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그런 아쉬움을 한번에 날려 보낸다. 예컨대 저자는 조국 서울대 교수가 종북(從北)세력을 ‘친북적 표현행위를 하는 사람’이라고 한 데 대해 이렇게 비꼰다.
“이런 식이라면 콘돔을 ‘성적 재생산 방지를 목적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메일 섹슈얼 오건(male sexual organ)에 착용시키는 러버(rubber)스킨’이라고 불러야 한다. 가짜진보는 이제 종북을 종북이라 부를 배짱조차 없는가?”
‘존엄한 개인’과 ‘열린 세계’에 바탕을 둔 사회생태주의자를 자처하는 저자는 한 사람의 인격체 속에서 ‘지속’과 ‘변화’의 공존을 추구한다. 그는 ‘가짜진보’의 편가르기를 단호하게 거부하면서, 그 대신에 ‘진실인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편가르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당신은 굶어 죽은 ‘토끼풀 소녀’의 편인가, 귀티 나는 ‘프놈펜 김태희’의 편인가. 떼의 힘을 따르는가, 개인의 진실을 옹호하는가. 당당한 자유인인가, 겁에 질린 핵인질인가. 이것이 진짜 편가르기다. 진실에 관한 편가르기, 가치평가에 관한 편가르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의 능력으로 이 세상을 한번에 뜯어고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회주의자·공산주의자들을 철저히 불신한다. 그렇다고 ‘보수’의 편을 드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이 나라 ‘보수’를 ‘자칭보수’라고 지칭하면서, 그 보수주의적 전통과 가치의 부재(不在)와 지적 게으름을 질타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거짓말과 ‘떼거리’의 힘으로 무장한 ‘가짜진보’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세력으로 ‘진실’을 기준으로 삼는 성숙한 자아, 공화주의적 덕성을 갖춘 ‘참개인’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한 저자는 1980년대 초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주역으로, 올해 초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을 펴낸 바 있다.⊙