 온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첫 아이를 낳았더니 비유가 전부 출산에 관한 것입니다. 양해하시길.)

     

    저의 경우, 사춘기가 몇 년 몇 월 며칠부터 시작됐다, 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사춘기 내내 무엇에 빠져 있었는지는 미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요시모토 바나나'는, 향긋한 과일향이 날 것 같은 이름을 한 일본의 여류 소설가의 책 읽기 였습니다. <키친>을 통해 그녀의 신비한 세계에 매료된 저는 <N.P>, <하드보일드 하드럭>, <하치의 마지막 연인>을 비롯해 국내에 소개된 그녀의 작품을 전부 독파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암리타> 에 이르러서는 그야말로 '바나나 월드' 에 몸과 마음을 뺏겨, 속으로 떠올리는 말들까지 그녀의 문체를 닮게 되기도 했죠. 연약하지만, 소중했던, 십 대 시절의 일입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퀘스천 마크를 끌어안고 어찌해야 좋을 줄을 몰랐던 그 시기를 거쳐 저는 삼십 대가 되었고, 직장인이 되었고 한 여인의 남편이 되었습니다. 서점에 가면 요시모토 바나나 대신 유발 하라리를 집어오는 사람이 되었고 미셀 공드리의 영화를 관람하는 것보다는 프로야구를 보며 맥주를 먹는 사람이 되었죠. 새삼 그때가 그리운 건 아니지만 많이 변했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듭니다.

     

    그래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간이 나왔다고 했을 때, 여차저차하여 그 책이 내 손에 들어왔을 때도 저는 표정이 바뀌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동하지 않았습니다. 구미가 당기지 않았습니다. 저는 책을 내팽개쳐둔 채 셔츠를 입고 회사로 가 판매수량과 수익에 신경을 썼고 집에 돌아와서는 식탁에 놓인 책을 힐끗 보고는 무심한 표정으로 티브이를 틀곤했습니다. 인생은 신비롭지 않다. 그저 밥을 벌고, 밥을 먹고, 운이 좋으면 섹스를 하고, 잔다. 그 덧없는 사이클 속에 신비롭고 아름다운 소설을 향유한다는 건 피터팬 컴플렉스를 앓는 애어른들의 치기어린 어리광이다, 저도 모르게 그런 태도로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와 야구 따위만 가득찬 일상 속에서, 임신 중인 아내가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지난 주의 일입니다. 우리는 허둥대며 자동차키와 출산가방을 챙겼는데, 어째서였는지 저는 그 와중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간 <주주>를 가방에 넣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이를 낳고 입원실에 들어와 짐을 정리할 때 가방에서 그 책이 툭 하고 떨어진 이유를 설명할 수 없으니까요.

     

    다시 이야기를 돌려, 사춘기란 결국 존재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주주>를 읽고 있습니다. 한쪽 팔에는 아기가 잠들어 있습니다. 지난 십 개월간 우리 부부가 잔뜩 기다렸던, 농담을 하며 병원에 도착한 아내가 한 시간 만에 낳은, 우리의 첫 딸 말입니다. (성격 급한 저희 아내에게 정말 어울리는 속도였지요.) 수억 년부터 내려온 유전자들을 잔뜩 품고 있는 소중하한 아기를 바라보는 초보 아빠의 감흥은 딱 두 가지입니다. 너무 귀여워!와 정말 신비롭다, 라는 것이지요.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짖 못하는 갓난쟁이지만 정교하게 생긴 귓바퀴를 가진 걸 보면 생명은 역시 신비롭구나,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그 기분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간을 읽는데 썩 잘 어울립니다. 말하자면 저는 갓 태어난 첫 딸이 자는 모습을 보며 가슴 뭉클해하고, 그 뭉클함이 유지되는 동안 <주주>를 읽었다는 셈이랄까요.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겪느냐, 즉 '서사'이지는 않을 겁니다. 똑같이 아기를 낳아도 마음이 충만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기를 방치하여 죽게 만드는 위험한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중요한 건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보다 거기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나나의 소설은 우리 삶을 닮아 있습니다. 신간 <주주>도 마찬가지죠. 할아버지때부터 3대째 내려오는 스테이크 하우스 주주. 그곳에서 아빠 그리고 옛 연인이자 지금은 가족 같은 신이치와 함께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 미쓰코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같은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이야기의 분위기이죠. 조금 엉뚱하지만 신비롭고, 완벽하지 않지만 충분히 사랑스러운, 그들의 일상. 그러니까 <주주>를 소개하는데 있어 필요한 건 줄거리의 요약이 아니라, 우리 삶을 묘사할 때 쓰기 좋은 여러 형용사들일 겁니다.

     

    부적절한 사춘기를 보낸 사람은 생을 부정하고 적절하게 보낸 사람은 생을 지향한다, 그것이 지금껏 인간을 관찰하며 제가 얻은 결론입니다. 제 20대 초반에는 툭하면 자해를 하거나 자살시도를 하는 동료가 주변에 너무 많았습니다. 저 또한 그 시기에 여러차례 생을 부정했지만, 끝내 생을 지향하는 쪽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사춘기에 좋은 소설들을 읽었기 때문인지도. 대략 이런 문장들을 쓰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덕분인지도.

     

    "네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결혼이라면, 엄마는 다 기뻐. 상대가 곰이 되었든 코끼리가 되었든."

    "그래?"

    나는 안심하고, 그리고 텅 빈 아랫배를 살살 쓰다듬었다.

    "지금은 전부 백지로 돌리고, 그냥 마음 편히 지내. 우선은 공기를 듬뿍 마시고, 여유를 갖고."

    엄마가 말했다.

    "아이스크림이나 먹자, 인생에는, 그런 일도 있어."

    -요시모토 바나나, <주주> 중

     

    비록 무명작가이지만, 꾸준히 글을 쓰다보니 가끔 제 글을 무척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만나게 됩니다. 그분들 중에서는 "제 아이도 새벽 작가처럼 컸으면 좋겠어요"라는 엄청난(!)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몇 분이나 계셨죠. 그럴때마다 저는 겸연쩍어 웃고 말았지만, 만일 그분들께서 제게 어떤 십 대를 보냈느냐고 물으셨다면 저는 이런 대답을 해야했었겠죠. 밥을 맛있게 먹고, 충분히 걷고, 좋은 소설들을 잔뜩 읽으며 컸다고, 인간과 삶을 관찰하는 제 시선의 온도는 그때 따뜻해진 것이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사실은 서로를 시샘하고, 깎아내리고, 상대의 목숨을 파먹으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에 거는 사람들도, 아주 조금이지만 있다. 유코 씨의 갓난아기를 좋아서 방긋거리며 몇 시간이나 어르고 달랠 나, 어쩌면 바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명을 좋아한다. 그 밝은 쪽을 언제든 보고 있다. 인간은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이어져 오지 않았나? 하고 나는 있는지 없는지 모를 신을 올려다보았다.

    -본문 중

     

    바나나의 소설에서는 아무도 탈옥하지 않고, 아무도 쌍권총을 휘두르지 않습니다. 심심하다면 심심하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지요. 그러나 그녀는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멀거니 보고 있는데, 동시에 핵심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별 것 아닌 이야기들을 읽은 뒤에는 반드시 행복이라는 감정이 남으니까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아빠에게 전수한 레시피의 햄버그는 너무 비싸지도 너무 싸지도 않은 고기의 여러 부위를 적절하게 섞어 만든다. 돼지고기는 넣지 않고, 수입 고기도 사용하지 않는다. 포슬포슬한 빵가루와 계란만 넣어 반죽한다. 기계에 고기를 넣으면 다져진 고기가 밑에서 국숫발처럼 나온다. 빚다가 고기가 동그랗게 부풀었다 싶으면 멈춘다. 아빠는 그 분홍색 색감까지 찬찬히 들여다본다. 정말 장인이라고 생각한다. 그 작업을 하는 그는 익숙한 일을 건들건들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봐야 할 것은 빈틈없이 보고 있다. 조금이라도 위화감이 느껴지면 조합을 달리한다. 멀거니 보고 있는데, 동시에 핵심을 보고 있다.

    -본문 중

     

    마지막으로, 바나나를 읽어본 적이 없는 분들을 위해 그녀의 문체가 가진 특징을 하나 소개합니다. <주주>의 마지막 대목, 가족끼리 가루이자와로 여행을 간 장면을 살펴볼까요.

     

    결국 가루이자와에는 네 명이 갔다.

    가을이 어언 끝나갈 무렵이었다.

    아빠와 나와 입덧이 잦아든 유코 씨와 신이치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거실의 커다란 테이블 위에 엄마 사진을 놓았다.

    -본문 중

     

    예리한 분들은 눈치를 채셨을 겁니다. 그녀가 글 쓰는 방식에는 아주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상하리만큼 줄 바꾸기를 많이 한다는 점이지요.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곳에서 그녀는 자꾸만 줄을 바꿉니다. 마치 이것이 처음부터 산문이 아닌, 운문이 될 운명이었기라도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사람은 어쩌면 소설이 아니라 시를 쓰고 있었던 것인지도,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서사의 희열'보다는 '분위기가 주는 위로'로 다가왔는지도.

     

    자, 이제 리뷰까지 썼으니까 다음 순서는 중고서점에 가는 일입니다. 읽은 책들은 빨리빨리 팔아버리는 게 성격 급한 저희 부부의 습관이라서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으렵니다. 앞으로 자라 걷고, 말을 배우고, 책을 읽게 될 아이를 위해, 이 책은 집안 어딘가에 놓아 두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와 같은 작가는 아이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작가는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어떤 것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줄 테니까요. 삶에는 다양한 즐거움이 있다는 것, 슬픈 일도 있지만 모여서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는 것, 산 것들은 모두 애틋하다는 것, 삶은 덧없이 짧다는 것, 그렇지만 바람이 불고 별이 뜰 때,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아이가 태어날 때, 언제든 살아 있어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는, 그러한 것들을 말입니다.

     

  • 함께 나이 드는 작가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내게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그렇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키친&g...

    함께 나이 드는 작가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내게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그렇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키친>을 읽었을 때, 내 나이 열네 살이었다. 자주 가는 서점 아저씨가 요즘 인기 있는 책이라며 <키친>을 권해줬다. 중학생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는 경쾌한 문장인 데다가, 소설 속 주인공이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 음식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와닿았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좋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후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꼬박꼬박 읽었다.


    <키친>을 읽은 해로부터 정확히 20년이 지났다. 마침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이 나왔기에 반가워하며 읽었다. 소설의 무대는 '주주'라는 이름의 스테이크 하우스. 젊은 시절 70년대 미국 문화를 동경했던 부부가 '주주'를 시작했고,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금은 그 남편과 딸이 '주주'를 운영하고 있다. 소설의 화자는 바로 그 딸인 '미쓰코'다. 매일 가게에 나와 스테이크와 햄버그를 굽고, 밝은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미쓰코지만, 사실 미쓰코에게는 여러 해가 지나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있다. 자신에게 가게를 맡기고 세상을 떠난 엄마. 형제처럼 자랐고 한때는 연인이었고 현재는 믿음직한 동료인 신이치. 미쓰코는 엄마를 잃은 상실감과 신이치를 볼 때마다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든 정리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픔과 음식을 통한 회복을 다뤘다는 점만 보면, <주주>는 <키친>과 많이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20년의 세월 동안 요시모토 바나나도 변했고 나도 변했다. 그동안 요시모토 바나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연달아 잃었고, 힘들게 가진 아이를 유산한 적도 있다. 나도 가까운 가족들을 병으로 잃었고, 작년에는 친한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일도 겪었다. 


    20년 전 <키친>을 처음 읽었을 때만 해도 죽음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지 몰랐다. 어제까지 살아 있던 사람이 영영 사라지는 일인 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해서, 아무리 슬프고 괴로워도 먹으면 먹게 되고 자면 잠들게 되는 일인 줄 몰랐다. 요시모토 바나나도 30여 년 전 <키친>을 썼을 때 죽음에 대해 잘 몰랐을 것이다. 알았다 해도, 훗날 부모님을 연달아 잃는 슬픔이나 뱃속의 아이를 잃는 고통을 미리 짐작해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주주>를 읽으면서 나는 젊은 날 막연히 짐작해 쓴, 상실의 고통과 회복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으로 알게 된 작가의 아픔을 보았다. 태어난 순간 죽음은 예정되고, 사랑이 시작되면 이별도 따라오지만, 살아있는 한 살아가고, 사랑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말해주는 작가의 단단함과 따뜻함을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한없는 충만함을 느끼는 나도. 함께 나이드는 작가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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